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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0일 20시 12분 등록

북리뷰 44 :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책: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1
원제: < Alchemist > Paulo Coelho. 1988

*** 작가에 대하여

 

Paulo Coelho는 1947년 8월 2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1954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회 학교에 입학했다. 작가의 꿈을 정한 것도 이때이며,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코엘료와 자식이 기술자가 되길 원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졌고, 코엘료가 강하게 반항하자 부모님은 이를 정신병으로 여겨 3차례에 걸쳐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1964년 처음으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1960년대 가수이자 작곡가 라울 세이삭스(Raul Seixase)에게 노래가사를 써준 것이 히트하면서 이어서 모두 60여곡의 가사를 써주게 된다. 1973년 라울과 함께 'Kring-ha'라는 만화잡지를 창간했는데, 군사정부가 이 만화를 전복적의도가 있다고 판단하여 2차례 수감되었으며 고문을 당한다. 그는 자신의 이전 정신병력을 열거하며 본인이 미쳤음을 믿게 하여 풀려났다.

 

1973년 감옥에서 나온 후 폴리그램 레코드사에 취직했으며, 1977년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후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던 그는 1986년,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 Pilgrimage: Diary of a Magus』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 책은 이후 120여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이어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악마와 미스 프랭> <11분> <오 자히르>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브라질에 ‘코엘료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 봄, 파울로 코엘료는 세계 문학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코엘료는 현재 유네스코의 ‘영적 집중과 상호 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특별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파울로 코엘료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코엘료 특유의 신비주의와 영적인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쓰기의 매력으로 인한 것 같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이 세상의 신비를 발견하려면 엄격한 논리와 놀라운 직관력을 하나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그토록 많은 대가들이 너무도 자주 강조했던 사실이다. 결론은 눈에 보이는 모습 뒤에 숨어있는 현실을 구분하려면 신성한 것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조셉 캠벨과 칼 구스타프 융과 명상수련을 통한 동양적 지혜가 신비한 융합을 일으켜 만든 연금술이다.

 

"자아의 신화를 살라"고. 평범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집시 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극적이며 험난한 여정은 '철학자의 돌'을 얻기까지 연금술사의 고로에서 진행되는 실제 연금술의 과정과 닮아 있어 신비와 감동을 더한다.

 

다음은 김태우의 블로그에서 옮겨왔다. 최근에 파울로 코엘료를 만난 이야기이니 작가를 이해하기 좋은 자료이다.

 2009년 1월 19일에 올린 글이다.

 

갑자기 일이 있어서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사람들과 연락을 하며 이쪽 바닥의 문화와 시장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신기한 일이다. 지난 번 파리에 왔을 때에는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아, 평생 파리에 언제 또 돌아오려나’ 했는데, 불과 3주만에 다시 파리에 돌아와 버젓이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번에 르 웹(Le Web) 컨퍼런스에서 정말로 재미있고 좋은 일들이 많았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즐거운 대화도 나누고, 많이 배우고, 파리 구경도 실컷하다 갔는데,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할 일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와의 만남이었다.

코엘료는 르 웹에 연사로 참석했다. 굉장히 궁금했다. 도대체 코엘료와 같은 인사가 인터넷/웹 컨퍼런스에 오는 것일까? 르웹 2008 주제가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또는 ‘연결성’이란 주제에 평소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그이기 때문에 웹의 본질에 대해서 논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가 스테이지에 올라서 들려준 이야기들은 “웹 2.0 빠”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하늘의 계시였다. 그는 2000명에 달하는 청중 앞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인터넷 시대에 저작권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책을 쓰는 그대로 인터넷에 공개해라. 더 많이 팔린다.

내 블로그를 통해서 나의 모습을 알리기 시작함으로서 나는 실제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하루에 독자들에게서 오는 메일을 평균 400건을 읽으며 그 중 상당 부분 답장을 쓴다.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은 오히려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책을 쓰는 것이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써 본 책 중에서 가장 지루했던 책은 바로 내가 호숫가 산장에 들어가서 혼자 쓴 책이었다. 반대로 가장 재미있고 깊이가 있는 책들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쓴 책이다.

