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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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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일 15시 21분 등록

[북리뷰 41]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Writing down the Bones

 

1. 저자에 대하여

 

나탈리 골드버그

 

“나는 나의 뿌리를 찾고자 이스라엘에 갔을 때 내가 유태인이면서 또한 미국인이며, 페미니스트이고, 작가이며, 불교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현대 사회의 산물이며, 이 사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자 한계다.”

 

그녀는 유태인이다. 피는 물론이고 뼛속까지 유태인이다. 그렇지만 여느 유태인과는 다른 불교신자다. 그녀는 또한 아주 매혹적인 악마다. 천사의 음성을 가졌지만, 동시에 악마 같은 힘을 가졌다. 그녀가 시종일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쓰라는 것이다. 무조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쓰라는 것이다. 결코 강요하거나 멱살을 잡아채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완전히 무장해제 되어 버렸고, 나의 심장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심장은 더 이상 나의 의지대로 뛰지 않았다.

 

전 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자 시인이며 소설가다. 오랜 세월동안 동양적인 가치를 체험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 속에 담아냄으로써 글쓰기를 갈망하는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작가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때로는 강철처럼 단단하게 때로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등을 두드리며 “머뭇거리지 말고 펜을 들라”고 독려하는 글을 써왔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으며, 이 책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녀의 집필과 강의, 명상 등 인생 전반에 대해 동행취재 하였으며, 2006년에는 밥 딜런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Tangled Up in Bob'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된《Writing Down the Bones》를 비롯하여《Old Friend From Far Away》《Banana Rose》등이 있다.

 

2. 가슴을 무찔러드는 글귀들

 

추천의 말

이 책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모험을 앞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도 최고의 안내서다. 여기에는 사람들에게 그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하고, 글을 쓰게 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이루어 내도록 하는 모든 방법이 들어 있다. ...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수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p5

 

누구나 이 책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다. ... 나탈리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라’라는 장에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실체들에 대해 경건하게 ‘네’라고 긍정하라”고 말한다. p6

 

내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술술 풀려나가지 않았다. 나는 고착되어 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나에게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룰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내 의도대로 조정하는 데 너무 많은 힘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경건하게 “네”라고 대답할 자리에서 “아니야, 그건 그런 게 아니었어”라고 답하며 끊임없는 걱정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서 더 앞으로 나갔어야만 했다. p6-7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글쓰기와 사업가의 길 사이에는 아무 차이가 없어.. 이것을 깨닫기까지 물론 나 자신도 많은 시행착오의 기간을 거쳤다. 학창시절 내내 나는 말 그대로 꽉 막힌 모범생이었다. ... ‘선생님이 이런 걸 원할 것 같으니까 이렇게 써서 보여드려야지’하는 생각뿐이었다. p13

 

나는 친구 세 명과 함께 미시간 주에서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 자연식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 이때가 내가 자신의 마음만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최초의 시기였다. p14-15

 

그때 에리카 종이 쓴 <과일과 채소>라는 얇은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어리벙벙해졌다. 아뿔싸! 바로 요리에 대한 시였다. ‘아니,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 나는 어느새 내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이 실린 글을 써 보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p15

 

이 세상에서 내 가족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니까 말이다. .. “네가 사랑을 믿을 때만이. 사랑이 네가 가야할 길을 이끌어 주는 법이지.” 나는 여기에 조금 덧붙이고 싶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계속해서 밀고 나갈 때만이, 그 일이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이끌어 주는 법이지.” p16

 

여러분에게 안정된 삶의 방식을 가지려고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끝까지 그 일을 따라갈 깊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p16

 

어디서 누구를 가르치든 나는 항상 똑같은 방법론을 주장한다. 바로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p17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p17

 

처음부터 차례로 읽을 수도 있고(이 방법이 처음에는 좋을 것이다), 또 마음대로 손이 가는대로 펼쳐 놓고 읽기 시작해도 좋다. 나는 각각의 장이 그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도록 이 책을 썼다. ...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 전체로 이 책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읽는 데서 끝냊 마라. 부디 써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쓰임새 있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p18

 

첫 마음, 종이와 연필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솔직히 나는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전에 어떻게 글을 완성했었는지 의아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쓰기는 매번 지도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p19

 

