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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6일 11시 09분 등록

2부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책을 내면서>

u       이 작업을 하면서 얻은 주요한 성과는 내가 오랫동안 충실하게 지켜온 생각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이란, 인간이 생물학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그 영적 역사에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5).

 

<머리말: 신과 영웅의 자연사를 향하여>

1. 신 과학의 얼개

u       전 세계의 신화를 비교하다 보면 인류의 문화사를 단일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15).

u       신화적 주제들은 오락용 이야기에서는 놀이의 정신으로 가볍게 받아들여지지만, 종교적 맥락에서는 사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문화 전체의 영적 권위와 세속적 힘의 토대가 되는 계시적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15).

u       인류의 역사를 그 첫 장부터 탐색해보면, 그것은 단지 도구를 만드는 인간의 진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타는 비전을 자신의 마음 속에 쏟아 붓는 구도자의 역사이자 초월적인 계약을 육화시키려는 지상 공동체의 역사였음을 알 수 있다 (15~6).

u       인간은 보편적인 신화적 유산을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하지 않고서는 우주 속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16).

 

2. 과거의 우물

3. 학문과 낭만의 대화

u       근대 학문 분야에서 건전한 비교 방법을 최초로 사용한 두 학문은 고전학과 성서학이다 (21).

u       신화 속의 상징들은 가장 깊은 동기부여를 가져온다. 신화는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 모두를 움직이고, 폭도를 움직이며, 문명을 움직인다 (24).

u       프로이트 박사 80회 생일을 기념하여 빈에서 열린 강연에서 토마스 만이 <프로이트와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며 언급한 것처럼, 문학의 영역과 무의식의 과학 사이의 심오하고 자연스러운 공감은 오랫동안 인식되지 못하였다 (30).

u       쇼펜하우어의 꿈의 심리학과 본능의 철학, …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학, 신화, 도덕 철학의 형이상학적 위선을 경험적 심리학의 언어로 바꾼 니체. 이들은 모두 오늘날 과학적 정확성을 지닌 거대한 가설과 용어들로 체계화되고 있는 놀라운 통찰력들을 선구적으로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범위와 풍부함의 측면에서 그러한 통찰력들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30).

u       토마스 만이 이야기하였고 많은 심층심리학자들도 동의하듯이, “신화는 삶의 토대이고 무시간적 도식이며 경건한 공식이다. 신화가 자신의 특질을 무의식으로부터 꺼낼 대 삶은 그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학자, 고고학자, 역사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여러 문명의 신화들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31).

 

<1: 신화의 심리학>

서론: 가면의 교훈

u       토마스 만이 말한 것처럼, 예술가는 신화적인 감성으로 삶을 바라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화의 영역을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고, 예술가의 눈으로 대해야 한다 (35).

u       신화의 축제는 모든 시간의 법칙을 폐기한다 (35).

u       호이징가가 문화에서의 놀이 요소에 대한 자신의 훌륭한 연구에서 지적한 것처럼, 놀이의 경우에 처음 순간에 강조되는 것은놀이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37).

u       호이징가는 이렇게 결론을 맺고 있다. “원시 문화의 모든 영역을 놀이 영역으로 간주하면, 어떤 엄밀한 심리학적 분석이나 사회학적 분석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총체적으로 원시 문화의 독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38).”

u       더욱이, 참으로 재능이 있는 놀이꾼은 모든 것이 신의 몸으로 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놀이꾼은 만물의 토대인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39).

u       믿음 혹은 믿음의 놀이는 그러한 사로잡힘의 상태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39).

u       신전에 들어가거나 축제에 참가하는 유일한 목적은 다른 마음 (산스크리트어로는 아냐마나스인데, 어떤 영에 사로잡혀 마음이 텅 빈 상태를 말한다)”으로 알려진 어떤 상태에 도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는 제 정신을 잃고”, 마법에 걸리며, 자기 집착의 논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40).

u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주가 신의 자리이다. 우리의 일상적 의식 상태는 이러한 신적 비전을 보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러나 신들의 놀이를 하고 있으면, 이 실재- 이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실재이다-를 향해서 한발 나아가게 된다. … 성인들이 행하는 신들의 놀이는 사로잡힘의 상태에 도달한다. … 그 경우에는 이 세상의 논리와 접촉을 끊고 그것과는 다른 마음의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 그들은 신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알고 있고 또 알 필요가 있는 것은 오로지 그 사실뿐이다. 그들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40).

u       라마크리슈나는 눈을 감고 이것이 전부인가? 눈을 감을 때에만 신이 존재하고 눈을 뜨면 신이 사라지는가?”하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눈을 뜨고 이렇게 말하였다. “놀이는 영원을 소유한 사람의 것이며, 영원은 노는 사람의 것이다그렇다면 남아 있는 의문은 이것뿐이다. 우리는 놀이 감각을 잃지 않은 채 얼마나 사다리를 오르내릴 수 있는가? (41).

u       정신의 고귀함은 천상에서든 지상에서이든, 놀이를 할 수 있는 기품이나 능력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귀족의 자질이었던 높은 신분에 따른 의무는 바로 고대 그리스의 시인과 예술가 그리고 철학자의 덕이었다 (42).

u       이처럼 고도로 놀이화된 “~인 것처럼의 게임은 신의 법을 아는 체하는 신학의 억측으로부터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인간 경험의 지평 너머로는 적용되지 않는 이성의 속박으로부터도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43).

u       그러므로 거기에서 종종 비롯되는 놀이 상태와 열광적인 사로잡힘의 경험은 필연적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향한 하나의 발걸음을 의미한다 (43).

u       세상이 불투명한 무게- 이 세상에서의 삶의 무게만이 아니라 죽음과 천국과 지옥의 무게까지 포함하는-는 사라지고 정신은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그 정신은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위하여 자유로워진다 (43~4).

u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세속적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위치로부터 벗어나, 믿음의 게임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축제의 놀이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놀이 영역에서는 재미와 기쁨 그리고 황홀감이 단계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거기에서는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삶의 법칙들, 즉 경제학과 정치학 그리고 도덕법칙이 사라진다. 그 다음에는 타락 이전의 낙원으로 귀환하여 새롭게 거듭나게 되고, 그 결과 놀이의 인간 (호모 루덴스)의 정신과 관점을 삶 속에서 다시 회복하게 된다. 아이들의 놀이에서처럼, 그러한 상황에서는 진부한 삶의 현실에 기가 꺽이지 않은 채, 순수한 놀이의 기쁨을 위하여 다른 어떤 것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자발적인 정신의 충동이 이 세상을 성스럽게 변화시킨다 (44).

 

1: 유전된 이미지의 수수께끼

1. 생득적 방출 기제

u       융은 인간의 정신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두 개의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반응 체계를 확인한다. 그 가운데 하나를 그는 개인 무의식이라고 부른다. … 다른 하나를 집단 무의식이라고 부른다. 이 집단 무의식의 내용을 그는 원형(archetype)이라고 부르는데, … 그것이 어떻게 해서 형성되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47).

u       융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내가 원형이라고 부르는 근원적 이미지는 항상 집단적이다. 그것은 적어도 인류 전체와 모든 시대에 공통된 것이다 모든 시대와 인류의 주요한 신화적 동기는 이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 그는 계속 말하고 있다. “근원적 이미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유사한 경험의 응축에서 비롯된 기억 심상이며해부학적으로 그리고 생리학적으로 결정된 자연적 경향의 심리적 표현이다 (48).

u       유의 원형개념은 오늘날의 신화 연구 분야에서 주도적인 이론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은 그보다 일찍 활동하였던 아돌프 바스티안의 이론에서 나온 것이다 (48).

u       바스티안의 이러한 이론에는 두 가지 점이 강조되어 있다. 첫째는 심리학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두번째는 민족학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두 가지 강조 사항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신화 접근 방식에 나타나는 두 가지의 대조되는 관점을 대체로 반영한다 (48).

u       결국 바스티안은 문화의 심리적이고 자연 발생적인 측면을 일차적인 것으로 강조한 것이다. 생물학작, 의사, 심리학자가 오늘날까지 일반적으로 취해온 입장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관점은 심리 구조와 기능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어느 정도의 자연 발생성과 지속적인 통일성이 존재함을 전제한다 (49).

u       인간의 신경계는 인류의 발생 이후 첫 60만 년 동안 떠돌아다니는 사냥꾼의 생활, 다시 말해서 식량을 찾아 헤매고 자신과 가족을 극히 위험한 동물의 세계로부터 보호하는, 그런 삶을 영위하고 안내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던 반면, 비교적 안전하고 분별력 있는 생활을 하는 농민, 상인, 교수, 그리고 그의 자식들에게 신경계가 봉사한 기간은 8천년도 안 된다 (이는 전체의 1.5퍼센트도 안 되는 시기이다) 50

u       그러나 인간의 본능 구조 전체는 동물의 경우보다 학습과 조건에 더 열려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곤충, 물고기, 새 혹은 원숭이의 CEMs IRMs을 측정할 때보다 개인의 경험을 훨씬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 (53).

u       인간의 마음은 독자적인 반응 체계를 지닌 수많은 술어 구조들로 이루어진 총체이다. … 그리고 그러한 마음의 구조가 전세계의 문화에서 차이성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근본적 유사성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미치는 힘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54).

 

2. 초일상적 신호 자극

u       얼굴에는 털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얼굴은 미세한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는 기관이 되었다.  즉 인간의 얼굴은… (동물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세련된 사회적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 (55).

u       (인간은) 다른 척추동물보다 더 개방적인 반응 구조를 가지게 되며, 따라서 본능도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게 패턴화되어 있다. 즉 인간의 본능은 동물의 본능만큼 보수적이거나 확고하지 않다. 한편 인간의 뇌는 매우 발달되어 있다. … 따라서 인간은 새로운 지식 (자신의 불가피한 죽음 자체에 대한 지식을 포함하여)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반응을 조절하고 금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56).

u       인간의 놀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의 충동을 움직여서, 새로운 자극을 스스로에게 창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어낸다 (56~7).

u       인간의 경험과 예술은 다양한 신체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그것들을 목적에 맞게 이끄는 신호 자극의 환경을 인류 자신을 위하여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다 (57).

u       이는 모든 창조적 예술의 첫 번째 공리, 예술은 과학과 같은 지시의 논리가 아니라 지시로부터의 해방이며 직접적 경험의 연출이라는 사실을 그 (하우스먼)가 재확인하고 명쾌하게 공식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직접적 경험의 연출이란, 사유나 심지어 감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떤 강한 충격을 통해서 형태와 이미지와 관념을 전달하는 것을 가리킨다 (58).

u       신화는 합리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신화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59).

u       문학 비평가들은 신화를 은유로 환원한다 (59).

u       우리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일한 하나의 종이며, 생물학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66).

 

2. 경험의 각인

1. 고통과 환희

u       제임스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비극의 재료를 인간의 고통 속에 있는 중대하고 불변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교문화적 신화 연구를 위한 훌륭한 구조화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전세계 신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상들은 중대하고 불변하는 것으로부터 나오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상들 가운데 고통 그 자체- 비극의 원재료-가 확실히 가장 일반적인 인상이다 (67).

u       더욱이, 비극- 그리스 비극-은 신화의 시적 변형, 즉 연민과 공포를 통한 감정의 비장한 정화이다 (67).

u       비극은 종교 언어에서 영적 정화또는 자아 비우기로 명명되는 수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67).

u       원시적인 에스키모인 이그주가르주크의 지혜와도 유사하다. 그가 말해준 간결한 금언 가운데는 이러한 것이 있다. “단 하나의 참된 지혜는 인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그 지혜는 위대한 고독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고통을 통해서만 그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 궁핍과 고통을 통해서만이 우리의 마음은 그 감추어진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71).”

u       인간의 고통 속에 존재하는 중대하고 불변하는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인생의 최고 목표-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로 간주하게 되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은, 적어도 이 경험으로 향하는 길은 모든 종교의 궁극적 목표이자 모든 신화와 의례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더구나 전세계의 신화적 전통을 발전시키고 유지해온 사람들은 샤먼과 현자와 예언자 그리고 사제였는데,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표현 불가능한 신비를 실제로 경험하였고 그 신비를 공경해왔다 (72).

u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원시 부족의 마법사가 인간 존재의 신비에 대하여 보여주는 진술의 심오함이다. 그의 진술은 고등 종교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그 어떠한 진술에도 뒤지지 않는 심오함을 보여주고 있다 (72).

u       궁극적 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신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73).

u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에 따르면, 시는 근원적 말이 일상적 말들 배후에서 울려퍼지도록 하는 예술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신화는 자신을 통하여 형상들의 형상 없는 형상을 드러내는 형상 만들기이다. 이때 낮은 차원의 대상은 보다 높은 차원의 것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도구로서 제시된다. … 그러나 만약 정신이 본연의 목적에 도달하려면 낮은 차원의 대상에 대한 사랑을 희생해야만 한다 (거기에 고통이 있다!).

u       따라서 비교신화학은 우파디스, 즉 존재의 기만적 속성들에 대한 비교 연구이다. 인간 정신은 다양한 시대와 영역에서 그러한 속성들을 통하여 비극적 공포 속에 존재하는 근원적 비밀과 합일하고, 비극적 연민 속에 존재하는 고통받는 자 (자아가 발가벗겨지는)’와 합일해왔던 것이다. 이 우파디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인류의 경험 전체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인간 조건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 문명의 시간적, 공간적 다양성에 따라 독특하게 나타나는 종족적 사유들이다 (74).

u       고통 그 자체는 속임수이다.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알맹이는 깨달음의 특성인 환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통으로 덮여 있는 환희의 각인은 우리의 연구에서 가장 중대하고 불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몇몇 사람의 삶의 지혜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75).