 

현재 저작권법은 아직도 구시대의 모습대로 있다. 무엇인가 변해야 한다.

루익(Loic)과 그의 대화가 끝나고 그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다가갔다. 2007년에 환갑을 맞은 그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연금술사’와 같은 추앙을 받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5억부에 이르는 책이 팔리고 매번 60개 언어로 번역되어 나가는 그런 “지존급 인물”인 그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보기 드물게 접근성이 높았다. 결국 그는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두시간 정도를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보냈다.

 

나 역시 그렇게 그를 괴롭힌 사람 중 하나였다. 모, 그에게 다가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우선 (참으로 교만하게도) 수백만의 한국인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준 그에게 한국을 대표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참고로 코엘료는 한국의 미디어와는 거의 접촉이 전무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에 가수 루시드 폴과의 만남 정도가 전부라고 할까?) 그리고 내가 기독교인으로서 그의 철학 세계에 궁금해하던 것에 대한 질문을 몇 개 던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으며 (그의 구도자로서의 접근 방식과 전능자의 섭리에 대한 부분은 많이 동의하지만 죄와 보혈의 개념이 빠져있는 것은 많이 아쉽다), 또한 “블로거”로서 그를 만나본다는 것이 영광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는 참 멋있었다. 귀찮게구는 나와도 열심히 대화하고, 책도 싸인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자기 조수의 연락처까지도 직접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상대방의 말에 매우 진지했으며 단 한 번도 귀찮음을 내색하지 않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연결성. 신앙. 뉴에이지. 범신론. 신의 사랑. 보혈. 웹 2.0. 사람. 대화. 나눔. 비움. 내려놓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결국 모든 사람은 구도자다.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각자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는 연금술사 책에 있었던 여정보다는 천로역정에 있던 여정을 걷고 싶다. 혹자는 물론 이 두 길을 같은 것이라고도 하겠지만. ^^

그의 저서와 사진들은 코엘료의 홈 페이지와 블로그를 참고하면 된다.

 

www.paulocoelho.com
www.paulocoelhoblog.com

 


만약 그의 삶이 더욱 궁금해진 독자는 페드로 팔라오 폰스가 쓴 <연금술사의 비밀>이란 책을 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책의 내용이다.

서문 - 현대의 전통 혹은 20세기 말 전수적인 전통


파울로 코엘료의 일대기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파울로 코엘료가 주는 교훈
파울로 코엘료와 죽음
파울로 코엘료가 보여 준 직관
파울로 코엘료와의 대화

역자후기 - 언어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사용할 줄 아는 연금술사 J 에게


차례


1부
2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역자후기

1부

 

19. 양치기 산티아고가 양떼를 데리고 버려진 낡은 교회 앞에 다다랐을 때는 날이 저물고 있었다. 지붕은 무너진 지 오래였고, 성물보관소 자리에는 커다란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22. 양털을 좀 팔려고 하는데요.

가게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상인은 초저녁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산티아고는 가게 앞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배낭에서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

“양치기들도 책을 읽을 줄 아네요.”

칠흙같은 검은 머리에 옛 정복자들인 무어인을 연상케 하는 눈, 전형적인 안달루시아 지방 소녀였다.

24. 양치기들 또한, 선원이나 행상들처럼,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마을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었다. 그에겐 소녀가 사는 그곳이 그랬다. 혼자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즐거움조차 잊게 만드는 그런 곳.

30.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 가슴에 품어온 큰 꿈을 매일 실현하는 것, 바로 세상을 여행하는 일이 있었다.

31.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34. “꿈을 풀이해달라고 온 게지. 꿈이란 신의 말씀이지. 신이 이세상의 언어로 말했다면 나는 자네의 꿈을 풀어줄 수 있어. 그러나 만약 신이 자네 영혼의 언어로 말했다면 그건 오직 자네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다네. 하지만 어느 쪽이 됐건 복채는 내야 해.”

37.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현자들만이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있지. 자, 이제 난 손금 보는 법이나 연구해봐야겠어. 난 애당초 현자는 못되니까 말야.”

