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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2일 04시 14분 등록
혁명과 개혁은 성과 없이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념으로 시작하지만 성과 없이는 금방 무너져 내리는 것이 바로 혁명과 개혁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를 무수해 반복하는 것이 바로 혁명과 개혁인 것이다. 이 어려운 책이 종종 무릎을 치게 하는 이유는 어쩌다 알아들은 몇 마디가 이렇게 사무치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책도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해 둔 책은 없었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이었겠는가 11 

현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설하고자 노력했다. '주역'은 점술서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하늘의 이치와 땅의 섭리를 바탕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주역'의 진술 대부분은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1

'주역'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떤 이는 기원전 29세기경에 뱀의 몸을 갖고 태어났다는 중국 전설상의 제왕 복희씨가 황하에 출현한 용마의 등에 있는 무늬를 보고 계시를 얻어 8괘를 만들고, 이것을 발전시켜 64괘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복희씨가 8괘를 만들고 신농씨가 64괘로 나눈 것에 주나라 문왕이 괘사를 붙였으며, 그 아들인 주공이 효사를 지어 완성했다고도 한다. 또 서주후기, 제사와 점복을 담당하는 사관들이 점복과 관련된 역사자료와 생활경험, 인생철학 등을 모아 편찬한 점복서가 바로 '주역'이라고도 한다. 24

'주역'본문의 많은 부분은 다스리는 자, 즉 치자의 도리와 통치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는 막 통치 행위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고대의 사회 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발전 단계상 혼란스럽던 사회에 질서가 생기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자의 구분이 생겼지만, 통치 행위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도덕적인 지침이나 가르침은 아직 없었던 시기에 최초의 '주역'이 있었던 셈이다.

필자는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주역'의 본문과 고대 사람들이 읽던 '주역'이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괘상과 십익을 제외한 이 본문 부분이 '주역'의 몸체이자 본바탕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과 지혜 역시 이 본문에 모두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본문을 언저 읽고 그 가르침을 이해한 후에, 괘상이며 십익을 공부해야 순서가 옳다고 할 것이다. 8괘며 64괘를 먼저 이해하고 '주역'의 본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 필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27

'주역'은 세상만물의 변화 원리를 밝힌 책이다. 멈춘 것 같으면서도 변화하고 혼돈 속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일정한 원리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세상이고, 우리네 인생이다.
'주역'은 이처럼 인간사에 얽힌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밝히고 그 원리를 천명함으로써, 세상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인생을 좀더 성공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친 철학서이자 처세서다.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곁에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소소하게는 이성을 사랑하는 방법과 태도에서부터, 큰 뜻을 펼치고자 하는 정치인이 세상에 나갈 시기를 결정할 때, 돈을 벌어 큰 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일을 벌일 시간과 공간을 결정할 때, 전쟁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때, '주역'은 그들에게 가장 적절한 교과서 였다. 33

건은 원과 형과 리와 정의 모든 시절과 통한다. 

곧, 건은 크게를 천지창조에서 멸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작게는 한 생명의 잉태, 성장, 왕성한 활동, 죽음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에 관계되어 있다. 
이때의 건은 한마디로 하늘의 절대성, 혹은 시간의 절대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시간의 절대성이야말로 하늘의 첫 번째 운행 원리이고, 우주만물과 모든 인생사가 이 시간의 절대성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하늘의 첫 번째 운행 원리인 시간의 절대성은 원, 형, 리, 정의 모든 시간대에 예외없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37

무릇 군자는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저녁이 되면 다시 반성하고 걱정하는 법이니, 비록 그 일이 위태로워도 허물은 없고, 이 정도면 혹 깊은 물 위로 도약해도 역시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군자의 일하는 자세와 더불어 큰 일을 성취하기 위한 용기와 모험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여기에서 군자라 함은 현룡의 시기를 지나면서 때를 얻고, 재전의 노력을 통해 환경을 획득하고, 마침내 견대인을 통해 자신을 도울 인재를 모두 얻은, 다시 말해 천지인의 삼재를 모두 갖춘 사람을 말한다. 필요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람인 것이다. 42

