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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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하여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 (Publius Ovidius Naso, 기원전 43년 3월 20일~ 기원후 17년)
출생과 성장과정 : 오비디우스 나소는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140km쯤 떨어진 술모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유서 깊은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의 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12세 어린 소년 시절 형과 함께 로마로 유학을 갔다. 그는 당대 최고의 스승들 밑에서 당시 교육의 3번째 단계인 수사학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교육과정이 언어를 매개로 사상이나 감정을 주고받는 말 또는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익힌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지만 그의 형이 죽은 후 그는 여행을 시작했고, 교육 과정과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문단으로 진출하여 시인이자 저술가의 삶을 살게 된다.
젊은시절: 오비디우스는 사랑을 노래한 시인으로서 자신이 직접 시의 등장인물이 되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였고, 심지어는 은밀한 비밀을 폭로했기 때문에 존경과 주목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해 나갔다. <사랑>, <사랑의기술>, <사랑의 치료법> 에서는 그가 젊은 시절에 행한 방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지만, 작품에 나타난 그의 주장은 일반적인 문학적 태도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주 젊었을 때 결혼을 했다가 곧 이혼을 했다. 첫 번째 부인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로 두 번째 아내는 아무 이유도 없이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 못하고 이혼을 했다. 세 번째 결혼에서 안정을 찾고 상호간의 애정을 두고 살아 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는 지나치게 회의주의적이었고 독자적인 지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를 제외하고는 어떤 대의명분에도 헌신하지 못했다.
그의 작품활동: 그는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기도 했지만, 사랑의 고귀함에 대한 찬양 보다는 어떻게 사랑을 이용하여 여자를 희롱할 수 있는가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사랑을 유혹하는 기법에 대한 방법론을 기술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중 특히 유명한 것은 <사랑의 기술>, <변형담> 이 있다.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AD 8년에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명령으로 토미스로 추방되었다, 그 부도덕한 행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밝혀 지지 않았다는 설이 있지만 당대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손녀 율리아와 연애를 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의 자유분방함이 로마제국의 건국의 기초를 세움과 동시에 영원히 이어질 엄격한 국가적 프레임을 세우고자 하는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눈 밖에 나게 되어 로마 밖(토미스, 지금의 루마니아)으로 추방되었다고 한다. 그는 추방지인 토미스에서도 계속 글을 썼고, 여기서 쓴 글 가운데서는 특히 <슬픔> 이 유명하다.
마지막 생애: 그의 생의 전반이 화려했던 것에 비해 후반부는 처참했다.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에서 호소와 애원이 담긴 서신을 고국에 띄우며 10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로마로 복귀하지 못한 채 유배지에서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오비디우스가 후세의 시문학에 미친 영향: 그는 애가 2행 연구를 완성했고, 6보격을 모든 목적에 맞는 운율과 유창한 의사 전달수단으로 만들었다. 그의 영향을 직접 받은 시인들의 모든 시행에서 오비디우스의 영향을 드러내는 것을 보아도 그가 미친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후에도 그의 주된 매력은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인간성(쾌활함, 동정심, 생기발랄함, 그림처럼 생생하고 감각적인 묘사)에서 나온다. 그는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시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음유시인과 궁정연애를 노래한 시인들, 세익스피어, 괴테, 및 에즈라 파운드 등이 그를 좋아했다.
