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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3일 19시 00분 등록

 

3부 내가 저자라면


2010
화두: 관계

2009년의 화두가 변화였다면, 2010년의 화두는 관계이다.

변화의 연장선상에서의 관계 혹은 관계의 변화. 그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관계가 대체 무엇이길래 난 올 한 해의 화두로 그것을 잡고, 뿌리가 변화라면 줄기는 관계라고까지 여기는 걸까? 대체 내 안에는 그것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 걸까?

 

작년 한 해, 내 안의 본성에 다가갈수록 나는 여태껏 현실에서 내가 쌓아 올린 나의 성이 사상누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사실 깨달음은 오래 전부터 내 안의 진실이 감지했지만, 아마도 인정하기가 어려웠으리라. 두려웠겠지..

 

뒤틀린 나를 조금씩 바로 잡을수록 내가 맺고 있는 관계도 그에 따라 조금씩 각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억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금씩.

 

이전까지 내게 굉장히 중요했던 누군가가 불현듯 멀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누군가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내 앞에서 웃고 있다. 이 오묘한 변화 앞에 나 역시 한동안은 당황스러웠지만 나도 모르게 서서히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행복해서..

 

그리고 2010년 올 해. 아마 난 동굴 깊숙한 나만의 세계에서 한 걸음 더 나올 것이다. 작년에는 스승님께서 든든히 울타리가 되어 주시니, 겁은 났어도 그 울타리 안에서 처음으로 먼저 다가가기를 해보았다. “얘들아, 놀자…”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치고 또 반성했다.

 

여전히 스승의 넓은 울타리 안에 거하지만, 현역 시절보다는 그 울타리가 조금은 덜 단단하고, 조금은 더 낮으리라. 그래도 놀아봐야지. 놀다보면 넘어지고 무릎이 깨질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동무도 사귀고, 새로운 놀이도 하는 기쁨에 비할 수는 없겠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할 자신은 없다. 그렇게 사랑하고 싶지도 않다.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몇 사람이라도 깊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사이에는 서로 자기에게만 속한 무엇인가가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면 인간은 서로 사랑하지 못한다. (11).

 

나와 그대 사이에 난 어떤 강이 흐르기를 바라는걸까? 어떤 물줄기가 나와 친구를 이어줄 수 있을까? 난 여전히 진심이라 믿고 있다.

 

나와 그대 사이에 흐르는 강이 세속의 이해 관계라면 난 물줄기를 거두어 들일 것이다. 그렇게 인생을 허비하기에 난 더 이상 어리지도 않고, 세상에 의해 일렁이지도 않는다.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를 만들고 싶다. 때론 격랑이 될 수도 있겠고, 때론 비바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아침 해가 뜨면 다시금 고요한 나만의 흐름으로 흐르고 싶다.

 

혼자 걷지 않을 것이고, 혼자 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서면 입 안 텁텁한 수다스런 관계보다는 돌아서도 여운이 남는 대화의 관계를 쌓아가고 싶다.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 그런 만남들..

 

나는 다양성과 균형을 이 담론의 가운데에 두었다. … ‘다양성이란 규칙과 관행을 떠나 원칙이 지배하는 일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사회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의 가운데에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는 핵심적 가치와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락하지 않는다. … 변화의 정체는 다양성을 기초로 세상과 자신,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의 위치를 잡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는 언제나 현재적이다. 바로 지금일어나야 하는 새로운 균형을 향한 역동적인 조율이다 (14).

 

만남이라는 인연자체는 소중하다.

그러나 관계에서 만남이 전부는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그 소중함을 소중히 여길 때, 그 때 진정한 관계는 시작된다.

소중함을 알기에, 나 역시 위대함과 추함을 동시에 지닌 한 인간임을 알고 인정할 때

우연한 인연을 소중한 필연으로 가꿔나갈 수 있으리.

 

2009년 나는 내게 다가갔다.

2010년 나는 우리에게 다가갈 것이다.

나 홀로 내가 아닌 우리 속의 나를 그려보는 것.

그것이 백호의 해,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다.

 

한 틈에 무너지는 관계:

 

공민왕은 결국 서로를 구해 주겠다던 신돈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저항 세력은 집요하게 노회한 반격을 가해 옴으로써 개혁 세력을 분열시켰다. 결국 고려는 공민왕과 신돈의 개혁을 마지막으로 자체적인 개혁에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멸망하게 되었다. 권문세족 역시 가진 자의 희생과 양보를 거부함으로서 고려의 멸망과 함께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91).