항룡은 후회함이 있다는 말이니, 시간이 지나 때를 넘긴 늙은 용에게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물러나는 일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는 물러날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가?
항룡은 비룡의 한계를 넘어선 시간의 의미한다. 신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선 인간의 교만함을 의미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과 기술의 혜택만을 맹신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무한한 욕망만을 좇는 오늘의 인간들을 뱃댄 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하면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44

원형리정은 각각 특정 단계의 시간을 나타낸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원은 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의 혼돈의 시간, 형은 천지창조로부터 성장 단계까지의 시간, 리는 결실과 수확의 시간, 정은 왕성하던 것이 소멸하는 쇠퇴의 시간을 나타낸다. 계절로 따지자면 대략 겨울, 봅, 여름, 가을과 각각 통한다고 보면 무난하다. 48

지도자가 되는 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문을 닦아 정치,사회적 리더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으로 큰 부자가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권력과 돈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가끔 권력과 돈이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리에 연루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주역'은 권력과 돈이 서로 다른 길에 속해 있음을 명시한다. 앞서 언급한 함장가정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세의 도를 깨닫는 것이고, 이것이 되지 않으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다고 했다. 그저 적당한 권력과 부만 누리게 되고, 인민을 위한 진정한 통치자로 기록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62

첫사랑이 어떻게 진행되고 끝나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누구나 사춘기에 첫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지만, 그 시작과 끝을 알고 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첫사랑의 묘미이자 첫하랑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역'은 첫사랑이 잘못된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먼저 경계한다. 어떻게 잘못된다는 것일까?

둔여는 새싹처럼 순진한 소년의 사랑이 이제 막 움트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니 천사랑의 시작이다. 전여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승마반여는 말을타고 멋을 부리며 역시 여기저기 나돌아다니는 모양을 형용한 말이다. 모두 첫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치장과 방황을 상징힌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도적놈이 아니면서도 도적놈 소리를 듣게 되는 사단이 벌어진다. 길거리를 방황하다 괜한 오해를 사게 된다는 경계다.
그런 사랑의 와중에 남자는 청혼을 하게 된다. 이것이 혼구다. 하지만 첫사랑은 실패하게 마련이니, 여자는 떠나고 사랑은 끝이난다. 그 사이에 아기를 배지도 못했고, 10년 동안 사귀었어도 가정을 꾸리지도 사랑의 결실을 맺지도 못했다. 그러니 남는것은 실연의 아픔뿐이다.

이처럼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 온갖 멋을 부리며 사랑을 하지만 연인은 떠나고 결국 오랫동안 실연의 아픔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 '주역'에서 그린 실패한 첫사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74

어린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사랑 가운데 두 번째 사랑에 대해 설명한 구절이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서 승마반여, 곧 사랑을 휘한 치장과 만남의 노력이 먼저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침내 사랑에 성공하여 결혼에 골인한다. 구혼구는 여자에게 구혼하여 결혼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길하고 불리할 것이 없다. 어린나이에 연애하여 결혼을 하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일찍 여자를 만나고  결혼하는 것이 모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변에서도 아직 어린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낸다면, 철부지의 첫사랑과 달리 성년이 되어 정상적으로 결혼에 성공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말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둔'은 기본적으로 둔의 시절, 곧 청소년기에 대한 설명이어서, 일찍 결혼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함이 옳다고 본다. 76

몽은 어린아이, 어리석음, 교육 등의 뜻을 가진 글자다. 대체로 어린아이들의 교육을 뜻하니, '격몽요결'이라거나 '동몽선습'에서의 몽과 같은 뜻이다. 이러한 교육은 형의 시절에 주로 이루어진다. 교육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원형리정 가운데 형의 시기, 곧 청소년기와 젊은이의 시절임을 말할 것이다. 교육은 이때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리와 정의 시절에 쓰이게 된다. 87

