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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03시 40분 등록

식객

허영만 지음/ 김영사 (2007)

 

저자 소개

전남 여수에서 출생하였다.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며 공식 데뷔한다. 이후 30년동안 쉴틈없이 문제작들을 발표하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각시탈>,<무당거미> 등은 초기의 대표작으로 허영만이라는 이름 석 자를 만화판에 널리 알렸다. 80년대를 지나면서 진지한 사회참여적 성격을 띤 <>을 비롯, 이데올로기 만화 <! 한강>을 발표하는데, 이들의 대중적 성공은 일반 상업매체로서 한정되었던 만화의 소제와 주제의식을 폭넓게 확장시켜 준 뛰어난 전범이 되었다. 90년대 사회의 단면을 만화적 시각으로 조망한 <아스팔트의 사나이>, <비트>, <미스터 Q>, <오늘은 마요일> <짜장면>등을 통해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변모를 거쳐 여전히 대가로서의 위치를 각인시켰다.  일부는 영화의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사오정 시리즈를 유행시킨 <날아라 슈퍼보드>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방송사상 최초로 시청률1위에 오른다. 그후 신문 연재만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사랑해> <타짜>등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만화가 사회에 얼마나 큰 스펙트럼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책 <식객> 2년간이 취재와 준비 끝에 탄생하였으며 한국적인 요리만화의 새로운 경지를 감동적으로 개척해 내었다. 조용하지만 거대한 행보를 이어온 그의 작업은 지금도 30년 전과 다름없이 현재진행형이다. 그를 한국인이 열렬히 좋아하는 만화가 중 한 사람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고 김영사는 소개한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들어온 글 귀

 

p1-8 변하지 않는 맛이 무얼까 하니 ..

맛과 인생이 똑 같은 희비애환으로 버무려져 있는데

 

p1-12 결국 고향의 맛이란 어머니의 맛이고, 그것이 맛의 시작에요. 우리는 늘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거구요

 

최고의 맛이라는 게 있을까요?

글쎄요,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라고 생각합니다.

 

p1-13 한웅큼 손에 쥐고서 씹어먹었던 쫀득쫀득한 생쌀 맛을 아십니까? 올게쌀

 

오랜 세월에도 벼하지 않는 맛 때문에 찾아가는 단골집은 있으신가요?

 

p1-58 올게쌀은 추수를 허기 전에 약간 덜 익은 벼를 베서 털어갖고 가마솥에 넣고 져야허는디, 가마솥에 물을 많이 부으믄 퍼져서 터져뿔고, 물은 적게 부으믄 나락이 타뿔고 적당히 부어서 푹 쪄갖고 바짝 말려 방아쪄서 묵는 겅께 얼마나 성가시다고.

 

p1-77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을 최초의 맛으로 기억한다. 첫사랑이 그렇고 첫날밤이 그렇듯 처음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깊은 상흔처럼 세월 속에서도 결코 희미해지는 법이 없다. 기억은 오히려 선명해지고 향수는 깊어만 간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에게는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매는 질긴 습성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년의 밥상에 올랐던 소박한 찬을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떠올리는 것은 그리움에 다름 아니다. 남루하고 고단한 삶이어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함부로 좌절할 수 없듯 그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고 영원한 그리움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p1-100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정성과 수고 없이는 완성되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창조란 요리가 아닐까 섭식하기 때문에 사람은 살고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 늘 호흡하기에 산소의 소중함을 모르듯 늘 먹기 때문에 우리는 음식의 귀중함을 잊고 산다. 그런 음식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생명에 대한 사랑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말이다.

 

음식을 나누는 일은 정을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값진 선물도 직접 만든 음식보다 귀하지 않다. 그것은 돈으로 살수 없는 시간과 정성이 깃든 선물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으로 환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p1-128  때를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필요하다.

가을에 나온 전어가 아니라면 그것은 전어가 아니다. 마치 전어가 되지 못한 것이거나 전어 이후의 무엇이다. 그러니 가을 전어가 아니면 전어를 먹었다고 말하지 말자. 모든 먹거리는 제일 맛있을 때가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가장 사람다운 때, 완벽하게 자아실현이 될 시기이다.

 

우리에게는 제철 수확으로 모든 먹거리들이 자신의 존재가 가장 빛날 때 세상에 나오도록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먹는 일에도 시기가 있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때를 놓쳐서도 안 된다. 그것이 순리이고, 순리란 자연이다.  온실 재배나 양식을 통해 억지로 키운 식품은 이미 본질을 잃은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식물이라 해도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자라야 한다.

때를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p1-176 향가가 없는 것은 우리를 매혹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규격화되고 표준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요즘이다.

가치관도 취향도, 심지어 꿈과 목표까지도 모두 비슷비슷해져 가는 것 같다.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물자와 정보, 엇비슷한 화경과 조건 속에서 우리는 점점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지방, 어느 식당에 가도 더 이상 그곳의 독특한 맛을 찾을 수가 없다.  전라도 음식은 전라도 음식다워야 하고 경상도 음식은 경상도 음식다워야 한다.

 

존재의 향기는 시간의 깊이에 비례한다.

새것은 청결하고 반듯하기는 하겠으나 역사의 자취가 없다. 향기가 없다.

향기가 없는 것은 우리를 매혹하지 못한다. 

500년의 슬픈 고도 서울처럼, 우리 음식이 향기를 잃을까 걱정이다.

 

p1-224  진정 행복한 식객이 되고 싶다.

찬은 밥을 위해 있는 것이다. 주인공이자 마스터이며 우두머리는 어디까지나 밥이다. 밥이 맛있으면 간장 한 종지, 김치 한 보시기의 찬도 너무 많다. 찬이 필요 없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식객이 아닐까?

 

지은 지 오래되어 변색의 기미가 보이고 살짝 냄새까지 풍기는 밥에 가짓수 많고 요란한 찬이 오른 밥상을 대할 때면 나는 주객이 전도되었다 는 말을 실감하는 것이다.

그 밥상에서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고 현상이 본질을 호도하는 세상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면 넌센스인가.

이젠 주인을 주인 대접해 주자, 잊고 있던 진짜의 가치를 찾아주자. 제발 제대로 지은 밥을 먹자 정말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진정 행복한 식객이 되고 싶다.

 

p2-49 세계적인 퓨전음식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음식이다. 의정부의 부대찌개 상인 연합이 의정부찌개로 이름을 바꾼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백지 위에 반듯한 선을 다시 긋듯 생채기를 지우고 새살로 태어나려는 노력이겠다.

 

무대찌개를 생각하면 우리의 슬픈 현대사가 함께 떠오른다. 

전쟁의 혼돈 속에서 모두가 춥고 배고팠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햄으로 찌개를 끓여 먹으며 허기를 달랬던 우리들의 서글픈 얼굴이,

 

그러나 5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부대찌개는 어느덧 가장 한국적인 음식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앗다. 그것이 한국인의 힘이 아닐까

전쟁의 폐허위에 우리는 장미 한 송이를 가꾸었다. 그것은 절망 속에 핀 꽃이었고 고통을 딛독 뻗어나는 푸른 줄기었다. 재건에의 의지는 굴하지 않는 희망이었고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다.

 

p2-84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처럼 밥상에 오르는 정성

음식은 정성이고 사랑이다. 성의가 부족한 음식은 아무리 맛이 좋을지라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슬픈 것이다.

