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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9일 19시 20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책을 처음 접하면서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일었었다. 그와 같은 최고의 찬사를 거머쥐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 살펴 보자. 자크 아탈리는 1943 111일 알제리 태생으로 현재 67세이다. 청소년 시절인 열 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아탈리는 프랑스에서 최고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군데만 합격해도 수재 소리를 듣는다는 프랑스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나왔고 소르본 대학에서는 경제학과 정치학 두 개의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에 따르는 화려한 이력 또한 그가 현존 최고의 지성인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40권의 도서의 저자이자 컬럼니스트이다. 그 이외에 세계적 석학, 프랑스 문학비평가이자 미래학자이다. 또한 젊은 나이에 교수로 임용되어 공학과 경제학 교수로 활동을 했다. 또한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 등 학계와 정계, 국제기구를 넘나들었다.

 

하나도 제대로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좌절감과 위기 위식을 줄 만큼의 많은 경력을 보유한 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학식을 활용하여 1998년부터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활성화시켜 빈민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조직‘ 프래닛 파이낸스’ 의 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아탈리는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인과 그 후손들의 운명에 대해 깊은 이해심을 갖고 고심하는 이타적인 시민을 트랜스 휴먼이라 불렀다. 이것이야말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류의 믿음과 지지를 확보하고 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자본주의가 존속할 수 있는 창조적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기적 시장경제의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고 민주주의의 지속이 가능하다고 믿고 따랐다. 그의 이런 인품이 그를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원한 삶’ 등의 소설을 써서 90년에 프랑스문화작가 협회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주요저서로는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합리적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 < 미테랑 평전>등이 있고 40여권의 저서와 20 여 개국에 번역되어 600만부가 판매되엇다. 그 중에 국내에 10여권의 그의 책이 출판되었다.

 

본인의 전공 이외에 사회에 전반에 걸친 분석과 정확한 예측으로 앞으로 대처 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그는 진정한 미래 학자였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문 : 위기 분석과 미래 예측

 

세계화 이후 최초로 맞게 된 이번 금융 위기는, 상당 부분 미국 사회가 중산층에게 적절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미국 사회는 이들에게 적적한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택을 구입할 때 빛을 얻으라고 부추김으로써 자산 가치를 높이고 생산을 독려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7]

 

조화로운 성장이란 물론 부채의 실질적인 경감, 다시 말해서 모든 부담을 납세자에게 슬그머니 떠 넘기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미봉책이 아닌 본질적인 해결책을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전 세계적인 차원이서 민주주의가 지닌 권력을 통해 시장 권력과의 균형을 도모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8]

 

아직도 늦지 않앗다. 산사태를 미리 예고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일단 시작된 사태를 멈추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은가.[8]

 

시장은 한정된 재화를 분배하는 가장 나은 기제이기는 하나, 자력으로는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법치성을 만들어 낸다거나 생산수단을 완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수요를 창출해 내는 능력은 지니고 있지 못하다.[9]

 

시장 중심 사회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경쟁을 유지하며, 충분한 임금과 공공발주를 통한 수요를 창출하는 법치성이 존재해야 한다. 요컨대 수입과 자원의 배분에 정치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며, 이때 개입하는 권력은 민주적일수록 바람직하다.[9]

 

결국 금융 위기는 터지고 말았다. 이 금융 위기는 이제까지 믿어왔던 체제가 전반적으로 부패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잘못된 체제를 유지해오고, 이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지불해야 하는 체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12]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빚은 늘어가며, 불황의 위협 또한 여전했다. 이런 시기에 제대로 손을 쓰지 않는다면, 기업은 물론 소비자, 근로자, 예금자, 대출자, 도시, 국가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미래가 불안해진 은행들은 흠잡을 데 없이 건전한 기업에게조차 대출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흑자 도산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이다.[13]

 

위에서 열거한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이 모든 문제가 시장과 법치성 사이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14]

 

