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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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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5일 06시 50분 등록

[열정과 기질 (Creating Minds)]

 (하워드 가드너 Howard Gardner / 문용린 감역 / 임재서 옮김)


* 저자에 대하여


  하워드 가드너는 1943년 미국 펜실베니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에서 변경한 사회적 관계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동대학원에서 발달심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전공한 발달심리학과 자신의 관심사인 예술적 창조성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했으며, 예술과 인문, 과학 분야의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 제로 Project Zero’ 팀을 주도하면서 인간의 재능과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1981년 맥아더 프라이즈 펠로십 수상, 1990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루이스 빌 그로메이어 상(교육분야)를 수상했다. 


  1983년 발간한 <마음의 틀 Frames of mind>은 다중지능에 관한 첫 번째 저서로 이 책은 학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능(IQ)에 과도하게 집착했던 사회적 분위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다.


  아직도 끊임없이 저작을 쏟아내고 있는 생존하고 있는 작가로서 인류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재능과 창조성의 본질을 밝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동안 가드너가 연구한 인물들을 보면, 모짜르트, 간디, 버지니아 울프, 프로이트, 마거릿 미드, 오펜하이머, 허친스, 슬론, 마셜, 교황 요한 23세, 루스벨트, 마틴 루터 킹, 대처, 장 모네,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마샤 그레이엄 등 영역과 국가를 뛰어넘는 수없는 위대한 인물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그는 이러한 풍부한 사례 연구와 분석을 통해 인간의 지능과 마음과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심리학자로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해 온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발달하고, 어떻게 구성되며, 최대한 성숙하면 어떤 모습인가. 그는 또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학습하고, 어떻게 창조하고, 어떻게 이끌며,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이야기했다. 그 결과 마음의 일반적인 작용을 설명하고 때로는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최근작인 <미래마인드 Five Minds for the Future>에서는 창조성과 비범성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통합하여 앞으로의 시대에 어떤 마음이 필요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제안을 하고 있다. 즉 그동안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성공하려면 어떤 종류의 마음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훈련된 마음/The Disciplined Mind', '종합하는 마음/The Synthesizing Mind', '창조하는 마음/The Creating Mind', '존중하는 마음/The Respectful Mind', '윤리적인 마음/The Ethical Mind' 로서 가드너 교수는 이러한 다섯 가지 마음을 우리가 꼭 계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과학의 한계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마음과 사회적 연결에 대한 보다 차원높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외 저서로는 <미래마인드 Five Minds for the Future>, <20세기를 움직인 11인의 휴먼파워 Leading Minds>, <마음의 틀 Frames of mind>, <예술, 마음, 두뇌 Art, Mind, and Brain>, <교육되지 않은 정신 The Unschooled Mind>, <창조하는 사람들 Creating Minds>, <비범성의 발견 Extraordinary Minds>, <다중지능 이론>, <다중지능: 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등이 있다.  


* 감역자에 대하여

  문용린 교수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교육학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 취득하였다. 교육부 장관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하버드 대학의 ‘프로젝트 제로’팀처럼 서울대학교 도덕심리연구실을 이끌며 지능과 창조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명한 저서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을 소개하고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한 사례와 검사지표를 담은 <지력혁명>(2004년)이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현재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조기교육’보다 ‘진로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과 변화를 꿈꾸는 성인들에게 다중지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강점 지능을 찾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는 주장이 가장 인상깊었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감역자의 글 (문용린)

아놀드 토인비는 이미 20세기 초반에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창조적인 소수에 의해 주도된다”며 창조성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5]


이 책은 다중지능론을 주창했던 저자가 실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창조성의 비밀을 역동적으로 풀어낸 교양서이다. ...

다중지능이라는 정신능력의 이론체계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깊고, 창조성과 관련된 실제 개인들의 심리적, 사회적, 시대적 조건 모두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넓으며, 영역이 서로 상이한 창조적 거장들을 일곱 명이나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방대하다. [6]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창조성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창조자의 배출을 가능하게 한 현대사회(modern era)라는 시대적 특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창조성이란 어디에 있는가?’

그는 <개인(Individual) - 일(The work) - 타인(Other person)>이라는 창조성 소재 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개인은 내부에 어떤 분야의 대가(master)가 될 만한 소질을 싹으로서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것만으로는 창조성이 발휘되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지 못하고, 우선 그러한 소질을 심화하고 강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일의 체험기회(교육, 훈련 등)를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며, 이러한 체험의 과정에서 타인(가족, 친구, 경쟁자, 후원자 등)으로부터 격려와 지원을 받는 의미 있는 인각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7-8]


한 개인 속에 잠재한 창조성의 본질은 지능적 요소와 기질적 요소의 특이한 조합이었다.[8]


‘10년 주기론’, 창조적 대가를 연구한 결과 그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대체로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창조성이 성국하고, 10년간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음 10년간 그 창조성을 다시 다른 분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9]


현대 사회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것이 창조성 발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혀보려고 시도한다. ...

산업혁명의 비참한 모습을 비껴간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낸다

‘자유사상’, 근면과 드높은 성취라는 부르주아적 가치를 체험 [9]


들어가는 글

대학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심리학에 대하여 거의 들어본 적이 없던 나는 자연스레 역사를전공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에릭 에릭슨의 심리분석적 역사와 전기를 읽었을 때 나는 지적인 고향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곧 연구 주제를 사회적 관계(사회과학이나 행동과학)로 바꾸었고, 점차 인지발달에 관한 심리학에 관심이 쏠렸다. [13-14]


대학원에서는 발달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처럼 눈부신 업적을 낳았으면서도 동시에 두 차례의 끔찍한 세계대전과 끈덕지게 지속된 냉전에 휘말려들어간 인간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이미 나의 내부에서 강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14]


인간의 인지능력이 다양한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의 지성도 비교적 자율적인 여러 능력, 즉 다양한 ‘인간지능’이 하나의 총체를 이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을 서술한 <마음의 틀(Frames of Mind)>(1983) [16]


나는 내가 읽고 싶어 하는 스타일의 책을 쓰고자 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전문용어는 되도록 쓰지 않고, 꼭 필요한 시각 자료만을 제시했다. 다루는 주제는 복잡하지만 간단명료하게 쓰고자 했다. 복잡한 주제를 쉽게 다루기 위해 중간 중간에 서술 내용을 요약해 정리했으며,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른 곳에 세 개의 짤막한 해설(간주곡,interlude)을 삽입했다. 그리고 누군가 내 생각을 도용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책의 첫 부분에 내 이론의 요지와 중요한 결론을 기술했다. [19]


제 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1. 취리히에서의 우연한 만남

레닌이 말한다. “문학은 당의 문학이 되어야 합니다....”

차라도 자기 생각을 내세운다.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지금까지 다들 예술로 알고 있는 예술 따위에 신경쓰면 안되지요... 요즘에는 예술가가 어떤 사람인가 하면, 무엇이든 자기가 하는 일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조이스도 한마디 한다. “... 예술가란 불멸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충족시키는 마술사와 같습니다.” [31]

이 책의 목표

1. 그들 나름의 특별하고 종종 기묘하게도 보이는 지적 능력과 성품,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 그들이 제기한 창조적인 의제, 힘겨운 노력, 그리고 그들이 성취한 업적의 특성을 밝힐 생각이다. 즉, 이들 간의 유사점과 교육상 의미 있는 차이점을 규명할 생각이다.

