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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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0] How to live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
1. 저자에 대하여
윌리엄 브리지스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컨설턴트 10인 중 1명으로 선정된 저자는 전직 영문학 교수로 하버드, 콜롬비아, 브라운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70년대 중반, ‘전환 관리’ 분야로 활동영역을 옮기고 ‘윌리엄 브리지스& 어소시에이트’를 창립해 워크숍과 강연을 통해 개인과 조직에게 전환기를 통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인간성심리학협회의 대표를 지냈고, 베스트셀러 『전환』과 『전환 관리』를 포함하여 10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가 에필로그에서 밝히듯 10권의 책 중에서 가장 저술하기 어려웠던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밝히는 데에 대한 부담감, 특히 책을 통해 그가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며,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인 점을 고려할 때 특히 고민이 남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책을 저술하는 과정을 통해 그 인생의 또 하나의 전환점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아내의 시각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소개하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저술과정을 통한 자기성찰과 전환에 어떻게 활용하였는지를 직접 소개하고 있다. 전직이 글쓰기 교사였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2. 가슴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끝을 맺는 것은 시작하는 것과 같다.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시작한다 - T.S.엘리엇
Prologue 전환은 당신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수업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학 작품은 변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 작품이 아니라
이를 읽는 독자들의 이해와 감상이 변한다.
-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 p6
전환이라는 주제에 대해 처음으로 말하는 입장이라면 지금의 나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것은 어려운 질문이었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었고, 완벽한 경력과 찬사를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의심스러웠다. 더 이상 전문 지식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누구인가? ... 하지만 전환이란 깨닫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환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동시에 정체성 역시 깨뜨렸다. 비동일화하고 부르는 전환의 양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나의 해석 때문에 힘을 얻었다고 했다. p10
그때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서 나를 가리켜 진정한 의미의 전환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떠도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를 바라는 순간을 맞기도 했다. p10
작은 피아트를 타고 좁을 길을 따라 내려가기도 하고 버려진 대수도원을 찾아 황량한 계곡 사이를 걷기도 했다. 혼자 집에 있게 되더라도 예전과는 다른 외로움을 느꼈다.... 새롭고 강력한 영적 존재를 느껴서인지 상상에 불과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낯설고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경험했고, 개인적인 전환이 어떻게 ‘영적인’ 전망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p11
윌리엄 워즈워스는 “예술이란 평정 속에서 샘솟는 열정”이라고 했다. p11
이 책을 쓰면서 나는 현실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했다. 개념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공정한 관점에서 판단하려 노력했다. 책이 끝날 무렵 각 장마다 나의 생각과 개인적인 경험들을 서술했다. 이 두 관점에서 전환을 이야기하느라 움직이고 있었다. p11
이 책은 내가 60대에 접어들고 21세기가 시작된,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있는, 시작이면서 동시에 끝에 서 있는 나에게 전환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며 어떻게 생각되는지에 관한 책이다. 이 이상한 텅 빈 상태를 나는 중간지대라, 곧 림보Limbo라고 부른다.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다. - 윌리엄 브리지스 p12
01. 인생의 전환점에서 길을 묻다
- 변화와 전환의 차이점
무엇인가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면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변하는 것’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p14
나는 25년간 개인과 집단을 대상으로 전환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연구해 오면서, 사실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었다. p15
변화란 상황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전환이란 원래 있었던 일들을 진전시키고 그 결과를 경험하는 일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놓아버리고 다시 잡게 되는 그 중간에 이전의 방식도, 그리고 새로운 방식도 통하지 않는 창조의 ‘중간지대’가 있다. ... 전환은 변화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이 없다면 변화란 기계적이고 피상적이고 공허한 것에 불과하다. p16
어린 시절 심각한 좌절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가치나 타당성이 도전받는다고 생각되면 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전환은 현재의 상태를 제거하면서 오래된 상처를 건드릴 뿐 아니라, 현재가 이루어지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p18
인생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은 자서전 소제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의식적인 변화, 즉 이직, 생소한 것으로의 이주, 이혼 등이 아니라, 천천히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두루 영향을 미치는 감정상의 변화들이다. - 나딘 고디머 p18
전환은 종결, 중간지대, 새로운 시작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종결의 단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오래된 견해, 진실, 태도와 가치, 자아상 등을 잃거나 놓아버리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잠시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자신을 설득하여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덮으려 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항복해야 할 때가 오면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기도 할 것이다. p20
우리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중간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 혼란스러운 상태는 우리의 삶이 마치 산산조각이 나거나 가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오래된 존재 방식에서 나오는 신호들과 뒤섞여 다가오고, 믿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된다. 모든 것이 대혼란 상태에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때도 바로 이 상태이다. 그러므로 중간지대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창조적인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p20
마지막으로 새로운 태도와 자아상과 같은 새로운 견해와 현실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했을 때 마침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래를 미리 상상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지만, 삶이 예전의 궤도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이제는 삶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되고 새로운 견해와 목적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된다. p21
이때 삶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전적인 전환이 실제로 외적인 변화로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내부에서 뭔가 다른 것을 느끼게 만든다. p21
사람들이 변화에 노출될 때 질병은 어김없이 사람을 공격한다. -헤로도토스
1974년이었다. ... 이 두 가지 변화는 아내와 내가 그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막 결성된 ‘국제공동체’에 가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서로 잘 아는 여섯 가족이 모여 구성되었는데, 필요시설을 함께 사용하고 공동의 행사를 자주 가지면서 이웃들과 잘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p21
그 고통은 가르치는 일을 그만둘 무렵 종교의식처럼 책을 읽으며 내 삶의 한 부분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 당시 나는 문학작품은 거의 읽지 않고 인류학과 심리학에 대한 책을 더 많이 읽고 있었다. p22
그는 종교의식을 ‘통과의례’라는 말로 나타냈고, 이런 모든 의식들은 오래된 정체성으로부터 개인이 자유로워지는 방법과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이런 상징적인 경험들은 자신이 속했던 이전의 세계와 그곳에서의 정체성에서 떨어져 나오는 의식인 종결과 함께 시작된다. p23
떨어져 나갔다가 재조직되는 그 사이에서 전환기에 놓인 사람들은 황무지로 내몰리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황량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반 게네프는 이것을 ‘중간지대’라고 불렀다. p23
전환의 시점에서 종결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오래된 것을 포기해야 한다. p24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지식을 버리는 데 있다. -G.K 체스터튼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길 원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오래된 일상과 교실에서 이루어졌던 익숙한 주고 받기가 그리워졌다. 동료들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그리웠다.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직업이 그리웠던 것이다. p25
1974년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 소로의 『월든』과 자연과 밀착해 사는 삶의 방식에 완전히 빠진 것도 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 ‘단순하게, 단순하게, 될 수 있는 한 단순하게’라고 그는 말했다. ... 장작난로로 난방을 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쪼개서 연료로 사용하고, 식구들이 먹을 야채는 직접 길렀으며,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또 재활용했다. 나의 삶은 단순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복잡해졌다. p27
나는 ‘통로Passage-Ways’라는 1인 교육기업을 만들고, ‘인생의 전환점에서’라는 이름으로 주말 세미나를 열기 시작했다. p29
아, 시든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나의 죽은 생각들도 내게서 떨어져 나가기를.
