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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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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일 03시 39분 등록

[북리뷰 21] Marco Polo 동방견문록

 

1. 저자에 대해서

마르코 폴로(Marco Polo,1254년~1324년)는 이탈리아의 탐험가이자, 《동방견문록》을 지은 작가.

 

선생님은 ‘저자에 대하여’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라고 하셨다. 그 의미가 뭘까.

글을 통해서 저자를 관찰하고, 느껴보려는 나의 시도들은 동방견문록에서도 계속 된다.

 

유럽인들에게 그의 저작은 어떻게 비쳤을까. 아니 그를 통해 본 동양의 세계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한 개인의 시각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때문에 그의 저작의 허구적 부분에 대한 시비나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용들, 상인으로서 그가 각 도시마다 인구, 종교, 특산품(특히 고부가가치의 사치품)에 주목하는 특징들 그리고 인도네시아 일대에 그려진 원주민들에 대한 문명인의 편견, 식인 풍습에 대한 과장 등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충분히 허풍이라고 오해받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여러 차례의 인쇄본이 나오면서, 객관적 자료들과의 비교를 통해 연도며, 사실과 다른 기록들이 따로 정리되는 것은 굳이 <동방견문록>의 가치를 훼손하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어찌되었든 당시 유럽인의 한 사람이자, 이탈리아의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3세기의 유럽, 신학이 과학을 지배하던 시기,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당연스럽게 믿었던 사람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세계와의 교류에 일찍 눈을 떴던 베네치아. 다른 세계보다는 자유롭고 개방적이었을 것이다. 특히, 상인은 직업적인 이유에서라도 그러한 개방적 태도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가 신학자나 수도사가 아니라는 점이 훨씬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이슬람이나 우상숭배로 표현된 불교 및 토속신앙들은 아주 미개한 사악한 것으로 폄하되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호기심도 강한 사람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관찰력도 뛰어난 사람이다. 각 도시마다 사람들을 움직이거나 지배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도 잘 아는 사람이다.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그의 조부의 선택이 그에게 운명적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그는 그의 운명을 즐기면서 세상에 큰 유산을 남긴 사람이다. 글쟁이를 동경하는 한 사람으로써 부러울 따름이다.

 

2. 가슴에 무찔러드는 글귀들

 

서장

“콘스탄티노플로 되돌아가도 상품을 팔 수는 차라리 길을 동방으로 돌려서 앞으로 더 나아가 보자. 그럼 혹시 길을 돌아서라도 귀국할 수 있을지 몰라.”

이리하여 그들은 채비를 갖추고 볼가라를 출발하여, 서북 타타르 인의 영주 바르카 칸이 지배하는 땅의 동단에 위치하는 우카카 거리로 향했다. 이어 다시 우카카를 뒤로 하고 티그리스 강을 건너 17일이나 걸리는 대사막을 횡단하게 되었다. p13

 

우선 첫째로 ‘그리스도교 나라의 여러 황제에 대해서 그들이 어떻게 하여 정의로운 정치를 행하고 있는가라든지, 출진 모양은 어떠하냐’라든지, 그 밖의 여러 활제의 품행 전반에 걸친 것이며, 이어 여러 국왕의 일에서부터 제후, 영주의 일에 관한 질문이었다. p15

 

대칸은 교황이 현자 100명을 보내 주길 바랐다. 현자란 그리스도의 교법에 밝고 칠예에 정통한 사람으로, 우상 숭배자나 그리스도교 이외의 신자들과 논의를 주고받아 그들의 교의가 결코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니며, 그들이 집집마다 모시고 예배하는 우상은 모두 악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논증할 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뜻했다. ... 대칸은 또 예루살렘의 성묘에 켜져 있는 램프에서 성유를 조금 갖고 돌아오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폴로 형제를 사절로서 교황에게로 파견한 대칸의 목적은 실로 이와 같았다. p16

 

그들에게 황금 패자를 하사했다. 이 황금 패자만 있으면 가는 곳 어디서나 필요한 숙소와 말이 공급될 뿐만 아니라, 한 도시에서 다음 도시에 도달할 동안에 호위병까지 주어진다. p16

 

니콜로와 마페오 두 사람은 마르코와 함께 말을 타고서, 여름을 넘기고 겨울을 보내는 긴 여행 끝에 마침내 대칸의 궁정에 도착했다. p21

 

출발할 때 배에 오른 인원은 선원을 제외하고도 확실히 6백여 명은 되었는데, 항해 도중에 많은 사람이 죽어 도착시에는 겨우 18명이 남았을 뿐이었다. p25

 

‘영원한 신의 조력을 받아 칸의 명칭은 존중되고 칭찬받을지어다. 명령에 배반하는 자는 죽음으로써 죄를 갚고, 일족은 멸할 것이다.’ ... 새겨진 문구의 의미는, 칸이 모든 영역에서 니콜로 등 세 사신에게는 칸을 대하는 것과 동일한 존경과 봉사를 제공할 것과, 필요한 모든 말이나 식량, 호위병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명령은 그대로 이행되어, 그들은 칸 영역 내 어디에서나 자유자재로 말이나 식량, 그 밖에 모든 필수품을 공급받았다. p26

 

제1장 서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를 횡단

 

이 소아르메니아 왕국을 둘러싸고 남방에는 ‘약속의 땅(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가나안 땅)’이 지금은 이슬람 교도의 수중에 떨어진 채 이어져 있다. p34

 

이 나라 중앙부에는 컵 모양의 고산이 있는데, 산 정상에 방주가 안착했다는 전설이 있어 ‘노아의 방주 산’이라 불린다. p36

 

성 레오나르도 수도원이 있다. ... 이상하게도 이 호수의 고기들은 사순절 첫날이 오기까지는 크든 작든 한 마리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사순절이 되면 어디서부터인지 고기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이후 부활절 토요일, 즉 부활절 저녁까지는 고기가 넘칠 듯 많다가 다시 전혀 그 자취를 볼 수 없다고 한다. p38

 

이 왕국의 산간부에는 쿠르드라는 다른 종족이 있다. 대부분은 네스토리우스파, 아곱파 그리스도 교도이지만 일부는 마호메트를 신앙하는 이슬람교도이다. 그들은 호전적이고 사악하며, 대다하여 상인을 마구 약탈한다. p40

 

홀라구는 칼리프를 연행하여 그 금고 속에 가두고 음식을 주지 말라고 명령했다.

“칼리프여, 자아 마음놓고 실컷 그대의 재물과 함께 있도록 하라.”

금고 속에 갇힌 칼리프는 나흘째 되는 날 마침내 그 속에서 굶어 죽고 말았다. p42

 

당시 발다크의 칼리프가 그리스도 교도를 몹시 싫어하고 미워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영내의 그리스도 교도를 모두 이슬람교로 개종시키려고 밤낮으로 생각하였다. 만약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p44

 

단식 수행을 똑바로 하고 계율을 어기는 일 따위는 무엇 하나 한 일이 없으며, 교회에는 매일 빠짐없이 나가 미사에 참례하고 항상 자기 시가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 그는 평소 복음서에 있는 ‘만약 그대 눈이 그대를 혼란케 하여 죄에 빠뜨리게 한다면 그 눈을 후벼 내어 장님이 돼라. 그러면 눈 때문에 죄와 접하는 일이 그치리라.’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p47

 

이 여자의 다리와 발끝을 한 번 보고는 유혹에 사로잡혀 자기도 모르게 욕정에 가득 찬 눈을 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신을 팔지 않고 간신히 부인을 돌려보냈다. 여자가 가게를 떠나자마자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나는 이 얼마나 신앙심이 모자라는 인간일까. 대체 무슨 생각을 했단 말인가. 그래, 나에게 죄를 짓게 한 이 눈으로 그 죗값을 치루리라.’ ... 이리하여 이 구두장이는 스스로 한쪽 눈을 없애버린 것이다. 참으로 이 구두장이는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p47

 

그것도 다 그들의 예언자 마호메트의 교법이, 이교도에 대해서라면 어떤 재난을 가해도, 또는 그 물건을 약탈하더라도 결코 죄가 되지 않는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대로 만약 이슬람 교도가 그리스도 교도에게 살해되든가 또는 다치기만 해도 순교라고 간주하였다. .. 이러한 사실은 이 지방 이슬람 교도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의 이슬람 교도도 마찬가지이다. p50

 

샤베에서 사흘 길이 걸리는 곳에 칼라 아타페리스탄, 즉 배화교도의 도시라는 데가 있다. .. 옛날 이 고장의 세 임금이 그때 마침 태어난 예언자에게 가서 예배하고 찬양하기로 하여, 저마다 황금, 유향, 몰약 세 가지를 공물로 지참했다. .. 에언자가 태어난 곳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가장 나이가 많은 임금이 찾아가서 알현했다. ... 이리하여 세 임금이 나란히 아기 앞에 섰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기는 태어난 지 겨우 13일의 순진한 갓난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 임금은 아기에게 예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바쳤다. p52

 

이슬람 교도의 기도시간

‘오후의 긷 시간을 잊은 자는 그날의 과실을 잊는 것과 같고, 한곳에 모여 기도함은 각자 떨어져 기도하는 것보다 스물다섯 배나 값어치 있는 것이니라.’ p57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 중에는, 이슬람 교도의 계율에서는 술을 금하고 있으니 그들은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이슬람 교도들은 그 금주 계율을 다음과 같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술을 불에 얹어 조금이라도 증발해서 단맛이 난 다음에 마시면 계율을 어기는 일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것을 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p58

 

"여러분, 우리나라와 근접해 있는 페르시아 여러 왕국에서는 어디서나 그 주민이 사악하고 불실한 자들뿐이라 늘 서로 싸우며 죽이고만 있소.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주민이 서로 한집안 사람처럼 돕고 아직 한 번도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소. 도대체 이것은 어떤 이유에 의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도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소." 이에 현인들은 그 원인이 토양의 차이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p59

 

케르만을 떠난 뒤 7일 동안은 아주 지리한 기행만 계속된다. 처음 사흘간은 아무 데서도 마실 물을 발견할 수 없다. ... 이 길을 여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마실 물을 휴대해야 한다. 짐승조차 이 땅의 물은 싫어하며 좀처럼 마시려 하지 않는다. 짐승도 너무 갈증이 나면 할 수 없이 이 물을 마시지만, 설사가 나는 것은 인간의 경우와 전혀 다름없다. 이 사흘 동안 한 사람의 주민도 눈에 띄지 않고 땅은 건조하고 황폐화되어 있다. 짐승이라도 요긴한 먹이를 무엇 하나 찾지 못하므로 서식할 도리가 없다. 나흘째가 되면 비로소 지하로 흐르는 강을 만난다. p67