2. 창조적인 행위(기획)의 본질에 관해 대략적으로나마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3. ‘현대’라고 부르는 시대에 관해서도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36-37]


구성적 주제

세 가지 핵심요소

창조적 인물, 창조적인 행위의 대상이나 작업(일), 그리고 창조적인 인물의 세계에 거주하는 다른 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38]


모든 창조적인 행위는 우선 한 개인과 객관적인 작업 세계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그 다음 두 번째로 그 개인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성숙한다는 점이다. [40]


‘세계에서 자아로, 다시 자아에서 세계로’ (프로이트)

고독한 탐구자로 출발해서 절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아가 새로 탄생한 분야에 소속된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 변화의 궤적이 기본 틀이 된다. [41]


‘아동과 대가’ (아인슈타인)

이는 아인슈타인이 유년기의 개념세계로 회귀한 것을 의미한다. 관습적인 설명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기본적인 이해 방식을 찾았다는 말이다. [41-42]


‘신동과 천재’ (피카소)

피카소는 일찍이 눈부신 솜씨를 발휘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불후의 업적을 남기게 된 ‘신동’에 대한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42]


‘경계선에 위치한 거장’ (엘리엇)

창조적인 인물이 스스로 경계인이 되는 사례의 시금석과 같다.

그의 생애는 창조적인 인물이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이다. [43-44]


‘창조적인 미국 여성’ (그레이엄)

그레이엄은 이전 시기에 여성에게 부과된 여러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기만의 예술 형식을 창조했고, 스스로 단체를 설립하고 자신의 예술적 유산을 남겼다. 그녀 스스로 행동의 귀감, 즉 역할 모델이 되어야 했을 터인데, ... 20세기의 선구적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44]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람’ (간디)

정치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영역에서는 창조적인 도약이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따라서 어떤 특정한 창조적인 도약을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활약한 특정한 개인과 동일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45]


간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적 영향을 미쳤는데, 좀더 인상적인 사실은 몸소 용기있는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동의 귀감이 되었다는 점이다. [46]


한 시대의 조명

헤겔적 사고방식의 핵심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즉, 역사에는 고요한 추동력이 있어서 일정한 시대에는 특정한 시대정신과 주제가 전면에 나서고 시대가 바뀌면 다른 시대정신에게 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역사가 나선형적(변증법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러한 시대정신, 즉 특정한 개인들이 우연히 그것을 일깨우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시대정신이 존재한다는 견해를 신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역사를 우연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48-49]

  

한 개인이 어떤 일을 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는 편이 훨씬 신중한 의견이다. [49-50]


현대

1900년경에 프로이트는 일련의 중대한 발견을 하면서 중산 계급이 견지하는 도덕성과 합리성의 허식을 깨뜨렸는데, 인간의 마음 깊이 잠복해 있는 성적이고 공격적인 무의식적 동기와 충동을 밝혀냈던 것이다. 몇 년 후에 아인슈타인은 안정되고 ‘객관적인’ 뉴턴의 세계상을 관측자에 따라 규정되는 상대적인 세계상으로 대체하면서,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던 시공간의 절대성을 무너뜨렸다. [52]


일단 전통과 관습이 특정한 예술 및 과학 분야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 전통과 관습이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54]


2. 창조성의 연구방법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떤 자극을 받거나 문제를 보면 아주 다양한 연상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매우 유별나고 엉뚱하기까지 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59]


창조성은 지능과 다르다.

일단 IQ가 120이 넘으면 심리측정학적으로 창조성과 지능은 아무상관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60]


창조적인 사람은 바로 이 공간 안에서 당면 문제에 적합한 접근법과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며, 효율적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배분하여 단계적으로 탐구해 나가고, 더 철저한 연구가 필요할 때와 손을 뗄 때, 그리고 연구를 지속할 때를 결정한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창조 과정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다. [63]


‘창조적인 건축가들’은 그들보다 창조성이 부족한 동료들에 비해 독립성과 자신감,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기민함, 기꺼이 무의식에 내맡기는 성향, 야망, 일에 대한 집중력 등의 성격적 특색이 훨씬 풍부했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창조적인 업적을 이루는 것인지, 아니면 창조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이와 같은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65-66]

  

아마빌라는 고전적인 심리학의 설명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외적인 보상을 노릴 때보다 순수한 즐거움만으로 행동을 할 때 창조적인 해법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68]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사람들은 이와 같은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경험에서 자신이 관심을 쏟는 대상에 완전히 몰입되고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

이렇게 ‘몰입’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는 자신이 무엇을 경험하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중에 반성적으로 자신이 완전히 살아 있었고 자신의 모든 것이 실현되는 ‘절정의 경험’을 했다고 느낀다.

이러한 ‘몰입 순간’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훈련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몸과 마음의 고통까지도 감수하려 드는 것이다. [69]


이러한 연구 결과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보통 35살에서 39살 사이로 나타났지만, 정확한 시기는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다. 가령 시인과 수학자는 20대나 30대에 절정에 이르는 반면, 역사가나 철학자는 이로서 수십 년 뒤에 정점에 이른다. [71]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탐구하면서 주변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면,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창조성 자본’을 많이 축적하게 된다. 반면에 이러한 발견 행위가 억압당하고 한쪽 방향으로만 떠밀리거나, 혹은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밖에 없고 귄위자들만 그 정답을 알고 있다는 고정 관념에 짓눌린 아이들은 자기만의 해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78]


창조적인 인물은 유년기의 통찰과 감정, 그리고 경험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면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다. 물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는 편이 어떤 점에서는 살아가기에 좀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경우에는 유년기야말로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실상 창조적인 인물이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가장 선진적인 이해 방식과 ‘결혼’시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창조적인 사람이 유년기의 ‘창조성 자본’에 되풀이해서 의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이다.  [78-79]


어느 분야의 전문 지식에 정통하려면 아무리 열광적으로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통용되는 지식에 통달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10년 정도의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도약을 이룰 수가 없다. [79]


대다수는 또 다른 10년 후에 다시 한 번 중대한 혁신을 이루었다.

하지만 10년 동안은 전문 기술을 그저 추종하기만 하고 그 다음에 비로소 자기만의 혁신적인 업적을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은 옳은 얘기가 아니다. [79-80]


창조자는 자신의 직관을 믿어야 하고, 아무 보상도 없는 반복적인 실패에도 꿋꿋이 버텨야 한다. [82]


창조적인 인물이란 어떤 분야에서 처음에는 참신하게만 여겨지지만 종국적으로는 특정한 문화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작품을 창조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을 말한다. [83]


나는 어떤 한 사람이 모든 분야가 아니라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만 창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83]


창조적 인물은 끊임없이 창조성을 추구하며 지속적으로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정한다. [84]


바람직한 것은 비동시성에 압도되지 않는 범위에서 실질적인 비동시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94]


대체로 창조자들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특히 원만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 [98]


제 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3.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세상에 홀로 맞선 사람

가장 중요한 점은 프로이트가 재능이 매우 뛰어난 아이였고, 주변 사람들이 그런 재능을 알아보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107]


젊은 시절부터 그는 자신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중요한 성취를 이루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그런 성취를 이룰 것인가였다. [110]


프로이트는 언어지능과 인성 지능이 우수했다. 즉, 언어와 인간을 다루는 분야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 [111]


프로이트의 20대는 일종의 ‘심리사회적 유예기간’이었다. 이 기간에 그는 자신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과 생활방식을 시도했었다. [117]


예전에 억압된 기억을 말로 풀어내면서 거기에 얹힌 묵은 정서를 발산하면, 증상을 없애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였다. [118]


강력한 정서를 마치 물의 흐름을 막아놓은 댐처럼 막아버리면 히스테리 증상이 생기는데, 이 때 증상은 정서를 억누르지 않았을 경우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치료는 카타르시스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억제된 에너지를 발산시켜 증상을 제거하려고 했다. [120]


