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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4일 23시 03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외과의사, 주식 투자 전문가, 작가라는 공식적인 3개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박경철. 나는 이런 그의 직함에 먼저 기가 죽게됨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한가지도 제대로 하지못하는 나에게는 마냥 부러움의 대상일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그의 파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가족력과 개인사를 잠시 들여다 보노라면 그 해법을 발견할수 있게 된다. 왜 그가 의사라는 존재성에 대해 그렇게 침착을 하는지, 주식이라는 부분에서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나아가 작가라는 존재로의 방향성의 설정 등을 엿볼수 있게되는 것이다.

 

어릴 때 형편이 어렵던 그의 가정은 경찰관이신 아버지의 박봉으로 근근히 생활을 영위해 나갈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연히 놀러간 친구의 집에서 자신은 가지지 못한 엄청난 양의 책들을 본이후 그는 독서에 매진하게 된다. 이때부터의 엄청난 독서량은 그가 전공인 외과의사 외에도 다방면의 박식함에 대한 기반의 틀을 확립할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그와중에 우연히 읽게된 앨빈 토플러의 ‘미래 쇼크’란 책을 통해 그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인 경제라는 학문에 대한 관심의 눈이 뜨일수 있게 되었다. 이와같은 관심의 바탕위에 지속적인 작업 및 학습을 통한 노력이 있었기에 경제평론가란 직함도 결국은 불릴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하나 그의 가족사중에 최근에 밝혀진 내용중 하나는 그가 뇌성마비의 아이를 둔 아버지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런 아이를둔 부모를 만나게 되면 남의일 같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의 책에는 아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부모들의 심정이 곧잘 소개가 되곤 한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 내용중 어느 장애아를 둔 부모를 소개하며 쓴글을 살펴보자.

 

이런 부모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자신들의 죽음이다.

“그나마 내가 살아 있어 아이를 보살필 수 있을 때는 다행이지만, 내가 죽는다면 이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책에대한 무서운 애착과 관심 그리고 독서력, 미래에 대한 시각과 발전성에의 예지력, 아이의 삶으로 인한 자신의 일에 대한 소명감 나아가 이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기록에의 열정. 이것이 그를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표현될수 있다.

 

저자는 최근에 모방송국에 출연하여 진행자로부터 뇌성마비의 아이를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은적이 있다. 이에대한 그의 대답으로는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말은 레지던트와 인턴 등 의사로써의 엄격한 수련과 병원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의 다년간의 현장에서 지켜봐온 그의 삶의 방식이 묻어나오는 대답으로 들린다. 그래서인가? 그의 책을 읽다보면 의사라는 이성적 직업과는 달리 문장을 통한 그의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밑바탕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흐름을 발견할수 있다.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프롤로그 일상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내 안으로의 여행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첫번째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누가 세상과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의 문제.

사람은 삶에서 맞딱뜨린 수많은 ‘우연’;의 연속으로 ‘오늘’이라는 필연적 결과를 얻게 된다.(p6)

-. ‘우연으로 점철된 삶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필연이라고 믿는 현재의 모습이라면,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삶의 흔적들과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역시 하나하나가 모두 내 삶의 소중한 역사일 수도 있는 것이다.(7)

-. 앞의 책과는 달리 이번 이야기들은 ‘타인’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기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7)

-. 나는 두 번째 책을 묶으면서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어떤 진부한 낱말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 보았다.

“정말 사랑하는가?”(8)

 

1. 서러운 한은 내게 두고 가오

-. 우리는 타인의 죽음에 냉혹하리만큼 무심하다. 병원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 사람이 죽어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죽음을 선고받고 있지만 우리들에게 그들의 죽음은 일상과도 같다.