40.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현실로 끌어낼 방법이 없는 꿈속의 여인 같은 것이니 말이다.

46. “나는 살렘의 왕일세.”

“어째서 왕께서 양치기와 더불어 이야기 하십니까?”

“이유야 많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걸세.”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 그것은....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48.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51.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일세. 그건 바로 광명의 전사들이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지.”

 

56.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 말고는.

 

58.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네. 신께서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 주셨다네. 자네는 신이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59. “우림과 툼밈이라네. 검은 것은‘예’를 뜻하고 하얀 것은 ‘아니오’를 뜻하지.”

 

73.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 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75. “표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따르는 법을 배우게.”

 

76.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83. ‘사람들은 표지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군. 하지만 자기들이 하는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아. 나 자신, 그 오랜 세월동안 양들과 무언의 언어로 말해왔다는 걸 잘 몰랐던 것처럼 말이야.’

 


2부

 

89. 산티아고가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한 지 한달 가까이 지났다. 상점일은 그다지 즐겁지 못했다. 상점 주인은 물건을 조심해서 다루라느니, 하나라도 깨뜨리면 안 된다느니 하루 종일 계산대 뒤에서 잔소리를 해댔다.

 

90. “그걸 ’은혜의 섭리‘ 라고 부르지.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야. 그런 행운이 따르는 건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일세.”

 

92. “제 양들을 더 빨리 찾기 위해서 입니다. 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은혜의 섭리라고 하기도 하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97.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107. 물론 양들은 그에게 중요한 다른 한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잇는 어떤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바로 그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가게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건 사랑, 열정, 무언가를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의 언어였다.

 

112.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표지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삶과 공부는 오직 우주의 유일한 언어를 찾는데 바쳐져왔다.

 

처음에 그는 에스페란토에 빠졌고, 그 다음엔 종교, 그리고 마지막엔 연금술에 심취했다. 덕분에 그는 에스페란토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고, 많은 종교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러나 아직 연금술사가 되지는 못했다.

 

113. 연금술사들이란 이상한 사람들이어서, 자기자신의 일에만 몰두할 뿐 남을 도와주는 것을 싫어했다.

 어쩌면 그들이 ‘철학자의 돌’이라고 부르는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토록 침묵으로 일관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부친의 유산을 거의 '철학자의 돌‘을 찾는데 쏟아 부었다. 전 세계의 유수한 도서관이란 도서관은 다 찾아다녔고, 연금술에 관한 중요하고 귀한 책들을 사 모았다. 그 책들 중 하나에서 유명한 아랍인 연금술사가 유럽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에 따르면 그 연금술사는 나이가 이백 살이 넘었고, ’철학자의 돌‘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파이윰의 오아시스에 산다네.“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는 나이가 이백 살이고 어떤 금속이든 금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더군.”

 

영국인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중요한 책 몇권만 챙겨 길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이곳, 가축 우리같은 창고에서 대상들이 여행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117. “우림과 툼밈이군!”

“그건 그리 대단한 물건이 아냐. 그저 크리스탈일 뿐이지. 이 지구상에는 수백만 개의 크리스탈이 있어. 하지만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우림과 툼밈이지. 난 이쪽 세상에도 그것들이 존재하는 줄은 몰랐는데.”

 

122. “내가 이 대상의 인솔자요.”

“함께 가는 모든 사람들의 생사는 내 책임이고 그에 따른 모든 권한도 내게 있소. 사막이란 변덕스러운 여인네 같아서, 때로는 사람을 미치게 하기 때문이오.”

 

124. 그때 대상의 무리가 출발했다. 영국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게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어 있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로 그 사슬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탈 상인을 만나게 하고...그리고...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 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126. “난 이 사막을 벌써 여러 번 건넜다오.”
어느 날 밤, 한 낙타몰이 꾼이 산티아고에게 말했다.

 

“사막은 너무나 거대하고 지평선은 너무 멀리 보여요. 사람들은 자신이 미미한 존재란 걸 느끼게 된다오. 그래서 오래도록 침묵하게 되는 거요.”