 

이곳의 광활한 대평원에는 ‘아르브르 솔’, 즉 그리스도 교도가 ‘시든 기적의 나무’라 부르는 나무가 있다. .. 이 나무 주변에는 약 16km 저쪽에 나무가 조금 있을 뿐 사방 160km 이상에 걸쳐 다른 나무가 없다. p68

 

아브라함 대부터 줄곧 성지에 있던 커다란 떡갈나무는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같이 시들어버렸는데, 뒷날 성지가 이슬람 교도의 손에서 회복되어 이 거목 밑에서 미사가 집행되자 갑자기 살아났던 것이다. 이 기적에 의하여 이슬람 교도나 유대 교도 가운데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는 자가 해마다 늘어간다. 이것이 ‘시든 기적의 나무’에 얽힌 전설이다. 호라산 남부의 이 고장에 우연히 커다란 회양목이 있어 그것이 ‘태양수’ ‘시든 기적의 나무’라고 억지로 붙여진 것이다. p86-87

 

이 궁전에서 연출한 이러한 광경이야말로 마호메트가 그 교동에게 설파한 천국의 경지, 즉 천국에 태어나는 자는 포도주, 우유, 꿀, 담수의 흐름을 바라보며 마음대로 미녀를 손에 넣어 만족할 만한 쾌락에 빠질 수 있다는 바로 그대로의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마호메트가 이슬람 교도에게 말한 천국 그대로를 본뜬 궁전이었다. 그 결과 이 땅의 이슬람 교도들은 마음 속 깊이 이 궁전이야말로 천국임이 틀림없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 궁전에 들어갈 수 있는 자는 오직 이 노인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즉 그가 자객으로 만들려고 하는 젊은이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 이들 젊은이들은 평소부터 잘 길들여져 있었으므로, 예언자 마호메트가 설교한 대로의 천국이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확신하고 있기도 했다. p69

 

이 일파는 해시시(hashish)라 불리는 대마로 만든 마약을 사용하여 자객을 양성하고, 자극제로 이용하여 자객을 흥분시켰다. 그들은 누군가를 암살할 때 삼노끈으로 모글 조르기도 했다. 현재에도 assassin이란 말이 암살자를 뜻하여 사용되는 것은 이 해시시를 어원으로 하는 것이다. p87

 

‘산속 노인’은 크고 화려한 궁전을 짓고 호화롭기 그지없는 생활을 보내며 소박한 주민에게 그야말로 틀림없는 진짜 예언자라고 믿게 했다. 주민들은 그를 진짜 예언자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p70

 

노인은 어디서 왔는가를 묻는다. 젊은이들은 천국에서 왔노라고 대답한다. 거기야말로 마호메트가 그들의 선조에게 약속한 천국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며 어떤 곳인지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자 아직 그곳에 가본 일이 없는 자들은 자기들도 꼭 이 천국에 가고 싶다는 욕망에 죽음도 불사하겠다고 고대하는 것이다. p70

 

한편 ‘노인’은 파견한 자객들 모두에게 각각 한 사람씩 남몰래 감시인을 붙여 보낸다. .. “다시 한번 너희들을 저 천국에 보내려고 이 사명을 맡기는 것이다. 자아 가라, 단지 아무개를 죽이기만 하면 된다. 만일 너희가 실패하여 죽는 일이 있어도 천국에는 틀림없이 갈 수 있다.” p71

 

때는 서력 기원 1262년 전후였다. 노인의 영토는 몽케 칸의 형제인 훌라구 칸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노인의 모든 악행을 알아차린 타타르 영주 훌라구 칸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평정하리라고 결의했다. ... 공격하기를 3년 남직해서 겨우 함락했다. .. 성채는 함락되어 산속 노인, 즉 알라오딘은 그 부하와 함께 사형에 처해진다. 이 노인은 멸명한 이래 그의 뒤를 잇는 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 노인과 그 부하 자객단은 지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p72

진짜로 지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춘 것일까. 각 국의 정보기관, 애국이나 성전으로 이름으로 자행되는 살인, 암살, 전쟁. CIA나 헤자드... 과연 노인과 그 부하 자객단은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제2장 중국의 서북 변경

 

그들은 이슬람 사원에서 훌륭한 석재를 가져와 교회당 지붕을 받치는 중앙 기둥의 주춧돌로 사용했다. 그런데 그 뒤 얼마 안가서 이 차가카이 왕이 죽었다. 이것을 본 이슬람 교도들은 그 석재가 교회당 원주 주춧돌로 사용된 것을 평소부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이때다 싶어 모두 모여 의논한 결과 우격다짐으로 되찾기로 결의했다. ...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성 요한의 영험함이 나타나 교회의 기둥이 세 뼘 정도가 떠올라, 주춧돌과 기둥 사이가 벌어진 것이다. 주춧돌을 가져가기 쉽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둥은 오늘날까지 떠오른 채로 있다. p91

 

기혼 남자가 아내를 남겨 두고 홀로 여행길에 나설 때, 만약 떠나 있는 기간이 20일을 넘으면 그 아내는 남편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한다. 이것이 이 고장 습관이니 별로 핀잔을 받지 않아도 되고, 한편 그 남편 쪽에서도 가는 곳마다 다른 아내를 갖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p92

 

유체가 화장터에 당도하면 친족들은 손에 종이로 만든 사람, 말, 낙타, 양 및 베잔트 금화 크기의 화폐를 들고 이것을 유체와 함께 태워버린다. 이것도 내세에서 지금 태운 것만큼의 노예, 짐 싣는 짐승, 양 떼, 화폐를 사자가 소유하리라는 신념에 기인한다. 또 유체를 화장터에서 다룰 때에는 유체 앞에서, 갖고 있는 모든 악기를 사용하여 주악을 울린다. p95

 

처음 보는 사람이 숙박을 청하여 집에 찾아오면, 집 주인은 기꺼이 손님을 맞이하여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해 주도록 아내에게 명령하고 자기는 곧 외출하여 자기 일에 열중한다. 2~3일 동안 교외에 나가서 자며 손님이 필요한 모든 물자를 무상으로 보내온다. 그동안 손님은 쭉 그 집에서 아내와 단둘이 기거하며 마치 자기 아내인 양 그녀와 동침하고, 하고 싶은 대로 둘이서 갖은 환락을 다한다. .. 카물 인의 남편이란 자는 누구나가 모두 그 아내의 간통을 알고 있는데, 기묘하게도 그들은 전혀 이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카물의 여자는 여하튼 미인이며 명랑하고 음탕하다. p98

 

그런데 로마에는 이 샐러맨더 천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그것은 대칸이 폴로 형제를 교황에게 사절로 파견했을 때 전한 증여품이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한 수의를 이것으로 싸도록 하라는 배려에서였다. 이 샐러맨터 천에는 금 문자로 이렇게 적혀 있다.

“그대는 베드로니라. 나는 이 반석 위에 나의 교회를 지으리.” p100

 

점성사들은 저마다의 비술을 써서 점을 쳐 보았는데, 이슬람 교도는 결국 올바른 예측을 낼 수 없었고 단지 그리스도 교도만이 진상을 잘 간파할 수 있었다. p107

 

이것으로써 그리스도 교도야말로 진실을 알리는 자라고 생각한 칭기즈 칸은 그 뒤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인정하고 후히 대접하게 되었다. p107

 

사망한 이들 칸의 유체가 이 산에까지 운반되어 올 때, 예컨대 그것이 40일 전후나 걸리는 긴 시간이더라도 그 도상에서 서로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승에 가서 주군을 섬기도록 하라’는 말을 듣고 누구나가 다 가차없이, 유체를 호송하는 종자()의 손에 참살되는 일이다. 참살된 사람들은 틀림없이 명부에서 그 주군에게 시종 들 것이라고 타타르 인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 몽케 칸이 사망했을 때에는, 호송되는 유해를 만나 살해된 사람의 수는 실로 2만 명 이상에 달했다. p109

 

타타르 인의 습속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하늘에 계신 일신의 존재를 믿고 매일 이에 분향 예배한다. 이 신에게는 단지 건강과 지혜를 빌 뿐이다. 이에 대해 토지신으로서는 ‘나티가이’라 부르는 신이 있어 어린이, 가축, 수확을 수호한다. 나티가이 신에 대한 숭배 신앙은 대단하여 누구든지 자신의 집에 모시지 않는 자가 없다. p110

 

만약 어느 한 집안의 아들을, 또 다른 집안은 딸을 그들이 어릴 때라든가 혹은 결혼할 때 잃었다면, 두 집안은 죽은 아들과 딸을 결혼시켜 사돈관계를 맺는다. 이 경우 그들은 실제 그대로 죽은 딸을 죽은 아들의 새색시로 삼게 하고 결혼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런 뒤에 그들은 이 계약서를 태워버리는데 그때 하는 말은 이러하다.

“하늘에 피어오르는 연기는 틀림없이 저승의 아이들에게 닿으니, 그것으로 둘은 결혼 사실을 알고 서로 부부임을 자각할 것이다.” p114

 

여기에는 또 아르군(argon)이라 부르는 종족이 살고 있다. 아르군이란 ‘잡종’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은 텐둑의 우상 수배자와 이슬람 교도의 혼혈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 지역 주민 가운데에서 가장 용모도 단정하고 총명하며 장사 솜씨가 있다. p119

 

그리고 또 그들에게는 이런 풍습조차도 있다. 즉, 사형을 선고받고 관리 손에 처형된 자가 있으면 그 시체를 갖고 돌아와서 요리해서 먹어버린다. 그러나 천수를 다하여 죽은 인간이면 먹는 일이 없다. p124

 

박시와는 다른, 센신(sensin)이라 하여 교파를 달리하는 수도사가 있다. 그들은 계율을 좇아 엄격한 금욕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생활의 엄격함이란 대개 다음과 같다. 그들은 평생을 통하여 밀기울 이외는 입에 대지 않는다. .. 그들은 이와 같이 밀기울만을 먹으면서 거기다가 연간 며칠씩 단식을 한다. 그들이 섬기는 우상은 다양한데 때로는 불을 숭배하기도 한다. p125

 

센신은 절대로 아내를 맞이하지 않는다. 두발고 수염을 깍아버리고, 베로 만든 흑색 또는 황색 옷을 걸치고 있다. 때로는 명주로 옷을 만드는 일이 있어도 색깔만은 같은 흑색과 황색 두 색깔에 한정되어 있다. 그들은 나무 선반 위에 돗자리를 깔고 잔다. p126

 

제3장 쿠빌라이 칸의 통치

 

두 군 모두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을 무렵, 우선 태칸의 나카르가 우익에서 시작되어 이어 좌익으로 울려 펴졌다. 나카르가 다 울리면 이제 아무런 유예도 용서되지 않는다. p138

 

나얀은 사형에 처해졌다. .. 우선 그는 융단으로 꼭 감긴 다음 여기저기 무자비하게 얻어맞고 살해되었다. 이러한 방법은 대칸의 혈연자는 누구나 피 한 방울이라도 대지에 떨어져 태양에 쬐게 하고 공기를 쏘이게 하면 안 된다는 금기에 의거한 일이다. p140

 

이 우롱 조소의 소리가 너무 높았으므로 그만 대칸의 귀에 들리고 말았다. 대칸은 어전에서 십자가를 조롱한 사람들을 몹시 힐책하는 한편,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그리스도 교도들을 불러 위로하며 말했다.

