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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2일 11시 58분 등록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11-4 Review]

1. 저자, 이혜경 

동아시아 근대의 사상사를 연구 영역으로 하여 전통비판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그가 맹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을 찌를듯한 맹자의 오만함 탓이란다. 맹자는 오만함의 존재론적 근거를 마련하고 몸을 통해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오만함을 자존감으로 만들었다. 

이익을 추구하는 보주수의는 가짜이고, 보수주의자의 성장은 경제 성장이 아니라 도덕의 성장이라 말한다. 맹자에 대한 안내자로서 이혜경의 내공은 대단하다. 인간과 인간의 따뜻한 온기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존감있는 단독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동양철학 전공)을 수료, 일본 교토대학 중국철학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천하관과 근대화론: 양계초를 중심으로』(2002)를 지었으며,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중국 사상』(2003)과 『송명유학사상사』(2005)를 번역했다. 현재 인천대와 산업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맹자 (孟子 : B.C.372~ B.C.289) 

BC 372년 출생. 전국시대의 한 가운데, 특히 9개의 강대국이 천하를 농단하던 이른바 ‘전국 9웅’의 할거시대에 살았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 맹자는 모든 인류의 행복을 보장하는 정치에 대해 고민하였다.  

공자의 인(仁) 사상과 함께 의(義)를 강조하면서 왕도정치를 주장했던 전국시대 중기에 살았던 철학자이자 정치가다. 이름은 가軻, 자는 자여子輿 또는 자거子車라고도 한다. 3세 때 아버지(孟孫氏의 후손으로 이름은 激이고 자는 公宜, 또는 이름이 激公이고 자는 宜)를 여의고 어머니 장씨仉氏(또는 李氏)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자라서는 자사子思의 문인에게서 수업하면서 공자의 도를 독실하게 믿게 되었다.  

그는 각 나라를 돌며 왕도정치를 유세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는 각 나라들이 패도정치에 의한 부국강병을 통해서만 통일을 모색하는 현실에서 역성혁명까지도 인정하는 그의 주장들은 수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신념이 담긴 고전 『맹자』는 한대와 송대를 거치면서 유학의 경전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맹자는 공자가 죽은 뒤 백년 좀 넘어서 탄생했다. 맹자는 현 산동성의 추현 사람이며 노나라의 귀족인 맹손씨(慶父) 집안의 자손이라 전해지고 있다. 맹자는 “인류가 세상에 나온 이래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자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공자처럼 되기를 배우는 것이다. 내가 비록 공자 생전의 제자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제자였던 사람들을 통해서 덕을 닦으려고 힘써 왔다.”라고 하면서 공자를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보았다.  

맹자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관계망 속의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타자를 ‘배제’가 아니라 ‘돌봄’과 ‘배려’의 대상으로 간주해야 하며, 그것은 유가가 최고의 덕으로 간주하는 가치, 즉 인의 가치에서 종합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을 사랑의 존재로 파악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타인을 염려하는 능력이다. 함께 느끼는 능력을 통해 타인과 연결하는 것이 인간의 본모습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본성대로 사는 인간은 고립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넘나든다. 그러므로 맹자가 꿈꾸는 세상에서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과 우애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 한 가지 일이다.  

러셀과 맹자! 살아가면서 계속 연구해보고 싶은 동서양의 철학자다.
신난다. 재미있겠다. 

2. 내 마음에 들어오는 글  

머리말/ 생산적인 [맹자] 읽기를 위하여

4. 맹자는 인간의 핵심은 마음이라 생각했고 그 마음이 뻗어 가는 데까지가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5. 그는 인간을 사랑의 존재로 파악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타인을 염려하는 능력이다. 함께 느끼는 능력을 통해 타인과 연결하는 것이 인간의 본모습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본성대로 사는 인간은 고립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넘나든다. 그러므로 맹자가 꿈꾸는 세상에서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과 우애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 한가지 일이다.  

7. [맹자]가 사람들을 끄는 매력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이 세상 모든 가치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며 세상의 중심에서 주인으로 살라는 그 메시지일 것이다. 

8. 어떤 이론이든지 현실에서 적용되었을 때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9. 전국시대에는 창과 칼을 겨누고 노골적인 전쟁을 했다면, 지금은 경쟁이라는 이름의 일상의 전쟁, 경제라는 이름의 생업 전쟁을 한다.  

10. 보수주의라는 이름을 얻는 그들의 정치 이념은 경제적 성장을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한다는 이성을 가진 개인의 허망함을 비판하며,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전통을 존중하며 인격적으로 성숙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전통은 유학이고 맹자일 것이다. 맹자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은 그러한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고 있음을 자각했다. 인간의 본성을 먼저 자각한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가장 포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정치였다. 그에 정치는 자신의 사랑을 가장 폭넓게 실행하기 위한 길이었을 뿐이었다. 맹자는 좋은 삶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과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는 보수주의자가 되었다.  

11. 맹자 같은 이웃과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유쾌한 사람이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며, 동정심이 풍부한 사람이며, 자신이 남보다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그것을 사회에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떤 힘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을 수 있는 맹자 같은 사람과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기쁨일 것이다.  

1부 맹자의 시대와 그 사람됨 

22. 제후는 제후대로, 대부는 대부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욕망의 한도가 무너져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넘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욕망했으며, 또 그렇게 자란 욕망을 실현시켰다. 실리추구의 시대였다. 

25. 법가는 부와 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그 욕망이 빚어낼 수 있는 힘을 제후의 부와 권력을 위해 집중시켰다. 생산의 증대와 필승의 군대는 제후가 원하는 것이었다.  / 진정 중요한 것은 인과 의일 뿐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이익을 무시하고서는 생존조차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었다. 이익을 좇아 전쟁을 하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인과 의는 더 이상 어떤 울림도 갖지 못하는 말이었다.  

27. 순수하게 법만이 인간관계를 조정하는 사회에서는 각 개인은 국가가 의도한 대로 이익을 좇는 자신의 본성에 충실해서 법을 지킬 것이다. / 법적인 인간관계가 관철되면 부자간의 관계도 타인 사이의 관계와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 사이에는 오직 이해관계만이 지배할 것이다.  

