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박미옥
  • 조회 수 3266
  • 댓글 수 8
  • 추천 수 0
2010년 6월 15일 11시 40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네루다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시인이라는 역할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흡족히 시인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또 누구보다 흔쾌히 시인을 치룰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여기서는 네루다의 사랑을 통해 詩人으로서의 그의 삶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정식으로 결혼한 여인만 셋, 첫 번째 부인인 마리아와 결혼생활을 하던 중에 두 번째 부인인 델리아를 만났고, 또 델리아와 이혼하기 전에 세 번째 부인인 마틸데와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두 번째 부인 델리아가 받을 상처를 걱정해 세 번째 부인에 대한 사랑의 찬가인 ‘대장의 노래’를 익명으로 발간한 것을 보면 헤어진 아내들에 대한 사랑이 아주 식어버린 것만은 아니었다. 단지 그는 늘 필요한 영양소를 듬뿍 담은 신선한 사랑을 골라 마셔야 하는 시인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한 선택을 하였을 뿐인 것이다.

이질적인 아시아 문화권에서의 고독한 생활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첫 번째 결혼을 했다. 그녀가 문학과 예술에 문외한일 뿐 아니라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여인이었지만 네루다에게 그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당장 너무나 외로웠고 마리아의 몸과 마음은 그 외로움을 달래는데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어느정도 정서적 안정을 찾은데다 문학과 예술이 넘쳐흐르는 유럽에서의 근무가 시작되자 네루다는 여인에게 몸과 마음 이상의 것을 찾게 된다. 이 때 나타난 것이 두 번째 부인 델리아였다. 그녀는 네루다보다 스무살이나 연상으로 마리아 보다 싱싱한 육체를 가졌을 리 없었지만 예술가와 지성인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그에게 안정적인 플렛폼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그는 아메리카를 너머 세계적인 지성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으며 정치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부인인 마딜데를 만났을 때 그의 나이 48세. 고된 망명생활에 심신이 지쳐있을 무렵 그에게 제공된 지상낙원 카프리섬에서의 나날, 그는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왔다고 회고하고 있지만 그에게 온 세 번째 사랑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미 그의 삶에서 두 번째 부인 델리아의 역할은 없었다. 물론 네루다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받은 사랑의 힘으로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되었음을.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가 필요한 것을 더 이상 줄 수 없었다. ‘詩人’을 천직으로 여기며, 詩人으로서 살기 위한 모든 희생을 기꺼이 여기는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가 지나간 사랑인 델리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새로운 사랑에 대한 열정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는 배려정도였다.

이 세 부인외에도 그의 몸과 마음을 오고 간 여인들의 숫자는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 중에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범죄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사례까지 포함된다. 그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여인들과의 사랑은 ‘민중’이라는 영원한 연인에 대한 사랑의 불꽃을 유지하기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했던 걸까? 여자로서 약간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가운데에도 왠지 그의 여인들은 불쏘시개로서 쓰이게 됨을 알면서도 그에게 기꺼이 삶을 던졌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부디 계약해제 후 그녀들의 삶이 너무 쓰기만 한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네루다는 매일 두 편 이상의 시를 쓰며 지냈고_매일!

소박한 표현과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추구한 연애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시는 민중과의 ‘소통의 통로’였고, ‘투쟁의 밑거름’이 되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누어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빵도 맛보고 피도 맛보았다. 시인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우리는 듬성듬성 꿈을 꾸기 때문에 힘든 삶을 견뎌낸다.

내 인생은 시인의 여러 경험으로 이루어진 삶이다_행복한 사람이었구나..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자신으로 살아낸..시인이라는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우의 후기같은 느낌이다.

1. 시골소년

칠레의 숲

칠레의 숲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 땅에서, 그 흙에서, 그 침묵에서 태어나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16)_^^

유년기와 시

하늘에서 줄줄이 떨어진 긴 유리 바늘은 지붕에서 산산이 부서지거나 유리창까지 차오른 물살 속을 파고 들었다(17)

마지막으로 술이 들어와 그토록 당당하던 아라우카족을 전멸시키고 말았다(18)_술은 그러니까..적당히 마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안마시는 편이..

하나는 수평으로 그어진 새하얀 웃음이었다(20)

검은 색 옷을 입은 가냘픈 몸매의 여인이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시를 썼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 시를 본 적은 없다(22)

아버지가 귀가하면 당시 그 지역 여자들이 모두 그랬듯이 조용한 그림자로 변했다(22)

전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보낸 엽서에는 화려한 수식어와 거침없는 연애감정이 넘치고 있었다. 나까지도 마리아 티엘을 사랑하게 될 정도였다(23)

하얀 자갈 위로 흐르는 찬물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23)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버팔로 빌의 무용담이나 살가리의 모험담을 읽으면서 내 정신은 꿈의 세계로 확장되었따. 첫사랑, 지극히 순수한 사랑은 철물점 딸 블란카 윌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되었다(24)

쭈그러진 회색 모자를 쓴 초록색 도토리의 매끈한 생김새에 감탄하고 있을 때나 빼앗길 줄 번연히 알면서도 도토리로 파이프를 마들려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25)

이런 기억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이고 어떤 것이 나중인지 명확하지 않다.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여러 가지 일이 뒤섞여 혼동을 일으킨다. 내 첫 연애 사건도 이상하게 자연과 뒤섞여 있다. 아마도 사랑과 자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시의 근원이었던 것 같다(25)

비의 예술

야생초 향기를 풍기는 이런 역 이름을 발음해보고 맛깔스러운 음절에 매료되었다. 이런 아라우카 이름은 항상 감미로운 사물을 의미했다. 이를테면 숨겨진 꿀, 숲 근처의 호수나 강, 새 이름이 붙은 산을 뜻했다(28)

신비로운 바다를 향해 산자락을 끼고 미지의 넓은 강을 항해하는 것보다 더 열 다섯 살 소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없었다(29)

파도가 몸 안으로 밀려왔다(29)

암초에 부딪힌 큰 배에서 떨어져 나와 고아가 된 보트(30)

야릇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30)

거대한 파도는 차가운 물 채찍을 휘둘렀다(31)

우리가 순교하려고 작심한 순간 아버지가 물에서 나오라고 명령한 것이다(31)

테무코에서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이 곳 해안 지방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성장했고 책을 읽었고 사랑에 빠졌고 또 글을 썼다(32)

수풀 속에 핏방울처럼 맺혀 있는 코피우에 꽃(33)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말, 안장, 딱딱하고 복잡한 마구 그리고 승마화 뒤축에 달린 잔인한 박차를 능란하게 다룰 수 있었다(33)

내 시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땅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었다(33)_의미없는 감상이 없구나. 세상과 반응한 내 ‘시’를 부끄러워말고 채집해보자!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의미가 있는 걸테니..

처녀작

어둠과 비가 순식간에 온 세상을 뒤덮었다(35)

나는 삶과 책을 통해 조금씩 흥미진진한 신비의 세계로 나아갔다(35)

글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강렬한 감정이 북받쳐올라 몇 자 적었다(36)

그때 처음으로 무책임한 문학 비평의 쓴맛을 보았다(36)

고독한 항해사처럼 서적이라는 강줄기를 따라 좌충우돌하면서 전진했다(37)

나는 타조처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집어삼켰다(37)

온화한 웃음을 머금을 때는 새하얀 이가 반짝거렸는데 그러면 방 전체가 환해졌다(37)

미망인 셋이 사는 집

햇살 아래 은빛으로 파닥거리던 숭어는 광주리에서 죽어갔다(39)

문득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숲과 밤이 이제는 나를 위협하고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39)_그렇게도 좋아하던 책과 글이 이제는 나를 위협하고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나는 고뇌하는 영혼처럼 좁은 길을 따라갔다(40)

한 명은 새롱새롱 웃었고 다른 한 명은 문을 열어 준 여자처럼 우울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41)_너무 예쁜 표현..새롱새롱.. ^^ 스페인어로는 뭐라고 표현하는걸까? 그게 뭐든 새롱새롱이라는 표현을 매치시킨 번역자의 센스에 ★ 열 다섯 개!!