반면 정성스러운 음식은 아무리 맛이 없을지라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 성의, 그 사랑을 배반하려는 악의가 아니라면 맛없다는 푸념을 어떻게 하겠는가

 

김치를 담그는 일은 무엇보다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한 끼에 그치는 찬이 아니라 한 철 내내 밥상에 오르는 주식과 같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처럼 항상 밥상에 오르는 김치 나는 김치를 사랑한다.

 

p2-219 그들의 철학은 정직이다.

음식점을 찾아다니다 보면 요리사나 주인의 도저한 장신정신을 엿보고 감동할 때가 있다. 그들은 창조적인 예술가이자 철저한 프로폐셔널로서 자신의 업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다. 누구라도 그들을 존경할 것이다.

모든 장인은 솜씨와 더불어 철학을 갖고 있다. 요리의 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설령 아들에게조차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이라 해도,  그들의 철학은 우선 정직이다. 작은 이익을 위해 재료를 속이지 않으며, 편리한 인공조미료로 맛을 속이지 않는다.

요리의 장인들이 있기에 미식가는 행복하다.

 

p2-250~261  사형수의 면회

(사형수)

교도관들은 사형집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면회라고 말한다.

뛰는 심장은 주체할 수 없다. 날씨가 꾸무레하더니 이대로 가는구나.

면회장은 왼쪽, 사형장은 오른쪽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른쪽으로 꺾으면. ( 덜덜덜)

 

사형장 가는 길!

!

헉헉헉!  왼쪽 면회장 쪽이다.!

내일 오전까지는 살 수 있다!

(면회신청자)

지난 번에 신부님하고 같이 왔었지요. 안녕하세요?

(사형수)

. 안녕하냐고?  니가 나를 차찾는 바람에 시.십 년 감수했다. 이새끼야!

., 나를 왜 찾았냐? . 니가 아부지냐? 삼춘이냐?...뭐냐?

(면회신청자-성찬)

이거 전해 드리려구요

(사형수)

이건 뭐,,,뭐시여?  

(면회신청자-성찬)

먹을 겁니다.

(사형수)

씨발놈! 묵을 것 준다고 사사람을 부 불러내냐!

교도소에서 주는 밥도 소소화 못 시키는디 뭘 또 묵어!  .니나 묵어.. 씨발놈아!

()

(교도관)

다른 빨간 딱지(사형수)는 얌전한데 저놈 혼자만 저렇게.

(면회자-성찬)

교도관님,  이거

(교도관)

아 그냥 들고 가세요 우리는 필요없어요.

(면회자-성찬)

그게 아니고 이걸 1388번 방에 좀 전해 주세요

(교도관)

원래 독방은 면회도 안 되고 사식도 줄 수 없는데 이거

(면회자-성찬)

꼭 좀 부탁합니다.

(사형수)

(발소리)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 기분 나쁜 발소리!

(발소리)

내 방문 앞에서 머 멈췄다.!

(배식구열리는 소리) 덜컹

(교도관)

사식이다!  (! - 사식 놓는 소리)

(사형수)

씨발  필요없당께ㅣ 자꾸 지지랄여!

(교도관)

생판 남남인데 1388 번 주려고 가져온 성의를 봐서 맛이라도 봐!  (- 배식구닫는 소리)

(사형수)

.

(지문)

밤이 싫다. 어둠이 싫다. 어둠과 외로움이 겹치는 건 더욱 싫다.

잠이 깊이 들리가 없다.

날이 밝으면 좀 나은 편이지만 독방의 밤은 길기만 하다.

4시쯤 되었을까

지친 몸뚱아리는 여전히

헤어날 가망이 없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다.

죽으면 달라질까

죽어서도 이 어두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나는 자옥에 떨어진 게다.

 

서서히 어떤 느낌이 다가온다.

 

석회동굴 깊은 곳

랱턴을 끄고

호흡을 멈추고

규칙적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죽음을 가깝게 느꼈던

그때처럼

 

잠깐 잠들었다.

눈을 떴는데

사식이 코앞에 있다.

배가 고픈데

뭘까?

 

그것은 삶은 고구마와 동치미였다.

유치하고 째째한 놈!

이런 걸 넣어주는 놈이 있다니

(-고구마를 절반 부러뜨리는 소리)

(후루룩- 동치미 사발째 들이키는 소리)

(지문)

갑자기 어머니 집 부엌의 가마 솓이 생각났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삶은 고구마가 생각났다.

(누군가 고구마를 든 그릇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내민다)

(사형수)

누구 누구여.

(어머니의 환상)

(사형수 눈물을 흘리며)

……

 

p2-263~267

(목사님)

세례를 끝내고 교도관과 사형자엥 도착하자 급히 이걸 썼답니다.

고구마를 담았던 그릇과 함께 성찬 씨에게 전해 달라면서

(편지)

나는 당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어제 당신의 성의를 무시한 것

용서해줘요

나는 지금까지 내 옆에  

누가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없이 살아 왔습니다.

 

태어날 때도 혼자 였고

길을 가면서도, 식사를 하면서도

정원의 나무를 자르면서도

외로움을 떨친 적이 없답니다.

 

사형언도를 받고 죽으면 저승에서도

여전히 혼자일거라는 생각에

몸서리치게 두려웠습니다.

 

이럴 때 당신이 준 삶은 고구마가

어둠 속에서 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5살적, 매일 4시간을 걸어어가서

어머니 집 부엌의 고구마를 훔쳐 먹었는데

이제보니 그것은 훔쳐 먹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이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놓은 선물이었습니다.

식지 않게 솥 안에 넣어서

급히 먹을 때 목에 걸리지 말라고

동치미 한 그릇까지

매일 준비해 놓고 일 나간겁니다.

 

어머니는 저녘에 돌아와서

고구마 그릇이 비어진 걸 보고

기뻐했을 겁니다.

 

당신이 준 고구마를 먹을 때

나를 버리고 도망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원망스럽고 원망스러워서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던 얼굴이 보였습니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하늘 나라에 가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 뒤 높낮이를 구별할 수 없던 어둠은

고구마가 걷어 갔습니다.

곧 어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형장 가는 길 옆은 겨울 꽃이

피어있을 겁니다.

 

p2-268 음식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있다.

게시판 여기저기서 그 사형수의 얘기가 실화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많았으나 그 얘기는 실화가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다만 우리 모두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주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터이고 그 음식에는 항상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있을 터이다.

사형수가 고구마를 먹고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세상과의 마지막 이별을 순수하고 깨끗하게 해냈듯 우리 모두 음식과 더불어 옛향수를 그리며 가끔 인생의 고달픔이나 삶의 애환에 대한 위로를 받는 것이다.

 

p2-269 말로 하기란 쉽지만 독자들에게 그림으로 다가간다는 건 어렵다.

 

p2-270 사랑만이 따뜻한 피를 돌게 한다.

아무리 몹쓸 악한이라 해도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이었던 건 아니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 풀 길 없는 한이 단단한 각질로 쌓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가장 깊은 곳에는 보통사람과 같은 따뜻한 피가 고여 있다.

사랑만이 그의 굳은살 밑에 고여 있는 따뜻한 피를 돌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한 이에게 우리는 무엇보다

음식을 주고 싶어한다.

음식은 그런 것이다. 사랑이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음식, 고구마 몇 개로 사랑을 되찾은

사내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식의 힘에 대해 생각했다.