그러다가 그 죽음이 나와 관련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불에 탄 그의 아내의 시신이 영안실에 도착하자 우리들은 한 사람의 죽음이 얼마나 뼈저린 것인지, 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문득 깨달았다. 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왜 치열해야 하는지, 왜 죽음에 대해 더욱 각별한 경의를 표해야 하는지도 알았다.(16)

 

2.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기도

-. 진짜로 견디기 어려운 것은 평생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게 되는 수많은 ‘죽음’들이다.(24)

-. 나는 의사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두 가지 계기를 본과 1학년에 시작하는 해부학 실습과 갓 의사국가고시를 끝내고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투입될 때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사실 이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자기 내면의 반응이 평생 죽음을 다루는 입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 생각.(25)

-. 드디어 아들이 도착했다. 그의 걸음에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무게가 있었다. 비록 앞이 보이지는 않지만 한 인간의 슬픈 바이오그라피가 만들어낸 삶의 진정성이랄까, 아니면 지레 짐작하는 한이나 분노랄까. 여하튼 나는 그를 보는 순간 내가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란 보통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눅이 들었다. 길거리나 병원에서 만난 시각장애인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혹은 그들을 구경거리로 삼지않겠다는 얄팍한 배려로 애써 외면을 한 적은 많지만, 막상 그 삶의 실체와 마주하자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솔직히 두렵기까지 했다.(39)

-. 그를 뒤로하고 돌아서 나오던 길에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그의 흰색 구두와 마당 한켠의 작은 밭에 떨어뜨려진 고무신 한쪽, 그리고 그 옆에 던져져 있는 오래된 호미 한 자루가 할머니가 이 집에서 유린당하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가 태어나던 그 산통의 아침을, 그리고 할머니가 이 집에서 쓰러지던 그 마지막 순간을 증언하고 있었다.

내 기억의 야비한 책장 너머처럼......(41)

 

3.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2

그는 천정의 들보에 끈을 매고 의자에 올라서서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자신의 목을 걸었다. 삶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목을 걸었던 것이다.(71)

 

4.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 이장댁은 딸의 수녀원행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혹시 딸의 흉중에 집안에 일어난 일련의 일에 대한 보속의 의미나 희생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설명하기 어려운 집안의 우환들을 막아보기 위해 신에게 귀의한다면 그것은 더욱이 잘못된 일이었다. 혹은 사는 게 힘들어서라면, 그것이 응답하지 않는 기도에 지친 것이라면 필시 말려야 할 일이었다.(103)

-. 수녀원에 들어간 딸이 일 년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딸을 바라보는 이장댁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듯했다. 이제 더 이상 정을 붙일 데도 마음을 둘 데도 희망을 걸 데도 없었다. 남편은 죽고, 아들은 불구가 되고, 하나 남은 딸은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희망마저 빼앗겼다.

한 인간의 삶에서 이렇게 철저히 무너지는 삶을 찾을 수 있을까?(104)

-.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나는 가슴이 너무 뻐근해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움켜쥐고 사는 그 모든 것들이, 또 욕망으로 가득했던 지난 삶들이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아주머니의 눈은 부드럽고 편안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마치 법당에 모셔진 보살상처럼 은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말 희안하게도 당사자는 웃고 듣는 이는 울었다. 아주머니는 지난 삶을 고통이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다. 그분에게 아들, 딸 그리고 손자는 모두 희망일 뿐 절망이 아니었다.

“원장님요, 사람들은 죽어서 천당엘 갈라꼬 애들을 많이 쓰지예. 하지만 살아서 천당을 만들지 못하면 죽어서 천당은 없답니다. 그저 오늘이, 여기가 천당이거니 하고 살아야 안 되겠능교. 원장님은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니까 이상하지요? 저 할망구가 돌았나 싶지요? 그런데 나는 진짜 행복합니더.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 감사하고, 내가 그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 또 감사하고, 내 자식 남의 자식칼 거 없이 내 곁에서 돌볼 수 있어 감사하고...... 그래서 노상 웃고 다니지예. 안 웃을라꼬 해도 너무 좋아서 자꾸 웃어지지예.”(108~109)

 

5.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 사람의 운명이란 그런 것일까? 바로 직전까지 웃음을 짓고 떠난 사람이 불과 하루 만에 생사를 가르는 경계선에 서 있는 것. 오늘 숨을 쉰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는 것. 우리는 그 속에서 버둥버둥 마치 천년불사의 세계가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듯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114)