마치 전등을 켠 것 같았다. 시무룩하던 표정들이 환하게 밝아졌다(41)

우리가 메뉴를 보관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다시 우리 집에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똑같은 요리를 내놓지 않으려는 거예요(43)_나도 대화기록카드를 만들어야 겠다. 같은 말을 다시 하지 않게..

고독하고 거친 삶 속에서 아무런 실용적인 목적도 없이 옛날의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던 우수에 찬 세 자매에게 경의를 표한다(44)

밀짚 속에서 나눈 사랑

태양은 빛나고, 바람이 불어 온 산이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반짝였다(44)

별들은 금방 비로 씻어낸 것 같았는데, 모두들 깊이 잠든 저 하늘에서 나만을 위해 반짝였다(45)

그 웃음이 점점 커지고 깊어져서, 내 몸 안에서 활짝 열리는 느낌이었다(47)

2. 도시의 방랑자

자취집

머릿속이 온통 책과 꿈 그리고 벌 떼처럼 윙윙거리는 시로 가득했기 때문이다(49)

어떤 사람들은 판초 밑으로 들어가 탁자가 되었다(50)

삶, 사랑, 명성, 자유가 나를 소리쳐 부르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52)

이제 방해할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느긋했다(52)

그처럼 과도한 분량의 사랑은 배를 곯는 사람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영양실조 현상이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었다(55)

수줍음

여자들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고 얼굴이 빨개졌기 때문에 못 본 척, 관심 없는 척 그냥 지나쳤다(56)

은밀하게 타오르는 저 불길에 타 죽고 싶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우물에 빠져죽고 싶었으나, 불이든 물이든 간에 나 자신을 던질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등을 떠밀 사람이 없던 탓에 웃음은 커녕 쳐다보지도 못하고 매혹의 언저리를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56)

어떤 때는 인사하기가 쑥스러워 길 반대편으로 건너가기도 했다(56)

수줍음이란 마음의 병이며 고독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또 한 사람이 두 겹의 껍질을 가진 것처럼 고통을 겪는다. 겉껍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속껍질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삶에서 움츠러든다. 인간의 속성 가운데 이러한 특성,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은 장기적으로 강력한 자의식을 형성한다(56) ★★★★★★★★★★★★★★★★★★★★★★★★★★★★★

야네스 부부는 내가 겹겹이 세워 놓은 침묵과 고립의 장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씩이나 정중하게 집으로 초대했다. 나는 그 집을 다녀올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야네스 부부도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자주 초대했다(57)

그 거물급 인사는 짜증난 곤충학자 같은 눈초리로 나를 뜯어보았다(59)

학생연맹

식민 시대부터 지금까지 부유층을 위해 봉사해 온 공권력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감옥에 집어 넣었다(60)

알베르토 로하스 히메네스

신속한 상황 파악능력, 세상만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또는 지식욕)과 같은 新댄디즘의 모든 속성을 다 갖추고 있었다. 책과 여자, 술과 선박, 여행과 군도 등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사소한 언행에서도 이런 지식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재능과 매력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면서도 무사태평하게 문단을 맴돌았다(62)_쫌 싫은 캐릭터..

가는 곳마다 시와 그림을 남기고 인상적인 넥타이를 휘날리며 사랑과 우정을 맺었다(63)

주변을 밝게 만들고 마치 숨겨 둔 나비를 날려 보내듯이 가는 곳마다 아름다움을 날려 보내던 로하스 히메네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회가 새롭다(63)_이건 좋은데..역시 완전 싫은 점으로만 똘똘 뭉친 사람은 드문 모양이다. 좋은 면을 찾아내 누리면 되는 건가 보다.

포도주 창고에서 포도주 병을 찾아내듯이 프랑스 시인들을 발굴(63)

내가 만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었는데 종이학과 함께 비를 맞으며 하늘로 날아갔다(64)

겨울의 기인들

이성적인 사람은 시인이 되기가 무척 어렵듯이 시인 또한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가 무척 어렵다(66)

내가 진정으로 아쉬워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잘 알지도 못했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거라네. 저 감자 때문에 서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 세상에서 그냥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라네(72)_내 주변에도 저런 감자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나를 누구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믿는다. 예전에는 내 시에서 자양분을 섭취하더니만 이제는 나를 공격하고, 내 눈을 빼먹으려고 패거리로 몰려다니는 분파주의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내 침묵을 받을 만한 가치는 있다. 나는 적들과 함께 다니면서 내 자신이 오염될까봐 두려워한 것은 한번도 없다. 왜냐하면 오직 민중이 적만이 내 적이기 때문이다(72)_피할 수 없나보다. 이런 인간들은..

큰 사업

우리 시인들은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며 산다. 부자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며 사업 수완도 뛰어난데 다만 이런 천재성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이다(73)

그 거래로 횡재를 한 쪽은 식당, 구두닦이 네 명, 출판사 사장이었다. 시인까지 돌아오는 혜택은 없었다(73)

초기 시집

매일 시를 두 편 이상 썼다(76)

작가의 직업은, 적어도 시인의 작업은, 신비하거나 비극적인 작업이 아니라 개인적인 작업, 대중을 위한 작업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해왔다(77)

어떤 장인도 시인처럼 자신의 손으로 처음 창조한 대상에서 이러한 도취의 감정이나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환희를 경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77)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빳빳한 새 책이 모습을 드러낸 저 순간, 날개를 활짝 펼치고 훨훨 날아가는 듯한 저 황홀한 도취의 순간은...시인의 일생에서도 단 한 번 밖에 없다(78)_그러니까 더 신중해야 겠다.

저 미숙한 책을 박차고 나와 홀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같다(78)

창작이란 부단한 연찬을 통해, 비록 참신성과 자발성은 떨어질지언정, 안정적으로 회전하는 바퀴와 같은 것이다(78)

무서운 불안감이 내 시를 휘젓고 있었다(79)

나는 별을 보고 도취했다. 우주적, 천상적 도취였다. 그 즉시 책상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써 내려갔다. 마치 누군가가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는 것 같았다(79)

나는 이 시인의 작품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 그 신비한 힘까지 포괄하는 시를 쓰고 싶다는 내 야망이 실현되어 있음을 보았다(79)

영감을 믿지 말아야 했다. 이성에 의지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좁은 길로 나아가야 했다. 겸손을 배워야 했다(80)_??? 시인은 이성적이기가 힘들다면서???

의도적으로 문체와 표현을 낮추었다. 한결 소박한 표현과 내 고유의 조화로운 세계를 추구하면서 연애시를 쓰기 시작했다(80)

번뜩이는 우수에도 불구하고 실존의 기쁨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내가 아끼는 시집이기도 하다(80)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만큼 눈이 시리게 푸른색이었다(81)

사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81)

시를 쓸 때 젊은 시인의 가슴을 적시는 사랑, 삶, 기쁨, 슬픔을 외면할 수 없듯이 나는 길거리 일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83)

나는 말을 사랑하고 말에 집착하고 말을 추적하고 말을 물어뜯고 말을 용해시킵니다. 그토록 말을 사랑합니다(84)★★★★★★★★★★★★★★★★★★★★★_나도..어떤 수난이 있더라도 이걸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난 ‘말’을 정복하고서야,,아니 ‘말(언어)’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갔지만 모든 것을 남겨두고 갔습니다. 우리들에게 말을 남겨 놓은 것입니다(85)

3. 세계의 길

발파라이소의 방랑자

한참 앞뒤 없이 살던 그 시절..스무 살 남짓한 시인이자 화가인 우리들은 어떻게든 발산시키고 폭발시켜야 할 객기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87)

산동네에서는 가난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렸다(91)

그 정도는 척 보면 알 수 있다(92)

자신만의 무한한 세계, 자신만의 바다 한 조각을 상자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94)

지진은 도시의 심장에 붙어있는 공포의 꽃잎이다(94)

태양이 언덕과 정사를 나누기 위해 오르는 계단(96)

어떤 거리에 들어서면 치리모야 향기가 화살처럼 날아왔고(98)

언덕의 이름은 모두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언덕들만 둘러본다 해도 끝없는 여행이 된다(99)_지명의 의미에 관심을 갖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라 될 것 같다.

