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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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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0일 11시 30분 등록

[북리뷰 39]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1. 저자에 대하여

 

알랜 B. 치넨

미국의 정신 분석학자이자 의학 박사로, 현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정신 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융 학파에 속하는 그는 옛날 이야기와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현상을 해명하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주요 저서로는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 『영웅을 넘어서』, 『어른스러움의 진실』 등이 있다.

 

역자 : 이나미

서울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이나미 신경 정신과 의원 원장으로 있다. 에 『물의 혼』으로 등단했으며 『여자의 허물 벗기』,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딱 한번만 더 보고 싶다』, 『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 『에로스 타나토스』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역서로 『성의 침묵』이 있고, 논문으로 『서양 정신 의학의 도입과 변천 과정』이 있다.

 

2. 가슴을 무찔러드는 글귀들

 

이 책에서 내 마음을 가장 강하게 울린 것은 일본, 중국, 이집트, 러시아, 인도, 폴리네시아, 그리고 미국 인디언들의 전설들에서 융의 아니마/아니무스 이론, 현대 남녀에 대한 로샤Rorschach식의 해석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들을 발견한 점이다. 숙련된 정신과 의사나 작가의 손에 의해 이들 옛날 이야기들은 인간 정신의 훌륭한 회화로 변형되었다. p10

 

이 책은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같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중년의 남녀가 가족과 일의 요구를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중년의 새롭고도 깊이 있는 의미를 어떻게 발견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p14

 

옛날 이야기들이 영원한 매력을 지니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사실이나 이념들을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영혼과 맞닿을 것이다.> ... 그는 생각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논리적이고도 선형적인 과학적 생각으로서 <사업>, <일>,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들이 있다. 두 번째는 이야기 형식의(Narrative) 생각으로, <극>과 <신화>, <문학> 그리고 <옛날 이야기>들의 토양이 되는 언어인데, 주로 인간 영혼을 건드리게 된다는 것이다. p15

 

이야기란 듣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이성적인 사고를 일단 멈추게 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놔두도록 하는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이야기들은 <옛날 옛날에...>란 말로 시작하고 아라비아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거나 그렇지 않았거나>란 말로 운을 뗀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호!>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 진짜 속에 포함된 의미는 다르다>라는 뜻이다. 이는 마치 정신 분석의 자유 연상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무의식이 드러나게 도와준다. p16

 

옛날 이야기들은 보통, 힘든 일을 마치고 난롯가에 둘러앉는다던가 아니면 침대 머리맡같이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듣게 된다. 존 보우 같은 학자는 이야기꾼뿐 아니라 이런 환경이 무의식이 이미지와 상징들을 활성하게끔 의식을 변화시키는 좋은 조건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p16

 

프로이트나 융의 단어로 얘기하자면, 옛날 이야기란 일종의 꿈과 같다. 그러나 옛날 이야기는 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여러 장점들을 갖고 있다. 꿈들은 너무나 각 개인별로 특별하기 때문에 꿈꾼 사람들만의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옛날 이야기들은 범세계적이고 누구나 공감하는 매력을 지닌다. 이는 옛날 이야기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탓이다. 이런 과정에서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특이한 요소들은 제거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주제들만 살아남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옛날 이야기는 인간의 기본적인 화젯거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년의 이야기들은 중년의 근본적인 과제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p17

 

중년의 이야기에 여성주의적인 주제가 나오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그런 이야기들은 관습적으로 친구들과 친척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것이고 공적인 시각으로부터는 조금 비켜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야기들은 교회나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또한 그런 이야기들은 신앙이나 경직된 가치관에서 빗겨남을 요구받기 때문에 종종 신랄한 풍자를 말할 수도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그냥 얘기일 뿐이니까!>라고 할 수 있던 것이다. 이런 장난 같은 사적인 특성들이 옛날 이야기들을 신화나 전설과 구별시켜준다. 신화나 전설들은 보다 공적이고 사무적인 사회의 관념들을 표상하기 때문에 가부장제의 권위를 정당화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왕들은 보통 신들이나 신화 속 영웅들의 자손이다.> 반면에 중년을 다룬 옛날 이야기들은 인습 타파적이고 반문화적인 무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 못지않게 옛날 이야기들의 전수자이자 담당자들이었다. p18

 

그 이후 몇 년이 지나 달리기를 하거나 명상에 잠길 때, 또 해변을 걸을 때면 <용>이나 <성>, <왕과 왕비> 같은 생생한 이미지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곤 했다. 이런 환각들은 그 강도에 있어서 원형적인 것들이었고, 때론 눈물을 흘리게 할 만큼 감동적이기도 했다. 비록 이런 몽상들은 꿈과 비슷했지만 단순한 해석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했다. 나는 곧 이런 이미지들이 여러 옛날 이야기의 결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19

 

그때 불현 듯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위대한 어머니나 현자가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생각은 간단했다. 만약 내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중년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이전에 그렇게 했으리라. 따라서 지구 어딘가에는 중년이나 노년을 위한 오래된 옛날 이야기가 틀림없이 있으리라.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보물들을 찾아낼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p20

 

문학 평론가인 노스롭 프라이나 민속 연구가이며 철학자인 로버트 펜톤으로부터 얻은 첫 번째 규칙은 옛날 이야기들을 해석하려고 들기 이전에 우선 귀를 열고 그 이야기들을 잘 듣는 것이다. p21

 

나는 해석의 두 번째 규칙을 노아의 방주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이 이야기 선집에 포함되기 위해선 우선 또 다른 파트너, 즉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22

 

중년의 이야기를 여럿 나란히 놓고 볼 때 너무나 유사한 횡문화적 특징들이 드러난다. 이것은 이들이 바로 중년의 원형적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주는 것이다. p22

 

이런 제외의 법칙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어린 시절의 과제들을 무시함으로써 성숙의 과제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집중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중년의 이야기들에는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외상들을 단순히 풀어버리기보다는 보다 크고 중요한 과제인 <완전한 인간이 되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준다. p24

 

중년의 이야기는 내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몇 년 동안 나에게는 하나의 길잡이였으며 기쁨이고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나 자신을 위해 썼던 이야기들에서 전 세계에 산재한 이야기들과 몇 년 전부터 내 꿈에 나온 내용들이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했다. 내가 치료를 하면서 만난 중년들의 공상과 꿈에서도 역시 동등한 극적인 유사점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p25

 

1.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중년

그러나 이 이야기 속의 사건들은 기대된 바와는 다르다. 구두장이 부부는 요정에게 고마움의 선물을 했지만 요정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마법의 상실은 세계 어느 나라건 중년의 이야기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 구두장이는 탐욕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를 표시했고 관대했지만 마법의 힘을 잃었다. 이는 대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마법은 요정에게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그들 요정이 벌거벗었고 모든 금기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순수하고 장난기 많은 그들은 아직 사회적 관습이나 자의식이라는 짐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젊은이나 아이들의 무심한 영혼을 의인화시킨 것이다. 마법의 정령들이 사라진 것은 성인들이 <일> 때문에 <놀이>를 포기하고 <책임> 때문에 <순수>를 버리게 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상징하고 있다. ...

요정들은 구두장이 부부가 옷을 주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의복이란 사회적인 장식이자 관습적인 행동들을 반영한다. 요정들에게 옷을 줌으로써 구두장이는 상징적으로 그들을 사회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p32-33

 

동화에서 특별한 날짜를 명시한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 이는 이 날짜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 요정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떠난다는 것은 초기의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이교도들의 질서와, 새롭고 보다 절제되고 문명화된 그리스도 문명이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청소년 시절에서 성인시기로 넘어가는 이행 과정의 비유이기도 하다. p33

 

남편은 아내를 몰래 훔쳐보다 그녀가 요정임을 알게 되는 순간 부인을 잃게 된다. 그의 지식으로 마법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p34

 

꼬마 요정이 떠났어도 구두장이는 파멸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구두를 열심히 만들고 부자가 된다. .. 젊음의 마법이 사라진 후에 오는 것은 바로 <일>이다. p35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직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 p36

 

대부분의 중년들은 자신들을 당나귀의 운명과 동일시할 것이다. 순수와 자발성, 그리고 젊은이들의 자유는 포기한 채 짐만 잔뜩 지고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거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성장에는 분명 슬픔과 비탄의 요소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행을 거치는 데 실패하거나 그렇게 하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또다른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피터 팬 신드롬으로 융 학파 사람들은 이를 <퓨어 콤플랙스 Puer Complex>라고 한다. p36-37

 

요정들은 밤중에 도착해서 어둠 속에서 일을 한다. 그들은 무의식의 창조성에 대한 아주 매력적인 상징이 된다. 의식의 사고가 해답을 찾지 못할 때, 잠자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내부의 요정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요정들이 선물을 받자마자 떠난다는 사실은 의식이 창조성을 방해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p38

 