원고를 손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빠르게 써지는 필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생각은 손이 움직이는 것보다 언제나 앞서 달려가기 때문이다. ... 볼펜이나 연필은 누구나 인정하듯 느린 필기구들이다. p20

 

어디에 글을 쓸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목수에게 망치와 못이 필요하듯 종이는 글 쓰는 이에게 더없이 중요한 장비다. p20

 

오히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쓰레기 같은 글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 자신에게 글쓰기를 탐험할 수 있는 많은 공간을 허용해 주라는 말이다. 값이 싼 용수철 노트는 빠른 시간 내에 채울 수 있고 다음에 노트를 살 때도 경제적 부담이 적어서 좋다. 또 가지고 다니기도 얼마나 편한가 p21

 

노트에 글을 쓰지 않고 직접 타자기로 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글쓰기는 정신적이면서 동시에 육체적인 작업이기에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나는 감정적인 글을 쓸 때는, 적어도 처음에는 직접 손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심장의 운동과 더욱 가깝게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긴 이야기를 쓸 때는 주저없이 타자기 앞에 앉는다. p22

 

그 밖에, 그림을 그리는 아주 커다란 도화지에 글을 써 보는 것도 한번 해 볼 만한 방법이다. 내면 세계가 외부 세계를 창조한다는 말은 참말이다. 하지만 이 외부 세계와 우리가 쓰고 있는 연장 또한 우리의 사유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늘에 대고 글쓰기를 하지 못할 것도 없다. 글쓰기를 위한 연장을 신중하게 선택하라. p23

 

'첫 생각'을 놓치지 말라

명상법 중에는 방석에 다리를 포개고 앉은 다음,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리거나 또는 앞으로 내미는 좌선법이 있다. 이때는 하얀 벽을 바라보며 자신의 호흡에만 집중해야 한다. 좌선을 하는 동안 수행자는 어떤 감정이 찾아오든지 (회오리 바람처럼 강력한 분노와 저항심, 천둥같이 크게 울리는 기쁨과 회한 등) 등을 펴고, 다리를 포개고, 벽을 마주보고 앉은 처음 자세를 끝까지 견지해야 한다. 감정과 사유에 대한 집착을 흘려 보내는 것, 끝까지 계속 앉아 있는 것, 이것이 좌선의 규칙이다. .. 글쓰기도 이와 똑같다. ‘첫 생각’과 만나서 거기서부터 글을 펴낼 때 당신은 싸움에 나선 전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감정과 에너지의 힘에 질려 겁을 먹을지 모른다. 하지만 손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생각의 심장부로 뚫고 들어가도록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p24-25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쓰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넘어서야만 저 반대편 심장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눈물을 넘어 진실을 파고들라. 이것이 원칙이다. p25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할애한 시간이 얼마이든 간에 그 시간 동안만큼은 글쓰기로만 완전하게 채우도록 집중하는 일이다. ... 손을 계속해서 움직이라.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지 말라.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편집하려 들지 마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 철자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여백을 남기고 종이에 그려진 줄에 맞출려고 애쓸 필요 없다.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마음 가는대로 내버려 두어라. 생각하려 들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더 깊은 핏줄로 자꾸 파고들라. 두려움이나 발가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거기에 바로 에너지가 있다. 이것이 규칙이다. p25-26

 

우리의 목표는 첫 생각에 불을 활활 붙여 주는 것, 사회적 체면 또는 내면의 검열관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에너지의 심장부에 도달하는 것, 피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진짜 마음이 보고 느끼는 것을 쓰는 것이다. 이 규칙을 지키다 보면 괴팍하기 그지없는 우리 마음의 정체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닳아빠진 사고의 끄트머리를 계속 탐색해야 한다. p26

 

첫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마음에서 제일 먼저 ‘번쩍’하고 빛을 낸 불씨다. 이 불씨의 뿌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잠재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 불씨는 대개 우리 내부의 검열관에 의해 진화되어 버린다. ... 내 목구멍에서 데이지 꽃을 꺽는다. p26

 

첫 생각은 에고 또는 우리를 통제하려고 드는 논리적인 메커니즘(세상은 영구불변하며, 견고하고, 지속적이며,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은 생각이다. 세계는 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자신의 의식 차원을 넘어선 글을 쓸 때, 그것은 있는 그대로 사물의 진실을 나타낸 것이 된다. 그래서 이런 글은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가로막던 ‘에고’라는 짐을 벗어 던지는 순간 당신은 더 큰 조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27