구멍에 파견된 칠레 영사

그날 밤, 나는 밥 사 먹을 돈도 없었지만 외교관이 된 듯한 기분으로 사무실을 나왔다(101)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고 또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사람들(102)

몽파르나스

한 부류는 남자에게 달려드는 여자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채찍에 복종하는 여자였다(103)_ㅋ

알바로는 대번에 그 여자들의 손을 잡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어루만졌다. 손금으로 본 여자들의 운명은 항상 우리 선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104)_ㅋㅋㅋ

브라질 처녀의 크고 검은 두 눈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104)

만일 우리가 상대방을 작가로 취급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어떤 사이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오(107)

바예호와 나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107)

지금 당장 저 여자를 떼어 버리지 못하면 우리 여행은 끝장난 거나 마찬가지야. 바다에 빠져죽는 것이 아니라, 바닥 없는 성의 성전에서 파멸하고 말거야(110)_지나친 쾌락이 파멸을 이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ㅋㅋ

동양 여행

이 도시는 위험한 여자처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112)

돈은 없고 쓸데없는 호기심만 많은 삼등칸 여행객(112)

세계 곳곳에서 심술궂은 영사들에게 무시당하는 불행한 여행자들을 위해 수없이 건배를 들었다(115)_ㅋㅋ

알바로

알바로의 관점은 자기만의 영역에 살면서 음악, 회화, 서적, 무용을 관람하러 다니는 대도시인의 시각이었다(118)

어디를 가든 내 꿈은 식물처럼 사는 것이다. 한곳에 눌러앉아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한다. 그래야 생각할 수 있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기에...(118)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꿰뚫어 보는 당돌한 푸른 눈, 섬세한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고 있으니..(119)

4. 빛나는 고독

밀림의 이미지

옛일을 되살리는 작업은 마치 내 귀에 들리는 저 파도 소리가 쉬지 않고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와 때로는 자장가처럼 나를 재우기도 하고 때로는 난데없는 칼날을 들이대는 것과 같다. 이제 그러한 이미지들을 연대순에 개의치 않고 밀려오고 밀려가는 저 파도처럼 되짚어 보려고 한다(121)

자기의 수감 생활도 인류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124)

뱀은 제 발로 왔고 또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납니다. 문은 항상 열려 있고 뱀의 앞길을 가로막는 창살이나 유리창은 전혀 없답니다(125)

시인은 민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127)

인도 국민회의

간디는 지칠 줄 모르는 성자인 반면 네루는 혁명을 주장하는 학자다(128)

헤아릴 수 없는 위엄과 자비로운 웃음을 머금고 있다(129)

불행한 인간 가족

동양의 신비주의란 서구인이 직면한 불안, 노이로제, 혼란, 기회주의의 부산물임이 드러난다(131)

그 무렵 인도 사람들은 단전호흡이나 하며 명상에 잠길 만한 여유가 없었다. 야수와 같은 물질적 욕구에 시달리고, 식민 지배는 철저한 굴종을 강요하고, 매일같이 수천명이 콜레라, 천연두, 열병, 기아로 죽어 나가고, 거대한 인구와 빈약한 산업으로 혼란에 빠진 봉건적인 제도가 잔혹하게 삶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신비적인 명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131)

이 아가씨는 파워스를 신, 즉 생불이라고 믿었다. 종교는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132)

나는 파워스가 역겨웠지만 너무 마음 아파했기 때문에 곁에서 위로해 주었다(133)

완전한 평정심과 무한한 무관심으로 지켜보고 있었다(133)

이러한 배척 때문에 나는 오히려 행복했다...나는 잠시 들렀다가는 식민지 관리와 함께 살려고 동양에 온 것이 아니라 그 세계의 오랜 정신을 경험하고, 불행한 인간 가족과 함께 살려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135)

홀아비의 탱고

상량하던 조시 블리스는 점점 생각이 많아지고 격정적으로 변해 가더니 나중에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했다..내가 숨쉬는 공기마저도 원망했다(135)

핏속에서 쉼 없이 분노의 화산이 들끓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잃어버린 여인, 아니 내가 잃어버린 여인에게 바치는 비극적인 시였다(136)

아편

마치 끝없이 부드러운 음이 허공에 지속되는 듯했따. 몸속이 텅비고 온몸이 나른해졌다. 어떤 움직임이나 소리도 한데 어우러져 느긋한 쾌감을 안겨 주었다. ..아편은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도피처였던 것이다(137)

몽롱한 침묵은 아편굴이라는 물웅덩이에 가라앉은 부서진 꿈의 침전물이다. 눈을 반쯤 감고 섬세하고 감미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는 그 사람들은 바다 밑에서 한 시간 동안 지내는 꿈을 꾸거나 언덕 위에서 하룻밤 지내는 몽환에 젖어 있었다(138)_나에게 ‘책’이 정확히 아편의 기능을 했었던 것 같다.

실론

그 시절이 일생에서 가장 외로운 때였다. 그러나 나는 그때를 가장 빛나던 시기로 기억한다(139)

내 젊은 시절의 모든 작품들에서 발산하는 문학적 고독을 보고 나는 빙그레 웃었다. 젊은 작가는 이런 몸서리치는 고독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상상의 산물이라고 할지라도 그렇다. 이는 성숙한 작가가 인간적 동료의식, 사회의식 없이는 아무런 글도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142)

말(馬)처럼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것이 전부였다(142)

알몸으로 돗자리에 누워 무수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는 정열적인 여인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142)_무수한 밤하늘의 별을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다

무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감흥에 젖어 대지에서 분출하는 리듬에 취한 채 길을 걸었다. 향기와 어둠에 휩싸인 대지가 노래하고 있었다(143)

<정글마을>:진정한 동양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문학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책인데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주관적 소설가인 그의 아내 버지니아 울프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144)

<채털리 부인이 연인> : 인간들 사이의 은밀한 관계를 생생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마치 시와 같아서 매우 인상적이었다(144)

독자를 훈계하려 들었기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145)

나무에 묶임 코끼리는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사냥꾼들은 코끼리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동안 굶도록 내버려두었다가 코끼리가 자유롭게 밀림을 돌아다닐 때 즐겨 먹던 식물의 순이나 여린 줄기를 코앞에 들이밀었다. 코끼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음식을 먹었다. 이제 길들여진 것이다. 지금부터는 고된 노동을 배우게 될 것이다(146)_슬프다

콜롬보 생활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일은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가눌 길 없이 북받쳐 오르던 저 설움, 초크 가루로 뒤범벅된 얼굴 위로 흘러내리던 처절한 눈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148)

진리와 수사법 : 이러한 밀가루로 시라는 빵을 만든다.

문체가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으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문체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기도 하다. 대기가 스며들지 않은 시는 죽은 시다.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다(149)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수많은 예술품, 그림, 성당, 여배우, 책을 감동적으로 묘사했다(150)

싱가포르

다양한 피부색의 여자들이 내 야전 침대에 들렀으나 육체적 번갯불 이외는 아무런 사연도 남기지 않았다(152)

그 혐오스러운 용기를 머리에 이고 여신 같은 걸음걸이로 눈앞에서 사라졌다(153)

비록 비천한 일이었으나 까무잡잡한 절세미인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마치 냉담한 여왕이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의식으로 보였다(154)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눈만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경멸하기 잘했다. 나는 다시는 그런 짓을 되풀이하지는 않았으니까(154)_죽기 직전에 쓴 자서전이라 쓸 수 있는 사연이겠지. 이거 범죄행위 아닌가?