-. “선배님, 죄송합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경학적 검사를 해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판단으로는 거의 뇌사상태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만약 허락하신다면 더 이상 장기 기능이 악화되기 전에 이식을 위한 장기제공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도 의업에 뛰어든 사람이니 그것을 마다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침 간과 심장을 필요로 하는 대기자가 있고, 다른 병원 대기자 중에 심장을 필요로 하는 환자도 한 사람 있다고 합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애써 담담하게 우리의 뜻을 전달했다. 노老 선배는 한참 동안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면서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차라리 그분이 거절하기를 바랐다. 나는 아직 생명체로 존재하는 후배의 몸에 칼을 대고, 간과 신장, 심장을 제거하는 수술에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가 몸에서 장기를 떼어내는 순간 그의 생명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조자가 아닌 사람이 사체이식도 아닌 생체이식을 감행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그 난감한 철학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118~119)

-.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이 판단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를 도너로 삼기 전에, 우리는 좀더 가능성 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가능성이 적은 사람의 생명을 양보한다는 명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119)

-. 이식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멈추었다.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수술 전 사전검사를 받던 사람들은 다시 절망으로 빠져들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젊은이의 사고와 뇌사판정 결과로 인해, 그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파도를 타야 했다. 물론 이식을 준비해온 이식팀의 움직임도 일시에 중지되고, 이번 이식수술의 성공을 위해 며칠째 밤을 새우며 준비하던 담당 스태프의 움직임도 그대로 멈췄다.

후배의 움직임은 의외로 담담. 이제는 그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숙제로 던져졌다. 영구히 식물인간으로 남아 의식 없이 살아가게 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존중일까? 이대로 손놓고 지켜 보는 것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는 지금 이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122)

-. 그런데 이 경우는 과연 무엇일까? 가능성이 없는 아들을 위해 뇌수술을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이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노라는 자기선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뇌의 일부가 없는 사람으로 살아도 좋으니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제발 옆에 있기만 해달라는 부모의 애끓는 사랑이었을까? 혼돈스러웠다.(125)

-. 그는 미약하지만 자기 스스로 가슴 근육을 움직여 호흡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는 사고 이후 두 달 만에 손가락을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되었고, 몸에 자극을 가하면 근육들이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기적이란 말밖엔 달리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몇 달 후 그는 목까지 지탱해주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호킹 박사보다 100배는 더 무력한 모습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그는 그로부터 4년 후 의사국가고시를 통과. 결국 그는 스스로 일어서고 걷고 말하고 생각했다.(127)

-. 삶과 죽음. 내가 당사자가 되기 전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할 수 있을까? 혹은 얼마나 초연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해 얼마나 충실할 수 있을까? 그의 극적인 삶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렵고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128)

 

6. 아름다운 꽃잎은 빨리 진다

-. 처음에는 그것이 힘들고 두려웠다.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과 결정을 구하면 된다는 차이는 아찔힐 정도로 천양지차였다. 앞서간 선배들은 그렇게 몇 년이 흐르면 그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그것도 내가 한 건의 의료사고의 중심에 서게 되자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환자 보호자들은 내 멱살을 잡고 셔츠를 잡아당겨 찢었으며, 보호자를 자처하는 조폭 출신의 브로커들이 나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들에게 수술실에서 진료실로, 원장실로 쫓겨 다니다가 환자가 누워 있는 입원실 바닥에 내팽개쳐 지기도 했다.(139)

-. 일반인들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지겠지만, 병원은 죽은 사람에게 냉혹하다. 병원이란 산 사람을 위한 곳이지 죽은 사람을 위한 곳은 아니다. 애석하나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 그래서 병원 근무자들은 죽은 사람에 대해 지나쳐 보일 정도로 무덤덤하다.(145)

 

7. 철부지의 위험한 사랑

녀석이 응급실에 들어왔을 때, 그나마 우리가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녀서의 의식이 명료했다는점. 사실 우리에게는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왔을 때 이 환자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수 있는 직감이 있다. 상태가 아무리 심각해도 “이 사람은 살 수 있다.”라는 강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아도 “이 사람은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대개 들어맞는다.