- 앙드레 지드 p30
심지어 전환이 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것, 또는 변하는 것에 대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를 겪는 것에 대한 죄의식까지 느끼고 있었다. p32
갈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 해도 이별의 시간은 다가온다. -테네시 윌리엄즈 p33
전환기에 놓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종결의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결은 다음의 경험들을 겪으면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 배우자의 죽음과 같은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기분 좋게 살았던 지난 삶을 파괴해 버릴 때
- 한 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은 상황이나 관계가 말라붙어 바닥이 드러났을 때
- 잘 진행되던 일이 예상외로 악화되어 버릴 때
- 변함없이 믿음을 주던 사람이나 단체가 사실은 믿음직하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현실 감각이 산산이 부서져버릴 때
-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에서 평범한 삶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노출되었을 때 p34
놓아버려야 할 것은 직업이나 인간관계 같은 것이 아니라 집착하는 희망, 두려움, 꿈과 믿음 같은 것이다. 직업이나 인간관계 같은 것들만 놓아버린다면 즉시 다른 대상을 찾게 되고, 그 대상에 대해 여전히 똑같은 희망, 두려움, 꿈과 믿음을 갖고 연연해하게 된다. p35
상실은 내적인 것을 놓아버려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가장 적합한 신호이므로, 전환기에 놓인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무엇을 놓아버릴 때란 말인가’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내부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놓쳐버린다거나 외적인 변화가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35
초라한 행색을 한 나룻배 주인은 나루터에서 만난 싯다르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건네주었소. 사람들은 강물을 단지 방해물로만 여겼소.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거나 결혼 또는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여행하는 중이었는데, 가는 도중에 강물을 만났고, 빨리 건네주기 위해 뱃사공이 있었지요. 그 많은 사람들 중 극소수의 사람들은 강물을 장애물로만 생각하지 않았소. 그들은 강물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소. 강은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것이었소.”
변화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전환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 막이 끝날 때마다 일어나며, 동시에 다른 무엇인가가 무대 옆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p36
전환이란 이전의 생활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거나 그 소중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생활을 놓아버리는 것뿐이다. p37
끝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단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과 나누었던 ‘삶’을 끝내는 것이다. p37
놓아버리기 가장 힘든 것은 내적인 진실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는 어떻게, 왜 내적인 포기에 실패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p38
믿음을 회복하고 열정을 재창조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삶의 완성된 순환고리에서 떨어져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과 사랑도 놓아버려야 한다. - 아나이스 닌 p39
정말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한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마침내 문제는 바로 ‘배운다’는 개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p40
02. 전환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 전환점의 재발견
삶과 죽음이라는 불멸의 존재 사이를 인간은 얼마나 오가는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p41
2년이 넘게 매일매일 홀로 투병하면서, 단순히 아픈 사람의 차원을 넘어 질병이 전해 주는 커다란 계획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발견으로 인해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던 깊은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p41
육체를 떠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나는 56년간 그 안에서 살아왔고 육체는 나에게 너무나 잘해 줬는데. 설사 내가 여전히 나인 채로 존재하고 활동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해도 이 몸이 없는 나는 도대체 누구일지 알 수가 없어. p43
그날 저녁은 다른 날과 비슷했다. 우리는 다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p52
세 시간 후 내가 일어났을 때 밖은 아직도 어두웠지만 동트기 전의 새소리가 들려왔다. 곧 아내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다. 아내의 몸은 따뜻했다. 숨을 거둔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가버렸다. 아주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다른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p58
모든 사물은 변화에 의해 생겨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리고 우주는 그 무엇보다 변화를 사랑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당신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58
아내가 ‘중간지대’라고 부른 그곳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에서 보면 혼란스럽고 이해할 수 없고 끔찍하기까지 했다. 다른 편에서 보면 빙빙 돌아가고 있는 커다란 원 모양 놀이기구의 중심처럼 고요했다. ... 중간지대에 머물렀던 시간은 아내가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통찰력을 갖게 해주었다. 이전에는 전혀 쓰지 않았던 말과 글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공포를 주기도 했다. p61
03. 방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 전환점의 경험
누구나 훌륭한 인물이 되길 원한다.
그러면서도 성장의 수고는 하려 들지 않는다. - 괴테 p62
전환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우리가 변화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p62
성경에 이르기를, 우리가 아이였을 때는 아이처럼 이해하고 생각하고 보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린애 같은 방법들을 무시했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이 아이와 같은 생각과 느낌의 패턴들을 갖고 있는데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적으로 그런 것들을 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들을 버렸거나 전환의 경험으로 인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p65
내가 시골로 이사한 것이 그러한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면의 삶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시기적절한’ 혼란이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그 당시 하고 있는 일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고 몇 년간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전환의 부족’ 상태였고, 따라서 좀 더 심오하고 절실한 전환을 원하고 있었다. p66
창조성의 원천에 접근하도록 해주는 전환의 기능이 없다면 자기계발이나 확신은 없을 것이다. 부족 중 젊은 구성원이 단식하고 성가를 부르며 기도하는 등의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그가 신의 부름이나 조상의 영혼, 혹은 토테이즘이 대상인 동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 전환의 경험을 한다는 것, 특히 전환의 단계 중에서 중간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은 깊은 창조적 에너지와 추진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p68
비전 퀘스트(영계와의 교류를 구하는 의식, 북미 인디언 부족에서 행해진 남자의 의례) 같은 의식을 실행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창조적인 ‘음성’에 가까이 간다는 개념에 대해 우리의 세계나 전통과 거리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신약과 구약에는 전환기에 놓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야곱은 삶의 전환점에서 우연히 천사와 씨름을 하고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리고 내적인 창조적 매개체의 역할이 그러듯이 이 일은 야곱을 변화시켰다. p68
중간지대에서 우리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전환을 일으킨 변화의 요인에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생산해 낸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간지대는 절대적인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뒤엎어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가능성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p69
