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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3일 07시 34분 등록
연구원 과제중에, 제일 어려운 것이 '저자에 대해서'이다. 백과사전에 있는 내용만을 보고 쓴다면, 의미가 없다. 그런 글은 아무도 읽지않는다. 볼 사람도 없고, 본인이 쓰고 싶지도 않은 글은 쓸 필요가 없다. 

막상 펜을 들고 저자에 대해서 쓸려고 하면, 무엇을 써야하는지 난감하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막막하면, 본질적인 질문부터 해본다. 원점으로 돌아와서, 과연 글은 무엇일까? 글이 무엇이길래, 쓰지 않고는 못베길까? 왜 시키지도 않는 짓을 작가는 스스로 하는 것일까? 책 한권 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 대가가 크지도 않다. 책 써서 돈 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이다. 스스로 설득하기다. 내가 왜 이곳에 있고, 지금 이 일을 하는 지, 의미를 찾을 수없다면 죽은 삶이다. 지금 이곳이 먼 훗날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면 신난다. 글을 쓰는 이유는, 영혼이 살기 위해서다.

'저자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그가 왜 이 책을 썼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과 같다.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쓸 수 있겠다. 

1. 그가 살던 시대는 어떠했는가?
2.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3. 그는 왜 이책을 썼는가?
4.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시대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누가 통치했는가, 누가 권력을 쥐고 있었는가, 그는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나라를 관리했는지를 살핀다. 두번째, 저자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의 어린시절, 경력에 대해서 말한다. 세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이유로 책을 썼는가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이 네가지를 조립해서, '저자에 대해서'를 쓴다. 

오비디우스가 살던 시대는, 아우구스투스(본명,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는 '존귀한 사람'이라는 뜻) [Augustus, BC63.9.23~AD14.8.19]가 통치했다. 신분질서를 정리하고, 풍기, 치안과 식량 문제를 관리해서 로마시(市)를 정비하였다. 학문과 문화를 부흥하고, 대규모 건축사업으로, 벽돌의 도시 로마를 대리석으로 바꾸었다. 내정을 충실히 해서, 로마에 평화시대를 안겨주었다. 로마는 이후 200년간 전성기를 누린다. 

이때 라틴 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룬다. 평화와 번영을 누렸던 이 시대는 시詩 분야에서 가장 문학적 성과를 얻었다. 기교적이고 세련된 작품들로 대개 후원자나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바쳐졌으며 애국심·사랑·자연 등을 주제로 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에 대해 "전쟁사적 관점에서 보면 지루했지만 정치력은 가장 뛰어났던 인물"이라고 평한다.아우구스투스는 타고난 겁쟁이였지만 노력해서 용기 있는 인물이 됐으며,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역사에 등장했지만, 권력을 잡은 뒤에는 스스로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는 전투력은  없었으나 묵묵한 끈기와 계획성으로 생존에 성공하고, 역사의 승리자가 된다.  

오비디우스는 이탈리아의 부유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난다.  아버지의 성화에, 정치가가 될려고 했으나, 포기하고 시인이 된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듯하면, 문화가 발전한다. 신화를 집대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은 '변신'이다. '변신 이야기'를 아우구스투스를 신성화하기 위해서 썼다. 카오스에서 천지가 창조된 것도 변신이고,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시대로 변신하고, 다시 로마시대가 된 것도 변신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오비디우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나보다,'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이 풍기문란하다고 하여,  추방시킨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정석중에 정석이다. 모든 고전이 이 책에서 시작한다. 서양의 기독교 사상에 물들지 않은 또 다른 사상의 원형을 알 수 있다. 그의 재치와 수사적 표현, 신화에 대한 지식, 서술 및 묘사, 풍부한 상상력 등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오비디우스가 후세의 시문학에 미친 영향은 주로 기법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의 주된 매력은  인간성(쾌활함, 생기발랄, 생생하고 감각적인 묘사)에서 나온다. 그는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시인들에게 사랑 받았다. 

작품에는 '사랑도 가지가지', '여류의 편지', '사랑의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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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에 대해서.

책은, 쌓여야 나온다. 이윤기는 얼마나 신화를 많이 번역했는가? 이윤기의 신화 시리즈는 신화 번역의 산물이다. 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나만 할 수 있는 '그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윤기의 '그것'은 신화다. 아무도 그만큼 신화를 대중화하지 못한다. 한가지의 화두를 잡고, 오랫동안 붙들고 있다면, '그것'이 생긴다. 

이윤기의 신화 번역 이력을 보며, 나의 '그것'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본다. 어떤 언덕을 쌓아올라가야할까? 