정신분석가인 엘리엇 자크는 중년의 창조성에 대해 연구한 바 있는데, ... 자크는 창조성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작업이 있다. .. 이런 창조성은 미친듯한 영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사라진다. 그 다음에야 두 번째 유형이 전면에 나타난다. 이를 자크는 잘 다듬은 창조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들은 불완전한 영감으로 일단 일을 시작하지만 그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하여 또다시 재작업한다. 젊은이들의 특징인 <발작적인 창조적 불꽃>은 계속되는 일의 습관으로 진화해서 성숙하고 기댈만한 기술로 변하는 것이다. p39

 

중년기에 잃은 젊음의 이상들

중년들은 보다 성스러운 완벽성, 순진성, 그리고 젊음의 이상을 잃어버리는 대신 노동과 고통에 대해 배운다. 젊음의 이상을 잃지 않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p41

 

마술주머니

하루에 딱 한 번 만이다. 오로지 딱 한 번만 주머니에서 은동전을 꺼낼 수 있다. 이 돈을 지혜롭게 써라. 그리고 절대 탐욕 때문에 더 써서는 안 된다. p43

 

매일 아침이 되면 그들은 돈을 꺼내선 무엇에 쓸까 싸우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p43

 

남편은 마술 주머니를 흔들었습니다. ... 남편은 환호를 지르며 주머니를 열고 또 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천둥이 치면서 새 집이 사라졌습니다. ... 이제는 남편이 어떤 짓을 하건 주머니에서 더 이상의 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그들의 불행에 몸을 떨었습니다. 곧 처음 시작했던 때로 다시 돌아간 것입니다.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무일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허리에 잔뜩 나무를 이고 팔 한 아름 가지고 돌아와도 이번에는 아무도 그들의 나무를 훔쳐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을에 나가 자기들이 한 나무를 팔아 한 닢 한 닢 벌었습니다. 동전들은 곧 은 동전으로 바뀌었고 은 동전은 닭으로 바뀌었습니다. 닭이 모이자 소로 바뀌었고 소를 팔아 이제 작은 오두막집을 지었습니다. 이제 그것으로 그들의 인생은 편해진 것입니다. p44

 

마술과 젊음의 이상

부부는 남편이 자기가 가져야 할 몫의 돈보다 더 많은 양의 돈을 꺼냈을 때 자신들의 행운을 잃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아주 괴물같이 탐욕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조금만 더 은 동전을 원했던 것이었고, 그 목적 또한 매우 소박하게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이었다. p45

 

젊은이들의 신성한 야망 뒤에는 완전한 사회, 완전한 게임, 완전한 사랑 등 완벽성에 관한 이미지가 숨어 있다. 순수함과 야망에 가득 찬 젊은이들은 완벽함이 가능할 것이라는 짐작을 갖고 있다. p46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우상과 이상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자기에게 맞는 만큼의 좋은 일을 하는 데 만족하게 된다. 융 분석하자인 도날드 샌드너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하느님과의 유사성’을 포기한다.> p47

 

이제 나이 마흔인데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 이 세상에 내 자취를 남겨놓은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들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30대나 40대의 나이에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들이다. p47

 

이들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로 가득 차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젊었을 때의 휘황찬란한 이상을 자신들의 현재와 비교하고는 의기소침해지는 데 있다. p48

 

총기 사고 같은 나쁜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또 그 앰블런스는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인 내가 근무하는 응급실로 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가판대의 신문들 제목을 읽고 창문가에 놓인 꽃들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그날 아침 나의 행동은 환자를 돕고 고통을 덜어준다는 나의 젊은 세계관과는 도대체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p49

 

젊음의 마법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

젊은 시절의 마법을 상실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뿐이다. p50

 

이 이야기는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족 관계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이런 집에서 부모들은 너무 자신들 일에만 빠져 살기 때문에 아이들을 성숙하게 돌보지 못하고 있다. p53

 

어부와 인어는 아이들을 의식적으로 해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돌보는 일을 게을리 했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고는 그 부부가 큰아들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될 것이다. 이야기는 세세하게 이런 무책임성에 대해 미리 예시하고 있다. 어부가 처음 인어를 만났을 대 인어는 보물을 주면서 다음날 일찍 돌아오라고 한다. 그러나 어부는 시간이 늦었고 인어를 놓치고 만다. ... 그런 식으로 어부는 자신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인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의무에 대해 무책임했다. 어부는 그의 부주의함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는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죽는데, 이는 마법을 계속 간직할 경우 오히려 이점 때문에 그 자신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젊음의 마법을 지워버지리 못했기 때문에 인생의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것이다. p53

 

젊음의 마법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멀리 떠나 보내는 것이다. ... 요정들은 구두장이 부부가 그들에게 선물을 주는 순간 그들을 떠난다. 부부는 선물을 받는 쪽에서 주는 쪽으로 스스로를 전환시켰을 때 마법을 잃는다. 이는 청년 시기가 지나고 성숙한 중년이 시작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 그가 생각하는 중년의 기본적인 과제는 베풂의 미덕이다. p54

 

젊었을 때 사람들은 보통 개인의 성취와 만족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보다 인본주의적인 관심을 가지며 많은 시간을 남에게 배푸는 일에 할애하게 된다. 성공적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p54

 

바다에서 나온 아름다운 인어는 무의식으로부터 나온 창조적인 통찰을 상징하고 있다. 이들 영감들은 마치 인어처럼 사람을 흥분시키고 황홀하게 한다. 이런 창조적인 순간이 지난 후에는 새로운 과제가 떠오르게 된다. 고상한 영감과 비전을 보다 구체적인 성과물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야기는 어부와 인어가 결혼하여 가족을 꾸려나가는 것으로 이런 과정을 상징화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창조적인 영감을 현실로 형상화하여야만 하고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직접 검증해야만 한다. 즉 오랜 노동과 헌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어부와 인어는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 p55

 

이졸데 공주는 왕에게 돌아와 여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만, 그녀의 삶은 텅 비었고 공허할 뿐이었다. 트리스탄은 그 나라를 떠나 <하얀 손의 이졸데>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졸데를 만나게 된다. ... 트리스탄과 하얀 손의 이졸데는 결혼을 했지만 트리스탄은 결코 <아름다운 이졸데>를 잊지 못한다. 트리스탄의 현실적인 이졸데와의 결혼 생활은 감정적으로 황량했고, 전혀 내적인 사랑이나 기쁨 없는 외적인 형태만 지니고 있던 생활이었다. 트리스탄은 다시 <아름다운 이졸데>와의 정사를 시도했지만 그의 노력은 실패했고 그는 곧 죽게 된다. p56

 

<중년의 이야기>들은 자녀들이 세계에 닻을 내려 부모로서의 과제를 마친 이후 부모들이 자신들의 삶에 대해 반성해 보면서 개인적인 성취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심리적인 과제들에 대해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p59

 

셋이란 삼각관계 등에서 잘 나타나는 것처럼 갈등과 경쟁을 의미한다. .. 두 명의 라이벌은 제3의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면서 싸운다. 그 같은 경쟁은 젊은 시절에는 매우 흔한 이야기이고 따라서 젊은이의 이야기에는 자주 등장한다. 넷이란 숫자는 융이 지적한 대로 완전성, 완성, 그리고 전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 완전함과 통합은 인생 후반부의 가장 중심적인 과제이다. 넷이란 숫자가 노년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사실은 따라서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p60

 

다섯은 중년에만 있는 특별한 숫자이다. .. 넷이 완전성과 완성을 상징한다면, 다섯이란 숫자는 넘침을 의미한다. .. 이런 넘침은 모두 물질적인 관심들과 연관이 되기에 다섯은 물질주의와 연관이 된다. 힌두교와 불교의 전통에는 다섯이란 오감과 연관이 되고, 오감이란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것과 또 다시 연관이 된다. p61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뿐이다. p61

 

2.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중년 남녀의 성역할 바꾸기

중년 남자들은 동료들과의 관계나 가정에서의 행복을 보다 강조하게 된다. 나이 든 남자들은 사실 점점 더 집안의 잡다한 일을 더 하게 되고 자신의 용모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다. 반면 <남자로 변한 여성>인 중년 여성은 남편을 리드하면서 그간의 습관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깨버린다. p65

 

이런 <역할 바꾸기>는 특히 가부장적인 전통이 매우 견고한 무슬렘 문화에서는 놀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세계의 곳곳에서 보이는데 이는 성역할 바꾸기가 중년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놀랄 만한 점은 중년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매우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p73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라푼젤 이야기 등등에서 젊은 남자는 굉장한 영웅이 되어 사악한 적들과 싸우고 아름다운 공주를 구한다. 젊은 여성은 그저 영웅이 오는 것을 얌전을 빼며 앉아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전형적인 희생자, 친절과 수동성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p73

 

융은 중년 남자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기호나 필요들과 싸우기 시작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중년의 남자들은 젊은 시기에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힘과 지위에 대한 남성적인 경쟁 심리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 대신 그들은 관계와 감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데 이들 특성들은 젊었을 때는 너무나 여성적인 것이라서 거부했던 성격들이다. p73

 