 

2. 지상에서의 삶을 구조화하는 힘

u       중력은 인간사위 모든 면에 끊임없이 작용할 뿐만 아니라 육체와 모든 신체 기관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조건짓는다 (75).

u       꿈나라의 논리는 낮 세계의 논리와 다르다. 꿈속에서는 사물들이 어떤 다른 곳으로부터 빛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빛난다 (75).

u       그리고 과학적 법칙에 따르지 않고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미묘하고 신비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신화의 세계에는 꿈이 흠뻑 스며들어 있다 (76).

u       밤의 공포와 밤의 매력은 빛의 출현과 동시에 사라진다 (76).

u       빛과 어둠, 위와 아래, 안내와 방향 상실, 확신과 공포의 대극은 인간의 사유를 구조화하는 필수적 원리로 간주되어야만 한다 (76).

u       천체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사이에 삶을 구조화하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하는 기본적인 관념은 달의 주기가 지닌 힘을 깨달으면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76~7).

u       (달은) 신화를 형성하는 데서 태양보다 더 강력한 역할을 해왔다. 그렇지만 아침마다 태양이 뜨면 이러한 달빛과 밤하늘의 별, 밤의 소리, 관능적인 분위기 그리고 꿈의 마법은 사라져버린다 (77).

u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형태 및 능력 범위의 현저한 차이와 대조는 확실히 인간의 경험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보편적 측면이다 (77).

u       신화 속에서는 자궁에서의 출생이라는 이미지가 우주의 기원을 가장 흔하게 표상하고 있으며, 그러한 우주의 탄생에 선행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성교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제의 속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78).

u       최초의 제의 예술에서는 벌거벗은 여성의 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남성들은 어떤 치장을 하거나 가면을 쓴 채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샤먼이나 사냥꾼으로 등장하고 있다. 남성은 여성에 대한 공포와 모성의 신비에서 자연계 그 자체의 공포와 신비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받아왔다. 그리고 인류의 종교 의례 전통과 신화 속에는 남성이 자신을 깊이 속박하는 이러한 두 가지 이질적 힘, 즉 여성과 자연에 대하여 나름대로  효과적인 관계- 적대적이면서도 협럭하는-를 맺기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무수한 사례가 발견된다 (78).

u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79).

u       대부분의 신화 전승과 제의 행위는 유년기에서 성년기, 또 노년기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삶의 마디마디에서 개인들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중대한 고비들을 지성과 감정과 행위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하는 주요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79)

u       그러므로 이러한 통과의례에는 불변의 상수와 문화적 변수가 동시에 발견된다. 전자는 특정 상황에 있는 개인의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요구이고, 후자는 각 지역 집단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으로 조건지어진 요구와 신념들이다. 따라서 세계 신화의 만화경은 항상 변하면서도 항상 같은 것처럼 보이는 흥미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79).

 

3. 유아기의 각인들

u       지울 수 없는 첫번째 인상은 태어나는 순간의 인상이다. 허파가 작동을 시작하기 전에 신생아는 질식의 느낌과 충혈로 인하여 짧은 시간 동안 공포에 사로잡히는 체험을 한다 (80).

u       출생의 상흔은 변형의 원형이다 (80).

u       신화와 종교의 이미지에서는 이러한 출생 (혹은 재생)의 테마가 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실, 모든 경계선 통과는 출생과 비교될 수 있으며, 그것은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미지를 통하여 거의 모든 제의 속에서 표현되어왔다. 이것은 민족학의 관점에서보다는 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할 가치가 있는 신화적 보편성가운데 하나이다 (80).

u       신화 속에서 보이는 물의 이미지는 이러한 동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80).

u       물은 여신의 힘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탄생과 소멸이라는 물- 개인의 탄생과 소멸이든 우주의 탄생과 소멸이든-의 신비를 인격화하는 것도 여신이다 (83).

u       물과 바람, 물질과 영, 생명과 그것을 낳는 자, 이 대극의 쌍들은 삶의 경험 속에서 융합되어 있다 (83).

u       그렇다면 양수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현자 탈레스의 철학만이 아니라 많은 신화에서 등장하는, 만물의 근원적 실체를 상징하는 물에 정확히 대응한다 (83).

u       신경증 환자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그러한 환자는 유아의 정체성을 버리고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힘들고 고된 문지방 통과를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의 성격 구조는 대체로 어떤 의존 상태에 고착되어 있다 (83).

u       고대 예술에서는 미로가 나선형의 꼴로 등장한다. 나선은 명상의 한 단계에서도 나타나며 들판에서 잠들려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난다 (84).

u       남부 프랑스와 북부 스페인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동굴들- 기원전 3만년에서 1만년 사이로 추정되는-이 사냥 주술을 행하는 장소였을 뿐만 아니라 남자의 성인식을 치르는 신성한 장소이기도 하였다는 사실이다 (85).

u       거기서는 어둠이 더 이상 빛의 부재가 아니라 하나의 힘으로서 경험된다. 그리고 아르답게 그려진그 이미지들은 지울 수 없는 인상으로 다가온다. 죽음-재생의 관념, 즉 제의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동시에 깊이 각인된 신호 자극의 새로운 구성을 수반하는 이러한 관념은 문화사에서 극히 오래된 것임에 틀림없다 (85).

u       낳고 길러주는 어머니로서 대지 개념은 수렵 부족과 농경 부족의 신화 속에서 모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85).

u       지상 위의 짐승들은 인간의 양식이 되기 위하여 보내어진 원형들의 일시적 현현에 불과하다 (85~6).

u       여기서 우리는 잠과 죽음, 깨어남과 부활, 그리고 재생을 위하여 어머니에게 회 귀하는 통로로서의 무덤 개념 등을 찾아볼 수 있다 (86).

u       문지기는 길을 통과하는 미로의 도안을 그리고 있는데, 영혼이 다가오면 그것의 반을 지운다. 여행자가 사자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 길을 통과하려면 그 도안의 지워진 반쪽을 완성시켜야만 한다. 실패하는 영혼은 입구의 문지기가 먹어치운다. 여기서 우리는 죽기 전에 미리 미로의 비밀을 배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이 불사의 비밀에 대한 가르침이 말레클라의 종교의식에서 주요 관심사인지를 알 수 있다 (88).

u       .. 미로나 미궁 그리고 나선은 고대 크레타 섬과 바빌론에서 하계와 연관된 것뿐만 아니라 인체의 내부 장기와도 관계가 있다. 몸속의 장기는 하계의 소우주인 셈이다. … 무덤 건축자의 의도는 무덤을 최대한 어머니의 몸과 같이 만드는 데 있었을 것이다. 영혼은 다음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88).

u       원초적 물질 (오물과 부패)”을 금 (순수하고 따라서 부패하지 않는)으로 승화시키려는 16~7세기 연금술사들의 목적은 첫번째의 관심 체계에 갇혀 있는 에너지를 두번째로 부과된 영역으로 옮기려는 욕구를 완벽하게 지현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억압과 그로 인한 분열 대신에 사회적으로 대립되는 두 심리 체계의 승화 또는 융합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91).

u       거의 모든 원시 사회에서는 신체에 진흙을 칠하거나 그림을 그리면 몸이 아름다워질 뿐만 아니라 주술적으로도 몸이 보호된다고 믿었다 (92).

u       우리 사회의 서커스에서 등장하는 광대들은 화려하게 칠하고 다니며, 경찰이 허용하는 금기는 무엇이든 깨드린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다 (92).

u       남성들의 마음 속에는 여성의 질투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 항상 존재하게 된다. 그 결과 여성을 정신적 남성성을 거세할 가능성이 있는 자로 보는 부정적인 평가가 등장하게 된다 (93).

u       정통 프로이트 학파에 따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대체로 5~6세 어린이의 정신 속에 확립되며, 그 후에 발생하는 모든 충동, 생각과 감정, 창의적 예술, 철학, 신화와 종교, 과학적 연구, 건전한 정신과 광기의 근본적 패턴을 구성한다 (96).

u       프로이트는 이에 상응하여 소녀에 대한 정식화를 시도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엘렉트라 콤플렉스이다. 여기서 소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하여 어머니와 경쟁한다 (97).

u       4라는 숫자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전통에서 우주의 네 방향을 가리키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98).

u       우리 문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어린이들이 그들 자신의 솜씨와 관심, 도덕적 판단, 그리고 지위 관념을 발달시키는 것은 6세에서 12세 사이의 기간이다 (99).

u       모든 종교적 가르침과 종교의식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자아의식을 가능한 한 억누르고 참여의식을 계발하는 것이었다 (102).

u       모든 신비주의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자아라는 이슬방울을 전체라는 대양 속에 소멸시키는 것, 즉 자아를 비우고 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103).

u       이와 비슷한 정서가 인도의 <브리히다라니아카 우파니샤드> (기원전 800년경)에 나타나 있다. “사랑하는 아내의 품에 안겨 있는 남자가 자신의 안과 밖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고의 자아 (supreme self)에 안겨 있는 존재도 자기의 안과 밖을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103).

u       창조주는 전 세계의 신화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등장한다 (106).

u       그렇다면 이 세계를 주관적인 동시에 객관적인 경험의 미분화된 연속체 (참여)로서, 전적으로 살아 있는 것 (애니미즘)으로서, 그리고 어떤 뛰어난 존재에 의하며 만들어진 것 (창조론)으로서 지각하는 것은 유년기의 모든 경험에 무의식적으로 가정된 공리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6).

u       이 세 원리가 전 세계의 신화와 종교 체계 속에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106~7).

u       모든 어린이들과 대부분의 고대 철학자들은 사물의 이름 (분명히 주관적이고 단순히 마음 속에 있을 뿐이며 문화마다 크게 다른)을 그 사물에 내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물의 청각적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107).

u       어떤 신의 이름을 발음하면 그 신이 나타나서 자신의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름은 신 자신의 청각적 측면이기 때문이다. 인도 전통에서는 최고의 말이 옴 (aum)이라는 음절이다. 보이는 우주와 보이지 않는 우주 전체가 그 말의 현현이다 (107).

u       신학자들이 무로부터의 창조라고 불러온 극히 고상한 창조 개념은 사실 이름짓는 행위를 통한 말로부터의 창조이다 (108).

u       유아 시기의 관념들은 매우 천천히 억제되거나 소멸된다는 것이다. .. 성인의 경우에도 창조의 신비에 관하여 질문을 받으면 거의 십중팔구는 유아기에 형성된 창조론적 혹은 물활론적 용어로 대답을 한다 (109).

u       문명 사회에서는 아이가 어른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수 년간의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원시 사회에서는 성인식을 통해서 더 간단하고 급속하게 진행된다. 원시 부족 사회에서는 성인식이 가장 중요한 종교적 의식이다 (110).

u       의례 자체는 우리의 주제 영역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초점의 하나가 된다. 의례를 통해서 새로운 신호 상징이 젊은이의 마음 속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114).