물용취녀는 글자그대로 여자를 취하지 말라는 말이다. 견금부는 사내를 돈으로 본다는 말이니, 돈이 없어지면 변심해 버리는 여자의 속성을 말한다. 그런 여자는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법이다. 불유궁이란 이렇게 여인이 있어야 할 장소를 벗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니 유리할 게 없다.
여자를 경계한 구문을 '몽'에서 강조한 이유는 공부와 수행의 탑을 쌓는 중에 제일 방해되는 일이 바로 이성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열심히 정진해야 할 때에 여자에게 빠지면 장차 리의 시절에 성공이 없으리라는 경계다.
'주역은 이처럼 절대로 여자에게 의존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써, 음의 기운에 기대어 세상을 살아가는 음기경영을 몹시 경계하였다. 91

오늘날의 사람들은 이렇게 인격을 갈고 닦은 공부는 등한시한 채, 오직 논리와 기술을 갈고 닦는 일에만 매진하면 학문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운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춰야할 도덕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못 배운 사람들보다 사회적인 책임감이나 도덕성이 더 희박한 지식인이 생겨난다. 머릿속에 지식만 가득 찬 멍텅구리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주고 교수 자리를 사는 학자가 생기고, 박사가 되어서도 인륜의 바탕을 뒤흔드는 파렴치범들이 생겨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역'은 이런 지식 위주의 교육, 현실 적응력만 뛰어난 공부 대신에 화합과 중용의 덕을 먼저 가르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 공부로는 비록 출세는 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가정이 화목하고 집안이 대대로 번성할 수 있을 터이니, 이 또한 사회의 기초를 올바로 다지는 중요한 교육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95

수는 때를 기다림이다. 유부는 믿음 또는 확신이 있음을 의미한다.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왜 기다리는지, 기다리면 무엇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믿음과 확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기다림을 견디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다. 목표와 기약이 없는 기다림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는 모두가 아는 바이다. '주역'은 이처럼 기다림에는 반드시 믿음과 확신,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이처럼 믿음과 확신이 있는 기다림, 목표가 분명한 기다림이라면 그 과정에 설혹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무섭거나 두려울 것은 없다. 그러니 어둠 속의 빛살처럼 거침없이 기대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광형이 의미하는 바다. 혹은 믿음이 생기는 순간, 기다림에도 광명의 빛이 보인다고 해석해도 좋은 것이다. 이렇게 기다릴 수 있다면 그 끝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105

수행하고 공부하여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 경륜을 펼쳐보이니 이때를 송이라 한다. 그동안의 공부와 수행, 깨달음의 결과를 현실에 적용해 보는 시기다. 때를 얻어서 공공에 차여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하자면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다. '송'은 이처럼 정치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과연 정치란 어떤 것이고, 누가 정치를 해야하는지, 그 과정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치의 남다른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주역'에 따르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위사람이 나에게 소신이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하며, 아랫사람도 믿고 따르도록 덕을 갖추는 것이 정치인의 첫번째 요건이라는 것이다. 120

유부의 부는 믿음, 신뢰, 확신을 의미하는 글자다. 그러므로 유부비지는 경쟁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그래야 허물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의 믿음은 질그릇을 채우고넘치게 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질그릇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것이요, 여기에 차고 넘치는 믿음이란 충분하고도 폭넓은 믿음을 의미힌다. 137

경쟁에서는 물론 승패가 가장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다.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 경쟁이란 있을 수 없으며, 그런 경쟁이 있다면 그건 경쟁도 아니다. 하지만 경쟁은 전쟁과는 다른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라거나 '아름다운 패배'라는 말도 있듯이, 경쟁에서는 승리가 목적의 전부여서는 안된다. 
'주역'은 이러한 경쟁의 속성을 설명하고, 경쟁에 임하는 자세와 과정에 따라 길,흉이 달라진다고 경계한다.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게임의 법칙을 살펴 진정한 경쟁의 승리자가 되고자 한다면, 진실로 '주역'을 읽을 일이다. 142