28. 법은 인간의 이기심만을 인정한다. 공자에게 법이란 인간이 갖는 자연스러운 성정을 내동댕이치고 밖으로 향하는 욕망을 좇으면서, 인간성을 잃고 나아가 사회를 파멸로 이끄는 그러한 것으로 비쳤다.  

29. 맹자는, 인간이 스스로는 오로지 욕망에 의해 움직이고 사회적으로는 유용성의 척도만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존재라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자가 보여 준, 세상의 평화는 자신의 한 줌 마음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매료되었다. 자신의 마음이 가진 내적 가능성이 세상 모든 가치의 원천이라는 생각은 매혹적이었다. / 자기 마음의 위대함을 확신한 맹자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가치를 유용성으로 축소시키고 스스로를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나섰다.  

31. 맹자의 사명은 사람들이 잠시 잃은 것, 즉 인간의 존엄성과 그 존엄성으로 지탱되는 자존감을 다시 찾는 것이었다.  

34. 우리가 타고났다는 착한 본성은 재료 정도에 해당한다. 좋은 재료가 그대로 좋은 물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듯이, 착한 본성을 현실에서 쓸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36.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맹자는 제후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그들이 왕도정치가 좋은 것을 알고 선택하도록 하는 한 가지만을 사용했다. 왕도정치의 핵심은 통치자의 선한 마음이다. 선한 마음이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확인되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37. 맹자는 조류를 거스르면서 남들보다 몇 배로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나 [맹장]에서는 의기소침해 있는 맹자를 만날 수 없다. 그는 지치는 일 없이, 한계 없는 자존감과 뻗치는 기개에 명랑함까지 발산한다.  

38. 외부의 조건들이 얼마만큼 갖춰지든 혹은 부족하든, 그것이 자신의 가치를 가감할 수 없었다. 내면의 가치를 믿으며 외적인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당당함과 명랑함, 그것은 맹자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했던 유학자의 삶이었다.  

40. 맹자는 어떤 선생이었을까? 맹자는 군자의 교육 방법 다섯 가지를 열거한 적이 있다. 즉, 때맞춰 내리는 단비처럼 사람을 교화시키는 방법이 있고, 덕을 이루어 주는 방법이 있고, 타고난 재능을 완전히 실현하도록 해주는 방법이 있고, 묻는 말에 대답해 주는 방법이 있고, 직접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감화를 주는 방법이 있다. 또 맹자는 “가르치는 데는 많은 방식이 있는데, 가르치기기 달갑지 않아 거절하는 것 역시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한적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여섯 가지가 되겠다.  

41.공자처럼 온화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스승도 있고, 맹자처럼 직설적이면서 강직한 스승도 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공감이 굳센 성품과 날카로운 말투로 표현됨으로써 더욱 진솔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2부 자신으로 사는 삶 

49. 고자는 구체적으로 본성을 ‘식욕과 성욕’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보존 욕구와 종족보존 욕구를 의미하는 중국적 표현이다.  

50. 그(상앙)가 판단하기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감행하지만 해가 되는 일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피하려고 한다. / 그러나 맹자는 상황을 판단하고 이로움을 계산하는 지성이 아니라, 인간 마음 자체에 가치를 심어 놓고자 했다.  

51. 인간은 쾌락을 원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존재이며, 인간이 원하는 것 중에 가장 큰 쾌락은 삶이고, 피하고자 하는 것 중에 가장 큰 고통은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법가의 이해이다. 그러나 맹자는 인간은 그 이상의 존재라고 믿었다.  

52.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호오를 넘어서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욕구를 가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욕구보다 더 강한, 가치를 지향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맹자가 인간 일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유명한 맹자의 성선설이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仁이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은 義이고, 공경하는 마음은 禮 이고,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은 智이다. 

53. 맹자가 성(본성)이 선하다고 한 말은 위에서의 말 그대로 ‘타고난 바탕’이 선하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외적인 권위나 이익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더 나다운 나는 그것을 넘어서는 가치를 내 안에 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 사람은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본능뿐만 아니라 그 욕구를 능가할 수 있는 선한 마음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 맹자가 파악한 인간 일반의 성격이었다. / 맹자는 좁은 산길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 풀에 덮이듯이 사람의 마음 역시 사용하지 않으면 풀에 덮일 수 있다고 하거나, 흉년과 같은 나쁜 상황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거기에 빠지게 해서 난폭해지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54. 소는 보고 양은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준 것이다.  

56. 측은의 마음이란 가령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가 차가 쌩쌩 달리고 있는 차도에 뛰어들려고 할 때 누구나 느끼는 반사적인 감정이다. 그 새싹 같은 마음을 키우는 일이 개개인에게 남아 있다. 이 사단의 마음이 바로 맹자가 착하다고 하는 본성이다. 순간적으로 움터 나오는 이 마음이 자라면 ‘인’이라는 덕이 된다.  

59. 인의예지는 밖으로부터 내게 녹아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나에게 고유한 것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61. 개인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서 살지 좌우하는 것은 그 마음이다. 감각기관의 도전을 이겨 내고 그것을 자신의 휘하에서만 놀게 하는 한편 타고난 착한 마음의 싹을 훌륭하게 키워 인의예지의 덕을 갖춘 도덕인으로 살지, 아니면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고는 없이 온갖 자극을 좇는 욕망의 노예로 살지 결정하는 것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도덕 주체는 아믕이다. 나의 진정한 주인은 나의 마음이다.  

63. 측은의 마음이란 남의 불행을 마치 나의 불행처럼 느끼는 마음이다. 그래서 맹자는 불인(不忍)의 마음이라고도 불렀다. 수오는 남의 비리뿐만 아니라 나의 비리 혹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사양의 마음은 행여 남의 마음에 상처 입힐까 조심하여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시비의 마음은 사태사태마다 어떤 것이 옳은지, 즉 어떤 것이 인.의의 길인지 판단하는 마음이다. 

65. 나의 측은지심을 파란색이라고 하고 그 측은지심이 가득 찬 세상을 그린다면, 나를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동심원인 내 가족은 진한 파란색이 될 것이고, 반경이 커지면서 점차 엷은 색이 되는 파란색의 그러데이션이 될 것이다. / 이 세상에 어떤 것이 소중하다면 그것은 내 감정이 그 대상을 바라보고 그 대상에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즉 내 감정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나의 감정은 세상을 창조해 가는 힘이다. 내 한 줌 마음속에 자리 잡은 내 감정이 바로 그런 존재이다.  