아울러 보다 나은 위기관리 체제, 유동성 확보 의무 체제, 보다 상식적인 보상체제, 보다 명확한 시장 업무와 은행 업무의 분리,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위험의 일정 부문을 책임지는 제도를 확립했을 때, 현재 몇몇 국가들에서 국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환경 지속적인 사업을 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해서 공동으로 추진할 때 비로소 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15]

 

지나간 위기가 주는 교훈

 

인류에게는 항상 위기가 있었다.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경제적 위기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특히 자본주의가 권좌에 오른 이후로는, 위기가 아예 정상적인 상황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

 

이번 위기는 미래에서 보면 방향의 선회라기보다는 진행의 가속화로 기록될것. 이번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이 늘 그렇듯이, 과거에 겪었던 위기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20]

 

이때 필요한 보호 정책이 적시에 시행되면 다시금 화폐 가치가 상승하게 되며, 시행되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거점이 이동하는 결과를 낳는다.[21]

 

1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기계 산업은 포드에 의해서 도입된 연속생산방식의 일반화를 통해 가속화되었으며, 근로자들의 임금도 상승했다.[24]

 

미국 은행들은 전쟁이 끝난 후, 외국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한 1928년 주요 석유 대기업 카르텔 중의 하나였던 ‘7자매’ 가 휘발유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자동차 산업이 와해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대공황의 단초가 되리라는 점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26]

 

금융 위기는 실물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건설업계와 자동차업계가 제일 먼저 타격을 입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패닉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각국은 보호 무역주의를 채택하였으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역 젖자를 줄이기 위하여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고 안간힘을 썼다.[27]

 

무역 거래가 점차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특정지역 혹은 특정 국가 간으로 제한되자,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침체는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불거졌다.[28]

 

화이트안과 케인즈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미국은행 연합 측에서는 “인류가 상상해낸 체제 중에서 그래도 가장 만족스러운 제도인 금본제로 돌아가자” 라고 주장하면서도, “국제적인 통화 풀에서 각국의 할당분을 받는 체제는 부채가 많은 국가에게 아직도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건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희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31]

 

이때 작성된 조항들은 한마디로 달러 본위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토론도 없이 승인되었다.[33]

 

달러가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 자리를 잡을 수록 달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되는 구조였다. 최초로 이를 주장한 벨기에 경제학자의 이름을 딴 ‘트리핀의 딜레마’ 는 오늘날 우리가 맞이한 경제 위기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위기의 정점엔 도착하지 않았다.[34]

 

미국은 승승장구하는 일본의 곡식 창고로 전략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 특히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괄목할 만한 발전은 이와 같은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기술 혁신은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레이건 정권이 ‘별들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던 대규모 국책사업계획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배수와 전력 공급 사업이라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진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미국이 지니고 있던 ‘거점’으로서의 지위는 일본의 도쿄로 이전되지 않았다. 거점은 기술 혁신 기업들이 몰려 있던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로 이전됐지만,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세계 금융 중심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38]

 

금융의 세계화는 교역의 세계화를 동반하고, 자금이 축적된 유럽과 아시아로부터 그 자금이 사용될 미국으로 저축을 이동시킨다. 금융 수단은 점점 더 다양화되고, 그와 동시에 금리도 점점 내려간다.[40]

 

은행들은 수중에 갖고 있지도 않은 예금마저 대출해주기 위해서 지불준비금마저 축내기 시작했다. 1951년에는 11.3 퍼센트에 달했던 지불준비금은 2001년에는 0.2 퍼센트에 불과했다. 금융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은 점점 더 확실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탐욕이었다.[44]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헤지펀드 운영자들의 총아였던 하이먼민스키처럼, 심각한 금융 위기가 곧 몰려올 곳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민스키는 금융 위기가 다섯 단계에 걸쳐서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수익성 놀은 혁신 (또는 경재 정책의 변화) 경제 호황, 낙관주의 팽배, 이익의 유출, 그리고 마지막으로‘민스키모멘트’ 라고 하는 패닉 상태...... 그는 ‘민스키 모멘트’ 를 2009년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5]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내 생각에는 이번 위기가 젊은 시절의 성장통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 위기는 세계화의 첫 번째 중대한 위기로, 튤립 사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맞이하게 될 굉장한 성장기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교훈을 얻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최대한 단순하고 명확한 언어로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이제까지 지역별로 발생했던 위기들이 어떻게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거대한 위기로 확대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50]