“그대들이 믿는 신의 십자가가 나얀을 가호하지 못했더라도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항상 십자가란 선을 행하게 되어, 그가 행할 수 있는 바는 반드시 선행이나 바른 행위로 한정된다. 나얀은 주군에게 칼을 들이댄 불충한 반역자이므로 이러한 비명의 죽음을 당하는 것이야말로 정당한 것이다. 그대들 신의 십자가가 정의를 배반한 나얀을 비호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당연한 일, 이것으로 십자가는 선이며 조금이라도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p140

 

이 의식은 크리스마스나 부활제같은 그리스도 교도의 주요한 제전에서는 언제나 거행되었다. 그러나 대칸은 이슬람 교도, 우상 숭배자, 유대 교도의 주요한 성절에도 마찬가지로 성대하게 의식을 열어주었다. 언젠가 그 이유를 질문받은 일이 있는데,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온 세계 사람들에게 찬탄을 받고 숭앙되고 있는 네 사람의 예언자가 있다. 그리스도 교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들의 신이라 하고, 이슬람 교도는 마호메트라고 한다. 유대인은 모세라 하고, 우상 숭배자는 사가모니 부르단, 즉 최초로 우상이 된 인물(석가모니)을 들고 있다. 나는 이 네 사람을 모두 골고루 존경하고 숭앙한다. 더욱이 네 명 중에서도 신위가 가장 영묘하고 또한 최고의 진리를 갖춘 한 분에 대해서는 특히 존경하며 줄곧 그에게 나를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대칸의 언동으로 생각해 보건대 그는 그리스도교야말로 최선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 그런데도 그는 그리스도 교도 앞에서는 구태여 스스로 십자가를 걸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리스도와 같은 비범하고 위대한 인물이 이 십자가 위에서 사형당하였기 때문이다. p141-142

 

또 이들 우상 숭배자들은, 그들이 행하는 법술은 모두 그들 자신의 신성함과 그들이 신봉하는 우상의 영위 덕택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도대체 짐이 이들에 대해서 뭐라 대답할 수 있겠는가. p143

 

이 패부는 대칸 자신과 그야말로 똑같은 권능을 허용해도 상관없는 중신에 한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해청패를 가진 자라면 가장 높은 신분인 황태자의 부하 병사 모두를 자기 호위병으로 제공 받을 수도 있고, 또 사자를 보내려고 하는 경우에도 만약 그럴 마음만 있으면 국왕의 말이라도 징발할 수 있다. p144

 

아름다운 딸을 두고 있는 어버이들은 대칸이 은혜를 베풀어 어떻게든지 딸이 궁중에 들어가게 되기를 바라고 오히려 몹시 기뻐하여 축복까지 하는 형편이다. ... “만약 내 달이 좋은 별자리의 행운을 갖고 태어났다면 대칸이 꼭 딸의 운세를 확 터서 고귀한 사람에게 시집보내 줄 것이다. 어버이면서도 우리 신분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폐하께서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딸이 버릇없이 굴든가 또는 무슨 일로 해서 딸과 사이가 좋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딸의 별자리가 나빠서 이렇게 된 것이다.” p148

 

이 성벽 남면에 다섯 개의 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앙의 문은 특히 크다. 이것은 대칸의 출입이 있을 때만 열린다. 이 좌우에 각각 한 개씩의 작은 문이 있는데 주민의 통용문으로 쓰이고 있다. 나머지 두 문은 이보다 훨씬 크고 중앙 대문 양쪽에서 구석부터 열리며, 이것도 일반 주민의 통용문으로 쓰인다. p149

 

성 밖은 어느 성문을 나가도 곧 널따란 성의 거리로 되어 있다. 이들 성밖 거리는 모두 다 전면적으로 인가가 붐비고 있어서, 각 성문 밖의 시가는 서로 좌우 접속해 한데 어울려 있다. .. 이들 성 밖 거리에는 성문을 떠나 약 1.6km 되는 곳에 큰 여관들이 있어 각지에서 찾아오는 상인들이 이곳에 숙박한다. ... 신도시와 구도시에서는 2만 5천명이나 되는 창녀가 금전 때문에 매춘하고 있다. ... 즉 대칸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사절들은 언제나 조정의 비용으로 타이두에 머무는데-이들 사절들은 극진한 대우를 받는다-이 경우 반드시 밤마다 창녀 1명씩을 이 사절단 각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이들 창녀 감독의 임무이다. 창녀들은 무상으로 매일 밤 번갈아 그들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이것은 그녀들이 대칸에게 바치는 의무적 부역에 해당한다. p158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을 죽여 버리려고 생각하면 도리에 맞든 맞지 않든 대칸에게로 가서, 이렇게 주상하는 것이 예사였다.

“폐하, 누구누구든 이러이러한 연유로 폐하를 배반하였으니 사형에 처하심이 지당한 줄 아뢰오.”

그러면 대칸은 으레 다음처럼 대답했다.

“좋도록 조치하라.”

그러면 그 사나이는 곧 그의 손에 사형되고 만다. 이렇게 아크메트가 전권을 자행하고 게다가 대칸이 그의 한 마디면 무엇이든지 들어 주었기 때문에 그에게 거역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p159

 

옥좌 위의 왕저를 향해 활을 쏘아 단번에 그를 사살하는 동시에 부하를 소집하여 천추를 포박하고 곧 도성 안 구석구석까지 포고를 내렸다.

“밖에 있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사형에 처할지어다.”

카타이 인들은 타타르 인에게 이 음모가 발각되어, 그 주모자 한 사람은 죽고 다른 한 사람은 체포되어 결국 아무도 지도하는 자가 없어졌음을 아자 모두 집 안에 틀어박혔다. 때문에 약속대로 봉화를 올려 나머지 여러 도시에서 반란을 일으키게 할 수가 없었다. p162

 

대칸은 이 사건이 있은 뒤 ‘이슬람 교도이기만 하면 어떤 죄라도 용서되지만, 그 신앙을 좇지 않는 자라면 죽여도 무방하다’고 하는 이슬람교의 지긋지긋한 교리에 대해서 생각한 끝에, 그 가증할 아크메트와 그 여러 자식이 수많은 죄를 스스로 범하면서도 그것을 죄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닫고 이슬람교를 몹시 천대시하고 또한 혐오하게 되었다. p163

 

대칸은 국가 통치를 위하여 1만 2천기로 구성된 금위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케시탄이라 불리고 있는데, 번역하면 ‘군주에게 충성스런 기사들’이란 뜻이다. 물론 대칸이 이 금위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무슨 두려운 적이 있어 그에 대비하려는 것은 아니며, 황제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p164

 

원단에는 대칸 이하 여유가 없는 자를 제외한 그 나라 백성 모두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흰 옷을 입는 것이 관습이다. 흰 옷은 좋은 것, 길조의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p168

 

“신의 비호가 영원히 대칸 위에 있어 기쁨과 행복이 끊이지 않기를.”

예관장이 앞서 말하면 모두 그 뒤를 따른다.

“신이여, 그처럼 해 주소서.”

이어 예관장이 외친다.

“대칸의 국토가 날로 넓게, 날로 번창하여 무궁하며 신민 모두 편안하게 은총을 받고 이해는 풍족하게 만물이 모두 번창하도록 해 주소서.”

“신이여, 그처럼 해 주소서.” p170

 

대칸 앞에 호랑이 한 마리가 끌려 나오는데 대칸을 보자마자 호랑이는 마치 공순한 뜻을 표명하는 듯이 그 자리에 엎드리는 것이다. 호랑이마저 대칸을 군주로 생각한다고 해석되지 않을까. 쇠사슬도 아무것도 매이지 않은 채 호랑기가 대칸의 어전에서 웅크리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할 만한 광경이 아닐까. p171

 

중신들의 매도 그렇지만 대칸 소유의 매에는 소유자, 관리인의 이름을 기록한 은으로 만든 꼬리표가 다리에 매어져 있다. 매를 붙잡아도 곧 누구 소유인가를 알게 되어 본인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 만약 누구의 매인지 판명되지 않을 때에는 ‘불란가치(bulangazi)’, 즉 ‘유실물 보관계’라는 관리에게 인도된다. .. 만일 그 습득자가 곧 신고하지 않으면 도둑으로 벌을 받는다. ... 무슨 물건이든 관계없이 습득한 자, 잃어버린 자는 곧 이 관리의 소재를 알 수 있다. 유실물은 발견되면 반드시 소유자에게 반환되도록 되어 있다. p176

 

우선 뽕나무라 해서 그 잎이 누에의 먹이가 되는 나무껍질을 벗겨 온다. 이 나무껍질과 나무 줄기 사이에 있는 엷은 내피를 벗겨 내어 잘게 째서, 아교를 가해 풀같이 찧어서 종이 모양으로 편다. 만들어진 얇은 종이는 검은색을 띤다. 종이가 만들어지면 여러 가지 크기로 재단한다. ... 이들 지편에는 대칸의 옥새가 일일이 찍힌다. 여하튼 이렇게 만들어진 토오하는 모두 순금이나 순은의 화폐와 똑같은 값어치로 발행된다. ... 만약 이것을 위조하는 자가 있으면 사형에 처한다. 대칸은 온 세계의 화폐를 모두 이것과 교환할 수 있을 만한 거액까지 이 통화를 제조하고 있다. p183