반대로, 여성들은 자신감, 자발성, 그리고 모험심 같이 전통적으로 남성 특성이었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된다. 여성들은 어린 시절 사회가 소녀들에게 요구했던 복종적이고 자기 희생적인 역할을 벗어버리고자 시도한다. 융이 지적한 대로 <인생의 아침에 활짝 피었던 모든 이상과 가치관들이 인생의 정오쯤에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 p74

 

여성은 폐경이 지나면 공적으로도 훨씬 더 권위를 갖게 되고 자기 주장이 강해진다. ... 가나의 북서쪽 지방에서는 중년 여성을 <남자로 변한 여성>이라고 문자 그대로 해석할 수 있는 용어로 부른다. 미국의 서남미 인디언 중에서도 성숙한 여성을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그들은 남자들이 갖고 있는 권위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 여성들이 그 같은 위세를 꼭 원하는 것은 아니다-때론 끝내 거절하는 경우까지 있다!)

p75

 

모로코의 민담들은 중년의 성역할 바꾸기에 대한 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 모든 남자는 백 개의 악마와 함께 태어난다. 그리고 소녀들은 백 개의 천사와 함께 태어난다. 해가 갈수록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악마와 천사를 교환한다. 따라서 만약 백년을 산다면 남자는 백 개의 천사를 갖게 되는 것이고 여자는 백 개의 악마를 갖게 되는 것이다! p75

 

역할 바꾸기는 남자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첫 번째 이유는 기본적인 남자들의 심리에서 기인한다. 젊은 남자들은 정상적으로 여성적인 면을 싫어하고 두렵게 생각한다. 남자들은 대개 <계집애 같다>란 말을 매우 혐오하고, 만약 여자 같다는 점과 자기를 연결시킨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한다. 10대 때에 젊은이들은 여성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마초맨>이 되기 위해 애쓴다. p76

 

원고를 쓰다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책은 너무 지적인 면만 강조하고 거리를 지나치게 둔 느낌도 들었고 우선 생명력이 없었다. .. 내가 쓴 글에는 중년에 관한 나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이 빠졌던 것이다. 이것들은 사실, 점잔을 빼는 지적인 코멘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속 내용이 아니었던가. p78

 

중년쯤 되어 문제가 생기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악한들을 찾아 비난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점을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방식을 바꾼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태도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성숙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융통성이 중년에 요구되는 큰 덕성이라면 젊은 시절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젊은 영웅들이나 여자 주인공들은 성공하기 위해 계속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융통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p82

 

한 가지 목적에만 집중하는 감각은 젊은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마치 젊은이들인 양 쉽게 결정해 버리고, 꼼짝도 않는 것은 중년에게는 완고하고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중년 이야기들은 이같이 융통성을 강조하게 된다. p83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이야기에는 마법은 나타나지 않는다. 요정도, 마법의 지갑도, 인어도 없다. 이는 마법의 상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일깨워주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에는 마법사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초자연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지혜만 있으면 충분하다. p84

 

이야기는 보다 신비한 마법, 즉 인간의 마법을 변형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p84

 

이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p97

 

여성들이 이 같은 억압은 전세계 중년의 이야기에 매우 명확하게 묘사되고 있다. 사실 이 부인의 인생 정도는 약과다. 다른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결혼은 일종의 유형지이자 감옥에 갇히는 일이며 억압이고 심지어는 죽음 그 자체와도 동등하게 취급되고 있다. p97

 

나는 페미니즘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옛 신화드을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이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의도도 없다. 단지 성의 억압이 요즘 책에서뿐 아니라 아주 옛날부터 있었던 이야기 속에서도 명배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p98

 

신혼 시절의 많은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결혼을 죽음과 연상시키고 다른 중년 혹은 노년 성인들보다 훨씬 더 죽음을 많이 생각한다는 것을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신혼기의 남성들은 죽음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혼기의 여성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 절망감과 자살의 공상에 대해 훨씬 더 많이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의 꿈에는 이 같은 억압이 반영되어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훨씬 더 자주 공격당하고 강탈당하고 어떤 면에서 희생자가 되는 상황을 자주 꾼다. 그리고 그 가해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남성들이다. p99

 

소설 속에서 꿈은 전형적으로 비극으로 끝나게 되어 있다. 여성 주인공들은 미치거나 죽고 만약 불공평한 상황에서 저항하거나 도망치게 되면 혼자 살아야마 하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 프래트가 지적한 대로 여성 작가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문화적 현실 속에서는 결코 행복한 결말을 상상할 수가 없다. p99

 

많은 동화에서 여성의 계략이 부정적인 것으로 그려지는 반면,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여성의 현명함은 칭찬받을 만한 무언가로 그려진다. 사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활해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p100

 

모든 일의 지휘를 아내가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멋진 남자가 자기들을 구원하러 오는 것만을 기다리면서 그냥 앉아 있는 신데렐라나 다른 젊은이 이야기들의 여자 주인공과는 달리 여기서도 부인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p101

 

남편의 실수에 관한 대목은 우리에게 매우 신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이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나오는 주제와 정반대같이 들리기 때문이다. 이 중년 이야기에는 잠을 자는 쪽이 남자이지 여자가 아니다! 극의 전반을 통해 남편은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는 부인의 현명함과 적극성과 대비를 이룬다. p101

 

급하게 서두르다 부인은 대머리 살인자에게 미끄러진다. 여기서는 부인도 역시 실수를 저질러 이야기는 비교적 공평하게 전개된다. 부인과 남편은 똑같이 잘못을 저지른다. (남편의 실수가 잠에 곯아떨어지는 수동적인 것이었다는 점에 비해 부인의 실수는 너무나 지나치게 활동적이다가 벌어진 일이란 사실에 주목하라. 이는 역할 바꾸기의 또다른 예가 된다.) p101

 

여성은 도망치기 위해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 그러나 이 주제는 중년 여성들이 싸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인 <공격성>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절은 시절에 여성들은 자신감을 억압하면서 자기 자신의 필요는 무시해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도록 배운다. 이것은 여성의 발을 묶는 것과 심리적으로 동일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기 보호를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낀다. p102

 

그들은 자신들의 연습 상대가 안전하게 방어막을 두르고 있을 때도, 본능적으로나 또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힘을 아끼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는 여성들이 학대받는 관계에 있을 때 여성들을 덫에 걸리게 만드는 성격이 된다. 남편이 알코올 중독자인 부인들은 만약 자신들이 떠나면 남편이 완전히 폐인이 될까봐 두렵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왕이 된 부인은 이런 자기 희생적 태도를 거절한다. 이 교훈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부인은 어쨌든 악당을 죽였다는 사실을 주목하라. p102

 

이 이야기는 특별히 여기에서 매력적으로 전개된다. 왜냐하면 남자들이 자기네들끼리 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승리를 거두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살을 사냥꾼들에게 되가져 오게 한다. 왜냐하면 사냥꾼들은거의 매일 화살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그쯤이야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데다가 여자가 활을 쏘아봐야 얼마나 쏠 것이냐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비슷한 방식으로 부인은 도박꾼들에게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시집 갈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도박꾼들은 술을 대개 많이 마시고 <술내기>란 아이들이나 하는 가장 쉬운 놀이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p103

 

여성은 항상 공격받을 수 있게 되는 약한 존재이다. 두 번째로 공격성, 자발성, 그리고 영웅적인 여행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남성적인 거으로 간주된다. 중년기의 성숙 단계를 거치면서 부인들은 자기 안의 이런 덕목들을 개발시킨다. 상징적으로 그녀는 남성의 옷을 입는 것이다. p103

 

오늘날, 중년의 여성들은 자녀들을 세상에 내보낸 다음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가 만든 여러 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놀랄 만큼 성공을 거둔다. 이것은 단순히 현대 페미니즘의 결과는 아니다. 이 과정은 오히려 무의식적인 원형이다. p103

 

이런 전례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반드시 중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예들은 가부장제적 전통의 방해 속에서도 여성들이 자신들의 타고난 재능과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p104

 

내적 자기와의 관련은 특히 중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무의식저으로 자기 자신을 주장할 경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와의 관련은 그 같은 과잉 상태를 예방해 준다. p106

 

<행복의 새>는 또다른 방식으로 상징적이다. .. 은유적으로 그녀는 날아오른 것이다. 그러나 비상이란 대개는 고귀한 힘과 영광으로서의 남자들과 관련이 된다. 여성들이 현실 생활에서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또 감히 날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자신들의 권위를 여성들이 주장할 때 바뀌게 된다. 자신이 비상하는 이미지는 중년 여성들의 꿈이나 공상 속에서 보다 확실하게 두드러진다. p106

 

영웅적인 부인은 고집쟁이 남편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왕이 된 부인은 어떤 것도 잃은 것이 없다. 오히려 그녀는 공적인 행복과 사적인 행복을 모두 가졌기 때문에 훨씬 더 큰 것을 거머쥔 셈이다. 그녀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인 체하지 않아도 된다. 진실로 그녀는 새로운 질서를 확립한 셈이다. p108

 