 

첫 생각은 참신함 그리고 영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첫 생각과 만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한다. p28

 

그 순간 이후로 온갖 빛깔들이 너무도 생생하고 힘차게 맥박치고 있어요...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당신이 바로 지금, 현재에 존재할 때, 세상은 진정으로 살아 움직이게 된다. p28

 

멈추지 말고 계속 써라

글쓰기 훈련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몸과 육체를 믿는 법, 다시 말해 인내심과 공격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진짜 중요한 것은 작품과 더불어 우리의 삶을 꾸려 나가는 과정이다.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도 나중에는 정신병자나 알코올 중독자, 심지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은 우리에게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내는 시와 소설을 방편으로 삼아 진정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p29

 

무서운 적을 만나게 되더라도 계속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겹겹이 쌓여 있는 마음의 층을 벗겨 내야만 합니다. ... 또한 글쓰기 훈련은 진정으로 쓰고 싶어하는 어떤 것을 쓰기에 앞서 몸을 데우는 워밍업 단계다. ..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법을 배운 다음 글을 쓰게 되면, 그것이 사업상의 서류이든 장편소설이든 박사 논문이든 또는 여행기이든, 그 글에는 힘이 실리게 된다. p30

 

더욱이 규칙적으로 달리기 훈련을 하게 되면, 이 훈련 자체가 저항감을 잘라내고 무시해 버릴 수 있는 또 다른 훈련이 된다. 당신은 계속 달린다. 이렇게 한참동안 달리다 보면 당신은 어느새 달리기를 사랑하게 된다. 게다가 목적지가 보이게 되면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골인을 하고 난 후에는 다시 또 달려 보고 싶다는 갈증에 사로잡힌다. p31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p32

 

나는 한 달에 노트 하나를 채우는 것으로 내 임무를 다 한다. 그저 이 노트를 채우면 그만이다. 그것이 내가 정한 나의 글쓰기 훈련법이다. 물론 매일 글을 쓰는 것을 이상적인 방법으로 정해 놓았다. .. 일단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나는 줄 바깥쪽과 하단의 여백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노트 전체를 빽빽하게 채워 버린다. ..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여백을 남겨야 한다는 제한에 얽매일 이유가 엇다. 이런 방법이 심리적 해방감을 준다. .. 나는 구두점이나 철자법 등의 다른 규제들도 모두 잊어버린다. 또 필체도 변한다. 나는 점점 더 확장되고 느슨해진다. p32-33

 

달리기가 좋아서 잘 달리고 있을 때는 달리는 것에 대한 저항이 없는 법이다. .. 다시 말해 달리는 사람과 자신이 분리되지 않는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모든 것이 진정으로 글쓰기에 실려 있다면, 거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없고, 종이도 없고, 펜도 없고, 생각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글쓰는 행위만이 글을 쓰고 있게 된다. 글쓰기 훈련은 당신의 인생 전체를 끌어안을 것이다. 이런 글쓰기 훈련은 어떤 식의 논리적 형태도 요구하지 않는다. p33

 

글쓰기는 재갈을 물리지 않은 야성이 숨쉬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으며 오직 그 순간 글 쓰는 사람과 다른 모든 것과의 연결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글쓰기 훈련으로 무장되어 있을 때 논리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게 된다. p34

 

지금 당장 자리에 앉으라. 지금 당신의 마음이 달려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대로 적어 내려가라. 제발 어떤 기준에 의해 글을 조절하지는 마라. 무엇이 다가오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것을 잡아라.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쓰기만 하라. p34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헤밍웨이는 그의 작품 <움직이는 사육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파리에서 미시가 이야기를 썼듯 어쩌면 나는 파리를 벗어난 후에야 비로소 진짜 파리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파리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리를 떠난 후에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p36

 

당신의 작은 힘으로는 어던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하게 만드는 건 ‘위대한 결정자’입니다. 당신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p38

 

