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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6일 05시 20분 등록
그러나 나는 일반에게 무료 공개를 하였고, 기업화는 7년이나 늦게 되었다. 처음부터 상업화를목적으로 설립된 글로벌 기업들과 안연구소가 규모면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되었지만 거기에 대한 후회는 추호도 없다. 그 기간에도 백신을 무료로 보급하면서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호기심에서 한번 해본 일이었지,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은 없었다. 의학자로서 내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니까 계속 발견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 요청이 모두 나에게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시간이 없다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교로 출근해서는 하루 종일 전공 일을 했다. 그런 생활이 7년이나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언젠
까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

이때 고민하면서 깨달은 것은 어떤 일을 선택할 때는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 아무리 커다란 성공을 하였든 혹은 치명적인 실패를 하였든 간에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항상 현실에 중심을 두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나 자신도 발전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잇다는 것은 오랫동안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직결된다. 아무리 성취감과 보람이 있는 일이라도 열정을 가질 수 없다면 계속해서 그 일을 하기 힘들며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는 더더욱 힘들다. 21

시간은 원칙을 가지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자이다. 그와는 반대로 위선적인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적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사람이 더 이상 참지 못하거나 왜곡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숨겨진 의도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은 힘은 들지만 소신 있게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27

2000년 우리나라에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 주위에서 닷컴 기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우리는 '핵심 역량과 관계되는 분야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반대로,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주식 시장에 공개하라고 권유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물며 내 지분을 비싼 값으로 살 테니 팔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벤처 기업의 평가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받지도 주식을 팔지도 않았다. 28

미국 부통령이 갑작스럽게 죽자 한 여성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교 때 섹스 파티를 열었다는 스캔들에 휘말리고 여론의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시종일과 노코멘트로 일관한다. 주변에선 부인하지 않으면 불리하다고 조언했으나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스캔들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부통령에 오른다. 대통령은 그녀에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대답했다. 

'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사생활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게 제 소신입니다. 스캔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제가 말하는 순간 부통령 자격 조건에 사생활이 포함된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정치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해서 저의 원칙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29

안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가 그것이다.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세가지를 충실하게, 그것도 조직원 전원이 지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백보 양보하더라도 안연구소에서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일은 고객을 속여서 돈을 버는 일이다. 백신이 바이러스를 바이러스라고 진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백신은 바이러스가 아인 것을 바이러스라고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은 바이러스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잘못 진단한 백신을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백신으로는 다른 백신이 못 잡는 것도 잡는다는 식이다. 한술 더 떠서 사용자의 무지를 악용하여 정상인데도 치료하게 하고 돈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31

스톡데일 페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임을 가르치고 있다.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실행 능력의 부족은 관리자들이 높은 수준의 전략에만 몰두하고 실행 과정 또는 현장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근거도 없이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가 서서히 나락으로 추락하고 만다. 35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기본적이며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동료와의 상호 존중이나 고객 또는 외부와의 약속 지키기로 이어지지 않고 자기가 많은 부분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면, 결국 그 사람이나 그 조직은 외부로부터 버림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하는 일을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서나 '절반의 책임' 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인식을 버릴 때만이 진정으로 발전하는 개인, 발전하는 조직이 생겨날 것이다. 39

내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둘째,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셋째,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넷째,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며, 외부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섯째, 항상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조그만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며, 방심을 경계한다. 
여섯째,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곱째, 천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이와 성별, 학벌 등으로 차별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둘째,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셋째, '너는 누구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끼리 비교하지 않는다. 
넷째, 다른 사람을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지 않는다. 
다섯째, 내 스타일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42

조직이 가지는 진정한 뜻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을 여러 사람이 함께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즉 조직이 존재하고 조직원으로 일을 하는 이유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단순히 '모여서' 하기 위함이 아니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서로 '힘을 합해서' 해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학생이나 프리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자기의 발전에만 관심이 있거나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면 그것으로 할 바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자기 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전체 조직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만약에 개인의 발전이나 목표가 더 중요하고, 어떤 일을 같이 이루어나가는 데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조직에 속해 있는 것보다는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51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해치는 요인 중 하나는 인간의 기본 속성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에게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주위 환경이나 남의 탓을 하기 쉬운 본성이 있다. 