새로운 방향 제시, 개인 성장, 자기 확신과 창조성, 이 네 가지 요소들은 모두 우리가 일을 수행했던 방식과 그동안의 경험들을 버리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잠시 방황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통찰력과 추진력의 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때 기회의 양식들과 주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통과의례를 행하는 동안 많은 부족들이 취하는 방식들은 때맞춰 일어난 우연한 사건들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비중을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새로운 방향 제시, 개인 성장, 자기 확신, 창조성을 통해 새로운 주제나 생각으로 삶이 분석되고 개조된다. p70
어떤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자신만을 위한 삶은 그 자신뿐 아니라 관찰자까지도 지루하게 만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칼 구스타프 융 p70
종교 역사학자 엘리아데는 순례의식이 ‘신성’이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일어난, 시간을 초월한 상태의 참가자들과 관련이 있다고 부족들이 믿는다고 설명했다. 중간지대에서는 쉽게 신성과 만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종교에는 정신적인 것과 신성한 것이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세습을 옹호하고 유지하는 제도상의 전통과 믿음의 유기적 조직체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엘리아데가 말하는 신성의 영역은 종교적 형태에 속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적이지만, 그 자체로 살아 있는 특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자연 안에 특별한 통관점, 시간의 순환 혹은 일생의 단계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으로, 세계를 경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접근 방법은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점으로 넘어가는 영적인 출입문과 같다. p71
전환이 다섯 가지 기능 외에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여섯 번째 기능이 존재한다. 전환은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p73
모든 시작은 하나의 결말이다. 모든 시작은 어떤 것으로 귀결된다. -폴 발레리 p74
고대의 전통은 많은 방법으로 우리가 잊고 지내온 진실을 담고 있다. 그 진실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휴식을 취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것, 삶에 어떤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아무나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해졌을 때 혼돈의 임시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p74
그렇다면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의 과정을 통해 얻는 것 중 놓아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일 내가 겪은 것처럼 그 결과가 정신적인 상실을 동반한다면 특별한 관계를 버려야 한다. 그러나 내가 깨달은 것처럼 우리가 놓아버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삶이 정해 놓은 종결의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p75
개인의 전 생애는 오로지 태어남의 과정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태어나기 전에 죽는 비극적 운명을 가졌을지라도 우리는 죽을 때 비로소 완전하게 태어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p75
전환의 중심에 자리한 신비함과 마주쳤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전환 속에 있을 때 삶이 우리에게 잡고 있던 것을 놓을 때가 되었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p78
삶은 순탄하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씨앗은 외벽을 파괴하고 나오지 않으면 자라나 열매를 맺지 못한다.
-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 p80
비록 전환이 어떤 특별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에서 이루어진 변화의 결과라 할지라도, 전환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전환은 그 자체가 의지를 갖고 있고 우리는 미리 알지 못한 채 전환을 겪게 된다. ... 이것은 모두 바라직한 변화이며, 마음속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행동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또한 지금까지의 삶을 놓아버리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 상실감은 전환의 당연한 결과이다. p80
각 인간의 삶은 그 자신에게 부여된 길이다.
아무도 완전하고 완벽할 수 없다.
미숙한 사람도, 지적인 사람도
각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 헤르만 헤세 p83
통과의례와 비전 퀘스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고대 신전의 의사가 탐구자들을 돕듯이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p85
그러나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며칠 뒤 나는 그 위원장으로부터 다른 사람을 뽑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소식은 모든 희망과 자존심을 철저히 뭉개버렸다. p86
그 책은 24만부가 팔렸다. 나의 생각은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계획의 좌절로 기인한 결과였다. 꿈이 좌절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후원하는 단체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나는 생활비의 필요성과 작지만 무난한 봉급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내 안의 악마와 계속해서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p86
내가 1974년에 겪은 삶의 큰 변화는 두 가지 의문점을 남겨주었다. ‘왜 전환은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것이고, ‘일정한 직업 없이 어떻게 생활해 나갈 수 있을까?’ p87
04.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단념의 미학
끝을 맺는 것은 시작하는 것과 같다.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시작한다. - T.S.엘리엇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매우 특별한 일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아내가 죽은 이후로 하루하루는 완전히 텅 빈, 그러나 완전히 꽉 차 있는 시간들이었다. 삶은 공허했지만,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 동안 나는 처리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 몽유병환자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생각이 너무 마비된 나머지 가끔은 주변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까맣게 잊고 지내기도 했다. 마치 피노키오가 되어 거대한 고래에게 삼켜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내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과 단절한 채 지냈다. p90
길고 까만색의 아름다운 까마귀 깃털을 발견했다. .. 한 번도 깃털이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그것은 나를 위해 남겨놓은 검정색 메모지처럼 보였다. .. 나는 깃털을 주워 뺨에 대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야구모자 뒤에 깃털을 꽂고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 그곳에 또 다른 까마귀 깃털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걸음을 머추고 그 깃털을 집어 들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 깃털을 먼저 주웠던 깃털 옆에 꽂고는 걸음을 재촉해 걸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깃털들은 날아가는 새가 막 떨어뜨린 것처럼 커다랗고 먼지 하난 없이 반짝거렸다. 이전에 산책할 때는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
‘혹시 그들이... ’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은 그만두는 것이 나았다. 그 깃털을 아내가 남긴 메시지라고 생각하면 정말 절망스러울 것이다. 사별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이런저런 파멸의 징후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중요한 것은... 이미 깨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 보려는 나의 마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식의 저 깊은 곳에서 나는 온전하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놓아버린다는 것은 잡고 있던 것을 놓는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깨어진 관계를 다시 회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는 상관 없이 길고 긴 탐험의 과정이다. p96
당신은 간단해 보이는 선택을 한다.
남자를 고르거나 직업 또는 이웃을 고르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것은 남자나 직업, 이웃이 아닌 당신의 인생이다.