산티아고는 사막이 처음이었지만 낙타몰이꾼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 그 역시 바다나 불꽃을 바라볼 때면 그 광대한 알 수 없는 힘에 몰입되어 침묵 속에 잠겨있곤 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난 양들에게 배웠고 크리스탈에게도 배웠지. 사막으로부터도 배울 수있을 거야. 사막에는 시간의 힘과 그로부터 솟아나는 지혜가 느껴져.”

 

127.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예감으로 인해 약간의 동요를 느꼈다. 어쩌면 그는 지금 모든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를 알게 하는 우주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130.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

 

132. “한번 사막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다시는 돌아나갈 수 없지요. 되돌아가지 못할 바에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만 생각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알라의 손에 달려있어요. 위험까지도 포함해서 말이오.”

 

134. “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만물의 정기’라고 부르지.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힘이지.”

 

영국인은 그 정기가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광물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그저 단순한 생각이든 모두 정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136. 그는 연금술에 관한 가장 중요한 텍스트가 단 몇 줄의 글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도 에메랄드 하나에 새겨져 잇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게 바로 ‘에메랄드 판’이라는 거지.”

 

137. 연금술사들은 어떤 금속을 아주 오랜 세월동안 가공하면 그 금속 특유의 물질적 특성은 전부 발산되어 버리고 그 자리에는 오직 만물의 정기만이 남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들은 이 최종 물질이 모든 사물들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언어이므로, 이 물질을 통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발견한 물질을 ‘위대한 업’ 이라고 불렀다.

 

138. “‘철학자의 돌을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연금술사들은 금속을 정제하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몇 년을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어. 불꽃을 바라보는 동안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세상의 모든 헛된 잡념들이 조금씩 사라졌지. 그리고는 금속을 정제하면서 결국 그들 자신이 정화되었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것이지.”

 

139. “게다가 ‘철학자의 돌’에는 아주 신비한 능력이 있어. 아주 작은 조각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의 금속을 금으로 변하게 할 수 있지.”

 

그가 읽은 책에는 마침내 많은 성공한 연금술사들, 이를테면 엘베티우스, 엘리아스, 훌카내리, 제베르 같은 이들의 삶이 씌여져 있었다. 그들의 삶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아의 신화’를 끝까지 살아낸 사람들이었다. 떠돌아다니다가 현자들을 만났고, 기적을 믿지않는 사람들 앞에서 기적을 행했고, 마침내는 ‘철학자의 돌’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왜 그토록 이해하기 어렵게 씌어 있는 걸까요?”

 

140. “그건 자기가 아는 것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 참을 줄 아는 사람만이, 끈기있게 연구한 사람만이 ‘위대한 업’을 이룰 수 있지. 그게 바로 내가 이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정확하게 말하면 , 암호를 풀 수 잇게 도와줄 진정한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해서야.“

 

 

142.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165. 내 남자 역시 모래언덕을 움직이는 바람처럼 자유로이 길을 가기 원해요. 구름 속에서, 짐승들에게서, 샘 줄기 속에서 내 남자를 볼 수 있길 원해요.“

파티마의 이 말은 청년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171.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여 있다네.”

 

183.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190. “병사가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듯 그대도 쉬게.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길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193. “생명은 생명을 부르는 법” 연금술사가 대답했다.

 

194. 산티아고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뱀은 미친듯이 꿈틀대며 쉬이익 쉬이익 날카로운 소리로 사막의 적막을 깨뜨렸다. 몇 분 내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독사 킹코브라였다.

 

197. 그대를 오아시스에 머물게 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대 자신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럴 즈음,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이 영원히 땅속에 묻혀버렸다는 걸 알려줄 것이네.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199. 산티아고는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동트기 두어시간 전에 그는 같은 천막 안에서 자고 있던 아랍인 소년을 깨워 파티마가 사는 곳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200. “난 떠납니다. 내가 다시 돌아오리리는 걸 믿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대를 사랑한 것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 뿐, 사랑에 이유는 없어요.”