데일 카네기의 '친구를 얻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쇄 살인범 등 흉악범만 모아놓은 형무소에서 수감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의 죄인들이 자기 잘못보다는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 때문에 이 지경까지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잘못이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니 다니엘 덕의 '체인지 몬스터'에도 비슷한 예가 나온다. 저자는 세 살 된 딸과 둘이서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처음으로 딸에게 초콯ㄹ릿을 한 조각 주었다. 그런데 한밤중 바람소리에 잠을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딸이 남은 초콜릿을 모두 먹어버린 것이 아닌가! 야단을 맞은 세 살 된 아이의 대답은 '동생이 있었다면 그 애가 그랬다고 했을 텐데'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가 잘못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의 탓을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 것 같다. 56

이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한 사람의 천재가 모든 일을 다 해내는 시대는 지났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서 하나의 큰 일을 이루어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필수적인 것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문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이런 능력이 없는 전문가는 자신이 맡은 부분의 일은 잘해낼 수 있지만, 그 일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서 더 높은 수준의 성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 뿐,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만들어주지 못한다. 

좀더 알기 쉽게 수식으로 표현하면, '전문가의 실력 = 전문 지식 X 커뮤니케이션 능력'쯤이 될 수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문 지식을 쌓아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 지식이 아무리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다 해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0점인 사람은 전문가로서의 실력도 0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2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이 메일을 보낸 측이 수신 확인의 책임까지 져야만이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메일을 보낸 것만으로는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정보를 보낸 그 순간부터 커뮤니케이션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중요한 일이 커뮤니케이션 지연으로 잘못되었을 때는 이메일을 보낸 것만으로는 책임 전가가 되지 않는다. 68

게빈 케네디의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다'를 보면 재미있는 사례가 나온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 저자가 어느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는데, 습도가 너무 높아서 밤새도록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는 아침이 되자마자 호텔 프런트로 달려가 종업원에게 호텔의 형편없는 시설에 대해서 마구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결국은 창문을 열어놓고 자라는 회답밖에는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다음에야 그는 불평만을 늘어놓아서 종업원을 방어적인 자세로 만들어놓는 것보다는 불편한 점을 설명하고 다른 방으로 바꾸어달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프런트로 갔던 이유는 불평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보다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만 것이다.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더 있다. 우리가 상대방을 공격하면 상대방은 자신을 변호하게 마련이다. 사납게 몰아붙일수록 상대방은 그보다 더한 태도로 반격해 온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서로의 감정만 격앙되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채 싸움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이다. 71

언젠가 '열심히 사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그 내용은 쓸모없는 것이 되었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의과대학 시절의 삶의 태도가 지금도 내 핏속에 흐르로 있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어떠한 태도로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짓기은 사라지지만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강연의 주된 내용이었다. 

강연이 끝나자 한 사람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내 강연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것읻. 그 사람은 지금 온라인 게임에 빠져 업무 시간은 물론이며 퇴근 후에도 새벽 두세시까지 게임에 매달려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 강의 들어보니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해서 안심했다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같지만,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게 드문 경우는 아니다. 

지인 중에 비교적 책을 많이 읽는 이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도 예전에 자신이 토론이나 말싸움에서 졌을 때를 항상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관련되 부분이 나올 때는 다음에 같은 상황이 처했을 때 어떻게 써먹으면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기 방어와 자기 합리화에 굉장히 능숙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중에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재료를 끊임없이 찾는 버릇이 있다. 74

지금은 전문가들끼리도 일을 나누어야 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들과의 원활한 협업 능력이다. 심지어는 지식과 경험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은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76

이러한 측명에서 도요타가 강한 조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째가 몸에 밴 위기감이다. 
일본의 거품경제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말만 해도 일본 경제가 장기간의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도요타는 그때에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한 위기감을 바탕으로 개혁을 단행했다. 