많은 여성들이 아내를 내버려두거나 박해하는 남편을 떠나도록 강요받았을 때만 그들의 힘을 주장할 수가 있다. 결국 남자가 자신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했을 때만이 여성들은 숨어 있는 자신들의 힘과 재능을 발견해 내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 일어서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적>은 마음속에서 어떤 형태를 갖춘채 꿈이나 공상에 나타난다. 융은 이들 신비하고 매력적인 남성상을 <아니무스>형태라고 말했다. (아니무스란 용어는 라틴어로 영혼을 뜻하는 남성형 단어이다.) p110

 

여성들은 사회적 압력 때문에 당당하게 되는 것을 무서워하도록 교육받아 왔다. 아니무스는 당당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위협하는 것처럼 보인다. p111

 

중국의 전통은 숫자 5의 상징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 중국의 이야기들은 다섯 번째의 원소를 구별해서 중심에 놓고 세상의 네방향을 통합시킨다. 이 다섯 번째의 원소는 황제를 연상시키고 우주의 중심을 표상한다. 따라서 숫자 5는 통합하는 중심점을 상징하는데 다른 나라에도 이런 상징이 등장한다. p112

 

여러 우주론에서 다섯은 그곳에서부터 중요한 네 개점들과 기본적인 원소들을 포함하는 다른 모든 부산물들이 나오는 창조적 힘을 상징한다. p112

 

그녀는 다섯 번째의 원소가 되어 그들을 한데 묶는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부인이 왕이 되었을 때 그녀의 삶이 다른 측면들을 통합하는 자기 존재의 중심적 위치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내부에 있는 진짜 자신에 접한 것이다. p112

 

먼저 왕비는 전통적인 여성의 길을 거부한다. 그녀는 왕궁의 모든 것을 팔아 몸값으로 하라는 왕의 편지를 받았지만 왕의 제안을 일축한다. 만약 그 야만적인 왕에게 탄원할 경우 잡혀 들어가 다른 여자들처럼 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몸값을 딸려 보냈다가는 그들이 모든 돈을 갖고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걱정했다. 왕비는 왕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부인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이다. p118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에서도 또다른 여성적인 영웅주의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야기에 나오는 괴상한 왕은 젊은 신부와 매일 밤 결혼을 하고는 다음날 신부를 죽여 버린다. 그의 이런 사악한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 세헤라자드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새벽쯤 되면 이야기를 중간에서 멈춰버린다. p119

 

세헤라자드는 왕을 자신의 용기와 우아함, 힘과 친절함으로 감복시킨 것이다. 그녀는 ‘피리부는 왕비’에 나오는 음악보다는 대신 옛날 이야기에 기댄 것이고, 도전이나 무력 전쟁이 아닌 관계, 설득, 정서, 그리고 아름다움의 힘에 의지한 셈이다. p119

 

중년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여성들은 다시 눈을 뜬다. 그들은 성역할의 금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자신들의 정체성, 에너지, 적극성, 그리고 생명력을 다시 선언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에 실패한 여성들은 중년 이후 정서적인 문제들 때문에 매우 불행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p120

 

중년에게 로샤의 잉크 심리테스트를 시행해 보면 성역할의 편견에 개의치 않고 독특하고 개인적인 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p121

 

왕비의 양성성은 폐경기의 과제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여성성이란 생리, 임신, 출산과 동일시된다. 폐경이란 전통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p121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아주 소수의 여성들만이 폐경이 되었을 때 우울증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든 삶을 단지 아이를 키우는 일에만 집중한 사람들이었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나면 이런 여자들은 개인적인 성취의 원천을 잃게 되고 문자 그대로 <빈 둥지 증후군>을 앓게 된다. 여성들이 개인적인 흥미나 직업을 추구하게 되면 폐경이란 하나의 해방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아이들이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폐경>이란 단지 좁은 의미에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에만 자신을 얽어매는 여성들에게만 우울할 뿐이다. 대부분의 비서구 여성들은 젊은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인 금기에서 자유롭다. p121

 

폐경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면 이는 여성들이 엄격한 여성적인 역할을 아직 버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p122

 

왕의 이야기는 그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초조하게 생각하면서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런 초조감은 중년의 남성들에게 여러 가지 곤경을 가져오게 한다. 비엔나학파 심리학자인 엘제 프렌켈 브룬스위크는 수백 명의 탁월한 개인들의 전기를 연구했다. 그중에는 예술가, 과학자, 재별, 그리고 정치가들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남자들인데 중년이 지나면서 훨씬 더 많이 여행을 하게 된다. p122

 

단테는 유형생활 동안 자신의 힘과 위엄을 모두 잃어버린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연옥과 지오기란 헬렌 루크가 ‘어두운 숲에서의 백장미로’에서 지적한 대로 그에게는 개인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무엇이었다. p123

 

중년의 위기는 창조적인 남자들 사이에 훨씬 더 뚜렷하다. .. 이들 대부분은 남자들이었는데 3-40대에 전형적으로 위기를 겪었고 이때 창조적인 작업 역시 중단되었다. 모차르트 같은 이들은 사실상 그 시기에 죽음을 맞이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보다 깊어진 창조성을 지니고 그 위기를 빠져나온다. p124

 

제럴드 오콜린스도 이런 고통스러운 중년의 경험을 <두번째 여행>으로 묘사한다. 첫 번째 여행은 젊은 시절에 거치는 것인데, 이때 남자들은 모험과 행동을 통해 유명해지고 행운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자발적이지 않은 여행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영광과 재산보다는 지혜를 얻게 된다. p125

 

놀랍게도 오로지 약 4분의 1만의 중년 남성들만이 아주 심각한 위기를 거친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학적 결과가 중년들이 겪는 남성의 위기란 개념을 뒤집어엎지는 않는다. 남성은 자기의 약한 부분과 고통을 감추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년에 겪는 혼란과 의심을 감춘다. 남자들은 대개 밖으로는 잘 기능하지만 속으로는 고통을 받는다. p125

 

오늘날 남자들은 꿈이나 공상 속에서 그 같은 여자들을 만난다. 융은 이런 마술적인 여성을 아니마 상이라고 했다. (아니마란 용어는 라틴말로 영혼의 여성 형태에서 나왔다.) 아니마는 남자들이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여성적인 면들을 의인화하고 아니무스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p127

 

남편들은 종종 부인들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남자들은 오로지 공공의 영역에 나타나는 것만을 보지 그 뒤에 숨어 있는 개인을 알지 못한다. 이는 남자들이 개인간의 상호 작용과 관계를 습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p128

 

여기에 두 가지 경고가 나타난다. 첫 번째로는 우리가 이런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유형들을 함께 타고났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p129

 

반대로 현대 여성들은 중년이 되어 그들의 재능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많은 젊은 여성들은 진취적이고 독립적이면서 내향적이고 동시에 창조적이다. 중년이 되면 오히려 좀더 내향적이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성향을 갖기도 한다. p129

 

두 번째 경고는 모든 사람들이 중년에 이르러 역전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개개인들이 전통적인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p129

 

데이비드 굿맨은 노인들이 전통적인 남성 역할을 공공장소에서는 하지만 사적인 곳에서는 보다 여성적인 역할을하며 특히 영적인 경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p130

 

확실히 대부분의 결혼들은 이런 변화를 부드럽게 겪지는 않는다. 때때로 어떤 배우자는 변화하지 않으려 들거나 변화를 할 수도 없고 다른 한쪽은 너무나 빨리 변하기 때문에 협박당하는 느낌이 들거나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여성의 새로운 경력은 남편이 그의 능력 이상의 것을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시작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여 남성들을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는 고통스런 지경에 빠지게 했다. p131

 

3.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중년에 바라보는 죽음

...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p135

 

“전하, 화내시게 할 의도는 없었나이다. 그러나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영원히 산다면 우리의 인생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역사의 모든 영웅들은 여전히 우리와 더불어 살게 될 겁니다. 처음 나라를 통합한 왕, 평화를 가져온 제헌자, 모든 지혜를 갖춘 현인들 그리고 예언자들” 그는 잠시 쉬었다 다시 말했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밭에서 쟁기질하는 농부가 될 것이고 폐하께서는 틀림없이 지방의 서기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p136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p138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이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교훈적이다. 그는 자기 중심적인 관점에서 시작해서 그가 죽어서 상실하게 될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더 커다란 그림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역사를 통한 세대의 계승과 그 안에서 자신의 초라한 위치였다. 그는 그의 선조들이 그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그도 다음 세대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우리가 논의했던 왕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해결하는 생성의 정신이다. p139

 

마이크는 결혼한 지 20년쯤 후인 40대 후반에 아내와 이혼했다. 그는 많은 중년의 남자들과 같이 결혼 생활에 얽매임을 느꼈고 실망하기도 해서 젊은 여자와 사랑을 시작했다. 새로운 로맨스에 사로잡힌 마이크는 그가 아내에게 부담준 정서적, 경제적 위기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p142

 

마이크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는 그의 직업의 변화를 매우 간단히 설명했다. 그것은 그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방법이었다. 죽음에 직면해서 보인 마이크의 변신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의 예는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다. 죽음은 종종 생성의 가장 좋은 스승이 된다. p142