u       그런데 이 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만일 특정 개인의 경우에 유아기의 이미지들을 사회적으로 재조직하는 과정이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개인의 준거 체계와 감정 체계는 본질적으로 유아적인 차원에 머물게 된다. 그는 비정상적이고, 고립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겁이 많은 성격으로 남게 된다. 그 결과, 신화적, 제의적 교육을 받은 문명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현대인의 정신 분석용 침상에 아주 잘 나타나는 일종의 방향 감각 상실이 불가피하게 초래될 것이다 (114).

u       우리의 문명 사회에서처럼 학교 교육이 지적인 성취만을 중시한다면, 유아기에 알맞은 감정 체계로부터 성인의 의무에 적합한 감정 체계로 넘어가는 과정- 어렵고도 중요한 경계선 통과하기-에서 심각한 실패가 자주 발생할 것이다 (115).

u       종교와 연금술과 신비주의와 교수법의 역사에는 이처럼 비의를 숨기는 많은 우화들이 있다. … 비의를 숨기는 우화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 번째 기능은 입문식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심오한 신비의 지식으로부터 배제하고, 그럼으로써 의식의 힘을 보호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기능은 계시- 그 우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화의 참 의미를 드려낼- 의 강력한 충격으로부터 후보자를 보호하고 그의 정신을 준비시키기 위한 것이다 (119~120).

u       연장자들의 행위에는 위협의 의미 외에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그들은 남자들 사이의 공감이라는 효과적인 주술을 통해서, 아들들이 어머니에게 느끼고 있는 근본적인 유아적 애착을 끊어주어야 한다 (122).

u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그 소년은 어머니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아버지의 본성에 참여하는, 힘든 경계선 넘기를 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122~3).

u       로하임 박사는 이렇게 썼다. “소년의 몸에서 잘려 나가는 것은 사실은 어머니이다. 그 보상으로 소년은 아내를 얻는다…” (123).

u       힌두교에서는 남녀양성적 선조의 이미지가 본질적으로 심리학적 관점에서 전개된다. 우주적 자아는 (산스크리트로는 아함)라는 대명사를 생각하고 발음한 뒤에 즉시 분화한다. 여기서 에고에 대한 관념이 세계 환상의 근원이라는 인도인의 기본적 신념이 나타난다. 에고는 공포와 욕망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든 생명과 모든 존재를 움직이는 열정이다. “라는 개념이 확립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파멸에 대한 공포나 개인적 향락에 대한 욕망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도 요가의 목적은 마음에서 라는 개념을 제거하고, 공포와 욕망을 둘 다 해체하는 것이다 (134).

u       중심을 잃은 인간은 자기 자신의 잃어버린 존재 상태에 대하여 꿈을 꾸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다양한 다신론적 신화들로 나타난 것이다. … 그러므로 다신론적 신화들은 두 번째 아담의 현현으로 특징지어지는 궁극의 종교, 즉 기독교를 향한 역사적 진보안의 한 단계 (혹은 일련의 단계들)를 나타낸다 (137).

u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고등 문화의 신화 전통과 하등 문화의 신화 전통 사이에 비슷한 점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137).

u       세계 어느 지역에선, 어린이가 성인으로 변형되는 성인식에서는 몹시 가혹한 시련이 수반된다. … 그러한 시련들을 통하여 자연적인 육체는 새로운 영적 상태의 영구적 기호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142~3).

u       우리는 하나의 신화와 동일시됨으로써 어른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관련을 맺게 된다. 신화적 형식의 현현에 스스로, 실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성인 역할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 형식들은 종교 의례의 역할과 패턴에 의하여 가시적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 의례는 사회적 형태를 떠받친다. 요컨대, 정신 에너지는 유아적 관심이 지배하는 초기의 정신적 상황에서는 개인적 쾌락과 힘이라는 본능적 목적으로 향하는 반면, 성인식에서는 그 에너지가 사회적 의무의 체계 안으로 포섭되고 재조직된다. 따라서 그 때부터 개인은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신뢰를 얻게 된다 (143).

u       쾌락과 힘 그리고 의무, 이 셋은 원시 사회의 자연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의 준거 체계이다. 그리고 원시 사화가 안정된 상태에 있을 때에는 쾌락과 힘이 의무에 종속되며, 의무는 신화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종교 의례로 강화된다. … 현대의 개인주의적 인간관의 관점에서 보면, 고대인은 전혀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된 원형의 화신이다. 그리고 그의 신화가 이루어졌던 시공간은 바로 성인식이었다 (143).

u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첫 징후는 죽음의 전조이다. … 따라서 원시인에게 죽음은 가장 안전한 성역 안에서도 대담하게 직면해야만 하는 강력한 존재였고, 삶 안에 동화시켜야만 하였던 힘이었다 (144).

u       그 어디서나 노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죽음이라는 어두운 문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은 희망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의 비밀을 이해하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다. 죽음은 우리가 삶이라고 알고 있는 것의 다른 측면이고, 아이가 성숙한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년기를 떠나야 하는 것처럼, 죽음으로 나아갈 때는 삶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비밀의 내용이다 (145~6).

u       노년기의 관심은 지역적인 준거 체계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준거 체계로 이동한다 (149).

u       노인은 자신의 마음 속만이 아니라 외분에 존재하는 영원성의 영역으로 돌아오게 된다 (149).

u       노년기라는 인생의 마지막 황혼에서 모든 인간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 즉 저항할 수 없는 죽음의 왕의 접근에 대해서 최근에 가장 심오한 분석적 고찰을 행한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아니라 카를 융이다. 융은 한 때 이렇게 썼다:

n        인생의 오후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시기는 인생의 오전에 매달린 가엾은 부가물에 불과할 리가 없다. 오전의 의미와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개인의 발달, 외부 세계에 자신만의 굳건한 영역을 구축하는 것, 자식을 낳아 종을 번식시키고 자식을 돌보는 것에 있다. 그러나 이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 그리고 달성된 것 이상일 때- 돈벌이와 정복 그리고 생명의 연장을 이성과 상식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계속 가속화시켜야 하는가? 자연의 목적에 합치하는 아침의 법칙을 오후까지 연장하는 사람은 그 행위의 대가로 자신의 영혼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린이 같은 자기중심성을 끝까지 버리지 않으려는 성장기의 젊은이가 그 실수의 대가로 사회적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것만큼 확실하다. 돈별이와 사회 생활 그리고 가정과 자손의 번식은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 결코 문화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자연의 목적과 의도를 초월하여 존재한다. 혹시 문화가 인생 후반기의 의미와 목적이 아닐까 (150).

u       의사로서 나는 사람들이 죽음에서 어떤 추구할 만한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확신한다.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인생의 후반기에서 그 목적을 빼앗는 불건강과 비정사의 징후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세에 대한 종교 교리가 정신 건강의 관점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 그러므로 정신요법의 관점에서는 죽음을 과도기- 그 범위와 지속 기간이 우리의 지식을 벗어나는 생명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런 발언들 때문에 융 박사는 신비주의자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렇지만, … 융 박사의 발언은 결코 신비주의적이지 않다. 그는 단지 인생의 오후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죽음의 왕에 대한 상징이 정신 에너지의 발전적 성향, 즉 성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하였을 뿐이다 (151).

u       (융 박사)는 이렇게 묻고 있다. … “지혜란 그 상징들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신앙의 문제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무의식의 근본적 이미지에 우리의 사고가 동의하느냐의 문제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의식적인 생각 전체의 근원이며, 이런 근본적 이미지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생명이 지속된다는 관념이다 (152).”

u       프로베니우스는 수렵 부족의 태도를 주술적이라고 명명하고, 농경 부족의 태도를 신비적이라고 명명하였다 (155).

u       가장 원시적인 농경 부락의 의례 및 신화와 수렵 부족의 그것들을 비교해보면, 농경인들이 훨씬 더 깊은 종교적 감정을 가지고 있고 공동체적 삶에도 훨씬 더 깊이 참여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수렵인들은 거칠고 억센 개인주의자들이다 (155).

u       죽음에 대한 성인의 태도에서도 사나운 동물의 교훈과 온화한 식물의 교훈은 서로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죽음에 대하여 부정적 태도를 취할 것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긍정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158).

u       신화의 이미지는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비밀 전체의 직접적인 표현일 수는 없으며, 단지 하나의 삶의 자세이자 놀이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놀이의 규칙이나 형태를 포기하는 곳에서는 신화가 소멸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생명도 소멸한다 (158).

 

<2부 원시 농경인의 신화>

3. 고등 문명의 문화 영역

u       전세계의 고등 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 형태인 농경과 목축 기술이 기원전 7500년에서 4500년 사이에 근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출현하였으며, … 기원전 2500년경이 되면 이 기술은 아시아의 태평양 해안과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의 대서양 해안으로까지 확산된다. 그 동안, 즉 기원전 3500년에서 2500년 사이에 근동의 중심부는 더욱 발전하였다. … 이 두 번째 발전 단계에 독특한 신화적 주제들이, 기술적 발전과 함께 이미 확산된 길들을 따라 비교적 급속한 속도로 전파되었다 (161).

 

1. 원 신석기: 기원전 7500~5500년경

u       우리는 이처럼 모호하게 정의된 시기를 원-신석기라고 부르고, 이러한 발전 단계를 마지막 단계의 채집 사회라고 부를 것이다 (162).

u       이처럼 그들의 생활 양식은 채집과 농경의 과도기에 있었다 (162).

u       최초의 식물 재배는 광활한 적도 지대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163).

 

2. 기초 신석기 기원전 5500~4500년경

u       근동 중심부의 두 번째 발전 단계는 기원전 5500년에서 4500년에 이르는 1,000년의 기간이며, 이 시기는 기초 신석기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원예 경제에 근거한 촌락의 정착 생활이 중심부에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며, … 이 시기에는 이미 여성의 역할이 사회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훨씬 더 증대되었을 것이다 (165).

 

3. 신석기 중기: 기원전 4500~3500년경

u       신석기 중기라고 통칭되는 이 시기에는 일군의 신석기 나체 여인상들이 처음으로 나타나며, 매우 세련되고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급작스럽게 나타난다 (167).

u       구석기 미술 작품들에서는 미적 영역의 기하학적 구성이라는 개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167).

u       그러나 우리가 지금 논하고 있는 시기- 정착 촌락의 강력한 발전과 일치하는-가 되자 갑자기 지극히 우아하고 의도적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추상적 동기를 지닌 둥근 형태의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른바 할라프 (Halaf) 양식과 사마라 (Samara) 양식의 도자기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는 것들이 그것이다 (167).

u       크레타에서 꼭 1,000년 뒤에 나타난 문화가 바로 이 문화이다. 이 문화는 거기서 다시 바다를 건너고 헤라클레서의 문을 지나, 북쪽으로는 영국 제도까지, 남쪽으로는 황금 해안과 나이지리아 그리고 콩고까지 전파되었다. 그것은 또한 미케네 문화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리스인, 따라서 우리 서구인들이 지닌 무수한 상징은 바로 이 문화에서 나왔다 (169).

 

수메르인:

u       다가 올 인류 문명사에서 큰 의미를 갖게 될 중요한 발전이 바로 이 동일한 시기의 후반부 (기원전 4천년경)에 일어났다. 이 시기에는 얼마간의 농촌 마을들이 상업 도시 수준의 크기와 기능을 가지기 시작하였으며, 문화 영역이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평원 지대까지 확장되었다. 이 시기에 수수께끼 같은 수메르인들이 처음으로 역사에 등장하였다. … 이들은 머지 않아 왕의 도시로 성장할 마을들을 무더운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삼각주 평원에 건립하였다 (170).

u       수메르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진흙을 가지고 햇볕에 말린 벽돌을 만들 수 있었으며, 그것으로 사원을 지었다. 이 역시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170).

u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오래된 지층에서 발견된 채색 도자기들은 고고학계에서는 오베이드 도자기로 알려져 있다 (170).