- 제서민 웨스트
시간이 흐르면서 끊어진 것은 단지 관계가 아니라 관계를 연결해 주는 희망, 공포, 꿈과 믿음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p96
사람이나 관계 그 자체만을 놓아버리고 그것에 포함되어 있는 내적인 결합 등은 그대로 놓아둔다면, 결국은 다른 사람이나 관계를 찾아 똑같은 희망과 공포, 꿈,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변화를 겪는 것이지 전환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사람들은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서 끝맺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전환을 경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p97
그때까지 그녀의 존재가 나를 얼마나 성장시켰고 돌아보게 했으며, 좀 더 믿을 수 있게 만들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알게 된 두 번째 사실은,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는 외롭고 고립된 청년이었던 내가 결혼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아내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알고 있던 단 하나의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잃었다. ... 아내는 천성적으로 세상에 ‘무심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많은 부분을 아내와 감정적으로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우리 주위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p98
나에게는 그녀의 죽음이 곧 현실의 시간으로 다가온 것처러 여겨졌다. 나 자신을 반만 믿게 된 상실감은 사랑하는 사람을 갖게 된 유일한 경험이었다. 따라서 아내의 죽음은 우리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능력까지도 없애는 일이었다. 아내의 사랑뿐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능력까지 없애는 일이었다. p99
아내가 떠나면서 내가 경험한 외로움과 영원히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이 죽었다고 느꼈을 때 느낀 치명적인 외로움을 구별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필요했다. 아내는 나와 인간을 연결하고 나와 내 자신을 연결해 주는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아내를 잃은 것은 처음에는 넓고 무서운 세상에 버려진 채 홀로 모든 것을 막아내야 하는 어린 시절의 환상같이 생각되었다... ‘마치 추방당한 기분이군’ p99
따라서 아내가 죽자, 일상적인 현실에서 느끼고 흥분할 수 있는 연결고리와 단단한 기반을 잃은 것 같았다. p100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당신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자신이 원했던 자유가 실제로 알게 된 자유보다 더 놀라운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잃은 것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되어야 했던 이유이다. p101
과거에 충실한 우리의 마음은 내일의 즐거움이 오로지 오늘 무엇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거부한다. 파도의 아름다운 물결선은 앞서간 파도가 물러나 사라질 때 드러난다. - 앙드레지드 p101
또 다른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배신이라는 문제와 부딪치게 될 거 같군요. 부인의 죽음 후에 겪을 수 있는 새롭고 의미심장한 일로 인해 당신은 혹시라도 아내를 배신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그의 사무실을 나서면서 느꼈던 불편함 때문에 그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p104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내를 배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책을 느끼곤 했다 ... 하지만 그런 힘든 작업을 애도하게 만든 부분은 우리와 죽은 이들 사이의 끈이었다. 그 끈은 밝은 면과 함게 어두운 면도 함께 짜여 있다. 오래된 분노와 상처는 상대방을 애도하는 일을 두 배는 힘들게 만든다. 상실감은 이렇게 복잡한 경험이었다. 의미가 겹치고 겹쳐 있었다. 꿈과 기억 속에서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것이 다시 기본으로 돌려보낸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애도하는 일을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과거의 상실에 대해 애도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그 상실감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 또한 그렇다. 매장하는 것보다 애도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p105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 창세기 3장 19절
유해를 안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유해는 반드시 집 밖에 두어야 하고 또 아름다운 곳에 두어야 한다. p106
숲 속에는 작은 언덕이 숨어 있었는데 언덕 꼭대기에는 테두리가 깨진 바위가 있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p107
죽음은 남아 있는 자의 몫이 더 많아지는 일이다. -토마스 만 p107
다섯 살 된 손녀 타일러는 나무 밑에 앉아서 어른들이 하는 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 타일러가 위로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 나는 옆에 앉으며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 “할머니한테 손을 흔들었어요. 할머니는 저 위, 나무 위에 계세요. 할아버지도 알고 계시나요?” p108
사람들이 동의한 한 가지는 앞으로 다가올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것을 놓아버리는 것은 특별히 힘든 일이라는 것이었다. p113
편지를 끝내기 전에 융 전문가 엘리자베스 하우즈가 했던 이야기를 해볼게. 이 말은 내게 희망과 위안과 불편함을 주었지.
신은 상처를 만들었다.
신은 상처이다.
신은 상처를 입었다.
신은 상처를 치료했다. p114
시작의 기술은 위대하다. 하지만 마침의 기술은 더 위대하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p115
05. 우리는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친다
- 전환점을 통과하는 방법
그리고는 “1945년에 책이 나왔으니까, 이 사람이 스물네 살 때 처음으로 책을 썼군” 하는 식으로 추정해 본다. 내가 젊었을 때 이런 식으로 추정해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되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p117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었다. .. 변화는 지리적인 이동이나 고등학교 졸업 또는 부모의 이혼 등을 가리킨다. 전환은 학생들의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한다. 돌아보면 그들은 변화를 전환을 유발하고 표시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p120
공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열다섯 살에 배움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 자신을 세우고,
마흔 살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쉰 살에 하늘의 이치를 알고
예순 살에 모든 것이 편안하게 들리고
일흔 살에 무슨 행동을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p121
당시 나는 마흔 살이었고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었으므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p121
사물은 성숙기를 넘으면 스스로 부패한다. -노자
전환을 겪은 사람들은 세상을 의미심장한 다른 것으로 바로 보게 된다. 부모가 이혼한 후에 가족의 단단한 결속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거나, 첫 경험 이후 사람들을 성과 관련지어 보게 되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을 재정의하게 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p123
인생은 유일한 진짜 상담가이다. -에디슨 워톤
우리와 연관된 활동이 우리의 역할에 의해 이루어진 정체성과 위치에 너무 의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인생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유혹은 특히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심해진다. 그 시기는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오는 여정에서 역경을 겪으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신화 속의 오디세우스와 같다. p127
마법사 키르케는 그들이 처해 있는 위험에 대항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만 바위와 바위 사이의 좁은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그가 마침내 좁은 공간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익숙했던 자신의 오래된 현실과 행동에 다시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의 어려운 명령을 잊었다.
그녀가 나에게 전투 준비를 하지 말 것을 명령했을 때
나는 훌륭한 갑옷을 입고 손엔 두 개의 긴 창을 들었다.
그리고 갑판으로 걸아가 뱃머리에 섰다. p127
서구는 발전을 이미 있었던 것을 배우고 추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래된 지혜는 ‘발전’이 배움에 의해서가 아니고 우리 가졌던 것을 던져버려야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p128
『전도서』에서 전해지는 고대의 지혜는 삶과 죽음의 때가 있는 것은 피와 공기와 날씨를 조종하는 우주의 기본적인 교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동양과 서양은 전통적으로 이 순환의 변화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다. 동양의 종교는 전통적으로 순환의 끝쪽인 놓아버림의 특색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특별한 현실 안에서 만들어낸 정체성을 부숴버리는 데 도움을 주는 복잡하고 세련된 방법이 발달되어 있다.
반대로 서양은 새로운 사이클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전환의 단계(구체화, 구현, 현실화)를 이러한 순환 고리의 반대 측면에서 구하고 있다. 물론 문제는 동서양의 어떤 전통도 이 두 관점이 사이클을 완성하는 진실의 반쪽 요소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p129
동양도 편향성을 지니기는 마찬가지이다. .. 시작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환상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여기에서 ‘놓아버림’은 더 이상 역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최대한 오래 지속되도록 규정된 분리의 상태이며, 이 분리의 지속적인 흐름이 끊겼을 때에는 스스로 흐름이 살아나 계속 유지된다. p130
'특별한 기술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하는 방법만이 있을 분이에요. 이제 무게를 달아볼까요? 아니면 요리를 시작할까요? 하고 말했다. 라고 적고 있다.
서점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제공하는 정교한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삶의 기술을 익히고 싶은가, 아니면 삶은 살아가기를 원하는가? p133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군가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지...