다만 내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주역'에 길흉의 판단과 관련된 문구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이것이 '주역'을 단순한 점술서로만 해석히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길흉의 판단과 관련된 구문의 빈도와 성관없이, '주역'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기본 내용은, 그것 자체로 인간의 도리와 올바른 사태 판단을 돕기 위한 실용적 지혜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역'은 점술서로 읽힐 가능성이 짙은, 그러나 단순한 점술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심오한 철학서에 가까운 지헤의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46

소축은 작은 것을 기른다는 말이니, 작은 성공이나 행복, 혹은 이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소축은 원형리정 가운데 형의 시절에 결정이 된다고 했다.

뒤에 나오는 구절들까지를 고려할 때 이는 대체로 부부가 처음 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때부터 좋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 부부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나중에 소축의 작은 행복과 성공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결혼 전부터 합심해서 계획을 세우고 재테크 방법을 논의하는 오늘날의 똑똑한 젊은이들을 보면, 최소한 이런 원리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흐뭇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축이 쉬운 일 같아고, 사실은 절대로 쉬지 않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밀운불우는 구름이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니, 소축이 금방 달성될 것처럼 쉬워 보여도 결코 쉽지않은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구름이 가득해도 비가 오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소축도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력은 하지 않고 바깥에서만 서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이를 자아서교, 다시 말해 서쪽교외에서 서서 기다리고만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소축 또한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달성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153

소축은 자은 것을 기른다는 말이니, 원만하게 가정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대다수 소시민들이 꿈꾸는 행복이다. 가정이 평안하고 핵복하며, 일에 있어서도 큰 사업가로 성공하거나 재벌이 되지는 못해도 원만큼 돈 걱정하지않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성공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158

소리의 소는 순수하고 소박한 것, 깨끗하고 정직한 것을 말한다. 그런 사심 없는 마음으로 하는 충정의 직언이 소리다. 이렇게 하면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165

태평성대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바로 태평한 세월이 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재물의 문제와 더불어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조건이 있으미, 바로 공동에의 안녕과 질서 혹인 평화다. 176

주역은 대유자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겸손과 검박함을 꼽는다. 팽은 요란하게 치장하고 거창하게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유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몸가짐과 행동을 이렇게 성대하고 요란하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겸손하고 조용하며 소박하게 움직이라는 뜻이다. 정말로 존경받는 기없인들을 떠올려보라. 그들은 돈이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팽은 졸부들이나 하는 짓이다. 205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병이 생기면, 병이 낫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죽은 것도 아닌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말이니, 일의 마무리 단계에서 실패하면 실패도 아니고 성공도 아닌 애매한 결과에 머무르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어떤 일의 계획을 세웠으면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최종 목표에 도달해야 의미가 있다는 가르침이다. 221

'주역'은 또한 경계해야 할 두 가지 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동관과 규관이 그것이다. 동관은 어린아이가 보는 것처럼 보는것, 즉 어린아이들이 사물을 보는 방식을 말한다. 순수해서 좋긴 하지만 어른들이 취할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 '주역'의 설명이다. 규관은 대강 스치듯이 보는 것, 몰래 훔쳐보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이런 관으로는 결코 세상을 지혜롭게 살 수 없을 것이다. '주역'에 따르면 규관은 여자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자, 여자들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한다. '주역'의 남성 중심 사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257

죄를 다루는 사람은 우선 순수해야 한다. 사사로운 마음을 배제하고 최대한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죄인을 다루어야 허물이 없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죄인들 다루는 형인은 또한 강한 소신과 의지, 신중함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존재이므로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여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며, 급하게 죄를 확정짓지 말고 오랜 시간 치밀하게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무고한 사람을 벌하는 오류를 면할 수 있다. 266

무망, 혹은 무망의 추구는 인가나의 삶이 이어지는 동안 항상 있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이고, 못내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성취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은 무망보다는 망에 더 집착하고, 자신과 자연을 바꾸기 위해 땀 흘리는 생활을 선택한다. 이 또한 건강한 삶이 틀림없다. 그들은 무망을 실천한 소수의 사람들을 자신들과 구별하여 성인, 군자, 도사 등으로 부른다. 