 

4. 사제 도시국가: 기원전 3500~2500년경

u       기원전 4~3천년경에 최초의 지구라트가 출현한 것은 바로 이 시기의 대규모 상업 도시들에서였다. 지구라트는 분명히 우주의 축을 상징하는데, 그곳에서는 하늘과 땅의 힘이 제의적 결혼을 통하여 생명을 창조한다 (172).

u       하지만 바로 그 직후의 시대- 메소포타미아 남부 강변 도시의 경우에는 기원전 3500년에서 기원전 2500년 사이로 추정되는 사제 도시국가시대-에 오면 전적으로 새롭고 주목할 만한 상황이 등장한다. 오베이드 지층의 바로 위에 있는 고고학 지층 (기원전 3500년경에 해당), 즉 일명 우루크 A를 보면, 남부 메소포타미아 사원 구역의 크기와 중요성이 상당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172).

u       그리고 기원전 3200년경 (이 시대의 고고학 지층은 우루크 B로 알려져 있다)의 어느 결정적인 시기에, 이 작은 도시들에서 갑자기 꽃들이 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수메르인들의 작은 진흙 마당에 세계의 모든 고등 문명의 기초 단위를 구성하게 되는 총체적인 문화적 징후들이 나타난다 (173).

u       이는 새로운 차원의 인간성을 지닌 정신과 지식에 의하여 매우 의식적으로 창조된 것으로서, 인류 역사상 미증유의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요컨대 입문식을 거쳐 전문적인 직업을 소유한 사제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사원 질서가 출현한 것이다 (173).

u       문명 생활에 이러한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은 첫 번째 요인은 오랫동안의 정확하고 꼼꼼한 관찰에 근거한 새로운 질서의 발견이었다. 그것은 해와 달 외에도 육안으로 볼 수 있거나 겨우 볼 수 있는 다섯 개의 다른 천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발견이었는데, 그 별들은 항성들 사이에서 정해진 법칙을 따라 정해진 길 위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두 번째 요인은 일곱 천체의 운동을 다스리는 법칙이 어떤 신비로운 방법에 의하여 땅 위에 사는 인간의 삶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념이었다 (173).

u       이러한 관념에 따르면, 사원 구역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우주적 질서의 지상적 모방, 사회학적으로 말하자면, “중간 우주 (middle cosmos) 혹은 중우주 (mesocosm)이다. 이러한 사고 속에서는 대우주와 소우주 사이에 존재하는 성직자들이 만물의 본질적 형식을 드러낼 수 있었다. 왕은 지역에 따라 해 혹은 달로 나타나는 천상의 힘을 대표하는 인간으로서 그 중심에 있었다 (173).

u       인간의 역사에서 문자 체계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 시점이었으며, 따라서 역사시대는 이 시기부터 시작된다. 또한 바퀴가 발명되었다. 오늘날까지 문명 사회의 전반에 쓰이고 있는 두 가지 숫자 체계, 곧 십진법과 육십진법도 이 시기에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174).

u       그때처럼 지금도 360도는 원주- 천상의 주기-를 나타내며, 360 더하기 5 1년의 순환 주기를 표시한다. 365일이라는 합계를 만들기 위하여 덧붙인 5일은 영원의 무한 (pleroma)으로부터 영적 에너지가 세상의 원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성스러운 열림의 시간을 나타냈으며, 따라서 이 기간은 신성한 제례와 축제의 기간으로 정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스럽고 둥근 우주의 중심에 있는 축이자 그곳에서 천상과 지상의 힘이 만나는 장소인 지구라트는 숫자 5로 표현되었다. 네 방향을 각각 향하고 있는 탑의 네 면은 다섯번째 점인 정상에서 함께 만나며, 바로 거기에서 천상의 에너지가 땅과 만나는 것이었다 (174).

u       이 초기 수메르 사원의 탑은 수 세기 뒤에 세계 산 수메르에 대한 힌두교와 불교의 이미지에 나타나게 되는 천국의 모델을 제공하였다 (174).

u       중우주 (대우주의 천상적 질서를 지상에서 모방한 것)’로 간주되는 신의 도성에 대한 형태와 개념이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한 것은 기원전 3200년경이며, 지리적으로는 정확히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페르시아만에 도달하는 지점에서이다 (175).

u       삶을 관장하는 이러한 개념과 원칙들의 놀라운 조합은 기원전 2800년경 나일강에 이르러 이집트 제1왕조 문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기원전 2600년경에는 크레타와 인더스 계곡, 그리고 기원전 1600년경에는 중국의 상왕조에 영향을 끼쳤다 (175).

u       이 모든 사실이 정말이라면, 세계의 고등 문명은 모두 그 뿌리를 천상에 두고 있는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라고 할 수 있다 (175).

u       이제 그 신화적 근원- 인간의 운명을 살아 있는 우주의 한 기관으로 응결시키고 삶을 고무시키는 모나드 (monad)-의 의미를 공식화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당시에는 새로이 발전한 다양한 사회 계급 (사제, 군주, 상인, 농민)을 포함하고 있는 대규모 정착 공동체의 각 부문들을 유기적인 관계 속으로 편입시키는 동시에, 그 모든 부문 속에 충만하고 자명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하나의 고차원적 원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싶은, 그런 심리학적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절실한 사회학적, 심리학적 필요는, 기원전 4천년대의 어느 시점에서, 성좌의 별들을 통과하는 다섯 천체와 해와 달의 질서 정연한 춤을 인식하게 되면서 채워졌을 것이다. 이러한 천체의 질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를 통합하는 지상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인류의 모델이 되었다 (175).

u       이러한 우주적 질서를 이집트 인들은 마트라고 불렀으며, 인도에서는 다르마, 중국에서는 도라고 불렀다 (176).

u       신화와 의례들은 중우주- 그것을 통해서 개인이라는 소우주가 만물의 대우주와 관계를 맺는, 매개적인 중간 단계의 우주-를 형성한다. 이 중우주는 바로 사회의 총체적 맥락이다 (176).

u       지상에서의 삶은 숨어 있는-그러나 이제 발견된- 천상에서 벌어지는 향연의 질서를 가능한 한 완벽하게 인간의 몸 속에 반영하는 것이다 (176).

 

4. 희생된 왕의 영토

u       천일야화의 줄거리가 짜여진 시기는 8세기에서 14세기 사이이지만, 몇몇 이야기는 17세기에 와서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시대 (중세 시대)에 만들어졌다. 아라비아와 이집트는 물론 유럽과 인도 그리고 페르시아의 궁정에서 이야기를 하고 듣는 관행이 가장 고상하고 우아하게 번창한 것이 바로 이 몇 세기 동안이었다 (189).

u       10세기의 아라비아 역사가인 알리 아불 하산 울-마수디는 이렇게 적고 있다. “처음으로 이야기들을 지어내고 책으로 펴낸 자들은 페르시아인들이었다 (190).

u       아라비아의 <천일야화>가 현재의 규모에 이른 데는 아라비아령 시리아와 이집트 그리고 이라크의 공헌이 크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핵심 내용은 페르시아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190~1).

 

5. 사랑-죽음 의례

u       원시 촌락의 데마 신화에서 중심 주제는 죽음의 출현이다. 죽음이 살해를 통하여 이 세상에 출현하였다는 사실이 첫 번째로 특별한 점이다. 두 번째 점은 인간의 양식이 되는 식물이 이 죽음을 통해서 나온다는 점이다. 세상은 죽음을 먹고 산다. 그러한 통찰력이 바로 이러한 이미지 속에서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 재생산 없는 죽음이 저주인 것처럼, 죽음 없는 재생산은 저주일 것이다 (205).

u       죽음에 대한 이러한 매우 감동적이고도 정서적으로 혼돈스러운 감지야말로 초기 원시 촌락의 사회 구조를 구성하는 의례의 기본적인 원동력이라고 말이다. 옌젠 교수는 이렇게 지적하였다. “살해는 동물과 인간의 삶의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같이 다른 존재를 죽여야 한다. 인간은 동물을 죽인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문화에서는 식물의 수확도 일종의 살해 행위로 분명히 간주된다 (205).

u       사제 도시국가의 우주적 이미지의 경우에서처럼,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지적이고 정서적인 색채를 띈 통찰력을 얻게 된다. 그것은 한 사회의 토대가 된 의례의 근본적 영감이다. … 의례의 이러한 범람은 우주적 통찰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의례가 그러한 힘을 지닐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인류 역사의 어떤 기간 동안 총체적 의식, 즉 우주의 형식적 구조화 원리에 근거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206).

u       그러한 의례들은 현대 물리학의 공식에 비견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러한 우주적 통일성을 표상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의 공식은 알 수 없는 우주적 힘의 작동 양상을 인간 정신에 접근 가능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통제 가능하게 만들었다. 의례는 인간의 깨달음과 인간 목적의 증진을 위하여 기능한다. 의례는 물리적 공식이다. 그러나 그 공식은 E=mc2처럼 백지 위에 검게 쓰여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 위에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의례를 행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우주적 신비의 육화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금기이다. 따라서 의례라는 그 공식은 제의적으로 장식되며, 인간적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취급된다 (207).

u       그러므로 공동체의 조화와 복지, 우주의 조화와 궁극적 본성을 공동체와 일치시키는 것, 그리고 개인의 사상과 감정과 욕망을 이 우주적 환경의 의미 및 본질적 힘에 통합시키는 것이 의례의 근본 목적이자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207).

u       요약하자면 이렇다. 신화는 삶의 의미를 연출하는 이미지의 체계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두 가지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사유의 방식이고 둘째는 경험의 방식이다. 사유로서의 신화는 과학에 접근하거나 과학으로 향하는 원시적 서곡이다. 경험으로서의 신화는 예술 자체이다. 더구나 신화적 이미지와 신화적 공식은 의례 속에서 현재화된다 (207).

u       의례는 신화적 시대 자체를 가시화시킨다. 축제는 세계를 창조하는 신화적 사건이 현재로 확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207).

u       신화는 우주의 구조를 관통하는 공통 법칙의 존재와 작용에 대한 근원적 통찰을 통하여 과학의 주요한 주제만이 아니라 과학이 지닌 매력의 주요 원천을 폭로하였다. 신화는 심지어 인생의 중심 주제와 인생이 지닌 매력의 주요 원천을 드러내었다. 더구나 어떤 개인이 존재 자체의 불멸성과 만물 속에서 작용하는 존재의 모습을 깨달음으로써 자기 자신의 불멸성을 향한 의지를 버리게 되었을 때, 그는 죄의식과 필멸성의 심리학으로부터 해방되는 아득한 분기점 속에서 그 존재와 통합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209).

u       철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사유와 감정의 측면에서 이 세상의 일상성이 지닌 기괴함과 화해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의례를 통하여 제공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입문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209).

u       그러므로 신화는 역사의 단순한 참고서나 과학에 의하여 분석된 세계 구조의 참고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기괴성과 경이감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를 통하여 우리는 세계와 우리 자신을 깊은 차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209).

u       거의 모든 전통적인 종교적 행렬의 놀이-논리나 꿈-논리에서처럼, 성스러운 대상은 적어도 의식이 거행되는 동안에는 신과 동일시된다 (214).

u       변신은 모두 여신의 유희이다 (217).

u       지난 반세기의 고고학과 민족학의 성과에 의하여 구대륙의 고대 문명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크레타와 그리스, 인도와 중국-이 하나의 단일한 토대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이제 분명해졌다 (234).

u       고든 에크흘름 박사가 지적하였듯이, 마야 문명의 역사 시대에 나타나는 수많은 모티브는 당시의 인도, 자바, 캄보디아를 연상시키고 있다 (248).

u       살해되어 묻혔다가 인간의 음식으로 되는 신적 존재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아메리카 신화의 하나는 오대호 근처에 있는 오지브웨이족의 신화이다 (249).