오비디우스의 저서 :<사랑의 기술>, <변형담>, < 변신이야기 1,2>, <달력>, <여주인공들의 편지>,<사랑>, <비가>, <사랑도 가지가지>, < 여류의 편지>, <사랑의 기교>, <사랑의 치료법>, < 여자의 화장법> 등이 있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변신 이야기 1권>>
<제 1 부 :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바다도 없고 땅도 없고 만물을 덮는 하늘도 없었을 즈음 자연은, 온 우주를 둘러보아도 그저 막막하게 퍼진 듯한 펑퍼짐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막막하게 퍼진 것은 카오스라고 하는데, 이 카오스는 형상도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못했다. [15]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이었다. [16]
만물은 서로 반목하고 서로 방해만 했을 뿐이었다. 한 가지 재료 안에 있으면서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와 부드러움은 딱딱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고 있었다.[16]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훴니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이었다. 신에 다름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물을, 무주룩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을 떼어 놓았다. 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내고는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16]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도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고 대지는 짐슴들 몫으로 돌아갔다.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맞아들였다.[19]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 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19]
이로써, 모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흙덩어리였던 대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 품안에 거느리게 된 것이다.[19]
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20]
그러나 사투르누스(그/크로노스 – 시간)가 저 암흑의 타르타로스(무한지옥)에 갇히고 세상의 지배권이 유피테르(그/제우스 – 신들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의 손으로 넘어오자 이윽고 시대는 변하여 은의 시대가 되었다. [22]
하늘에는 맑은 날이면 인간의 눈에도 보이는 길이 있다. <우유의 길>이라는 이름의 , 환하기로 소문난 길이 그것이다. 신들은 이 길을 통하여 이 위대한 벼락 신의 신궁으로 온다. [25]
신들이 유피테르에게 보내는 사랑은 카에사르 사후에 로마의 신민들이 아우구스투스 황제께 보낸 사랑에 못지않았다. [27]
나는 인간이 모두 한통속으로 결탁하여 죄업을 쌓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오만 그대들도 내 의견에 동의할 테지요? [29]
유피테르는 물바다가 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피테르는 그 많던 사내들 중에서 오직 하나, 그 많던 여자들 가운데서 오직 하나만 살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 둘(데우칼리온과 퓌라)에게는 지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이 둘이야말로 직심스럽게 신들을 섬겨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34]
두 사람은 여신이 맡긴 뜻이 이른 대로,산을 내려가면서 옷으로 머리를 가리고 띠를 느슨하게풀어헤친 다음 돌을 주워 어깨 너머로 던져보았다. 돌은 말랑말랑해지더니 일정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변하면서 돌은 시시각각으로 커졌다. 돌은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더 인간의 모습을 닮아갔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은혜로워라, 신들의 뜻이여, 지아비가 던진 돌은 남자의 형상을 얻었고, 지어미가 던진 돌은 여자의 형상을 얻었다. 우리가 힘드는 일도 수나롲게 해내는 강인한 족속인 까닭은 이로써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38]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들은 대홍수 뒤 땅에 남아 있던 습기가 햇볕에 뜨거워질 즈음에 저절로생겨났다. 이러한 피조물들은 온기와 습기가 알맞게 어울리는 환경에서만 그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만물이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었다.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홍수가 지나간 뒤 대지에 덮였던 진흙이 하늘에서 비치는 태양의 그윽한 열기로 다시 더워지자 대지는 이루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은 종류의 생명을 지어내었다. [39]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39]
“포에부스, 그대의 활이 아무거나 쏘아맞히는 활이라면, 내 활은 그대를 맞힐 수 있는 활이오. 짐승이 신들만 못하듯이 그대의 영광 또한 내 영광만 못할 것이오.” [43]
쿠피도 신은 아폴로는 이 금화살로 쏘고, 페네이오스의 딸인 요정 다프네는 납화살로 쏘았다. 화살에 맞자마자 아폴로는 사랑에 빠졌고, 다프네는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천리만리 도망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43]