 

203. “그대 뒤에 두고 온 거들을 생각지 말게. 모든 것은 만물의 정기속에 새겨져 영원히 거기 머물테니.”

 

205. “이제 그대의 여행도 곧 끝날 것이네. 자아의 신화를 좇아 여기까지 온 것을 축하하네.”

“스승님께서는 줄곧 아무 말씀이 없으시군요. 저는 스승님께서 제게 가르침을 주실 걸로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사막을 건널 때, 연금술에 관한 책을 갖고 있는 사람과 동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배움에는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네. 그대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여행을 통해 다 배우지 않았나. 이제 남은 건 한 가지 뿐이지.”

 

206. “그들은 단지 금만을 구했네. 자아의 신화, 그 보물에만 집착했을 뿐 자아의 신화를 몸소 살아 내려고는 하지 않았어. ”

 

“나는 연금술사이기 때문에 연금술사일 뿐이네. 난 내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연금술을 배웠고, 내 아버지의 아버지는 다시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이렇게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네. 그 시절 ‘위대한 업’은 에메랄드에 단순 명료하게 기록될 수 잇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단순한 것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책을 쓰며 해석학이나 철학 연구로 나아갔지. 그러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길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시작했네.”

 

208. “하지만 그대는 지금 사막에 있으니, 차라리 사막 속에 깊이 잠겨보게. 사막이 그대에게 깨달음을 줄 걸세.”

“사막 속으로 깊이 잠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 갈 것이니.”

 

212.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내 마음은 고통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213.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214.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거죠?” 그는 연금술사에게 물었다.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그날부터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엇다. 그는 마음에게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꿈에서 멀어지려 하면, 자신을 가슴속에 꽉 붙잡아두고 경적의 신호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신호가 들릴 때마다 꿈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216.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 이라는.

 

221.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의 강렬한 눈빛에 매혹되어 그 눈싸움을 쭉 지켜보았다.

“눈 빛으로 그들의 기를 꺾으셨군요.”
“눈은 영혼의 힘을 보여주지.”

 

 

222. “모든 우주 만물은 진화한다네. 현자들에게 금이란 가장 진화한 현태의 금속이지.”

 

223. “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나는 알고 있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 박힌채 자신들도 마치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지. 그래서 발견해낸 게 ‘철학자의 돌’이야. 어떤 한가지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에 있던 모든 것들도 더불어 진화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걸세.”

 

224. “바다는 언제나 그 소라껍질 속에 있네. 그게 바로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걸세. 이 사막이 또다시 파도로 뒤덮일 때가지 말일세.”

 

228. “저들이 그대의 두려움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네. 용감한 전사들이라 겁쟁이는 아주 경멸한다네.”

 

229. “그대의 금화가 그대에게 사흘의 시간을 준 것이네. 돈으로 죽음을 미룰 수 있는 경우는 흔치않아.”

그러나 그는 너무도 겁에 질려 있어 지혜의 경구 같은 것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해야 바람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연금술사가 아니었다.

 

“그대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지 말게. 그것은 그대가 그대의 마음과 대화하는 걸 방해만 할 뿐이니.”

 

230. “그대 자아의 신화를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지. 자아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죽음에 이르렀던 무수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네. 정녕 걱정하지 말게. 대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생명을 더욱 돌아보게 만드는 법이니.”

 

231. “연금술이란, 절대적인 영적 세계를 물질 세계와 맞닿게 하는 것일 뿐이지.”

 

235. 바람은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태어나는 곳도 사멸하는 곳도 없이 바람은 그저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도와줘, 바람아. 언젠가 너를 통해 내 사랑하는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어.’
그는 바람에게 말했다.

 

241.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 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243. 산티아고는 천지만물을 기록한 그 손을 향해 돌아섰다. 그 순간 그는 온 우주가 침묵속에 잠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절대 고요 속에 자신을 내맡겼다.

사랑의 격류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쳤다. 그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그것은 이제껏 한번 도 해 본적이 없는 기도였다.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245. 진정한 제자를 만난 기쁨이 연금술사의 것이라면, 신의 영광을 알고 있는 젊은이를 만난 기쁨은 사령관의 것이었다.