성인이나 군자 또는 도사가 되기로 작정한 사람, 다시 말해 무망의 삶을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 먹고 자고 생각하는 모든것이 달라야 한다. 
예를 들면, 날마다 욕심을 버리는 게 아니라 아예  욕심이 무언지도 몰라야 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가까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연의 일부가 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망이 아니다. 293

실제로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낫고, 다스리지 않는 것이 다스리는 것보다 나으며,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나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두기만 하는 것도 참으로 이ㅣ르기 어려운 경지다. 어떤 때는 몰라서 무리하게 건드리고, 어떤 때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무언가를 하려고 애를 쓰는 게 우리네 보통의 인간들이다.

'무망'은 일체의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유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장이다. 무망은 망령됨이 없다는 뜻이다. 온갖 욕심과 거짓을 망령된 것으로 보고, 그것이 없는 상태를 무망이라한다. 
'주역'은 근본적으로 무망의 삶을 긍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망의 삶을 추구함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지, 진정한 무망의 삶이 얼마나 이르기 어려운 경지인지를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무망의 삶을 추구하다 보면 정신적인 성취는 이룰 수 있어도,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간에 흐트러지면 시작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무망의 철학과 개인의 욕심을 뒤섞거나, 무망의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재앙이 생긴다고 '주역'은 경고한다. 298

대축은 리와 정의 시절에 통한다고 했다. 이는 대축이 이른 나이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년 이후의 원숙한 나이가 되어서나 가능한 일임을 말한 것이다. 이에 비해 소축은 형의 시절에 정해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축을 이루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주역'은 우선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불가식은 가족을 먹이지 못한다는 말이니, 가정에 대한 소홀함이다. 생각해 보라. 정말로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칭송할 만한 큰일을 한 사람 가운데, 가족들의 생계며 소소한 살림살이에 일일이 신경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들은 대개 바깥 활동이 많을뿐더러 집에서 잠조차 잘 겨를이 없는 사람들이다. 혹자는 물려받은 가산 전부를 나라를 위한 일에 기꺼이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언제 마누라를 챙기고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겠는가? 모든 위대한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큰 성공을 이룬 사람으로서 가정에  충실했던 경우는 드문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만약 자신이 가정에 매달리고 식솔들의 끼니에 집착하는 성격이라면, 대축은 포기하고 소축을 추구하라. 그것이 현실적이다.

둘째는 섭대천의 모험이다. 큰 강물을 건넌다는 말이니, 남들이 두려워하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하는 결단력과 용기, 추진력을 뜻한다. 모든 위대한 정치인과 탁월한 사업가들은 한결같이 이런 모험정신과 추진력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301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어떤 물건이든 용도와 격에 맞게 써야지, 욕심을 과하게 부려 엉뚱한 데 사용하면 일 전체를 어그러뜨린다.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자기 그릇의 크기를 알지 못하고 그저 많이만 담고자 하거나, 격에 맞지 않게 너무 큰일을 도모하면 일을 이루기는 커녕 심신만 상하고 만다. 사람을 쓸 때에도 그릇과 품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소인에게 대사를 맡기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대과'는 이러한 오류들의 양상을 제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에 대하여 설명한 장이다. 
대과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겸양과 절약이다. 몸을 낮추고 가벼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과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있을때 조금씩 아껴 미래를 대비하면 어려울 때 무리할 필요가 없으니 역시 대과를 피할 수 있다. 326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역'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을 공평무사하게 대하면 된다. 사실 인생에서 만나는 구덩이는 다른 누군가와 연관되어 있다. 산속에 혼자 은거하는 사람이 구덩이에 빠질 일은 거의 없다. 누군가와 거래를 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구덩이가 생기고, 욕심 때문에 결국 그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들을 대함에 있어서 공평무사하게 한다면 대부분의 구덩이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미리 인심을 얻어 둔다면 나중에 구덩이에 빠졌을 때 틀림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34