 

p3-17 마치 바다에 떨어진 눈처럼 혀 위에서 녹아 불현듯 목구멍으로 사라지는 육즙의 그 맛을 찾아라!

 

p3-189 , 자신을 태워 신비의 불꽃을 남기다

참숯의 불꽃은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깊고도 온화한 그 불꽃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무엇인가를 태우려는 호전성보다는 대상을 감싸 안으려는 포용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불판 위의 고기도 가스불 위에서의 격렬한 저항과는 달리 숯불 위에서는 지글지글 예쁘게 익습니다.

 

p3-190 그들의 열정이 그렇게 뜨거웠는지 ()가마 안의 이글거리는 불꽃도 신명나게 춤사위를 벌이는 붉은 빛 영혼으로 보였습니다.

 

p3-209 칼은 칼을 얕보는 자를 얕봅니다. 정형 때 쓰는 칼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날카로워서 긴장하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생깁니다.

 

p3-233 정형은 차가운 작업이지만 혼을 가진 기술자의 가슴은 뜨겁습니다. 경매를 거쳐 4등분 되어 들어온 소를 부위별로 해체하고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현란한 무협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하므로, 10년 이상 된 경력자들의 칼놀림은 아름다울 지경입니다.

 

p4-17 우리는 어쩌면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너무 많이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p4-63 천지인의 합작품!

철저한 자기분해를 거쳐야 하는 콩의 숙명에서 비롯된 청국장 냄새는 치열하고 강렬하다. 치열함과 강렬함은 후각을 자극하고 이 처절한 유혹은 우리 몸 속에서 콩의 자기승화로 미화된다.

모든 장류가 그렇듯 청국장 역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혼연일체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다.

최근 홀대 받던 청국장이 건강식품으로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현상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먹거리로서의 청국장의 현실을 접할 때면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정국장에는 천연효소가 듬뿍 들어있고 요구르트보다 100배 많은 유산균이 들어 있다.

 

p4-65

또 하루가 시작된다.

소금쟁이들 하루야 하두 똑같아서 세삼 들춰낼 거야 있겠냐마는

소금이란 게  하늘이 내려주는 탓에 순응하면서

욕심 내지 않고 사는 법 하나는 도가 트인 것 같다.

p4-68 도회지 생활이란 게 만만하겠냐?

복잡하고 삭막하기 그지 없겠지,

그래서 그런지

조용하고 지루한 이곳을 구경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단다.

 

신문사 기자도 오고

만화 그리겠다고도 오고

오늘도 누가 온다고 연락이 있었는데

 

p4-77 소금의 중요성을 모르는 걸 보니 십중팔구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들일 게다.

 

4-81 간만에 왔는데 밥은 묵고 가야제.

워째근가? 물팍이 아픈가?

아침에 삐었는데 많이 부었어요

자네한테 소금 가꼬 아픈 디 치료하는 민간요법을 한 개 갈케 주겄네,

밥 한 볼테기에 소금 한 숟고락을 느코 잘 잉께서 떡같이 맹글어, 글고 자기 전에 삔 디다가 붙이고 우에다가 붕대 같은 것으로 싸고 자믄 붓기가 싹 빠진다네.

소금이 디진 피를 빠지게 해서 그런당께, 알것능가.

 

p4-88~89 소금은 바다의 속살이다.

차진 갯벌의 생명을 머금은 바닷물은

강렬한  햇살과 정성스러운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그 속살을 드러내지

 

그 속 살은

짜지만 향기롭고 은은한 단맛이 베어 있다.

 

모래 해안을 거쳐 들어온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짠 소금하고는 다른 이것이 우리네 소금이란다. (전북 곰소 염전 소금)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소금과 같은 마음으로 일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련만

 

소금은 배추 절이는 데 만족하고 고등어 간하는 데 만족한다. 다만 그뿐이다.

 

소금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소금이 저 잘났다고 배추나 고등어 앞에 나서는 것 봤느냐,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만 다할 뿐.

세상 살다 욕심이 생기거나 마음이 흔들리면

아비가 보내 준 소금을 보며 네 인생을 다스리도록 해라.

 

p4-93 바람이 분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눈을 감고 맞는다

향기가 느껴진다

내일이면 아주 반가운 손님이 이곳에 찾아올 것 같다.

 

송홧가루를 보면

반가운 임 보듯

마냥 마음이 설렌다.

 

송홧가루가 얹혀지면  최고 품질의 소금이 탄생하지

 

p4-95

풍경 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_호승-

 

p4-96 소금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 간수가 완전히 빠지기 때문이다. 오래묵은 것이 좋은 게 소금뿐이겠냐, 마누라, 친구, , 전통 등등 곰소에서 오래된 좋은 소금을 찾았다. 무려 26! 자기들이 쓰려고 창고에 쳐박아놨던 것이란다. 먹어보니 단맛이 강했다. 소금이 달다니 그래서 묵은 소금이 좋은 것이다.

 

p4-97 짠 맛이 소금의 전부는 아니다.

소금은 우리네 식탁의 첨병과도 같은 존재다. 좋은 소금이 있어야 제대로 곰삭은 발효 음식이 나올 수 있다.

짠맛이 전부가 아니에요, 진짜 좋은 소금은 끝맛이 달아야 돼요,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어야 그게 소금이지요, 짠맛하고 쓴맛 많이 나는 소금은 질이 형편 없어서 음식 맛 버립니다.

 

p4-99 국산 소금이라도 계절에 따라 맛과 질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한 여름 것이 가장 좋은데, 바람이 없어 일단 입자가 크고 일정하며 또한 일조량이 많고 지열도 강해 증발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불순물이 없기 때문이다.

소금은 크기에 따라, 소발, 중발, 대발로 나뉜다.

 

송홧가루 날릴 때 다시 와요, 여름 것도 좋지만 송화가루 날릴 때 오는 소금 정말 좋거듯요 소금 결정에 송홧가루가 앉아서 향이 남달라요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창고 처마 밑에서 담배 한대 피우시던 아저씨가 별 볼일 없는 소금쟁이까지 찾아와 취재하느라 고생하는데 덤이라며 알려주신다. 적당한 짠맛과 은은한 단맛에 상쾌한 송화 가루의 향기가 어우러진 소금은 상상만으로도 취재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p4-128 자연이 선물해 준 제철음식

도시인들이 집에서 제철음식을 즐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제철음식이란 엄밀하게 말해서 그 지역 음식 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주문진항에 부려진 오징어가 몇 시간 뒤면 서울에 있는 횟집에 닿고, 강원도 평창에서 채취한 산나물이 전국 가지로 배달되는가 하면, 한겨울에도 수박과 참외를 먹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제철음식은 그 때 그 지역에 가야 제대로 맛볼 수 잇다.

제철음식은 결코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 시절,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가 곧 제철음식이엇다. 그러니 제철음식은 자연의 선물이고, 자연의 시계이다.

비닐하우스 안이 일년내내 여름이고, 그 여름을 냉동 냉장 장치가 지속시켜 주는 요즘, 그만큼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우리는 계절로부터 단절되어 잇다. 도시는 계절을 주방했다.