인재는, 현장을 끊임없이 체계화한다고 한다. 나의 현장은 외식업이다. 외식업의 어떤 면을 파고 들어야할까? 매뉴얼같은 책은 많이 나와있다. 그다지 시장이 넓지도 않고, 많이 팔리는 것 같지도 않다. 좀 더 대중성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매출을 올리는 방법, 마켓팅 방법, 서비스등. 혹은, 내 현장을 익숙한 개념과 접목한다. 외식업과 심리학, 외식업과 제2의 인생, 외식업과 자아성장, 으로 콘셉을 잡는다면 매뉴얼같은 책보다 좀더 대중성이 있다. 

가장 무난한 것은, 외식업을 돈벌이 보다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다루기다. 일을 통해서, 자아를 완성한다는 컨셉이다. 그렇다면, '일과 자아완성'이 내가 비빌 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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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자라면'도 한번 생각해 본다. 편집자, 출판 기획자의 시각에서 보자는 의도다. 책의 콘셉을 잡고, 집필하는 방법까지 생각 해보아야 한다. 콘셉이란, 하나의 키워드로 산발적인 텍스트를 정렬하는 것을 말한다. 자료가 필요한데, 자료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집필방법이다.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책이다. 그리고, 사람, 신문, 잡지, 인터넷 여러 매체가 있을 것이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한다. 

'내가 저자라면'은 출판 기획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인터넷은 접근하기 쉽지만, 쓸만한 콘텐츠는 없다. 인터넷의 숙명이다. 인터넷은 단초만 제공한다. 인터넷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터넷은 요리책이다. 요리책만으로는 요리를 만들수가 없다. 재료를 구입해야 하며, 시간을 들여서 요리를 해야 요리가 나온다. 

 '변화'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자료원을 어디서 구해야할지를 정리한다. 도서 목록이 될 수도 있고, 현장답사, 전문가 인터뷰등이다. 책이 한권 나올려면 많이 쌓아야 한다. 헌데, 자칫하면 자료조사만하다가 지칠 수가 있다. 그래서 목차를 먼저 세워놓고 작업을 하는가 보다. 

'변신 이야기'는 아우구스투스에게 신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썼다. 로마판 용비어천가다. 변신의 모티프가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하다. 신들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 트로이 전쟁, 카에사르로 끝난다.그리스, 로마 신화의 방대한 텍스트를 '변신'이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하다. 서양 사상의 원형을 날것 그대로보여준다. '신화와 전설'에서만의 '변신'이야기이기 때문에 단조로운 면도 있다. 

하나의 키워드로 텍스트를 정렬해보자. 책은 콘셉 덩어리다. 오비디우스의 시대에는, 이야기 소스가 신화나 전설 뿐이었다. 지금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알 수있고, 과학의 발달로 물질 사이, 혹은 생물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문학 작품에도, 변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정신 안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정신분석은 사람 정신의 변화에 대한 학문이다. 

오히려, 오비디우스가 작업을 하기 쉬웠을 것이다. 오로지 신화와 전설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작업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우선은 카테고리부터 정하고 보아야 한다. 책을 읽을 때는, 키워드라는 채를 쳐서 걸러낸다. 키워드를 가지고 책을 보면, 독서는 입력이 아니라, '찾기'다. 

먼저 신화와 전설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신화도 총망라한다. 역사적 사실, 정신분석, 심리학, 사회과학, 영화, 철학, 문학에서 변화의 단면으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워낙 정보원이 많기 때문에, 카테고리를 좁히고 구체적으로 만든다. 몇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변신'을 본다면, 신화와 전설에서만 이야기하는 것 보다, 좀더 입체적인 구성이 된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독서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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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4.13 08:01:23 *.219.109.113
다른 시각으로 방법으로 변신하는 그대의 ''작가에 대해서' '내가 저자라면'
좋다. 나도  독서를 하는 방법이 조금 씩 달라지고 있어.
책을 읽는 중간중간 포스트-잍을 붙이고 , 간단히 메모를 하며
책에다 끼워두고 책을 덮고 다시 찾으며 정리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독서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좋다. 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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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13 18:38:48 *.236.3.241
작가의 관점에서 책을 보는 고민이 고스란이 보이는구나.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그대가 묻어놓은 영감이 문득문득
 다리를 붙잡는다. 이런 걸 편승이라고 하나 ㅎㅎㅎ

고생한 덕에 알차게 얻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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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3 18:42:28 *.30.254.28
생각의 깊이나,
고민의 양을 봐도,

인건이는,
보면 볼수록,

괴물 같다...ㅎㅎ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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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1:22:25 *.106.7.10
1. 그가 살던 시대는 어떠했는가?
2.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3. 그는 왜 이책을 썼는가?
4.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네 가지 질문 아주 좋다. 특히 1번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나도 이런 관점을 적용해 보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좀더 알아봐야겠다.

또 번역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좋다. 특히 이윤기 같은 번역자라면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내가 놓친 부분이다.

그래, 우리는 책을 읽을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거지.

스승님이 여러번 강조하신 이 것을 난 자꾸 잊게 된다.
다시 한번 머리에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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