우리끼리 그냥 하는 말로 “환자의 머리맡에 저승사자가 앉아 있는 게 보인다.”라고 하는데, 이는 진짜 귀신이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퍼져 나오는 일종의 생체적 느낌, 아우라 같은 것을 느끼는 것뿐.(152)

 

8. 억울한 죽음

-. 짐승들은 차 안에서 아이 엄마를 폭행. 얼마나 사람을 때렸으면 안면골은 물론이고 갈비뼈와 팔뼈까지 골절되었겠는가. 그리고 악마들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녀를 인적이 드문 강가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칼로 온몸을 찔렀다. 그것도 무려 30여 군데를 말이다.(173)

-. 나는 경찰에 체포된 그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점퍼를 뒤집어쓰는 것을 보았다. 방송카메라 앞에서 “그냥 화가 치밀어서 그랬습니다.”라고 답하는 뻔뻔스러운 모습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증오를 느꼈다.

그래도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173~174)

 

9. 그 많던 가물치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 환자들을 수술할 때면, 대개 환자와 농담을 하거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곧잘 주고받는다.(178)

 

10. 하늘이 거둬간 작은 천사

-.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은 하늘이 보낸 천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다운증후군인 사람들을 조금만 가까이서 이해하고 지켜보면, 이 사람들이 우리가 평소에 갖지 못한 것들, 즉 웃음, 배려, 사랑, 헌신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다른 장애인들을 돌보게 하면 정성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피는데, 정말 그것은 보지 않은 사람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극하다.(185)

-.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 소위 정상인의 눈으로 볼 때 모자라는 사람들은 우리 정상인들이 잃어버린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185)

-. 장애아를 키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아의 부모가 된다는 것, 그것은 단지 내 자식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부모로서 안타깝다는 것 이상의 아픔을 지닌다.(187)

-. 인간이 운명에 휘둘리는 존재라면 이 아이들은 운명에 희롱당한 삶의 결정판이다. 부모는 조금씩 충격을 다스리고 그렇게 태어난 자식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지만, 운명의 여신은 애끓는 모정과 부정을 외면하고 잔인하게도 자그만 가능성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자신들의 죽음이다.

“그나마 내가 살아 있어 아이를 보살필 수 있을 때는 다행이지만, 내가 죽는다면 이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188)


11. 죽음을 제대로 안다는 것

-. 외과계열 1년차는 소속 병원이나 전공을 불문하고 대개 ‘100일 기도’라는 당직근무를 하게 된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임용된 다음날부터 100일 동안 병원 현관문을 나서면 안된다는 규율인데, 이 과정은 스님들의 행자과정과 비슷한 것으로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혹독.

-. 100일간 하루 한 끼의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은 거의 엘리베이터나 수술실, 피고름 묻은 옷을 보관하는 린렌실 혹은 간호사 탈의실 같은 데서 몰래몰래 자면서 버텨야 하는데, 이때는 정말 평생에 걸쳐 먹을 욕을 다 듣고, 평생 동안 할 고생을 다하게 된다.

이것은 시라소니가 언덕에서 새끼를 굴리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 정도의 고생을 이기지 못한다면 이틀, 사흘씩 피와 싸우며 수술대를 지켜야 하는 체력은 물론이고, 반복되는 수술과정에서 매너리즘이나 피로에 지쳐 저지르게 되는 실수나 집중력 저하를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외부인들의 눈에 외과의사들의 수련과정은 자뭇 비인간적이거나 야만적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197~198)

-. 아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료들의 노력은 사실 의학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이의 죽음을 매개로 아이와 부모 그리고 동료들 사이에 남겨져야 할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남겨진 자들은 그래야 했던 것이다.(204)

 

12. 운수에 따라 엇갈리는 운명

폐결핵 환자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데 거기다 대고 구강 호흡을 한 적도 있다. 사람이죽고 사는 것은 미추美醜, 그 이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250)

 