 

p4-129 잊어버린 소중한 그 무엇들

우린 어쩌면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너무 많이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느티나무 하나를 찾기 위해 결국 경춘가도 주변까지 가야 했다. 서울에는 이제 느티나무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예전 국수공장 주변을 지날 때면 대나무 발에 가지런히 널려있던 국수면발을 자주 보았는데 그모습은 마치 면 기저귀 빨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젠 그 모습도 찾아 보기 힘든 추억이 되버렸다. 우리가 잃어버린, 아니 우리가 빼앗긴 제철음식을 돌려보았으면 했다. 자연을 불편해하는 아이들에게, 콩밭 메는 아낙네의 베적삼이 왜 흠뻑 젖는 것인지,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는 또 어디인지도 일러주면서

 

p4-187 천렵은 세시풍속의 하나로 무더운 복날 냇가나 하천에 나가 민물고기를 잡는 놀이를 말한다. 냇가에 발 담그고 시 한 수 읊으며 여름을 즐겼던 탁족이 선비나 양반의 놀이라면, 천렵은 반대로 서민들의 복날 대표 놀이였다. 지금이야 천렵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로 치부하지만, 어렸을 적 70,80 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근교의 하천에서 반도(그물의 일종)나 어항에 된장을 풀어 민물고기를 잡던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하얀색 팬티 하나 달랑 입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첨벙첨벙 냇가를 헤매고 다니다 보면 피라미와 잡고기 몇 마리 잡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 여름, 하루의 수확물에 하얀 이를 씩 내보이며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모습은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애수가 깃들어 있다. 민물고기 특유의 텁텁함과 진한 국물 맛이 별미로, 여기에 뚝뚝 떼어진 수제비를 건져 먹는 재미는 천렵국만의 독특한 즐거움이었다.

 

은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숨구멍을 열어 젖히고는 즐거움이란 엽록소를 받아들인다. 천렵은 그런 재미에 충실하다. 정해진 조리법도 없고 특정한 부재료도 강요치 않는 천렵국은 천렵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찰떡궁합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온몸을 살아 숨쉬게 하는 재미를 느낄만한 건강한 하천 찾기가 수월치 않다. 하천도 그렇거니와 내 몸의 세포들도 엽록소 부족을 호소하며 병들고 있는 것 같으니 더욱 문제다.

 

 

p4-189 아무리 좋은 장소라도 같은 자리에는 어항을 세 번 이상 놓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그 주변에 세력을 이루고 사는 무리가 다 잡혔기 때문이란다. 물고기도 각자 노는 물이 다르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p5-57

반딧불이에 대해서 하루 종일 찾아 헤맸어.

그러나 반딧불이 암컷이 알을 낳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날개가 떨어진다는 정보는 찾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된 거야?

잘못된 정보와 어머니의 사랑과는 관계가 없다. 내가 진수를 사랑하는 것이 정보와 관계없듯이..

 

p5-117 매생이는 생소한 음식이다. 적어도 겉모양만 놓고 따지면 파래라 불러도 무관할 정도로 그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파래와는 엄연히 다른 해초류의 일종이다.

 

매생이를 전라도 사람들만이 독차지한 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메생이는 11월 말~ 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차가운 겨울바다에서만, 그리고 청정해역에서만 자란다. 매생이는 공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조금이라도 오염된 바다에서는 녹아버리는 탓에 생육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매생이는 갯벌이 있어야 하며 조류가 잔잔한 내해라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p5-142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괴롭기 짝이 없는데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어야 할 때.

애인과 헤어졌을 때, 직장에서 잘렸을 때 부모상을 당했을 때,

부부싸움을 했을 때 등등 이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하루 두 끼 이상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자신도 이런 때 비굴하게도 목구멍에 밥을 넘기면서 더럽다는 기분을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 산다는 게 뭔지

 

p5-143 몸이 요구하는 원초적 욕구에 이성이 무참히 무너졌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비참함 그 자체다. 모든 것이 허망하여 마음은 이미 먹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몸이 요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의 그 느낌!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지으려는 몸에 대한 원망이다.

 

p5-189 모든 곡류로 만드는 술은 일정기간 숙성이라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p5-198 인간은 약점을 들키면 벌컥 화를 내는 버릇이 있지

 

p5-297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 라는 말이 있죠

 오만이라는 뒤끝, 증오라는 뒤끝

 

p5-306 세 사람이 거의 같은 방법으로 술을 빚는데 맛이 다를 수가 있나? 다른 맛을 감별해낼 수가 있나?  답은 이렇다. 술 전문가 한 사람이 같은 날에 같은 재료로 세 독의 술을 담가도 독마다 맛이 다르다고 한다.  청주의 마음 편을 위하여 술을 빚어준 최원 씨의 경우도 그날의 컨디션, 자세에 따라 맛이 다르다면서 구석에 있는 몇 가지의 술 맛을 보여 줬다. 아마추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다른 맛이었다. 술을 빚는 자세에서 오는 맛의 차이는 확실히 있다고 장담한다.

 

p5-309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고유의 술이 있었다고 한다. 극심한 흉년이 아니라면 곡류로 술을 빚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가 없었는데  발효음식에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한민족이다 보니 술 빚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이다. 누룩과 곡류, 그리고 좋은 물로 빚은 술이니 그 맛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명주를 집집마다 빚었던 술의 나라였던 셈이다.

 

중국 당나라시대 문인들도 그 맛에 흠뻑 취해 천하 제일주로 칭송을 아끼지 않던 우리의 고유 청주가 자취를 감추게 된 데에는 일제시대 주세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해방 후 일본의 주세령을 이어받은 정부 정책도 원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6-13 많이 아는 것보다 재미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란 고통을 가장한 달콤한 유혹이다. 이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 하나라도 치열하게 그어야 한다. 결국 그 치열한 선들이 모여 보는 이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무언가가 탄생한다.

 

p6-61 율곡 이이는 제자들에게 세상에 나가면 생강처럼 매서운 개성을 지니고 맛을 맞추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렇듯 음식에 생강을 넣으면 좋은 맛으로 달라질 뿐 절대로 원래 맛을 망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생강은 약도 되고 과자도 되고, 술도 되고, 차도 된다. 수많은 김치 종류에 생강이 안 들어가는 김치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6-111 개성을 버무려 조화를 탄생시키다.

김장에 쓰이는 재료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만만히 넘어갈 것이 없다. 배추, 무를 빼고는 모두 각자의 개성이 너무도 강해 날로 먹는다면 곤욕을 단단히 치러야 할 것들이다. 마늘과 생강이 그러하며 파, 고춧가루 등등 거기에 젓갈 또한 그러하다. 개별적으로 보면 톡톡 튀는 맛으로 무장한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버무려지고 발효되어 상생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바로 김장이다. 그것이 바로 김치의 맛이다.

어떤 이는 이것을 생식(生食) 화식(火食)에 이어 제 3의 맛인 발효의 맛이라고도 하고 다른 이는 오미(五味) 그러나 <<식객>>은 김장을 조화의 맛이라 한다.

 

p6-195 하트 모양의 얼음구멍이라고 빙어가 잘 잡힐리 없지만 그 안에 가득 들어있는 서안의 사랑은 소양호의 칼바람을 막고도 남습니다.  진수성찬(강아지 이름)도 두 사람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얼음판 위를 마구 뛰어다닙니다. 이렇게 추억은 한 켜 더 쌓입니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호수1> 정지용

 

p6-199  실상 음식이란 영화와 같아서 개인의 미각에 쌓인 기억의 편차에 따라 각양각색의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 기억의 편차에도 몇가지 공통 분모가 있으니 바로 사랑이 담긴 음식이 아닐까 한다.