 

봉급이 충분하지 못한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은 생산되는 상품들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인구의 노령화(미국에서는 이민을 통해 약간 늦추었다) 현상도 수요도 작용하는 중요한 변수로 대두된다. 일반적으로 50세가 넘은 사람들에게서는 수요가 감소한다.[52]

 

부의 분배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 미국의 자본부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산층이 빚을 지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암묵적인 동의 속에서 1980년대 초부터 소비재 구입용 각종 신용카드 발급, 주택 구입을 위한 특별 담보 대출 등을 통해 미국 사회가 기능해 온 방식이다.[52]

 

늘어만 가는 가계와 기업이 부채가 멍에가 되지 않으려면,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2003년부터 꾸준히 금리 인하 정책을 펼쳐왔다. 그린스펀이 내린 이 중차대한 결정은 상당기간 동안 박수를 받아왔으나, 결과적으로는 재앙을 불러왔다. 금리인하 정책으로 점점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자산 가치는 상승. 이와 같은 ‘부의 효과’ 덕분에 이미 많은 빚을 진 가구들은 더 많은 빚을 내 소비에 열을 올렸으며, 이는 다시 자산 증가로 이어졌다.[56]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 underlying' 이라고 불리는 자산 (주식, 채권, 대출 또는 금리나 환율) 의 가치 변동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기 위하여 고안 된 금융상품을 가리킨다. 파생상품은 자금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한 기능을 행사한다. 파생상품의 가치는 자산의 가치로부터 '파생'한다. 이름은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파생상품은 자산 변동 추이를 예측하는 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내기의 성격에 따라 크게 선물 futures, 선도 forwards, 옵션 options, 스와프 swaps 등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채권과 관련한 파생상품으로는 자산 연계형이 아니라 신용 부도 스와프 (CDS)처럼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른 파생상품과, 부채담보부증권(CDO)처럼 몇 가지 자산을 한데 묶은 자산과 연계되는 파생상품 등 두 가지 유형이 대표적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상황은, 파생상품에도 증권화 방식이 적용 됨으로써 한층 더 복잡해진다. 가령 부채담보부증권(CDO) 이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증권 (RMBS), 자산 유동화 증권 (ABS)에도 각기 따로 떼어내어 사용할 수 있는 파생 상품들이 여러 종 씩 들어 있다.[59,60]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위기는 차츰 쌓여갔다. 전 세계의 예금자들은 점점 더 알쏭달쏭 해져가는 금융 상품들을 사는 데 주저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예금주들은, 투자 기금이 지렛대 효과를 겨냥해서 최소한의 자본만 투자한다는 사실과, 투자가 성공적이지 않을 때, 즉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될 경우 마지막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이해하였기 때문이다.[62]

 

원칙적으로 ‘평가자’라고 하면 독립적이어서 부패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러니 만큼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업무는 공기업이나 국제적인 기관, 그것도 안 되면 최소한 비영리 기관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마땅하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활동중인 곳은 모두 민간 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3대 신용평가 기업인 S&P, 무디스, 피치가 이 업무를 수행. 이들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기업들로부터 봉급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이들은 평가기관으로서의 회사의 이미지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공정하게 일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평가가 불공정하거나 불리하게 나온 데 대해 불만을 품은 고객 기업(자신들에게 봉급을 지급하는 기업)이 등을 돌리고 경쟁 평가기관 쪽에 마음을 주는 일도 방지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66]

 

당연히 이런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이번 위기에 관여한 모든 출연진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평가기관도 고객들, 즉 기업들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는 일에만 골몰한 나머지, 다시 말해 어디에서 오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부의 향연에서 한몫 챙기기 위해서, 지나치게 너그러운 점수를 준 것이 화근. 이는 화근 정도가 아니라, 거의 범죄였다고 할 수 있다.[66]