66. 사랑이란 무엇일까? 맹자라면 자신을 여는 것이라 할 것이다. 오감을 열고 마음을 열어 그 사람과 함께 느끼는 것이다. 

68. 맹자가 말하는 본성은 싹이고 그것이 울창한 나무로 자랐을 때, 그것을 인의예지의 덕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성장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인격이 달라진다.  

오동나무와 가래나무의 묘목을 기르려고 한다면 누구나 그것을 어떻게 기르는지 안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자신을 기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오동나무나 가래나무만도 못한가? 너무나 생각을 안 하는구나! [고자 상 13]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측은지심이 발동해도, 때로는 자신의 피로감 때문에, 때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그 마음은 그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덕’이라고 부르는 것은 튼실한 나무와 같아서 그런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받지 않는다. 덕이 있는 사람은 우리에게 안정되고 일관된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는 믿을 만한 인격자이다. 싹과 같은 마음이 그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되고 일관된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그 마음을 키우는 일, 그것이 인간이 자신이 타고난 착한 마음을 완성해 가는 길이다.  

69. 사랑은 너와 나의 경계를 넘어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다. 즉 같이 느끼는 것이다.  

70. 맹자가 인간이 타고난 착한 본성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 공감의 마음이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남의 불행을 무심하게 보아넘기지 못하는 마음이란 뜻이다. 이 마음은 어떤 사려나 이해타산이 개입하기 이전의 마음이다.  

71. 공감의 마음은 장차 인이라는 덕으로 자라 내 인격이 되면서, 동시에 세상의 연대를 가능하게 할 힘이다. 우리가 일상 도처에서 경험하는 이 마음이 바로 나를 성인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바탕이며, 나를 내 몸에 고립시키지 않게 하는 능력이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동력이다.  

72. 사지의 안락이라는 유혹에 져 아내를 향한 측은지심을 키우는 데 실패한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딸을 키우면서 다시 한번 그 마음을 키울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자신의 아이를 낳고 나면 남의 아이도 달라 보인다고 한다. 부모가 병약해지면 밖에서 마주치는 노인네들이 무심하게 지나쳐지지 않는다.  

73. 그렇다.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끼기는 어렵다.  

74. 자신에게 오는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그 사랑을 보내는 존재를 감지한다.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듣고 자란 아이는 음에 민감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 음악은 무시되어 안 들리거나 혹은 소음일 뿐이다. 사랑도 그렇게 훈련되는 것이다. 없던 능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소질을 예민하게 하는 것이다.  

75. 새싹이 자랄수록 그것이 무성한 나무로 클 확률이 커지듯이 이 측은지심의 감정, 즉 사랑은 발휘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 사랑의 마음은 많이 쓸수록 깊고 넓어지지만 그 마음을 쓰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78.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한동안은 사회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익이라는 관심으로만 타인과 대면한다면 결국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만이 남을 것이라 염려한 것이다.  

79. 만약에 순임금이 천하를 버렸다면, 그것은 천하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천하보다 어버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81. 실제로 인의예지의 덕이 우리의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인 것처럼,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 역시 그러하다. 옛날처럼 대가족 제도 아래라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생사만이 갈라놓을 수 있는 관계이다. 가장 좁은 공간과 가장 긴 시간을, 가장 진한 감정으로 함께 하는 사이인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은 맹자의 성선설을 증명해 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숨 쉬듯이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바로 성인이 될 수 있는 바탕이라니, 그의 주장은 얼마나 쉬우면서 또한 얼마나 원대한가! 

82. 순간 순간 발동하는 측은지심이 아니라, 그 측은지심을 키워 울창한 나무가 되었을 때 그때서야 인격을 좌우하는 ‘덕’이 된다.  

85. 맹자가 생각하는 인간은 자율적인 인간이다. 그들은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원리에 의해 행동하는 존재이다. 맹자가 주장하는 본성이란 자율성, 나아가 존엄성의 원천이므로 중요하다.  

86. 타고난 바탕을 다른다면 누구나 선하게 될 수 있으니, 이것이 내가 말하는 본성이 선하다는 의미이다. / 이러한 인의예지는 밖으로부터 내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것인데 다만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87. 순임금은 깊은 산 속에서 살 때 나무나 돌과 함께 살며 사슴과 멧돼지와 함께 놀았는데, 산 속에서 사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마디의 선한 말을 듣거나 하나의 선한 행위를 보면 곧 그것을 실천했는데, 마치 강물이 막혔다가 터지는 것처럼 기세가 대단해서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었다. ([진심 상]16) 

88. 왕이 지혜롭지 못한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비록 천하에서 가장 쉽게 자라는 어떤 식물이라도 하루 동안만 햇볕을 쪼이고 열흘 동안 추운 데 두면 살아날 수 없다. 내가 왕을 뵙는 것은 매우 드물고, 내가 물러 나오면 왕을 차게 하는(선한 마음의 성장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다가가니, 왕에게 비록 선한 마음의 싹이 있다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왕이 바보가 아니라면 스스로의 판단력이 있을 것이다. 왕에게 그 사람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왕의 내부에서 움트고 있는 욕망이 그 사람들에게 응답했기 때문이다. 보통 정도의 지력을 가졌다면 맹자의 왕도정치보다는 당시의 주류인 법가적 부국강병책을 선호했을 것읻. 즉 단순히 옆 사람의 영향력이 아니라 감각적 욕구를 자극하는 객관적인 환경 전체가 착한 마음의 싹에 위협적이다.  

89. 인의를 지향해 노력하는 것은 우물 파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우물을 아홉 길이나 되도록 팠더라도 물이 솟아나는 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면 우물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진심 상]29) 

90.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생명체에게 느끼는 측은지심은, 튼튼하게 자란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안위를 염려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한 타인들의 행복을 위해 공헌하려고 하는 인의 덕이 된다.  