 

이 12명의 중신이 소속하는 관부를 ‘타이’라 한다. 즉 ‘최고심의회’라고 번역할 수 있다. 확실히 그 이름과 같이 이 관부의 권위는 대단하여, 대칸의 권위만이 이를 능가할 뿐이다. ‘타이’에 소속하는 이들 중신 외에 대칸은 또 그 위계가 높은 12명의 중신을 임명하여, 이에 천하 34행정구의 정무를 위임하고 있다. .. 우선 첫째는 앞에 적은 행정구의 총독을 임명하는 권한이다. 다음에는 어느 관직에 적임이라고 인정한 인물을 임명하는 권능이다. p186

 

‘타이’와 ‘솅’은 함께 모든 관부에 상위하며 단지 대칸만이 그 위에 선다. 그러나 뭐라 해도 ‘타이’가 군정, 군사의 총할 임무를 띠고 있으니, 둘 사이에서 보다 지위가 높고 보다 권한이 크다고 간주할 수 있다. p186

 

제4장 윈난으로의 사절행

 

이윽고 프레스터 존은 금왕에게 가축을 돌보라고 명했다. 금왕이 가축 관리인이 된 경위는 이와 같다. 프레스터 존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순전히 금왕에 대하여 그가 품고 있었던 원한에서이며, 그가 얼마나 금왕을 경멸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이 얼마나 무가치한 존재인가를 금왕 스스로 납득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금왕은 엄중한 감시하에 도망할 수도 없는 채 가축 돌보는 일을 계속했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프레스터 존은 금왕을 불러내어 화려한 옷을 내리고 융숭히 대접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왕이여, 이제 그대는 내게 도전할 수 없음을 알았는가?”

“나의 주군, 그야말로 말씀대로입니다. 감히 폐하께 대항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습니다. 아니, 이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대가 그렇게 말하니 더는 물을 것이 없소. 이제부터 그대가 신복의 정성을 다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리다.”

프레스터 존은 금왕에게 말과 무기를 내리고 또한 종자까지 붙여 돌아가도록 했다. 금왕이 왕국으로 돌아온 뒤로 두 번 다시 적대하는 일 없이 줄곧 신하로서 프레스터 존을 섬기었다고 한다. p216

 

티베트 지방

5일간 말을 달리면, 과거 몽케 칸의 정벌로 인해 황폐해진 버린 황량한 지방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도 과거에는 많은 도시, 성읍, 촌락이 있었으나 모두 파괴되고 지금은 그 유적만 남아 있다. ... 여행객들은 밤중 숙영지에서 이 큰 대나무를 잘라서 태운다. 대나무를 태우면 아주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폭발하므로 호랑이, 곰 그 밖의 야수는 이에 놀라 쏜살같이 도망친다. p221

 

여기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지 않는다. 다수의 남자와 교접한 적이 없는 여자는 가치가 없다. 사내를 한 사람도 모르는 여자는 신들이 싫어하고 꺼리기 때문이라 믿고, 사내들은 이러한 여자를 기피한다. 바꿔 말하면, 만약 모든 우상에게서 사랑을 받을 정도의 여자라면 사내들은 이 여자를 쫓아가서라도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 고장 주민이 갖는 결혼에 대한 풍습이다. ... 여행자들은 이 처녀들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있고 함께 잘 수도 있다. 여행자들이 그 고장을 떠날 때면 자기와 같이 잔 처녀에게 보석, 그 밖의 기념품을 주는 것이 의무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이 처녀들이 나중에 결혼할 때에 이르러 전에 애인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p223

 

이들 처녀가 만약 나그네의 씨를 잉태했을 때는, 그 자식은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가 자기 자식들과 함께 같은 대우로 양육해야 한다. 그러나 한번 결혼하면 남편은 아내를 엄중히 감시한다. 남의 아내에게 손대는 것은 발칙한 행위라고 여기므로 누구나 조심해서 이것을 피한다. 특기할 만한 이 고장의 결혼 풍습은 이와 같다. 이 점에서 이 지방은 16세에서 24세까지의 젊은이라면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낙원이 아닐까. p223

 

또 일대에는 물맛이 짠 호수가 있는데 거기에서 많은 진주가 산출된다. 이 진주는 색깔은 나무랄 데 없지만 구슬 모양이 아니고 네다섯 개 또는 그 이상이 한데 굳어진 것처럼, 말하자면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진주는 대칸만 채취할 수 있다. .. 또 이 지방에는 아주 훌륭한 터키옥이라는 보석이 다량으로 산출되는 산이 있다. 이것도 역시 대칸만이 채굴할 수 있다. p225

 

산악지대의 길에 가까운 거리나 마을에는 지나가는 상인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아내를 제공하는 사내들이 많다. 상인들이 여자와 향락을 다 즐기고 떠나려고 하면 이들 토민 부부는 그 뒤에서 이렇게 말하며 조롱한다.

“어어이, 당신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우리한테서 가져간 게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보여주기나 해요. 어어이 건달 같은 사람, 무슨 이득을 봤는지 보여 달라잖나. 네가 남기고 간 물건이라면 자아, 보여주지. 잊고 간 물건은 이거란 말이야 (이렇게 외치면서 그들은 상인에게서 받은 아마천 조각을 흔들어 보인다) 우리는 네게서 이것을 받았지만 멍청이 같은 놈, 그런데 네놈은 아무것도 뺐지 않고 돌아가는 거냐?” p226

 

그들은 금괴를 길게 가닥으로 늘여 화폐로 사용한다. .. 그러나 주조된 화폐는 갖고 있지 않다. 단, 소액의 화폐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대용한다. 이 땅에는 소금물이 있으므로 이것을 원료로 소금을 만든다. 소금물을 우선 냄비에 넣어 한 시간 바짝 끓이면 끈적끈적해진다. 이것을 거푸집에 흘려 넣는다. 그 크기는 2펜스의 가치를 지닌다. .. 이 소금 화폐에는 대칸이 도장이 새겨져 있다. 단, 이것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대칸의 관리뿐이다. .. 이 소금으로 만든 화폐를 가지고 외부와 교통이 불편하고 인적이 희박한 산간부에 가면, 그 지방의 미개한 정도나 도시 및 개화한 사람들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소금 화폐 60개 또는 50개, 장소에 따라서는 40개로 황금 1삭기오와 교환할 수가 있다. ... 원주민이 그 황금을 팔려고 해도 이들 산간부에서는 당장 살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 상인들은 이 소금 화폐가 통용되는 이 산간 지방이나 티베트 각지를 널리 여행하며 막대한 이윤을 얻는다. 이들 주민은 필수품을 매입할 때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이 소금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의 조리에는 망가진 소금 화폐만을 사용하고, 완전한 것은 통화로서 사용한다. p227

 

또 이 지방에서는 여자 쪽에서 먼저 원한 것이라면 어떤 사내가 남의 아내와 동침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p229

 

뭔가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자는 특히 그렇지만, 주민은 남녀 모두 언제나 독약을 지니고 있다. 무슨 죄를 저지르고 잡혀서 고문을 당해야 할 때를 위한 준비이다. ... 그러나 이에 대헛는 관헌도 또 적당한 수단을 강구한다. 늘 개똥을 마련해 두었다가. 죄수가 이 같은 이유로 독을 삼켰을 때에는 때를 놓치지 않고 개똥을 먹여 독약을 토하게 한다. p232

 

대칸이 이 나라를 정복하기 이전, 주민들 사이에서 잘 행해지고 있었던 악습에 대해서 전한다. 그것은 용모가 단정하고 고아한 인물이 우연히 이 고장에 숙박을 청했을 경우, 그들은 야간을 틈타 독을 사용하든가 또는 다른 방법으로 손님을 살해하곤 했다. .. 대칸의 정복 이전에는 이러한 관습으로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러나 대칸이 이 지역을 정복한 뒤로는 대칸의 엄중한 금령을 두려워하여 이 악습은 행해지지 않게 되었다. p232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즉시 목욕시키고 배내옷을 입혀 남편에게 준다. 그러면 남편은 아내 대신 자리에 들어가 갓난아기를 보살핀다. 남편은 무슨 필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20일간쯤이나, 아니 장소에 따라서는 더 긴 기간쯤 자리에 들어박힌 채 있다. 그러면 친구나 친척들이 모두 문안하러 와서 그와 상대를 한다... 이 풍습은 아기를 잉태하고 있는 동안 아내가 몸시 고생했으므로 그 보상으로 일정한 기간, 즉 20일간이라든가 그 이상 이 고생에서 벗어나도 좋다고 생각하는 데서 행해지는 것이다. 이리하여 분만하고 나면 곧 여자는 자리에서 나와 집안일을 하며 자리에 있는 남편과 아이, 손님까지 돌본다. p233

 

지역 주민들은 우상이나 사묘를 갖고 있지 않고 단지 가족의 조상을 제사지내고 있을 뿐이다. “조상이 있음으로써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다.” p234

 

타타르군은 200마리가 넘는 코끼리를 생포했다. 이 합전 이후 대칸은 비로소 많은 코끼리를 사육하게 되었다. p240

 

싸움은 끝나고 타타르군은 승리를 거두었다. 이 승리의 원인으로는 다름과 같은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첫째로는 미엔, 방갈라 국왕의 군대에는 타타르군에 필적할 만한 무장이 없었다. 둘째는 전열의 선두에 배치된 코끼리 부대가 적의 최초의 사격에 견딜만한 견고한 갑옥을 두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코끼리 부대는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군에 쳐들어가 그 진열을 교란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원인으로는, 미엔 앙이 등 뒤에 밀림을 둔 위치에서 타타르군에 공격을 시도했던 잘못된 전술을 들 수 있겠다. p240

 

그래서 곧 대칸에게 서신을 보내 이 탑의 규모, 미관, 가치를 보고하는 동시에, 대칸이 원한다면 탑을 부숴서 그 금은을 보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칸은 미엔왕이 자기 영혼의 행복을 바라고 또한 사후 오래 자신을 기념하도록  나머지 그 탑을 세우게 한 경위를 알고, 자기로서는 탑을 파괴할 뜻이 전혀 없고 오히려 건립자인 미엔 왕이 그 신하에게 유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보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타타르인은 죽은 자의 영혼이 깃든 물건이면 무슨 물품이든 간에 절대로 이에 손을 댈지 않으며, 더욱 번개나 악성 전염병 등 신의 제재를 받은 인간의 소유물도 조공으로서 받는 일은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p242