글쓰기에 이런 과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모든 불안을 잠재우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영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심지어 자기가 쓰는 글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결코 편하게 앉아서 사탕이나 먹으며 살겠다는 핑계거리로 삼지 말라. 우리는 계속해서 비료가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발효시키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 p38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다른 사람의 성공도 인정할 수 있으며 쓸데없는 욕심에도 빠지지 않게 된다. ... 그저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세에서 그 때를 만날 수도 있고, 죽은 후에야 찾아올 수도 있다. 빠르고 늦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계속 써라. p39

 

예술적 안정성을 얻는 과정

나의 진짜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무튼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그랬다. 내 안에는 겉모습과 다른 또 다른 내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 내가 썼던 글들이 ‘오물 덩어리’ 같은 글들이었기 때문에 계속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p41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바깥에서부터 쏟아지는 어떤 비평도 무섭지 않다. ..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뒤에는 아름다움과 다정한 배려, 명료한 진실을 선택할 수 있는 튼튼한 갑옷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을 등에 진 채 무작정 아름다움을 좇아 거칠게 달려가지 않게 된다. p44

 

습작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묶어 보자

텅 빈 백지가 공포스럽게 느껴지면서 잡아먹을 듯 위협을 해 온다. p45

 

평소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 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두자. 단 한 줄 짜리 짧은 글일 수도 있다. 번개처럼 지나가는 기억도 주제 목록에 첨가될 수 있다. 잇몸이 부실해서 고생했던 할아버지, 지난 유월을 물들이던 라일락 향기, 발등 부분만 다른 빛깔인 운동화를 신었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 등등 p46

 

나태함과의 싸움

두부와의 싸움... 이것은 실재하지 않으나 우리의 마음 속에서 실재하는 것처럼 행세하는 허상이다. 당신 속에서 싸움을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싸우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 하지만 그 싸움의 한 구석에서, 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실제적인 마음이 조용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 억누를수록 이 싸움꾼들은 더욱 결사적으로 들고 일어서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5분 혹은 10분 동안 그들이 노트에 대고 소리치는 것을 허락해 줄 수 밖에 없다. 그 감정이 이끄는 대로 글쓰기 속으로 빠져들라. 싸움을 걸어 오는 목소리들에게 글 쓰는 공간을 허락하고 나면 그들의 불만이 너무도 빠르게 사그라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p52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서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글쓰기 작업은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엄숙한 일이다.

선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 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걷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열등감과 자책감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싸움은 하지 말라. p53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p55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습작시절부터 ‘자기 속의 작가’를 내면의 편집자 또는 검열관과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p56

 

만약 당신이 “진부해!”하고 말하는 편집자의 소리를 들어 주고 거기에 낙담해서 글쓰기를 중단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편집자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당신은 진부해!”라는 말을, 멀리서 바람에 날리는 흰 빨래 정도로 여기라. 결국 그 빨래는 마를 것이고, 아주 멀리 있는 누군가가 그것을 개서 집으로 가져갈 것이다. p57

 

눈 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아주 따뜻한 마음과 나약할 정도로 민감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마시는 물이 어떤 샘에서 솟아나는지 알고 있다. 달릴 때 이마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의 느낌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p59

 

나는 수업계획을 미리 세워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겁먹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충실하려 애쓴다. 그리고 매번 이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결이 있다면, 마음을 계속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p59

 

작가는 작품을 쓸 때 모든 것을 항상 처음 대하는 기분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 “아이들 책상 밑을 한번 보세요. 바닥이 온통 신발에서 묻어온 흙 때문에 아주 지저분하죠. 정말 좋은 신호예요. 봄이 왔다는 신호니까요.” p61

 

내가 엘크톤을 둘러싼 들판을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은 ... 내 마음이 그 들판 속으로 영원히 산책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었다. p62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우리의 잠재력은 지구 표면 밑에 있는, 보이지 않는 지하수면과 같습니다.” p63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p64

 

정작 시의 온기에서는 발을 떼고 시에 ‘대하여’ 말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시에 머물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가라. 작품 자체 속으로 들어가라. 그것이 시 쓰기를 배우는 방법이다. p65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내가 만들어 낸 시는 그 시를 쓱 있을 때의 내 생각, 내 손, 나를 둘러싼 공간과 내가 느낀 감정들일 뿐이다. p66

 

내가 쓴 시 가운데 ‘희망이 없다’라는 제목의 긴 시가 하나 있다. 이 시만 읽으면 나는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나에게도 절망과 공허에 대해 적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과 또 이 사실에서부터 내가 두려움을 떨치고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나와 내가 쓴 작품은 별개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 p67

 

자신이 지은 시 때문에 상상력이 마비되고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 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진짜 인생은 글쓰는 행위에 있는 것이지 같은 작품을 몇 년 동안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것에 있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p68

 

당신은 또 다른 흐름에 몸을 맡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에 들어가 있는 단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 몸을 빌어 밖으로 표출되었던 ‘위대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잡아내 글로 옮길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p69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려라.