“아버지, 저를 도우소서, 강물에 정말 신력이 있으면 기적을 베푸시어 전신의 은혜를 내리소서.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거두어 주소서.” 다프네는 이 기도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월계수 나무로 바뀌어갔다. 나무가 되었는데도 포에부스 아폴로는 다프네를 사랑했다. 그는 월계수 가지를 다프네의 사지인 듯이 끌어안고 나무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나무가 되었는데도 다프네는 이 입맞춤에 몸을 웅크렸다. [48]
사투르누스의 딸 유노 여신은 아르고스의 눈 백개를 수습하여 자기 신조인 공작의 깃과 꼬리에다 달아 주었다. 그래서 이 공작의 깃과 꼬리는 지금도 별같이 빛나는 보석이 잔뜩 박힌 듯하다. [57]
<제 2 부 : 신들의 전성 시대>
이 아비가 어떻게 자식의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자식 죽일 일을 시킬 수 있겠느냐? 보아라, 자식의 안위가 위태로워질까봐 이렇듯이 속을 태우는 이 아비를 보아라. 이 아비의 마음, 이것이 너를 아들로 용인하는 확실한 징표가 아니겠느냐? [66]
할 수 없구나. 네 소원대로 해 보려무나. 내 이미 스튁스에 맹세했으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약속을 번복하겠느냐? 네가 이보다 조금만 더 지혜로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66]
내 이제 포르투나의 손에 붙이고 포르투나가 너를 도와주기를, 네가 너를 돌보는 것 이상으로 자상하게 너를 돌보아주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구나. [68]
나는 여신께 날아가 이 사실을 그대로 일러바쳤지 뭐냐. 그랬더니 여신께서는 상을 주시기는 고사하고 신조 자리를 빼앗아버리시는 거야. 여신께서는 뭇 새들에게 경고하신 거야. 함부로 입을 놀리면 혹은 공연히 입을 놀리면 이 꼴이 된다는 걸 나를 통해서 보이신 것이야. [92]
“운명의 여신들은 저에게 이제 천기 누설은 그만두라고 하십니다. 아, 운명의 여신들이 제 말을 엿듣고 있었군요. 제가 얻은 이 예언하는 능력은 은혜로 얻은 권능이 아니라 저에게 내린 하늘의 분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에게는 보입니다.” [98]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105]
헤르세의 화려한 결혼과 늘어진 팔자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글라우로스의 가슴의 불길은건초더미에 쌓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꽃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초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107]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109]
<제 3 부 : 박쿠스의 탄생 외>
“전우들이여! 내 맹세하거니와 그대들 원수를 갚지 못하면 나 역시 그대들의 뒤를 따르리라.” [115]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118]
귀 얇은 세멜레… 애인의 손에 죽을 팔자를 타고난 이 세멜레는 제 파멸의 씨앗인 줄도 모르고 유피테르의 약속만 믿고는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126]
세멜레는 인간이었다. 세멜레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였으며,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 유피테르가 내뿜은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카맣게 타죽었다. 유피테르는 이 세멜레의 뱃속에 들어있던 아직 달이 덜 찬 아기를 꺼내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남은 달을 마저 채워 꺼냈다고 한다. 유피테르는 이 아기를 아기의 이모인 이노에게 맡겨 은밀하게 기르게 했다. 이 아이가 후에 박쿠스 신이 된다. [127]
테이레시아스는 유피테르와 유노의 다분히 장난기가 있는 논쟁을 평론할 입장에 몰리자 남신을 편들어 유피테르 쪽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노는 별것도 아닌 이 일에 불같이 화를 내며 이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참으로 염치가 없어진 것은 유피테르였다. 그러나 신들의 세계에서 한 신이 매긴 죄값을 다른 신이 벗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유피테르는 보는 능력을 빼앗긴 테이레시아스에게 대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눈을 주었다. [128]
“천수를 누릴 게요. 이 아기가 저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오.” [129]
이 요정은 상대가 말을 할 동안에는 절대로 제 입을 가만히 둘 수 없는 수다쟁이 요정이었다. 그런데도 이 요정은 저 혼자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요정의 이름은 에코, 늘 남의 말 대답이나 하는 에코였다. [130]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물론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좇는 동시에 좇기고 있었다. 그는 격정으로 타오르는 동시에 태우고 있었다. [134]
어리석어라! 달아나는 영상을 좇아서 무엇하랴! 그대가 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서보라. 그러면 그대가 사랑하던 영상 또한 사라진다.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모습이 비춰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그림자도 거기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떠나면 그림자도 떠나는 법인 것을… [134]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랑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은가? 내 사랑이 나를 피하는 구나. 견딜 수가 없구나. 많지도 않은 물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으니, 참으로 견딜 수가 없구나. [135]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내게 넉넉한 것이 나를 가난하게 하는구나. [136]