기혼자로서 중국식 부부 관계의 법도를 준수하고 있었지만 무척이나 따분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159)

근엄한 중국인 무역상은 마치 나비를 채집하듯이 여자 속옷을 수집한 것이다.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159)

바타비아

이 세상에서 사람이라고는 단 두 사람밖에 모르던 순진한 키리아에게는 너무 복잡한 세계였다(164)

오히려 넉넉한 웃음으로 나를 대했다. 내 무지를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그런 웃음이었다(165)

외로움은 점점 깊어만 갔다. 결혼을 하고 싶었다(166)

5. 가슴속의 스페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투우에는 ‘알알리몬’이라는 경기방식이 있습니다. 두 명의 투우사가 망코 한 장을 같이 들고, 달려드는 투우를 피하는 것입니다(171)

벼락부자의 요란한 꿈이 실현된 것이었다(175)

초록색 눈동자의 열정이 넘치는 여자였다(176)

행복은 피부와 마찬가지로 로르카의 일부분이었다(176)_멋진 표현이다. 행복은 피부와 마찬가지로 미옥의 일부분이었다! ^^

미겔 에르난데스

내 세대의 스페인 시인들은 라틴아메리카 시인들보다 우의도 좋고 단결력도 강하고 쾌활했다. 이와 동시에 우리 라틴아메리카 시인들이 더 세계적이고, 다른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178)

잠든 암염소의 배에 귀를 대 보면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얘기해 주었다..저 염소 시인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소리일 것이다(179)

잡지 <초록 말>

자기가 쓴 책의 책갈피 속에 납작하게 눌려 있다가 누런 종이 물이 든 채로 걸어 나온 사람 같았다(182)

물질적인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 진실과 환영을 날렵하게 파헤치는 솜씨를 볼 수 있다(182)

공격적인 비평에는 절대 대응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183)

제임스 조이스 작품(184) 아직 한 작품도 읽지 못했다. 아쉽다.

세상은 무지개 색깔처럼 다양한 말(馬)과 시인을 받아들이고도 남으니까(185)

그라나다의 범죄

나에게 스페인 내전은 한 시인의 실종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곧이어 내 시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186)

우아한 기품과 천재성, 뜨거운 가슴과 맑은 폭포수가 그렇게 완벽하게 결합된 시인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로르카는 사방에 빛을 뿌리는 요정이었다. 가슴에 모아 둔 기쁨을 주변에 퍼뜨리며 행성처럼 삶의 행복을 반사하는 사람이었다. 순진하고 재미있고 세계적이고 지방적이고 독특한 음악가이고 명석하고 겁이 많고 미신적이고 명랑하고 고상한 로르카는 스페인 역사에서 개화한 민중 문화를 한눈에 보여준 시인이었다(186)

미를 증폭시키는 사람이었다(187)

위대한 시를 모으는 수벌처럼 부지런히 일했다. 그러나 가끔은 재능을 쓸데없이 낭비하기도했다(187)

스페인을 다룬 책

전쟁과 파리

두 사람은 확고한 역사의식으로 양심의 편에 선 사람들이었다(193)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비밀 말이다(193)

아라공은 지성과 학식, 독설과 능변을 두루 갖춘 전자제품같은 사람이었다. 엘뤼아르 집을 나설 때는 까닭을 모르겠으나 나는 항상 빙그레 웃고 있었다(193)

생각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희한한 사람이었다(193)

낸시 큐나드

자기 몸을 갉아먹으며 이 세계의 불의와 오랜 투쟁을 벌여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갈수록 깊어지는 외로움과 돌봐 주는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죽음 뿐이다(197)

반파시즘 작가 대회

프랑스 경찰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게 에렌부르크와 돈독한 우정을 나눌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그 덕에 내 시집이 훌륭한 러시아 번역본으로 출판 될 수 있었다(200)_세상일이란..ㅋㅋ 그래서 섣불리 분노하지 않는 편이 이익인 것 같다. ^^

나라는 사람은 구체적인 일이나 고상한 일에는 젬병이라고 생각한다(200)_에도 어느정도는 신경써야 하는 것 같다. 완전 놓아버려서는 곤란한 것 같다.

그렇게 어질러진 모습은 내 인생의 한 시기가 끝났다는 의미였다(204)

가면과 전쟁

신화로 채색한 나무 조각(205)

아시아 신들은 죽음의 춤이라는 마지막 춤을 추며 승천했다(205)

6. 쓰러진 사람들을 찾아서

한 길을 선택했다

예수 그리스도풍의 수염(208)

간단하게 말해서, 어떤 길이든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내가 한 일은 바로 이러한 선택이었으며,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비극적인 시기에 내린 결정에 대해서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209)

라파엘 알베르티

시는 언제나 평화적인 행위이다. 밀가루가 있어야 빵을 만들 수 있듯이. 평화가 있어야 시인도 있다(210)_‘기쁨, 안정’이 있어야 詩도 있다.

갓 씻은 해맑은 얼굴을 보이고 갓 찧은 쌀알 같은 웃음을 짓는다(210)

선천적으로 타고난 시인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장인이었다(211)

유용한 공공재로서 시는 힘, 애정, 기쁨, 진정한 본질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갖지 못한 시는 소리야 나겠지만 노래하지는 못한다(212)

칠레의 나치

이슬라네그라

이제 우울한 시는 쓸 수 없었다(214)

두 시집을 형성하는 광맥은 지하 암반에서 캐낸 것이 아니라 온갖 책갈피 속에서 찾은 것처럼 보였다(214)★_나도 많이 쓰고 또 써야 책갈피가 아닌 지하 암반에서 광맥을 끌어다 쓸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여러 출판사의 도움으로 193년 이슬라네그라에 작업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215)_구하면 열리는 법!

이슬라네그라의 거친 해변과 대양의 사나운 물결 덕분에 나는 이 시의 창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215)

스페인 사람들을 데려오시오

며칠 뒤, 깁스도 풀지 못하고 프랑스로 출발했다(216)_공무수행이란 원래 이런 것인가 보다.

이런 사람들이 4층까지 힘겹게 걸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216)

사악한 인물

새로운 협조자를 얻었다는 만족감에도 불구하고 썩 내키지 않은 사람이었다(217)

세상에는 불행한 일이 닥친 뒤에야 충고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느니 경고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느니 하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이제 자네는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어. 내가 충고를 해주었으니 말이야(219)

게다가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대던 요염한 금발머리 여자가 사실은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남학생이었다는 것이다(221)_헉!