쵸 후지오 사장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언제나 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업무 위험과 시스템 위험, 전략 위험과 금융 위험등 다양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데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감을 일상화해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업적을 쌓아가는 것이 도요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몸에 밴 위기감으로 도요타는 강인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매달 1조 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78

진정한 프로라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즉 문제가 생겼을 때 부품만 갈아 끼우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다시는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때라도 항상 위기 의식을 가지고 개선해가려는 '개선 능력'까지 포함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같은 일을 반복하기만 해서는 프로가 되지 못한다. 현상 유지는 조금만 요령을 익히면 숙련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자세도 프로로서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프로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프로를 뜻한다. 즉 일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접근하고, 스스로 경력이나 삶의 방식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며, 자기 책임 아래 능력 향상이나 자기 연마를 꾀할 수 있는 사람이 프로인 것이다. 82

작은 조직은 태스크(task) 지향적이지만 큰 조직은 프로세스(process)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작은 조직에서는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전적으로 책밍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에게 그 일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그 사람이 일처리를 잘못하는 경우에는 조직 전체가 그 일을 잘못하는 것이 되며, 만약 그 일이 조직 차원에서 중요한 일일 경우에는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한 사람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여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커다란 공헌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작은 조직에는 이러한 종류의 성취감을 느낀느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이나 초기 벤처기업에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큰 조직에서는 한 사람만이 할 수 없는 큰 일을 여러 사람들이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로 나누어 처리해 나간다. 즉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각각의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서로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큰 조직에는 협력을 통해 커다란 일을 함께 이루는 데서 성취감을 느끼는 프로세스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98

자기 개발을 하는 데 조직의 도움이 없다거나 일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불평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발전할 ㅅ 있는 사람은 아무런 외부의 도우이 없어도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스스로의 의지와 동기부여, 그리고 자기 관리를 통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조직에서 교육과 가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해 주면 그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다. 반면에 의지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조직에서 아무리 많은 기회와 도움을 주어도 발전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 여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지인 것이다. 

특히 젊은 대으 하루하루는 나중에 결코 다시 얻지 못할 소중한 시간들이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인 장이모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30년 정도가 남았다면 날짜로 따진다면 10,000일 정도인데, 그 중 1/3은 잠을 자면서 보내고, 1/3 정도는 목욕하고 밥을 먹고 차로 이동하고 휴식하는 데 보내는데 그러고 나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나머지 3,000여 일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3,000일,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면 좀더 가치 있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7

경영의 본질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리자는 이를 위해서 조직 구성원의 목표, 자원, 권한을 배분해주고, 구성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관리한다. 그러나 조직을 처음 맡는 관리자나 조직 생활을 처음 해보는 구성원들이 쉽게 빠지곤 하는 함정이 하나 있는데, '권한 위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그것이다. 

권한 위임이라고 하면 흔히들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자도 일을 맡긴 다음에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고, 구성원들도 관리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보고할 필요 없이 자신들만의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권한 위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나게 잘못된 생각이다. 믿고 맡긴다는 명목하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권한 위임이 아니라 방임에 지나지 않는다. 관리자가 권한 위임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일을 구성원들에게 맡기고 내버려두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질책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구성원들도 관리자가 도중에 일의 진행을 파악하는 것을 자신을 못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섭섭해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진정한 권한 위임이란 관리자가 구성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는 동시에, 일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면서 적절한 때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즉 관리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이 잘못되기 전에 제대로 된 방향을 알려주고 바로잡아 줌으로써 성과를 높이고 구성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109

 인텔 사의 전 CEO인 앤디 그로브에 대한 평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 'passion for details', 즉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열정이었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음에도 여전히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현장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학습하는 태도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텔과 같은 거대한 회사의 CEO도 세부적인 사항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보다 작은 조직들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전문 지식과 함께 관리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올바른 '챙기기' 방법이다. '일 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은 챙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어떤 관리자는 조직에서 하는 일을 열심히 챙기는데도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여기저기 사고만 나서 뒷수습하기에 정신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관리자가 열심히 챙기기는 하지만 챙기는 방법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첫째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고, 둘째 보고를 받으면서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만 듣기보다는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확인해 나가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110