사랑이 최고의 양념 아니겠습니까, 어미니 음식이 맛있듯 손님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담겨져 있다면 그걸로도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겁니다.

 

p7-17 어머니의 막둥이 사랑이 담긴 돼지족발의 맛 신호부분의 매콤달콤한 사랑 같은 낙지볶음의 맛, 전쟁터에서 향수를 달랬다는 양배추 김치의 맛, 친구보다 술을 사랑한 맛 요리는 그릇 안에 사랑을 담는 마술이다.

 

p7-113 하늘나라 우체국

(벽제 추모의 집)

취재를 마치고 특별한 우체국을 찾았다. 하늘나라 우체국이 바로 그곳인데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벽제 추모의 집을 찾는 사람들이 고인에게 글을 남기는 장소를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고인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애증이 하늘나라 우체국의 사연에 묻어 있는 것을 보면 이내 애틋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에 대한 그리움이며 아내가 바라던 멋진 외식에 대한 아쉬움, 사라진 큰 올케의 명절 만두의 안타까움 등 음식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토록 원하던 동태매운탕 한 그릇 대접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언니를 떠나 보낸 동생의 한 맺힌 사연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당신은 아는가? 미각을 기억으로 인지하는 인간의 숙명은 이렇듯 음식을 매개로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전화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시골의 어른들 목소리를 들으려면 우체국에서

통화신청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요즘은 먼저가신 부모님과 얘기를 하고 싶어도

통화 신청할 곳이 없습니다.

하늘나라 우체국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p7-117 예술가이자 과학자이면서 해부학의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래 희망은 요리사였습니다. 냅킨을 발명했고 스파게티를 위해 포크를 발명하기도 한 사람입니다.

 

다빈치가 만든 도구나 요리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 앞선 나머지 요리사의 꿈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나 그 제자들보다 음식묘사에 더 큰 비중을 두었을 만큼 요리에 대한 집요한 열정은 그의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합니다.

 

p7-123 요리와 사람, 어쩜 이렇게도 비슷한 점이 많은지요, 요사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습니다. 조금 더 요리를 알게 되면 네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말해 준다면 네가 누군지 말해주겠다.고 말한 사바렝의 안목까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p7-137 삶이 지겹고 지루한 사람이나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이 있다면 요리를 하세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든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든,,,

요리는 그릇 안에 사랑을 담는 마술입니다. 

 

p8-57 복어의 독을 즐기는 조리사는 복어의 독에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한계치에서 독을 계속 더 하다가 결국은 죽음까지 간다는 말이다.!

너는 극한의 맛을 위해 자신은 물론 손님까지 칼날 위에 얹어놓고 위험한 도박을 즐기고 있다.!  음식엔 맛이 있어야 한다! 음식엔 멋이 있어야 한다! 음식엔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음식엔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박이 있으면 안 돼!

 

p8-63

 

대나무 가장자리 복숭아꽃 서너 가지 피었고

봄 강물 따스해진 것을 오리가 먼저 아네

쑥잎이 땅을 덮고 갈대 띠풀의 새순은 아직 짧은데

바로 이때가 황복이 강을 거슬러 올라올 무렵이라네

 

소동파  - 현산어보를 찾아서 중에서

 

살구꽃 몇 그루가 피어 온 마을이 다 환하다.

이런 날은 황사바람 타고

자꾸만 장독대에 날리는 살구꽃잎

갈대 움트는 것 보러

앞 강변에 나간 마을 사람들

혈기 방장한 나이로 복쟁이 뗴 건진다.

날 회 먹고

떼 초상난 적 있었지

지금쯤 금강 하류

서시유방처럼 매끈한 배때아리 뒤집으며 구국 황복 떼 오를까

항산옥에 들러 자는 듯 먹어봤음.

 

-       시인 송수권-

 

p8-116 안국형 옹은 물고기를 잡는 것은 자리가 5, 미끼 쓰는 법이 3할 챔질 기술은 2할에 불과하다 했어, 하지만 내 견지 낚시는 2할의 챔질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낚시를 하기 전에 이미 전율을 느끼는데 연주를 눈 앞에 둔 피아니스트도 같은 말을 한다. 우리는 불필요한 근육의 긴장에 방해 받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그 에너지가 팔을 거쳐 지나가는 통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손가락 끝 연한 살에 닿는 느낌을 예민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

                                     -장 파시나나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p8-120 폭식증  자신과 대상의 관계를 조절할 수 없어서 갈등을 음식물에다 푸는 현상!

 

p8-128

물고기의 힘이 느껴진다 얇은 입술에 박혀 있는 비늘을 빼려고 몸부림친다.

손가락 크기의 물고기가 이토록 강한 느낌을 보내다니!

아아  포르티시모! (forissimo 더 강하게)

푸리오조! ( furioso 분노하여 난폭하게)

피아코! ( fiacco 약하게 지친듯이)

에스팅구엔도 (estinguendo 사라지듯 극도로 여리게)

타게트 (tacet 침묵)

 

라르고 (largo 느린 속도로)

“”아마빌레 (amabile 사랑스럽고, 애교스럽게)

레지에레차 (leggierezza 경쾌하게 민첩하게)

비고로소 (vigoroso  빠르게 생기 있게 )

애드 리브 (ad lib 템포와 연주를 임의대로 자유롭게)

볼테지안도 (volteggiando 양손을 교차시켜서)

템페스토소! (tempestoso 폭풍우 같이 사납게)

 

p8-136 같은 악보, 같은 음식재료라도 표현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음악과 요리는 공통점이 많아요.

 

p9-53 장사꾼은 십원 보고 천리 간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면 실패하지 않는다.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이지만 음식은 여러 사람을 상하게 한다.

 

음식은 천천히 만들고 시장 가는 것은 서둘러라. 시장엔 남들보다 일찍 가야 좋은 재료를 살 수 있다.

 

p9-56 장사 잘 된다고 절대 가게를 키우면 안 된다.

맛 단속이 안 되니까

 

p9-95 추운 겨울 밤 집채만한 파도가 일고 문 밖에서 바람이 칠 때 흑산도 사람들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들어도 바다 밑 뻘밭을 헤집고 뒤채는 홍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p9-219 콩나물 대가리를 떼고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기를 털고 전기밥통에 넣는다. 여기에 꿀을 바닥에 약간 고일 정도로 골고루 부리고 보온으로 3~4시간 정도 두면 콩나물이 다 삭게 되는데 콩나물을 짜내 국물만 마신다.

 - 가벼운 감기랑 기침에 좋다.

 

p9-239 미역국은 어머니의 젖이다. 어머니의 몸에 스며든 미역국은 사랑의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모유로 변하고 다시 아기의 몸 안으로 전달된다.

어머니의 유방을 통해서 전달되는 최초의 미각적 경험, 모유를 미역국을 우리는 생일날 아침에 먹는다. 딸과 어머니간의 갈등은 딸의 임신을 통해서 딸이 어머니가 됨으로써 많은 부분 해소된다.