 

그의 통찰력은 젊은이와 여성이 죽어야 할 때의 반응과 날카롭게 대비된다. 젊은이에게 죽음은 극적이고 영웅적이며 낭만적이다. 그리고 젊은이와 여성은 사랑과 진실과 정의를 위해 기꺼이 죽는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죽음은 단지 추상적인 것일 뿐이다. 중년의 남녀는 이런 환상은 버린다. 중년에게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이며 단호하고 불가피한 것이며 영광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인 것이다. p143

 

세월이 흘러 수백 년이 지났고 백만장자는 삶이 지루해졌습니다. 매일매일이 똑같았습니다. p147

 

중년의 남녀는 일에 몰두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죽음의 불가피성을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춘의 감각을 되살리려고 나이 어린 연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불행하게도 동화에서 나타나듯이 이러한 노력 중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p149

 

어떤 사람이 요술병에 죽음을 잡아 넣었다.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기 때문에 전세계에 걸쳐 많은 문제들이 일어났다. 아픈 사람은 끝도 없이 고통스러워했고 노쇠하고 허약한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예수와 베드로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 사람에게 죽음을 풀어주도록 했다. 죽음은 갇혀 있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였다. p149

 

죽음에 관한 동화에서 남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죽어야 하는 사실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 여성은 어느 문화에서든 남성보다 죽음의 공포를 더 표현하며 죽음에 대한 불안감에 있어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 그러나 여성은 대개 그들의 공포에 관해 개방적인 반면 남성은 습관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포함한 모든 불안을 부정하고 축소한다. .... 이 이야기는 남성이 의식적 삶에서 회피하고 억압하는 문제들을 끄집어ㅐ고 있다. p152

 

반면 권력과 영광에 익숙한 남성은 개인적 죽음이 더 큰 충격이고 절망이다. 여성은 또한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그들에게 죽음의 불가피함에 대한 강력한 보상을 제공한다. 사실상 여성이 모성애를 생각할 때 죽음에 대한 공포는 경감한다. 반면에 남성은 다른 방법으로 죽음을 다루어야 한다. 결국 여성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일찍 사회화되는 반면 남성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남성에게 있어 베풂이란 중년에 들어서 배우기에 훨씬 더 어렵다. 베풂이 죽음의 공포를 없애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남성은 죽음에 관해 좀더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p153

 

에밀리는 50대 후반에 가슴에 혹을 발견했고 그것은 악성으로 판명되었다. 종양은 퍼지기 전에 제거되었지만 죽음에 다가섰던 경험은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 그녀는 자신이 실행하지 못한 많은 소질과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과의 만남은 그녀가 그녀의 잠재능력을 개척해 나가는 데 촉진제의 역할을 했다. 죽음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준다. 죽음은 남성에게도 같은 통찰을 가져다주는데, 남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역할이 더 작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좀 다르다. p154

 

융은 이러한 꿈의 기능을 강조했다. 그것들은 억압되고 무시된 문제를 끄집어내어 의식의 한계를 메워준다. 여기서 융은 프로이트와 다르다. 여기서 논쟁은 중년의 심리와 관계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꿈이 금지된 소망을 숨기고 수용되지 못하는 충동이 의식 세계로 나오는 것을 가려주거나 제외시킨다고 주장한다. 융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꿈은 억압에 대항하고 개인이 회피하는 문제를 끄집어냄으로써 무의식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p156

 

반면 융은 노년층과 함께 일했고 그때에 젊은 시절 억압했던 문제들이 무의식으로부터 나타났다. 그래서 융과 프로이트의 꿈이론은 인생의 다른 단계에 적용되는 한 모순되지 않는다. 꿈은 중년에 억압에서 계시로 옮아가게 된다. p156

 

중년의 남녀가 불안하면 그들은 종종 여행을 가든지 직업을 바꾸던지 주거를 옮기던지 또는 이혼하게 된다. 그들은 실제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고 나중에서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그들 안에서 발견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중년의 여행은 내면 여행이며 이 시기의 내향적인 태도는 더 나은 정신적 건강과 행복에 관련되어 있다. p158

 

중년의 이야기와 현실적 삶에서 죽음이 비록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남녀가 받아들여야 하는 필연적인 결과만은 아니다. 똑같이 강력하게 받아들이기에 아마도 더 어려운 힘이 있다. <그것은 운명이다!> p158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

그는 운명의 신이 살고 있는 곳을 아는 은둔자를 만났습니다. 그의 집은 산꼭대기에 있소. 은둔자는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당신에게 말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다만 그가 하는 것은 무엇이나 해도 됩니다. p161

 

오늘날 운명과 숙명에 대한 지각은 별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미신을 믿는 과거의 산물로서 운명과 같은 중년의 이야기를 없애고 싶어할는지도 모른다. 계몽화된 현대 문명들은 개인적 노력과 소질이 중요함을 주장하고 개인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운명은 이러한 현대적 미신을 거부한다. 형의 모든 노력, 선한 의도, 단련, 진취성에도 불구하고 형은 가난으로 추락한다. 그러나 동생은 게으르게 살면서 풍요로운 삶을 보장받는다. 이 이야기는 현대의 윤리적 노동과 게으른 행위에 대한 운명을 뒤집는다. 이 충격적인 반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p164-165

 

운명과 행운은 개인의 통제를 능가하는 단순한 힘이다. 죽음은 이러한 힘의 으뜸가는 예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습이 종종 운명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왜냐하면 전통과 가족들의 압력이 종종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 직업과 결혼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운명은 종종 내면적이고 심리적일 수 있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무의식적 정서와 유형이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을 지배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p165

 

젊은이의 이야기에는 정반대의 내용이 펼쳐진다. 운명은 중요한 순간에 그들을 도와 젊은 영웅들을 고무시킨다. 그리고 젊은 남녀는 무의식적으로 운명이 그들을 감싸고 그들의 위대함을 달성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젊은이들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통제할 것라고 믿는다. 젊은이들은 우연이나 운명의 힘에 의존한다. 중년에서는 이러한 모순, 즉 영웅적 환상이 붕괴된다. 남녀는 그들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에 맞닥뜨려 삶의 한계를 수용한다. 그들은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다. p166

 

운명은 남성적이지도 않고 여성적이지도 않지만 힘과 정복의 심리와 관련되어 있다. 운명은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성공에 익숙해 있는 누구에게나 경험되는 문제이며 중년에는 무기력과 연약함에 직면하도록 강요한다. p166

 

성숙함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이것은 종종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직관을 향한 변화와 관련된다. p168

 

그 불쌍한 사람은 큰 그림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지적인 경험이 아닌 직관적인 경험을 필요로 한다. p168

 

그 불쌍한 형은 밀리자와 결혼함으로써 그의 고통을 회피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이 구제한 남성이라는 친근한 주제를 갖게 된다. 밀리자는 여기서 아니마(남성 속의 여성성)의 역할을 하며 이 이야기는 극적인 방법으로 그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p169

 

심리적으로 그는 여성을 존경해야 한다. 운명이나 행운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대 그리스풍으로 말하자면 비극적 예견에 굴복하는 것이다. 비극은 불행한 결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형성하는 통제할 수 없는 힘을 통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p169

 

팻은 점차 중년에 들어섰다. 그녀는 자신을 조종하려는 영웅적 노력을 단념했지만 그런 이유로 무기력해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팻은 자기 의지력의 한계를 느껴 체념했고 운명과 화해했다. 아마도 그것은 때 이른 죽음의 협박과 같은 가장 어두운 형태였을 것이다. 그때에 놀랄 만한 일이 팻의 삶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강렬하고 신비로운 평화와 즐거움의 순간을 경험했다. ... 그녀는 예전에 그러했듯이 더 이상 오랫동안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운명의 수용은 자유로운 것이었고 그녀의 인생에 즐겁고 명상적인 단계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p171

 

중년기의 오이디푸스 갈등

아버지는 대개 아들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만 또한 질투와 경쟁 관계도 느낀다. 이런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중년에 심해진다.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나이가 먹었음을 처음 느끼게 될 때, 아마도 정력과 기민함이 하향 곡선을 그을 때 그의 아들은 신체적 힘의 정점에 달할는지 모른다. 유사한 문제가 선생님과의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스승은 그의 제자가 성공하기를 돕고 싶어하나 또한 후배에 의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는다. 결과적으로 종종 폭발적인 갈등이 일어난다. p182

 

많은 중년의 이야기들은 그림 형제의 이야기.. 모두 비극적으로 끝난다. 왜냐하면 중년의 주인공들이 젊음에 대한 그들의 질투를 다루기를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고는 명백하다.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로 소모되고 만다. p183

 

운명은 그것 자체로는 중년의 질투를 해결하지 못한다. 운명이 부여하는 것은 다소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다. 인간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의 수용이다. 중년의 비극적 통찰의 발전은 남녀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p185

 

오이디푸스는 점점 그의 무시무시한 행위를 체념하고 극의 마지막에서 그의 고통을 해결한다. 오이디푸스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어머니와 결혼한 것은 모르고 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또한 운명의 힘이 그의 인생을 지배했음도 알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결국 그의 범죄 행위에 대해 무죄가 되었다. p186

 

중년의 남녀는 운명이나 숙명의 힘을 깨닫고, 그들은 단지 일어나는 이에 대해 제한된 통제력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통제하지 못한다 해도 어떤 책임도 엇으며 어떤 자책감이나 비난도 없다. 냉정하지만 그 통찰력은 궁극적으로 자유스럽게 해주며 남녀가 과거의 후회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중년은 불운과 실수에 대해 그들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이상적으로 그들은 또한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특히 그들의 부모를 용서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p187

 

4.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젊음의 추상적 이성 vs 중년의 실리적 지혜

젊은이들과 중년은 세상을 대하는 데 대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젊은 사람들은 세련되고 미적인 감각과 중년의 거칠지만 효과적인 실용주의가 그것이다. 이것은 젊은 시절에 대개 익히는 책 속의 이상과 인생의 성숙함에서 오는 실용성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p193

 

“천국에서 지구까지는 얼마나 먼지 나에게 말해 보아라”

“그들이 그곳에서 소리 지를 때 우리가 여기서 그것을 들을 수 있을만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지구는 얼마나 깊으냐?”