-코코샤넬 p134
그 다음 각자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주고 나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다시 소개해 보라고 주문한다. .. 자신이 경험했던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 p135
나는 세 가지를 제안했다.
1) 표제 만들기 연습
2) 당신이 걸어온 길
3) ‘당신’이라는 이름의 강 p136
사람들은 의미 있는 것들을 놓아야 할 때 자연스럽게 반성하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게 된다. ... 놓아 버리는 행동을 통해 과거는 그들에게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 표제를 지을 때는 그 당시 당신의 삶의 정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사용해야 한다. p137
두 가지 질문을 하면서 그것을 보충하고자 한다.
첫째, 당신의 과거에서 중요한 전환을 겪었던 시점을 아무 때나 골라본다. 하나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과거에 당신이 진정으로 전환을 겪었던 때가 언제인가’
둘째, 이 순간 당신의 인생이 당신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시작하기 전, 잠시 시간을 가지고 현실에 대해 생각하라. p143
나의 삶의 어떤 영역에서, 나는 내가 항상 전환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환관리세미나에 참석한 한 참가자로부터 p144
발을 헛디디지 않고 상황을 바꿀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많은 전환들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행운이다. 바위를 타는 사람들이 나머지 한 손과 두 발을 바위에 단단히 고정한 채 한 번에 한 손만 사용하여 움직이는 것처럼,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전환이 일어나는 동안 자신의 삶의 나머지 부분들을 계속 잡고 있으면 언제나 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때 당신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어’라고 느끼며 혼돈이 당신의 인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p145
06. 결혼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다
- 전환점에서 사랑을 심화하는 방법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 어린왕자 중에서, 생텍쥐페리 The Little Prince, Antoine de Saint-Exupery p146
뉴잉글랜드 출신인 나와 캘리포니아 출신인 아내는 시작부터 하나가 되기 어려웠다. p147
나는 뻣뻣했고 합리주의자였으며,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그리고 논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외향적이었고 에너지가 넘치고 카리스마가 있는, 그러나 왠지 모를 그늘이 있는 여자였다. 사람들은 아내가 권력 있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p147
결혼은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이자 최고의 기회이다. -조셉 바스 p148
헨젤과 그레텔이었다. 특히 나는 결국 오븐 속에 갇혀버리는 헨젤의 신세와 같아서 지혜가 풍부한 그레텔이 없었더라면 아직껏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p148
모세에게는 아론이 있었다. 그럼 나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은 누굴까.
나는 그녀에게 1분 동안 그 책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결국 아내는 10분에 걸쳐 열심히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난 뒤에 관심을 갖는 분야의 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마도 아내는 내가 그런 식으로 대답하리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야말로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왜 우리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p149
결혼 이후, 아내와 단 한번을 싸워본 적이 없었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자랑이기도 했다. 가급적 대화를 통해 많은 것들을 해결했고, 또 육아문제와 재정문제 등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이 많이 닮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는 서로 꺼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싸우게 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차츰 대화는 시들해졌고, 일상의 문제들은 이제 별다른 논의가 없어도 원만하게 해결되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의 일과 나의 책들 속으로.
평행선상에서 살아가라고 가르침을 받은 나는 결혼한 사람과 마주보며 나 자신을 찾았다. 그때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가르치는 새로운 방법들을 경험했고, 다른 지방으로 이사한 후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p150
사이가 좋을 때는 그녀의 여행에 동승하는 것이 근사하게 느껴졌지만,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그녀가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이가 좋을 때는 카리스마 있는 그녀가 좋아 보였지만,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그녀가 막무가내인 것처럼 느껴졌다. p151
사람들은 항상 그녀를 강한 사람으로 여기고 그렇게 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을 연약하게 생각했다.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그녀에게는 끊임없는 고통과 착잡함의 근원이었다.
“왜 그 사람들은 내가 상처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우리만의 공간인 침대 위에서 그녀는 이렇게 항변했다.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니까 그렇지”
“당신은 내가 강하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당신은 진정한 내 모습을 보는 걸 자신한테 허락할 수 없는 거라구!”
그녀는 소리쳤고, 곧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p151
결혼은 잘 풀리지 않았지만, 별거는 탁월하게 작용했다.
- 캘리포니아의 한 부부에 대한 보고서 중에서, 리즈 스미스 p152
당시에는 부부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유로이 다른 성관계를 갖는 개방형 결혼이 사리에 맞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명의 파트너만으로 충분했기에 일부일처로 남기로 했다. p152
미래의 필연적 패턴으로 ‘연속적 결혼’이 더 흔해질 것이라고 했던 앨빈 토플러는 『미래 충격』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재 결혼 상태가 아니라, 그들의 결혼 이력이나 패턴에 관해 특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혼제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몇몇 관점들을 암시했다. ... 물론 그는 즉석에서 “운이 좋고 높은 지능을 가진 누군가는 결혼생활에서 오랫동안 일부일처를 유지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p153
우리 사이의 알력은 아내가 쓴 글을 내가 몰래 고치면서 표면으로 불거졌다. 심지어 나는 책이 풀판되고 난 뒤 아내가 책을 보고 당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뻔뻔스레 주장했다. 사실은 내 성격상 누군가와 협력하는 게 불가능했다. 글쓰기에 관해 내가 자기 주장이너무 강했던 것이 우리 사이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문제에 관해 아내와 감정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도 두려웠다. p156
내가 새로운 방향을 찾기 시작한 이래로 아내의 바람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자포자기 속에서 나는 떠난 자는 그녀를 멈출 수 없었지만, 내가 찾던 삶이었기에 나는 그곳에 머무르고자 했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면서 우리의 갈등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p157
그러나 그것은 내가 치료사들의 눈을 속인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입증한다. “당신은 당신에게 도전하지 않을 치료사들을 선택했어, 빌.” p158
내가 봤을 때 결혼의 한 가지 이득은
당신이 파트너와 사랑에 빠졌을 때,
다시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주디스 바이어스트 p160
아내는 그녀의 매력이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느껴질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두려움에 눌리는 것에 지쳤고, 그것을 극복하길 원했다. 아내는 그녀를 이해하기에 충분히 예민하며, 견디기에 충분히 강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조지는 그런 점에서 충분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p160
한 남자가 환자와 분석가 사이의 성적 관계에 관한 문제에 있어 ‘악마의 대변자(논의를 촉진시키기 위해 일부러 어떤 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로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옳지 않은 상황일까, 아니면 유용한 상황일까? 만일 그런 성적 관계가 실제로 치료가 끝나기 전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래도 그게 잘못된 것일까?”