 

p10-82 승부에서 이기겠다고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만 보지 마라

이건 음식을 만드는 작업이야 인간의 가장 큰 욕심, 즉 성욕, 물욕, 식욕 중 하나인 식욕을 다루는 과정이다. 나느 음식을 만들 때 흥분하고 열중한다. 감사하고 희열한다. 대충대충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p10-98 간잽이 경력 50년의 이동삼 15세부터 소금을 만졌던 이동삼 씨의 손가락 마디 끝은 보통사람들의 손보다 크고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소금을 오랫동안 만져온 고생의 흔적이 베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배운 것 없고 생선 썩은 냄새가 몸에서 떠나지 않아 대우받지 못하고 살았던 시절은 이제 옛 이야기다 지금 이동삼 씨는 안동의 스타다. 안동식 간고등어의 달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와 같이 사진 찍기를 원하는 주부도 있고 사인을 받아가기도 한다. 오랜 세월 묵묵히 소금과 고등어만 만지던 간잽이 이동삼 씨가 이제 안동 지역 경제의 기둥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동삼씨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 동안의 끈기와 노력이 오늘날의 그를 만든 것이다. 사명감은 없고 눈에 보이는 이익만 쫓아다니는 세대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다.

 

p10-185 인간은 때로 예기치 않은 충동을 느낍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지요, 인생은 계산대로 살아지지 않습니다. 성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열병을 알고 있지만 금세 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p10-258 세상에는 고수가 많다.  자기가 고수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진짜 고수!

 

p11-5  세상을 음식으로도 알 수 있고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녁식탁에 올라온 나물반찬 하나도 범상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 볼 때 두 배의 시간이 더 든 것은 한 장 한 장 애착 때문에 책장 넘기는 속도가 느려진 탓일 겁니다. 독자

 

p11-69 다양한 부분을 조금씩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고도 얘기 할 수 있지요

 

p11-151 브로콜리나 파프리카를 함께 드시는 걸 보면 영양학적으로 상당히 조예가 깊은 것 같아요 두 가지 다 비타민 C E  가 많은데 비타민C 는 보다빌더의 근육에 피용한 콜라겐 생성을 하게 하고 비타민 E 는 늘 고강도 훈련을 해 면역세포가 부족한 보디빌더의 면역능력을 향상시켜 주죠.

 

p11-153 보디빌더들의 생명은 근육의 크기와 데피니션 (definition 디테일이나 갈라짐, 선명도) 이래요 그런데 지방은 근육을 덮어버리니까 거의 섭취를 안 한데요

 

p11-158

7 기상 : 요구르트

8 운동 시작전 : 수박 3쪽 닭가슴살 4

운동 후 30 분 이내 : 고 글리세믹 음식물 섭취

( : 탄수화물 파우더 +  , 바나나, 포도쥬스, 아미노산 (알약))

1시간 이내 : 단백질+중글리세믹 음식물 섭취

(예 잡곡밥 닭가슴살 4, 바나나, 브로콜리, 파프리카)

휴식

오후 운동 후 : 고글리세믹 음식물 섭취

오후 10 이전 저녁식사 : 닭가슴살 4, 스크램블(우유 계란 2)

* 6리터 이상 섭취 양념 절대 불가

 

글리세믹 인덱스(Glycemic index: 빈 속에 음식물 섭취 후 혈당치 상승률)

 

p11-162 운동 전에 먹는 고글리세믹 식품은 혈당치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서 운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로 바로 바로 쓸 수 있어요

 

 운동 후에도 우리 몸이 운동 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에 운동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원이 필요하니까 빨리 고글리세믹 시품을 먹어야 합니다. 운동후 바로 탄수화물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부족한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에너지원인 근육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부족한 탄수화물로 채워버리니까 근육이 망가져요

 

크런치 하이퍼 엑스텐션,  벤치프레스, 인클라인 덤벨 프레스 스쿼트, 런지, 언덕 오르기

 

p11-168 튀긴 음식은 열량이 두 배로 상승합니다. 간장 같은 고염분 음식은 체내 수분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해서 노폐물 제거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또 염분은 수분을 흡수해서 체중 증가가 계속됩니다.

소금을 먹고 싶으면 정제염보다 천일염을 드세요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변하는데 이 포도당을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간과 근육에 운동 에너지로 저장을 하지요,  이 글리코겐이 에너지원인데 간과 근육에는 이 에너지원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초과한 용량들은 모두 지방으로 쌓이거든요  살이쪄 결국 비만이 오고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하게 되죠

 

당뇨병이 그런 겁니다.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니까 췌장에 과부하가 생겨서 결국 인슐린 분비를 포기해버립니다.  인슐린이 분비가 안 되니까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변하지 못하고 몽땅 소변으로 나가버리죠, 에너지원이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되죠? 바로 죽습니다.

 

옛날에 없던 병들이 요즘 많이 생기는 이유가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에요

 

알코올은 체내에 들어오면 지방대사를 돕고 알코올 해독과정으로 인하여 간과 근육의 피로가 누적됩니다.

 

잠자기 전에 먹지 마세요 특히 탄수화물은 금물입니다. 11 이후에는 성장 호르몬 분지가 왕성한데 탄수화물이 호르몬 분비를 못하게 해 근육 생성을 방해하고 피로회복을 더디게 하며 지방 축적을 쉽게 합니다.

 

p11-181 저는 지금 먹느냐 마느냐 여러분의 성의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디빌딩을 시작하면서 16살부터 벌인 음식과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16살이면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나이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참고 해냈습니다. 인간 한계의 도전을 위하여! 남들보다 큰 근육, 예쁜 근육, 섬세한 근육을 위하여! 세계 주니어 대회때 영사관에서 준비한 갈비가 부담스러워서 먹지 않고 땅콩을 한 주먹 먹었는데 근육이 묻혀버려 대회에서 쓴맛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고기 몇 점으로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프로보디빌더 김준호씨가 전하는 다이어트 주의점

 

1. 비만의 주요원인은 기초 대사량을 초과하여 먹는 데에 있다. 지방은 물론이고 단백질과 탄수화물 모두 잉여 칼로리가 생기면 지방으로 전한이 되어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과식이나 고열량 식사는 금물이다.

 

2.다이어트의 기본 원리는 운동과식이요법을 통해 체지방을 빼는 데에 있다. 식이요법의 가본 원리는 콩, 고구마, 면류, 파스타, 사과, 수박 등 저글리세믹 식품을 위주로 단백질 야채 그리고 과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3. 저 글리세믹 위주의 식단이라 할지라도 운동 후, 기회의 창이 열리는 순간 반드시 고글리세믹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4. 소식에 자주자주 먹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조금 덜 짜게 조금 덜 맵게 조금 덜 달게 먹는다면 더욱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공복감에 의욕상실이 찾아온다면 식이섬유가 가득한 야채나 과일로 허기를 잠재워라.

 

5. 한 가지 음식으로 하는 다이어트나 짧은 시간에 하는 다이어트는 지방을 빼는 것과 동시에 근육(단백질)도 빼는 것이므로 효과적인 다이어트 법이 아니다. 근육은 뼈를 싸고 있는 조직인데, 이 근육이 약화되면 뼈도 약화돼서 몸에 무리가 온다. 그리고 원만한 영양 공급을 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면 생리불순 등이 오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잘못된 인식은 다이어트=마른체형이다. 올바른 다이어트는 몸의 지방을 빼면서도 근육의 힘을 잃지 않게 하는 데 있다. 그래야 효과적인 다이어트라 할 수 있다.