 

이 나라에 거세된 남자나 노예가 많은 것은, 이 고장 주민에게 잡힌 자는 누구나 곧 거세되기 때문이다. p243

 

주민은 일반적으로 남녀 모두 피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온몸에 호랑이, 용, 새 그 밖의 여러 가지 그림을 지워지지 않도록 바늘로 그리고 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p243

 

제5장 대운하 연안 공도를 따라 푸젠으로 가는 여정

 

리탄의 반란이 진압되자 대칸은 즉시 이번 반역에 동참한 무리를 조사하여 죄 있는 자들은 한 사람 남김없이 사형에 처했으나, 그 밖의 사람들은 모조리 용서하고 죄를 묻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그 뒤부터 오랫동안 충성된 신하가 되었다. p253

 

이 점은 청소년 남자에 관해서도 꼭 같아서 그들 역시 손윗사람 앞에서는 말을 건네 오지 않는다. 대충 이런 식으로 겸약의 덕이라는 것이 그들 사이에서는 매우 중요하므로, 친척 간이라 할지라도 두 사람이 같이 목욕하러 가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기 딸을 시집 보내려고 하거나 아니면 남에게서 딸을 달라는 청이 들어오면, 처녀의 아버지는 딸의 남편 될 사람에게 그녀가 처녀임을 보증해야 한다. ... 이 계약이 끝나는 대로 처녀는 진짜 처녀인가 아닌가를 검사받기 위해 목욕실로 끌려 들어간다. p255

 

사얀푸(Sayanfu, 상양)는 만지 지방의 대도시로 12개의 도시를 관할하고 있으며, ... 사얀푸에는 대도시라면 어디나 꼭 필요한 물자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사얀푸는 만지 지방의 다른 모든 곳이 항복한 뒤에도 3년 동안이나 저항을 계속한 도시이다. p267

 

바얀은 이 도시를 공략하기 위해 알란 인 그리스도 교도로 편성된 부대를 파견했다. ... 전군의 총사령관인 바얀은 시민들의 반역으로 부하가 몰살된 것을 알자, 즉각 대부대를 이 도시로 보냈다. 틴구이구이는 강력한 공세로 삽시간에 함락되었으며 몽골군은 점령과 동시에 시민을 모조리 도살해버렸다. p273

 

외지의 나그네로서 한 번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야말로 한시도 그녀들에게서 떠나지 못하고 매력의 포로가 되어,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더라도 ‘천국의 도시’ 킨사이에서 즐겼던 이야기를 하며 또다시 갈 것을 열망한다. p278

 

만지 왕비가 제출한 기록 문서에는 또한 킨사이에 12개의 공장동업조합이 있다고 적혀 있다. p280

 

만지 국왕의 통치 시대에는 모두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야 한다는 법률이 있었다. 설령 10만 베잔트의 재산이 있는 자일지라도 아버지의 직업을 폐하거나 아니면 다른 직업으로 옮기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p280

 

대칸은 보병, 기병으로 이루어지는 대부대를 시의 안팎에 상주시키고, 중신들 중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장군을 파견하여 이 킨사이의 수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디 도시는 만지 지방의 고도인 동시에 으뜸가는 중요 도시이고,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액의 과세가 국고에 납입되는 거대한 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만일의 경우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반란을 억압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p285

 

만지 주민의 풍습에 관해 얘기하기로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즉시 탄생한 날, 간지, 시각, 28수, 구요성을 기록해 둔다. .. 이들 점성사는 점성술에 능하고 거기다가 마법의 주문에도 능통하므로, 종종 그 예언대로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그들을 여간 신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점성사와 마술사의 무리는 곳곳의 시내 광장에 떼지어 있다. p288

 

이 신앙 때문에 만지 인들은 조금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죽고 난 뒤 충분한 존경이 자기에게 보내어지리라는 확신만 있으면 내세에서도 그와 똑같은 영예가 얻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또 그들은 다른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감정이 격하기 쉬워서, 일시적 흥분에 쫓기고 비탄에 빠진 나머지 흔히 자살을 하곤 한다. p288

 

이 시의 시민은 누구나... 집집마다 문에 호주의 이름을 비롯해서 아내의 이름, 여러 자식의 이름, 며느리의 이름, 노비의 이름, 그 밖에 같은 한 세대에 속하는 사람 모두의 이름을 쓰는 동시에 키우는 말의 수까지 써넣는 풍습이다. p290

 

만지 지방에서는 빈민이면 대부분 그 아들이나 딸을 판다. 이 경우 아이들을 사는 사람은 부호이고 귀인이므로 그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은 가난한 부모의 생계를 돕는 한편, 팔려간 아이들도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 p291

 

대칸의 수중에 들어오는 막대한 세수입은 수많은 각 지방, 각 도시에 주둔하는 수비대의 유지와 수많은 여러 도시에 사는 빈궁자의 구제를 위해 쓰인다. p293

 

주민이 어떤 더러운 것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일이다. 이를테면 사람 고기라도 병으로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면 개의치 않고 먹는다. 누구든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횡사한 사람의 고기라면 어느 것이나 즐겨 먹으며 매우 맛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전장에 가는 사나이들, 즉 병사들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무리들로서 그야말로 항상 사람을 죽여서는 먼저 피를 마신 다음 고기를 다투어가며 먹는 그런 자들이다. p295

 

송의 병사는 으레 손과 얼굴에 문신을 했다. 남송 멸망 뒤 이들 군대는 원조의 정규군에 편입되어 신부군이라 이름지어졌으나, 문신 때문에 날수군이라고도 불리었다. 마르코 폴로가 말하는 얼굴의 푸른색 표적이란 이 문신을 가리키는 듯하다. p311

 

인육을 먹는 관습이란 무슨 오해임에 틀림없다. 푸젠 지방에서는 사신을 섬기는 귀도가 성행하여 고독, 요법을 비롯해서 산 사람을 죽여서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야만스런 풍속이 행해지고 있었으므로, 이런 것이 뒤섞여서 식인의 풍습으로 오해된 것 같다. 아니면 또 복연의 산골 지방에 많은 화전민, 즉 만족의 이상한 풍습을 과장한 말인지도 모른다. p312

 

대칸의 어전에서 이 문제에 관해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결국 대칸은 기분이 언짢아 모두 어전에서 물러나게 하고, 단지 이들 주민 대표자만을 불러 그들이 그리스도 교도이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우상 숭배를 원하는가 물었다.

“폐하께서 만약에 싫어하지 않으시고 또 폐하의 위엄을 더럽히는 일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상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 교도이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대칸은 그들이 이후 그리스도 교도로 불릴 것과 그리스도 교도의 교법과 교리에 의해 정해진 모든 의식을 허락하는 문서를 그들에게 교부했다. 이 결과, 만지 지방 곳곳에 흩어져 사는 이 종교의 신봉자들은 모두 70만 가구가 넘는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p300

 

자기 제작 공정은 다음과 같다. 어떤 종류의 진흙 또는 부식토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려 놓고서 비바람과 햇볕에 노출시킨 채 30~40년 동안 그대로 둔다. .. 진흙을 쌓아두는 것은 순전히 자식들을 위해서이다. 이 흙은 순화하기까지 오랜 기간을 그대로 묵혀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후계자인 자식 세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흙에서 수익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p302

 

제6장 남해 경유 귀국 항로

 

지팡구 섬의 어느 마을에서 적병의 한 무리가 대칸의 두 장군에게 붙잡혔다. 그들은 항복을 거부하였으므로 두 장군은 모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목을 베라고 명령하였다. 이 명령으로 포로들은 잇달라 목이 잘렸는데, 그들 중 8명만은 아무래도 목을 벨 수 가 없었다. 이것은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어떤 종류의 돌이 가지고 있는 마력 때문이었다. .. 두 장군은 이 돌을 매우 귀하게 여겨, 죽은 사람의 팔에서 뽑아내 남몰래 감추어 두었다. p322

 

지팡구의 여러 섬의 우상 숭배자들은 자기들의 한패가 아닌 사람을 포로로 삼을 경우, 만약에 그 포로가 몸값을 지불할 수 없으면 그들은 모든 친구와 친척에게 다음과 같은 초대장을 보낸다.

“꼭 와 주십시오. 저희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합시다.”

그리고 그 포로를 죽여서-물론 요리하여-모두들 그 고기를 먹는다. 그들은 사람 고기가 어떤 고기보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p323

 

이 나라 대부분의 남자는 길이 한 뼘 정도의 꼬리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남자들은 도시에 살지 않고 산간 분지에 살고 있다. 그 꼬리는 대략 개의 꼬리 정도 길이이며 털이 없다. p335

 

마르코 폴로는 섬 지역을 여행하며 꼬리 달린 사람, 개의 머리와 같은 사람 등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그가 미개인을 처음 접했을 때의 첫인상에 대한 느낌일 수도 있고, 어떤 신화 속의 환상적인 동물을 흥미롭게 도입했을 수도 있다. p337

 

4월 초부터 5월 중순에 걸친 채취 기간에 작업을 한다. .. 첫째로 왕에게 바치는 10%가 있다. .. 잠수부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큰 물고기에게 주문을 거는 주술사에 대한 사례금인데, 이것은 5% 납부된다. 주술사는 모두 브라만 승려인데, 그들은 낮 동안에만 주문을 걸고 밤에는 이를 푸는 습관이 있으므로 밤에는 큰 물고기들도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다. 이들 브라만 승려들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날짐승이나 길짐승, 그 밖의 모든 생물에 대해서도 주문을 걸 수 있다. p340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형세가 험악해질 때마다, 그들을 낳은 어머니가 두 사람에게 자신의 젖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대들 형제 간에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너희들을 먹여 키운 이 젖가슴을 도려낼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전쟁은 항상 억압되어 표면화되지 않았다. p343

 

아들들이 싸우자 어머니가 자신의 유방을 가리키며 훈계하는 이 유명한 예는 칭기즈칸의 어머니에게서 볼 수 있다. 샤먼의 참언을 들은 칭기즈 칸이 친동생을 죽이려 했을 때의 일이다. 급보를 듣고 달려온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유방을 내보이더니 키우던 옛날 얘기를 하며 칭기즈 칸을 힐책하여 그의 동생을 석방시킨 사실이 <원조비사> 제10권에 이야기 되고 있다. 마르코 폴로는 17년간의 원조 체재 중에 아마도 유명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모양이다. 만약에 그렇다고 하면 마아바르 왕 형제의 생모에 대해서도 윤색을 가하여 이렇게 설명했거나, 또는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칭깆 칸 어머니의 행위와 같은 데에 인상을 받아 여기에 특필한 것인 듯하다. p401

 

어떤 남자가 죄를 저질러 사형이 선고되어 왕의 명령에 따라 사형이 집행되려고 할 때, 그 사형수가 어떤 신상을 가리키며 자기는 이 신상의 명예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싶다고 제아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왕은 이의 없이 그의 희망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면 자실이 허용된 그 사형수의 가족과 친구들이 그 사람을 의자에 앉혀 그에게 12자루의 단검을 갖게 한 다음, 온 거리를 메고 다미면서 이렇게 말을 퍼뜨린다.