 

248. “이것은 내 자아의 신화이지, 그대 자아의 신화가 아닐세. 난 그저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했을 뿐이네.”

 

249. “나는 미신을 잘 믿는 늙은 아랍인일세. 내가 믿고 있는 이 땅의 속담이 있지.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잇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255. ‘네가 울음을 터뜨리게 될 장소를 그냥 지나치지 마. 그 자리가 바로 내가 잇는 곳이고, 네 보물이 있는 곳이니까.’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자아의 신화를 믿게되고, 늙은 왕, 크리스탈 상인, 영국인,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은 결코 자아의 신화와 결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사막의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256. 산티아고 역시 자아의 신화를 찾아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고, 그가 꿈꾸던 모든 삶을 살았다.

 

258. 그들은 땅을 더 파라고 위협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화풀이라도 하듯 그를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에 희미한 여명이 번져오고 있었다. 옷은 갈가리 찢겨누더기가 되었고, 그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260. 피라미드는 그를 향해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고, 그 역시 피라미드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솟아오르는 기쁨으로 가슴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에필로그

 

266. 아주 살며시 다가와 그의 입술에 내려앉는 부드러운 입맞춤.

“파티마, 기다려요. 이제 그대에게 달려 가겠소.”



*** 내가 저자라면

 

파울로 코엘료의 이름과 <연금술사>라는 책은 너무나 유명해서 나는 미처 이 책을 읽지 않고도 마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융과 연금술>이라는 창조놀이를 생각해내고는 보물 상자를 찾으려고 열심히 땅을 파다보니 이 책이 흙 묻은 손가락 끝에 딸려 나왔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다 이해 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것들을 그가 쉬운 말로 풀어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이 글을 한달음에 써 내려갔을 것이다. 그러니 생각도 유장하게 흐르고 말은 유창하게 흘러 나왔다. 구구절절 맞장구를 치며 책을 읽어 내려가는 기쁨이라니...마치 내 생애 봄날을 맞은 것 같았다.

 

제주 올레를 다녀왔다. 겨울 같지 않은 화창한 날씨에 화산석 사이로 옥빛 바닷물이 출렁대고 나는 몸을 가볍게 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어린 친구와 말을 나누며 걷기도 하고 혼자 천천히 걷기도 했다. 마지막 날은 갑자기 눈보라가 휘날리고 바람이 드세어져서 그냥 방안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다가, 이 제주 바당과 제주 바람의 맛을 이미 책에서 읽어 알고 있기에 머플러로 얼굴을 감싸고 길을 나섰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바닷가에서 나는 쓸쓸하다기보다는 천년이 넘은 어떤 원시적인 시간에 돌아온 것 같았고 마침내 고향땅에 이르른 것 같았다. 참 이상도 하지? 어쩌면 이런 폭풍의 순간에 그런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을까?

 