 

6. 다이어트에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필요하다. 단기간 내에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은 잊어버려라, 한 달 중 신체에 무리를 하지 않고 뺄 수 있는 몸무게는 단지 1~ 1.5 kg 뿐이다. 장기간 꾸준한 다이어트만이 당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7. 저녁 10 이후로 냉장고는 잊어버려라, 잠들기 두 시간 전 식사는 금물이다. 당신이 꿈 속을 헤맬 때 당신 몸에는 지방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8..버스 한 두 정거장 정도는 걸어라, 5층 이하는 걸어서 올라가라

 

9.배고플 때는 시장 보러 가지 마라, 많이 사게 된다.

 

10. 음식을 먹고 나면 손이 더 이상 가지 않게 바로 바로 치워버려라

 

11.음식을 골라 먹을 줄 알아야 한다.

 

12. 절대로 굶지 마라

 

13. 물은 자주 마셔라, 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믿음은 대부분 고염분의 식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14. 전문 트레이너의 체계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성찬 식단

1 번 식사 : 기상과 동시에 단백질 세이크 1

2 번 식사 : 설렁탕

3 번 식사 : 포도쥬스 1 + 비타민 / 미네랄

4 번 식사 : 김밥 (참치, 쇠고기) + 생과일 + 우유 200ml

5 번 식사 : 바나나 1

6 번 식사 : 생선조림 +

 

p11-228  한 작품 속에 두 가지 의도를 담다 보면 의미 전달이 희석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p11-241 빠듯한 살림에 비싼 그림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사치지만 좋은 걸 어떡합니까 있는 돈이 모자라 결혼 패물까지 팔아 보태서 기어코 샀습니다.

무리한 이상의 보답이 있더군요 그 그림은 항상 내 마음의 친구였습니다. 행복을 주고 용기를 주고 욕심을 버리는 지혜까지 줬습니다.

 

다음 날 그림을 싸들고 서울로 가서 손자 방에 걸어주고 돌아왔습니다.

 

잘한 일이었어요 허전하긴 했지만요

 

그러나 그 허전함은 마음의 병으로 다가왔습니다. 크지도 않은 그림이 있던 곳의 공백이 왜 그리 커 보이는지요

 

그 벽의 아름답고 평안하던 정경은 사라지고 삭풍 몰아치는 황량한 폐허로 변해 있었습니다.

 

p11-249 

 

한밤의 덕적도

 

사릿발에 떠 내려간 배 열흘 만에 찾았다고

날이 새면 덕적도로 배 찾으러 간다고

배 찾았시다 술 한 잔 했시다

신이 났던 아랫집 동생이 등을 두드려 달린다.

코스모스 아래 쭈그려 앉아

소라 아빠는 내일 버섯장을,

튼튼한 그늘을 만든다고 먼저 가고

등을 두드려 주지 않는 내가 야속하다고

 

어여 가라

잃었던 것 되찾으러 뱃길 세 시간

해발 제로의 길

작게 흔들려도 몸 전체가 흔들리는 배를 타고

아침 일찍 어여 가야 하니

등은 달빛이 두드려 주고 왔으니

야속하다 말고

되찾을 것 있는 너는 어여 어여 가라 하고

 

고욤나무 아래 서서

오래 바라다 본 달 빛 푸른 바다

잃었던 것 되찾는 황홀함

무엇 있었단 말인가 내겐

무엇이 있을거란 말인가

찬 들국향이여

내 마음의 덕적도는 어디에 있는가

 

 -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지음 문학세계사

 

p11-251 이야기의 내용상 다양한 구도를 사용하기보다는 연극 무대 같은 평면 구도, 눈높이 구도를 쓰기로 했다. 이야기를 들은 순서대로 그릴 것이냐, 없어진 그림 얘기 먼저 그릴 것이냐로 고민했다. 주인공을 할머니냐 갤러리 소장이냐로 고민했다. 가지 사진이 필요해 화실 주위의 텃밭을 뒤지고 다녔다.

 

p12-249  클로즈 샷으로 물위를 튀어오르는 연어가 나오는 장면을 넣은 것은 작가의 의도인 듯하다. 고향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연어의 귀향에 은유적으로 비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p13-31  소는 4개의 위를 갖고 있는 되새김질 동물 즉 반추동물입니다.

첫 번째 위인 양,  두 번째 위인 법집위 또는 법집양, 세 번째 위인 천엽, 네 번째 위인 막위, 홍창, 또는 막창으로 나뉘어 있어서 반추, 저작, 재혼합, 삼킴의 기능을 반복하죠.

 

초식동물 중 약 83% 68종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 동물입니다만 가축화된 대표적인 반추동물은 소, , 염소가 있습니다. 반추동물은 에너지의 농도가 낮은 풀을 대량으로 섭취해서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양이 많고 거칠기 때문에 한 번에 소화시키지 못하고 한 번 미생물의 도움을 받은 후 입으로 역류시켜서 되새김질을 합니다.

 

p13-31 내용물은 1위와 2위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3위에서는 수분이 흡수되어서 내용물을 4위로 보내고 4위에서는 소화효소가 분비된 다음, 곱창이라고 불리는 소장에서 소화 흡수되고 대장을 거쳐 배설됩니다.

 

p13-43 여러분들이 성공한 요리사의 화려함을 보고 요리사의 길을 택했다면 그분들이 겪었던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극기도 함께 겪어봐야 합니다.

 요리사가 현장을 모르면 좋은 재료와 나쁜 재료를 구분할 수 없고, 평범한 요리사로 끝날 수밖에 없어요

(현장을)아는 자만이 좋은 재료를 확보할 수 잇는 자격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전화로 재료를 주문하는 요리사는 평생 1급 재료를 받을 수 없어요!

 

p13-60 시련에 부딪혔을 때 인간은 3가지 유형을 보인다 맞서 싸우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도망치기! 우리 조리사들은 첫째 유형이어야 한다. 완성된 맛을 위해서 끝없이 도전하고 좌절하고 또 도전하고 맞서 싸울 것을 약속하면 돌아가마.

 

p13-68 평소 재료의 신선도도 중요하지만 잘 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매번 양을 구워주던 총각이 그곳을 그만둔 뒤여서 우리가 직접 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실력차가 난 것이다. 양굽기에서는 살짝 구워 표면의 물기가 없어지는 순간 뒤집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p13-69 취재를 하다보면 성공한 음식점 사장들이 대부분은 재료에서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을 만큼 그렇게 까다로울 수가 없다. 부지런한 만큼, 아는 만큼 좋은 재료를 가져가는 것이고 그것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 같다.

 

p13-74~75

먼 길을 마다 않고 날아가는 기러기는 금실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짝이 죽으면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다 일생을 마칠 정도죠 자식에 대한 사랑도 지극해서 불이나서 자신들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를 향해 불같이 다가와도 불에 타 죽을지언정 절대로 달아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습성 때문인지 아이들과 부인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뼈 빠지게 일해 학비를 대는 중년가장을 보고 우리는 기러기 아빠라고 부르죠

 

p13-103 가족은 식구다 식구란 말 그대로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 함께 밥을 먹어야 식구란 말이다, 배는 채울지 모르지만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들의 그리움이란 허기는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들 모두가 겪는 고통잉,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이다.  

 

혼자란 이렇게 그리움이란 허기와 싸워야 한다.

