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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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그의 책을 읽으며 만나기를 갈망했다. 이렇게 위대한 분이 나같은 풋내기를 만나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접었다. 혹시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홈페이지가 있다. 첨단 미래를 내다보는 분의 홈페이지는 원시적이었다. 후에, '형식 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다. 그 답다. 독자 중에는 나같은 사람이 또 한명 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학교도 같은 곳을 나왔다. 선생님께 끌린 이유를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나와 일치할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용기를 내서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많은 저술을 하다. 만일 일찍이 나도 용기를 내서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변했을 것이다.
총 3장이다. 1장에서는 방만한 경영을 혁신한 커다란 메스를 소개한다. 1장 1절의 첫번째 단락은 읽기가 좋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이 단락을 읽고 다음 글들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1장은 독자를 잡아끄는 마중물에 해당한다. 독자가 알고 싶어하는 사실을 최대한 포진시켜놓아야 한다. 너무 특이한 내용은 곤란하다. 읽기 쉬우면서도, 개성있으며, 영양가 높은 텍스트여야 한다. '경영의 기본언어', '숫자를 알아야 성과도 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홀로 서야 한다' , '수익원을 확충하라, 그리고 철저히 감량하라' 의 내용은 그 조건에 부합한다. 범경영적이면서도, 무역협회라는 특수성이 있다.
박스형으로 해당 내용에 대한 실제 사례를 실었다. 본문 내용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 도표나 실례를 수집해서 실어놓는다면, 성의가 있어보이고, 구체적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독자에게 할 수 있는 배려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마지막의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가 비영리조직의경영혁신에 주는 가치와 교훈'은 좋은 내용이다.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의 특성, 공익 조직의 혁신사례, 에 포커싱하지 않았다. 문맥상, 무엽협회에 한정된 이야기만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고민이 있으면, 먼저 그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대학교 시절에는 이성 문제로 글을 올렸고, 백수시절에는 '구직자'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렸다. 모호한 관념을 정리하고자 자판을 두들긴다. 명료하게 다듬고 다듬자, 글이 되었다. 어느새 그에게는 제자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도 머리가 컸는지, 당시의 답답했던 고민은 이제 없다. 물론 답답하고,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풀리지 않은채, 그런대로 풀려간다. 변경연 홈페이지에서 배운 사실이다.
우연히 선생님을 볼 기회가 있었다. 문요한 선생님의 '굿바이 게으름' 강연. 강연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입구에 그가 서있다. '제자를 많이 신경써주는구나'라고 느꼈다. 약 1초간 흘깃 보았다. 그 나이때의 사람들의 눈빛이란 어떤가? 의심과 냉소, 약간의 분노, 자기에 대한 실망, 오만, 작은 희망이 조금씩 섞여있지 않은가? 콘텍트렌즈 처럼 그의 눈빛을 빌려 낄 수 있다면, 세상은 낭만적으로 보일 것이다. 대책없는 낭만은 아니다. 그는 세상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 냉혈하고, 문제 투성이의 삶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으리라. 내가 낭만적이라고 한 것은, 문제와 문제 사이의 '틈'을 그는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몇달전 서산에서 수업이 있었다. 상명대학교가 있는 자택으로 모시러가다. 서산까지는 초행길이다. 내 운전은 불안하다. 토요일이라, 차는 막혔다. 나와 단둘이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불안한 운전, 촉박한 시간, 어색한 분위기. 이 틈을 비집고 선생님은 맥도날드에서 드라이브 아웃으로 커피를 사주셨다.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난 그의 성향을 시각화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평상시 그는 야수는 아니다. 가시덤불에서는 몸을 움츠린다. 다른 사람과 틀린 점은 상처가 조금 나더라도, 전진한다는 것이다. 몸을 안착할 수 있는 '틈'을 발견하면, 야수가 된다. 덤불과 덤불 사이의 틈, 문제와 문제 사이의 막간에서 잠시 안식한다. 그리고, 다시 어딘가로 나아간다. 교묘하고, 맹렬하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 또한 하이브리드化중이다. 도대체가 정교하게 자신의 경력을 계획할 수가 없다. 이제 개인은 많은 정체성을 가질 것이다. 선생님은 두가지를 동시에 쥐고 있는 것이 이상적이라 했다. 한 가지는 밥줄이고, 또 한가지는 꿈이리라.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 불과 90년대만 해도, 여대생들은 선택을 해야했다. 공부 아니면, 놀기.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화장도 해서는 안되고, 연애도 해서는 안된다고 그녀들은 믿었다. 지금 보면,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가? 직업관 역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지각변동의 중심에 선생님은 서있다. 그는 스스로를, 실험중이다.