이들의 경고는 오히려 펜테오스 왕의 광기에 불을 질렀을 뿐이다. 말하자면 이들의 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었다.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142]
<제 4 부 :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어.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157]
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을 수도 업슨 건 우리 사랑이 그만큼 진하기 때문일 것이야. [157]
한 밤 중에 이 위험한 곳으로 오라고 하고는 내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 않았으니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159]
“당신의 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죽였군요. 이만한 일을 할 손이라면 내게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에 못지 않는 내 사랑도 이만한 상처를 낼 힘쯤은 내게 베풀어 줄 거예요. 내가 죽어서 당신의 뒤를 따르면,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길 동무가 되었다고 할 테지요. 나무여, 이미 내 사랑의 주검을 보았고 곧 내 주검을 내려다볼 나무여, 우리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시어 사람들이 우리 둘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그대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깔로 물들여 주세요.” [161]
<제 5 부 : 무우사의 탄생 외>
그 아이의 삼촌이자 약혼자인 네가, 그 아이가 사슬에 묶여 있을 때 멀거니 서서 바라본 것 밖에 한 것이 무엇이냐? 그런데도 너는 남이 그 아이 구한 것을 투기하여 그의 못인 공적을 가로채려 하다니,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203]
나는 저분에게 공훈의 보상을 약속했다. 저분은 너를 우선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고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니 그리 알아라. [203]
<제 6 부 : 신들의 복수>
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유피테르의 딸 미네르바 여신도 더 이상은 이 아라크네를 달래려 하지 않았다. 여신은 이 도전을 받아들여 곧 겨루기에 들어갔다. [242]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냉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주에다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산다. [249]
니오베가 정말 자랑거리로 여겼던 것은 아들 딸들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스스로 이렇듯이 자랑만 하지 않았던들 이 세상에 니오베만큼 자랑스럽고 행복한 어머니도 없었을 터였다. [250]
내가 누리는 행복은 요컨대 보름달과 같아서 한 군데도 빈 데가 없다. 이것을 누가 부정할 것이냐? 나는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이것 또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무슨 까닭이냐? 나의 자식 복이 내 행복을 보증할 것이기 때문이다.[252]
필로멜라는 혀를 잘려 벙어리가 되었는지라 자기가 당한 일을 누구에게 발설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273]
<제 7 부 : 영웅의 시대>
욕망은 나더러 이렇게 하라고 하고 이성은 나덜 저렇게 하라고 하니 이 일을 어쩌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나는 알고 있다.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나는 옳지 않은 길을 따르려 하고 있다. [284]
그대들도 이들을 보셨지요? 이들의 성질은 개미의 성질 그대로랍니다. 힘든 일도 잘 견디고, 한번 얻은 것은 잃지 않고, 부지런히 모으는, 아주 근검하고 소박한 족속이랍니다. [318]
프로크리스는 마음 씀씀이로 보면 그럴 여자가 아닌 것이 분명한데도 그 젊음과 아름다움이 나를 불안하게 하더라는 말이오. 저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과연 나 하나만을 사랑할까, 하는 생각이 일더라는 말이오. 그래서 나는 내가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선물을 자뜩 들고 가서 내 아내의 정절을 한 번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322]
사랑이 깊어지면 귀가 얇아지는 법이오. [328]
<제 8 부 : 인간의 시대>
그래, 우리가 이 전쟁에서 지게 되어 있다면,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사랑을 위하여 내가 성문을 열어주어서 안 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334]
스퀼라는 살며시 아버지의 침식로 숨어들어가 그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딸이 아버지의 머리로부터 아버지의 목숨과 운명이 걸린 머리카락을 훔친 것이다. [335]
인간의 근심을 치료하는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335]
스퀴라는 그 죄 많은 손으로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바쳤다. 그러나 미노스 왕은 몸을 사렸다. 스퀼라가 저지는 이 전대미문의 죄악에 기겁을 한 미노스 왕은 이런 말로 스퀼라는 꾸짖었다. “우리 시대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있었구나. 신들이시여, 대지는 저것을 내치게 하시고, 어떤 땅, 어떤 바다도 저것에게는 깃들일 자리를 주지 않게 하소서, 너 잘 들어라. 나는 유피테르의 요람이었던 크레타 섬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336]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루스를 죽인 후 크레타 공주 아드리아네의 도움을 받아 이 미궁을 들어갈 때 명주실을 풀면서 들어갔다가 이 괴물을 죽이고는 그 명주실을 잡고 아무도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이 미궁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342]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 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344]