장군과 시인

카스티야 지방의 포플러처럼 쭈뼛하고 늙은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돈키호테를 닮았다(221)

장군은 어둠 속에서 비행하는 것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점자를 완전히 익힌 다음에는 저 아래에서 치솟는 불길과의 전쟁의 비명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책을 읽으면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했다(222)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장작만이 두 사람을 대신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222)

외로운 두 사람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에 우정을 다지게 되었다. 매일 저녁 서로 만나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223)_완벽한 ‘벽’같은 친구..꼭 필요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어. 하지만 그 사람 얘기를 듣고 있으면 다 이해가 되었지. 아니 그런 느낌이었어. 그 사람도 내 이야기를 틀림없이 이해하고 있었다고 믿었다네(223)

위니펙 호

나의 시는 투쟁을 통해 그들에게 조국을 찾아 주는데 성공했다. 한없는 자부심을 느꼈다(226)

짐승만도 못한 무리들이 아라공을 죽이려고 파리 전역을 들쑤시고 다니는 동안 아라공은 칠레 대사관에 나흘 동안 머물면서 밤낮없이 글얼 썼다(227)

암울한 그 시절 나는 혁명과 같은 지각 변동은 두려워하면서도 전쟁이라는 치명적인 독소가 숨쉬는 공기와 먹는 빵에 스며들어도 수수방관하는 유럽인들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익숙해졌다(227)_뭔지 알 것 같다. 혁명구은 만만하지만 전쟁을 일으키는 권력자는 무섭거든..비열한 자들은 대가를 치룬다. 자신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긴 여행

그동안의 긴 여행이 헛고생이었을까?..탄생의 순간처럼, 초기 시의 원천이었던 형이상학적 공포에 경악했을 때처럼, 내 작품에서 창조한 새로운 황혼을 맞이했을 때처럼 지금 나는 또다시 고뇌와 고독에 휩싸여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로 돌아갈 것이며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어디를 향해 침묵하며 또 어디를 향해 소리칠 것인가? 빛의 영역과 어둠의 영역을 제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직 내 손으로 공들여 만들어 놓은 공허뿐(228)★★★

나는 세상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인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업엇따.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인간의 마음을 탐구했을 뿐이다. 인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도시를 바라보았으니 텅 빈 도시만 눈에 들어왔다(228)_아~!!

그 때부터 내 길은 다른 사람들의 길과 합류하게 되었다..그러자 세상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영원해졌다..우리는 그 어떤 신비도 찾지 않는다. 우리들이 바로 신비이기 때문이다(229)

7. 멕시코, 꽃과 가시의 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멕시코 시장에 가면 이 모두를 다 만날 수 있다(232)

나는 지상의 다양성과 지구 곳곳에서 생산되는 다채로운 산물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233)

마을에 널어 놓은 그물이 얼마나 투명한지 마치 잃어버린 은빛 비늘을 찾으러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거대한 나비처럼 보였다(233)

갓 캐 낸 광물이 눈부신 은괴로 변하는 도시(233)

채소를 꽃처럼 진열해 놓았고..과도한 경작에 시달린 땅이다(233)

천연 웅덩이를 세노테라고 부르고(234)

멕시코 화가들

마치 물레에서 한쪽 손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손으로 계속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공처럼 인품이 온화한 사람이었다(235)

창의력을 지닌 허풍쟁이(237)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오로지 자유자재로 변하는 얼굴 표정만으로 공포, 고통, 기쁨, 애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238)

시장의 과일이나 직물만큼이나 멕시코적이며, 복잡하고 또 열정적인 그림을 그리던 이 화가는..(239)

이처럼 나는 우리나라 문화에 공헌을 했건마나 그 보답으로 칠레 정부는 두 달간 영사 업무를 중지시켰다(240)_ㅋㅋ 원래 그런 건가 부다..자기 인생도 한발짝 물러나 보면 한편의 시트콤인 것이다.

과테말라의 나폴레옹, 우비코

밀림이 전신기를 두들기는 듯한 온갖 소리가 들렸다(240)

벽에도 귀가 있었다(241)

나는 기쁜 마음으로 시를 낭송했다. 저 거대한 감옥에 창문을 내는 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242)

권총 선집

시와 평화의 이름으로 권총을 모두 모자에 담으라고 부탁했다(243)_ㅋㅋㅋ 네루다 다운..

이렇게 시인들에게 여러 가지 권총을 모았으니, 권총 선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이런 영광을 얻은 시인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다(243)

왜 네루다인가

기발한 생각과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그리고 마술 솜씨를 보고 무척이나 부러워했다(244)

처음으로 시를 발표할 때 아버지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필명을 사용했다. 어떤 잡지에서 네루다라는 체코인의 이름을 보고 필명으로 사용한 것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그 사람이 체코인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작가로서 아름다운 발라드와 로망스를 창작하였으며 ,프라하의 말라스트라나에 기념 동상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245)_나도 필명을 써야겠다. 예쁜 이름으로..

진주만 공격의 전야

이런 사람들로 인해 멕시코는 국제적인 색채가 감돌았고(245)

일개 영사에 불과한 나로서는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248)_그래서 참 갑갑한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내 눈엔 너무 보이는데 다들 모르는 척하다 결국 일이 터지면 보이는 반응 1. 알면서도 더 강력하게 경고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2. 자신들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나’인척 하거나..두 경우 모두 상황종료후엔 나는 어김없이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연체동물학자

잡지 <아라우카니아>

영사는 인격없는 자동인형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영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무것도 없으며, 업무 또한 경찰 업무와 유사해졌다(250)

역사는 정복자들이나 정복을 향유하는 자들이 쓴다. 그러나 아라우카 족보다 고귀한 종족은 드물 것이다. 장차 우리는 아라우카 족 대학에서 아라우카 말로 인쇄된 책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의 명석함, 순수성, 활화산 같은 힘을 보고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깨닫게 되리라(251)

모두들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지만, 이 정상이란 극소수의 백인 속물들만이 순수 아리안 조인 위선적인 관광객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뽐내며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곳이다(251)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어느 날 총영사직을 영원히 사임했다(251)

마술과 신비

멕시코인의 삶은 내가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 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252)

알레고리는 갈수록 삶의 본질적인 맥박, 피가 흐르는 육신과 멀어졌다. 미사여구를 애용하는 철학자들은 실존주의적 설교를 늘어놓았다. 바로 곁에 활화산을 두고도 이런 장광설을 늘어놓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254)

멕시코는 지금도 내 몸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마치 길 잃은 작은 독수리처럼 핏줄을 타고 온몸을 순홚나다. 이 독수리는 내가 죽은 다음에야 심장 위에서 날개를 접을 것이다(254)

8. 암담한 조국

맞추픽추

뿌리 뽑힌 사람이 맛보는 좌절감은 어떤 형태로든 영혼을 흐리게 한다(255)

칠레로 돌아가기 전에 새로운 새계를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내 시는 한 층 더 두터워졌다(255)

맞추픽추에서..나 자신이 초라한 미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256)

초석 산지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이 집에 책을 쌓아 놓고 다시 고단한 삶을 시작했다(256)

나는 이 결단으로 인해 영광스러운 순간도 맛보았고 핍박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어떤 시인이 그런 일을 후회하겠는가(257)

내 시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시 덕분에 고단한 삶을 사는 동포들과 한데 어울릴 수 있었고, 그들은 나를 둘도 없는 형제처럼 받아 주었다(257)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지표면 밑에는 막대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었다. 하지만 하얀 비료(초석)과 붉은 광물(구리)은 메마른 땅과 바위산에서 캐내지 않으면 안된다. 지구상에서 이곳처럼 힘든 삶을 영위하는 곳도 흔치 않을 것이다. 물을 길어 오거나 하찮은 꽃이라도 보려고 화초를 키우거나 개나 토끼나 돼지를 기르려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생을 해야 한다(258)

나는 사막의 언어, 다시 말해서 침묵을 이해할 수 없었다(259)

이 널빤지 하나 놓으려고 파업을 열다섯 번 하고, 8년 동안 줄기차게 회사와 씨름했습니다. 결국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답니다(259)

나 역시 청중과 마찬가지로 경건한 태도로 시를 낭송했다(262)

대낮에는 건조하고 숯불처럼 지글지글 타올랐으나 밤이 되면 별이 총총 박힌 하늘아래로 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262)

열정을 흡수하고 신비한 세계를 천착하며 민중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었다(262)

어려운 미학적 연찬을 거치고 수많은 언어의 미로를 통과한 끝에 민중시인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받은 상이다(263)★

지옥에서 올라온 사람처럼 로타 탄광의 갱도에서 나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대번에 투박한 손을 내밀고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오래전부터 당신을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런 묵직한 순간이 바로 내가 받은 상이다(263)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 아픔을 생각해주는 시인이 있어(263)

곤살레스 비델라

우리 혼혈 아메리카에서는 당선만 되면 이상하게 변하는 대통령이 한둘이 아니다(264)_의리 :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

공룡으로 치면 유해한 도마뱀 수준이었다(265)

서로 쳐다보며 낯부끄러워했으나, 왜 일이 이 지경으로 되었는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은 없었다(265)

그 결과 칠레는 마취 상태와 혼수 상태를 오락가락하는 중병에 시달렸다(265)

<찢겨진 육신>

<찢겨진 육신>이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들어보면 발은 여기 있고 신장은 저기 있다는 식으로 농촌과 도시 곳곳에 흩어진 신체를 묘사한다. 그 시절 내 심정이 그랬다(267)

신발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겠다고 작심한 것도 아닌데 시 여기저기에서 신발소리가 들린다(268)_시인의 관찰은 자연스레 시속에 녹아든다.