 

미국의 채무는 이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채가 아닌 민간 부채가 문제 될 것이라고 짚어낸 전문가들은 극히 드물었다. 더구나 최하위 빈민층이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얻은 대출금이 위기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걸 예측한 사람은 더더구나 없었다. 몇몇 사람만이 예외적으로 이 점을 감지했을 뿐이다.[69]

 

이와같은 일탈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그대로 바라볼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정치가들의 경우에는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대출을 원하는 자들은 수중에 가진 돈으로는 감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부동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으며, 은행가들이나 평가기관, 중간 브로커, 신용보강기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창출된 어마어마한 부가 아니었다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유일한 패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였다. 미래는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71,72]

 

이렇듯 경제는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관련 사업이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으니, 그 누구도 산업과 기초 연구 부문으로 가야 할 인재들의 대부분이 금융체제 속으로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칼빈주의와 더불어 세워진 개신교의 나라 미국은, 저축과 노동을 중시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이제 신이 미국을 선택했으며, 미국에게 승리를 안겨 줄 거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이 같은 은총이론 하나만으로도 긍정적인 태도를 전파하기엔 충분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면, 잔칫상을 물리기란 점점 더 곤란해진다.[73]

 

위기 때마다 늘 그렇듯이, 악순환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약간의 두려움이 감지되는가 싶더니 어느 새 갑작스러운 패닉 상태로 변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연회장은 서로가 서로를 밀치고 떠다미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서로 먼저 빠져나가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중 사망자도 발생한다.‘패닉’ 이란 전개 양샹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두려움과 전혀 다르다.[75,76]

 

자본주의가 사라질 뻔한 날

 

폴슨의 계획에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은 공적 자금을 통한 지원 대신, 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상호부조은행을 설립하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9 29, 부시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원은 폴슨이 제시한 계획을 찬성 205 대 반대 228로 부결시켰다. 아무도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려 하지 않았고, 패닉은 절정에 달했다. 이 날은 말하자면 전 세계 금융 체제가 심장마비 직전까지 간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동성 위기가 유럽과 아시아로도 확산되어가면서 싱가포르, 홍콩, 시드니 등지의 단기 자금 (1개월~3개월) 금리는 폭등했다. [93]

 

하지만 안심은 잠시뿐이었다.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독약’은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소비는 침체했으며, 부채 청산은 계속되었다. 자산 가치 또한 하락했다. 이번엔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까지 자동차업계가 파산에 직면했다. [103]

 

런던의 시티에서는 며칠 사이에 일어난 몇몇 비극적 사건들의 여파로, 금요일엔 해고 통지를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금요일에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들 중, 주말 동안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105]

 

신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마련할 수 있을까? 미국 납세자들의 주머니에서? 그럴 경우, 그나마 유지되는 거의 명목뿐인 성장마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자 재정을 통해서? 이 경우, 미국 국채와 달러는 머지 않아 더 이상 상대해서는 안 될 기피 품목으로 전락할 것이다. [106]

 

앞으로 닥칠 위협

 

인간에게는 원래 문제가 생기면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 우선 희생양을 찾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110]

 

천만다행스럽게도 혁신적인 기술인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이를 응용한 개 시디의 삼총사 (휴대전화, 노트북, 인터넷)의 등장으로 찬란한 성장의 꽃을 피웠다. 두 경우 모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일련의 새로운 재앙들이 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신들의 장래가 불안한 나머지,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점점 더 꺼리게 되면, 기업들은 줄 도산하게 될 것이다. 은행을 제외한 다른 금융 기관들도 파국을 맞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자산 가치는 심각하게 하락할 것이다. 자산 가치 하락으로 예금 잔고가 두둑한 중국 같은 나라도 손실 입을 것이며, 따라서 남은 예금액을 자국으로 끌어들여 국내 경제 성장률 제고에 매진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이는 곧 유럽 경제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경기 침체는 대대적인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한번 떨어진 물가는 대대적인 공적 자금 투입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2년에서 5년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불황이 이어지면서, 서방 주요 국가들의 채무는 아마도 인플레이션을 통해 말끔하게 정리될 것이다.[111]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가계는 더욱 더 소비를 줄이고 예금 계좌에 현금을 비축해두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이나 자동차 구입은 줄어들 것이며, 따라서 주택 대출금 상환도 줄어들 것이다.[115]