91. 세상의 불의와 스스로의 비겁함을 부끄러워하던 마음(수오지심)은 자라 義의 덕이 된다. 의의 덕을 가진 사람은 불의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낸다. 약자를 괴롭힌다든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넘본다든지,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지위를 남용한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타인과 사회의 불의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92.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공경의 마음 혹은 사양의 마음이 튼튼하게 성장하면, 자신의 인한 마음과 의로운 마음을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적절하게 표현하는지 아는 예의 덕이 되다. 그러한 덕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인하고 의로운 마음을 표현하는데 인색하지도 않겠지만 넘치지도 않을 것이다. 인색한 마음이 상대를 상처 입힐수도 있지만 정도를 넘는 표현이 상대를 상처 입힐 수도 있다.  

93.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는 시비의 마음은 지혜라는 덕으로 자란다. 오늘날 지식이라고 하면 더욱 그렇고 지혜라고 해도 감정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맹자의 시비지심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과 마찬가지로 감정 차원의 것이다. 사려에 의해서가 아니라 즉각적으로 옳고 그름을 느끼는 능력이다.  

94. 아이에게 갖는 안타까움이 측은지심이라면, 때로는 호된 꾸지람을 할 정도로 엄하게 하는 것은 수오지심의 발로이다. 그때그때의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시비지심이며 자신의 마음을 아이가 상처입지 않도록 전달하는 마음이 공경지심이다.  

98. 맛있는 음식은 미각을 자극하고 기쁘게 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 그 미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맛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 내 감각을 만족시켜 줄 더 강한 자극을 찾아 외적인 대상에 휘둘리게 된 극단적 결과가 온갖종류의 중독일 것이다. 중독이란 그 외물이 우리 감각에 제공되지 않으면 생명이 위협받는 데까지 이를 정도로 우리가 외물에 구속되는 상태이다. 그런 상태라면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외물의 노예일 뿐이다.  

99. 이 세상의 모든 부도덕은 감각기관이 마음을 압도해서 일어난 일이다. 즉 마음이 감각기관을 통제할 수 없을 때이다. / 마음이 아직 스스로를 추스를 만틈 자리 잡기 전에 감각기관이 켜져 버리면 구제불능이다.  

100. 마음을 키우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사람됨이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하지 못한 사림이 없지는 않겠지만 드물고, 사람됨이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할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역시 드물다. ([진심 하]35) 

마음의 통제능력이란 욕구를 인의예지라는 가치에 따르게 하는 능력이다.  

102. 마음이 자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맹자는 비유적으로 “마음을 놓아버린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103. 인은 사람의 마음이며 의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그 길로 가지 않으며 마음을 놓아 버리고서도 찾을 줄 모르니, 슬픈 일이다. 사람이 개나 닭을 잃어버리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 모르는 구나.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고자 상]11) 

106. 성숙한 인격이란 그 마음이 균형 있으면서도 강건하게 안정되는 것이다. 마음은 측은지심으로 넘치는 데 표정은 무뚝뚝하기 그지없거나, 마음은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고 싶은데 몸이 천근만근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108. 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 이 내면에서 뻗어 나온 것이다. 얼굴을 빛나게 하고 사지를 빛나게 하고 행동을 빛나게 하는 것은, 밖의 태양이 아니라 내면의 본성이다.  

109.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고 그들에게 미칠, 혹은 그들로부터 얻을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하는 학문은 위인지학이다. 그 무엇인가는 통상 ‘명예와 공적’이다. / 순우곤의 의도는 “안에 있는 것은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115. “스스로를 돌이켜 보아 옳지 않다면 누더기를 걸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돌이켜보아 옳다면 천군만마가 쳐들어와도 나아가 용감하게 대적할 수 있는”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것은 마음의 떳떳함에서 오는 강함이다. 즉 맹자의 ‘마음 흔들리지 않기’는 육체적인 강함이 아니라 강한‘마음’이 핵심이다. 

116. “호연지기란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말하기 어렵다. 그 기는 지극히 크고 강한데, 올곧게 기르고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천지 사이를 채울 것이다. 그 기는 의와 도에 합치되는 것으로,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위축되고 만다. 이는 의가 쌓여 생겨나는 것이지 의가 어쩌다 달라붙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행동하면서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이 기운은 위축된다.”([공손추 상]2)  

117. 송나라 사람 중에 곡식의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싹을 뽑아 땅 위로 올려 준 자가 있었다. 그가 피로한 기색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가족들에게 ‘오늘은 참 힘들었다. 내가 싹이 자라도록 도와주었다’고 했다. 아들이 달려가 보니 싹은 이미 시들어 버렸다....세상에 싹이 자라도록 뽑아 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한 조장은 무익할 뿐 아니라 해롭기까지 하다.([공손추 상]2) 

118. 곡식이 스스로 가지는 생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빨리 자라게 조장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호연지기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맹자가 설명하는 부분이다.  

119. 도덕적 성장을 맹자는 나무가 아래로 자신의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면서 동시에 위로 가지와 잎을 울창하게 드리우며 성장해가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성장의 가능성은 분명 자신 안에 있지만, 나무가 뿌리로 물과 양분을 섭취하고 위로 햇빛을 얻듯이, 자신 안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캐낼 수 있는 동력을 외부에서 받아야한다.  

3부. 세상의 주인 되기 

123. 내가 세상에서 만나는 타인이 없으면 나는 나의 본성을 키울 기회를 갖지 못한다. 나의 존엄성의 근거가 덕이라면, 타인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124. 나를 존엄하게 하고 어떤 것도 덧보탤 것이 없을 만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인의예지라는 내 안의 덕이지만, 그 덕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들이 없으면 태어나지 못한다. / 그러므로 인간관계가 확장되는 것은 그대로 내 인격이 성장하는 궤적이 된다. 내 인격이 성장한다는 것은 내가 더 많은 사람의 삶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125.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가 나를 친하게 여기지 않으면 자신의 인을 반성하고, 사람을 다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를 반성해야 한다. 예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데 상응하는 답례가 없으면 공경의 마음을 반성해야 한다. 어떤 일을 했는데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몸이 바르면 천하 사람이 다 내게로 돌아온다.  

126. 덕이란 인간관계를 적절하게 맺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127.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측은지심을 비롯한 네 가지 마음이 거의 동시에 발동하며 실제로 원만하게 그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네가지 마음 씀이 다 요구된다. / 친구는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맺는 관계이다. 맹자에 의하면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친구 삼는 것이다.   