인생의 보다 이른 시기에 프로이트에겐 항상 가슴속의 생각과 두려움, 야심에 대해 털어놓을 가까운 사람들이 한두 명 있었다. [122]


“그 외로웠던 시절, 요즘과 같은 압박감이나 분망한 일이 없었던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영광스러운 ‘영웅시대’처럼 느껴진다. 나의 ‘찬란한 고립’에는 분명 장점도 있었고 매력도 있었다.” [127]


그 핵심 개념은 억압이다. 좀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면 방어기제라고 하는데, 이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표상들을 의식 아래로 억누르는 심리과정을 일컫는다. [129]


나 같은 사람은 무언가에 열정을 쏟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132]


창조적인 인물들은 근본적인 비약을 이루기 직전에, 자신이 새로 만들어낸 언어를 믿을 만한 친구에게 시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소통에 대한 이런 욕망은 인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창조적인 인물들은 학문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정서상으로도 무조건적인 격려와 지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통에 대한 이런 필사적인 노력은 엄마와 아이 사이에 맺어진 최초의 소통 관계와 어린 시절의 친구 관계를 회복하려는 심정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136]


꿈의 동인은 무의식에서 생기며, 꿈에는 무의식적 소원이 잠복해 있다. 소원은 전의식으로 표출되고자 하는데, 낮에는 검열에 의해 왜곡되지만 저항이 약해지는 밤에는 다양한 위장과 타협형성을 통해 꿈으로 분출된다. [144]


“나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과학이나 수학에는 아무 재능이 없다. 양적인 것에는 아무 소질이 없다.” [145]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이론과 실천 양면을 대표했다. 진지한 학자라면 독창적인 사상을 발전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직업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실천 방안에도 관여하는 학자는 매우 드물며, 처리방법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지구 반대편의 간디처럼 프로이트는 자유 연상, 꿈 분석, 치료개입 등 사람들을 돕는 데 실제로 사용되는 실천 기법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을 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153]


이는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우리의 첫 번째 사례이다. [159]


하나는 오랫동안 홀로 자기 생각을 발전시켰다는 점인데, 이런 혹독한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는 다른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태도를 배웠을 것이다. 두 번째로 프로이트는 남들이야 어찌 생각했건 자신은 다른 사람과 유대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적인 관계는 아니고 보다 공적이고 지적인 관계였다. 마지막으로 프로이트는 스스로를 어려운 작전을 수행하는 군대 사령관으로 여겼다. 위험하고 무모한 작전도 당연히 필요하고, 결과가 불확실한 포위공격도 해야 한다. [159]


거의 매일 밤 11시에서 새벽 1시나 2시까지 글을 썼다. [160]


매 순간 무엇인가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면서, 자신에게서 나태한 구석이 보이면 스스로를 매섭게 다그쳤다. [160]


‘10년 규칙’

창조적인 인물은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종사한 후에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어내며, 이후에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161]


암으로 인해 몸은 쇠약해지고 고향을 잃은 상황에서 곧 죽을 목숨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는 의연했다. [162]


프로이트는 그가 흠모하는 영웅인 셰익스피어나 소포클레스와 비등하게 인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넓히는데 공헌했으며, 프리드리히 니체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처럼 인간 사회의 본성에 대해 통찰했다. [164-165]


그는 특정 지능을 활용하여 창조성의 절정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인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는 자성 지능을 통해, 그리고 아무도 공감과 이해를 보이지 않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통해 그런 성과를 보였던 것이다. [165]


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영원한 아이

아이의 마음과 창조적인 어른의 마음 사이에 깊은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70]


“물리학자들이란 인간 피터팬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이 도지 않으며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호기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이,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된다.”

[171]


말을 잘하고 다른 사람들의 세계에 흥미가 많았던 프로이트와 달리, 어린 알베르트는 사물의 세계에 호기심이 많았다. [172]


어린 아인슈타인에게 종교적 성향이 강했다는 점은, 그가 영혼의 진한 갈증을 느꼈으며, 궁극적인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고, 관습적인 지혜에 반발할 수 있는 능력(충동적인 반발이 아니다)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학교에서 출중한 학생이었지만, 아인슈타인은 정규 교육에 불만이 많았다. 그는 당시 독일 학교의 특징인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교육방식을 매우 혐오했다. [173]


“그 학교는 나한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자유로운 정신이 가득했고, 소박하면서도 진지한 교사들도 권위적인 모습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175]


“기질상 저는 추상적인 사고나 수학에 이끌리고, 상상력이나 실제적인 분야의 재능은 부족합니다.” [175]


이미 아인슈타인은 어린이의 호기심과 감수성을 어른의 단계적인 방법론과 접목시킨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176]


아마도 그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할 능력이 있으며, 물리학의 최신 성과물에 익숙해 있지만, 아직 현재 통용되는 관점에 지나치게 물들어 있지는 않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젊은이의 마음과 성숙한 어른의 마음을 모두 갖춘 사람일 것이다. [190]


프로이트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매료되었던 데 비해, 아인슈타인은 객관적 사물 간의 관계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191]


자기 생각의 핵심 부분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지지를 구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의존하려는 마음은 전혀 다르다. ..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 둘 다 자신들이 향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확고하게 알고 있었고, 누구라도 그들이 가는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고독한 처지를 일부러 구하진 않았으나, 프로이트와 달리 고독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

다른 사람에 대한 갈망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시골에서 고독하게 살았으며, 단조롭고 조용한 삶이야말로 창조적인 정신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3]


“나 같은 사람에게 발달의 전환점이란, 그저 덧없을 뿐인 개인적 관심사를 서서히 뒤로 하고 사물을 관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관심을 집중한다는 사실에 있다.” [194-195]

   

그는 글도 무척 잘 썼지만, 언어 자체에는 별 흥미를 갖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논리-수학 지능과 공간 지능이 뛰어났다. [195]


공상하는 재능이 실증적인 재능을 흡수하는 재능보다 나한테는 더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196]


그의 혁신적인 업적은 공간적 이미지와 수학공식, 경험 현상, 그리고 기본적인 철학 주제를 통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


그는 가장 야심적인 도전 앞에서 몸을 사리는 과학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감추려들지 않았다. “나는 나무판자를 들고서는 제일 얇은 부분만 찾고 구멍 뚫기가 쉬운 곳에만 송곳을 들이대는 과학자들을 참기 힘들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원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98]


프로이트는 자기 이론의 진가를 올바로 평가받기 전에 먼저 하나의 분야와 장을 스스로 창조해야 했다. 아인슈타인도 분명 하나의 분야를 변화시켰지만, 그 장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


물리학의 표준 절차는 현상을 관찰하고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후에, 이로부터 원리와 이론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와 정반대로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는 높은 추상 수준에서 기본적인 물리 법칙, 가령 광속 일정의 원리를 우선 제기한 후에 이에 근거하여 경험적 현상을 추측하고 그 기본 원리를 다른 법칙과 연결시켰다. [208]


26살의 특허국 직원이 물리학자들(결국은 일반 사람들까지도)이 현실에 대해 사고하는 방법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209]


우선 특정 분야의 연구결과와 원리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미 알려진 사실을 다시 발견하는 경우가 생긴다. [210]


이러한 사례는 새로운 혁명적 과학 사상이 기성세대, 즉 장의 권위자들에게 수용되는 일은 드물다는 토마스 쿤의 주장에도 부합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수용되려면 입장이 굳어지지 않은 새로운 세대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16]


아인슈타인은 프로이트처럼 자기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는 성격이 아니었다. ...