“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그를 땅에 묻었습니다. 그는 결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것이 지구의 깊이임에 틀림없습니다.” p194

 

연구자들은 중년의 성인이 젊은이보다 추상적 이성을 덜 사용하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젊은 남녀는 가상의 도덕적 딜레마와 같은 추상적 문제가 나타나면 전형적으로 교양적이고 윤리적인 원칙에 호소한다. p197

 

실질적인 삶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중년의 성인들은 젊은이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중년의 개인은 어떻게 추상적 이성을 사용하는지 알며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것은 왜냐하면 순수한 이성은 실제의 삶의 문제에 있어서는 실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성인은 책에서 배우는 것과 삶에서 배우는 것을 구별하며 후자가 그들에게는 더 실리적이라는 것을 안다. p197

 

그 군인은 재빨리 그 말이 30명의 부자가 그와 함께 감옥에 있다는 은유임을 추론해 낸다. 그러나 은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린아이의 능력을 넘어서는 꽤 세련되고 추상적인 이성 작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그 군인이 얼간이가 아님을 명확히 해준다. p198

 

젊은 시절 은유는 <내 사랑은 빨간색, 한 송이의 빨간 장미>와 같이 쓰듯이 시적이고 미적이며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씌여진다. 중년에 은유는 장식이라기보다는 도구와 같이 변한다. 내가 <동화는 선천적으로 은유적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 그것들은 매우 실용적이며 중년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p199

 

고양이는 예쁜 쥐는 무시한 채 바로 그 못생긴 쥐의 모습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 두 번째 기능공은 자신이 쥐를 조각할 때 마른 생선을 사용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p200

 

남자와 여자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발전시킨다. 남자들은 대개 젊은 시절 추상적이고 지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과학과 철학에 강하게 끌리며 젊은이의 팽창적이고 장엄한 정신을 반영하는 절대적 진리에 관해 습관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성은 성숙해가면서 실리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적 지식의 중요성과 그들 자신의 이해의 한계를 인식한다. p201

 

반면에 여성들은 보완적인 유형을 쫓는다. 그들은 대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강조를 두고 시작하여 나중에 그들 통찰력의 더 넓고 우주적인 중요성을 인지한다. ... 또한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불합리하고 중요치 않게 여기는 관계나 감정에 주목해 왔다. 아직까지도 인간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이성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서 개인은 다른 사람이 느끼고 경함하는 것을 상상해야만 한다. 이것은 타인의 복잡한 인격의 유형을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공감은 과학과 관련된 추상적 사고를 사용하며 단지 사물과 사고보다는 사람과 감정을 다룬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p201

 

여성들은 대개 <침묵>의 위치에서 시작하며 그들에겐 할 말이 없고 아무도 그들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느낀다. 그때에 여성들은 그들이 들은 바대로 복종하면서 <받아들인 지식>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여성들은 이러한 외부적 권위를 거부하고 그들 자신의 내적인 경험으로 눈을 돌린다. p202

 

나의 본질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다. 세상에서 나를 지치지 않게 하고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나로부터 뒷걸음치지 않는 유일한 것이다. 네 번째 단계에서 여성은 그들의 주관적 진실과 다른 사람들의 주관적 진실을 화해시킨다. ... 단순히 주관적인듯한 것이 심오하고도 우주적으로 인간적임이 판명된다. 마지막 단계에서 여성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지식에 대한 그들 최초의 관심과 공적이고 우주적인 통찰력과의 균형을 이룬다. p203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에서 그는 죽음과 영생의 희극적 문제와 씨름한다. 그러나 그는 실질적인 인간 실체를 받아들임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한다. 마치 그가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왕좌를 물려받았듯이. 그래서 그도 그이 아이들과 후계자에게 물려주어야 하듯이. p204

 

악마의 도전에 대한 중년의 방어

심리적으로 젊은 남녀는 악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할 뿐 결코 그들 자신 안에 악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어려운 악, 즉 자기 자신 안에 내재한 악을 산뜻하게 회피한다. p210

 

상인이 시체를 보고 도피하는 것은 젊은 시절의 악의 회피를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은 회피의 이유는 단순히 자기 보호이다. 일시적으로 죽음과 비극과 악을 무시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낙관적인 생각과 희망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젊은이들이 인간 본질의 어두운 면이나 어렸을 때 그들이 겪었던 고통에 사로잡힌다면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쉽게 낙담하게 될 것이다. p211

 

상인이 여행자들을 돕지 않은 것은 비겁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 젊은 영웅들은 그 여행자들을 구하려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인은 악을 피하고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것에 만족한다. 자기 보호가 먼저인 그의 태도는 중년의 현실을 반영한다. 고상한 이유로 젊었을 때 목숨을 거는 사람은 전형적으로 중년에 개혁을 포기한다. p212

 

일탈은 중년에 항상 존재하는 유혹이다. 솔로몬의 충고는 너무 자주 새로운 로맨스나 일자리를 찾고자 하여 자신의 길에서 지나치게 멀어져 방황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된다. p213

 

상인은 남편과 조용히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상징적으로 상인은 악마와 마주 대하여 물러서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으며 싸우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솔로몬의 두 번째 충고에 주의를 기울일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일에 끼여들지 마시오.> p213

 

상인은 악에 대해 새로운 태도를 보인다. 그는 악을 의심하지만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유사한 인내심이 단테의 “신곡”에서 나타난다. 중년에 단테는 지옥으로 내려가고 점점 더 무서운 악마의 형태와 직면하다가 결국 사탄을 만난다. 그러나 모든 단계에서 단테는 지옥의 거주자와의 대화를 그만둔다. 그가 비록 사람들이 삶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끔찍스럽게 여길지라도 그는 고통받는 죄인들과 인간으로서 동류인 것이다. ... 악에 대한 관용은 중년의 미덕이다. 몇 년간의 삶을 경험한 후에 남자와 여자는 고통스럽게 괴로움과 악을 깨닫고 또한 종종 상황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는다. 중년의 지혜는 바로 이러한 비극적 통찰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p214

 

중년의 유머와 기지

부정한 관계는 중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년이 되면 방종하게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통계상으로 혼외정사는 신혼 초에 거의 이루어지고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중년이 아니라 청년시기에 더 많다고 한다. ... 바람 피우는 중년의 남녀에 관한 고정관념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공포의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런 공상은 매우 깊숙한 의식의 밑바닥을 관통하는 것이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만큼 강렬하기도 하다. p226

 

심리학자들은 농담이 적개심을 중화한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농담과 기지는 참을 수 없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로 바꾸어놓는다. p227

 

인종에 대한 음담패설들은 굉장한 적개심이 어린 주제들이 그 밑에 흐르고 있고, 많은 개그맨들은 그들 유머 밑에 숨어 있는 공격성으로 악명이 높다. ... 유머란 그저 웃어 넘기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지혜인 것이다. p228

 

유머는 성숙의 징표이다. 뛰어난 심리학자들인 아브라함 마슬로, 칼 로저스, 고든 올포트 등은 이미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바 있다. 유머는 깊은 공감력, 자기 확신, 그리고 창조적 재능과 비례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는 대처 능력 중 가장 고귀하고 성숙한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구자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한 사람이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보다 많은 유머를 사용한다. 한 사람의 심리적인 행복감이 클수록 유머 감각도 늘어난다. p228

 

여성들은 사회에서 자신이 자리를 찾기 위해 싸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농담을 할 여유가 없다. 남성들은 반대로 대개는 싸움을 멈추고 농담을 할 필요가 있다. .. 성공의 한계에 도달한 남성들의 상황과의 이러한 대비는 쇠퇴와 한계와 대면하게 하고 일종의 강장제로 유머를 필요로 한다. 유머는 특히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p229

 

치고 빠지는 것, 즉 싸우고 도망가는 행동은 젊은이들 이야기에 전형적으로 나오는 테마들이다. 그러나 중년에게는 그런 호사를 누릴 여유가 없다. 그들은 무능한 권위체제에 대해 본노를 표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p229

 

나무꾼은 숨겨진 진실을 마치 아는 것처럼 꾸며대었지만 진실은 바로 꾸며댐 그 자체일 뿐이었다.