128. “한 고을의 선한 선비는 그 고을의 선한 선비를 벗으로 삼고, 한 나라의 선한 선비는 그 나라의 선한 선비를 친구로 삼으며, 천하의 선한 선비는 천하의 선한 선비를 벗으로 삼는다.” 

130.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릴 기회를 얻지 못한다.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는 데 방법이 있으니, 친구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을 수 없다. 친구에게 믿음을 얻는 데 방법이 있으니, 어버이를 섬겨 기쁘게 하지 못하면 친구에게 믿음을 얻지 못한다. 어비이를 기쁘게 하는 데 방법이 있으니,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하지 않다면 어버이를 기쁘게 할 수 없다.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하게 하는 데 방법이 있으니 선에 대해 밝게 알지 못하면 자신을 진실하게 할 수 없다. ([이루 상]12)

스스로가 자신의 본성을 실현하려는 마음으로, 즉 그 마음만으로 부모를 대하여 부모가 만족할 만한 자식이 되어야만, 밖에 나가서도 그 진실한 마음과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 당당함으로 친구를 만나 신의 있는 관계를 쌓을 수 있다.  

134.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선행을 실천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선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선행을 실천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은 없다. ([공손추 상]8) 

135. 나의 덕은 타인과 만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므로, 나의 성장은 그 본성상 항상 타인의 성장과 동시에 일어난다.  

138. 맹자의 주장대로 현실의 사람들이 인의예지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면, 맹자가 설득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은 자기 본성대로 살 것이고, 그 결과 세상은 자연히 맹자가 그리듯 인의예지가 넘치는 자율적이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맹자의 시대와 같은 패륜의 시대가 되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맹자는 인의예지를 되찾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139. 맹자가 말하는 인간의 선한 본성은, 맹자가 그리는 이상적인 사회의 질서를 담고 있는 씨앗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맹자의 본성은 맹자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질서가 그 안에 고스란히 입력되어 있는 그런 것이었다. 인의예지는 인간이 내면에 품은 덕이면서,동시에 인간 사이의 원만한 관계를 유도하는 사회질서이기도 했다.  

도는 길이다. 도를 넓힌다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올바른 방식을 다져 간다는 의미이다. 그 원천은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인의예지이다. 그러므로 그 내면을 얼마만큼 키우는가가 관건이다.  

140. 나는 물이 불은 동네의 징검다리 앞에서 난처해 하는 노인네를 업어서 건네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늘 그 물가 앞에서 대기하며 동네의 노인네 모두를 건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마을의 목민관이 된다면 다리를 건설함으로써 동네의 노인네를 비롯해 건장한 사람들에게도 기후에 관계없이 편안하게 다리를 건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웃 고을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데까지 미칠 수는 없다. 맹자를 비롯한 군자들이 정치적 힘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마음을 넓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굶주리고 헐벗지 않도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길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141. 맹자가‘왕도’라고 이름 붙이며 제시한 유학의 도는, 정치적 힘을 가진 자 즉 군주의 입장에서 예상한 마음 넓히기와 그 구체적 길을 내용으로 한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군주는 지가 나라의 모든 백성들에게까지 마음을 넓힌 사람이 앉아야 하는 직위이다. 감각의 욕구를 능가하는 생각의 마음을 일찌감치 크게 키운 군자라면, 죽으로 연명하더라도 감각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142. 좋은 삶은 자신의 인격을 키워 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밟을 수 있는 올바른 길을 닦는 일이다.  

150. 사명은 내게 주어진 임무라는 의미이고, 운명은 내 힘이 어쩌지 못할 내게 주어진 조건이란 의미이다.  

152. 인의예지는 명이면서 동시에 본성이고, 이목구비의 욕구 역시 명이면서 동시에 본성이다. 그런데 인의예지의 명과 본성은 군자라면 노력해서 완수해야 하는 사명이고, 이목구비의 본성과 명은 군자라면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154. 맹자는 “자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존재를 바르게 한다”고 말하지만, 내 몸이 바르면 세상이 그에 응답해서 바르게 된다는 말은 사실은 군주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 맹자와 같은 군주가 아닌 자의 입장에서 나라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아야”한다.  

160. 자신의 노력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도덕성이 아니라면 하늘의 뜻일 뿐이다. 나의 길을 막는 것이 하늘의 뜻일망정 일개 인간일 수 없다는 맹자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162. 모든 인생은 양지와 음지가 어울려 있다. 개인적으로 양지가 더 많은 인생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음지에 대해 이해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음지의 존재들에게까지 측은지심을 확대해야 할 사람이라면 자신의 깊은 음지는 오히려 자신을 단련하기 위한 좋은 환경일 수 있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근골을 힘들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며, 어떤 일은 행함에 그가 하는 바를 뜻대로 하지 않게 어지럽힌다. 이것은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을성 있게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173. 명이란 인간이 자신의 도리를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 그 뒤에 남는 것이다. 공자같은 성인도 오십이 되어서야 명을 알았다고 하니, 보통 사람들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과 명으로 남겨 두어야 할 일을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요임금이 어질지 못한 자식을 둔 것은 운명이지만, 자신의 뒤를 어진 사람으로 잇게 하는 것은 사명이다. 맹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제후를 만나지 못한 것은 운명이지만, 구세제민의 열망 때문에 기본도 안 된 제후와 협력한다면 그것은 운명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이며 동시에 사명도 저버리는 것이다.  

178. 인과 의는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능력이다.  

180. 묵가는 차등적인 사랑이 아니라 나와 너를 똑같이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서로 이롭게 해주자고 주장했다. 사랑이란 결국 어떤 의미에서든 상대를 이롭게 해주는 것이며, 나를 사랑하는 만큼 모든 타인을 사랑할 때 그 이익은 극대화될 것이라 생각했다. / 묵자는 평등한 사랑을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꾀했다.  

184. 유학의 인은 그 출발점을 부모에 대한 사랑으로 잡음으로써 이기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확보했다. 그 자연스러운 마음은 대상에 비해 차등적으로 발휘되며, 그 차등적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것으로 자리 잡는다. 이것이 맹자가 자랑하는 유가의 한 가지 근본이다. 측은지심(인)은 혈연을 넘어 모든 사랑에 관통된다. 