... 아내는 그가 말한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나는 그녀가 말했던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 대화를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말할 게 있어. 나 조지랑 잤어요. 지금은 끝난 일이지만, 잠시 동안 성관계를 가졌어요.” p161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아내는 동의하지 않았다. 10년간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말할 방법을 찾았다. 그녀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으로 보여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녀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도움을 요청할 때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p163
나는 용서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용서의 대인 관계적 측면은 삶에 극히 중요하다. 용서는 우리의 결혼에 있어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여느 변화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우리가 발견했을 때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임을 알려주었다. p166
사랑이 있다면, 상처받은 신뢰마저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믿음보다 강하다.
그녀는 대부분 침묵했고, 내 손을 좀 더 꽉 잡았다. 아니면 그녀는 거의 피가 날 때까지 무심코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녀는 겨울 하늘 아래 내놓은 작고 벌거벗은 신생아처럼 스스로를 생각했다. 그녀는 노트에 이것저것 적어놓았지만 나는 절대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죽은 뒤 나는 그것을 태웠다. p166
한 인간이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 그것은 모든 임무 중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최후의 시험이자 증거인 것으로,
다른 일들을 위한 준비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p166
아내가 자신과 조지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처음 이야기했을 때 내가 느꼈던 환멸감을 극복했고, 각성이라는 더 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묶여 있던 마법에서 깨어났다.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사람을 진실로 바라보았고, 그녀의 아픔과 자기 거부 그리고 그녀가 갈망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하면서 나는 전에는 결코 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의 실체를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p167
07. 여행을 끝내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원형은 하천의 바닥과 같다.
물이 없어지면 말라버리고 말지만
어느 때라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원형은 오래된 물줄기와 같아서
삶의 물이 이곳을 따라 흐르며 땅을 파고 수로를 만든다.
물줄기가 오래될수록 수로는 깊어지며,
물은 잠시 없어졌다가도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
-칼 구스타프 융 p168
나는 결혼을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다.
첫째,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뒤로 수많은 여행을 했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정신 속에서 깊이 각인되어 있다. 둘째,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면서 여행은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전환의 모습을 뚜렷하게 포착한다. p169
신화에 관한 현대의 오해 중 하나는 신화 세계의 상상이 지금의 세상에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p170
짐 가방을 잃어버리는 순간 소풍은 ‘여행’이 되고 만다. p171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끝내고, 상실감을 느끼고, 놓아버린 후에 우리는 항상 낯선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중간지대는 결코 지도상에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거울 안 혹은 토끼 굴이나 옷장 뒤편에 존재한다. p174
그들은 지푸라기로 만든 뇌를 가진 허수아비와 심장을 제외한 나머지가 양철로 된 나무꾼, 그리고 사나워 보이지만 사실은 놀란 고양이와 같은 겁쟁이 사자였다. p174-175
이 모든 모험이 끝난 후 당신 안에 그 힘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마법사가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작 당신이었다. 당신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해답은 발뒤꿈치에 있었던 것이다. p180
그때로 돌아가보면 당신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당신은 ‘전환적 경험’이라고 하는 것을 아직 겪지 않은 상태였다. 처음 도착했을 때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면 그 모든 일들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정이 끝났을 때에야 비로소 당신은 캔자스로 돌아가서 초록색 들판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낡은 회색 집을 수리하고 흰색 페인트로 산뜻하게 칠도 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더 이상 늙고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메마른 땅에 비가 내려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났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서 새로운 생명력이 흘러나왔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p181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은, 지리적으로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저항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잊혀진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힘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여행이다. p181
여정의 행로에 희망이 없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실 단테의 희망은 고향 플로렌스로 돌아가거나 캔자스로 돌아가 살 수 있다는 환상과 비슷한 것이다. 하나의 삶의 양상과 그 다음 약상 사이에서 짐까지 들고 이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을 구한다는 환상이 바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p183
위대한 역사학자 아놀드 J. 토인비는 위대한 문명의 발상 역시 도전과 응전의 결과라고 말하며, .. “이들 영웅적인 개척자들은... 사람들에 의해 침투당하기 전에 계곡 바닥의 늪지대로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p184
여정에 관한 세 가지 생각
첫째, 각 여정은 상상했던 곳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얻은 것을 갖고 돌아와서 찾고 있던 것을 이곳에서 변형하여 보여줄 때 끝나는 왕복 여행이다.
둘째, 여정은 삶의 모든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삶의 전체에서부터 전환을 이루는 매 순간이 모두 여정을 경험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그것은 목적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길이다. p190
08. 나의 천직을 찾아내다
- 평생 먹고살 일
우리는 간단해 보이는 선택을 한다.
사람을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이웃을 선택하는 것.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것은 사람도 직업도 이웃도 아닌 인생이다.
- 제서민 웨스트 p201
나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지탱할 수단을 창조해 낸다는 깨달음으로 인해 내가 정말 괜찮은 이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데 나만 혼자서 여전히 공동체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마흔 살로 퇴직하기에는 너무 이른 무직자인 내가 있었다. p204
작은 계획은 세우지 마라. 작은 계획은 사람의 피를 끓게 할 수 없다.
-다니엘 H. 번햄 p208
타고난 일을 갖지 않고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일과 도구는 항상 존재한다.