아지만 아인슈타인은 적절한 연구 환경과 좋은 동료들, 그리고 세상의 인정을 나름대로 중요시했고, 그래서 불행했던 학창 시절 이래 별로 애착을 갖지 않았던 땅에서 제안한 직위를 받아들였다. [219]


나이가 들어서도 그는 걱정 없이 살아가는 낙천적인 아이(아이들이란 자기 행동을 규율하려는 사회의 관습이나 기성세대의 잔소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법이다)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220-221]


이전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사라져도 시간과 공간은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 역시 물질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지요. [222]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전문 지식을 익힌 아인슈타인은 아직 젊은 나이에 결정적인 도약을 이루어 물리학의 연구 방향을 쇄신했다. [229]


어느 쪽도 상대방의 견해를 뚜렷하게 바꾸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진심과 성의로써 상대방을 대했는데, 이 점은 프로이트와 그의 적대자들 간의 관계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230]


마흔 살 이후에도 자연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을까?

대단한 위업을 달성하는 그런 소수의 과학자들도 대개는 젊은 시절에 그런 업적을 이룬다. [232]


참신한 생각은 젊음의 특권이요, 일단 지나가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재능이다. [233]


젊음과 원숙함의 결합은 창조적인 과학 천재의 고유한 특징일 것이다. [233]


만약 아인슈타인이 20년 늦게 태어났더라면, 그의 재능과 세계관은 논리-수학지능이 공간적 재능보다 더 중요한 양자 역학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233]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과학자로서보다 전반적인 사색가로서 끊임없이 성숙했다.

단지 뛰어난 과학자로서만 아니라 (과학에 대해서 뿐 아니라 과학이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원숙하고 성찰적인 인간으로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천재란 주로 명민하고 신속하게 직관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관과는 다른 이해 능력, 즉 성찰적 지해라고 부를 만한 능력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성숙한다. [236]


아인슈타인은 만년의 30년 동안 오히려 철학자에게 어울리는 문제에 상당한 정력과 재능을 쏟았다....

과학과 인식론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 과학적 사유란 단지 상식의 확장에 다름아니라는 점, 과학자와 예술가는 모두 일상에서의 도피를 추구한다는 점,...

그는 분명한 확신을 갖고 일관성 있게, 그리고 인상적인 태도로 그런 주장을 했고, 덕분에 그의 주장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이 될 수 있었다. [236]


그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과 우주의 근본적인 합리성과 질서, 조화를 강조했다.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이 현대의 창조자는 계몽주의의 자식임을 자처했다. 시작은 유년기의 날카로운 직관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탁월하고 포괄적인 철학이 되었다. [237]


나는 사회 정의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열정적일 만큼 관심이 많은데 비해, 이와는 이상하리만치 대조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직접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

나는 관습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와 같은 변덕스런 토대에 내 정신을 의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240]


* 간주곡1

인문학자들은 문학과 예술, 개인들의 생애, 역사적 사건과 같은 구체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이 분야에 어울리는 이론 모델을 활용한다. 반면 과학자들은 실체의 종류와 사건의 유형을 설명할 수 있고 나아가 특정한 조건 하에 이러한 물체와 사건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있는 이론 모델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242]


이미 다른 학자들이 제기한 문제의 해답을 마련하는 수준을 넘어설 때 과학자의 소명은 더욱 빛이 난다. [243]


두 사람 모두 위대한 도약의 시기에 고립된 생활을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론적이고 정서적인 도움을 받았다. [245]


자신들의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245]


프로이트는 유아기의 사건을 성년의 감정과 인격을 좌우하는 주된 추진력으로 여겼다. 아인슈타인은 어린 아이의 마음을 중시해서 아이들이 물리학에 대한 직관적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246]


깊은 수준에서는 유년기와 연결된 끈이 매우 창조적인 인물들의 생애를 관통한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

여전히 유년기의 체험과 접촉하는 사람만이 그들이 탐구했던 현상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247]


5.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 신동과 천재

신동이 재능을 보여주어야 하는 영역이란 이미 해당 문화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분야이고 최소한 그 아이의 행동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251]


‘재능이 갖춰진’ 아이와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252]


(신동들은) 특히 서구에서는 지금까지는 자기들이 그저 열성적으로 밀어붙이는 부모나 강압적인 선생님, 혹은 다른 누군가의 야망을 대신 실현해 주는 대리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런 주위 사람들의 야망은 그들 자신의 오랜 관심사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자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하고, 이렇게 주도권을 되찾게 되면 지금까지 그들의 경력을 ‘관리’해온 사람들과 여러모로 충돌을 빚게 된다. [253]


다중지능이론의 견지에서 보면, 피카소의 조숙함은 시각-공간 영역, 신체-운동 영역, 대인 영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55]


학생이면 마땅히 잘 해내야 하는 일을 잘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자기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맹렬하게 파고들어서 개인적인 좌절감을 극복하고 가족들에게 자기의 진면목을 보이고자 하는 법이다. [259]


모든 아동은 외상적인 체험을 하며, 그런 체험이 얼마나 그 아동에게 깊은 충격을 주고 거기서 받은 상처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에 대해 정확히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피카소는 유아 시절부터 자신이 몸소 겪은 사건이나 사람의 외양을 생상하게 기억할 만큼 감수성이 아주 예민했다. [260]


음악과 달리, 회화 분야의 신동은 없습니다. 어린 천재란 그저 유년기의 천재일 뿐이지요. 나이가 좀더 들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집니다. 그런 아이도 미술가가 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262-263]


다작과 풍작은 폭력과 활력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르다. [268]


피카소는 긴 생애 내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대개의 경우는 죽음을 아예 부정하려고 했다. [271]


대표작들은 개인적 의미가 깊이 담긴 사건과 정서를 보편적인 주제와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식상할 정도로 많이들 얘기하는 것이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친숙한 생각이라고 해서 참이 아닌 것은 아니다. [277]


피카소에겐 현재의 영예에 만족하는 것을 막는 무언가가, 아마도 어린 시절에 형식을 해체하도록 했던 것과 동일한 충동일 터인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맞서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자 했으며, 전례가 없는 깊이에 도달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와 같은 가차 없는 도전 의지는 이 책에서 다루는 창조적인 거인들 모두의 특징이며, 그들을 그들답게 만드는 특징이다. [278-279]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287]


피카소는 여러 차례 이런 가벼운 여행을 통해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낙천성과 삶에 대한 애정을 되찾았다. [300]


아무리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은 사이라도, 서로 떨어져서 자기만의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낡은 주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법이다. [302]


고독의 시간은 친밀한 어울림의 시간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이다. [302]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307]


“관람자에게 아무런 감정상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하고 관람자가 그저 대충 훑어보는 예술작품은 아무 의미가 없다. 관람자가 비록 상상 속에서라도 어떤 반응을 보이고 스스로 창조에 대한 열망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 관람자를 마비 증상에서 일깨워야 한다.” [309]


“... 예술가의 작품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가 언제, 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작업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313]


“정신적 가치가 삶을 영위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토대인 예술가들은 인간성과 문명의 가장 숭고한 가치가 위기에 처한 갈등 상황에 대해 오불관언의 태도를 보일 수도 없고 보여서도 안 된다. 항상 나는 이렇게 믿어 왔다.” [321-322]

평생에 걸쳐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분야에서 활동했기에 피카소는 새롭고 신선한 경험과 예술적 자극을 얻을 수 있었고,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324]


다른 창조적인 인물 역시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나 불행에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피카소와 관련된 사람들이 비참한 운명에 처한 경우는 그 정도가 심했다. [328]