젊음의 열정은 아름답다. 그 열기로 세상은 조금씩 더 아름답고  따스해진다. 하지만 지나친 열정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란과 방종을 초래한다. 한순간만을 불꽃처럼 살다가 타죽을 것이 아니라면 끓는 피를 식혀야 한다. 과도한 열기와 혼란 속에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리는 이별이고 이탈이며 헤어짐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것, 사랑하던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 상하가 제각기 겉도은 것이 리다. 그러므로리는 불리이고 일탈이며 혼돈이고 무질서다. 337

'주역'에 따르면 과도한 열정과 이로 인한 폐해가 특히 문제되는 것은 성이과 노인들의 경우다. 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중심을 잡고 기틀을 지켜야 할 사람들인데, 이들의 몸과 마음이 이반되고, 과도한 열정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수를 옹호해야 할 사람들이 진보를 외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무질서를 조장하니 노추라는 욕을 먹기 십상이다. 345

함은 무극의 시절을 제외한 형과 리와 정의 시절에 통한다는 말이니,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평생 함과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이 함으로 여인을 취하면 길하다고 했다. 그만큼 '주역'이 말하는 함은 인간의 온갖 번잡한 감정과 통찰력 중에서, 특히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 가장 가깝다는 뜻이겠다. 또한 여자를 취할 때의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바로 함이라는 말로도 읽을 수 있다. 인간의 오만가지 감정 가운데, 오직 사랑만이 소중하고, 오직 사랑만이 순수하며, 오직 사랑만이 의미있다는 가르침이겠다. 그  두꺼운 기독교의 성경책이 처음부터 끝가지 가르치고자 한 한 가지가 바로 이것이다. 349

항은 불변이며 물러섬이다. 절대적인 불변이나 물러섬은 아니고, 우주와 자연이 선택한 정도의 불변이고 물러섬이다. 발전과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자연이 선택한 수준의 정지와 불변을 지향하는 것이 항이다. 자연과 닮으려는 태도이며 무위의 삶을 존중한다. 도전이 아니라 안정을 선택하는 것, 바깥이 아니라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항이다. 359

가둔의 가는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칭찬을 의미하니, 가둔은 주위의 칭찬을 받으며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끝까지 길하다. 주위의 칭찬을 받으며 물러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당연히 때를 잘알아서 물러나는 것이요, 남은 사람들을 위해 충분한 배려를 했다는 의미다. 적당한 때에 뒤에 남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명예롭게 떠나는 물러남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대통령를 오래 기다리고 있다. 369

진정한 힘은 갇힌 자를 풀어 주는 힘이며, 어려움에 처한 자를 구해주는 힘이다. 그거은 아무 때나 함부로 발동되는 힘이 아니다. 그래서 '주역'은 대장이 멸극의 시절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다. 세상이 혼란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는 순간, 양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깊은 계속에 빠지는 순간, 철모르는 어린양이 울타리에 뿔을 박고 오도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순간, 세상이 말세의 기운으로 뒤덮여 혼탁해지는 그런 순간이 바로 대장이 그 진가를 발휘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러 힘이 아니라면 자신의 작은 힘을 믿고 함부로 설쳐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는 역으로 민중들의 집단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양들을 지킬 수 없게 되며, 헛된 힘만 쓰다가 흉하게 된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382