186. 모두 철저하게 자신의 삶에만 몰두한다면 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었다.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타인을 구제한다고 나서는 것이 재앙이었다.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명분으로 타인의 삶에 간섭하고 제멋대로 재단하려는 것이야말로 모든 재앙의 씨앗이었다. 이러한 자기존중의 개인주의는 사회 참여를 인간의 본질로 설정한 맹자의 사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맹자가 주장하는 인의예지의 인간 본성은, 인간이 서로 위계적인 관계를 맺으며 사회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천성임을 얘기한다. 그 시각에서 볼 때 양주의 개인주의는 인간의 본질조차도 지켜 내지 못한 자들의 주장이다.   

양주의 자기존중사상은 장자사상으로 계승되었으며, 장자사상은 유가와 같은 적극적 구세 이념에 대한 비판정신으로서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맹자는 인의예지야말로 인간의 자연이라고 주장하며,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인의예지에 의해 관계를 맺고 사회를 이루고 사는 사람이 되라고 요구한다.  

188. 맹자가 이들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과장된 반응을 보인 것은, 사회의 어떤 가치보다 내 자신이 더 소중하다고 주장하는 양주와 나 자신의 감정과는 관계없이 사회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묵자는, 맹자의 눈에는 모두 인륜을 부정하는 자들로 비쳤기 때문이다.   

사회의 의미를 부정하는 양주를 비판하면서 맹자는 사회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개인의 자연적 감성을 부정하는 묵적을 비판하면서 맹자는 자연적 감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맹자는 양주의 개인주의를 비판하면서 인간의 사회성이 인간의 본성임을 천명했고, 묵자의 겸애주의를 비판하면서 사랑의 층차 역시 인간의 본성임을 천명했다.  

189. 양주가 주장한 것처럼 맹자에게도 개인은 중요하다. 제대로 된 개인은 천하를 평화롭게 할 원동력이며 특히 개인의 마음은 세계의 중심이자 주인이다. 또한 묵적이 주장한 것처럼 맹자에게도 온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랑의 대상이다. 맹자는 측은지심을 온 세상으로 넓혀 가 이 세상에 이 사랑의 빛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작곡 ,‘아침’이 생각난다. 내가 맹자의 사상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나?) 

그러나 맹자에게 참다운 자기애는 양주처럼 개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자기화화는 것이며, 온 세상에 미치는 사랑은 묵적처럼 평등한 사랑이 아니라 자기애가 동심원처럼 확대되는 차등적인 사람이다.  

197. 상앙과 같은 법가는 제도개혁과 토지개간 등을 통해 국고를 불려 주었다. 그러한 사업의 목적은 부강의 창출 자체였다. 왕의 행위 원칙, 백성들의 행위 원칙은 ‘부강의 창출’이라는 최고선에 따라 정해질 뿐이었다. / 그러므로 맹자는 이익의 추구는 선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198. 양혜왕과 같은 당시의 제후들은 모두 손자와 같은 병법 전문가나 상앙과 같은 제도 개혁가를 요구했다. 그들은 그러한 외적인 가치 추구를 극대화하는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제후들의 요구에 영합했다.  

199. 맹자에 의하면 제대로 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으로 인해 그 사랑을 더욱 키워 자신이 사랑하는 범위를 더욱 넓혀 가는 사람이다.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을 사랑하면서, 세상 부모들이 자식에게 느끼는 애틋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누구의 아이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부조리한 사회에서 사는 것이 안타까워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서고, 더 이상 지구를 더렵혀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연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이것이 사랑의 영향을 확대해 가는 인한 사람의 모습이다.  

200.‘나의 이익 추구’만이 행위의 원칙이라면 모든 사람들은 욕망이라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탄 사람들처럼 질주할 것이다.  

204. 부귀와 빈천은 인생에서 따라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부산물일 뿐이다. 진정한 대장부는 스스로를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는 천하를 거처로 삼아 스스로의 삶을 산다. 그것은 어떤 조건이나 위협에 구애되는 일 없이 자신의 본성대로 사는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을 선으로 이끄는 삶이다.  

206. 그 목적이 평화라고 해도 그 목적을 위해 사람들의 이기심을 자극한다면, 결국 사람들은 계속 이기심의 원리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하는 목적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이익 추구를 앞세우는 법가적 원리를 따를 때와 다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것이 부국강병이든 평화든 내 마음 밖의 가치라는 점에서는 한가지이다.  

208. 인한 사람이란 측은지심을 잘 키운 사람이다. 측은지심이 모자라면 각박한 사람이 되겠지만 측은지심이 너무 넘쳐도 우유부단한 사람이 될 뿐이다. 인한 사람이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측은지심을 키운 사람이다. 또한 수오지심도 마찬가지이다. 수오지심이 모자라면 뻔뻔한 사람이겠고 너무 넘치면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사람이 된다.      

211. 맹자가 말했다. “비난하려고 해도 꼬집을 데가 없고 공격하려고 해도 약점을 찾을 수가 없다. 흐르는 세파를 함께 따르며 더러운 세상에 영합한다. 들어앉아 있는 모습은 충직하고 신의 있는 듯하고 행동하는 것은 청렴결백한 듯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자신도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덕을 해치는 자라고 하는 것이다.  

212. 향원의 행위방식은 ‘위선’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그것이 사회 규범을 유지하는 데기여하고, 나아가 실제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사회 규범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공자와 맹자가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던 향원은 사실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218. 당시와 같이 통상적으로 전쟁을 겪는 상황에서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든지 가족 사이의 사랑으로 천하를 결합시키자는 주장은 얼마나 허황되게 들렸을까? 

221. 개인적인 관계에서든 이론의 충돌에서든 결국 남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말의 배경을 이루는 것들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될 것이다.  