프랑크 바움의 고전적인 옛날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는 이런 중년의 현상에 대한 매우 우수한 예가 될 것이다. 모든 능력을 다 갖춘 마법사는 종종 아무 마술적인 능력이 없는 사기꾼인 것으로 판명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환각들은 도로시나 그녀의 친구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다. p230

 

유머는 중년의 여성과 남성이 인생이 비극적인 면을 다루는 데 큰 힘이 된다. 이 주제는 죽음에 이르러서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 하는 문제를 농담을 통해 극복한 제왕 이야기에 이미 등장한다. 프로이트가 지적한 바대로 유머는 인간에게 죽음의 불가피성을 극복하고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죽음조차도 농담의 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p231

 

심리적으로 극과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는데 그런 거리를 유지할 수만 있었다면 유머가 죽음과 비극의 독성을 중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거리 감각의 중요성은 특히 자신을 비난하는 농담에 있어서 명확히 나타난다. .. 오직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소재로 농담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과는 상관없는 상황을 볼 때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너무 완전히 상관하지 않을 때는 무관심과 냉정한 객관성만을 지닐 수 있을 뿐이지 유머가 나오지는 않는다. 몰입과 적당히 유지되는 거리는 유머의 핵심적인 조건이 된다. p234

 

중년의 고통과 치유

젊은 주인공은 그의 치료할 수 있는 힘을 보물과 진정한 사랑을 얻는 데 쓰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치료란 세상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이다. 치료란 영웅주의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너무 멀리 지나치게 되어 치료의 힘을 놓치고 결국 생명도 잃게 된다. 중년 이야기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치유의 능력을 남용하지 않는다. 치료란 힘이나 영광의 수단이 아니라 역경의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치유란 영웅주의를 극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잘 움직여주던 젊은 육체는 중년이 되면서 신음하고 절름거리게 된다. p243

 

치유는 정말 놀랍게도 노인들에 대한 옛날 이야기에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노인에게 질병이 훨씬 더 일반적인 상황임에도 노인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치유보다는 초월에 더 관심이 많다. 노인들은 몸을 고치는 대신 신체적인 관심을 넘어서는 승화와 정신적인 통찰을 얻게 된다. 노인들은 물질적인 세계로부터 후퇴하게 되는 것이다. 중년들은 세상의 책임을 같이 져야 하기 때문에 그런 호사스러움을 가질 수가 없다. 중년들은 물질적인 관심에 빠져 있고 천천히 쇠약해지는 육체에 갇혀서 자연히 치유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p243

 

상처받은 치료자의 원형 이미지이다. 이 주제는 샤머니즘 전통에서 훨씬 더 명백하게 나타난다. 부인의 경험은 무당들의 접신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 전형적으로 무당들은 끔찍한 병에서 회복된 후 무당이 된다. 대개는 그 치유 과정 중에 임사 체험을 한다. 그리고 무당으로 예정된 사람들은 지하 세계로 내려가서는 치유의 능력을 갖고 돌아온다. 저절로 생긴 질병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거의 죽을 뻔한 경험과 유사한 보다 가혹한 접신 체험을 극복해야 한다. p244

 

고통, 상처, 질병들의 체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을 가르치고, 이는 치유과정에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젊은이들은 치료되지 않는 상처도 있고 낫지 않는 고통도 있다는 인생의 어두운 한 부분을 보려고 애쓰지 않는다. 반면에 중년들은 인간 조건들의 비극적인 차원을 경험하고 나서야 깊은 동정심을 배우게 된다. 이는 중년들이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덕목이 된다. p245

 

질병이란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그들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들을 반성하게 된다. 이상적으로 젊은이들은 병을 유발하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건강하지 않은 습관들을 발견해 내어 고쳐야 한다. p245

 

자기 반성과 재생이라는 치유의 과정은 사실 정화의 경험이다. p245

 

정화하는 힘의 경험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엔 건강하지 못하게 지나친 맹목적인 본능을 잘 다룰 수 있게 한다. 이런 정화의 과정은 죽음과 재생의 이미지 속에 극적으로 표현된다. p246

 

이상적으로는 각 개인은 내면에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원들을 발견해야 한다. 이것이 치료와 재생의 내적 에너지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런 깊은 영감이 신과의 접촉이 될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랑, 생명력, 신비, 죽지 않는 영혼에 대한 내적인 갈망이 된다. p246

 

죽음, 재생, 치유 등의 경험은 몇 년 전 내게도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개인적인 일과 직업상에서 몇 가지 엎치락뒤치락을 통해 상처받고 약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냥 떠오르는 공상 속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그것이 예기치 못한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그 공상에서 나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전장에 혼자 남겨졌다. p248

 

무당들의 주제는 오늘날에도 대중 문화에서 깊은 반향을 갖는다. 특히 전후의 베이비 붐 세대가 그렇다. 이 세대들은 중년이 되면서 질병과 치료, 비극과 재생의 주제에 관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p250

 

악시왈릭이라는 힘센 마법사가 병에 걸렸는데 그는 자신을 고칠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침내 죽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났는데 거기서 그에게 치료의 희망을 주는 한 영혼을 만난다. 그 영혼은 지하 세계로 그를 안내하고 거기서 악시왈릭은 아주 큰 웅덩이에 앉아 기다리게 된다. 곰에서부터 쥐까지 이 세상의 모든 짐승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악시왈릭에게 똥을 싸서 그는 결국 배설물에 완전히 묻히게 된다. 그때 동물들이 나서서 그를 목욕시키자 그의 병이 낫고 그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다. p250

 

왜냐하면 전사란 사람들을 죽이는 직업이고 의사는 그들을 고치게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 첫 번째 것은 서로 상극인 죽음과 치료를 통합하는 것과 여성적인 것의 이중성이 그렇다. 여성적인 것은 두 번째 주제를 포함한다. 치료자로서 남편은 아픈 사람들과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보고 남들을 동정하는 쪽에 선다. 남편은 그의 아니마, 즉 남성의 여성적인 본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전사인데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그는 남성과 여성 양쪽의 균형 감각을 지니게 된다. p256

 

일본의 이야기에는 이 존재가 대개는 못과 강에 산다. 물, 즉 물의 신은 무의식의 일반적인 상징이다. 따라서 부인은 무의식에 접근한 셈이며 이런 기능은 전통적으로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다.) p257

 

역할의 뒤바뀜은 특히 치료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다. 미르시 엘리아데는 그의 ‘샤머니즘’이라는 책에서 모든 문화를 걸쳐 남자들이 무당이 되면 여자 옷을 입고 여성 역할을 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아시아와 북미의 척치, 캄차달, 에스키모, 코리약 족에서 모두 관찰되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자들은 내부에 숨어 있는 <여성성>에 접근하면서 치유자가 된다. p259

 

일본 이야기에서 이들은 대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홀려서 물에 빠지게 하는 나쁜 존재이다. 때때로 물의 신들은 희생자를 빠뜨리고 사람들을 잡아 먹는다. 만약 물의 신이 악마라면 일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들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에 주목하게 된다. 악마들은 파괴적인 동시에 치료적이라는 파라독스를 갖는다. p259

 

왜냐하면 치료란 대개 사랑이나 낙관주의 같은 긍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것으로 오늘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샤머니즘 사회에서는 악마적인 면을 치료로 바꾸곤 했다. p259

 

무당들은 지하세계에서 나왔고 악마들과의 싸움이나 타협은 치유의 힘을 나오게 한다. 자연히 샤먼들은 자기 자신들을 악마로 간주한다. 시베리아의 부리얏과 야쿠드 족 이야기에서 원래 무당들은 위대한 신을 속이고 그 때문에 벌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기독교 신학에서 악마와 비슷하다. 똑같이 치료자와 악마적인 힘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많은 문화권에서 관찰된다. 고대 아시리아의 치유의 여신인 굴라는 죽음의 신이었다. 그리스의 악과 지하세계의 여신인 헤카네도 아이들의 병을 치료하는 전문가이다. 그리스의 위대한 의사인 아스클레피우스는 치료를 위해서 사악한 메두사의 피를 사용했다. p260

 

치유의 악마적 측면은 질병이란 사악한 것이며 나쁜 귀신이 원인이라는 거의 전세계적인 인류의 믿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그 원인이기 때문에 악마적 존재는 질병을 고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고통을 만들려는 어떤 행동이든 고치기만 한다면 말이다. 조금 더 일반적으로 보자면 치유란 약간의 힘을 요구하고 좋은 일뿐만 아니라 나쁜 일도 하기 때문에 그 같은 힘은 사람을 고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p262

 