“이 사람은 신상의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한다.”.. 사형수는 12자루의 단검 중에서 두 개씩을 뽑아들고 외친다.

“나는 신상의 명예를 위해 내 목숨을 바친다.”

그러고는 허벅지, 팔, 배 등을 빠르게 찌르고 마지막 남은 칼로 목을 찔러 숨을 거둔다. 이렇게 하여 자살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가족들은 환호를 지르며 시신을 화장한다. 이때 그의 아내가 스스로 불 속으로 몸을 던지면 사람들로부터 크게 칭찬받는다. 그렇게 하지 않은 여인은 평생 멸시 당한다. p344-345

 

그것은 왕이 외국 상인으로부터 어떤 물품을 구입했으면서도 자금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값을 치르지 못하고 거듭되는 상인의 독촉을 모르는 척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 상인은 왕이 성 밖으로 나온 기회를 노려, 왕이 탄 말 주위에 재빨리 원을 그려버렸다. 왕은 고삐를 당겨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었다. 왕은 상인이 요구한 만큼의 지불을 하지 않는 한, 그 원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p347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하루에 한 시간씩 초이악(Choiah)이라는 불길한 시각이 있다... 즉 사람 그림자의 길이를 측량하여 불길한 시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태양 광선에 의하여 투영되는 사람 그림자의 길이가 7피트에 달하면 그것은 초이악의 시각이며. p349

 

이곳에서 아들을 가진 아버지는 아이가 13살이 되면 집에 두지 않고 사회로 내보내 더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13살이 되었으므로 이제는 충분히 자기의 끼니는 자기가 마련하고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을 만큼의 주변머리는 지니고 있을 것이며, 자기들도 실제로 13살부터 그렇게 해 왔다고 한다. p350

 

이곳의 사원에는 남성과 여성의 우상을 많이 모시고 있는데, 이들 우상에게 많은 처녀들이 다음에 말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바쳐진다. p351

 

처녀들은 결혼할 때까지 이처럼 우상에게 봉사하는데, 왕국 안에는 이와 같은 처녀가 많다. 왜 그녀들은 이와 같이 우상을 위로하는 것일까?

“남신과 여신은 사이가 나빠서 서로 사귀지도 않고 말도 건네지 않으며 서로 미워하고 화내고 있으므로, 그 사이를 조정하여 화해시키지 않으면 남신과 여신으로부터 축복과 은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하는 일은 만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매일매일 불행이 거듭되기 때문입니다.” p352

 

그리고 이들 처녀들은 그녀가 처녀로 있는 한 그 근육이 단단하여 온몸의 어느 부분도 쥐어지거나 잡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녀들은 남성들이 약간의 화폐를 지불하면 그 대가로써 자기의 육체를 마음대로 하게 해 준다. p353

 

성 토머스의 유체를 안치한 곳에 관한 보고를 하겠다.

사도 성 토머스의 유체는 마아바르 지방의 어떤 작은 마을에 안치되어 있다. p355

 

그런데 이 마을에 이상한 일이 있다. 이곳에 순례하기 위하여 오는 그리스도 교도들이 성인이 죽은 곳이라 하여 흙을 조금씩 모아 자기 나라로 가지고 돌아가는데, 이 흙을 약으로 한 차례 먹으면 격일열이나 학질 그 밖에 어떤 열병에 걸린 병자라도 당장 낫게 된다. ... 마르코도 이 흙을 약간 가지고 베네치아로 돌아가 많은 환자를 낫게 하였다. 이 흙은 붉은 빛을 띠고 있다. ..1288면에 일어난 기적을 소개하겠다. 이곳의 왕, 즉 센데르반디 형제 중 한 사람은 막대한 양의 쌀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이 쌀을 성 토머스 교회는 물론 민가에까지 쌓아 놓게 하였다. ... 이렇게 되자 순례자들이 묵을 곳이 없어져, 유체를 관리하는 그리스도 교도들은 몹시 슬퍼하였다. p356

 

왕이 명령을 내려 쌀을 집집마다 쌓아 놓게 한 그날 밤의 일이다. 사도 성 토머스가 손에 포크를 쥐고 왕 앞에 나타나 왕의 목에 들이대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 하인이여, 이제 곧 내 집을 비우게 하여라. 빨리 쌀을 치우지 않으면 너는 뜻하지 않은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니라.” p357

 

이 말을 듣고 모두 다 커다란 기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스도 교도들은 기쁨에 넘쳐 성 토머스에게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존경하는 마음을 깊이 하였으며, 성인의 이름을 크게 축복하였다. 이 일이 일어난 이후, 왕은 교회당과 성전을 관리하는 그리스도 교도들로부터 이제까지 징수해 온 ‘팔라오 호두’에 대한 세금을 비롯하여 다른 모든 공물 부과를 면제하게 하였다. p357

 

다음에는 성 토머스가 죽게 된 경위..

성 토머스 주위에는 여기저기 많은 공작이 떼지어 있었다. 그가 이런 곳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가우이족의 이교도가 성인 주위에 떼지어 있는 공작을 잡으려고 화살을 쏘았다. 물론 이 가우이족은 그곳에 성인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는 확실히 공작을 맞혔다고 생각했지만 공작이 아닌 성인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맞았다. 화살의 상처를 입은 성인은 그래도 조용히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으나, 결국 이 상처가 원인이 되어 죽었다. p358

 

그리고 이곳 주민은 그들의 신들과 우상을 그릴 때도 검게 칠하고, 악마는 오히려 희게 칠한다. 이는 그들의 신이나 성자가-물론 그것은 우리가 믿는 신이나 성자가 아니라, 그들이 믿는 신이나 성자이지만-검은 피부를 갖고 있으며, 악마는 흰 피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신이나 악마를 이와 같은 빛깔로 그리는 것은 바로 이 신념 때문이다. p358

 

브라만 교도는 육식과 음주를 금하고 있으며, 그들의 관습에 따라 결백한 생활을 한다.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관계를 맺지 않으며, 또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생물의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은 죽이지 않으며, 그들 나름대로 말하여 죄가 되는 행위는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 ... 그들은 어떤 지방에서도 똑같이 흰 무명천으로 한쪽 어깨에서 반대쪽 겨드랑이 밑까지 걸쳐 휘감고 있다. 즉, 가슴에도 등에도 비스듬히 무명천을 휘감고 있다.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이면 어떤 지방에서 보든지 반드시 브라만 교도이다. p359

 

브라만 교도는 이교도이다. 그들만큼 조짐에 유의하고 새나 짐승을 길흉의 징조로서 중요시하는 종족은 온 세계에 그 예가 없다. .. 한 예로 그들이 남과 절충할 때의 습관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p360

 

적당한 그림자의 길이가 날에 따라 정해져 있으므로 그림자가 그 길이가 되기 전에는 거래도 확정되지 않고, 그 밖의 모든 일도 진척시키지 않는다. 그림자의 길이가 그날에 알맞은 길이를 나타내게 되면 곧 모든 거래를 결정하여 일을 진행시킨다. p360

 

브라만 교도들은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 사는 종족이다. .. 아주 적게 먹으며 엄격한 금주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들은 식사 때 어떤 종류의 풀을 씹는데 이 때문에 이가 무척 튼튼해지며, 더구나 이 풀이 소화를 크게 돕기 때문에 몸을 아주 건강하게 만든다. 그들은 혈관에서 피를 빼는 일은 하지 않으며, 온몸의 어떤 부분에도 부황을 뜨는 일이 없다. 그들 사이에는 ‘추기(수행자)’라 불리는 몇몇 수도사가 있다. 그들은 일반 브라만 교도 중에서도 더 장수를 누려 150세에서 200세까지도 산다. ... 건강에 알맞은 음식만 조금씩밖에 섭취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절제의 덕분이며... 수은과 유황을 혼합하여 음료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장수의 묘약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실 그 덕분으로 대단한 장수를 누린다. 그들은 이 물약을 매달 두 번씩 마시는데, 어린 시절부터 이것을 계속 마시고 있다. 150세에서 200세의 장수자는 예외 없이 수은과 유황의 합성 음료를 늘 마시고 있다. p361

 

우리는 옷을 입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알몸으로 태어났다. 따라서 내 소유물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처럼 발가벗은 채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음부를 드러내고 있어도 별로 부끄럽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음부를 사용하는 육체적인 욕망이 죄를 조금도 짓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남에게 보여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p362

 

“대변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구더기가 들끓는다. 그런데 구더기의 식량인 대변이 햇볕으로 말라버리면 끓는 구더기는 식량을 읽고 죽을 것이다. 이 대변은 우리 몸에서 배설된 것이므로 이 대변에 사는 많은 넋을 죽게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깊은 죄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대변을 부수어 여기에 구더기가 생겨도 식량이 없어 죽게 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쓸데없는 죄를 짓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p363

 

추기 종도는 참으로 잔혹하고 신앙심이 없는 우상 숭배자들인데, ... 그들은 시체를 불태우는 관습이 있다. p364

 

그런데 이 산꼭대기에 우리의 조상인 아담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적절한 표현을 한다면 사라센 사람들은 그것을 아담의 무덤이라 부르고, 우상 숭배자들은 그것을 석가모니 모르칸의 무덤이라 주장하고 있다. ... 실론 섬(스리랑카) 산꼭대기에 아담의 무덤이 있다고도 하고, 석가모니의 무덤이 있다고도 한다. p365

 

죽은 사람과 늙은이에 관한 종자들의 설명을 들은 왕자는 그대로 궁전으로 돌아갔으나, 더 이상 이 흉측한 세상에서 살아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영원한 생명을 가진 신, 그를 창조한 신을 구하여 그에게 가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p367

 