 

<3. 원시 사냥꾼의 신화>

6. 샤머니즘

u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는 두 가지 대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사냥꾼의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농경민의 신화이다. 주로 사냥 생활을 하는 인디언들은 어떤 환상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종교적 삶에서 개인적인 금식을 강조한다 (261).

u       반면에 위대한 샤먼이나 전쟁 지도자들은 그 금식을 통하여 충분한 힘을 얻은 자들이다 (262).

u       농경민은 자연의 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 사냥꾼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다르다 (262).

u       신화에서는 하나의 위대한 집단, 그러니까 신화적 시대의 사람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젊은이가 등장할 뿐이다. 엄청난 고독 속에서 그 자신의 환상을 추구하는 젊은이 말이다. 에스키모 샤먼 이그주가르주크가 한 말을 인용하자면, 그러한 고독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던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정신 세계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 (263).”

u       서로 대조되는 이 두 가지 세계관의 차이는 사제와 샤먼을 비교함으로써 보다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제는 공인된 종교 조직의 구성원으로 사회적 차원의 입문 의식을 통과한 자이다. 그는 일정한 직위를 가지고 있으며 전임자가 맡았던 일을 계승한다. 반면에 샤먼은 심리적 위기를 통하여 자기만의 고유한 힘을 얻는 자이다. 환상을 통해서 그를 찾아온 영적 방문객은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나타난 적이 없으며, 샤먼의 영적 친구이자 보호자가 된다 (263).

u       스페인의 위대한 극작가인 칼데론이 <삶은 꿈이다>에서 표현하고,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셰익스피어가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나타냈던 감동적인 생각은 초기 힌두 철학의 기본적인 주제였다: 우리는 그렇게 허망한 존재라네/ 꿈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보잘것없는 인생도/ 온통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네 (266~7).

u       인더스 계곡에서 기원전 2000년경의 것으로 보이는 요가 자세를 취한 작은 조각상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망아 상태를 유도하는 기술이 이미 초기 인도의 사제 도시국가에서 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267).

u       농업에 기반을 둔 사회의 신화, 의식, 윤리 체계, 사회 조직의 최고 관심은 개인주의의 부상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이용된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관심이나 직관 혹은 경험 양식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개발되고 유지되어온 원형적 행동 및 정서 체계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도록 강요하거나 설득하는 것이었다 (273).

u       이와 정반대로 홀로 있기를 참으로 바라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고독의 상태를 성취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어 왔다. 이들은 집단의 관심으로부터 감추어져 있던 대정령이나 힘, 그리고 위대한 신비를 그러한 고독 속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73).

u       그 대신 시간을 벗어나 있는 초일상적인 영원성의 세계를 경험하고자 한다. 이 때 정신은 독수리처럼 자신의 날개로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다. 니체가 도덕률의 사회적 허구라고 부른 것처럼, 여기서는 녀는 해야만 한다를 상징하는 용이 자기 발견을 상징하는 사자에 의해서 살해당한다. … 산꼭대기에 있는 위대한 샤먼, 모든 한계를 초월한 공,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포효를 내는 것이다 (274).

u       (구석기 시대) 사냥꾼의 세계에서는 각 개인의 충동을 억누르는 것보다는 그것을 북돋아 주는 것이 집단에 유리한 것으로 간주된다 (274).

u       이것이야말로 사냥꾼의 신화와 농경민의 신화를 구분해주는 첫번째 특징이다. 농경의례의 초점은 집단에 놓여 있는 반면, 사냥꾼의 의례는 그 초점이 개인에 놓여 있다 (274).

u       사냥꾼의 세계에서는 샤머니즘의 원칙이 지배적이고, 그 결과 신화적이고 의례적인 생활은 농경민과 비교하였을 때 훨씬 덜 발달되었다고 할 수 있다. … 그 세계에서 기능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들은 깊이 있는 사고에 의하여 정리된 신이라기보다는 인격적인 친구의 성격을 띄고 있다 (275).

u       사냥꾼의 세계에는 툰드라의 고독 속에 있는 사람들이 도달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있다 (276).

u       샤먼은 자연에 대하여 신비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힘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헤치거나 이롭게 할 수도 있다 (284).

u       샤먼은 평범한 현상의 배후를 파고들어,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순환을 깨뜨리고 변형을 창조하는 숨겨진 중심들과 접촉할 수 있는 자이다 (285).

u       원시적 믿음에 따르면 세계 전체를 산출한 신화의 영역과 샤먼의 망아 상태는 하나이며 동일한 것이다 (285).

u       샤먼의 내적 경험과 신화의 이러한 관계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문제이다. 왜냐하면 사냥이 생존의 주요 원천이었던 약 50~60만년의 기간 동안 샤먼이 신화 전승의 수호자였다면, 샤먼의 내적 세계는 구석기 수렵 시대부터 형성되어온 우리의 정신적 유산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였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286).

u       시베리아의 이 사각형 지역은 동쪽으로는 레나강, 서쪽으로는 예니세이강, 남쪽으로는 바이칼호, 북쪽으로는 타이미르반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고, 구석기 시대부터 샤머니즘의 고전적인 학습장이었으며, 오늘날에도 샤머니즘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286).

u       강력한 정신적 위기는 소명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것에 상응하는 현상이 샤면이 활동하는 모든 곳, 말하자면 모든 원시 사회에서 보인다. … 즉 성스러운 깨달음에서 나오는 어떤 힘에 의하여 혹은 그 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건인 것이다 (287).

u       그 현상은 이 땅과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면서 이 세상에 성스러운 성격을 부여하는 아주 깊이 침윤되어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깨달음의 산물이다. 그것은 거친 마음을 가진 정직한 사냥꾼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깊은 직관의 세계이다. 윌리엄 제임스가 부드러운 정신의 소유자라고 부른 사람들에게나 자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288).

u       원시 사회에서는 이러한 성스러운 깨달음의 힘에 저항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 사회 구조 전체가 신화적인 토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위기는 사회 및 세계의 깊이에 대한 강렬한 깨달음이며, 대다수 사람들이 안주하고 있는 평범한 인간 정신 및 세계와의 결별이다 (288).

u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에 따르면, 삶을 황페화시키는 신경증과는 달리 샤먼에게서 나타나는 위기는 적절하게 육성되면 탁월한 지성과 세련된 태도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것보다 훨씬 강한 육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활력을 가진 사람을 낳을 수 있다 (288).

u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성년식이나 세묘노프의 환상에서처럼 여기에서도 핵심적인 주제는 죽음과 재생의 모험이라는 사실이다. .. 이것이 샤먼의 환상이 지닌 핵심적 측면이다. 샤먼은 죽음보다 더 강한 존재인 것이다 (289).

u       샤먼이 직면하는 위기의 내향성과 지역 차원의 일상 생활로부터의 일시적 단절은 그로 하여금 가장 깊은 의미의 지역주의를 초월하고 적어도 다른 어떤 것을 예감하도록 하는 길을 열어 놓는다 (291).

u       나무에 대한 환상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기본적 특성이다 (292).

u       엘리아데가 지적한 것처럼, 샤먼의 힘은 자유자재로 망아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달려 있다. 샤먼은 망아 경험의 희생자가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통제하는 자이다 (292).

u       북소리의 주술은 샤먼을 리듬에 맞추어 날게 해주는, 영적 수송 수단의 날개이다. 북소리와 춤은 그의 정신을 고양시키며, 그의 동료, 즉 동물과 새들을 불러 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한 존재들은 그에게 힘을 불어넣고 그의 비행을 돕는다. 그가 기적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황홀경의 상태에서이다 (292).

u       부리야트족에서는 샤먼을 보호하는 동물이나 새를 쿠빌간이라고 부른다. 이는 스스로를 변화시키다혹은 또 다른 형태를 취하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 쿠빌쿠에서 파생한 단어로서, 변형을 뜻한다 (293).

u       많은 지역에서 영혼은 새로 묘사되었으며, 새들은 대체로 영적인 메신저이다. 천사는 새를 약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샤먼의 새는 독특한 특성과 힘을 지닌 새이다. 그것은 삶의 한계를 벗어나 망아 상태에서 하늘을 날고 다시 돌아오는 능력을 샤먼에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294).

u       궁극적 차원에서 보면, 종교 경험은 심리학적인 것이고 자발적인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 환경 안에서 움직이고 그 환경에 의하여 도움을 받거나 방해를 받지만, 그와 동시에 인류에게 불변하는 것으로 남아 있다 (299).

u       신비 경험은 비역사적이지만 언제나 지역 전통 안에서 보존되어온 이미지들에 의미와 깊이를 부여한다. 샤먼은 이 원리를 원시적인 수준에서 표상하고 있지만, 신비가와 시인과 예술가는 높은 수준의 문화에서 표상한다 (300).

u       샤먼의 행위도 예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샤먼은 자신의 영적 사로잡힘의 환상적 세계를 시간과 공간의 장에서 모방한다 (302).

u       참으로 훌륭한 샤먼은 평생 세 번 몸이 해체당하는 경험을 한다. 시시한 샤먼은 그러한 경험을 단지 한 번만 한다. 예외적인 샤먼의 정신은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난다. 위대한 샤먼은 세 번 태어난다 (304).

u       젊은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성서적 타락 신화를,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그리스 신화의 전형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대조시켰다. … 니체의 시대 이래로, 우리는 불을 훔치는 모티프가 인도-유럽의 신화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타락의 관념도 성서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티프가 서구 세계의 신화적 전승의 두 극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만은 아직도 사실이다 (317~8).

u       이 두 전통은 서구만이 아니라 모든 문명의 유산 속에 혼재되어 있으며, 인간의 영적 긴장의 두 극을 대표한다. 사제 전통과 주술사 전통이 바로 그 두 극이다. 전자는 인간의 비판과 도전을 넘어선 자리에서 우주를 창조한 힘에 대한 사제적 표상이다. 여기서는 경외의 태도가 인간의 바람직한 자세로 규정된다. 후자는 자기 충족적인 주술사가 지닌 비타협적 태도를 표상한다. 그는 샤먼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신의 분노에 개의치 않는 바벨탑의 건설자이다. 그리고 자신이 신들보다 더 오래되었고 위대하고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전통에서는 신들의 창조자가 인간이다. 또 우주를 창조한 힘은 인간 자신 안에서 작용하는 의지일 따름이며, 이러한 의지만이 인간 안에서 우주의 왕국과 힘과 영광의 의식을 실현하였다고 본다 (319).

u       신석기적 삶의 방식이 구석기적 삶의 방식에 승리하면서 학틴과 신 그리고 그들의 사제가 샤먼을 제압하였다 (320).

 

7. 동물의 주

u       남부 프랑스에는 트루아 프레르로 알려진 거대한 사원 동굴이 있다. … 들소를 절벽으로 유인하는 능력을 지닌 샤먼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28).

u       블랙풋족 인디언의 들소 춤 전설이 구석기 수렵인의 신화적 분위기에 던져주는 몇 가지 단서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에는 중요한 일곱 가지의 단서가 있다 (332).

n        행위는 신화적 시대가 아니라 현재와 같은 세상 속에서 일어난다. … 샤머니즘과 관련된 신화적 시대와 영역은 지금 여기이다. … 이러한 신화 시대에 기인하는 신화와 의례는 샤먼이 지배하던 수렵 사회보다는 오히려 농경민의 세계 체계에 속한다. 수렵 사회에서 그러한 신화가 발견되면, 그것은 농경 사회와의 문화 접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될 것이다.

n        이 전설에서 구세주 영웅의 역할을 한 중심 배역은 까치이다. … 우리는 까치의 역할 속에서 샤먼- 트릭스터의 변형 (쿠빌간)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샤먼의 사회적 기능은 자연의 베일 너머에 있는 힘과 인간 사이의 통역자 혹은 중개자로서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33).

n        이 이야기 속에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뼛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더라면, … 그는 아마도 얼마 동안 고통스러운 정령으로 떠돌다가 다른 형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 여기서 뼛조각은 사냥꾼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한 징표라고 할 수 있다. 농경민의 경우에는 씨가 이 역할을 한다. … 농경민의 사고는 집단적 의식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수렵인의 사고 방식은 개인 안에 존재하는 불멸 의식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 차원의 불멸 의식은 사실 모든 신비 전통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개인 단위의 불멸 의식을 합리화하고 정의하는 것이 존재론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서로 대립하고 있다. 고등 종교 전통에서는 이 두 가지 사고 방식이 인간의 운명과 정의에 대한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관점을 산출하였다 (334).

n        모든 동물 종은 그 자체의 집단 영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동물들이 총에 맞아 개별적으로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 종에 속하는 다른 동물들이 계속해서 새끼를 낳으므로 그 종은 영구히 동일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지키려고 용감하게 싸운- 결국 지고 말았지만- 성서적 개념이 있다. 그것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적 개념이기도 한 종의 불변성개념이다. 이 개념에는 어떤 최고 정신 혹은 원격 조종자의 무시간적 의지와 계획에 대한 유사, 철학적 의미, 그리고 주마등처럼 변화하는 세계를 유지하는 데 대한 혹은 그 안에 존재하는 고정된 법칙과 본질의 영역에 대한 유사, 철학적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개념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개념은 모든 원시 사유 속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35).

n        들소들이 절벽 위로 갔을 때 뛰어내리는 행동을 한 것은 그들의 주인 (동물의 주)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들의 육신은, 자연의 주술적 질서에 따라 그들에게 부여된 그 주인의 자발적 선물로 간주되어야 한다. … 들소를 살해하는 것은 자연의 길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 반대로, 자연의 길에 따라 생명은 생명을 먹는다. 따라서 자신의 육체를 사람들의 식량으로 내어주는 동물은 자발적인 희생양인 것이다 (335).

