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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8일 09시 48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이 책은 다분히 융의 정신세계 안에 있는 내용에 대해 다루고 있어 몹시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에 대해서도 서술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카를 구스타프 융1985 726일 스위스 북동부 케스빌에서 태어나 1961 6 6 85세의 일기로 퀴스나흐트에 묻혔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로 분석 심리학의 개척자이다. 바젤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후 고향을 떠나 취리히대학교 부설 부르크휠츨리 정신병원에서 수많은 환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연상진답법 연구에 몰두 하였다 그리하여 연상검사를 토대로 한 심리 분석 작업을 통한 자신만의 정신치료법을 확립했다. 그토록 많은 임상 사례를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한 심리학의 거장이자 삶을 치유하는 영혼의 의사였지만 정작 본인은 세상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사람이기도 했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선명히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평생을 사로잡은 꿈, 죽음을 앞두고 경험한 환상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그는 바로 그 꿈을 분석하고 의식화시켜 자아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했다. 또한 그는 본인의 학문을 자신을 혼돈상태에서 건져낼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과 수단으로 삼으며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무엇보다 삶 속에서 그것을 인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그는 십대의 나이에 이미 남보다 일찍 철학적 사상에 관심을 두었었는데, 그의 철학 탐구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는 바로 쇼펜하우어였다. 이어 그는 칸트의 인식론을 통해 쇼펜하우어의 염세적’인 세계상보다 더욱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이러한 철학적 발전은 수줍고 소심하고 창백하고 병약한 그를 의욕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그를 든든히 받쳐주는 기반이 되어 그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로 바꾸어 놓았다.

그의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임상연습에 몰두하였고 동양과 서양 철학, 연금술, 점성술, 사회학 뿐 만 아니라 문학, 예술 등 심리학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그 과정에서 겪게 된 내적·외적 경험들을 통해 심리치료법을 개발하여 이론화하였다. 한 때는 프로이드의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하였으나 좁힐 수 없는 견해차이로 결별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별 후에도 프로이드의 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한 그의 모습과 다른 이들이 비논리적이라 여긴 인류의 모든 무속신앙, 종교 등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했던 모습에서 융의 개방성을 엿볼 수 있다. 이 개방성이 자신이 개척한 분석심리학에도 스며들어가 있기에 오늘날 그의 이론이 심리학 뿐 만 아니라 인문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고 보여 진다.

그의 만년의 사상까지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무의식을 원형이론으로 끌어내기까지의 고독과 치열한 사투는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효율적으로 강조하는 현대사회를 보고 경고한 말들 역시 나의 관점과 많이 일치하기에 그를 든든한 나의 정신적 배경으로 삼고 나의 틀을 좀 더 견고하게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융은 긴 연구인생을 통해 수많은 정신치료를 수행한 것은 물론, 개인적 무의식 집단적 무의식과 원형 아니마와 아니무스 개성화 심리유형 등 수많은 개념을 발표했는데, 이중 집단적 무의식의 내용을 의미하는 ‘원형 이론’과 개인의 심리유형이 한 사람의 판단을 결정하고 제약한다는 ‘심리유형 이론’ 등은 우리 인식의 영역을 넓힌 융의 커다란 공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총 19권에 이르는 융 전집 중 많이 알려진 책들은 ≪리비도의 변환과 제 상징(1912), 프로이트와 결별한 후 발표한 ≪죽음에 관한 일곱 가지 설법(1916), MBTI의 기초가 된 ≪심리학적 유형(1921), ≪자아와 무의식과의 관계(1928), ≪심리학과 연금술(1944), ≪욥에의 회답(1952), 그리고 전집에는 포함되지 않은 이 책 ≪기억, , 사상(1962)≫ 등이 있다.

내가 저자라면

 

융의 유년시절, 학창시절, 대학시절은 지난번과 다름없는 감정으로 읽어나갔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상처받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라는 장에 이르자 나의 초점은 환자들의 정신분열의 임상에 집중되었다. 아마도 니진스키의 사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인한 나만의 진단을 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던 것 같다.