전하는 바에 따르면 왕자는 84차례나 생사를 되풀이 했다고 한다. 맨 처음 죽었을 때는 황소로 태어나고 두 번째로 죽었을 때는 말로 태어났는데, 이와 같이 모두 84차례에 걸쳐 죽고 그때마다 개와 그 밖의 짐승으로 태어났으며, 마지막인 84번째에는 마침내 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상 숭배자에게는 이 석가모니가 최고의 신이다. p367

 

대칸은 이 산꼭대기에 아담의 무덤이 있으며, 또 그의 치아와 머리카락 및 식기로 사용하던 그릇이 지금도 그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어떤 사라센으로부터 듣고, 이것을 꼭 손에 넣겠다고 결심하였다. .. 목적을 위하여 대사를 파견하였다. .. 마침내 성공적으로 2개의 어금니와 몇 개의 머리카락과 그릇을 얻을 수 있었다. ... 성직자가 이를 받들어 대칸에게 바치자, 대칸은 매우 만족하여 축전을 베풀고 정중하게 이를 받았다. 그리고 이 그릇에는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영험이 현저하다는 것이 뒤에 판명되었다. 즉, 음식 1인분을 그 속에 담으면 그것을 5명이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수 있다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에 관해서는 대칸 자신이 실험해 보아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였다고 증언한다. p369

 

카엘 시의 주민에게도 인도의 일반 민중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풍습이 있다. 즉 항상 ‘탄부르’라고 하는 나뭇잎을 씹고 있으며, 입속에 그 즙이 괴면 찌꺼기를 뱉어낸다. ... 모멸의 말을 던져서 누구를 화나게 하거나 경멸할 생각이면, 그 상대를 만났을 때 입 속에 씹고 있던 이 탄부르 잎을 꺼내어 그의 얼굴에 던지고 이렇게 말하면 된다.

“네까짓 것은 이보다도 못하다.” p370

 

그들의 결혼에 관한 풍습에서는 종형제 자매혼이 행해진다. 또한 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의 아내를 취하고, 마찬가지로 형제가 죽으면 그 과부를 아내로 삼는 것이 허용된다. 이것은 이 왕국뿐만이 아니라 전 인도에 퍼져 있는 풍습이다. p372

 

코마리도 인도의 한 지방이다. 자바 섬 이래 내내 보이지 않던 북극성이 이곳에 와서 겨우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즉, 30마일쯤 바다로 나가서 바라보면 수평선에서 1큐빗쯤 위에 북극성이 보인다. p372

늘 뱃사람들은 변치 않는 기준점으로 ‘북극성’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적도 및 남반구에서는 북극성을 볼 수가 없다. 그러면 남반구를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북극성을 대신해서 무엇이 그들에게 방향을 가르쳐 주는 기준이 될까. 왜 우리는 북극성이 누구에게나 변치 않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을까. 북반구 중심의 생각이다.

 

이 나라에 들를 작정이 아니었던 배가 어떤 사정으로 이 하구에 들러서 닻을 내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원주민들은 짐이 실린 그 배를 포획하여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다른 땅으로 갈 작정이었지만 신이 그것을 거부하여 우리에게로 보내 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너희가 갖고 있는 화물 모두를 이렇게 빼앗는 것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배 안의 짐을 모조리 빼앗아 자기들 것으로 하는데 그것을 별로 죄라고 생각지 않는다. p373

 

해적은 상선을 포획하면 싣고 있는 짐째로 배를 압수하여, 타고 있는 상인들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고 다만 이렇게 말한다.

“너희 나라에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재산을 만드는 거야. 하지만 아마 그 재산도 우리가 가지게 될걸.” p374

 

이 고주라트에도 세계에서 최악인 해적들이 있다. 그들이 범하는 흉악한 짓은 이러하다. 이 극악한 해적은 상인을 잡으면 타마린드의 열매를 바닷물과 함께 먹인다. 그러면 상인은 설사약을 먹은 격이 되어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을 배설한다. 해적은 이 배설물을 모조리 모아서 혹시 진주나 보석이 그 속에 섞여 있지 않나 조사한다. 해적에게 잡힌 상인은 가지고 있는 진주나 보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것을 삼켜버리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p375

 

왕이 해적들과 맹약하여, 그들이 노획하는 말을 모조리 헌상하라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해적들은 항상 이 말을 약탈할 수 있다. 왕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해적과 짜고 그들의 약탈물 가운데 말은 모두 왕에게 바치게 하고, 금은보석을 비롯한 그 밖의 것들은 해적의 몫으로 정하고 있다. 정말 당치도 않은 나쁜 풍습으로, 한 나라의 국왕이라는 자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p377

 

이 왕국에서는 북극성이 더욱 똑똑히 보인다. 북극성은 서쪽으로 갈수록 더욱 더 뚜렷하게 보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p377

 

그들에 따르면 1년 내내 아내와 같이 지내면 오래 살 수 없으므로 이처럼 별거를 한다고 한다.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여도에서 어머니가 양육하지만, 남자아이는 12살이 되면 남도의 아버지에게로 보낸다. ... 아내와 함께 생활을 하는 이 3개월 동안 남자들은 논밭에 씨를 뿌린다. 이것을 가꾸고 수확하는 것은 여자들의 일이다. 여자들은 이 밖에도 섬에 야생하는 각종 과실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주요한 일은 육아이며 처자의 필수품은 무엇이든 남편이 제공한다. p379

 

이 섬의 그리스도 교도들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마술사이다. 대주교는 주민들이 그러한 마법을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들에게 경고하고 또 권고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다. 섬사람의 말로는, 그들의 조상이 옛날부터 해 온 것이므로 자기들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행하고 싶다는 것이다. 섬사람이 이처럼 마술을 행하고 싶어하므로 대주교도 그것을 어쩔 수가 없고 또 달리 방법도 없기 때문에 묵과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섬의 그리스도 교도는 마음대로 마술을 행하고 있다. p383

 

이제 문제의 괴조 그리폰으로 화제를 되돌리기로 하겠는데, 실은 전에 억류해 있던 사신이 그 깃털을 대칸에게 가져온 것이다. 이것을 이 책의 주인공 마르코 폴로 자신이 재어 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길이는 90스판이고 깃털의 줄기 둘레가 2뼘에 이르렀다. 이야말로 진자로 놀라운 사실이며 대칸도 매우 기뻐하면서 이것을 받았다고 한다. p385

 

코끼리는 교미하려고 할 때에 우선 땅에다 큰 구덩이를 파고 암놈을 그 구덩이에 똑바로 눕힌다. 이것은 코끼리의 성기가 훨씬 배 앞쪽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수코끼리는 사람과 같은 모양으로 교미한다. p386

 

그들이 코끼리를 전쟁터에 데리고 나오는 경우 미리 술을 잔뜩 먹여 둔다. 이렇게 하면 코끼리는 취해 매우 대담하고 포악해져서 전투에 임하여 훌륭한 활약을 하기 때문이다. p388

 

아덴의 술탄은 즉시 그를 체포하여 그가 정말로 그리스도 교도임이 틀림없는가를 신문하였다. 주교가 사실대로 그리스도 교도라고 대답하자, 술탄은 그에게 사라센 종교로 개종하지 않는다면 모욕을 주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주교는 모욕을 받을 바에는 지금 죽는 편이 낫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술탄은 크게 노하여 주교를 붙들어 할례를 가하라고 명령하였다. 마침내 주교는 수 명의 교도들에게 붙들린 채 사라센 율법에 따라 할례를 받고 말았다. ... 주교는 이런 치욕을 받고 매우 슬퍼하였으나,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위안을 받았다. 즉 그가 이 불명예스러운 형벌에 처해진 것은 모두 그리스도의 가르침 때문이므로, 하느님은 반드시 저 세상에서 그의 영혼에 보상을 해 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였다. p390

 

내가 왕위에 앉아서 이 나라를 지배하는 한, 온 세계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 분명한 복수를 해 줄 것이다. 아비시니아 대왕은 그야말로 구름 떼와 같은 보병과 기병의 대군을 소집하는 동시에, 코끼리 부대를 징발하였다. p392

 

이 지방에서는 곡물이 전혀 나지 않는다. 모든 곡물은 외지로부터 수입하며, 상인이 선박에 실어 오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 이 도시는 칼라트 만 들머리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시민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선박은 한 척이라도 이 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 결과로서 호르무즈의 멜리크는 케르만의 술탄에 예속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유리한 입장에 있다. p398

 

호르무즈 시에 관하여서는 이미 이 책의 앞 장에서 키시, 케르만과 함께 말해 두었으므로 더 이상 말할 것은 없다. 어떤 경로를 취하여 오더라도 이 호르무즈 시에는 반드시 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항목으로 다룬 것뿐이다. p399

 

제7장 터키국의 사정

 

타타르 인은 전투를 이로가로 삼고 있으므로, 모두가 전사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카이두는 잠시도 대칸과 화목하게 지낸 적이 없으며 끊임없이 전투를 벌였다. .. 카이두는 이제까지 이미 몇 차례나 대칸과 교전을 했는데, 그 불화의 원인은.. 카이두는 대칸에게 자기와 대칸이 정복한 땅 중에서 자신의 몫, 특히 카다이 지역과 만지 지역의 일부를 계속 요구해 왔다.

“나는 나의 아들들에게 주는 것과 똑같이 카이두에게도 기꺼이 몫을 주겠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그러자면 카이두도 다른 여러 왕과 마찬가지로 내가 부를 때는 언제든지 조정에 와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대칸은 그의 아들들과 다른 신하들처럼 카이두도 복종할 것을 요구하였다.