파울료 코엘료는 작가가 되려는 그의 소망을 반대하는 부모의 힘에 짓눌려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아픔을 겪었다. 군사 독재에 항거하다가 고문과 감옥도 겪었다. 시적 감수성이 이끄는 데로 히피가 되어보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의 주변부 일이 직업이던 시절도 있었다. 1986년 어느 날 그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걷고 <순례자의 길>을 발간했다. 첫 번째 책이었다. 그리고 다음해에 <연금술사>를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으로 그는 밀리언 셀러의 작가가 되었으며 이후 발표하는 책마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연금술사>의 작가후기에서 젊은 날 그가 연금술에 심취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명을 오래 연장시켜 줄 불로장생의 묘약을 얻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단다. 70년대 초는 사회적 격변의 시기였다. 만만찮은 책값을 치르고 어렵게 구한 책들을 원서로 읽어냈다. 분주히 뛰어 다녔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는 나날을 보냈다. 책에는 용, 사자, 태양, 달, 수은 들에 대한 끝없는 상징들에 대해서 써놓았을 뿐, 어디에도 그 상징에 대한 명쾌한 해석은 없었다. 1973년 주정부의 부탁으로 연극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에메랄드 판‘을 테마로 한 실험연극을 시도했다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단다. 그리고 6년간 지독한 회의에 시달리던 영혼의 유배기를 겪고 나서 마침내 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1981년 그의 운명의 길을 찾게 해준 스승  람을 만났다. 혹독한 정신 감응 훈련을 마친날 저녁에 스승에게 물었다. 연금술의 언어가 그토록 모호하고 어려운 이유를.... 그리고 스승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또는 칼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자아의 신화, 그리고 그 단순함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신의 표지들도 알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코엘료는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산티아고 길을 자주 방문한단다. 특히 멀리 언덕위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졸듯이 엎드려 있는 ‘시라쿠이’라는 마을을 좋아해서 일년에 한 두번을 꼭 들르기에 마을에 방문객도 늘고 손님도 많아졌다면서 마을사람들이 즐거워한단다. 그곳에서 2006년 산티아고 길을 걷던 서명숙은 코엘료와 대담을 하고 방송을 탔고 그 길에서 영감을 얻어 서명숙은 그녀의 고향 제주도에 제주 올레를 만들었다,  나는 일을 하다가  생각이 막히면 불쑥 튀어 일어나 바다를 건너가서 올레 길을 걷다가 돌아오고는 한다. 그러니 <순례자의 길>과 <연금술사>는 걸으면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융합하여 '도미노 까미노'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도미노 까미노” 라니? 내가 방금 만든 말이다. 길 위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표현하는 말이다.

 

연금술과의 만남은 칼 구스타프 융의 내적 체험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는 20년 가까이 그의 내적 체험을 관찰 기록하며 무의식의 가설을 세웠었는데 연금술에 관한 그노시스 학파의 저술을 연구하다가 이미지들의 해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융은 고대 문헌을 연구해 나감으로써 그가 진료실에서 수집한 환상 이미지의 세계와 경험자료, 그리고 거기에서 도출된 결론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고 했다. 융의 <심리학과 연금술>이리는 책은 다음 기회에 다시 말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술사>는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꿈의 근원을 말하는 깊이와 무게가 있는 책이다. 저자가 어떤 깊은 내적 체험이 없다면 결코 이런 글을 쓸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과 이런 수준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글이 되려면 메시지가 시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내가 만일 저자가 되어 연금술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우선 나는 연금술사를 찾아 사막으로 들어가야 하고 10년- 20년을 한결같이 실험을 하고 관찰 기록을 하고 숱한 하얀 밤들을 지새워야  할 것 같다. 도서관에서 ‘연금술’을 검색어로 자료를 찾으면 이 ‘연금술’이란 단어만 차용해다 쓴 책이 검색 결과의 50%는 차지하고 있다.  당대에는 결코 빛을 보지 못했을 , 뿐만 아니라 현세에도 결코 그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숱한 연금술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과 무지와 후회들이 아마 이 단어의 역사에 담겨 있을텐데....우리는 너무 쉽게 이 단어 하나만을 말하고 끝을 내고 만다. 아무도 힘든 길을 더 나아가보려는 꿈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결국 금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맞는다 하더라도  “젊은 날의 모험은 해볼 만한 것이다”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이다. 다행히 산티아고는 연인도 만나고 황금 보물도 얻게된다. 좀 밋밋한 결론이다. 그러기에 소설은 뒷부분의 결론을 독자가 마음대로 써보는 것이 아주 훌륭한 상상력 연습이 될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이 연금술을 주제로 내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책의 구성이 1부와  2부로 단순하게 나누인 것도 좋고 책이 두껍지 않은 것도 좋고, 어느 문장하나 버릴 것이 없는 것도 좋다. 다만 유명세로 인해 진지한 만남을 지연시키는 그런 유아적 고집을 이젠 그만 접고 인구에 회자되는 책을 쓰는 작가를 진심으로 존중하도록 해야겠다. 대단한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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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0.02.21 10:43:04 *.160.33.180