우리 마음은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정도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엄청난 에너지를 종이 위에 쏟아 붓도록 해야 한다. ... 작가는 두려움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글쓰기와 인생 그리고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경계가 없다. p71

 

먼저 은유를 위한 은유를 하지 말라. 무언가를 은유하기 위해 당신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평소의 사고방식에서 한발 물러서서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들을 계속 기록해 보라. 이런 연습은 사고를 부드럽게 해 줄뿐 아니라 창조력을 키워 준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엄청난 도약을 하게 된다. 마음이란 순식간에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72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당신의 감정들은 밖으로 표출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당신 생각에 방해받기 전에, 솟아나는 감정들을 일단 종이 위에 표현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글을 조절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그때그때 솟아 나오는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라. p75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절대 자신의 에고를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대로 연출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그저 하나의 인간 존재임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나는 글쓰기가 종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당신이 쓰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다가가도록 한다. p76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자주 출몰해서 괴롭히는 것,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엮는다. ... 글쓰기에 대한 강박증은 직접 글을 써서 풀어내야 한다. p78. 81

 

세부묘사는 글쓰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 놓고 결혼식을 즐겨라. 당신이 주변 상황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당신이 글을 쓸 때 정말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 웃을 때마다 빨간 립스틱이 묻은 앞니가 보이던 신부 어머니의 모습과 신부의 드레스 자락에서 풀풀 풍기던 향수 냄새까지 전부 당신의 글 속으로 불러낼 수 있다. p83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라

예루살렘에는 홀로코스트를 기념하는 예드 바쉠Yod Vashem 이 있다. ... 실제로 예드 바쉠은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는 뜻이다. 죽은 이들은 짐승처럼 도살되어도 상관없는 이름 없는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었고 이 세상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숭고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p85

 

케이크를 구우려면

60대 부모가 자신들의 히피 자식에게 “너는 우리가 낳은 자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그렇다. 케이크는 계란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다. 이것이 케이크의 연금술이다. p87

 

단지 재료를 섞기만 한 반죽에는 아무런 생명이 없다. 사랑과 증오라는 감정의 에너지를 가해 세부를 채워 나가야 한다. 하나의 숨 쉬는 생명체로 창조해야 한다. 삶의 모든 세부 사항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다정하게 접촉하라. 당신을 둘러싼 것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라. 강에 대해 쓰고 싶다면 그 강에 온 몸을 적시라. 그 강이 탁한 황토 빛으로 둔하게 흐른다고 적는다면 당신 몸이 그 탁한 느낌을 그대로 느껴야 한다. 글쓰기에 깊이 빠져들면 쓰는 사람과 글은 분리되지 않는다. p88

 

아무런 재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열만 믿고 케이크를 구우려는 이들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 결과물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부 묘사가 빠진 추상적인 글쓰기에서 대개 이런 허점이 발견된다. .. 세부 묘사를 사용하면 당신이 느끼는 환희나 슬픔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전달하려는 감정이 어떤 맛인지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면, 그것을 맛보고 싶어하는 미식가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p89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

모든 것을 다시 곱씹는 두 번째 인생이다. 이들은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모습을 면밀하게 음미한다. 삶을 이루고 있는 재질과 세부사항을 들여다본다. p91

 

하지만 작가는 노트와 펜을 들고 빗속으로 걸어들어 간다. 작가가 되려면 엉뚱하고 미련해지는 연습을 해야 되는 것일까? 바보만이 비를 맞으며 웅덩이를 지켜볼 테니까. 똑똑한 사람이라면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비를 피할 것이다. 하지만 바보는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거나 시간에 맞추어 직장에 도착하는 것보다 빗물이 고이는 웅덩이에 훨씬 흥미를 느낀다. p92

 