13. 혹독한 가르침

-. 힘들고 고달프던 전공의 시절에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리고 인턴 시절에는 자신이 순환하는 해당 과의 치프와 같은 조가 되는 레지던트 1년차가 누구냐에 따라 신세가 달라진다. 레지던트들은 레지던트대로 자기 윗년차가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고, 의국 전체로 보면 과장이나 주임교수를 어느 선생님이 맡고 계시느냐에 따라 또 명운이 갈리게 된다.(286)

-. 사실 사회에는 인간관계는 찬바람이 일 정도로 매정하지만 능력만큼은 출중한 사람들이 있다. 보통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인간미가 메말랐다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단지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관계’를 멀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완벽주의를 아랫사람들에게도 강요한다는 데 있다.(289)

-. 임 과장님은 아이의 상태가 워낙 심하여 거의 사망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술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렇게 아까운 한 생명이 꺼졌고,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임과장님은 담배를 한 대 피우기 위해 베란다로 나왔던 것(296)

 

14. 내 마음의 악마, 위선

-. 00원은 안동에 있는 나환자촌의 이름이다. ... 평생을 음지에서 남의 눈을 피하며 사시는 분들이 몸이 아파 병원에 오는 때에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것인데, 아마도 그것은 스스로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정상인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굴레일 것이다.(302)

-. 혹시 이 문제로 좁은 지역에 원치 않는 소문이 난다면 환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그런 고민은 이 문제를 거론하는 환자가 생길 때마다 깊어져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나도 모르게 작년도 같은 달 대비 총 내원환자수를 비교해보고, 그분들과 같은 시간대에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재진으로 재방문하지 않으면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302)

-. 부끄럽지만 어느새 내 마음속에는 시커먼 악마가 능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들어앉아, 총 내원환자 감소의 90퍼센트는 이 문제가 원인이라고 내게 속삭였다.(303)

 

15. 행복이 넘치는 사진관

하느님께 자신의 일생을 봉헌하기로 결심하고 수도원에 들어갈 만큼 ‘큰 사랑’을 아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서 하느님과의 약속을 어겨야 했다면, 그 ‘사랑’이 어찌 만만한 사랑이었겠는가. 나는 시안이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성당에 다니는 모든 분들은 다 이해한다.(311)

 

 

Ⅲ. ‘내가 저자라면’

 

‘짐승들은 차 안에서 아이 엄마를 폭행. 얼마나 사람을 때렸으면 안면골은 물론이고 갈비뼈와 팔뼈까지 골절되었겠는가. 그리고 악마들은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녀를 인적이 드문 강가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칼로 온몸을 찔렀다. 그것도 무려 30여 군데를 말이다.’

금주 지방으로 가는 출장길의 기차안에서 책을 읽던중 이 글귀를 보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사람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왜 선한 사람들은 역사물을 굳이 뒤적이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이렇게 시련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사람안의 신성은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는 첫 번째 책에비해 저자의 말대로 ‘타인’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기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1편에 비해 저자 자신의 생각과 사변적인 느낌들이 많이 기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전작과 마찬가지로 2편에서도 그가 병원에서 겪은 크고 작은 애틋한 사연들-삶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목을 걸었던 친구 등-이 소개됨과 함께 슬픔, 비애, 원통, 기쁨, 자조적인 느낌들이 함께 동반되어 있다. 독자들은 덕분에 저자의 이와같은 감정의 골에 동참하기도 하고 잠시 책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사는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것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보면 비겁한 생각이겠지만 책을 통해 느낄수 있었던 가장큰 수확이라면, 책에서 소개된 여러 사연들의 인물과 같은 입장에 서지 않을수 있음에 대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주인공들의 그런 상황에서 나아가 그런 절박한 환경들에서 내가 그입장에 선다면 나는 과연 어떤 느낌과 어떤 생각을 가질수 있었을까? 누구처럼 지난 삶을 고통이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수 있을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아니올시다이다.