224. 왕도정치의 첫발이 뜻이 있는 왕을 만나거나 왕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말 쉽지 않은 기획이다. 군자의 임무가 군주를 교육시켜서 유덕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 기회를 얻기 위해 유덕한 군주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227. 벗은 덕이 비슷한 사람이 맺는 관계이다. / 맹자는 제후가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현자를 대하는 예를 갖추지 않으면 응하지 않았다. “ 현자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 그 도를 따르지 않는 것은 들어오고 싶어 하면서도 문을 닫는 것과 같다.”([만장 하]7) 

237.“인을 해치는 자를 가리켜 남을 해치는 사람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가리켜 잔인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남을 해치고 잔인하게 구는 자는 한 사내일 뿐입니다. 저는 한 사내인 걸과 주를 처형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양혜왕 하]8) 

238. 아무리 훌륭한 덕을 갖추고 넘치는 측은지심으로 백성을 돌본다고 해도, 그 보살핌이 미치지 않아 울고 있는 백성은 없을 수 없다. 왕을 제거할 마음을 먹는다면 어떤 명분이든 찾을 수 있다.  

241. 맹자의 혁명론은 유학을 국가 운영의 근본 이념으로 하게 될 때의 군주의 위상에 대한 맹자의 선언 같은 것이리라. 가치는 인의의 실현이고, 군주는 그 가치의 실현에 참여할 때에 한해서만 군주이다.  

4부. 우리시대의 맹자 읽기 

247. 우리는 남을 불행하게 하고서는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남몰래 한 나쁜일에 대해서도 우리를 질책하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나아가 우리는 남의 불행을 함께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다. / 오늘날, 우리의 함께 느끼는 능력은 공간을 뛰어넘어 작동한다.  

248. 맹자는 우리에게 이기심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맹자가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우리는 이기적이지만, 자신을 자기 한 몸 안에 가두지 않고 밖으로 뻗어 가려는 사랑의 마음도 있다는 것이었다. 맹자가 생각하는 인간은 선의 싹을 얻어 태어나며, 스스로의 결단과 노력에 의해 그것을 키워가는 존재이다. 그 선한 싹은 공감의 능력이다. 우리에게는 분명 공감의 능력이 있다. / 그 공감의 능력은 우리의 이기심을 주춤하게 하고, 더 큰 것을 원하도록 우리를 상승시킨다.  

249. 사랑만이 우리의 삶에 생명을 준다.  

251.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이다. 자존심의 원천을 외부에 두면 필연적으로 타인과 투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맺어질 수 밖에 없다. 티안과 연대해야 하는 측은지심이 자기 안에 갇혀 버린다.  

252. 물질로 내 몸에 살을 붙이는 삶보다, 내 안에 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삶이, 정말로 내 본성에 맞는 일이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257. 나의 세계는 나를 둘러싼 겹겹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그 안에서 동일한 관계는 없다. / 이러한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능하게 맺어 갈 것인가? 그 답은 물론 덕이다. 덕은 키워야 하는 것이다. 나를 키우는 토양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관계의 그물이다. 나는 덕의 싹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키우는 데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것은 실제로 그러한 덕으로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사는 것이다.  

258. 자신에게 몰두한다는 것은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도록,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일을 판단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262. 보수주의는 진보 관념을 부정하면서 전통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고, 개인주의를 반대하면서 가족과 지역공동체를 중시한다. 보수주의는 보편 이성을 앞세워 세계를 균질의 문명화 대상으로 삼은 근대정신에 반대하여 자신들의 특수한 전통을 옹오한다. 그 점에서 각지의 전통과 관련된 보수주의는 그들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만큼 고유성을 갖는다.  

268. 평등주의를 거부하고,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 사회의 단위라고 생각하며, 역사의 진보를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학은 근본적으로 근대 보수주의의 이념과 닮았다.  

270. 유학은 본성적으로 보수적이다. 오히려 유학이 바람직한 보수주의의 콘텐츠가 되어, 현대의 정치 이념으로서 자신들의 신념을 피력하고 그것이 진보주의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완화시키는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유학의 현대적 활로가 될 수 있다. 유학은 현실을 직면하고 그 현실을 충분히 숙고하면서 행복한 인간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당당하게 조언하는 사려깊은 집단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271. 좋은 삶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전통과 공동체를 보존하고 역사적으로 형성된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도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스스로 실천하고 또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스스로의 입지에 대한 자기 정화가 필요할 것이다. / 측은지심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마음이다.  

275. 자연의 순환과 함께 하는 농업의 성격상, 오랜 경험은 그대로 산업에서의 능력이다. 순조로운 자연의 순환과, 때때로 발생하는 이상 현상에 대처하는 데에는, 자연의 운행을 넓은 폭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고, 그러한 안목은 세월을 쌓으면서 얻어진다. 노인은 토지의 주인이어서가 아니라 깊은 지혜를 가진 사람이어서 젋은이와 평등하지 않다.  

277.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가 내거는 공약은 자존감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정책, 끝까지 자존감 있는 사람으로 죽을 수 있는 노인정책에 집중되지 않을까? 그는 경쟁을 조장하여 외적 발전을 꾀하는 것보다는 내면을 성장시킴으로써 자기발전을 도모하는 삶을 좋은 삶이라고 여길 것이다.   

278. 모든 사회구성원이 시간의 문제일 뿐 모두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생산성의 관점에서 노인을 천대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천대하는 것이다.  

279. 그들에게 남은 것은 도덕적 인간으로 갖는 자존감과 모든 인간을 숭고한 삶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 그리고 그를 위한 헌신이다.  

맺음말. 맹자와 사이좋게 지내기 

283. 현재의 그는 지난 역사의 축적물이다. 그가 과거를 벗어날 수 있을까? 

286. 우리는 우리와 생각이 같은 사람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자존심 강하고 그런데 그럴 만한 근거가 있고, 또 그래서 누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지 그 사람의 얘기는 들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솔직하고 쾌활한 사람이라면 정말 좋은 이야기 상대이다. 맹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를 닮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를 따라 고상한 인간으로 비상하려 날갯짓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록 맹자의 성선설 

289. 사람이 타고난 바탕은 선하며,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바탕을 드러내서 선해질 수 있다는 것이 성선설의 내용이다.  

292. 맹자에게 측은지심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다.  

295. 맹자는 “이로 보건대 측은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라는 결론을 끌어낸다.  