중년이 되어서야 젊은 시절의 억압이 사라지고 거칠고 다듬어진 정신적 에너지들이 전면에 나선다. 비록 처음에는 무서워하지만 마치 화산이 폭발되는 것처럼 이런 원시적인 리비도들이 나오면 치료에 필요한 심리적 에너지들을 제공해 준다. 폭력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화산이란 새로운 땅을 창조하고 지구의 핵으로부터 생명의 물질을 운반해 준다. p262

 

결국 신은 욥의 모든 고통의 원천이고 사탄은 사실상 악역을 떠맡고는 있지만 신의 허락을 받은 한에서만 그렇다. p263

 

마티즈... 그의 정열적인 혼외 정사 경험으로 그는 자기 안에 깊이 숨어 있는 원시적인 생명력과 조우할 수가 있었다. 비록 외도의 경험들이 전통적인 선악의 개념을 깨고는 있지만 치료의 힘을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p264

 

비슷한 상황이 융에게도 일어났다. 그는 중년의 위기에 닥쳐 그의 어린 환자인 토니 울프와 연애를 했다. 그의 이 같은 외도는 의사로서의 윤리를 깬 행동이지만 융에게는 그 자신만의 새로운 심리학적 업적을 개척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 융은 이때의 경험들을 자신 속 깊이 숨어 있는 용암과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용암이란 그의 창조적 통찰들과 연애 스캔들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원시적 생명력을 상징한다. p264

 

악마적인 것에 대한 관용은 각 개인이 악마로 나타나는 것들 뒤에 숨어 있는 원시적 생명력을 발견해 내는 것을 도와준다. 악마로부터 도망치거나 거부하는 것은 원시적인 치유력과의 조우를 알려주는 전주곡이다. 그러나 그런 만남은 동시에 매우 위험하다. 관습적인 선악에 대한 관념을 버린다는 행위는 니체의 철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팽창시키는 동시에 독약을 먹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들이 도덕을 뛰어넘은 초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p264

 

중년의 개인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한다는 자신의 몫을 기억하고 성숙의 생성을 위해 젊은 시절의 영웅주의를 버림으로써 이런 자아 팽창과 원시성르 피한다. 정말로 젊은이들은 무의식의 원시적인 에너지들과 직면할 때 에고가 대개는 압도되어서 정신병이 생기기도 한다. 대개는 중년이 되어 확고한 에고를 확립한 이후가 되어야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있는 원시적 생명과 안전하게 접촉할 수 있다. p265

 

인생의 샘

젊은 시절에 확립해 놓았던 개인적인 확신, 헌신들, 가치관 그리고 사횢거 역할이 중년에 이르러 파괴된다. 이는 마치 황금나무의 가지와 잎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없어졌다 다시 형성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p268

 

왕은 마침내 현자들의 세 번째 제안을 따르게 된다. 그는 왕궁을 떠나 혼자 황금의 나무를 찾는다. 인간 관계의 측면이나 비인간적인 접근 방법 모두에서 실패하였기에 그는 인간 관계를 넘어선 무언가를 선택한다. 즉 그의 꿈에 나타나는 나무의 원형을 찾게 된다. p279

 

그녀의 기다림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현명함에서 나온 것이고 무기력한 희생자라기보다는 판사처럼 행동한 것에 가깝다. 그러나 그녀는 복수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왕비는 단지 왕이 심리 발달상 자신보다 조금 늦게 철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린 것뿐이다. p280

 

노인의 구두는 원형적인 주제와 씨름하는 한편 일상적이고 매일 되풀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땅에 굳건히 뿌리를 박아야 함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황금나무같이 성스러운 이미지들은 매혹적인 동시에 기만적일 수 있기에 심리적으로는 위험하다. 인간들은 이 장엄한 경험들을 통해 자아가 팽창되거나 병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p281

 

신이 명령한 것에 반해 아담과 이브는 지혜의 나무에서 나오는 열매를 먹고 선악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신은 그들을 에덴에서 쫓았는데 이는 단순히 벌이라기보다는 생명의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신과 똑같이 영생을 얻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p282

 

 

 

에필로그

중년이란, 짐을 잔뜩 싣고 가는 당나귀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이때 조금 더 어렵고 깊이 있는 전복이 일어난다. 짐만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인간은 두 번째 인생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p293

 

이야기에서 젊은 주인공들은 친절하고 동정심이 많으며 정직하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해야만 한다. 이런 덕성들의 목록들은 정확히 그 이야기가 등장하는 문화권에 좌우된다. 왜냐하면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관습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이들을 어린 아이에게 심어주는 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섬세한 아이러니와 만나게 된다. 비록 젊은 남성과 여성들이 기존의 사회에 반대하는 데에 그들의 에너지를 쓰고는 있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그 사회 속에서 자기들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이런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p294

 

남자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오랫동안 억압했던 여성성에 대해 새롭게 탐색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유약함에 대해 인정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알기 시작한다. 그 경험은 종종 고통스럽고 때로는 상처로 다가오거나 모욕을 당하는 것과도 같다. ... 목표는 오히려 균형과 통합에 있다. 중년이 되면 남자들과 여자들은 권력과 무기력, 자발성과 관계성, 승리와 고통에 대한 지혜를 직접 경험한다. p296

 

중년의 남자와 여자들은 따라서 각 개인간의 독특한 개성성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다.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행운을 찾기 위해 그들의 가족이 주는 안락함과 한계를 떠나는 것처럼 중년들은 개성화를 위해 사회의 금기나 확신을 버린다. p297

 

대부분 남녀 모두를 가장 진지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 자신이 희생자일 뿐 아니라 악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고 악함이 남들뿐 아니라 그 자신의 마음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배우는 일이다. 자신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운명이 믿음을 가리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절망과 냉소주의다. 젊은이들이 너무 확신에 찬 것이 문제라면, 중년들은 너무 믿음을 적게 가진다는 함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치는 위로와 치유를 준다. p297

 

유머는 잠시 동안이라도 다른 사람들 입장에 서게 해준다. 이제 사람들은 동시에 두 관점을 갖고 안에서 보기와 바깥에서 보기를 배우게 된다. 이런 두 개의 시각은 때로 모들뜨기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중년에 겪을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도와준다. p298

 

유머는 통찰과 책임 사이의 충돌을 화해시켜 준다. 기지와 아이러니는 중년에 우리가 겪는 일 중의 유예, 즉 모라토리엄이기도 하다. p298

 

중년들은 무당들이 치유의 신비한 능력을 접하면서 겪는 접신의 경지를 반복한다. 그들은 심리적으로는 어두운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그들의 모든 자기 방어를 하나하나 벗겨내면서 개인들은 자신들의 존재의 핵심과 정면으로 대면하게 된다. 거기서 그들은 인생의 시원적인 원천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들은 선악 또는 남성이니 여성이니 하는 관습적인 개념을 넘어선 경험이다. p299

 

사람들은 깊은 치유력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자신들의 고통으로부터 재기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궁극적으로는 중년에 이르러 지혜를 얻게 된다. 그러나 지혜란 숭고하거나 철학적인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삶 속에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p299

 

중년은 추상적이고 남성적인 사유의 방식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여성적 접근법에 통합시킨다. 로고스와 에로스는 지혜를 낳게 된 것이다. p299

 

3. 내가 저자라면

 

“원고를 쓰다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책은 너무 지적인 면만 강조하고 거리를 지나치게 둔 느낌도 들었고 우선 생명력이 없었다. .. 내가 쓴 글에는 중년에 관한 나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이 빠졌던 것이다. 이것들은 사실, 점잔을 빼는 지적인 코멘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속 내용이 아니었던가.” p78

 

선생님은 첫 책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위해 쓰라고 하신다.

세계 각국의 이야기들을 모아 중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저자인 알렌 치넨은 책을 쓰는 과정이 곧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중년으로서 자신에 대한 성장의 과정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제야 마흔을 넘기면서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 듯 싶다. 나 자신 속의 나도 다룰 수 없었던 ‘짐승’같이 거칠게 굴던 그 존재가 무엇인지를 알 것 같다. 융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책장 한 장 한 장 넘기기 힘들만큼 무겁게 공감되었던 것들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16개의 중년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이를 분석하는 해설을 통해 이야기 속에 담겨진 중년시기 무의식의 원형을 찾아가고 있다. 틈틈이 자신 주변의 실례를 들어 이야기의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그냥 이야기들을 해석해 놓은 것뿐이고, 선택의 몫을 독자에게 남겨두고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부담없는 공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년이라는 분야로 좁혀서 연구한 것이 재미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본의 아니게(?) 한 번의 마흔을 더 살게 되었다.

 

두 번째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첫 사랑보다는 좀 더 신중해야겠지만, 설레임보다는 애절함이 더 진할 것 같은 인생. 산 정상을 보며 숨가쁘게 오르던 삶이었다면, 이제는 산을 오르기 전 살던 곳을 기억하며 되돌아가야 하는 길. 차오르는 달이 아니라 점점 비워가는 달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는 삶. 그렇지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 그리고 그것을 쓰는 일.

 

오늘 아침

서리발 내린 머리 위로

눈시울 붉은 감이 그러드라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가는 것이라고.

시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깊어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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