n        그러나 죽이는 데는 옳은 방법과 잘못된 방법이 있다. … 주술이 있는 곳에는 죽음이 없다. 사람들이 동물 의례를 적절하게 수행할 경우에는 동물과 사냥꾼 사이에 놀라운 주술적 조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동물 의례를 적절하게 수행할 경우에는 동물과 사냥꾼 사이에 놀라운 주술적 조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사냥을 하기 전에 들소 춤을 적절하게 추면, 살해당하는 들소들은 그들의 본질이나 생명이 아니라 단지 육체만을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다시 살게 된다. 그리고 다음 계절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냥 자체는 원색적인 세속적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성스러운 희생제의이다. … 농업이 지배하는 열대지방- 여기서는 인간의 운명과 식물 세계의 모델이 동일시됨으로써 죽음과 부패 그리고 열매로 이어지는 변형의 의례가 나왔다-에서 본 것 같은 인신 공희는 사냥꾼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 우주의 꿈을 꾸는 우주적 존재인 비슈누의 신화 노래는 이렇다. 단지 육체만이 종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육체 속에는 영원하고 소멸될 수 없고 파악 불가능한 자기 (self)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스의 현인 피타고라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물은 변화하지만 결코 소멸하지는 않는다. 영혼이 이리저리 돌아다닐 뿐이다.”… 이것을 카리보우 에스키모 이그주가르주크의 말과 비교해보라. … 우리는 생명이 무한하다는 것을 안다. 단지 우리가 죽은 다음에 어떤 형태로 다시 나타나는지를 알지 못할 뿐이다 (337).

n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블랙풋족의 사회조직 자체가 총동지회의 위계 구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 사제 도시국가의 위대한 창조적 시기에는 천상에서 이루어지는 별들의 순환적 춤과의 동일시 놀이에서 하나의 사회 조직이 파생되었다. 거기에서는 역법 체계에 근거한 대우주 차원의 천상적 질서 개념이 신화를 만들어 내었는데, 그 신화에 따라 국가라는 중우주가 구성되었다. … 이 시기에는 신화와 의례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은 토템의 흔적으로 해석되었다. … 토테미즘 사회에서는 씨족이나 집단의 조상이 반인반수의 존재로 간주되며, 그 조상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동물의 종은 바로 그 조상의 후손으로 간주된다. … 동물이라면 그 어느 것이든 간에 어떤 신비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가 될 수 있다. 즉 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경고나 도움을 주기 위해서 나타난 샤먼이나 수호자의 변명일 것이다 (337).

u       과거의 우물에 가장 빛나는 통찰력을 제공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프로베니우스였다 (339).

u       프로베니우스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피를 흘리게 한 다음, 피의 복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주술이 요청된다 (341).”

u       피그미 의식의 중요한 점은 그 의식이 새벽에 행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 태양은 사자이다. … 태양은 위대한 독수리이다. … 태양은 찬란한 구이다. … 이 교훈을 비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렇다. 태양은 사냥꾼이고 햇빛은 화살이다. 사슴은 별 무리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내일 밤에 별이 다시 뜨듯이 사슴도 내일 다시 올 것이다. 사냥꾼은 그 동물을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동기에서 죽인 것이 아니라, 위대한 정령의 지침에 따라 살해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341).

 

8. 구석기 시대의 동굴

u       구석기 시대의 시스틴 성당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라스코 동굴의 성소에서는 신성이 인간의 형상- 샤르트르 성당이나 바티칸에서처럼- 으로 경험된 것이 아니라 동무르이 형상으로 경험되었다 (344).

u       프로베니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종류에 속하는 거의 모든 그림에서 동물의 표상은 매우 세심하게 그려지는 반면, 인간의 형상은 대충 그려지고 있는데,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 그리고 이러한 성화는 동물과 인간의 어떤 실제적인 대면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음 속에 있는 어떤 개념의 묘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349).

u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인류사의 아득한 과거에 이미 마법사와 샤먼과 주술사의 기술(the arts)이 잘 확립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그림 자체가 이러한 기술의 보조물이었으며, 심지어는 그림이야말로 중심적인 성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림은 사냥 주술과 관련되어 있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350).

u       확실히 그 그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이 아니라 주술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 그 그림들은 수백 세기 동안 매년 같은 장소에서 다시 그려져 왔던 것이다. 그리고 예외없이 그 장소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의 입구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어둡고 종잡을 수 없고 음산한 통로와 방 안쪽 어딘가에 있다. 그러므로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동굴 자체의 신비에서 나오는 어떤 강력한 힘을 경험해야만 한다. 어떤 미로들은 땅속으로 반 마일 이상 들어간다. … 그것들이 지닌 절대적이고 우주적인 어둠, 침묵, 측정할 수 없는 내적 범위, 그리고 정상적이고 깨어 있는 인간 의식의 관심과 모든 요구로부터 떨어져 있는 그 무시간적 거리는 오늘날에도 느껴진다. 동굴 안내자가 들고 있는 램프의 불빛이 꺼지는 순간 그러한 느낌이 와락 밀려온다. 모든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수천 년의 시간적 거리가 일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사색의 차원을 넘어서 있는 신비를 인정하게 되면서 마음이 고요해진다. … 전에 경험한 적이 결코 없지만 항상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두려움이 동반된) 어떤 느낌이 온다. 그 순간 놀라움과 시각적 충격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이 다가온다 (350~1).

u       이 동굴은 피레네 산맥의 몽테스키외- 아방테 (프랑스 남부의 아리게 주에 위치)에 있는, 앙리 베구앵 백작과 그의 세 아들의 사유지에서 발견되었다. … 백작은 이 미로를 발견한 세 아들을 기념하여 그 동굴에 트루아 프레르 (세 형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351).

u       1마일 정도의 미로로 되어 있고, 적어도 2만 년 동안 사용된 이 두 동굴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술과 종교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음에 틀림없다 (352).

u       트루아 프레르의 이 경이로운 동굴 속에 있는 동물들은 그려진 것이 아니라 벽에 새겨진 것이다. 역동적인 영원한 생명 속에 있는 동물 왕국의 순간적인 동작과 도약과 섬광이 수천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동굴의 제일 끝 쪽, 바닥에서 15피트 정도 높은 곳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방문객을 사로잡는 어떤 형상이 있다. 그것이 유명한 트루아 프레르의 마법사이다 (354).

u       퀸 교수는 이 동물에 대해서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는 형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더구나 이 동물만 색칠 (검은색)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나머지 동물들보다 훨씬 눈에 잘 뜨인다. 그런데 이 사람- 만일 사람이라면- 은 도대체 누구인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자신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것일까? (355).

u       베구앵 백작과 브뢰이는 처음에는 그것을 마법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브뢰이는 입장을 바꾸었다. 지금 그는 그것이 사냥꾼의 무리와 사냥감의 증식을 관장하는 신 혹은 정령이라고 믿고 있다. 퀸 교수는 예술가-주술가 자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였다 (356).

u       나는 이 방과 동굴 전체를 사냥 주술의 중심지로보는 보다 단순한 추론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 주술사는 분명 몹시 숙련된 고위급 주술사일 것이다 (356).

u       현대 야만인들의 의례에서 잘 나타나듯이, 어떤 사람이 성스러운 옷을 입고 있을 때 그는 신적 존재 자체의 현현이 된다. 그는 터부이다. 그는 신적 힘의 도관이다. 그는 단지 신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신 자신이다. 그는 하나의 표상이 아니라 신의 현현이다 (356~7).

u       그림도 역시 하나의 현현이다. 따라서 가장 그럴듯한 해석은 브뢰이가 두 번째로 선택한 해석이다. 트루아 프레르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존재는 실제로 신이고, 동시에 신의 현현이다. 그는 또한 의례를 행하고 있는 샤먼 속에서 육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리를 위하여 이 경이로운 도상 (icon) 속에서 영원히 육화되어 있는 것이다 (357).

u       우리의 연구에 가장 중요한 거대한 동굴들의 첫 번째 특성은 이 깊고 미로 같은 동굴들이 주거지가 아니라 성소라는 사실이다 (357).

u       우리에게 알려진 원시 부족들만이 아니라 고대 세계의 모든 사당과 의식이 그것의 기원 신화를 가지고 있듯이, 이 구석기 성소들도 각자의 기원 신화를 가지고 있다. 깊은 동굴 속에 있는 이 수수께끼 같은 형상들은 그 자체의 침묵 속에서 이 장엄한 사당에 내재하는 주술적 효험의 궁극적 근원에 관한 신화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사람들의 주거지는 깊지 않은 동굴이나 바위턱 밑 혹은 널리 트인 초원 지대 등에 분포되어 있었다 (357).

u       그 밑으로는 그보다 이른 갈리아 문화의 유물이 발견되고, 그보다 더 밑으로는 신석기 시대 (기원전 2500~1000년경)의 유물이 발견된다. 그리고 마침내 구석기 유적이 아질리안기, 마그달레니안기, 솔루트레안기, 오리나시안기, 무스테리안기의 순서로 발견된다. 하나의 단면을 통하여 약 5만 년에 걸친 인류의 삶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358).

u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에는 동물의 모습이 지배적으로 나타나지만, 같은 시기의 조각품들에서는 여성의 모습이 중심적인 것으로 등장한다 (358).

u       여러 개의 여성상이 성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것들은 분명히 숭배의 대상이었다. … 구석기 시대에는 여성의 몸이 신적 힘의 원천으로 경험되었으며, 그것의 신비를 기리기 위한 의례 체계가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359).

u       한카르 박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사상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후기 구석기 시대의 베누스 상은 여성 안에서 지상적 물질에 대한 불멸성의 상징만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과 지속의 육화를 보는, 끈질긴 제의적 관념에 대한 최초의 가시적 표현이다 (360).”

u       인류 역사의 가장 이른 시기에 여성의 주술적 힘이 우주 자체만큼이나 경이적인 것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여성에게 거대한 힘이 부여되었고, 그러한 여성의 힘을 부수고 통제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려는 것이 남성의 주요 관심 가운데 하나였다 (360~1).

u       브리지씨의 결론은 이렇다. “힘을 사용하거나 강제적 방법을 통하여 여자들로부터 지도력을 빼앗는 이러한 전설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나타나는, 조금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364).”

u       슈미트 신부와 그의 동료들은 원시 사회를 세 가지 기본 유형 혹은 단계로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365).

n        첫 번째 유형 혹은 단계는 민족학에서 말하는 가장 단순한 사회로서, … 이처럼 낮은 수준의 수렵, 어로, 채집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민족학적 환경에서는 어떤 강력한 가부장적 혹은 모권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n        이 문화사 학파가 제시한 원시 사회의 두 번째 유형 혹은 단계는 규모가 크고 토테미즘적 성격을 지닌 수렵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씨족 조직과 연령 집단 그리고 부족의 제의와 신화 전통이 정교하게 발전되어 있다. … 이러한 사회에서는 상징적으로 분화된 공동체의 종교적, 정치적 영역에서 남성의 역할과 권위가 상당히 강조된다 (365~6).

n        열대 원예 농업 지대에서는 세 번째 유형의 사회조직이 발전하였다. 이 지역들에서는 주술-종교적이고 사회적인 특권을 향유하는 것이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다. 그리고 채집 사회에서 경작 사회로의 전이를 가능하게 한 것도 여성이다. … 여성들은 경제적, 사회적 힘과 위신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는 모권제 사회가 출현하였던 것이다 (366~7).

u       아마 독자들도 눈치를 채었겠지만, 오나족 남성들이 자신들의 분노에 근거하여 비밀결사 조직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이야기는 가부장적인 히브리인들에 의하여 쓰여진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의 변명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369).

u       이것은 기이한 신화적 관념이다. 그런데 더욱 기이한 것은 이러한 관념이 2,000 여 년 동안 서구 세계에서 거의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이야기로 통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의식적으로 고안되고 위장된 신화와 신화의 변종들이 인간의 신념 구조와 문명의 역사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 “위대한 노인의 의지로 선전된 대부분의 것이 사실은 많은 노인들의 유산에 불과하며, 그 주요한 관념마저도 신을 경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여자들을 부엌에 가두어 그들의 생활을 단순화시키는 것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그러한 지속적인 전쟁 중에서 어떤 화려한 싸움들은 신화 속으로 이전되고 또 신화에 의하여 그 투쟁이 강화되기도 하였다 (369).