298. 요리의 대가는 맛의 정수를, 음악의 대가는 소리의 정수를 파악하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듯이, 마음 분야 역시 그 정수를 누구보다 먼저 체득하고 다를 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맹자는 그 사람이 바로 성인이라고 말한다. 성인은 사람의 마음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먼저 확실히 파악하고 자기 몸으로 체현한 사람이다.  

308. 맹자에 의하면 사랑은 대상에 대해 측은함과 애틋함을 느끼는 것이지만, 고자에 의하면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원하는 것이다. 사랑을 원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외로움이나 성욕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다의적이듯 인의 의미도 다의적이지만 그것이 개인을 개인 안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한가지이다.  

309. 이 세상에 사랑 뿐 아니라 그것이 사회의 질서이든 어떤 것이든 우리가 아름답다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 안에 그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맹자의 생각이었다. 인간은 신이나 국가권력과 같은 존재가 부여하는 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혹은 부귀영화와 같은 물질 때문에 움직이는 타율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맹자가 보기에 인간은 스스로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였다.  

3. 내가 저자라면  

1. 교가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넘었건만, 나는 아직도 교가의 마지막 구절을 기억난다. 학교를 워낙 사랑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가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 하며 불렀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그 교가의 마지막 가사는 이랬다.  

배움만이 보배아닌, OOO 대학,
인의예지, 그 자랑인 우리 대학교!  

인의예지...좋은 말인 것 같은데, 이해를 잘 못했고, 속 뜻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맹자를 읽으면서, 그 깊은 뜻을 이해했다.  

2. 이력서
대학을 졸업 재학시, 생애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넣는 순간이었다.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소개서에 써넣은 인생의 좌우명을 써 넣어야 하는데, 특별한 좌우명이 없었다. 별 생각없이 휘리릭 써 넣은 내 인생의 좌우명은 이랬다. 

'내가 웃으면 주변이 웃고, 주변이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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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키워드는 측은지심이다. 그리고 자기애에서 시작해, 이웃, 마을, 세상으로 커져가는 사랑을 애기하고 있다. 이미 내안에 맹자의 사상과 측은지심이 있었고, 대학시절과 20대에, 그와의 깊은 만남이 이뤄질 수 있었음에도 나는 그 길을 지나쳐 왔다. 아마,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삶이 참 신비롭다. 연구원이 되어, 스승님과 동기들로부터 연민과 공감의 키워드를 화두로 선물받아,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맹자]를 읽으면서, 맹자와 앞으로 친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맹자]는 맹자가 왕도정치의 이상을 당대에 실현할 전망을 상실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과 함께 유학정신에 대해 토론하면서 만들어진 책이다. 이혜경의 책,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은 그러한 맹자를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모델로 여겼다.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목차가 예술적이다. 역사속의 한 사람을 어떤 식으로 조명하고 읽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귀한 가르침을 주었다. 제 1부는 맹자의 시대환경과 사람됨에 대해서, 2부는 그의 주장과 메시지를 전하면서 ‘자신으로 사는 삶’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3부는 ‘세상의 주인되기’로 세상에 대한 관심을, 4부는‘우리시대의 맹자 읽기’라는 부제로, 맹자가 이 시대에 주는 의미를 해석했다. 멋진 책이다.

[목 차] 

머리말_생산적인 『맹자』 읽기를 위하여 

1부 맹자의 시대와 그 사람됨 

1_혼란한 시대와 대결하다
전쟁이 일상이 된 시대
대세는 부와 권력
법이 필요한 시대
맹자가 자임한 사명  

2_그의 사람됨과 삶
맹모삼천과 교육
왕도정치를 향한 열정
스승으로서의 삶 

2부 자신으로 사는 삶  

1_나를 나이게 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
사람의 본성 │사람 가운데 나
가치의 근원인 내 마음
진정한 나 │나의 감정이 가치의 원천  

2_본성 키우기 감
감정 예민하게 하기
공감의 능력 │사랑은 배워야 하는 것 │가장 진한 사랑
덕으로 정착시키기
감성에서 덕으로 │하늘과 사람의 협동 │네 가지 덕  

3_마음 지키기
마음과 욕심의 대결
자신이 되기 위한 공부
집 나간 마음, 마음을 찾기 위한 공부 │스스로를 위한 공부
연지기를 길러야 하는 이유
기의 내면화 │호연지기는 도덕적 체력  

3부 세상의 주인 되기

1_관심 넓혀 가기
타인과 관계 맺기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 │관계의 매개는 덕 │덕은 타인을 움직이는 능력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
맹자가 그린 좋은 사회 │사람이 도를 넓힌다 │내 마음과 세상의 규범  

2_객관세계와 마주하기
내게 주어진 것
본성과 명 │재아자와 재외자
명에 대처하는 자세
사명은 노력해서 완수할 것 │그 결과에는 순응할 것 │도덕과 정치, 그리고 나의 가치 │운명의 영역을 최소화하는 노력 

3_자기 신념 지키기
인륜에 대한 위협 물리치기
인륜 지키기는 문명 지키기 │평등애의 공동체주의는 인을 무시하는 것 │사회를 거부하는 개인주의는 의를 무시하는 것 │인륜은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위한 것 │다른 형태의 문명 위협자들
유용성의 원리 비판하기
부국강병의 법가 │전쟁터를 누비는 외교 전문가들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 │사이비 군자
부동심과 지언
언어와 정치 │부동심을 위한 지언  

4_권력 다루기
도덕적 지도자로서의 위상
제후에게 발탁되어야 하는 현실 │도도한 덕의 전문가
관계의 원칙
군신유의 │벼슬에 나아감과 물러남
혁명도 불사한다
혁명의 정당성 │혁명의 조건  

4부 우리시대의 맹자 읽기

1_세상의 중심에서 주인으로 사는 삶
나는 정말 존엄한 존재인가
완전하게 선하지는 않더라도 │나와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힘
성장의 과제
세상의 중심으로 │함께 성장하기  

2_환영할 만한 보수주의자의 모델
한국의 보수주의로서 유학
근대 서양의 보수주의 │우리의 보수주의로서 유학
유학자의 긍지와 책임감
덕의 불평등 │도덕성에 근거한 자부심과 헌신  

맺음말_맹자와 사이좋게 지내기

부록
맹자의 성선설
『맹자』와 원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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