“복종은 하겠으나 대칸의 궁정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궁정에 가면 틀림없이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406

 

마침내 양 진영은 전투 대형의 포진을 마치고, ‘나카르’가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타르 인의 전법에는, 그들 지휘관이 두드리는 나카르 소리가 우리기 전에는 결코 전투에 들어가지 않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이에 반드시 그들의 고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면서 기다린다. 요컨대 반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즐기면서 전투개시를 기다리는 것이다. p409

 

확실히 이 교전은 저주받은 악마의 시간에 시작된 것이었다. 수없이 많은 병사들이 전사하여 수없이 많은 과부와 고아가 생겨났다. 그뿐만 아니다. 더욱 많은 여성들이 여생을 비탄에 잠겨 눈물로 보내게 되었다. 전사자의 어머니와 자매들도 마찬가지이다. p410

 

모든 구경꾼들은 마음속으로 이 왕자가 승리를 거두어 왕녀의 남편이 되기를 빌었다. 카이두 왕과 왕비도 역시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기를 빌었다. 간단히 시합의 모습을 말하면, 두 사람이 서로 맞붙어 싸우며 갖은 기술을 다 써서 힘을 겨루었으나 결국은 왕녀가 왕자를 내던지고 승리를 거두었다. 왕자는 패배하여 1천 필의 말을 바치고 즉시 시종들을 거느리고 아주 면목 잃은 꼴이 되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대장전 속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결가에 대하여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p413

 

카이두 왕의 왕녀 이야기는 마치 그리스 신화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를 연상하게 한다. p413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이것뿐이다. 나머지는 다만 그대들 각자가 힘을 다하여 본분을 완수할 것을 바랄 뿐이다. 이렇게 말한 뒤 아르군은 입을 다물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418

 

아코마트와 아르군의 접전

아바카 칸이 죽자, 아르군 왕자가 변방에 나가 있는 틈을 타 칸의 아우 아코마트가 왕위에 올랐다. 결국 왕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양쪽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아르군군이 패퇴하고 아르군 왕자는 사로잡히는 신세가 된다. p421

 

“경들이여, 나를 놀려서는 아니되오. 경들이 나에게 한 행위는 확실히 잘못이지만, 그러나 경들은 그것이 정당하다 생각했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어찌하여 경들은 나를 군주로 삼아야 했음에도 오히려 나를 붙잡아 외와 같은 포박의 창피를 줄 수 있겠소? 지금에 이르러 경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여 죄를 범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오. 그러니 제발 저 쪽으로 가서, 나를 더 이상 놀리는 일은 삼가주기를 바라오.” p424

 

칸치 왕의 나라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영원한 어둠의 나라(상암의 나라)’가 있다...타타르 인은 이 나라에 침입할 때 망아지를 거느린 암말을 타는데, 망아지는 국경에 남겨둔 채 그들은 이 암말을 타고 간다. 이렇게 하면 그들이 돌아갈 때, 만약 사람이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암말은 길을 잃지 않고 반드시 망아지가 있는 곳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p431

 

러시아 주민들이 갖추고 있는 ‘난실’이 없으면 이곳 주민들은 추위에 얼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러시아에는 이 난실 설비가 무척 많은데, 이것은 귀족이나 유력자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병원을 세우는 것처럼 자선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난실은 누구나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추위가 무척 심하므로, 누군가 외출한다든가 집에 돌아온다든가 그 밖에 어떤 볼일이 있어 어떤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얼어 죽는 일이 흔히 생기기 때문이다. p433

 

큰 잔치에 참석한 귀부인은 온종일 줄곧 자리를 떠날 수 없다. 귀부인들은 오줌이 마려워도

자리를 떠날 수가 없으므로, 미리 시녀에게 큰 해면을 몇 개씩 준비시켜 놓고 같은 자리에 있는 누구도 눈치 채지 않도록 교묘하게 이것을 옷자락 속에 넣어 볼 일을 본다. p435

 

동방의 빛을 찾아서

 

11세기 말부터 시작된 십자군의 시리아 원정으로 말미암아, 북부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그 유리한 환경에 편승해 동방 무역으로 도약할 기초를 다지고 있었다. 제노바, 피사, 베네치아가 그 대표적인 도시이다. 그들은 경쟁적으로 함대를 편성해 자국의 무역노선을 개척하는 한편, 나아가 그 군사력을 배경으로 동지중해 각 지방으로 정치적 진출을 꾀했다. p454

 

십자군 원정

서양인들에게 지리상 발견의 계기가 되었다. 이 원정으로 지중해를 둘러싼 무역의 흐름이 급속도로 바뀌었으며, 동양사회에 그리스도 교인들이 정착함과 아울러 서양상인들이 인도와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p455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로 잇는 교통노선은 신석기 시대 채색토기의 분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곳적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교역의 타개를 통해 동서 사이에 가로놓인 불분명함이 한 번에 제거된 것은, .. 기원전 2세기 말 장건의 중앙아시아 여행 때의 일이었다. ‘새 길을 연 공로’라 불리는 것처럼, 그 땅을 직접 본 장건은 중국 측이 서역에 가지는 인식을 현실화했고, 서역 측에서도 장건을 매개로 하여 중국의 존재를 확인했다. p455

 

서방 이역의 진귀한 보석, 주옥, 향료 등과 같은 사치품과 함께 불교의 가르침을 필두로 하는 서방의 사상, 또는 간다라나 사산왕조의 미술, 이란의 음악, 이슬람의 기술, 아라비아의 역법 등이 이 길을 지나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 한편 중국에서는 각종 비단, 칠기, 자기를 비롯한 정교하고 섬세한 공예품이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으며 반출되었다. 그중에서도 비단은 중국 특유의 멋을 간직하고 있다 하여 고금을 통틀어 수출품의 여황으로 불렸다. 그래서 이 동서 무역의 통로에 실크로드(비단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p456

 

이 첨예한 대립은 12세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3세기 초 몽골에서 일어난 칭기즈 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세력을 확장하고, 지중해에 이르는 온 아시아를 몽골 정권이라는 하나의 색으로 칠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실크로드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번영을 통해 부활했다. P456

 

베네치아

십자군 원정에 이어 13세기에 몽골제국의 영토 확장으로 아시아의 대부분이 통일됨으로써 중앙아시아의 대초원도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베네치아는 향신료 등의 무역으로 부를 이룩한 아름다운 운하 항구 도시로서 크고 작은 무역선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활기가 넘쳐 흘렀다. 마르코 폴로의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여기에서 끝난다. P457

 

세계를 하나로 이어낸 숭고한 업적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과 서를 잇는 교통노선을 오간 사람의 수는 실로 막대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이름 없는 자들이다. 이름 없는 자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름 없는 자라고 해도 그 지식은 본인을 통해 반드시 주변으로 퍼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범위는 대단히 한정적이고, 그 전승도 전해들은 각 개인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히 다양한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그것은 결국 망각 속으로 묻혀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P458

 

기록과 필사는, 정보를 올바르게 전승하여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다 같은 기록과 필사라도, 체험자 본인이 남긴 견문록이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가치가 높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참으로 숭고한 그 기록들이 당시, 그리고 후세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가.『동방견문록』은 그중에서도 다른 것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규모에서 비롯되는 내용의 풍부함이 그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세계 일주라고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그 여행의 의의와 더불어 그 내용의 풍부함을 통해, 그의 업적에는 이중적인 중요성이 있다. P459

 

『동방견문록』은 피사 출신 소설가 루스티첼로가 제노바 감옥에서 마르코 폴로의 구술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을 조본(祖本)으로 한다. 소설가의 손을 거쳤으므로, 소설과 비슷한 구절이 곳곳에서 보인다. 예를 들면 26~29절 그리스도교도 구두장이의 기적, 32~33절 사바의 성인 세 명이 받은 계시, 36절 토질과 인정의 관계에 대한 케르만 왕의 실험, 42~44절 ‘산속 노인’, 55절 사마르칸 교회에서 일어난 기적 등이 있다. P462

 

동방견문록』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비교적 단조로운 문체와 더불어 ‘상투적인 표현’을 지적받았고, ‘허풍쟁이 마르코 이야기’라고 깎아내려지며 단지 어린이용 옛날이야기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후 시대가 중세를 벗어남에 따라 이 책의 신빙성은 점점 줄어들어 갔다. 오랜 세월 이런 취급을 받아온 『동방견문록』은 19세기 이후 번역자들의 노력으로 재평가되었다. G. 포티에의 1865년 프랑스어 판이 그 시초임과 동시에 가장 뛰어난 역작이라면, 1871년 이후 수년에 걸친 H. 유울의 영어판 및 1918년 이후 P. 페리오의 주석은 그 역작을 가장 훌륭하게 계승했다고 말할 수 있다.『동방견문록』이 참으로 위대한 동양학자의 주석에 의해 수세기 만에 그 진가를 드러낸 것이다. P463

 

3. 내가 저자라면

 

여행, 늘 익숙했던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자신을 던지는 모험.

그 여행길에서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찾고, 다른 것들과 만나게 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결국 ‘나’를 찾고자 했던 자신을 알게 된다. 그래서 ‘성장통’을 앓는 사람들,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되면 선인들은 여행을 권했지 않나 생각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또 그만한 교과서가 없는 탓이기도 하겠다.

 

색다른 풍속과 다른 문화, 다른 생각 등을 접하다 보면 호기심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가족의 구성과 가족 간의 관계, 국가의 경영 질서와 체계 등이 자신과 다른 모습들을 통해 새로운 고민을 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것을 다시 뒤집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이자, 자신을 비우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사진과 함께 곁들여지는 것

어디에서 어디로 여행했으며,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일, 또 익숙한 것마저도 새롭게 보게 하는 글. 여행기의 생명력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행기에는 지도와 사진 그리고 그림 등이 같이 구성되게 마련이다.

 

구성 : 총 8개장, 248절로 구성한 이 책은 피사 출신 소설가 루스티첼로가 제노바 감옥에서 마르코 폴로의 동방 여행담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이다. 서장은 마르코 폴로가 어떻게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지와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소개되어 있고, 13세기 유럽인의 눈에 비추어진 동양세계의 모습을 8개의 장으로 세분화 시키고, 다시 소주제별로 구성했다.

 

여정별, 도시별 구성보다는 여행의 목적에 따라 테마나 에피소드별 구성도 재미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여행이 자유화 되어있고,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은 인터넷이나 도서관의 자료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보는 여행기가 차별화 전략에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왜 지금에 와서야..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책이 살아 있는 그 저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인터넷과 카페에 수없이 오르는 사진과 글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기행글 속에서 자신의 글이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그는 상인이다. 따라서 그의 <동방견문록>은 타국의 색다른 성격과 풍속을 주로 기록했던 평범한 여행자들의 여행기와는 전혀 다르다. <동방견문록>은 그보다도 각지의 산물, 물가, 시장상황, 통화 등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면서 그 모습을 다루고 있다. 산물 중에서도 특히 황금, 은, 보석... 비단 같은 상품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마르코 폴로가 사치품 무역에 종사하던 상인이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 그런데 실은 이런 기록이 있었기에 이 풍부하고 정확한 <견문록>이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개별적 경험이 시대적 가치 또는 흐름과 맥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게 한다. <안네의 일기>, <백범일지>, <열하일기> 등을 추가로 다시 생각해보면서 나의 책에 대한 구상을 깊게 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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