- 제임스 러셀 로웰 p211
인텔에서 일하는 동안 그곳 직원들은 내가 전에 근무했던 회사 직원들처럼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 그러나 차츰 인텔에서는 정규적인 업무가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일반적으로 한 명이 2~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한다. 아무도 새로운 과제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거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방어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려고 싸우지 않는다. 인텔은 상당히 유연하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나 부각된 사안 처리를 위해 매우 신속히 그룹을 재련할 수 있다. ... 1990년이 되어서야 그것이 다른 조직과 사람들을 독립적으로 단기간 배정하여 수행하는 업무 프로세서임을 깨달았다. ... 모든 곳에서 빠른 스피드, 유연성, 신속한 혁신이란 동일한 결과를 낳았다. p212
물러서고 패배한 시간은 보다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울퉁불퉁한 길과 같았다. 내가 뒤에 남겨놓고 왔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진퇴양난에 빠지거나 길을 잃었던 순간이 여정의 다음 부분을 향해 방향을 잡기 위해 찾아야 했던 중간지대였음을 알았다.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인생의 다음 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리고 가야할 짐이었다. p217
09. 새로운 전환점에 서다
- 중간지대에서의 시간
우리는 변화를 아주 두려워하거나 과거의 방법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려움과 두려워하지 않음의 중간 정도에 서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공중 그네를 타고 있는 것과 같고 건조기에서 담요를 말리고 있는 라이너스(만화 ‘스누피’에 나오는 캐릭터로, 몸에 담요를 지니고 다닌다)의 심정과 같다.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p218
장례식이 끝나고 내 아이들과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때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불렀겠지만) 리모델링 중이었던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작별 인사를 하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p219
옥수수는 밤에 자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p219
은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는 중간지대를 설명하기 힘들다. p219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몇 주가 지나면서 뜻밖에도 예기치 못했던 의미 있는 자질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확실과 근심을 느끼게 될 때, 내면이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위조된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다. ...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상상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미래는 적당히 편안함을 느끼게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어떻게 가야 하는지 길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나를 항상 낙담케 했다. 내 머리에서 만드렁진 미래는 고정된 벽에 그려진 파노라마와 같은 것이었다. p227
소극적 수용력이란 원인과 사실에 민감해하지 않고 ‘불확실성, 미스터리, 의구심’ 등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p228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이 늙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p233
작은 등산로를 지나치면서, 아내의 재를 뿌렸던 곳에서 우리가 불과 몇 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이런 우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내가 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다른 여자와 있는 것, 그리고 이리도 서툴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p241
세상은 그 어느 것보다도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험은 너무나 많은 오랜 경험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새로운 생각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새로운 생각은 그 어떤 오래된 생각과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은 진짜 새로운 경험과는 함께 할 수 없다. -D. H. 로렌스 p241
바다에는 안내 표지판이 없다. -비타 색빌 웨스트 p246
결정은 증거와 논리의 기초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의지의 결과이다. .. 그러나 선택은 특별하고 독특하다. 선택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우리가 누구인가로 선택은 시작된다. 결정은 많은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선택은 단지 ‘예’ 또는 ‘아니오’ 두 개뿐이었다. 결정을 한 후, 결정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택의 경우 선택 자체가 시작이다. 결정은 우리를 주변인으로 만든다. 선택은 선택한 이를 그림의 중심에 둔다. 즉,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연적으로 실행한다. p247
스카이 점퍼로 맞바람을 느끼며 팔을 넓게 쫙 펴고 앞으로 기울인 채 높은 절벽의 가장자리에 서서, 바람 속으로 몸을 던져 땅에 닿을 때까지 하늘을 날아올라 수평선을 향해 비행하는 나를 상상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자유를 만끽했다. 이것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삶이다. 이것이 나의 선택이었고 인생이었다. p248
미리 인식한 목적에 맞는 성공을 서서히 만들어갈 때가 아니라 알지 못했던 목적을 차츰 발견하고 키워 나갈 때 인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조안나 필드 p249
상상력을 올바로 사용하면 대단히 혼란스럽고, 이상한 언어들에 둘러싸여 있는 현실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 미래에 대해 내가 할 일은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창조는 미래를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유산의 산물이 현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나무의 가지가 하나하나 앞으로 늘어뜨려지듯 미래가 활짝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가 가까워지면, 삶은 멈춘다. 그러나 근심하지 마라. -생택쥐페리 p250
일본인들은 자신의 문제로 명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근본에 자신이 순응함으로써 인생의 유연함으로 문제의 복잡성을 완화시키고 완전한 자유 상태에서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 p252
인생은 어떤 일이 다음에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죽음이 조금씩 다가온다. -아그네스 드 밀 p252
10. 나이를 먹으면 삶의 무대도 넓어진다
- 나이 듦의 미덕
나는 나이가 들고 나서야 내 젊음을 온전히 즐겼다.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영혼뿐이다. 젊음의 영혼은 모험을 즐기며 혼돈 속에 사는 젊은이보다 평온하게 사는 나이 든 사람에게 잘 깃들 수 있다. -조지 산티아나 p254
우리는 주기적으로 삶을 재충전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예전 사람들처럼 삶을 소진해 버리지 않아야 한다. 사회가 변화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삶의 전환점에서 인도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연장자가 부족하다. p258
연장자들의 가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연장자들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전환은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전환이라는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를 계발하여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p258
처음 알게 되었다가 차츰 예전의 실체를 실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되면서 알았던 것이나, 알게 된 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지식이 축척되는 것이다. p259
대부분은 진정한 변화는 과거의 방식을 조심스럽게 청산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거청산보다 지극히 미심쩍은 새로운 시작에 대해 칭찬하고 보상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 p262
연장자들이 전환의 방법에 대해 무지하지만 않았다면 젊은이들에 비해 확실히 이점이 많다. 연장자들은 변화의 삶을 통해 얻게 된 지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우리는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는 선택된 자들이며, 모든 세대가 그들의 지혜를 배웠다. 지혜를 터득하는 것은 지혜를 전달해 주는 사람과 그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된다. p264
나이가 나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나는 노년이 조용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열정적으로 변했다.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 p264
책을 쓰면서 회상해 보니, 직업을 갖고 가족을 이루었던 때 상당히 어린 나이였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 아내보다 나이가 많아 내가 더 성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에도 계속 성숙해져야 했다. p264
나쁜 요정을 초대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만,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진의는 나쁜 것을 배제하고 선한 것을 증대시킬수록 배제된 사악한 존재의 파괴적 힘만 증대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p265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놀랍게도, 부당하게 배제된 애서가 더 많이 화내지 않고 화해를 위해 찾아왔다. 이 이야기는 시인 릴케가 젊은 시인들에게 쓴 편지에 있는 시와 동일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를 겁먹게 하는 모든 것은, 가장 깊은 내면에서, 우리의 사랑을 원하는 무기력한 어떤 것이다.” p267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우리 자신 같아진다.