“물러서 있게. 이 괴물과는 싸워도 거리를 두고 싸우는 수 밖에 없네. 우리의 용기는 그 거리 밖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일세.” [355]
신들이 정말 인간의 모습을 빼앗을 수도 있고, 다른 모습으로 바굴 수도 잇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신들의 힘을 과신하는 것이 분명하오.[366]
마음씨 착한 이 노부부는 바로 그 초라한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둘 다 백발이 될 때가지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네. 이 노부부는, 가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네.[367]
저희들은 한평생을 사이좋게 살아왓은즉 바라옵건대 죽을 때도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고자 하나이다. 제가 할미의 장사 치르는 꼴을 보지 않고, 할미가 저를 묻는 일이 없었으면 하나이다.[370]
<< 변신 이야기 2권>>
<제 9 부 : 헤라클레스 외>
“나는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나 손 쓰는 데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만일에 나와의 싸움에서 네가 이기면 네 말이 맞는 것으로 하자.” [16]
“나는 죽되 내 피로 하여금 이 값을 치르게 하리라”. 네소스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천 조각을 이 피로 적셔 장차 요긴한 사랑의 묘약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를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에게 주었다. [22]
참된 것에다 거짓된 것을 섞기 좋아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눈덩이 같이 불리기 좋아하는 파마 여신(소문의 여신)이 헤라클레스가 이올레라는 여자를 사랑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23]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저희 마님을 축복해 주셔요. 아르골리스의 알크메네 마님께서 방금 기도의 응답을 받으셔서 옥동자를 분만하셨답니다.” 해산의 여신께서는 이 뜻밖의 소식에 기겁을 하시고 팔짱을 푸셨는데, 이 분이 팔짱을 푸시는 순간에 나도 아기를 낳을 수 있었지. [33]
다 운명의 여신께서 그리 하셔서 된 것이지 이들이 혹은 뇌물을 썼거나 떼를 썼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 아니오.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꺼이 용인하여야 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을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43]
뷔블리가 세상 처녀들에게 사랑해도 좋을 상대가 있고, 사랑해서는 안 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처녀 뷔블리스가 제 오라비인 카우노스에게 품어서는 안 될 사랑의 마음을 품은 것이다. [44]
하늘에는 하늘의 법도가 따로 있다고 하실 테지요만, 하늘에 하늘의 법도 따로 있고 땅에 땅의 법도가 따로 있다면, 하늘의 법도로 인간을 다스리시려 하시는 것에 장차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47]
“내가 이렇게 조롱을 당해도 싸지. 어쩌자고 내 상처 난 가슴을 그에게 내보였던가! 어쩌자고 가만히 속으로 앓아야 할 내 가슴의 병을 이다지도 경솔하게 사연으로 적어 보냈더란 말이냐? 먼저 내 속을 드러내고 거절 당해도 손해가지 않을 방법으로 그의 의중을 떠보았어야 했던 것을…. 먼저 돛으로 바람을 떠보고 바라로 나섰어야 하는 것을.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51]
서판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것은 내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계시였거늘. 서판이 떨어진 것은 내 희망도 그렇게 무참하게 깨어질 것을 미리 알리는 계시였던 것을. 신들은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는데도 나는 제 정신이 아니어서 이를 알아보지 못 했구나. [51]
절도라는 미덕은 이미 뷔블리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뷔블리스는 거절당할 줄을 알면서도 다시 도전하려는 것이었다. [53]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그러나 네 경우 자연은 너에게 이런 희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59]
<제 10 부 :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떨어졌다. [67]
젊은 스파르타 인 휘아킨토스는 빨리 제 차례를 잡아 원반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에서 땅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 원반을 주우러 달려갔다. 그러나 원반은 굳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공중으로 되튀어오르면서 휘아킨토스의 얼굴을 때렸다. [76]
퓌그말리온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솜씨로 만든, 눈같이 흰 여인의 상아상과 함께 살았다. 휘그말리온이 만든 이 상아상의 여인은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랬겠지만 퓌그말리온은 자기 손으로 만든 이 상아상의 여인을 사랑했다. 이 상아상은 상아 있는 여인이 가진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이 상아상은 언제 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았고, 언제 보아도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았다. [80]