 

p13-125 아들이 힘겹게 구한 냉동 피라미를 어항에 넣으니 다시 살아난 장면에서 독자들의 항의 글이 많았다. 냉동 피라미가 살아난 장면은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들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아들의 꿈이라 여겨도 좋고, 상상이라고 생각해도 별 무리 없을 듯 싶다. 독자들도 경험이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인지를 간절히 원할 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에는 복잡미묘한 선들이 얽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음식이고 또한 구하기 힘든 것이라면 미안함과 애틋함은 강철이라도 녹일 수 잇는 강도로 가슴속 한구석에 자리잡는다. 새벽녘 가게 문을 두드리는 용기도, 한겨울 수박을 구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무모함도, 냉동된 고기를 살려내는 상상도 다 이런 가슴에서 가능한 것은 아닐까?

 

p13-135 쓸수도 없고 쓸 것도 없는 작가는 시체다  나는 썩고 있는 시체다.

 

p13-151 혹시 허영만 선생님 아니세요?

, 그렇습니다.

저는 평생 만나야 할 사람이 셋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허영만 선생님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지금 가진 것은 이것밖에 없는데 받아주시고 좋은 작품 많이 그려주세요.

백약이 무효라서 숨 끊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던 중증 환자에게 산삼 100뿌리만큼의 효과가 있는 말이었다. 아직도 나를 기다리는 독자가 있었단 말인가!

그 이후 현재까지 그 약기운으로 버텨왔다. 

필자는 다시 광화문의 그 남자를 만나고 싶다.

 

p13-210 사랑은 여러 가지 재료를 보듬어 맛을 내는 만두 같은 것

 

p14-183

 

해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들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조병화

 

p15-118 ! 이걸 새우젓에 푹 찍어 먹어보라우, 앞다리 힘줄 있는 요게 제일 맛있구 뒷다리는 이보다 오돌뼈가 있는 요거이 맛있디.

 

으음! 쫄깃쫄깃,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고소해요 형에 착 감기는 게 고기 맛과는 달리 단순하면서도 복합적 조화를 만들고 있어요

거 그냥 맛있다 말하면 되갔구만 뭐이 어렵게 말하누?

 

내가 저자라면

 

아주 어린 시절에 각시탈이라는 만화를 보았던 것 같다. 한복을 입고 각시탈을 쓰고 말없이 싸우던 민초의 영웅으로 기억된다. 신문에 오르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려지는 성인만화들의 자극적인 문구나 그림들이 만화를 그냥 심심풀이 땅콩정도로 취급하게 했다는 생각을 한다.  안성에 있는 누나네 북카페 <세렌디피티>에 갔다가 서고에 있는 <식객>을 보자 동료들의 조언을 생각났다. 한 보따리 싸서 집에 왔는데, 책 장을 넘기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적인 만화책이 아니라 요즈음 발행되는 책의 구성 형태를 지닌 만화책으로 출판사의 고심이 담겨있는 듯하다.  구성과정, 취재, 그리고 저자의 후기와 이야기들이 만화내용과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스토리의 구성과정과 취재과정 취재일기 그리고 후기, 또 저자의 요모조모들이 만화에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김영사가 출판했으므로 편집자의 전문적인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

 

펜싱을 하던 나는 움직임에 대한 시각적인 관찰분석과 인지적인 사고과정 없이 자극에서 반응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반응훈련을 많이 한다. 만화의 상징적인 컷들이 의도하고 있는 반응을 생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반응을 유도하는 모호한 원인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단서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림과 지문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감성적인 지각은 말소리로 들리는 영화보다는 떨어지기는 하지만 글자들로만 채워진 책들보다는 더 효과적이다  음식조리법이나 재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함께 실려있는 이 책은 요즈음 식으로 오른쪽 뇌와 왼쪽 뇌를 동시에 써야 하므로 상당한 학습효과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 말상자의 이야기들은 흥미위주의 만화가 아닌 음식에 대한 설명과 그 제조과정들을 정리하고 그러면서도 스토리에는 생각해 보아야 할 담론이 있어서 상당한 시간과 집중력을 가져야만 했다.

나는 창조적으로 그림이 주는 상징적인 의도를 보면서 행동의 반응이 되는 단서들을 찾아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했다

 

책은 총 15권으로 되어 있다. 각권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 맛의 시작 :  

1) 어머니의 쌀

2) 고추장 굴비

3) 가을 전어 맛은 깨가 서말

4) 36,2,0,60

5) 밥상의 주인

 

2. 진수성찬 차려라 :

6) 부대찌게

7) Thanks Pa

8) 대령숙수

9) 아버지와 아들

10) 고구마

 

3. 소고기 전쟁 :

11) 아롱사태 편

12) 숯불구이 편

13) 대분할 정형 편

14) 소매 상품 만들기 편

15) 비육우 편

 

4. 잊을 수 없는 맛 :

16) 청국장

17) 소금이야기

18) 콩국수

19) 천렵

20) 삼계탕

 

5 술의 나라 :

21) 반딧불이

22) 매생이의 계절

23) 식사의 고통

24) 탁주

25) 청주의 마음

 

6. 마지막 김장

26) 마지막 김장

27) 구룡포 이야기

28) 여기는 8000m

29) 빙어 이야기

30) 대게 승부

 

7. 요리하는 남자

31) 남새와 푸새

32) 1년에 딱 3

33) 요리하는 남자

34) 식객여행

35) 봄이 오는 소리

 

8. 죽음과 맞바꾸는 맛

36) 죽음과 맞바꾸는 맛

37) 과하주

38) 애드 리브(ad lib)

39) 제호탕

40) 1+1+1+1

 

9. 홍어를 찾아서

41) 갓김치

42) 홍어를 찾아서

43) 한과

44) 미역국

45) 참새구이

 

10) 자반고등어 만들기

46) 자반고등어

47) 요리사의 사랑

48) 콩나물을 닮은 여인

49) 콩나물 국밥

50) 정어리 쌈

 

11) 도시의 수도승

51) 24시간의 승부

52) 장마

53) 도시의 수도승

54) 가족

55) 식탁 위의 정물화

 

12) 완벽한 음식

56) 빈대떡

57) 완벽한 음식

58) 진수 성찬 옥자

59) 연어

60) 메밀묵

 

13) 만두처럼

61) 소 내장에 대하여

62) 궁중 떡볶이

63) 겨울 피라미

64) 식혜

65) 만두

 

14) 김치찌개 맛있게 만들기

66) 대구

67) 김치찌개

68)

69) 우리젓국

70) 닭강정

 

15. 돼지고기 열전

71) 두당

72) 족발

73) 순대일기

74) 돼지머리

75) 돼지국밥

 

매 권 속의 하나의 이야기 마다 저자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부가적인 요소들을 정리하였다.

 독자들의 반응, 자신의 철학,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와 자기의 삶의 요모조모를 그때 그때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언어적으로 고상하거나 우아한 단어를 쓰고 있지는 않다. 일상의 언어, 생활언어로서 사투리를 있는 그대로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가벼운 농담들, 거친 말투 등을 통해서 사실의 전달하고 있다.  그 상황과 때에 따라 그러한 말들이 풍부한 정서적 반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칼을 다루는 이야기나 보디빌더의 이야기 그리고 설명들은 일반인들에게 조금은 더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알아듣기 쉽게 쓰여져 있다.

나도 그렇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용이 풍성한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여러가지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IP *.131.12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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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22:36:35 *.142.204.124
우와, 백산덕에 땡 잡았다.
앉은자리에서 만화도 보고 미각도 살려내고...눈요기도 하고
허영만의 솜씨도 즐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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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2.24 15:59:02 *.94.31.26

제가 좀 엉뚱한데가 있어서유...
망설였시유,,,
구성,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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