-로버트 앤서니 p267
그러나 나를 포함해 인류의 정신적 보배를 창조해 낸 다른 문화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었다. 여기서 저기로 갔다가, 저기에서 여기로 돌아왔다. 자연적 형태는 원이다. 도덕경에 ‘가는 것은 멀리 가는 것이고 멀리 가는 것은 돌아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p268
이 책은 내 삶의 몇 가지 면에서부터 선형적으로 나누는 형태를 따랐다. 특히 원인과 영향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시대순의 사건 정리 방법은 경력과 결혼에 대해 말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p269
나는 감정이 없는 나무토막 같았고 아내는 나의 마법사였다. 나는 이전에는 한 번도 심각하게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었으므로 아내를 마술이라 믿었다. 그녀는 나의 심장에 숨겨진 문을 어떻게 발견하는지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나를 변화시킨 것이다. p269
다시 한 번 그녀는 나를 지도해 주는 스승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스승이 되었다. p272
그 마지막 가르침은 죽음이었다. 그녀는 삶을 경험하면서 오랫동안 갈망했던 죽음을 오랜 친구처럼 맞이했다. p273
내 결혼 이야기는 물러남과 귀환의 동화이다. 고독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인간관계로 변화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은 다시 돌아왔다. p275
‘나는 조수석에 앉아 몇 분 동안 그녀를 기다리다가,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 운전석 쪽으로 옮겨 차의 시동을 걸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그녀는 나를 내 자신으로 돌아가게 했다. p275
인간의 계발이 인간의 어두운 면과 구불구불하면서도 유일한 특성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시대의 인생관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약 2,000년 전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너희는 완전해야 한다.” p276
여행의 은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것은 인생의 매 순간마다 짐을 꾸리고, 우리의 시도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무엇인가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켄터베리나 메카로 갈 수도 있지만, 사실 모든 여행은 순례이다. ... 그리고 모든 여행은 궁극적으로 귀향이다. ...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여행을 찾아 항해한다. 어디에서 여행을 시작했든지, 어디가 종착지이든지 여행의 진짜 방향은 깊이 있는 현실을 향한다. 핵심에 가까워질수록 방향은 혼란스러워진다. p278
‘자연적인 진행은 하나가 죽음으로써 새로운 삶이 진행되는 과정이다.’라는 말로 전환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좋겠다. p279
11. 인생의 새 장을 열다
- 끝은 새로운 시작
삶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다음 순간에 무엇이 올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는 때는 조금씩 죽음이 시작되는 때이다. -아그네스 드 밀 p280
하나의 끝에서 시작해 하나의 시작으로 끝이 날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환의 모습이 그러하기에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무생물은 시작하고 나서 멈추어버리지만, 자라고 성장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는 생물에게는 끝이 먼저 오고 시작이 다음에 온다. p280
내가 피하고자 노력했던 이 특별한 변화는 새로운 땅으로 나를 이끌었다. ... 나는 인생이 각 영역과 인생의 각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전환기를 지배하는 규칙은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체험하고 있다. p281
나는 미래와 갈등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미래가 내 삶이 되어가는 변화의 과정과 갈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시간은 내부적으로 그 모든 문제와 씨름하며 큰 선택을 했기 때문에 놀랍도록 풍성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결혼한 사람만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고, 새로운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p282
시간은 수선을 전문으로 하는 재봉사이다. -페이스 볼드윈 p283
가치 있는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풍자이다.
경전에 나와 있는 상징적인 삶의 모습처럼.
- 존 키츠 p291
노르웨이 동화에서 영웅은 세 가지 신호가 교차하는 곳에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여행한 그는 무사히 귀환할 것이다.’
‘이 길을 여행한 그는 돌아오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여행한 그는 되돌아오지 못했다.’
물론 그는 세 번째를 선택했다. -로라 심스 p296
Epilogue. 전환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시간
당신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즉 당신의 마음속에서 당신에게 진리인 것이
모든 사람에게도 진리임을 믿는 것, 그것이 천재성이다.
당신의 보이지 않는 확신을 말하라 그것이 우주의 감각이 될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p298
이 책은 내가 저술한 10권의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나는 처음 경험했던 때만큼이나 기억하기도 힘든 개인적인 경험을 모두 드러내야만 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 나의 경험에 일반화라는 옷을 입혀 대부분의 이야기를 감추어두었다. p298-299
소로가 자서전에서 말했듯이, 내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나는 다른 누군가를 이용했을 것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각각 다른 장에 실어서 서로 대비되는 방식으로 써나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제를 깊이 파고들수록 일은 더 어려워졌다. p299
첫 번째는 내가 아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나 오랫동안 오해받고 있다는 느낌에 우울한 날들을 보냈던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하나가 반으로 나뉜 것이었다. p299
게다가 이 책을 시작하기 전까지 글쓰기를 통해 내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게 될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나는 사랑이나 예술에 있어서 대기만성형이었다. 나는 평생 이 두 가지를 통해 마음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 p300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런 점들 때문에 나의 저술 활동이 의심스러웠고 그것을 방종이라고 보게 되었다. 특히 내가 출판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쓸 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아직도 그 글에 매달려 있는 거예요?”
이 질문 속에는 가족의 행복과 안녕에 좀 더 도움이 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미가 들어있었다. 아내는 나의 책들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글쓰기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p300-301
내가 심리치료사와 상담할 때 개인적인 어려움보다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을 듣고 아내는 내가 일을 해야만 한다는 문제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p301
나는 아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의 삶에 있어서 글쓰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내 관점에서 이해하고 감사해야 했다. 따라서 너무나 쉽게 자신을 저술가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글쓰기가 노동이라거나 출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회의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정체성을 찾는 행동이라 믿었다. 이것을 극복하면서 아내로부터 작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글쓰기가 자기발견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자기확신을 찾아가는 수단도 된다는 것을 말한다. p302
내가 다시 개인적인 전환에 관한 문제로 돌아왔을 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감동시키는 것인지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다. p302
무엇보다도 이 책을 쓰는 것은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 내 일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실마리였던가를 기억하게 만들어주었다. 중요한 전환점마다 나의 길을 비춰볼 글을 쓰곤 했다. p302
마침내 전환은 내가 원했던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것은 삶 그 자체였고 자연스럽게 여정을 굴곡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p303
우리가 일생을 통해 이루는 것은 서로 부딪치면서 ‘세상’이라고 알고 있는 또 다른 안전한 존재를 상실하는 것, 그러면서 새로운 시작에 한발을 내딛는 것이다. p307
3. 내가 저자라면
그의 나이 60대에 37년간 함께 해 온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그의 삶에 새롭게 찾아온 변화와 전환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다. 상당한 부분을 상실감에 대한 공감을 다루면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몇 개의 전환점이 되었던 결혼과 직장생활 등을 소재로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프롤로그와 11개의 chapter 그리고 에필로그로 전체적인 얼개를 구성했고, 각 장마다 부제목을 달았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전달 장치로 이해된다. 또한 각 문단은 관련된 ‘경구’나 ‘인용문’으로 시작해서, 압축적인 시작으로 글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 주제에 대한 객관적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아내 사후의 상실감에 대한 비중이 너무 많고, 객관적인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자서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독자층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경험과 관심 주제가 다를 수 있겠는데, 좀 더 젊은 층의 독자나 또는 흔히 40대의 인생전환기에 놓인 세대에게 눈높이를 맞추었다면, 결혼과 구직 등의 내용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몇 가지 공감을 끌 수 있는 사례 등이 가미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에필로그’를 통해 그는 이 책의 저술과정을 통해 그가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글쓰기 작업을 통해 자신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전환과 선택을 해갔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도 시간이 얼마쯤 더 흐른 다음 나는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 쓰게 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우리 부부관계에서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신뢰라고 생각했다. 특히, 나와 같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현실적으로 책임져야 할 많은 부담이 배우자에게 부담 지워져 있는 관계일수록 더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로부터 그 신뢰를 잃어버렸다. 상당 기간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사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내게 묻는다. 아내를 사랑하는가?
나는 여전히 답을 내지 못한다.
그러면 아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것은 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은 나보다 아내가 훨씬 더 결혼 생활에 성실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며(비록 그것이 내 관점에서 이견이 있다할지라도) 존중받아야 할 점이다. 또한 내가 아내에게 성심을 다해 소중한 존재로서 대해야 할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아내를 위해 커피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