선생님의 매력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그를 따르는 것일까? 내가 선생님에게 느끼는 감정은 '감사'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블랙 도트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어린시절의 고통에 무너질 정도로, 사람은 허술하지 않다.'
제자로서 감사에 보답하는 길은, 그의 실험에 멋진 근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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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구입했다. 선생님의 책이 나오면, 일단 사고보는 습관이 있다. 급한 마음으로 읽다. 마침 새직장에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어떤 마인드로 업무를 해야할지, 정리하고 싶었다. 선생님의 책은 나침반이다. '세상이 변하니, 과거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말을 듣고 싶었던 거다. 알고 있지만, 또 듣고 싶었다. 직장생활이 지옥 같은 사람에게 그 이야기는 생명수 같다. 탈출구이며, 든든한 후원자다.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다. 읽다보니, 이상하다. 뜬금없이 무역협회 혁신 이야기가 나온다. 듣도보도 못한 조직의 이야기가 멀게만 들렸다. 읽다가 덮다. 4년이 지났다. 직장인에서, 자영업자가 되었다.
사장이 되고 별로 기뻐본 적이 없다. 장사가 잘되어서 돈이 들어와도, 돈이 나를 기쁘게 해주지는 못했다. 돈을 벌고자 24시간 신경쓰는데, 정작 그 돈은 행복을 주지 못한다. 장사가 안되면, 안되는 대로 기분이 우울하다. 매출과 경쟁업체에 이리저리 생각이 많다보니, 나의 진로와 꿈은 멀어졌다. 기껏, 지금 하는 일을 나답게 하는 정도로 위안을 삼는다. 그림을 그려서 홍보하고, 경영 관련 책을 쓸 생각을 하고 있다. 하루의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데, 의욕만 변덕스럽게 날뛴다.
책을 펼쳤다. 비영리 조직이 어떻게 혁신 조직으로 거듭났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책의 미덕을 말하자. 자료를 수집하고, 사람을 만나고, 후미에는 인터뷰를 실었다. 성실한 책이다. 아쉬운 것은, 앞의 자료들을 토대로 심층적으로 인터뷰를 했더라면 하는 점이다. 물론 한 조직의 회장을 상대로 자료를 들이대며 꼬치꼬치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니, 그렇게 묻지 못한다. 인터뷰가 들어간 것은 참 좋다. 분량이 조금 많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김재철 회장과는 범경영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질문의 질문 보다는, 관례적인 질문이 다수다. 조직의 체질을 완전히 바꾼 인물인데, 개인사가 궁금하다. 배를 타고 원양어업 경험이 있다. '어부'라는 사람이 어떻게 일개 그룹의 총수가 되었는지도 매력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무역협회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기에, 김재철 회장의 개인사를 파고드는 것은 맞지 않다. 박스형으로 간단한 이력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적어도, 김재철 회장의 경력과 경륜이 어떻게 무역협회를 부활시켰는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총 3장이다. 1장에서는 방만한 경영을 혁신한 커다란 메스를 소개한다. 1장 1절의 첫번째 단락은 읽기가 좋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이 단락을 읽고 다음 글들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1장은 독자를 잡아끄는 마중물에 해당한다. 독자가 알고 싶어하는 사실을 최대한 포진시켜놓아야 한다. 너무 특이한 내용은 곤란하다. 읽기 쉬우면서도, 개성있으며, 영양가 높은 텍스트여야 한다. '경영의 기본언어', '숫자를 알아야 성과도 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홀로 서야 한다' , '수익원을 확충하라, 그리고 철저히 감량하라' 의 내용은 그 조건에 부합한다. 범경영적이면서도, 무역협회라는 특수성이 있다.