비록 우리 모두는 결국 인간으로서 평가받아야 하겠지만, 예술가(혹은 과학자)의 업적을 그들의 인간적 약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330]


피카소는 자신의 재능을 초월해서 생각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여러모로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테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성숙한 어른’의 세계를 경멸했다. [331]


그는 예술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다른 어떤 세속적인 관심사보다 자신의 작품과 생존을 우선시했다. [331]


6.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 - 음악가이자 정치가

모든 창조자들, 특히 음악가들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폭넓은 대중과 더불어 자신이 창조한 작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주위 동료들 사이에서 적절히 처신해야 한다.  [335]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에 심취하기는 했지만 음악 신동은 아니었다. 실상 그는 음악 자체보다는 회화나 연극에 더 흥미를 느낀 아이였다. [339]


학습 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었던 피카소와도 달라서 그저 정규 교육에 흥미가 없었을 뿐이고 평생 동안 스스로 배워 익히는 방식을 선호했을 뿐이다. [340]


“무엇을 배우든 신참자가 걸어야 할 길을 하나밖에 없다. 처음에는 학습 과정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이것은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자유롭고 힘차게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삼아야 한다.” [342]


젊은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의 활동 모습에서 공동작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교훈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마감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술적 이상은 각기 다르면서 고집은 무척이나 센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며 타협을 이끌어내는 방법이었다. [348]


아무리 창조성이 뛰어난 혁신가라 해도 길을 잘못 들어설 수가 있는 법이며, 이들은 본래부터 오류 따위는 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만 그 실패를 딛고 재기하는 방식이 보통 예술가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사실인 까닭이다.

위대한 창조자들은 걸작이든 태작이든 작품 자체를 다량으로 창조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 자료를 모아놓았다. [355]


분명히 이 작품은 여러 이유로 처음 듣는 청중을 소외시킨 면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와 똑같은 이유로 결국에는 수용되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물론 변한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장이었다. [366]


탁월한 창조자들은 언제나 완벽주의자이다. 처음의 구상을 세목 그대로 애써 실현하고자 하며, 수정이 꼭 필요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경도 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용기 있는 창조자들은 어떤 권리도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으려 하며, 설사 의식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도 무의식적으로 원래의 착상을 그대로 고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타인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374]


처음 10년 동안 해당 분야의 지식과 기법을 완전히 터득하고 이후 대략 10년을 주기로 혁신적인 작품과 새로운 방향 전환을 이룬 작품(이론)을 창조한다는 법칙이 스트라빈스키에도 적용된다는 얘기다. [379]


두 작품 모두에서 우리는 스트라빈스키가 외부에서 받은 다양한 영향과 자기 내부에서 느낀 여러 종류의 압력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려는 노력을 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379]


언제나 그랬듯이 스트라빈스키는 그 자신에게 최고의 스승이었다. [381]


젊은 시절에 직관적으로 수용한 것을 이제는 좀더 의식적이고 거리를 둔 상태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이미 과거와 단호하게 결별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거가 압도적인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383]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가 과거와 자극적인 대화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점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를 재창조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한층 더 심화시킬 수 있었다. [383]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하루에 적어도 열 시간 동안 일을 했다. [387]


“창조적인 음악가로서 나는 매일매일 짐을 풀 듯이 내 마음속의 아이디어를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나는 영감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일을 하다보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잘 모를 수도 있다.”

(프로이트) “영감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맞으러 마중나간다.” [388]


“탁월하고 위대한 예술가의 원동력은 대담한 용기이다. 내가 이런 점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이다. 나는 대담한 용기를 높이 평가하며, 거기에는 어떤 제한도 두지 않는다.” [390]


스트라빈스키는 이 책에서 논하는 다른 창조자들보다도 유년기에서 흘러나오는 중요한 어떤 것을 간직할 줄 알았고, 또 만년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열매를 만끽할 수 있었다. [399]


7. T.S.엘리엇 T.S. Eliot - 경계선에 위치한 거장

우호적이면서 솔직한 비판을 삼가지 않는 친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준 것이다. 게다가 이 초고는 고국을 떠난 두 젊은 미국인이 제 1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어째서 문명의 쇠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403]


빈민가의 세계와 하버드 신사들의 세계, 가난한 자의 고통과 안락한 사교계의 위선이 마구 충돌하는 모습은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의 영혼을 깊이 흔들었다. [408]


그때까지 그는 가족이 마련한 각본대로 살아왔을 뿐이다. ...

하지만 자신의 의식 내부에서 엘리엇은 점차 소외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409]


“1914년에 에즈라 파운드를 만난 일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 그는 내 시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오래 전부터 받기를 단념했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414]


엘리엇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여전히 확신이 없었다. 한결같은 경계인답게 그에겐 젊은 시절의 프로이트나 아인슈타인 혹은 피카소가 지녔던 대단한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420]



<황무지>의 작시 과정은 창조적인 걸작품의 탄생에는 다른 사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된다. [429]


중대한 혁신을 감행한 창조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엘리엇도 새로운 상징체계 혹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투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절망과 유럽 문명의 몰락을 담아낼 수 있는 시적 목소리를 창조하기 위해 힘겹게 노력했다. [430]


<황무지>는 극심한 불안감에 사로잡힌 정신, 즉 현대인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온갖 생각을 농밀하고 강렬하게 묘사한 작품이었다. [435]


엘리엇은 20대 초반에 <프루프록>을 썼고, 30대 초반에 <황무지>를 썼다. 이번에도 앞서 말한 10년 규칙이 적용됨을 볼 수 있다. 대략 10년 사에에 두고 엘리엇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436]


“위대한 시인은 모두 요절했다. 소설은 중년의 예술이고, 에세이는 노년의 예술이다.” [437]


엘리엇은 시를 정서나 개성의 표출이 아니라, 오히려 정서와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로 여겼다. 그는 개성과 정서를 소유한 사람만이 거기서 도피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완벽한 예술가일수록, 번민하는 자아와 창조하는 자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는 미숙한 시인은 선배의 작품을 그저 모방만 할 뿐이지만 성숙한 시인은 그 핵심을 훔쳐내서 더욱 개성적이고 훌륭한 작품으로 빚어낸다고 지적했다. [443]


“비상한 감수성과 뛰어난 언어 구사력을 결합시킬 줄 아는 시인이 없다면, 우리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능력까지도 퇴화할 것이다” [444]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력을 높이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서로의 경력에 관심을 내비친 예술가는 다른 ‘미래의 거장들’을 찾아나선 ‘미래의 거장들’이 아니라 성공 지상주의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447]


재능이 뛰어난 젊은이들은 한 분야에서, 드물게는 여러 분야에서 기존의 업적을 완전히 배워 익힌다. 이미 당대의 첨단에 이른 자들은 한층 더 나아가기를 열망한다. [447]


경계인으로 살았던 엘리엇의 생애는 역설적이다. 그는 유서깊은 가문에서 태어나서 세계 최대의 강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엘리엇 가문의 다른 남자들처럼 주류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경계인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길을 선택했다.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일부러 경계인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455]


“예술은 인간이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기를 요구한다. 가족도 버리고 오직 예술만을 좇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예술은 인간이 어느 가족이나 계급, 당 혹은 동인의 일원이 아니라 그저 그 자신일 뿐이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456]


경계인이란 오직 공동체를 전재하고서야 성립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창조적인 인물의 생애에서는 경계인이라는 느낌을 갖는 순간과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갖는 순간이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궤적을 엿볼 수 있다.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들은 어느 정도는 세계 전체에 속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만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양극을 오가는 모습이야말로 창조자의 생애에 긍정적인 비동시성과 부정적인 비동시성을 동시에 가능케 한 요인일 것이다. [457]