권력은 쥐면 쥘수록 더 큰 권력을 탐하도록 만드는 속성이 있다. 돈이든 권력이든, 이미 가진 자가 더 많이 욕심을 낸다. 아마 고기도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는 말과 연관이 있을 터이다. 
진기강은 권력자가 그 뿔을 더 세운다는 말이니, 이는 다시 더 큰 권력에 욕심을 내는 모습, 무력으로 권력을 탈취하거나 남용하는 모습니다. 유용벌읍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이웃을 친다는 말인데, 그 과정이 어려우나, 결과는 길하고 허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길하고 허물이 없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인다는 것뿐이다. 최종적으로는 다시 어려워진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의 행사이자 억압이고 강압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더 큰 권력을 얻게 되어 좋은 것 같지만, 최종 결과는 인색해진다는 말이다. 
이는 지니자의 조심해야 할 바이자, 마지막 어려운 모습이다. 389

가인의 도는 여자의 리와 정의 시절에 통한다는 말이니, 리와 정의 시절에 여인은 가정을 번창시키고, 가문의 인물을 키워내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유가의 한은 문에 빗장을 가로질러 그 안의 짐승이나 사람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말이다.
이는 집안을 잘 단속하는 것이며, 자녀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을 엄격하게 교육시키는 태도다. 집안을 잘 단속하고 자녀를 엄결하게 교육시켜야 후회가 없다는 가르침이다. 401

집안을 부유케 함은 크게 길하다는 말이니, 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부의 축적에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그저그런 가문에 새로운 여자가 들어와 집안을 잘 다스림으로써 경제적으로 풍성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가인의 공덕이며, 다른 가족들은 이를 소중하고 고맙게 여겨야 한다. 403

가정을 이끌어 가는 가인의 역할 가운데 '주역'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녀교육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가정경제의 문제이다. 오늘날에도 자녀 교육이나 집안의 살림살이는 주로 주부들이 많이 관장하고 있어서 크게 특이할 것은 없는 얘기다. 하지만 자녀교육이나 집안의 살림살이에 대한 '주역'의 구체적인 가르침은 오늘날의 세태에 대해서도 큰 교훈을 담고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자녀교육에 대해 살펴보자. 자녀의 교육 문제에 대해 '주역'은 기본적으로 엄하게 교육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믿음과 위엄을 바탕으로 엄하되 여유있게 자녀를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어려움도 따르고 후회도 생긴다. 자녀의 불만이 쌓여 반힝을 하게되니 어려움이 있고, 자녀에게 살갑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으니 스스로 후회가 생긴다는 말이겠다. 하지만 엄격하게 길러야 자녀의 앞길이 트이고 마지막이 길하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405

한편 가정경제 문제에 대한 '주역'의 가르침은 다소 파격적이다. 우선 가정이 부유하면 대길이라는 말이 그렇다. 대길은 '주역'이 자주 쓰는 표현이 아니다. 그만큼 가정의 경제가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타의 문제들 역시 원만히 해결될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경제 중심적인 시각을 반영한 말이다. 406

규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규는 진실과 정의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자 자성의 회복을 위한 절규다. 하지만 지금까지 속해 있던 집단의 입장에서 보자면 규는 한 개인의 이탈이요 배신이다. 그의 이탈과 배신으로 조직은 흔들이고 백성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규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길하지만, 더 큰 차원에서는 길흉을 논하기 어렵다. 419

불가에서는 인생을 고해라고 했다. 괴로움이 끝이 없는 게 인간의 삶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힘겨운 인생살이 중에서도 누구에게든 유독 더 험난한 한 시절이 있게 마련이다. 다리를 다친 이가 하필이면 울퉁불퉁한 험한 길을 가듯 유난히 버거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럴 때 그래도 기댈 곳은 함께 길을 가는 내 곁의 동무뿐이다. 당신의 길동무는 누구인가? 421