원시림의 길

칠레에서는 하찮은 돌맹이까지도 내 목소리를 알아먹기 때문이다(272)_은근한 자부심!!

땅이 북을 울리며 거목이라는 신을 받아들인 직후, 원시의 바이올린처럼 날카로운 금속성을 뽑아 내는 톱질 소리는 신화적인 분위기, 신비의 분위기, 우주적 공포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나는 원시림의 통곡에 마음이 무거웠다. 마치 마지막 절규를 내뱉는 원시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여기에 온 것 같았다(273)

기다림은 고문 같았다(274)

로드리게스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주도권을 장악한 사람 특유의 솔직 담백함이었다(275)

내가 생각하는 로드리게스는 자유를 찾아가는 한 시인을 위해서 원시림에 60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뚫으라고 명령한 작은 황제이다(276)

안데스 산맥

우리 아버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선생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지요(279)_네루다..이 맛에 투쟁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춤을 추는 우리 일행을 곁에서 바라보던 나는, 어렴풋하나마 낯선 사람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비록 멀리 외따로 떨어져 있으나 서로 부탁하고 응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80)

우리를 접대한 것, 그 뿐이다. ‘그 뿐이다.’라는 이 말은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같은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281)

산 마르틴 데 로스 안데스

파리 여행과 여권

피카소는 얼마전 생애 처음으로 연설을 했다면서 어린애처럼 기뻐했다(285)

나 때문에 그리지 못한 걸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피카소의 황금같은 시간을 빼앗은 것이 너무 가슴아팠다(285)

나는 파블로 네루다가 아니라 다른 칠레인입니다. 하지만 그는 시를 쓰고, 자유를 위해 싸우며, 이름 또한 파블로 네루다라고요(286)_^^ 멋지다!!

피카소는 매우 진지하게 그림을 살펴보았다. 비상한 집중력으로 그림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는데, 얼굴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우수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갔다 뒤로 물러섰다 하며 10분도 넘게 자기 작품을 감상했다....거대한 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피카소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다. “괜찮은 작품이야.”(287)_ㅋㅋ

뿌리

마치 거인이 자기를 땅에 묻어 달라고 거대한 손으로 지구의 문을 두들기는 듯했다(291)

9. 망명의 시작과 끝

소련 방문

생명은 계율보다 강인하다. 혁명은 생명이나, 계율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이다(296)

막판에는 말처럼 네 발로 기어 다니며 풀을 뜯어먹었다(297)

문학이나 예술이 이처럼 본질적인 사안을 외면하고 공허한 자율성만을 고집해도 된다는 말인가(298)

다시 찾은 인도

내 젊었을 때 이 따위 나라의 독립 투쟁을 돕겠다고 나섰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가방을 닫으면서 동시에 입도 봉해 버렸다. 머릿속에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개똥이다!”(303)

내 삶은 항상 이런 식이다. 한쪽에서는 몽둥이로 패고, 다른 쪽에서는 진정하라며 꽃다발을 건네준다(303)_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또 언제나 꽃다발은 몽둥이의 아픔을 잊을 정도로 충분히 황홀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을 것이다.

작가이자 의사(305)_네루다는 시인이자 외교관, 꼭 전업작가 해야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

통치자가 흔히 그러하듯이 네루다는 오만하고 다소 경직된 인물(306)

평화를 말하거나 평화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편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운동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복수와 전쟁을 외치는 사람만 아니라면 그 어떤 사람도 배체하지 않습니다(307)

첫 중국 방문

이런 비판을 받은 작가나 화가는 곧바로 추락하고, 이름조차 사라졌다. 이런 이유로 에렌부르크는 친불 성향의 시를 남들이 봐서는 안 될 꽃처럼 가슴속에 숨기고 있었다(311)

나는 꿈의 궁전에서 살듯이 아름다운 지명에서 살았다(313)

중국이라는 거대한 인구가 수확한 가장 귀한 쌀은 어린아이의 웃음이다(314)

기품있고 여전히 아름다운(314)

동지, 지금 당장 파리로 갈 테니 출국 수속을 밟아 주십시오. 중국에서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하시니, 라탱 구에 가서라도 마음 편하게 먹어야 겠습니다(317)_배짱! 맘에 든다!

<대장의 노래>

소동으로 짓뭉개진 꽃을 보니 가슴아팠다(322)

우리 눈에 비친 에드윈 체리오는 도량이 넓고 관대하고 향기로운, 이탈리아의 심장이었다(323)

카프리섬의 진짜 비경은 오랫동안 이 섬을 돌아다녀 보고, 관광객이라는 떨어진 후에나 눈앞에 나타난다(323)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운 그곳에서 우리 사랑은 점점 깊어 갔다(324)

세상에는 남 몰래 키워 온 사랑의 산물, 흔히 이야기 하는 사생아가 있듯이 내 작품에도 그런 시집이 있는데, 바로 <대장의 노래>이다.

델리아 델 카릴은 격동의 시기에 꿀처럼 달콤하고 강철처럼 강인한 실로 내 손을 묶어 놓은 상냥한 반려자였다. 지난 18년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느닷없는 정열로 불타오르는 이 시집은 유순한 그녀가 보면 돌팔매질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익명을 고집했던 근본적이고, 개인적이고, 존경할 만한 단 하나의 이유이다(325)_마치 남의 얘기하듯, 자기 얘기 하듯

망명의 끝

어설픈 해양학

10. 여행과 귀환

우리 집 양

아마도 칠레 사람들은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사물만 보면 나에게 무작정 떠맡기고 만약 일이 잘못되면 난에게 책임을 둘러씌우고 싶은 모양이다(335)

1952년 8월부터 1957년 4월까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투옥되다

나처럼 자기를 감시하던 교도관으로부터 시를 헌정받은 시인은 얼마 없을 것이다(340)_이 힘으로 살았다. 그는!!