* 간주곡2

피카소는 젊음을 유지하고 자기를 보존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가학적으로 대했고, 스트라빈스키는 친분 관계를 희생해서라도 법정 싸움의 불씨를 지피는데 주저치 않았으며, 엘리엇은 프로이트처럼 금욕적인 삶을 선택하고 동시에 가학적이라 할 만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했다. [459]


엘리엇은 교수가 될 만한 능력이 있었고, 스트라빈스키는 미학과 철학상의 특정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학문적 관심이 가장 미약했던 피카소는 당대의 이론가와 지식인들에게 마치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처럼 휘둘린 감이 있었다. [459]


이들은 전통적인 예술 형식이 소진되고 전위적인 작품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었다. [461]


이들은 장인 정신이 투철한 예술가였다. 매일같이 작업실에 들어가 거의홀로, 완성까지 몇 달 혹은 몇 년씩이나 걸리는 작품 제작에 몰두했다. [462]


어느 경우든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는 창조자의 삶에 본질적인 부분을 이루었다. [463]


8. 마사 그레이엄 Martha Graham - 무용계에 혁명을 몰고 온 여자

의식에 기반한 이러한 무용은 수백 년 동안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관습과 가치관과 감정을 반영한다. [467]


이사도라의 성공 요인은 제자나 ‘양녀’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주로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와 ‘몸의 본능적인 움직임’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사도라는 통상적으로 새로운 무용 전통의 창시자라기보다는 고독한 선구자로 여겨진다. [468]


부모와 딸은 마사가 교양 교육을 받으면서 동시에 예술적 관심을 추구할 수 있는 컴노트 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472]


신속하게 자기 분야를 마스터하는 것은 거장들의 일반적인 특징 [473]


“나는 정상에 오를 것이다. 누구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475]


모든 것을 잃을 걸 각오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했고, 각자가 우리의 모든 전통을 바다에 내던진 지 오래였다. [480]


“오늘날의 삶은 신경을 자극하고 날카롭게 후비는, 뒤죽박죽 엉켜 있는 삶이다.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하다.... 내 무용에 표현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삶이다.” [480]


(포킨) 그는 그녀가 고전 무용 형식에 무지하고 몸을 ‘추한 형식과 증오에 찬 정신으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레이엄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겠군요.” [485]


<프론티어>는 6분 30초 분량의 작품으로서, 무용이 무엇이며 무용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걸작이었다. 그레이엄은 미국인이란 누구이며 미국이란 세계는 어떤 곳인지를 박진감 넘치는 표현으로 관객에게 전달했다. 그것은 “순수한 미국, 솔직하고 자유로운 미국, 불굴의 의지로 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미국인의 정신”이었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초기 작품에 비해 엄숙함은 덜하지만 훨씬 간결하고 집중된 어조와 표현으로 미국 개척자 여성의 경험을 규정하는 고독감과 소원함, 그리고 드문 기쁨의 순간을 전달한 것이다. [498]


“미국 무용의 문제에 대해 길을 찾아야 할 사람들 입장에서 내놓을 해답이란 이 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량함과 비옥함이 참으로 흥미로울 정도로 대조를 이룬 이 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498]


자기를 복제하고 반복하는 진부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관객을 놀라게 하면서 참신한 새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었고, 가끔은 신랄한 비판에 의욕이 꺾이기는 했어도 다시 도전할 용기를 잃은 적이 없었다. [502]


처음 10년은 해당 분야의 기예를 익히는 기간이고, 두 번째 10년은 가장 인상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기간이며, 세 번째 10년은 또 다른 절정의 작품, 그러니까 앞선 시기의 혁신에 기반을 둔 작품이자 그런 혁신을 좀더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해당 분야 전체에 연결시킨 작품을 창조하는 기간이다. [505]

그녀에게 있어 공연이란 삶 자체였고, 자신의 페르소나를 완전히 실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삶이 요구하는 긴장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509]


20년 동안이나 의도적으로 과거에 도전한 예술가라면 다시 고전적인 주제와 전통적인 형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반면 그레이엄의 고전주의 시기는 오히려 다른 어떤 시기보다 모든 것을 통괄하고 자기의 진면목을 발견해가면서 정교하게 작품 활동을 한 상당히 오래 지속된 시기였다. [513-514]


신체-운동 지능은 자립적인 상징체계를 통한 사유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실험하고 여러 차례 변형하는 과정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517]


“그레이엄은 그녀의 몸이었다. 그것(몸)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강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단련시킨 덕분에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된 것이다. 몸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따라 그녀가 고안할 수 있는 무용의 한계가 규정되며, 몸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있기에 그녀는 연습을 통해 더욱 더 무용 테크닉의 기초를 닦은 것이다.” [517]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갖추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니진스키는 단 한 번의 탁월한 도약을 위해 수천 번이나 도약 연습을 했다.”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차이점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에 있지 않다. 비밀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화하고 명백하게 드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521]


“... 나는 무용을 삶에서 분리시킨 적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그레이엄은 다른 현대의 거장들과 마찬가지로 순수 추상의 세계에 매혹되지 않았다. “나는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느끼기를 원한다.” [522]


“나는 도둑이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플라톤, 피카소, 베르트람로스 등 누구라도 최고의 인물들에게서 생각을 훔친다. 나는 도둑이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 나는 내가 훔친 것의 진가를 잘 알고 있고, 늘 소중하게 간직한다. 물론 나만의 재산이 아니라 내가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유산으로 여긴다.”

그레이엄은 작업 과정에서 초자연적인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안무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억에 의존합니다. 내가 인생을 이해한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 방식에서 많은 걸 얻지요. 우리가 읽고 마음 깊이 흡수한 것이 보석처럼 우리의 존재를 이루는 겁니다.” [523-524]


그레이엄은 헌신과 대담함이 부족한 사람들을 조금도 이해하지 않았다. “누구나 실패할 권리는 있다. 실패했더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단계로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대죄가 있다면 그건 범용이다. 이게 내 믿음이다.” [526]


무엇보다도 그녀는 모험을 꺼리지 않았다. 현재의 영예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새로운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다시 도전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른 창조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하면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갈 줄 알았다. [538]


9. 마하트마 간디 Mahatma Gandhi - 신념을 실천한 정치 지도자


“나는 보통 이하의 능력밖에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난 괘념치 않는다. 지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음의 성장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544]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람들 간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545]


기회가 문을 두드리면 아무리 먼 곳으로 떠나야 하고 또 자신과 가족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해도 그 기회를 붙잡는다는 점이다. [550]


배워야 할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고 발견해 가면서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 과정에서 간디는 필요할 때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는 훌륭한 능력을 찾아냈다. 간디는 언제나 사랑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표를 추구하는 끈질기고도 침착한 태도는 널리 존경받았다. [554]


간디는 이처럼 가혹하고 단단한 현실에 부딪치고도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변호사로서 더욱 원숙해지고 투쟁 결의를 더욱 굳건하게 다졌다. 유혹도 받았지만 그는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554]


그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지켰고 자신이 관장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신중하게 기록했다. [555]


간디는 적극적 실천가답게 자신의 사상과 종교를 직접적으로 실행할 길을 찾아나섰다. [556]


간디는 스스로 도덕적인 삶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서 도덕적 권위를 얻지 않으면, 자신이 인도인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윤리적인 실천가로 활동할 만한 자격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557]


간디는 사티아그라하가 단지 수동적인 저항에 그쳐서는 안 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명의 힘이 되어야 한다고 깨닫기 시작했다. [559]