글을 쓸 시간이 많을 때 나는 아주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반대로 시간에 쫒겨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도 못하고 있는데 세금고지서가 날아오면 그야말로 거지가 된 기분이다. p92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간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나 같은 것이다. 누군가 찾아와 그 땅을 팔라고 하면, 제정신이 있는 작가라면 결코 그 땅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땅을 팔면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게 되면 조용히 안식을 하고 꿈을 꾸는데 필요한 장소는 사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p92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동이다.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은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중간에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 끊임없이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육체적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p94

 

당신의 감정과 느낌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연필을 잡고 있는 손, 그 손과 연결된 팔, 이렇게 육체적으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마음과 육체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당신은 글을 쓰고 있는 육체적 행위를 통해 마음의 장벽을 능히 부술 수도 있다. p95

 

글을 쓰는 손은 느슨해지고, 그들의 몸은 몇 킬로미터를 내처 달려도 좋을 만큼 잘 이완되어 있다. p95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불후의 명작을 완성시키고 싶다면 위스키를 마셔서는 안된다. 대신에 세익스피어나 테니슨, 키이츠, 네루다, 홉킨스, 밀레이, 휘트먼... 이들의 글을 소리내어 읽고 또 읽어 당신 몸을 그들의 운율에 맞춰 춤추게 만들어야 한다. p96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어라

글쓰기 역시 90퍼센트는 듣기에 달려 있다. 열심히 들으면 당신을 채우고 있는 내면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자연히 나중에 글을 쓸 때, 당신은 그 내면의 소리를 저절로 분출시킬 수 있게 된다. 내면의 진실한 소리를 듣게 된다면, 글쓰기에는 더 이상 다른 것이 필요 없다. p98

 

랍비가 되려는 학생들은 필기 없이 단지 강의를 듣고 수업 내용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작가는 사물의 진실을 읽는 이의 마음에 각인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고, 따라서 마음에다 사물에 대한 기록을 해나가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p99

 

열심히 들어 주되 어떠한 비평도 가하지 않는 이런 듣기 훈련은 당신의 내면에서부터 그 이야기가 말하려는 진정한 의미와 영상을 일깨워 준다. p100

 

좋은 작가가 되려면... 많이 읽고, 열심히 들어주고, 많이 써보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냥 단어와 음향과 색깔을 통해 감각의 열기 속으로 뛰어 들어가라. 그리고 그 살아 있는 느낌이 종이 위에 생생히 옮겨지도록 계속 손을 움직이라. p100

 

논리적으로 시를 분석함으로써 시로부터 멀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그저 시가 당신의 몸속으로 스며들게 하라. ... "안개 속을 걷는 사람은 안개에 젖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저 듣고, 읽고, 쓰라. 당신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조금씩 당신만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라. 그냥 흐르는 대로 운율에 맞춰 노래하고 쓰라. p101

 

글쓰기는 사랑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작가인 우리는 늘 의지할 것을 찾아다닌다. 동료들로부터, 비평가로부터 인정받아야 안심하려 든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나 작품에 대해 보내는 타인의 칭찬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 그 작가는 다른 이들의 비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106

 

그보다는 우리의 근원적인 원조자에 대해 아는 편이 작품성을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미 매 순간 무엇엔가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대지, 폐를 채우고 비우는 공기... 이 모두가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아침의 침묵, 이런 것들로부터 시작하라. 그런 다음 마주 보고 있는 친구가 “난 네 작품이 너무 사랑스러워”하고 말하면 그 좋은 기분을 그저 간직하면 된다. 대지와 의자가 당신 몸을 쓰러지지 않게 받쳐 준다는 사실을 믿는 것처럼 그 친구의 말을 그대로 믿어라. p107

 

우리는 정직한 지원과 격려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칭찬을 해주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평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결국 자신은 별볼일 없고 진짜 작가도 못된다는 쓸데없는 믿음만 키워가려 한다. p108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솔직한 격려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니까. p109

 

꿈에 대해 써라

뉴요커 지에 아주 기가 막힌 만화가 실린 적이 있다. 괴한이 장총 한 자루와 노트 한 권을 들고 비행기를 탄 다른 승객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는 만화였다. “여러분, 군소리하지 말고 앉으시오. 이제부터 내가 쓴 시 몇 개를 읽어 주겠소. 잘 들어봐요.” p112