만일 자식이 없었더라면 키뉘라스는 복이 많은 사람 축에 들 수 있었으리라. 복수의 여신 세 자매 중 하나가 키뉘라스의 딸 뮈라를 다스렸다. 아비를 미워하는 것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데 뮈라는 아비를 미워한 것 이상으로 무거운, 아비를 사랑하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84]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95]
도망치는 짐승을 보거든 용기를 내어 쫓아도 좋다. 그러나 네가 사냥하려는 짐승이 너와 용기를 겨루려 하거든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짐승과 겨루는 것은 위험하다. 너로 인하여 고통받는 것이 나라는 것에 유념하고 겁없이 대들지 말기 바란다. 자연이 너와 대적할 무기를 내린 짐승은 도발하지 말아라. 공연히 도발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명예에 대한 네 욕심 값을 나는 근심으로 치러야 한다. [97]
“먼저 나와 달음박질 겨루기에서 나를 이기지 못하면 절대로 내 지아비가 될 수 없습니다. 나와 겨룹시다. 겨루어 나를 이기면 그 상으로 나를 신부로 맞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지면 그때는 목숨을 받겠습니다. 자신 있는 분이 있거든 이 조건 아래서 겨루어봅시다.” [98]
그렇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저 청년의 외모가 아니라 저 청년의 젊음이다. 게다가 저 청년에게는 용기도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도 있다. 과연 해신의 자손답구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청년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101]
<제 11 부 :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오르페우스의 망령은 지하의 저승 땅으로 갔다. 오르페우스의 눈에 저승 땅은 낯익었다. 오르페우스는 지복의 들판을 뒤져 에우뤼디케를 찾아 그 품에 껴안았다. 이들은 나란히 이 지복의 들판을 거닐었다. 여기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이따금씩 뒤따라오는 에우뤼디케를 뒤돌아보아도 이를 시비하는 자가 없었다. [112]
미다스 왕은 부귀를 마다하고 산이나 숲에 정을 붙였다. 그는 황금에 신물이 난 참이라 황금 대신 산속 동굴에 사는 판을 섬겼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한번 당하고도 또 한번 당하게 되니, 어리석어도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116]
그 자리에 나와 있던 청중들도 모두 이 점잖은 산신의 판정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다스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심판의 판정에 항변했다. 델로스의 신 아폴로는 이같이 어리석은 자의 귀가 여느 인간의 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신은 이 미다스의 귀를 잡아늘이고는 그 안에 털리 소복이 자라게 한 다음, 미다스의 머리에 달린 채로 이쪽저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게 만들었다. 단지 귀 모양만 바꾼 것이었다.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와 비슷했다. [118]
< 제 12 부 : 트로이 전쟁 외>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고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곳에 소문의 여신인 파마가 살고 있다. 파마가 거하는 처소는 산꼭대기에 있다. 이 집의 문은 밤낮을 불문하고 늘 열려있다. 이 집에는 문이 수천 개가 있는데 이 많은 문이 다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사방의 소리문이 잘 드나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침묵과 고요라는 것은 이 집 안에 없다. 고함소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시끌시끌,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있을 뿐이다. [152]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연발>, 터무니 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152]
“내 몸을 시험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네 몸을 한 번 시험해 보자. 내 칼 끝에 견디는지 견디지 못하는지.” [171]
수 많은 트로이아 영웅들을 이겨내었던 저 유명한 영웅 아킬레오스는 이렇게 해서, 그리스 땅에서 남의 아내를 꼬드겨온 비겁한 자의 손에 죽었다. 아킬레오스는 자신이 여자만도 못한, 파리스 같은 자의 손에 죽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터였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아킬레오스는 차라리 아마존의 도끼에 맞아 죽는 편을 택했으리라. [178]
<제 13 부 : 유민의 시대>
이런 이야기를 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행동으로 누가 유품의 임자가 되어야 하는지 보여 주기로 합시다. 이 영웅의 유품을 적진에다 던져두고 우리 둘을 보내어 이를 찾아오게 해 주십시오. 이로써 찾아오는 사람을 임자로 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90]
그러나 나는 아이아스는 마땅히 자기가 혼자서 세웠다고 하는 공을 여러분에게도 나누어주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1]
여러분, 나는 나 자신의 과오를 변명하는 데 실패할망정, 저 위대한 영웅이 나와 함께 매도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203]
무기로 싸우는 자에게만 공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자에게는 공이 없는 것은 아니오. 따라서, 상은 무기로 싸워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오. [206]