 

금융 위기 훨씬 전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시작된 경제 둔화 현상은 적어도 2009년까지는 지속도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 은행, 건설, 자동차 산업, 항공 산업, 고가 물품을 취급하는 백화점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116]

 

이렇게 될 경우, 적어도 두 가지만큼은 확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일수록 기업의 매출은 떨어지며,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수록 일자리는 줄어든다. , 신중함이 지나치면 경기 침체가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118]

 

불황은 모든 자산 가치의 하락을 초래하며, 생산업자자 유통업자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유발. 기업들은 자동차나 의류, 가정용품, 주택 등의 생산품을 헐값에라도 팔려고 덤빌 것이며, 따라서 1년 내내 바겐세일이 계속될 것이다. 선험적으로 볼 때, 이는 분명 구매력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을 놓고 볼 때, 경제에 투입된 엄청난 금융 자금과 통화량은 가계 부채를 빈털터리 국가가 발행한 채권으로 전가 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소비라는 활동을 통해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통화량 증가를 낳는다. 이는 결국 때가 되면, 중앙 은행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118]

 

인플레이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시작되며, 통화량은 감소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가계와 국가의 과도한 채무를 털어 내는 데에는 유용 할 것이다. 국가가 지불 유예를 선언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승자는 확정금리로 빚을 진 사람들이다. 반면, 빚을 전혀 지지 않았거나 변동금리로 대출을 한 사람들은 패자로 전락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인구 구성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선진국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 든 세대들로부터 쟁취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다수결의 원칙은 변함없이 유용하며, 단지 다수에 포함되는 유권자의 면면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인플레이션은 '최초의 글로벌 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119]

 

인플레이션은 ‘최초의 글로벌 민주주의적 결정’ 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119]

 

미국의 불황은 전 세계 경제의 와해를 의미한다. 어쨌든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빌려 준 돈 덕분에 여전히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국을 대체할 성장동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119]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의 금융 위기란, 빚을 갚아야 하는 미국과 미국인들의 의무감에 대한 세계의 신뢰 상실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파산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120]

 

미국 채무의 증가와 세계적인 예금 고갈 사태로 인하여 달러는 점점 더 유일한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 예금자들은 점점 저 자신들의 돈을 달러화로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사정을 감안할 때, 우리는 반드시 통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고해보아야 하며,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단일 화폐를 제정하는 문제도 고려해보아야 한다.[124]

 

이념이란, 주로 한 집단의 권력을 공고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동시에 이념은 인간의 삶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인간에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조차 이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자유주의 이념으로는 '글로벌 자본주의;란 지극히 소수에게만 유용할 뿐이라는 반감을 잠재울 수 없으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세계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든 은행가들에게 100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설득할 수도 없다.[125]

 

이번 위기는 또한 실질적인 새로운 부를 생산해내지도 않는 소수 집단이, 어떻게 어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으면서 어디가지나 합법적으로 남아 만들어낸 부의 상당 부분을 가로첼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다.[126]

 

위기와 위기 해법의 이론적 토대 : 서로 모순되는 민주주의와 시장의 요구

 

현재의 위기를 몰아온 일련의 사건들의 저변에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가에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하여 수요가 제대로 창출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사건들은 미국 사회가 정당한 소득 분배의 대체물로 새로운 금융체제를 채택했으며, 이를 유지시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132]

 

