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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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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8일 08시 51분 등록
※ 책 발췌내용은 용량 관계로  파일로 첨부합니다.

. 저자 소개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년 출생~1961년 사망

융에 대한 두 번째 소개의 장에서는 융 심리학의 뼈대를 이루는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았다.

 

■ 의식과 무의식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융의 심리학을 이해하자면 프로이트와의 비교를 빼 놓을 수 없다. 프로이트는 사람에게 있어 의식이 본래적이고 의식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변방으로 밀려난 요소들이 무의식을 구성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비해 융은 무의식이 본래적인 것이며 의식은 그 무의식으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았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순전히 개인적이고 병리적인 것으로 본 데 비해 융은 무의식을 개인적인 무의식과 개인적인 경험과는 무관하게 인류보편의 경험이 잠재되어 있는 집단적 무의식으로 구분했다. 융은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는 신화소 원형적인 상징이 그 사람 개인의 경험과는 무관하게 출몰하는 현상을 집단적 무의식이 존재하는 증거로 생각했다. 융에 따르면 집단 무의식은 영혼의 한 요소로 모든 창조성의 모태가 된다. 그래서 그는 꿈이나 신화에 상징의 형태로 녹아 있는 이미지들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여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삶이 메말라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 개성화 과정과 연금술

개성화는 사람들이 일생에 걸쳐 자기 전체의 인격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개성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깨어짐과 고통의 아픔이 수반된다. 인간 속에는 선과 악, 빛과 어둠, 물질과 영, 남성성과 여성성 등이 대립하고 있는데 그 대립되는 힘을 고통을 통해 통합하지 않고서는 자기실현에 이를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금술은 베일에 싸인 정교한 절차를 통해 용해와 응고를 거듭하지 않으면 최고의 고귀한 물질을 얻을 수 없다. 융에게 연금술의 정제과정은 곧 성육화에 이르는 예수의 일생이기도 하였다. 현자의 돌은 육체를 입은 예수이며, 금속을 가열하여 검은 재로 만드는 과정인 하소는 예수의 시련, 응결과 응고는 예수의 육체적 죽음, 고귀한 물질이 얻어지는 단계를 그는 예수의 부활로 보았다. 융은 연금술서적에서 등장하는 상징과 그림들이 심층심리학적 인식과 많은 일치점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10년 넘게 연금술 연구에 몰두했다.  

 

■ 원형(Archetype)

개인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것이 콤플렉스(감정의 응어리)라면,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상징들이 원형이다. 원형은 언제나 신화, 설화, , 종교적인 교리 속에서 상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융은 원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정동(emotion)과 형상(image)으로 보았다. 형상에 정동이 따를 때, 그 이미지는 누멘(신비스러운 힘)적인 것이 되어 사람들을 사로잡는 강력한 힘이 된다. 원형은 사람들이 신과 관계를 맺고 신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 내면에 새겨진 잠재적 신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융은 모든 사람들이 신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의 영웅들처럼 신화적인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 숫자 4의 의미

융은 그의 많은 환자들이 사각형, 4개의 의자, 4개의 색깔 등 숫자 4와 관련된 꿈을 꾸는 현상을 주목했다. 융은 숫자 4와 관련된 꿈을 꾸는 것이 놀라운 치료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우연찮게 알게 되고, 성스러운 원형적 상징으로서 숫자 4에 주목했다. 그는 4라는 수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기독교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원리에 따라 3을 완전한 숫자로 보았지만 융은 4를 통합의 숫자로 인식하였다. 융은 기독교 교리가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여성성이라는 제4의 원리가 추가되어야 완전한 의미의 성스러움이 구현된다고 생각했다.

 

. 내가 저자라면

고고학이 과거를 캐는 학문이라면 심리학은 고대로부터 전승된 인간의 무의식을 캐는 학문이다. 심리학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20세기가 되어서야 프로이트 및 융의 노력에 의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융은 무의식의 탐구를 통하여 인간의 내면에 神性이 자리잡고 있으며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을 통하여 보다 영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음을 자신의 일생으로 몸소 보여 주었다.

 

융의 자서전을 읽노라면 신은 세계를 창조하였고, 세계를 완성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비유하자면 신은 MS Word를 만들었고, 그 프로그램으로 어떤 내용을 작성하느냐는 인간의 몫이다. 헌데 신의 권위에 자복한(그러니까 하얀 백지의 위력에 눌린) 인간은 모세오경과 반성문을 스스로 열 번씩 써 제끼며, 사는 게 왜 이리 재미가 없어라고 푸념한다는 것이다. 융의 해석은 대극의 통합에서 탁월함을 보여준다. 융은 선과 악, 의식과 무의식, 남성성과 여성성 등을 대립자로 보지 않았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제 스스로 조화와 균형을 맞춰가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이성의 색안경으로 세계를 봄으로 인해 사물 고유의 생명력이 간과된 것은 물론이고 신이 부여한 삶의 풍요로움을 인간 스스로 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양 사상과 연금술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통합의 키워드는 당위의 도그마에 빠진 인간에게 자기 구원의 가능성을 던져 주었다. 또한 무지의 세계에 묻혀 있던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력과 신성을 일깨움으로써 개인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삶의 양식을 제시해 주었다.

 

4개월 만에 再讀을 해보니 첫 번째 독서에서 놓친 구절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전후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고, 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층읽기를 통해 이해도가 꽤 올라가기는 했지만 다루는 영역이 넓고 난해한 부분이 많아 삼독, 사독이 필요할 것 같다. 두 번째 독서를 통해 융이 그려 놓은 인간 내면의 풍경에 새삼 감탄했고, 탁월한 그의 분석 감각과 소명의식에 고개가 숙여졌다.

 

이 책은 자서전치고는 특이하게 사건보다는 인간 내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의미와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내용 자체의 탁월함과 섬세하고 직관력이 넘치는 문장의 힘이 컸고, 개인적으로는 그간 읽은 자서전 중 백미였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임을 확인했다.

 

이 책은 카를 융의 어린시절부터 시계열로 차례가 구성되어 있다. 논리적 순서이다 보니 극적인 맛은 덜하지만 그렇다고 역순으로 서술을 전개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책 자체가 상당한 난이도를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융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융에 해박한 소수의 독자층을 배려하여 역순으로 차례를 바꿀 경우 구매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더욱이 차례를 역순으로 돌릴 경우 그노시즘(영지주의), 사위일체 등 기독교인들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들이 앞뒤 설명 없이 바로 노출되어 이슈가 될 수 있다. 극적인 구성은 뒤로부터 읽기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창의적 책읽기는 독자 개인에게 맡기고 융의 저변 확대에 힘을 쏟는 게 출판사의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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