시와 경찰

나는 그를 위해 뭔가 쓰고 싶었다. 가슴 아픈 그에게 위로가 되고, 또 죽어 가는 아내에게 읽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써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341)

다시 찾은 실론

두 번째 중국 방문

수후미의 원숭이

아르메니아

포도주와 전쟁

민중이 되찾은 궁전들

우주 비행사들의 시대

11. 시는 직업이다

시의 힘

나는 칠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동포들에게 내 시를 뿌렸다(375)

그래도 티나는 아름다웠다. 새하얀 피부의 계란형 얼굴, 양쪽으로 흘러내린 까만 귀밑머리, 세월을 꿰뚫어 보는 커다란 눈도 여전했다(378)

나라는 사람은 새털보다 더 가벼울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다(381)

아무래도 나는 멍청이야. 진짜 존경하는 시인을 이렇게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다니, 지금 눈앞에 그 사람이 서 있단 말이야. 이 바보야!(383)

시는 이미 독자와 관계가 끊어졌다. 이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 인간의 가슴을 만나고 여인의 눈을 만나고, 길거리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또 노을을 쳐다보거나 한밤중에 별을 바라보며 시 한 구절을 읊조리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이렇게 문득 찾아든 시는 우리 시인들이 그동안 읽고 배우느라 투여한 갖은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보람 있는 일이다(386)

언어와 함께 살기

언어와 한평생 같이 살다 보면 친근감이 몸에 배어 언어를 잡아당겨보고, 탐구해 보고, 머리카락과 배를 뒤져 보게 된다(387)_나는 말과 함께 살 것이나 말과만 살지는 않겠다. 말이 머무는 곳에 만드시 몸을 두겠다. 몸과 말이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

만약 내 시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무한히 펼쳐진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경향일 것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했다. 그렇다고 또 다른 문화의 틀 속에 가둬 두고 싶지도 않았다. 내 자신이 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고향 개척지 사람들이 땅을 넓혀 갔듯이 나 자신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했다(389)★★★★★★

비평가도 고통을 당해 보라_ㅋㅋ

시인은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하며, 절망적인 삶을 살아야 하며, 변함없이 절망적인 노래만 불러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일부 사회 계급의 견해였다. 많은 시인들은 묘비명이나 나를 바 없는 이런 관념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390)

불행은 위대한 창조에 필요한 효모(390)

이런 가시밭길이 정신적 활동의 본질적인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신조가 등장한 것이다(390)

우리 시인들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단, 우리가 민중과 강고한 유대를 맺고, 민중의 행복을 위해서 투쟁한다는 단서가 붙을 때만(391)

내가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추측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는데, 이것도 물론 이해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면 나는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다. 양심은 편안하고 지성은 불안한 사람이다(391)

그 비평가에 따르면 내 시의 약점은 바로 행복감이었다. 그리고 대안으로 고통을 처방했다(392)

단시와 장시

행동하는 시인으로서 나는 자기도취와 싸웠다(392)

나는 가진 것 없이 맨몸 하나로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시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굳게 결심했다. 이처럼 확고부동한 자세는 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들이 함부로 비웃지 못하게 만드는 방패가 되었다(393)

정말 가능하다면 그런 부자가 되고 싶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이 노발대발 날뛰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394)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죽은 시인이다. 비합리주의적인 시인은 자기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오로지 합리주의만을 추구하는 시인은 바보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이런 방정식은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며 하느님이나 악마가 제시한 해법도 없다. 합리와 비합리라는 양극단은 시 내부에서 부단히 다투고 있으며 한번은 이쪽이 승리하고 다음 번에는 저쪽이 승리한다. 하지만 시 자체는 결코 패하는 법이 없다(394)

우리 시인들은 독자를 찾아나서야 한다.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거나 우주선을 타고 하늘을 비행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394)

시란 인간의 심오한 감성에서 우러나온다(394)

독창성

나는 개성을 믿는다. 예술 창조에서 어떤 언어와 형식을 사용하든, 또 예술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개성은 드러나게 마련이다(395)

탁월한 시인이 되려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고수하고, 자연, 문화, 사회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395)★★★

나만의 고유한 어조를 유지(395)

시인은, 이를테면 긴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 용품처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품목은 단어, 음성, 비유에 대한 형식적, 실제적 정보이다. 다음은 감정이라는 품목도 있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갈무리한다는 말인가? 감정이 생길 때, 그것을 의식하는 것이다(396)

서정시 밀림(397)

병 속의 범선과 선수상

이 아이들 가운데 강차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하여, 친구가 되고 아주 훌륭한 내 전기를 쓰게 될 사람이 있을 줄이야!(399)

놀지 않는 어른은 자신 속에 살고 있는 아이를 영원히 잃어버리며, 끝내는 그 아이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게 된다(399)★★★

책과 조개껍데기

깨진 유리창

아내 마틸데 우루티아

나처럼 시골 출신이다. 칠레 남부의 치얀에서 태어났다(406)_결국 동질감에 귀의하는구나!

별을 발명하는 사람

별처럼 빛나는 이야기를 매일 들려주던 사람(410)

거장 엘뤼아르

매일 생각나는 친구였으며, 따뜻한 우정은 내가 일용하는 양식의 일부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다(412)

피에르 르베르디

예지 보레츠사

솜이오 되르디

살바토레 콰지모도

바예호는 살아 있다

나는 지금 인간과 작품을 이어주는 실마리, 안내자, 혹은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찾으려는 시도로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420)_자신이 어떤 영향으로 자신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그토록 수려한 시를 쓴 시인이라고 할지라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애증의 갈등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따름이다(422)

항상 애절한 고통이 요동치는, 미스트랄의 시에 삽입된 비밀 재료는 무엇일까?(422)

비센테 우이도브로

우이도브로는 사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시인이었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슈퍼맨이 되고자 했다(424)

문단의 적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문인들 사이의 갈등은 지구 어느 곳에서나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427)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분노했으리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광고해 주고 있었다. 마치 내 이름 광고만을 전담하는 회사를 차린 것처럼(429)

입심과 풍채로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430)

스페인어권 국가를 가로지른 거대한 증오의 산맥이 열렬한 시기심으로 작가들의 업적을 갉아먹고 있다. 이처럼 파괴적인 잔혹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파괴 행위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이다(432)

비평과 자평

내가 우리 집이나 칠레나 나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여행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차렸다(434)

모두들 반쯤은 옳고 반쯤은 틀렸다(434)

학파나 유파에 따라 분류하지 않은 책 자체가 좋다. 삶도 마찬가지다(435)

나는 내가 가진 것 모두를 바쳤다. 내 시를 링 위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종종 시와 더불어 나 자신도 피투성이가 되는 고통을 경험하고 영광을 찬양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해를 사기도 했으나 그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436)

우리들은 거장이 경멸해 마지않는 사물까지도 시로 만들 것이다(438)

전 세계에서 출판된 작품의 대가로 시인이 물질적 편안함을 누리는 꼴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439)

또 한해가 시작된다

노벨 문학상

사실, 지구라는 이 행성에 사는 작가들은 한 번쯤 노벨 문학상을 꿈꾼다(448)_나도 노벨 문학상! 타고 싶다!! 지난 토요일부터!! ^^

나처럼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아메리카인이 남이 입던 옷이나 빌려 입는다는 것은 굴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452)

훌륭한 소설가이자 재기 넘치는 시인이었고, 내가 보기에는 아메리카의 양심이었다(456)★

칠레 치코

9월의 깃발

루이스 카를로스 프레스치스

13만 청중 앞에서 자기 시를 낭송한 경험이 있는 시인은 이미 예전의 시인이 아니며, 이전화 똑같은 생각으로 시를 쓸 수도 없다(465)_독자를 의식하게 된다는 말?

어른들이 반쯤은 애정에서 반쯤은 아무래도 상관없기 때문에 어린아이에게 베푸는 아량과 유사하다(466)

비토리오 코도빌라

스탈린

순박함의 교훈

피델 카스트로

전쟁, 전쟁...우리는 항상 전쟁을 반대한다고 외치는데, 전쟁을 한 번 치르고 나면 전쟁 없이는 못살아. 날마다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어서 안달이지(479)

쿠바인들의 편지

아마도 내가 페루인들의 가슴 밑바닥에 잉카 시대의 거대한 돌덩어리처럼 잠들어 dT는 감정을 잘 표현한 모양이다(480)

12. 희망과 고난의 조국

극단주의와 스파이

공산주의자들

시와 정치

나는 매일같이 글을 쓰려고 작업실로 들어갔다(494)

나는 항상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한번도 쉬지 않고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시 아니고 무엇이겠는가?(495)

내가 채워나간 노트는 책이 되었다. 마치 변신을 거듭해서 움직이지 않던 것이 움직이는 것으로, 유충이 반딧불이로 변하듯이(495)

단 1분이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슴 뭉클한 경험이다(498)

대통령 후보

대통령은 취임 첫 달 동안 칭송받다가 그후 5년 11개월동안 때로는 정당하고 때로는 부당한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499)