공적인 투쟁의 장과 개인적인 영적 성장에 번갈아 관심을 집중했지만, 어느 경우든 그는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사상적인 입장을 정립하고 그것을 삶에서 그대로 실천했다. [560]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일의 진행 과정이 불확실한 경로를 따를 여지가 다분한 공공의 광장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궁극적인 실천 모델이 오직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 과정을 통해 서서히 확립되는 법이다. [563]


그는 신념의 세기를 강조하기 위해 자기의 존재, 자기의 생명을 걸었던 것이다. [565]


어떤 시련도 기회로 삼을 줄 알았던 간디는 구속 수감을 일시적인 유예로 여겼다. 그는 과거의 행적을 반추하면서 폭넓은 독서와 사색에 전념할 수 있었고,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는 결코 멈출 수 없는 저항운동의 다음단계를 준비할 수 있었다. [572]


간디는 행동이 바로 자신의 분야임을 증명한 셈이었고, 이 과정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572]


간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편에 독서와 저작과 성찰이 있고 다른 한편에 몸소 용기있는 모범을 보이는 지도력 있는 두 가지 활동의 항구적이고도 생산적인 변증법적 관계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573]


간디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삶을 추구하는 것과 공동체에 봉사하면서 모범적인 삶을 추구하 것을 별개로 취급할 수 없었다. [575]


종교적인 혁신가란 자신의 개인적인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해답이 궁극적으로는 보다 넓은 공동체의 난국을 해결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575]


“종교는 정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종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그러나 아무런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576]


사티아그라하의 신봉자는 폭력과 고통 혹은 위협을 통해서 서로 대결하는 대신, 몸소 고통을 짊어짐으로써 상대방의 양식과 양심을 일깨운다. [577]


사티아그라하의 유별난 점, 그리고 사티아그라하를 인간의 위대한 성취로 만든 요소는 그것이 실천적인 철학을 대표한다는 점에 있다. [581]

간디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584]


간디의 천재성은 영적인 인물이 사람들을 이끄는 전통적인 호소력과 사람들로 하여금 민족의 이상을 위해 복수심이나 이기심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삶을 희생하게끔 인도하는 전혀 새로운 행동 방식을 결합한 데 있다. [588]


그는 자신이 믿는 것을 말했고 말한 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의 정신과 영혼과 몸은 일치했다. [589]


“... 자유를 얻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갠지즈 강을 피로 물들인다 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600]


아인슈타인이 추상적인 사고 실험을 통해 자연 질서를 통찰했다면, 간디는 적절한 변수를 통해 인간을 통찰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609]


“간디는 일반적인 권모술수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우월한 삶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정치 영역에서 더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싸운 유일하게 참다운 정치가였다. [609]

  

* 간주곡3

“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           -마하트마 간디-   [610]


이들 창조자 가운데 오직 간디만이 어떤 집단이나 분야에 속한 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성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말을 걸려고 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이력과 재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뜻이 통하는 그런 이야기와 사상과 존재 방식을 창조하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한 분야를 쇄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새로운 인간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614]


제 3부 창조성의 조건


10.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

모든 창조적인 활동에는 역동적인 면이 있다고 가정했다. 재능 있는 개인과 전문분야, 그리고 창조물의 질을 판단하는 장 사이에 이루어지는 변증법적 관계가 그것이다. [620]


그는 인생의 완성보다 작품의 완성을 앞세운다. [624]


E.C. 유형의 인물들은 실제로 자신감과 기민함,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근면함, 일에 대한 집중력 등을 지니고 있다. [628]


각각의 인물들은 상당히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음에도, 유모의 보살핌 말고는 조건없이 따뜻하고 친밀한 애정을 충분히 받지는 못했다. ... 모두가 업적과 성취에 기반한 조건 있는 사랑을 받았을 뿐이다. 아미도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이야말로 자신의 전부라고 느끼는 성향이 짙어졌을 것이다. [633]


두 번째 도약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창조자 개인의 재능과 포부보다는 해당분야의 성격에 따라 좌우된다. [638]


우리의 주제와 관련해서 내 눈길을 끈 것은 그들이 매일 창조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640]


10년이라는 기간은 이런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독립적인 작품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한정된 기간 안에 한 사람이 내놓을 수 있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작품이나 사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41]


하나의 패러다임이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는 것은 새로운 접근 방법이 매우 빠른 속도로 폭넓게 수용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최적의 표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646]


개인과 분야, 그리고 장 사이에 일종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 개인의 창조성에 대한 궁극적인 결론은 내릴 수 없다. [654]


창조적인 인물의 특징적인 모습은 창조성의 삼각형에서 어떤 부조화, 혹은 부드러운 연결의 결여를 정점으로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

모든 종류의 비동시성에서 면제된 사람들은 신동이나 전문가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반면 모든 지점에서 비동시성을 경험하는 사람 역시 여기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몇몇 지점에서 비동시성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거기에 따르는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창조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654-655]


비동시성의 즐거움과 고통을 느낀 자는 다른 많은 이들이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주류라는 안락한 지위를 찾아 돌진하는 가운데서도 대개는 계속해서 비동시성을 추구한다는 사실도 그에 못지않은 진실이다. [656]


무조건적인 지지로 격려하는 정서적인 차원이 있어야 하고, 혁신적인 도약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본질에 관해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인지적인 차원이 있어야 한다. [661]


파우스트 전설이란 창조적인 인물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점에서 특별나지만 그런 재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거나 모종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통념의 가장 유명한 판본일 뿐이다. [663]


에필로그 - 현대와 현대 이후

이 급진적인 작품은 마치 인생의 의미란 오직 죽음에서만 찾을 수 있고 죽음은 황홀경과 다를 바 없으며 창조는 파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676]


“현대성이란 파편화된 삶이며 시간의 급속한 변화이고 조각난 경험이다.” [677]


현대 예술은 끊임없는 변화라는 맥락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전통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비평가 헤럴드 로젠버그의 말대로 ‘새로움의 전통’을 창조하려는 단호한 노력이다. [678]


창조자가 젊은 시절에 해당 분야를 거의 터득하고 그 정점에 오르지 못하면 창조적인 업적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의 창조적인 도약은 원숙한 인물의 원숙한 작업의 결과이다. 그러나 아주 어린 시절, 거의 유아기의 감각과 시점을 보유할 수 있는 자만이 창조적인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천재란 유년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685]


모더니즘은 자유이다. 하지만 이 자유는 오직 역사와 선대의 속박을 인정한 상태에서 추구해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과거와 유년기를 부인하고 모든 형태의 속박을 인정하지 않으며 과거의 뿌리를 모두 근절하려고 한다. [690]


옮긴이의 글

지능이 다원적이라면 창조성(혹은 창의성) 역시 다원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692]


바쁜 일상과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 속에 자칫 삶을 적극적으로 살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치이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어릴 때 품었던 꿈을 이제는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아스라이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가드너는 창조성이란 바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693]


저자가 현대 혹은 현대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어떤 특정한 시기를 말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정신의 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터다. [694]


이 책에서 역자가 가장 공감한 대목 가운데 하나는 창조성은 단지 한 개인의 탁월한 재능만으로 실현되거나 발휘될 수는 없고, “오직 재능이 갖춰진 아이와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 그리고 풍부한 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694]


프루스트는 꿈을 잃어버린 사람은 “소처럼 그때그때의 먹을 풀을 위하여 살아간다.”고 말했다. [695]



* 내가 저자라면


** 전체적인 뼈대 & 보완점


  이 책은 대상 인물의 관념 체계에 주목하고 인지과학에서 빌려온 개념과 모델을 활용하여 일반적인 원리를 발견하려 했다는 점(p.63)에서 그동안 연구원 과제로 읽었거나 앞으로 읽게 될 인문학적 관점의 열전이나 평론, 자서전 등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즉 7명의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사실과 평가 위주가 중심이 되는 전기물이 아니고 이들의 사례연구를 통해서 ‘창조성’이라는 주제를 탐색하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의 심리학적 연구서이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전문용어의 사용이 최대한 자제되어 있고, 간단명료한 문체를 선호한 결과, 심리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도 어려운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아주 큰 강점을 가졌다.