u       인도와 근동에서는 여신들이 타고 다니는 동물이 대체로 사자이다 (377).

u       동쪽은 태양이 뜨는 곳이고 태양의 재생을 의미하는 방향이다 (378).

u       서머셋 몸의 소설 <면도날>면도날 위의 심연을 건너는 에스키모 샤먼의 영적 경험의 전체적 맥락을 잘 드러내고 있다 (380).

u       구석기인의 곰 의례의 흔적이 북극 주변을 따라 광범위하게 발견되었다. 핀란드와 북러시아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거쳐 래브라도와 허드슨만에 이르기까지 발견된 것이다 (386~7).

u       아이누족의 경우에는 가장이 장례식을 주관한다. 가장은 시신을 향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지금 신이다. 당신은 이 세계를 동경하지 말고 조상들이 살고 있는 신들의 세계로 당장 가야만 한다. … 지금 즉시 가라! 뒤를 보려고 멈추지 말라.” … 떠나가는 자의 영혼과 산 자들을 위해서 풍성한 음식이 준비된다 (391).

u       이제 거대한 하나의 연속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시간적으로는 적어도 기원전 20만년 전 리스-뷔름 간빙기에 시작된 것이다. 이 연속체는 독일과 스위스의 고산지대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동굴에서 최초의 형태로 드러났고, 수천 년 뒤에는 남부 프랑스의 호모사피엔스 동굴에서 나타났다 (395).

u       북극 주변에서는 곰의 주 의례가 오늘날까지 행해지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거대한 고양이과 동물- 사자, 표범, 흑표범 등-이 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395).

u       말타의 아이뿐만 아니라 라 페라시에서 발견된 두 어른의 유해도 웅크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재생을 위한 태아의 자세를 암시한다 (397).

u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사항은 사냥감이 바뀜에 따라 의례의 주역도 바뀐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동물의 주는 동굴 곰이었고, 그것이 아프리카에서는 사자와 표범 혹은 흑표범으로 나타났지만, 후기로 가면 매머드가 그것을 대체하고, 그 다음에는 들소가 주역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397).

u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죽음의 문제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피를 흘려야 하는 상황, 이러한 문제와 상황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당시의 인간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였으며, 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되어야만 하였다. 이에 대한 대답은 복수에 대한 방어 체계의 확립과 죽음의 중요성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에서 찾아졌다. 더구나 당시에는 죽음이 끝이 아니며 출생 역시 시작이 아니라는 어린아이의 그 원초적이고 자연 발생적인 관념이 널리 퍼져 있었다 (397~8).

u       구석기 사냥 신화의 어린아이 같은 정신과는 대조되는, 새로운 깊이를 지닌 깨달음이 농경 문화의 섬뜩한 신화와 의례 속에서 성취된다. … 여기서 죽음은 불멸의 개인이 다시 한 번 통과하는 즐거운 문이 아니다 (399).

u       이것과 사냥 신화의 차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후기 신화는 초기 신화와 반대되는것인가? 아니면, 그것의 더 성숙한표현인다? (399).

u       내 생각에는 그 대답이 너무 명료하다. 동일한 관념들이 새롭게 방향을 바꾸고 새롭게 조직되었으며, 이는 결국 새로우면서도 장엄한 영적 성장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 (슈미트 신부)에 따르면, 사냥의 세계에서는 남성적 심리가 지배하고, 농경의 세계에서는 여성적 심리가 지배한다 (399).

u       전자의 세계에서는 여성적 원리가 비교적 침묵을 지키며, 남성적 덕목과 함께 어떤 유치한 순수성이 우세하게 드러난다. … 이와 달리 후자의 세계에서는 여성의 경험이 지닌 전적인 신비가 드러나며, 이것은 처녀의 신비 속에서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400).

u       프로베니우스는 한 아비시니아의 여인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남자가 어떻게 여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여자의 삶은 남자의 삶과는 전혀 다르다. 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남자의 삶은 할례를 받을 때부터 늙을 때까지 똑같다. 그는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나 그 뒤나 똑같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에는 첫사랑을 경계로 그녀의 삶이 나누어진다. 그녀는 그날부터 다른 사람이 된다. 남자는 첫사랑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다 (400).”

u       신화의 변형을 초래한 자극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신들의 천상 왕국에 관한 교훈이나 샤먼의 심오한 망아 경험에서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상호 작용 및 상호 간의 영적 풍요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401).

u       상징은 두 극에 의해서 경험되고 해석되었지만, 동시에 두 극 사이의 적대적 협력 (antagonistic cooperation)이라는 힘에 의해서 형성되어 왔다 (401).

u       역사의 새벽은 근동의 초기 사제 도시 국가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지금은 거의 정설로 되어 있다. 이 초기 중심지로부터 고등 문명의 위대한 증후군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과정은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하늘 밑에 있는 인간 심성의 유사한 구조에 유사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 프레이저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의 증거로 간주되었던 것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확산 및 전파의 증거였음을 알게 되었다 (401).

u       민족학적 측면과 고고학적 측면에서 우리의 연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하면서도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는, … 민족학적 연구의 전 분야에서 구석기와 신석기의 힘이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의 크기이다 (402).

 

<4. 신화의 고고학>

9. 구석기 시대의 신화적 문턱

1. 플레시안트로푸스의 시대 (기원전 60만년 전후)

u       인류의 계통수를 구성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 유형의 이론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류가 고등 영장류의 단계에서 곧장 진화해왔다고 믿고 있다. 이런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계통 (pyletikos: 종족)을 주장한다고 해서 단선진화론자라고 불린다. 이와 달리 여러 계통의 존재를 주장하는 복선진화론자들이 있다. 두 번째 입장에 속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독자적으로 발전한 다양한 혈통이 섞이면서 형성되었다. 세 번째 주장은 최근(1925년경)에 제기된 것으로, 이른바 인간화 지대의 가능성을 지지한다 (405).

u       인간화 지대란 비교적 비슷한 성질을 가진, 지구 표면상의 꽤 넓은 영역을 가리키는데, 이 지대에서는 서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상당히 큰 규모의 무리 (3기 고등 영장류의 몇몇 종)가 살았다 (405).

 

2. 피테칸트로푸스의 시대 (기원전 40만년 전후)

u       불을 사용한 최초의 증거는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북경에서 37마일 정도 떨어진, 지금은 유명해진 주구점 동굴 안에서 발견되었다 (409).

u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손도끼 가운데 가장 잘 만들어진 것들은 길이가 2피트 정도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도끼들은 실제로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하다. 이것들은 틀림없이 어떤 의례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쿤 교수에 따르면, 이것들은 실용적인 도구가 아니라 제의적 도구나 무기에 버금가는 성스러운 물건이다 (413~4).

 

3. 네안데르탈인의 시대 (기원전 20~7 5/ 2 5천 년경)

u       안다만 제도에서는 남자나 여자 어느 한 쪽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어느 편의 활동력도 공동의 자산이 된다 (416).

u       여기서는 신화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416).

u       심리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위험에 맞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인과 집단의 삶의 에너지를 주술로써 불러 낸다 (419).

u       기원전 20만년경, 우리의 강인한 친구 네안데르탈인이 엘부르즈- 히말라야 산맥 북쪽의 더욱 추운 지방으로 들어갔을 때,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420).

u       네안데르탈인 가운데에는 1,400~1,500cc 정도 되는 오늘날의 보통 사람들보다도 더 큰 뇌를 가진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저능한 원인이 아니라 우리 자신보다 조금 더 차원 높은 정신을 가진, 비상하게 강인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인류 역사의 여명기에 자신들이 지닌 모든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여 환경에 맞서 싸웠던 것이다 (420).

u       네안데르탈인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처음 이주한 시기를 기원전 3 5천년 경으로 보는 것이 옳다면, 이는 그들 시대의 끝자락이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과 동시대를 산 남쪽의 인류는 소위 솔로 자바인 (호모 솔로엔시스)과 남아프리카의 로데시아인 (호모 로데시엔시스)이었다 (421).

u       문화적 패턴은 그것을 사용한 최초의 인종이 사라지더라도 계속해서 잔존할 수 있다. 이는 참으로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422).

 

4. 크로마뇽인의 시대 (기원전 3~1만 년경)

u       그는 직립으로 보행하였으며, 키가 크고 뇌 용량도 1,590cc에서 약 1,880cc에 이까지 이른다. 따라서 현대인의 평균 뇌 용량보다 큰 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423).

u       대 수렵 시대의 절정에 해당하는 후기 구석기 시대의 문화는 크게 오리나시안기, 솔루트레안기, 마그달레니안기 그리고 카프사기의 넷으로 나뉜다 (424).

 

오리나시안기:

u       이 시기는 구석기 시대의 작은 여성 입상과 최초의 암각화 및 암벽화 양식이 무르익은 때이다 (424).

u       동굴의 벽에서는 동굴 곰의 발톱 자국이 많이 발견되었으며, 암각화와 암벽화는 그 근처에서 주로 발견되었다 (424).

u       동굴은 동물 주술과 인간의 제의를 위한 공간이다. … 동굴은 밤과 어둠과 밤하늘의 영역이자 그 실체이다. 동굴의 동물들은 태양에 의해서 살해되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별에 비유된다. 동물의 주와 샤먼에 관한 신화, 매장 의례를 통한 다른 세계로의 여행, 인간의 통과의례, 재생 그리고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은 이 빛나는 시대의 예배에 영감을 주었다 (424).

u       나아가 작은 여성 입상은 여신 신화의 존재를 암시한다. … 여신은 동굴과의 관련보다는 구석기 문화가 최초로 전파된 열대지방과 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열대지역에서는 경작인의 신화가 이미 출현하였거나, 적어도 그 단초는 마련되었음에 틀림없다 (424~5).

u       이 시기가 끝나기 전에 사냥감을 찾아 대체로 바이칼호 지역에서부터-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이주가 진행되었던 것이 거의 확실하다 (425).

 

솔루트레안기:

u       솔루트레안기는 춥고 건조한 시기이다. … 원래 툰드라 지대였던 이 초원 지역은 이제 풀을 뜯는 가축과 유목 수렵인의 광대한 지역으로 되었다. 그리고 매머드 사냥이 절정에 달하였다 (425).

u       이 시기에 이르면 사냥터가 엄청나게 증대하게 되며 사람들은 그곳을 자유롭게 오갔다 (4250.

u       이 새로운 이주자들은 아름다운 창끝을 만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뇌 용량이 1,350cc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아 정신 수준에서 어떤 퇴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425).

 

마그달레니안기

u       남부 프랑스와 북부 스페인의 동굴 사원들에서는 마그달레니안기와 오리나시안기 사이의 연속성이 너무나 확고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솔루트레안기는 마치 그 사이에 슬쩍 끼어든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426).

u       이 동굴의 예술은 주술이었다. … 알타미라 동굴의 거대한 황소들은 천장에 그려져 있는데, 이는 황소의 본성을 잘 보여준다. 황소는 별이기 때문이다 (427).

u       그 신화에서는 떠오르는 해의 광선이 하늘의 별무리를 죽인다 (427).

u       사냥 행위 자체는 시간 속에서 영원한 형상을 드러내는 천상의 모험이다. 그리고 동굴 속의 의례는 실체의 변화를 유발하는 성사이다 (427).

u       여기서 이들 천상의 무리는 밤하늘의 원초적 심연 속에 있다. 이런 종류의 꿈의 논리, 곧 신화의 놀이에 따르면, 이 동굴은 밤의 무시간적 혼돈이며, 그 그림들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지상의 무리의 원형이자 플라톤의 이데아이다. 물론 이 그림들은 사람들과 함께 동물의 주, 자발적인 죽음 그리고 성스러운 사냥의 역할을 한다 (427).

u       이 시기에는 대 수렵의 신화가 활짝 꽃피었다 (427).

u       흥미로운 것은 크로마뇽인 사냥꾼들의 키가 현저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427).

u       뇌의 크기도 오늘날 우리들과 같은 1,500cc로 줄었다 (428).

u       무덤에서는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모티프가 많이 발견되었다. … 우리는 여기에서 존경과 희생제의의 정신 이외에도 죽은 자의 유령이 살아 있는 자들로부터 떠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읽을 수 있다 (428).