'장수에는 다섯 가지 위험한 유형이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장수라면 죽이기 쉽다. 자기만 살려고 애쓰는 장수는 포로로 잡으면 된다. 화를 잘 내는 장수는 모욕을 주면 된다. 청렴결백한 장수는 욕을 보이면 된다. 백성을 사랑하는 장수라면 백성을 괴롭히면 된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상대방 장수의 약점을 잘 살펴서 이를 역이용하면 된다. '123

놀라웠던 점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테이블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이며, 2위와의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으며, IT 불황을 타계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우리의 사례를 잘 연구하여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세계 각국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우리도 이제는 뭔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왔다는 자부심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분의 시기가 지나가자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인터넷 강국인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이외에도 앞서 있는 것이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129

국내 기업이 망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금융권에서 기업에 대출할 때 대표이사의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이다.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힘드니 대출 회수율을 높이는 방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기업이 망하면 기업의 빚이 전부 대표이사 개인의 빚이 되어버리고 만다. 기업을 정리할 적절한 시기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을 계속 끌고 갈 수 밖에 없다. 

속된 표현이지만, '눈먼 돈'도 망할 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여러 가지 공공 자금 덕분에 수명을 연장한 기업은 손해가 나는 사업이라도 당장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참여한다. 부실한 업체가 오히려 덤핑에 적극적인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건실하던 업체도 계속 가격 경쟁에서 밀려 계약을 따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부실한 업체로 전락하여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다. 공공 프로젝트의 가격이 아무리 낮더라도 손해가 안 나니까 참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공공 기관의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142

여기서 굳이 빌 게이츠를 예로 든 것은, 사회적인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천재라고 할지라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류 역사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듯이, 걸출한 영웅이라 해도 사회적인 지지 기반 없이는 역사를 바꿀 수 없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너무나 낙후되어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어떤 천재가 나서더라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144

첫째로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 더 정확하게는 코딩(coding)자체에 많은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오랜 고생 끝에 풀었을 때 희열감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분신처럼 애정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개발자의 보람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수준의 사람들을 코더(coder)라고 부른다. 그리고 많은 프로그래밍 경험을 통해서 좀더 수준이 올라가면 세부적인 코딩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아키텍처(architecture), 프로토콜(protocol)등 설계에 해당하는 일들을 맡게 된다. 오랜 기간 이러한 일을 하며서 연륜이 쌓이면 비로소 아키텍트(architect)가 된다. 147

둘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지금처럼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개발을 할 때도 여러 개발자들간의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개발자만 작업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고객 지원, 기술 지원을 비롯하여, 고객과도 직접 의사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해나가야 하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입사한 사람들 가운데 의외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본인이 깨닫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 개인 경쟁력 강화 위주의 공부, 즉 대부분 혼자서 책을 보며 공부를 하고, 혼자서 시험 문제를 푸는 교육을 받아왔다는 데 있다. 153

패러다임의 둘째 변화는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해킹이다. 예전에는 해킹의 목표가 네트워크에 몰려 있는 중대형 컴퓨터였다. 그 당시의 컴퓨터 사용 환경은 중대형 컴퓨터에 단말기들을 붙여서 사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들은 모두 중대형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다. 해커들의 관심은 중요한 자료들에 있기 때문에, 공격 목표는 그것들이 저장되어 있는 중대형 컴퓨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는 시스템 관리자와 해커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게 되었다. 프로와 프로간의 대결이었으며, 일반 사용자는 해킹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해커에게 새로운 공격 목표가 나타났지만 초창기의 개인용 컴퓨터는 성능도 강력하지 못했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해커들이 직접 개인용 컴퓨터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해커들의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1980년대 중반에 나타난 컴퓨터 바이러스는 그 이후 놀랄만한 전염력과 파괴력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리하여 중대형 컴퓨터에 대한 해킹과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컴퓨터 바이러스의 공격이 공존하는 시대가 오랫도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부터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강력해져서 중대형 컴퓨터의 수준과 맞먹게 되고, 많은 개인용 컴퓨터가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면서 상황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170