아이아스여,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자면 그대의 오른팔이 필요하오. 그러나 그대에게는 그대의 갈 길을 일러줄 내가 필요하오. 그대에게는 힘은 있되 지혜가 없소만 나는 오래전부터 지혜로운 자로 불리던 사람이오. 그대는 싸울 수 있는 사람이오만, 아트레오스의 아들들은 나와 상의한 연후에야 싸울 때를 정하오. [206]
트롱아의 공주인 아름다운 <카산드라>는 아폴로의 총애를 받고 예언하는 능력을 얻었으나 끝내 몸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폴로로부터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빼앗겼다. 따라서, 카산드라의 예언은 ㅇㅏ무도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가 오랜 전부터 트로이아 전쟁을 예언했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210]
돈이라는 것은 성한 사람도 유혹하는 법인데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다. 토르이아가 패망하자 사악한 트라키아 왕은 칼을 들어 제 품안으로 들어와 있는 트로이아 왕자의 목을 따버리고는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요량으로 시체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211]
“빨리 나를 찔러 내 고귀한 피를 보아라. 몸을 사리지는 않겠다. 내 목을 찔러도 좋고 내 가슴을 찔러도 좋다. 이 폴뤽세나는 마침 남의 노예로서는 죽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그러나 너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신의 분노는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중략) 내 말에 일리가 있거든 나는 처녀의 몸이니 내 주검에는 남정네의 손길이 닿지 않게 해 주기 바란다. 바라건데 자유인 처녀의 몸으로 스틱스의 땅으로 내려가게 해 주기 바란다. 나를 죽여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하겠다. 노예인을 죽이는 것 보다야 자유인을 죽이면 더 낫지 않겠는가.” [213]
폴뤽세나는 무릎을 꺾고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폴뤽세나의 표정만은 끝까지 평온했다. 심지어는 쓰러지면서도 가슴을 열어젖힌 채로 죽을까봐 옷깃을 여몄을 만큼 끝내 요조숙녀의 품위를 지켜내었다. [213]
그러나 헤쿠바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슬픔과 고통이 목구멍을 막고, 눈물을 말려버린 것이다. [216]
헤쿠바는 왕에게 매달려 손가락을 왕의 두 눈에다 찔러넣고는 눈알 두 개를 한꺼번에 뽑아버렸다. 헤쿠바가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분노가 헤쿠바에게 기이한 힘을 샘솟게 했기 때문이었다. [217]
<제 14 부 : 로물로스와 레무스 외>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 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242]
“곧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사랑의 상처를 입은 여자의 원한이 얼마나 깊고 무서운가를 알게 될 테니. 이제 그대는 카넨스에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게다.” [263]
“전우들이여, 그렇게 험한 고초를 겪고도 겁을 먹는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고초는 이제 없다.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69]
“남의 사랑은 본 척도 않는 그 오만한 마음을 버리세요. 버리시고 그대를 사랑하는 분에게 사랑으로 화답하세요. 그래 복을 지으면 봄서리는 그대 과수원의 열매눈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고, 여름의 태풍은 그대 과수원의 꽃을 날리지 않을 거예요.” [284]
신들의 세계에서는 한 신이 한 일을 다른 신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286]
<제 15 부 : 카에사르의 승천 외>
우리 몸을 살찌우기 위해, 우리의 탐욕스런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동물의 살을 먹다니 이 어찌 사악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96]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누군가가 고기를 그 탐욕스러운 목구멍으로 삼키는 사자를 보고는 이를 부러워하고 나쁜 전례를 만들면서 인간은 죄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297]
육체라는 것은 화장단에서 재로 화하건, 땅 속에서 오랜 세월 썩어 없어지건, 한 번 없어지면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혼은 영원합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원래 있던 곳을 떠나면 다른 집들 찾아 들어가 거기에 다시 거합니다. [299]
모든 것을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대들에게 경고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음식으로 삼음으로써 인간이라는 고기귀한 지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300]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은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300]
밤이 끝나고 아침이 시작되면, 빛나는 아침 햇살이 밤의 어둠을 이어받는 것을 아시지요. 만물이 깊이 잠든 한밤의 하늘 색깔과, 새벽별이 나타날 때의 하늘 색깔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301]