오호, 좌샘이 이 책에 이리 반할 줄은 몰랐습니다.  책에 모두 밑 줄을 그었군요. 
난 따리파 Tarifa 에서 한 나절을 있었지요.   양치기 소년이 늙은 왕을 만났던 그 곳말입니다. 
아주 작은 마을의 성당은 참 크기도 하더만.  거긴엔 블랙 마리아와 검은 예수가 모셔져 있었다오
검은 예수가 내게 계시를 주었습니다.   나도 그곳에서 표지를 보았다오.
그리고 살렘의 왕 멜키세덱과 같은  아주 친절한 노인을 하나 만났다오.  그 노인은 골목에서 식품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거기서 안토니 포도주 한병과 치즈와 두 종류의 살라미를 샀답니다.    그건  지브랄타 해협을 건너 탕헤르까지 가는  선상 파티를 위한 준비였지요.   그는 나를 축복해 주었오.  그리고 말합디다.    좌샘에게 친절하게 잘해주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지요.  우리들은 곧 함께 졸업 여행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노인이  다 미리 쓰여있다고 그럽디다.   마크툽.

웃기는 일이었지요.   따리파와 탕헤르 사이에는 배가 다니는데, 연금술사에는 두시간이 걸린다 하지 않던가요 ?  그런데 이번에 가서 보니  35분 걸린다고 쓰여 있더군요.  그러나 실제로는 1 시간이 걸렸답니다.  그동안 배가 빨라졌더군요.   나는 배 안에서 치즈와 살림를 안주로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로 갔지요.  내 인생 최초의 아프리카 땅 탕헤르는  눈감으면 코베가는 그런데로 보였지요.  산티아고가 양 판 돈을 다 털린 곳 말입니다.  그리고 1년동안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한 그곳에 나는 도착했습니다.   산티아고는 이집트로 가지만 나는 카사브랑카로 가기 위해서 탕헤르에서 꾸스꾸스를 먹고 있었지요.  아프리카의 냄새가 초원의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릅디다.  

  좌샘이 또 스피노자를 읽고 싶다 했는데,  그가 늘 주장하는 것이 바로 마크툽 이지요.  
"일어 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미래는 과거와 같이  변함이 없이 고정되어 있다"     마크툽 !   
좌샘은  이제 일어나 안달루시아를 한 번 훼 다녀오시구려.   좋으면  그곳 어딘가에 전입신고를 하고
한 몇년 사셔도 좋겠더이다.   그대의 보물이 묻혀있는 곳에서. 

따리파
따리파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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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2.22 22:18:58 *.142.204.124
사랑하는 선생님,
세렌디피티 여행기는 정말 아름다워요.
아침에 글을 읽고 감동의 물결이 밀려와서.... 진정하느라 힘들었어요.  ㅎㅎ

특히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는   "좌샘에게 친절하게 잘해주라고..." 
어쩜 그렇게 고운 말을 할 수 있는지.요.....
아무래도  멜키세덱에게 십일조를 드려야할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정말 사랑이 많은 분이셔요.
이미 충분히 잘 해주셨는데... 더 잘해주실까봐...겁이나서 죽겠습니다.  마크툽.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졸업 여행가서  말 잘들을게요....>  불확이 버젼, 오기 버젼 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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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09:41:05 *.67.223.154
아무래도 이 시는 여기에 정리해두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상중 선생의  "청춘을 읽는다"  에서 알게된 보들레르의 詩 입니다
그는 이 시를 읽고 고향인 구마모토를 떠나 토쿄로 움직여 나아갔다고 합니다. .

<여행으로의 초대>

아이야, 누이야,
꿈꾸어 보렴
거기 가서 함께 살 감미로움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으리
그대 닮은 그 고장에서!
그곳 흐린하늘에
젖은 태양이
내 마음엔 그토록 신비로운
매력을 지녀
눈물 통해 반짝이는
변덕스런 그대 눈 같아.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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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잘
2010.07.01 11:58:52 *.67.223.154
사백클릭을 기념하여
굶으려했던 점심밥을 잘 챙겨먹어야겠습니다.

사백 손가락과 소통을 이룬 기적이지요. 마크툽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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