이러한 체제에서는 두 가지 상반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금융 기관들이 수익성은 매우 좋지만 그 대신 위험이 매우 높은 투자에 대해 인위적인 붐을 조장한 다음, 고객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이 투자에 참여하도록 부추기는 일이다. 둘째는 첫 번째 경우와는 반대로, 금융 기관들이 자신들이 얻은 좋은 투자 정보를 고객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자기들만 독점하는 일이다. 두 경우 모두 금융기관은 정보를 이용해서 본래의 기능, 즉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돈을 대주는 일에서 이탈해서 자신들만을 위한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감독 기능이 중요하다.[133,134]

 

세기가 거듭될수록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선호하게 되었다. 전 세계는 인간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희귀 재화라는 맥락 속에서, 이 자유를 조직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제를 고안해냈다. 두 가지 기제란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다. 시장은 자유로운 가운데 희귀 재화를 구입해서, 그것으로 개인적인 재산을 생산하고 획득을 가능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가운데 희귀 재화를 구입해서 공적인 재산을 생산하고 획득하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135,136]

 

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며, 민주주의는 시장을 필요로 한다. 경제적인 자유가 없는 정치적 자유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소 무오류 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으며, 효율적이지도 않은 시장은 사유자산과 지적 자유, 모든 생계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자유와 도전정신을 보호받기 위해서 민주주의, 아니 최소한의 국가를 필요로 한다.[136]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약속이라면 존중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면 다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성실할 필요조차 없으며, 더군다나 다음 세대에 대해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우리의 증손자들은 아직 선거권이 없지 않은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옹호는 결국 불성실함과 탐욕을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덕목으로 바꾸어놓으며, 고용 안정성과 법치주의의 안정성을 파괴하고 이타주의를 배척하는 결과를 초래한다.[139]

 

이렇듯 법치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세계화 된 시장은, 각 나라의 법치성과 법치성의 근간으로 간주되는 민주주의를 잠식한다. 공정한 금융시장의 규칙을 제정하는 권한은 금융 거점들 간의 경쟁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각 금융 거점은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맞는 정보 선점자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제정한다.[141]

 

이렇듯 법치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세계화 된 시장은, 각 나라의 법치성과 법치성의 근간으로 간주되는 민주주의를 잠식한다. , 이렇게 되니 이제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상황이 전개된다. 한 나라를 놓고 볼 때는, 항상 강력한 국가가 시장을 만들어내면 시장이 그 뒤를 이어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온 반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구가의 개입이 전혀 없이 시장이 스스로 형성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이렇게 형성된 시장에 대해 법치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아무런 기구도 없는 형편이다.[141,142]

 

아무도 시장이 필요로 하는 법치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현재 시장에서는 치외법권이 난무한다.무법적, 불법적 , 범죄적 경제가 기승을 부린다. 사회계약으로 다루어져야 할 사안들이 민간계약으로 대체되어 버린다. 공공서비스는 점점 더 민간업체에 맡겨진다. 심지어 치안과 공정성 부문의 서비스까지도 그렇다. 이는 자산, 수입, 정보등에 접근함에 있어서 불평등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궁극적으로는 금융 자본주의의 승리를 의미한다.[142]

 

이 모든 것이 너무 유토피아적이라고?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긴 모든 것을 체념하고 위기가 더욱 악화도기만을, 아무도 시장을 신뢰하지 않게 되기를, 민주주의란 자신이 만들어낸‘골렘’을 제어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만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만일 그 방법을 택한다면, 그땐 시장과 민주주의를 빚어낸 ‘개인의 자유; 라는 이상마저도 그 가치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147]

 

긴급 대책

 

긴급 대책을 수립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민주주의와 권력을 통해서 시장의 권력을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우선 법치성의 권력을 통해 금융시장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하자.[151]

세계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수천만, 수억의 창작가, 혁신가, 기업가들이 완전히 자유로운 가운데 당당히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152]

 

금융 자본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 힘으로 도덕적이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152]

 

이번 위기는 모두에게 구원의 기회이며, 혼돈스러운 세계화가 촉발할 수 있는 재앙전의 마지막 경고임을 깨달아야 한다.[153]

 

버락 오바마는 모든 미국인들이 이제 정말로 심각한 위기가 시작된다고 믿는 시기에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버락 오바마는 루스벨트가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 백악관에 입성했으며, 로날드 레이건이 포드식 생산 모델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대통령이 된 것과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시작하는 이 정책을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이 처한 특수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서 이용할 수 있다.[154]

 

각국 경제의 질서 되찾기 제안

1. 빚을 갚기 위해 저축률을 현저하게 높인다.