 

융이 진단한 니진스키

 

정신의학의 사례 중 많은 경우 환자는 말하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그것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개인적인 사연을 조사한 다음 비로소 진정한 치료가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환자의 비밀이며 바로 거기서 좌절하고 만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치료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 의사는 단지 그 비밀스러운 사연을 어떻게 알아내는가를 터득해야만 한다.

: 당신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니진스키: 나는 자유롭고 싶다. 하지만 어머니의 살아 온 한 여자의 일생이 가엽고 집안의 맏이인 형의 질환으로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이 나를 죄어온다.

: 당신의 무의식에 대하여 묻고 싶다

니진스키 : 내 주변에 슬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늘 태양 빛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인제 몸은 늘 그늘을 찾아 가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그런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다.

: 그를 최면에 들게 했다.

니진스키: 나는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난 돈과 나의 성공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분명 잘 못 된 것임을 알았지만, 빠져 나 올 수도 공개 할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죄책감에 나의 모든 성적인 것이 이상하게 변해 가버렸고, 내 아이에게 그런 일이 없기 위해 바라는 마음이 지나쳐 아이에게 주지 말아야 할 성적인 행동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나의 몸을 함부로 했습니다. 나는 ‘도덕적으로 끝장“ 이 났다고 고백했다.

: 그는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절규했다. 그마저 대중이 아닌 일기에서였다. 비극적인 붕괴만이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감추어져 있는 환자의 영혼의 다른 측면의 삶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는 노력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긴장병 상태에 있었다. 긴장병이 지속되다 불면증으로 이어지고 광란상태의 행동이 보여졌다.

 

장단점

 

이 책은은 융의 사상과 생애의 정수를 담고 있어 역자의 표현대로 자서전 문학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나 역시 이 책은 한 인간의 정신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깊고 넒을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신을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신을 압니다” 라고 대답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난 그가 아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가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에서 목사인 아버지와 겪는 종교와 신에 대한 갈등만을 서술해 놓았다. 그리고 학문적인 저작에서는 신에 관해 말하지 않고 인간 마음 속에 있는 신의 형상’ 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사후에 출간한다는 전제로 작성된 책임을 감안한다면 좀 더 자신이 생각하는 신 그리고 종교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감명 깊었던 글귀들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인생이 현존을 넘어서 무한정한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훨씬 더 이성적으로 잘 살며 더욱 편안해질 것이다.” [534]

 

>>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 누가 정확히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란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이성적으로 편안한 삶을 생애 동안  누리기 위해서라도 사후의 삶을 인정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부처는 제자들이 (인연) 사슬을 명상하는 것, 다시 말해 , 출생, , 늙음, 죽음, 고통스러운 사건들의 원인과 작용에 대해 명상하는 것이 그들에게 유익하리라고 여겼다.”[561]

 

>> 명상은 마음의 요란한 소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시간이 오래오래 흐른 뒤 소음이 깨끗이 사라졌을 때 우리 내부에 항상 흐르고 있던, 모든 것을 어루만지는 침묵의 소리를 들으면 삶이 더욱 유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노년이란 그런 것이면서 또한 하나의 제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주 많다. 식물, 동물, 구름, 낮과밤, 그리고 인간 속에 있는영원한 것 등이다. 내가 나 자신에 관해 불확실해질수록 온갖 사물과의 친화성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630]

 

>> 사람들은 누구나 자연과 벗 삼아 편안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현실을 매여 바쁘게 살다보면 구름 한 번 쳐다 볼 여유없이 시간이 흐르고 만다. 그러다 어느날 노년이란 예기치 않은 낯설음이 다가와 있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노년이란 하나의 제약이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면도 많은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내면의 세계로 옮겨와 많은 것과 친해지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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