가난해도 정말 잘살 수 있는가? 부부가 서로 믿고 화합하기만 하면 아름다운 인생이 보장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주역'은 단호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늘이 돕는다는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이기포과의 아름다움을 머금어야 한다.
이기포과는 큰 나무에 덩궁이 휘감겨 서로 의지하고 빛내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나무는 남자요 덩굴은 여자다. 하나는 곧고 크며 하나는 부드럽고 아름답다. 하나는 양이고 다른 하나는 음이다. 둘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린 모습이 이기포과다. 함장은 아름다움을 머금었다는 말이니, 이기포과를 실천하는 부부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말이다. 유운자천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 떨어지는 것이 있다는 말이니, 하늘이 이들을 돕는다는 의미다. 467

그렇다면 사람들을 모으지 않고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면 어떨까? 걸핏하면 반대나 하는 노조를 아예 싹 없애 버리면 어떨까? 기업인이 만약 이런 생각을 한다면 그는 아마 어떤 사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다. 사람들이 모여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하고 불가피한 말썽들은 리더가 잘 관리하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478

곤은 모든 일의 시작과 마무리에 일어난다. 대인은 이를 스스로 혼자서 극복하니 길하고 허물이 없다. 남들에게는 말을 해 봐야 믿지 않는다. 앉아 있는 그루터기가 불편하다면 더욱 깊은 계곡에 은둔하여 오랫동안 밖을 보지 말라.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렵다면 재물을 관장하는 주불을 찾아가 제사를 지냄이 이롭다. 나아가 빼앗으려 한다면 흉하다. 가난은 허물이 아니다. 차가운 돌멩이와 가시덤불 위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를 돌보려 하지 않으니 흉하다. 492

우물의 물은 우선 차고 맑고 깨끗하여 누구나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군자의 마음 또한 차고 맑고 깨끗하여 만인에게 항상 새로운 정신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물을 가꾸는 첫 번째 지혜이자 군자가 마음을 다스리는 큰 원칙이다. 511

사람들이 이처럼 멈춤을 모르고 내달리기만 하는 것은 당연히 현실적인 의욕과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휴식도 없고 여유도 없다. 오로지 앞으로만 달려갈 뿐이다. 하지만 넘어져야 멈추는 자전거처럼 그 끛은 오히려 흉한 법이니, 멈출 때를 잘 알아 멈추고 쉴 줄 알아야 한다. 547

출가 이후 여인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삶의 덕목이 바로 점이라는 의미다.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훈육하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며, 남편이 모아 온 재물을 잘 지켜야 하는 여인의 첫째 덕목이 바로 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급진적이고 급하게 하지 말고, 만사를 천천히 운용하라는 가르침이다. 몸가짐 또한 물이 스미듯 조용하게 천천히 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558

풍요로움을 개인의 복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니 다른 게으른 이웃들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주역'에 따르면 풍요는 절대로 개인적 차원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인적 차원에서 이를 홀로 누려서도 안된다. 577

이렇게 잘 자라는 대나무가 그 가녀린 몸체에도 불구하고 굽지 않고 곧장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있는 건 그 마디 때문이다. 마디가 있어 대나무는 굽지 않고, 마디가 있어 대나무는 더 높이 자랄 수 있다. 마디는 다른 나무들이 갖추지 못한 대나무만의 미덕이다. 속이 비어 있는 허망한 나무이면서도 대나무가 군자의 상징으로 쓰이는 건 이처럼 곧고 꺽이지 않는 대나무의 성질 때문인데, 이 모두가 대나무의 그 마디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618

기제의 운은 무력이나 돈만으로 얻을 수 없는 귀한 명운이다. 그러나 순조롭게 이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술이나 마약, 쾌락에 빠져 정신이 황폐해져서는 안 되며, 주변으로부터 원성을 듣지 않도록 조심도 해야 하고, 자연과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한다. 이는 결코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기제자에게 주어진 하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불시에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삼가 조심하고 경계할 일이다.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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