파리주재 대사관

외교관이자 탁월한 작가(504)

귀국

에두아르도 프레이

라도미로 토미크

살바도르 아옌데

옮긴이의 말

한 개인이 일생 동안 겪은 일이 수없이 많을 텐데, 네루다는 그런 개인사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지는 않는다. 성찰의 거울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을 향하고 있다. ..네루다라는 창을 통해 20세기 세계사를 들여다 보는 듯하다(534)

네루다는 챋 한권 들 힘조차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서 오메로 아르세가 병실 한 구석에서 정서해 준 초고의 교정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534)

영감의 원천? 대자연!(534)

아마도 사랑과 자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시의 근원이었던 것 같다(534)

네루다처럼 평화를 사랑하고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사람(535)

우리가 회고록을 읽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식적인 견해보다는 저자의 숨결과 맥박이 스며든 견해를 알고 싶고, 또 그런 견해와 대화하기 싶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온몸으로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서려고 했던 한 인간의 진정성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통로이다(537)


3. ‘내가 저자라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럴 리 없지만 혹시나‘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지더라도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핑크빛 필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아~! 제가 혹여 회피나 타협주의자가 아닌가 의심하시는 거죠?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향한 에너지 그 자체가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되리라 믿으니까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하는 사부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었다. 그 마음에 변함이 없는 지금, 네루다는 분명 내가 닮고 싶은 작가이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상을 자신만의 핑크빛 필터로 아름답게 재구성할 줄 아는 작가였다. 그가 구사하는 단어, 표현도 아름다웠지만 급박하고 비극적인 상황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삶의 태도야 말로 그를 위대한 작가로 우뚝 서게 한 힘이었다.

그는 자신을 오고 가는 사랑을 채집해 詩心의 샘을 신선하게 관리할 줄 아는 의욕적인 장인이었으며 샘물을 길어 적절한 용기에 담아 고객을 찾아갈 줄 아는 센스있는 상인이었고 고객의 행복에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있음을 알고 몸을 던져 고객만족을 실천하는 깨어있는 비즈니스맨이었다. 그의 제일 고객은 말할 것도 없이 '민중'이었다. 그의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는 말 그대로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는 시간들이 외롭고 수줍음많은 청년을 위대한 민중시인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역시 詩人은 다르구나’ 생각하게 한 이 책은 그의 표현대로 듬성듬성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성은 시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의 삶을 여행하는 느낌을 주었다. 연대기적 순서에 연연하지 않는 구성으로 다소 혼란스럽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편집자가 임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판단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詩처럼 그를 받아들이며 읽기로 마음먹고 독서가 비로소 즐거워졌다.

이 책은 대체로 물리적으로 이동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와 그를 스쳐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는데 두 부분의 느낌이 비슷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는 사람을 여행하듯이, 자연과 사교하듯이 세상을 살았던 것 같다. 남미를 생소하게 여기는 짧은 지식수준탓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상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을 경험하는 詩人의 틀을 엿볼 수 있었다는 차원에서 나름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혼란을 알아차리기나 한 듯이 뒷부분에 정리된 연대기도 고마웠고, 앞부분의 화보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 도진순 주해의 <백범일지>가 보여준 세심함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살았던 시기 남미와 유럽의 역사와 분위기, 그리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 있었다면 파블로 네루다는 죽어서도 외교관으로서의 본분을 다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그가 근무했거나 여행했던 지역과 당시에 집필한 저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첨부되어 있으면 그와 그의 문화를 훨씬 가깝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IP *.53.82.120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6.15 18:27:56 *.236.3.241
주인공과 관계없이 주인공과 관련된 여인들에게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은데,
나도 남자지만 네루다의 여인들은 행복했을까 의문이 들었거든.
예술가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주변의 아낙들과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잖아.
특히 피카소, 로댕 같은 사람들에게 여인은 용도가 다하면 폐기되는 배터리같은
느낌을 주는데, 예술가와 험난하게 살다간 이 아낙들의 인생역정에 포커스를 맞춰
파보는 건 어떨까. 연인이라는 한마디 뒤에 숨은 우여곡절이 흥미진진할 것 같다.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6.16 09:05:22 *.53.82.120
어쩌면 우리도 다 같은지도 모르죠.
그들은 용기있었고 우리는 아니라는 차이일지도..
쓰임새를 다하고도 버려지지 못하는 게 더 비극적인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서
다시한번 긴장합니다.'
그에게 '나는 어떤 용도일까?'
한편으론 같은 대상에게서 끊임없이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내는 것이 '의리'가 아닐까?싶기도 하구요. ^^

흥미진진하기는 한데
넘 슬플 것 같아서 아직은 좀 보류할랍니다.
오빠..맨정신으로 살기엔 삶은 너무 슬픈 것 같아요.
프로필 이미지
2010.06.16 10:14:48 *.106.7.10
난 시인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여인에 대한 사랑이 마음 아팠다.
특히 평생 아픈 딸아이를 보살피며 혼자 살면서 생을 마감한 첫 번째 부인...
네루다를 그렇게 다시 만나고 싶어했다는데, 네루다는 딸아이의 죽음을 전해듣고도 가지 않았다지.
현재의 사랑에 열중한다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한번쯤 돌아볼 순 없었을까?
칠레 민중과 노동자를 안았던 가슴에 그녀를 안을 여유는 없었던 것일까 안타까웠다.
두번째 부인인 델리아는 70의 나이에 배신을 당했지.
자신의 침대에 다른 여인을 끌어들인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을 테지.
그것도 3년씩이나.
인간의 성숙은 어떤 의미일까?
갈수록 어려운 질문이다.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6.16 12:45:37 *.53.82.120
결국 최고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경받는 이유는
그만큼 스스로와 세상을 즐긴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기실현이란 결국 스스로를 즐기는 과정이란 말인데...
워낙 어렵다보니 한 과목 과락정도는
정상참작이 되는 모양이에요.

네루다가 끝까지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여인들'을 의리의 대상으로 넣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구요.
 
후~
언니말대로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그렇지만 갈수록 자신의 길은 분명해지는 것도 같아요.
프로필 이미지
2010.06.16 12:02:13 *.145.204.123
" 네루다는 분명 내가 닮고 싶은 작가이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상을 자신만의 핑크빛 필터로 아름답게 재구성할 줄 아는 작가였다. 그가 구사하는 단어, 표현도 아름다웠지만 급박하고 비극적인 상황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삶의 태도야 말로 그를 위대한 작가로 우뚝 서게 한 힘이었다. "

네루다가 핑크빛 터치로 재구성하는 것과 미옥의 '구라와 가식'이미 많이 닮아 있어 보이는데
그길로 죽~~~가게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6.16 12:48:53 *.53.82.120
'구라와 가식'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고 느끼나봐요.
그래도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아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쭈~~~~욱 가보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6.17 01:08:16 *.146.71.230
난 한사람만 사랑하기에도 모자른데, 네루다는 대단하다. 나름 매력이 있었나봐. 네루다가 다가가기도 했겠지만, 여자쪽도 끌리는 구석이 있었겠지. 

미옥은, 말콤그래드웰 같은 작가가 어울려 보인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에 의문을 품지. '잠깜만요. 사실은 이런데, 왜 그렇게 해요?' 생각없는 과격한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문득, '미옥은 의리파'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부터는 커피 마시지 않고, 쥬스와 과일 많이 먹을려고해. 피곤과 수면부족에 찌든 모습이었는데, 앞으로는 싱그러운 얼굴 보여줄께.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6.17 09:45:19 *.53.82.120
그래..
내 말을 드뎌 알아 들었구나!! ㅋㅋ
난 진짜로 '맑은' 네 얼굴을 보고 싶다!!   
싱그럽기까지 하다면야 더더 땡큐고~!!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