네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것을 눈여겨보셨습니까? 이 네 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합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식물이라는 식물은 다 꽃을 피우고, 기름진 땅은 색색의 꽃을 안고 봄을 노래하지만,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봄이 자라 여름으로 접어들면 계절은 젊은이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일년 중에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가을이 계절을 이어받습니다. 가을은 풍요와 성숙의 계절입니다. 청춘기와 노년기 사이에 드는 계절,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어서 노년의 겨울의 추위에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옵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백발이 된 모습을 하고 다가옵니다.이와같이 우리의 육체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내일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 혹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태 속에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을 받은, 씨앗 같은 상태로 말이지요. 자연은 참으로 섬세한 손길로 이 씨앗을 하나의 형상으로 빚어냅니다.[301-302]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전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30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잇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 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튀에스테스식 식사로 위르이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313]
“베누스여, 네가 네 마음대로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여신들 뜻을 거스르려 하느냐? 운명의 세 자매 여신의 집으로 가서 네가 확인해 보아라. 거기에는 동판과 철판으로 된 운명의 서가 있다. 이 운명의 서는 벼락도 번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끄덕않을 이 운명의 서를 네가 어쩌려느냐?” [333]
이제 내 일은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36]
내가 저자라면
책의 구성
그리스, 로마신화를 담은 책들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변신 이야기’이다. 고대에 신과 인간이 함께 존재하던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변신 이야기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신 이야기들을 전해 주고 있다. 또한 동시에 이들을 시대의 흐름 속에 포함시켜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1,2권 총 1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또 다시 여러 소제목들로 나뉘어져 있다. 한 번을 읽고 난 후 다시 궁금증이 일어 찾아볼 때 소제목을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 알고 있었던 신화들과 언젠가는 꼭 알고 싶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이야기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참 좋았다.
카오스 이후 신들의 전성시대, 영웅시대, 인간의 시대, 트로이 전쟁, 유민의 시대 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각각의 부분이 무엇을 기준으로 나뉘었는지 명확하지 않아 보였다. 또한‘제 12부 트로이 전쟁에서는 전쟁의 공적 이야기로 흐름이 바뀌면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듣는듯한 동화같은 서사적인 신화 이야기가 갑자기 후반부의 로믈로스와 케사로스를 거쳐 아우구스투스오 이어지는 로마건국의 당위성과 황제들의 신성에 대한 찬양으로 전환되어 이야기의 흥미로움이 갑자기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활자와 번호에 맞춰 아래 주석을 읽다 다시 본문을 읽으면서 혈연관계 및 사건의 발생 순서를 꿰맞추어 보아야 했던 것은 글을 읽는 내내 부담이었고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작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화가 나에게 준 선물
나무를 안고 있을 때 전해오는 따뜻함과 수액의 소리는 사랑의 비극적 종말이나 억울함으로 발이 뿌리로 변해 박히고 피부가 나무껍질로 덮여버린 여신이나 요정들의 체온이었다. 용감한 쌍둥이 형제가 밤하늘에 박혀 ‘쌍둥이좌’로 빛을 내고 있고, 핏빛 오디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간 퓌라모스와 타스베의 상징이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익으면 검붉은 색깔로 변하는 것은 신들이 티스베의 기도를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난 자연에 나가면 꽃과 열매, 검은 빛깔의 새와 슬픈 울음소리를 가진 새들에게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신화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 보는 모든 사물들에 대해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또한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다가가는 자연은 더 없이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능력에 닿지 않는 것을 무모하게 시도하다 목숨을 잃은 파에톤,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만용을 부린 아라크네,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일부러 함정을 파서 결국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고 마는 케팔로스,어린 마음에 중용을 이탈해서 목숨을 잃은 이카루스,호기심을 떨쳐 버리지 못한 오르페우스,어리석은 판단의 극치를 달린 미다스 등을 통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인간적 고뇌와 고통의 한계점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인생과 자신을 한 번 돌아보면서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