2. 지속적으로 민간 수요를 유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노동조합의 권위를 강화하고, 소득세제 개편 등을 추구한다.

3. 어려움에 봉착한 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최대한으로 지원해야 한다.

4. 주택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하향 안정시키며, 대출금 상환 유예기간을 인정해주고,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벌인 뉴딜 정책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주택소유자대부공사 같은 국가 기관을 통해 담보 대출 전체를 재자본화 해 준다.

5. 은행 간 대출을 대대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은행의 유동성과 지불상환 능력을 유지시켜주며, 필요하다면 모든 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어야 한다. [155]

 

규제체제는 정비되었는데 국가에서 아무런 사업을 벌이지 않는다면, 경제체제는 극단적인 자유주의로 인하여 각국이 위기를 겪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이처럼 비극적인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모든 구상을 진정한 사회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아, 그 사회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구성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전 세계적인 차원의 국가가 적절한 추진력을 가지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며, 시류를 형성하는 지나친 낙관주의와 지나친 비관주의를 모두 배제하면서 국제적인 차원의 대규모 사업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은 특히 오염 방지,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텔레 커뮤니케이션, 도시기반시설 구축 등을 위주로 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정보의 공정한 흐름을 유도하는 네트워크 개발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예를 들어 온실 가스 배출에 부과하는 세금 등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165]

     

 하지만 위에 열거한 정책들 중에서 (거의) 아무것도 실천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도 원치 않는 끔찍한 재앙이 몰아쳐서 뒤늦게 가슴을 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특히 미국은 더더구나, 초국가적인 해결책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166]

 

최후의 경고, 미래의 약속

임기 응변식으로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를 넘기고 나면 불평등은 한층 심화되고, 새로운 금융 기법들이 예금을 유혹할 것이며, 자연히 빚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또다시 새로운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새로운 위기는 현재의 금융과는 아주 다른 양상, 다시 말해서 동원 가능한 새로운 통신 기법들과 훨씬 밀접하게 연계되는 양상을 띠고 전개될 것이다. 특히 인터넷 기술은 앞으로 은행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170]

 

이렇듯 혁명적인 변화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완전히 변모하게 될 것이다. 우선 은행들이 먼저 나서서 이들과 손을 잡지 않는다면, 텔레 커뮤니케이션 전문 기업들이 은행과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휴대폰이 진화하는 양상에 따라, 처음엔 소액 대출 상품에서 시작된 신종 금융 상품들이 머지않아 도처에서 양산될 것이다. 이는 곧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직접 혹은 중개인(정보 선점자)을 통해 금융시장에 진입하게 됨을 의미한다.[171]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십억 주민들로 구성된 복합계인 시장이 현존하는 유일한 복합체제는 아니다. 시장이 아닌 다른 복합계들이 통제와 예측을 벗어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끔찍한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172]

 

기후 이상 현상이 금융 위기처럼 삽시간에 가속화된다면, 세계 경제의 위기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비행기에 조종사만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조종실조차 없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174]

 

두 경우 모두 우리는 복합계, 바꿔 말하면 스스로는 어떠한 의도나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아무런 도덕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에 인간에게 봉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인간을 파괴시킬 수도 있는 골렘 같은 존재와 맞서야 하는 입장이다. 골렘과 맞선 상황에서라면, 우리는 당연히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분별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그래야 골렘이 우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를 제어할 수 있다. 지금은 그의 위협을 우리의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175]

 

이번 위기를 통해 우리들 각자가, 금융 위기를 포함하는 모는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설득력 있는 이 네 가지 진리를 좀 더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었다면, ‘위기’라는 악은 우리에게 ‘기회’라는 선을 부여했고, 일탈은 제어를 위한 기회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시장은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주인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효율적인 하나의 기제에 지나지 않는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177]