박스형으로 해당 내용에 대한 실제 사례를 실었다. 본문 내용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 도표나 실례를 수집해서 실어놓는다면, 성의가 있어보이고, 구체적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독자에게 할 수 있는 배려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절의 끝에는 집필메모로서, 요약과 함께 작가의 생각을 정리했다. 나라면, 이런 편집은 하고 싶지않다. 정보가 사람을 바꿀까? 요약은 정보중의 정보다. 요약은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요약은 메뉴판에 불과하다. 작가의 생각은 주요본문에 녹여서 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로 엣센스를 추출해서, '집필메모'처럼 편집을 하면 오히려 텍스트가 가볍게 느껴진다.
한 챕터가 끝나면, 이야기가 어떤 포맷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수 있다.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와 선생님의 경영 지식이 잘 맞물려가리라 예상한다. 눈에 튀는 항목이 있는데, 소제목들이다. 소제목은 방만한 텍스트를 먹기 좋게 담기 위한 편집방법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소제목들이 나오는데, 천편일률적으로 '~~ 하라'라는 식의 문투다. '운영하라' , '찾아라', '만들어라' 자기계발서의 최면을 걸기 위한 문투로 느껴져 안타깝다. 한때 선생님은 칼럼에 이렇게 쓰셨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영업 사원들은 아침에 동기부여 테입을 듣고 사기충전되어서 전장에 나간다. 저녁이 되면 패잔병이 되어서 돌아온다.' 기분과 최면에 이끌려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의 소제목들이 최면을 거는 것 같다.
2장은 새살이 돋기 위한 장치와 물리치료다. 무역협회 체질개선을 위해서, 분사와 인력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퇴직한 사람들을 만나서 채집한 '회고대담'은 흥미롭다. 뒤에 신입사원들을 만난 이야기도 나온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발품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고, 내용 자체도 독자에게 도움이 되리라. 퇴사자, 신입사원은 대다수 직장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편하기는 하지만,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이 두렵다'는 신입사원의 이야기에선, 좋은 회사에 다녀도 저런 고민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용적으로는 퇴사자와 신입사원은 조직을 이미 떠난 사람이고, 아직 조직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이다.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책의 내용은 더 입체적이고, 객관성을 갖는다. 아쉬운 점은 퇴사자들이 무역협회를 나와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입사원들의 구체적인 신상도 알고 싶다. 좀더 디테일하게 만남의 장면을 스케치했더라면 좋았을 껄....아쉬움이 있다.
3장은 성장을 위해, 고객에게 커다란 가치를 두겠다는 내용이다. 현장 밀착 지원을 시작으로, 무역서비스 할인크럽, e서비스의 내용이 있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무역아카데미, 대학생 트레이드 인큐베이터 사업을 말한다. 나도 무역아카데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IT교육과 일본어를 병행해서, 일본으로 취업시키는 사업은, 이곳말고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를 이용해서, 형편없는 교육을 하는 학원들이 많았다. 무역아카데미 학생의 실제 사례를 읽으니, 신용이 생긴다.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하는 무역협회에 대한 내용이 있다. 코리아 브랜드 홍보,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이다.
마지막의 '무역협회의 혁신 사례가 비영리조직의경영혁신에 주는 가치와 교훈'은 좋은 내용이다.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의 특성, 공익 조직의 혁신사례, 에 포커싱하지 않았다. 문맥상, 무엽협회에 한정된 이야기만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무역협회 사람들에게는 필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른 조직에게는 희망을 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체질개선을 할 수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1. 인터뷰 분량과 깊이 보완
2. '~~하라'체의 소제목 수정
3. 퇴직자와 신입사원의 인터뷰 디테일 살리기
4. 무역협회에 포커싱을 맞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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