 

5. 카프시-세석기 양식 (기원전 3/1 4천년 경)

u       종족의 이동, 새로운 기술, 신화적 지향 그리고 생생한 예술 형식이 혼란스럽게 출현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429).

u       이 새로운 양식의 중심지는 북부 아프리카의 풀이 많은 사냥 지역이다. 지금 그 곳에는 사막만 있을 뿐이다 (431).

u       유럽에서 이 시기의 유물이 발견된 지역은 스페인의 동부이다. 하지만 그 영역은 북부 아프리카 전체를 가로질러 나일강, 요르단, 메소포타미아, 인도 그리고 실론까지 확대된다. 이 시기의 독특한 물품은 작은 부싯돌인데, 주로 사다리꼴이나 직사각형 혹은 삼각형 같은 기하학적 문향을 하고 있다 (431).

u       도구나 무기가 이처럼 넓은 지역으로 확산된 것에 비하여, 예술 작품이 발견된 주요 장소는 동부 스페인을 제외하면 사하라 지역으로 제한된다. 사막화되기 이전의 사하라는 사냥감이 풍부한 하나의 거대한 공원이자 목초지였다 (431).

u       우리는 그 시기를 최후의 카프사기, 타르데노이시안기, 아질리안기, 세석기 시대, 중석기 시대, -신석기 혹은 구석기 말기라고 다양하게 부른다 (431).

u       성스러운 국왕 살해와 달-왕의 부활을 기리는 루사페 지역의 흥미로운 벽화가 그러한 예에 속한다 (433).

u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희생제의, 신석기의 여명, 그리고 괴물 뱀과 처녀의 신비라는 문제로 돌아온 것이다 (433).

 

10. 신석기 시대의 신화적 문턱

u       불행히도 동남아시아의 구석기 시대를 밝혀줄 고고학은 아직까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436).

u       서로 비슷한 종류의 심리학적 사로잡힘상태가 만연하였으며, 이는 제의화된 절차 및 그와 연관된 신화 속에 침전되었다. 우리는 그러한 지대를 신화발생 지대라고 부른다 (438).

u       항상 그렇듯이 신화를 통해서, 변화 속의 영원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제임스 조이스는 이 문제를 항상 동일하지만 계속 변화하는 것이라고 불렀다 (440).

u       식물 중심의 열대 지방에서는 여성적 측면이 단지 보조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신화의 지배적인 패턴도 확립할 수 있다 (441).

 

2. 근동 문명의 탄생 (기원전 7500~2500년경)

u       개인적 사로잡힘은 이미 샤머니즘의 정신으로 나아가는 지표였을 것이고, 집단적 사로잡힘은 대중적 제의와 같은 어떤 것을 산출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것이 소통될 수 있었다면, 그 놀이는 하나의 전통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통의 지속은 그것이 지닌 호소력, 삶의 에너지를 환기시키고 조직화하는 힘에 달려 있었을 것이다 (443).

u       단계 3은 네안데르탈인의 단계 (기원전 20~7 5/2 5천년경)로서, 중부 유럽에서는 이 시기에 신화와 의례가 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신뢰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부장품을 지닌 무덤과 높은 산 정상에서 발견된 곰 성소가 그 증거들이다 (446).

u       그 의례에서는 곰이 의식 절차에 따라 대접을 받으면서 긴 밤 동안 화덕의 여신과 대화를 나누는데, 이 때 불은 단순한 열 공급 장치가 아니라 신성이 실제로 임하는 장소이다 (447).

u       불꽃을 영속적으로 보존하고 봉헌의 등불을 바치는 행위는 거의 모든 고등 종교의 의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447).

u       단계 4 (기원전 3~1만 년경)는 벌거벗은 여신의 신화와 사원-동굴의 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448).

u       이 두 문화 복합 가운데 벌거벗은 여신 신화의 유물이 가장 풍부하게 발견된 곳은 우크라이나이다. 물론 서쪽으로는 피레네 산맥, 동쪽으로는 바이칼호 지역까지 그 유물이 광범위하게 발견되었지만 말이다 (448).

u       이 중요한 시대의 두 번째 신화, 즉 사원-동굴의 신화는 북부 스페인과 남부 프랑스를 확실히 주요 무대로 하고 있다. … 그것은 미로와 같은 영혼의 방에 대한 상징을 참으로 놀라울 정도로 증폭시켰는데, 모든 고등 종교와 대부분의 원시 종교는 거기에서 교훈을 받아 들였다 (449).

u       이 동굴들은 자연과 정신 사이에 얼마나 놀라운 일치를 보여주고 있는가! … 문자 그대로의 동굴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동굴 속에 숨어 있던 잠재적 에너지를 신호 자극의 방식으로 환기시킨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해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사원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449).

u       사당 (shrine)과 사원 (temple)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당은 주술을 위한 조그마한 장소, 혹은 신성과의 대화를 위한 조그마한 공간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사원은 신화의 집을 지상의 공간에 투사시킨 것이다. … 이 구석기 사원-동굴들은 이러한 것을 최초로 실현한 것이다 (449).

u       트루아 프레르 동굴에 있는 접근하기 어려운 긴 통로를 생각해 보라. … 그 곳에 있는 형상들 가운데 색채가 강조된 것은 오직 춤추고 있는 샤먼뿐이다. 이 샤먼의 그림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극적으로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힘의 증대를 나타내기 위한 예술적 기법의 변화이다 (450).

u       이 예술가들은 동물을 불러내는 단순한 원시적 주술사보다 더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불러내는 신비가였다 (451).

u       그러므로 신화발생 지대인 프랑코-칸타브리안 동굴에서 신화적 영역 자체가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예술로 표현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이후의 모든 성당과 사원은 이 동굴에서 기원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처음으로 어떤 풍요로운 남성적 정신이 작용하는 조짐을 보게 된다. 그러한 정신은 단테의 <신곡>에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451).

u       단계 5는 카프사 단계로 대표된다. … 이 창조적 힘을 발생시킨 중심지는 그 시기 예술 작품의 분포에 의하여 잘 드러나는데, 북아프리카와 동부 스페인이 그 중심지이다 (451~2).

u       카프사기의 오래된 몇몇 암각화들에서는 천체의 상징이 나타나고 있다 (453).

u       가장 거시적인 견지에서 보면, 구석기 말기, 중석기, -신석기에 걸쳐 있는 카프사기의 절정은 하나의 시점, 즉 기원전 약 1만 년과 관련시켜 볼 수 있다 (453).

u       단계 6은 근동에서 문명이 탄생한 시기이다. … 여기서 신화발생 지역은 비옥한 초생달 지역과 그에 접한 산악 지역이다. 즉 나일강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시리아에 이르고, 거기서 다시 페르시아만으로 내려가는 지역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 문명의 발전 단계는 다시 4기로 나누어진다 (454).

n        -신석기 (기원전 7500~5500년경).

n        기초 신석기 (기원전 5500~4500년경): 이 시기에는 이미 곡물 농업과 가축 사육에 근거한 농가 경제의 토대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새로운 촌락 거주 양식도 이미 핵심 지대로부터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 그 때 갑자기, 매우 갑자기, 도기 제조의 영역에서 새롭고 위대한 도약의 증거가 발견된다.

n        신석기 중기 (기원전 4500~3500년경): 이 시기에 우아한 기하학적 문양을 지닌 할라프와 사마라 그리고 오베이드 양식의 도기들이 나타난다. … 이와 같은 기하학적 문양은 당시 세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이는 심리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정주 생활 양식의 출현과 때를 맞추어 추상적인 기하학적 문양이 등장한 것은 왜일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초기의 수렵 사회에서는 성별 및 연령별 분업을 제외하면 사회적 기능의 분화가 전혀 없었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모든 개인이 문화적 전승을 다 배워야 하였으며, 따라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은 실제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지녔다. 이 와 달리 규모가 더 크고 분화가 더 이루어진 신석기 중기의 공동체에서는 전문화의 경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었으며, 다음 시기가 되면 그러한 경향은 절정에 달하게 된다. 원시 사회에서는 성인 됨은 전인이 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후대의 분화된 사회에서는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어떤 특정한 기술을 획득하고, 그리고 그 결과 자신과 타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긴장을 버티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신석기 중기에 기하학적 구성을 지닌 예술 형식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그러한 심리학적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n        이 시기의 도기 양식에서는 다양한 상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456).

n        사제 도시국가의 시기 (기원전 3500~2500): 이후에 등장한 모든 고등문명의 기초적인 문화적 특질이 이 시기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이때부터 선사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문자시대의 여명이 동트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단지 사원 지대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우주적 질서의 지상적 모방으로 간주된다 (456).

u       인도 고고학은 20세기의 첫 20년 동안 새로운 단계에 돌입하였다. 이 시기에, 베다 아리아인이 도래하기 이전의 고대 도시 유적이 인더스 계곡의 세 지역에서 극적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모헨조다로, 찬후다로, 하라파가 그 도시들이다. … 이 도시들의 연대는 기원전 2500~1200/1000년이다 (491).

u       인도의 고대 문화는 4단계로 쉽게 구별된다 (492).

n        하라파 이전의 단순한 촌락 문화 단계. … 이 문화는 메소포타미아의 신화발생 지대로부터 이란을 거쳐 들어온 것 같다 (492).

n        이른바 하라파 단계. 모헨조다로, 찬후다로, 하라파와 같은 위대한 도시들로 대표되는 문화 단계 (기원전 2500~1200/ 1000년경). 이 문화는 완전히 정형화된 형태로 갑자기 예고 없이 나타나고 있다. … 인도의 토착 문명 중심지는 남쪽 지방이나 갠지스- 줌나 지역의 어딘가로 보인다. … 이 시기의 원통형 인장 두 개에서는 낮은 옥좌에 앉아 요가 명상을 하고 있는 인물들이 보이고 있다. … 바로 이러한 구성이 후기 힌두교와 불교 예술의 시바 신 및 부처의 모습과 관련되어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요가가 고양된 의식 상태의 개념과 관련되어 널리 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493).

n        기원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베다 아리아인이 인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리아인의 도래로 인하여 인더스 계곡의 고등 문명은 파괴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495).

n        이러한 베다의 영웅 시대는 기원전 1500~500년경에 해당하는데, 1,000년의 시대를 증명하는 고고학적 자료는 하나도 없다. … 그들의 성스러운 책들 (베다, 브라흐마나, 우파니샤드)과 두 개의 위대한 서사시 (<마하바라타> <라마야나>는 구두로 전승되다가 기원전 3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기록되었다 (496).

n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후 500년 사이. 이 시기에는 아리아인의 베다 전통과 그들의 도래 이전에 존재한 이른바 드라비다인의 하라파 전통이 점차로 서로 겹합되어 근대 힌두교와 중세 불교의 위대한 구조가 창출되었다. 이때부터 인도는 후대의 동양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원초적인 신화발생 지대가 되었다. … 이 시기의 주요한 인물로는 부처인 고타마 (기원전 563~483), … 형이상학 역사상 최고 절정에 달하는 역설의 논리인 사상을 제창한 불교 철학자 나가르주나 (200년경)…

u       기초 신석기 문화의 요소들이 극동에 도달하였을 때, 크레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미 청동기 시대가 꽃피고 있었다 (497).

u       기원전 2세기의 또 다른 문헌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마음은 천지의 음에 맞추어 하늘과 땅의 모든 울림을 표현한다. … 하늘과 땅과 인간 사이의 조화는이 셋이 동일한 음으로 조율되어 일제히 울릴 때에 그 조화가 실현된다. … 우주에는 어떠한 우연도 없고 홀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조화되는 관계에 있다 (512).

u       이러한 가르침은 피타고라스 (기원전 582~507)의 견해와 아주 일치한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세계의 조화와 회전의 근원적 일치에 관한 플라톤의 말속에서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이 메아리치고 있음을 앞에서 살펴 보았다. 인도의 음악적 조화의 개념도 이와 똑같다. 거기에서는 이 우주는 소리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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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11:11:43 *.70.143.238
약속한 금욜이지만, 북리뷰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현 작업 전에 해놓았던 인용문 부분만 먼저 올립니다.

오늘 새벽, 진행 중이던 작업 겨우 마물했습니다.
한숨 돌리고, 정신이란 녀석 좀 찾아와서
못다한 북리뷰에 칼럼에 하나씩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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