 

한 순간, 바늘 한 귀의 틈에 무너지는 것이 인간 관계이다.

 

어째서? 마음 중심 잡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늘 단속하고 또 단속할 일이다.

 

백의종군:

니체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난 어제까지의 나를 떠나 보냈다.

 

학위를 따기 위해 노력했다면, 사회에서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애를 썼다면 그 모든 것이 실력으로 내 안에 내재되어 있으리라. 그러한 것들이 오늘의 생각, 깨달음, 사랑 그리고 고뇌와 함께 잘 버무려져 내일의 삶을 빚어 나가겠지.

 

나는 개인의 힘을 믿고 있다. … 깨어 있는 사회는 깨어 있는 개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다. 그 분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감동은 글 속에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오는 것이다 (107).

 

인간은 정신이 죽으면 무력한 존재이다 (63).

 

어떤 글쟁이가 되고 싶은가? 나는 깨어있는, 살아 있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독자들에게 한 페이지를 넘기면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는 내 경력으로 다가가는 저자가 아니라, 한 장 한 장 내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그런 책을 쓰는 저자이고 싶다.

 

위대한 침묵

영화 위대한 침묵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이 세상 모든 수행자들이나 영웅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 내면을 파고 들어간다는 점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다. 스승께서도 이 책을 통해서 외치고 또 외치는 변화의 첫 번째 조건이기도 한데, 그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

 

충무공이 만고의 위인일 수 있었던 것은 조선시대의 룰을 따라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할 수 있겠다. 공의 삶은 너무도 가혹해서 따르고 싶지 않다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까 할 말은 없지만, 내가 가장 흠모하는 공의 모습은 죽음 앞의 당당함이다.

 

내 안을 파고 들고, 거기서 답을 찾으려 하고 내공을 쌓으려는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당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누구의 삶이라고 비바람이 비껴갈 것이며, 외부의 폭풍을 피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때마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릴 수는 없다. 그러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뿌리 체 뽑혀서 내동댕이 쳐 질 수도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임을 이젠 잘 알기에 더욱.

 

내 안으로 끝없이 파고 들어, 변함없이 변하고 또 변하리라.

 

또 하나는, “침묵은 위대할 지 모르나 단절은 위대하지 않다이다. 영화 중간에 수도사님들의 얼굴을 한 분씩 클로즈업 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놀랐다. 웃음 없음에. 경직된 그 표정들에.

 

삼천 배를 해도 오로지 아무개를 만나겠다는 세속적 일념이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일 배를 해도 불심은 스치는 바람에도 실리는 법! 계율의 엄격이 나의 허세를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악연을 더해 갈 뿐이다 (179).

 

내가 어깨 너머로 배운 바에 의하면, 참선이나 수도 생활을 하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영혼들이 일정한 격에 도달해야 한다고 한다. 즉 나와 같은 일개 중생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그 분들이 진정한 공부를 이룬다면 언젠가는 대중 곁에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그 분들은 그 존재만으로 스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가 그러하고 예수님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깊은 산에서 불철주야 참선에 정진하시는 높은 스님들의 영혼들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시어, 언젠가는 대중 곁에 오시어 나처럼 무지한 중생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주시리라 믿고 있지만, 그 때 그 분들은 환히 천진난만하게 웃을 수 있는 스승이셨으면 좋겠다.

 

절제하고 단절하며 고행을 하는 스승보다는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닌 천진난만한 스승을 따르고 싶은 것이 이제의 나이다.

 

그래서인지, 수도사님들께서 알프스 산 눈 언덕을 어린아이처럼 썰매 타는 모습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장엄하게 변하는 알프스 산의 사계. 알퐁소 도데의 의 배경이 되었을 법한 밤하늘을 보면서, 위대한 자연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침묵은 충분히 배워야 하는 길이리라.

나의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하고 또 침잠하며

고요한 심연 그 곳에서 만나고 싶다.

우주의 빛 한 줄기

 

1부 저자에 대하여

사부님께

 

이제 시작해 보겠습니다.

 

눈 앞의 작두에 오르겠습니다.

제가 작두 위에서 넘실거릴 때, 그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실 스승님이 계시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그 분은 아마 제가 시퍼런 작두의 칼날에 베여 선홍빛 핏방울을 흘리더라도, “그 또한 나쁘지 아니하다. 그도 인생이니라..”하고 말씀하실 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존경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부님.

조용히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해

미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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