최근에 흔히 볼 수 있는 경향 중의 하나는 사회 공학적인 접근이다. 많은 악성 코드가 이메일을 통해서 전파된느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열어보게 만드는 것이다. 해커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잘 이용하면 굳이 최신 기술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더 효과적으로 악성 코드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러브레터 바이러스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시도는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I LOVE YOU'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이 의심하고 않고 호기심에 열어보고 말았다. 175

컴퓨터 발전이 역사를 살펴보면 새롭고 편리한 기능과 안전함이 서로 상출될 때면 대부분의 경우에 기능이 우선시되었다. 안전함을 희생하면서 기능 추가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보안은 계속 취약해지고, 악성 코드의 침투나 해킹의 가능성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고 파괴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모바일 환경, 더 나아가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의 도래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란 언제 어디서나 모든 지능형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환경을 말한다. 176

일반 소프트웨어는 '제품'이지만, 백신 소프트웨어와 같은 정보 보호 소프트웨어는 본질적으로 '서비스'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라는 범주에 함께 속해 있고, 동일하게 소프트웨어라고 불리고 있지만, 일반 소프트웨어와 정보 보호 소프트웨어간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정보 보호 소프트웨어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워드 프로세서와 같은 일반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 완성도니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구입하고 나면 회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버번이 나오는 경우에도 자기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없다면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보 보호 소프트웨어는 처음 구입한 상태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다. 백신 소프트웨어를 예로 들자면, 새로운 컴퓨터 바이러스가 거의 매일 출현하기 때문에 수시로 업데이트되어야 하며, 처음 구입한 후에도 이러한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아야만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181

사람과 자동차가 서로를 무서워하지 않다보니 국가적인 규모에서 교통 사고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 피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교통 사고 사망률이 통계로 잡히지 않았다면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보안 사고 역시 국가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통계로 잡히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것뿐이다. 

또한 교통 사고 사망률이 전체 사망자 수가 아닌,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로 계산하는 것처럼, 보안 사고 규모도 절대 규모만으로 따진다면 미국보다 작겠지만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산 자원의 단위 규모당 사고로 따진다면 교통 사고 사망률처럼 세계 최고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193

컴퓨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익힌 후 정보 보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고가 나기 쉽다. 또한 자동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사용하여 혜택을 받는 사용자라면 자신과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정보 보호 수칙은 지켜야 한다. 이것은 이제는 공공 장소가 된 인터넷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197

그러다가 어느 날 잠자리에 들어 하루를 정리하는데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내 경쟁 상대들은 세계 각국의 실험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도 미국에 있는 내 경쟁자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초조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밤중에 일어나서 책을 뒤적이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잠을 줄여가면서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미래의 경쟁자들을 의식하면서 말이다. 

그때 위기감과 함께 느꼈던 것은 공부가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를 절감하게 된다. 또한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으며, 또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가는지를 느끼게 한다. 

이와 정반대의 경험도 해보았다. 군대에 들어가 장교 훈련을 석 달간 받고 나서 부대에 배치되었는데, 그러다보니 훈련 기간은 물론이고 부대에 배치된 처음 얼마간은 공부완느 담을 쌓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점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그렇게 급박하게 변해가던 세상이 마치 지구가 자전을 멈춘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마음도 아주 편안해지고 세상에는 걱정할 것이 없는 것 같아 행복하기까지 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서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해가는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하지 않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마음 편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에 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203

문제는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더 큰 갈등을 야기하고 대화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의 최신 유행 용어를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이 현 상황에 맞는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용하는 표현과는 달리 사고 방식이나 판단 기준은 정반대인 경우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으며, 단순한 명제 수준이 지식에 머물 뿐 핵심에 대한 파악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13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족은 이러한 상황을 악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함양하기 보다는 개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협력과 역할 분담보다는 서로간의 경쟁에 집중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말을 잘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사람들은 이외로 많은 것 같다. 상대방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듣고 싶은 부분만 듣고 자신의 생각에 맞는 부분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오해가 커지고 불신만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16

경영학 교과성에서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예 중에, 세계적인 전략가들이 일주일 동안 밤낮을 가지리 않고 열심히 회의를 거듭한 끝에 거창한 전략을 완성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실과 현장 경험이 빠진 이론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218