 

기쁨과슬픔이 뒤엉키고, 마음을 안심시키기는 지루한 일상과 놀라움이 뒤엉킨 개인들의 삶만이 유일한 위기로 인식되는 새로운 세계말이다.[177]

옯긴이의 글

 

자본주의가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부리내리기 시작한 이후, 다시 말해서 시장의 기능이 극대화되면서부터 위기는 항상 존재해왔으며, 하나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의 위기를 발생할 때마다,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거점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 낸 곳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고,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거점이 명멸했다는 것이 그가 전작 <미래의 물결>을 통해 펼쳐 보인 주장이었다.[180]

그렇다면 이번 위기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1929년의 대공황은 결국 세계 대전으로까지 번진 반면, 17세기에 발생한 ‘튤립공황’은 네덜란드 7주 연합이 이후 150년 동안 세계를 장악하며 승승가도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탈리는 ‘세계화’라는 추세가 몰고 온 최초의 금융 위기라고 표현되는 이번 위기가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통과 의례식으로 거쳐가야 하는 과도기적인 동요, 즉 ‘튤립공황’처럼 작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180]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적절한 시기에 세계 정부가 창립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가 주장하는 위기 해결책은, 그의 전작인 ‘미래의 물결’을 읽은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이, 궁극적으로 ‘하이퍼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다.[180]

 

 

내가 작가라면

 

목차를 훑어보며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이 소제목은 자크 아탈리의 걱정과 안타까움의 표현이라 느껴졌다. 그를 증명하듯 서문의 제 첫 문장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로 시작 된다. 인생을 많이 살아 온 분들이 젊은 친구들이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범하는 것을 보며 한탄하는 아쉬움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인간적이다.

앞으로 닥칠 위협 - 어미 새들 나무 위의 새둥지에 있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닥칠 위협에 항상 방어하며 천적을 막기 위해 애를 쓴다. 그는 신중을 기하라고 어미 새처럼 알려주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희생양을 찾고 보자는 심리를 버리고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긴급 대책- 소를 잃고 낙심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 되찾기에 노력해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보이는 장이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를 되돌아보며 강화나 정비에 힘을 쓰며 균형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일러주고 있다.

최후의 경고, 미래의 약속- 기후로 인한 금융의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 현실에서도 미래학자가 아닌 우리도 느낄 수 있을만큼 전 지구적인 이상 기온 현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 라는 악은 우리에게‘기회’라는 선을 부여했고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효율적인 하나의 기제에 지나지 않는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부정적 시각

 

그가 이 책을 저술하며 목차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며 썼는지는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읽는 내내 불안감은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이 현재의 경제위기의 형황과 원인을 아주 간결하고 현실적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기대를 했던 마지막 장의 미래의 약속은 선명하지 않았다. 현재의 위기에 처해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수십억 가지의 기계들이 결합된 복잡계 안에서 벌이는 행동들의 얽히고 설킴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실이라니 미래는 캄캄했다. 기업이나 국민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시나 방향은 예측할 수 없었던 걸까? 이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긍정적 시각

 

제목을 보면 위기 그리고 그 이후이다. 마치 프랑스 영화의 마지막처럼 그 이후는 읽는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난 후 모든 것을 긍정의 시각으로 다시 보았다. 위기는 기회를 부를 것이고 이 책의 미래의 조망에 대한 어두운 부분을 읽은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아 나설 것이라 생각했다. 가상을 긍정으로 하고 나부터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 보리라고 마음 먹으며 밑그림을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는 믿음으로 해석해 보았다. 전반적인 세계 정세를 논하기 앞서 가정 하나를 놓고 봐도 힘든 상황을 극복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이럴 때 부정적인 생각으로 앉아 있을 것이냐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냐를 볼 때 작가의 의도는 나의 마음과 같았으리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그는 지금 현실이 이러하니 모두 각성하고 세계 정세를 다시 살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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