 

20대 이전의 우울한 시절을 끝내고 대학교에 입학후 집단상담 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했을때의 첫 번째 질문이 ‘가장 기뻤던 일이 어떤것’이냐는 물음 이었다. 나는 당황이 되었고 한참을 생각 하였다. 그에대한 나의 생각의 대답은 기뻤던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든 이유중에 하나는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가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자가 나에게 특히 공감이 되었던 점은, 힘겹게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감없이 펼쳐졌던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책의 내용과 함께 나의 예전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이다. 약골이었기에 수시로 드나들었던 병원. 특유의 병원 냄새, 수술실로 가기전 수술복을 갈아입었을 때의 묘한 느낌, 수술실로 향하는 과정들, 그리고 마취를 하고 온몸을 묶인채 수술대 위에서의 커다랗고 차가운 전등들이 하나둘 켜질 때의 모습, 망치로 뼈를 내려칠때의 느낌과 소음, 수술이후 마취가 풀리면서 밀려오는 고통들......

 

대개가 그러하겠지만 병상에 있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두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누구도 자발적인 신체적 고통을 원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둘째는 의사의 의술이 되든 종교적인 기적이 되든 자신이 겪고있는 신체적 고통에서 해방이 되면 앞으로 열심히 그리고 감사하게 잘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그랬지만 사람은 역시 망각의 동물의 존재인 모양이다. 퇴원을 하고난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본인의 생활과 사고로 돌아가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다. 저자는 책에서의 여러 사연에 대해 그 이야기들은 ‘누가 세상과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의 문제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 각자에게 닥친 여러 고통들은 똑같고 변할수 없는 사실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는 것은 자율적인 선택의 문제들일 것이다.

 

저자의 책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배울수 있었던 또다른 점은 그동안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내가 그동안 접해 보았던 그들은 불친절함, 퉁명함, 환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등으로 인해 솔직히 의사 선생님이라는 존재보다는 기능적인 직업적 의미로써의 한사람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그들은달랐다. 왜 본인이 의사를 지원하게 되었느냐는 확실한 목표의식, 가망이 없음에도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의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그들, 그리고 죽음이후에 느껴지는 공허함을 쓴 담배 한개피와 한잔의 술로 달래는 그들의 모습이 있었다. 굳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눈에 띄이지는 않지만 금전보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진료에 임하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책을쓴 목적중에 하나를 이같은 인술을 가진 의사를 간접적으로 세상에 드러내 보일려고 하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환자와 의사간의 상하관계가 아닌 인간人間대 인간人間으로서의 평행선에선 동일한 관계로써의 그들을 나는 만나볼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통해 덕분에 어둠의 지배속에서도 빛이 있음을 간접 체험할수 있게 되었다.

 

‘100일간 하루 한 끼의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은 거의 엘리베이터나 수술실, 피고름 묻은 옷을 보관하는 린렌실 혹은 간호사 탈의실 같은 데서 몰래몰래 자면서 버텨야 하는데, 이때는 정말 평생에 걸쳐 먹을 욕을 다 듣고, 평생 동안 할 고생을 다하게 된다.

이것은 시라소니가 언덕에서 새끼를 굴리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 정도의 고생을 이기지 못한다면 이틀, 사흘씩 피와 싸우며 수술대를 지켜야 하는 체력은 물론이고, 반복되는 수술과정에서 매너리즘이나 피로에 지쳐 저지르게 되는 실수나 집중력 저하를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외부인들의 눈에 외과의사들의 수련과정은 자뭇 비인간적이거나 야만적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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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잘
2010.01.25 07:53:12 *.67.223.154
승호씨,
혹시 내가 다른데에서는 밥잘먹고 살자고 "밥잘밥잘"하는 것 알고 있어요?

출장 오가는 길에 아름다운 풍광 나타나면 늘 문자보내주는...
그 문자들 떼 먹는것 미안해서...."문자잘"로 아이디를 바꿀까요?

사람사는 동네를 다녀온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점점.... 퍼져나가고 있군요. 그 향기가...

사실, 좀 오래 기다린편이예요. 승호의 취향이 나타날 때까지....

이렇게 계속 " 감수성 훈련 "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게... 잘 살아야겠어요.  내가 말이죠.  캄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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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05:07:17 *.142.204.124
앗, 승호가 댓글 달았넹 
생기가 되살아났나부다....추카추카

"자, 이 기운으로 계속 가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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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1.26 01:57:41 *.117.112.22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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