진정한 리더라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일까? 나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조직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상출될때,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조직의 이익을 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한 조직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 이것은 조직이 작든 크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조직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된 리더가 빛을 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과 일관성이다. 원칙은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에는 누구나 지킬 수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하여 한두 번 자신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니며, 현명한 태도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십 자체는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이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서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233

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인정이다. 세상에는 바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도 있지만, 규모가 크거나 연관 관계가 복잡한 경우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봐야 결과를 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좀더 근본적인 접근 바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눈앞의 순간적인 평판이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처방을 택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사람들이 의지와 철학을 가지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서 조급하게 판단하고 질책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시각 자체를 인정해 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238

첫째는 '자신에게는 엄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라'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사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엄하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태도야말로 많은 사람을 발전 없이 제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둘째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살지 말라'이다. 특히 다른 사람의 내적인 능력과의 비교가 아닌, 외적인 모습만의 비교는 삶을 불행하게 할 뿐이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많다. 말 잘하는 사람, 재산이 많은 사람, 그리고 지위가 높은 사람등등 이렇게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은 일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내적인 능력과 비교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에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로 나타나는 외적인 부분들만 가지고 비교를 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주변 사람과의 외적인 모습 비교는 불행한 삶을 초래할 뿐이다. 

셋째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라'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물과 현상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즐거울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밝게 만든다. 반면에 부정정이고 방어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나 주변 상황에 대해서 불평하고 절망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조직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외부적인 환경이 나쁘다고 해서 그 환경을 탓하고 불평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을뿐더러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복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그렇다고 주어진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다보면, 결국 자기 인생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부정적이고 방어적으로 살기보다는 자신을 바꾸거나 환경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는 '매순간을 열심히 살아라'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마다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바로 지금이, 내 한계를 시험하는 순간이라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쉽게 포기해 버린다면 바로 거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평생 다시는 넘지 못할 한계선이 되는 것이다. 243

25일 오전 기사를 쓰고 있는데 부대를 총지휘하는 대령이 찾아와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 나는 바그다드까지 가서 이 전쟁의 끝을 보고 싶은 생각과 이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반반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령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1976년 내가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할 때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팔에 부상을 입었어요. . 8.18 도끼 만행사건 직전입니다. 죽기 싫어 상관에게 남쪽으로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여기서 도망치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도망만 다닐 것이라며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대령의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당신이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라고 생각하고 돌아간다면 지금 그은 그 선이 평생 당신의 한계가 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옳다고 판단하는 일을 하십시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나는 막사 밖으로 나가 다시 불어닥치기 시작한 모래 돌풍 속에서 한참 동안을 멍하니 서있었다.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괴롭다. 247

어떤 분들은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고 공대나 경영대를 나왔다면 더 빨리 더 큰 성공을 거뒀을 것이라고 덕담을 해주신다. 그러나 나는 의과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여기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대에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의대를 다니면서 나 나름대로 깨우친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오늘의 나늘 만들었기 때문이다. 249

불평은 인생만 낭비하는 일이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가치를 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인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그 사람이 현재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설사 지금의 모습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했더라도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그 치열함은 결국 그 사람의 피 속에 녹아들어 가고 그 사람의 몸 속을 흐르게 되는 것이라고, 열심히 산다는 것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250

나는 좋은 책을 만나면 밤을 새워가며 읽는다. 언젠가부터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때엔 책을 통해서 먼저 그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원칙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살이를 교과서처럼 곧이곧대로 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을 간혹 보지만, 나는 그 말에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여전히 교과서와 책은 지혜와 행동의 기준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유명한 문호 마틴 발저의 말처럼, 책은 우리 인간이 '어떤'것을 이루고 '무엇'인가가 되는 데 가장 유익한 길잡이다. 255

교육과 마찬가지로 책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몇 년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책을 읽고 난 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한 마음을 가져선 안 된다. 좋은 책일수록 서서히 확실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충분히 사색하고, 책을 읽은 후에 갖게 된 새로운 시각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노력한다면, 언제가는 내재화한 지식과 에너지가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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