  더구나 대중적인 눈높이를 지향했지만 이 책을 쓰게 된 문제의식과 목표, 배경지식과 연구방법 등에 대해 1부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설명함으로서 그 전문성 또한 잃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1부가 좀 어렵기는 했지만, 1부가 있음으로 인해 제 2부-7명의 연구사례-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고, 마지막으로 3부에서 결론과 남은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줌으로서 서론-본론-결론의 완벽한 구성을 이루었다.


  또한 1부의 마지막 부분에서 ‘구성적 주제, 구성적 틀, 경험적 조사 문제, 새로 발견한 주제’의 네 가지 접근법을 설명하고 도표로 정리한 것은 (표 2.1 창조성 연구의 주요 요소) 대단히 유용하다. 특히 도표는 목차와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주제의식과 저자의 논리를 따라갈 수 있게 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러한 책의 구성 및 특징들은 학술적이거나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 그 대중성을 확보하고 정확한 지식과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구성을 취해야 하는지 좋은 예로서 정리되었다.


  위대한 인물의 창조성이라는 개인의 심리학적인 영역을 다루지만 그 창조성이 길러지고 발휘되는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대의 영향과 타인 및 사건과의 상호작용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저자가 이 책의 목표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그들 나름의 특별하고 종종 기묘하게도 보이는 지적 능력과 성품,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 그들이 제기한 창조적인 의제, 힘겨운 노력, 그리고 그들이 성취한 업적의 특성을 밝힐 생각이다. 즉, 이들 간의 유사점과 교육상 의미 있는 차이점을 규명할 생각이다.

2. 창조적인 행위(기획)의 본질에 관해 대략적으로나마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3. ‘현대’라고 부르는 시대에 관해서도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p.36-37]


  상당히 두꺼운 이 책을 이러한 세 가지 목표를 기준으로 읽어본다면, 아쉬운 점이 있다.

  7명의 위대한 위인들의 새로운 업적, 그리고 그들이 자신이 처한 시대 속에서 상호작용한 내용들은 인물들과 또 시대적 상황, 그리고 각기 상이한 전문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조사와 탐색을 통해 첫 번째 목표와 세 번째 목표에 대해서는 많은 이해와 접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현대’라는 시대에 대한 각 분야에 걸친 서술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시대, 또는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수확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목표인 창조적 행위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 결론이 쉽게 와 닿거나 습득되지 않는다. 세 개의 ‘간주곡’까지 넣어 이 부분을 비교 설명하려고 했던 저자의 노력에 비해서 읽는 이의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집중이 부족했던 것일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인 ‘창조성’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1부의 <2.창조성의 연구방법>으로 되돌아가서 꼼꼼히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번에는 특히 시간상의 한계로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특히 이 파트를 다시 읽으며 스스로 창조성에 대한 정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프로이트의 분석심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거장들의 사상을 짧지만 핵심적으로 정리해 주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특히 피카소의 대표 작품들을 자세한 해설과 함께 칼라로 첨부한 것과 그레이엄의 사진 컷은 책의 내용을 보다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또한 7명의 거장 중에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탁월한 성적을 올린 사람은 프로이트와 엘리엇 정도라는 것, 학습 장애가 있었던 피카소는 차지하고라도 아인슈타인과 그레이엄도 일반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학교에 진학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다는 점은 학교 성적이 지나치게 중시되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었다. 


***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차라) “요즘에는 예술가가 어떤 사람인가 하면, 무엇이든 자기가 하는 일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31]


IQ가 120이 넘으면 심리측정학적으로 창조성과 지능은 아무상관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60]


이러한 연구 결과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보통 35살에서 39살 사이로 나타났지만, 정확한 시기는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다. 가령 시인과 수학자는 20대나 30대에 절정에 이르는 반면, 역사가나 철학자는 이로서 수십 년 뒤에 정점에 이른다. [71]

 이미 30대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를 지난 경우, 즉 20대 초중반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전문분야를 좁혀가면서 황금 같은 1만 시간의 수련과 지적성장을 쌓아오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분야가 다양한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물론 똑같은 1년을 열 번 보내는 것과 10년을 쌓아가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창조적 인물은 끊임없이 창조성을 추구하며 지속적으로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정한다. [84]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287]

도전의 중요성!!!


아무리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은 사이라도, 서로 떨어져서 자기만의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낡은 주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법이다. [302]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307]

글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글을 읽고 영감을 얻고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자신의 사색과 체험을 더해서 나오는 것이 바로 나의 글이다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차이점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에 있지 않다. 비밀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화하고 명백하게 드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521]

비밀은 느끼는 것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에 있다!


그는 자신이 믿는 것을 말했고 말한 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의 정신과 영혼과 몸은 일치했다. [589]


모든 종류의 비동시성에서 면제된 사람들은 신동이나 전문가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반면 모든 지점에서 비동시성을 경험하는 사람 역시 여기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몇몇 지점에서 비동시성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거기에 따르는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창조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654-655]

모든 것이 순탄하고 잘 갖추어진 사람은 창조적인 사람이 되지 못하며, 반대로 모든 부분에서 자신과 환경의 불협화음을 겪는 사람도 창조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다. 또한 자신의 내부와 장, 그리고 주변인 사이의 적절한 갈등과 경계가 주는 긴장감이 이들을 창조적인 거장의 자리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

스스로에게나 자녀에게 온실 속의 화초같은 평탄한 삶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 ‘습관’에 참고할 문구


전통과 관습이 특정한 예술 및 과학 분야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 전통과 관습이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54]

사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개인도 자신의 한 부분을 혁신할 수 있으면 그 파급효과는 전체에 퍼진다. 습관의 힘은 그런 것이다. 좋은 습관 하나는 인생을 혁신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대표작들은 개인적 의미가 깊이 담긴 사건과 정서를 보편적인 주제와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식상할 정도로 많이들 얘기하는 것이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친숙한 생각이라고 해서 참이 아닌 것은 아니다. [277]

‘개구리 이야기’와 똑같다. 개울가에 개구리 다섯 마리가 앉아 있었는데, 그 중 두 마리가 개울에 뛰어들려고 생각했다. 그러면 개울가에 남아 있는 개구리는 모두 몇 마리인가?

(정답은 다섯 마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단순한 진실과 원칙은 얼마나 많은가?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는 것이 힘이다’는 ‘실천하는 것이 힘이다’로 바뀌어야 한다.  


“창조적인 음악가로서 나는 매일매일 짐을 풀 듯이 내 마음속의 아이디어를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나는 영감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일을 하다보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잘 모를 수도 있다.”

(프로이트) “영감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맞으러 마중나간다.” [388]

프로이트는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나 2시까지 글을 썼고 스트라빈스키는 매일 적어도 열 시간 이상 일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천재라고 일컫는 사람조차도 영감이 떠올라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영감이 떠오른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을 잊지 말자.

IP *.10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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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5.27 22:05:13 *.34.224.87
늦게 제출해도 꼼꼼하구나..
감동문구마다 이유를 달은 것도 인상깊다..
감동문구 선택한 것을 보니,.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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