때론 문장 구조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문장 구조에 맞추어져 있고 사물을 보는 관점도 그 안에서 제한된다.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이 ‘주어-동사-목적어’의 틀에 짜맞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장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신선한 세상과 만날 수 있으며, 글쓰기에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지나친 우월감에 빠져 있다. p114

 

보리수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나는 지금 모든 존재와 함께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이 분리된 듯 “나는 깨달았는데, 너는 못 깨닫는구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p115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글쓰기에 관련된 오래된 속담이 하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말이다. 무슨 뜻인가? 이것은 이를테면 분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 무엇이 당신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라는 뜻이다. p117

 

그냥 '꽃'이라고 말하지 말라

‘창가의 꽃’이 아니라 ‘창가의 제라늄’으로 묘사하는 편이 훨씬 좋다. ... 창가의 제라늄이라는 단어를 읽자마자 우리는 창문 옆의 정경을 눈에 보이듯 그리게 된다. 새빨간 꽃잎, 원형의 초록 잎사귀, 햇빛을 향해 온 몸을 세우는 꽃... p120

 

사물의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근원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p121

 

꽃의 이름은 물론이고, 어떤 계절의 어느 날인지, 나아가서 어느 순간인지까지도 느껴지도록 말해야 한다.

데이지 꽃이 지구를 안고 있네. (나라면 대지 또는 땅이라고 했을텐데...)

팔월에... 갈색 끄트머리

초록과 뾰족한 가시

노랑으로 무장했네. (노랑으로 뒤집어썼다는 어떨까?)

-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 ‘데이지’중에서

또 윌리엄즈는 ‘생각이 아니라 사물 속으로 파고들라’고 말했다. ...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p122

 

몰입하기

선 명상법에 행선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을 배우는, 일종의 걸어다니는 명상법이다. ... 약 10분 동안 계속 된다. 이렇게 느린 동작을 하다보면 사소한 발걸음 하나하나도 온 몸과 연결되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124

 

글쓰기 속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세상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몰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균형을 잡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p125

 

평범과 비범은 공존한다

기본 정보만을 다룬 묘사는, 그 안에 든 비범함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것으로 보인다. ... 우리는 모든 것이 이미 평범함과 비범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열릴 때도 있고 닫힐 때도 있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p128

 

이 사실을 쓰기 위해 우리는 춤을 추는 사람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 눈앞에서 평범함과 비범함이 동시에 불꽃처럼 피어오르게 해야 한다. 모든 사물을 올바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주 깊이 들어가야만 한다. p128

 

우리 모두는 그물망처럼 얽혀서 서로의 우주를 창조해내고 있다. 누군가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 사람은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에게 슬픈 파장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친절하게 대할 책임이 있다. 먼저 자신에게 친절할 때에만 세상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p129

 

이야기 친구를 만들라

뉴욕에 살고 있는 단편 작가 그레이스 팔레이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작가는 모든 소문과 지나가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책임이 있다. 이야기꾼은 이런 방식으로 인생을 배워 나간다.” 이야기를 지어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 이야기 만들기는 글쓰기 훈련의 자원이다. 이야기를 해봄으로써 무엇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고 무엇이 지루하게 만드는지 의사전달력과 표현력을 배우게 된다. p132

 

우리가 글쓰는 방법을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탐욕과 질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경탄하고 애착을 가지기 위해서다. p132

 

말하기는 혼자서 팬과 종이만을 상대로 보내야 하는 길고 긴 창작의 시간에 앞서 하는 준비운동이다. 당신이 수없이 누군가에게 말했던 이야기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라. 그것으로 글쓰기의 많은 부분은 이미 이루어졌다. p134

 

작가는 위대한 애인이다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들은 위대한 애인이다.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과 수시로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글쓰기를 배우는 방법이다. 그들은 한 작가에게 다가가, 그가 쓴 모든 작품들을 통해 그가 어떻게 움직이고 휴식을 취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 자신에게서 빠져 나와 다른 누군가의 피부 속으로 옮겨 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사랑하게 되는 능력이 당신 안에 있는 능력을 흔들어 깨운다는 뜻이다. p136

 

그러므로 작품은 그냥 글을 쓰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글쓰기는 다른 작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 그러므로 “그들도 훌륭하고 나도 훌륭하다”라고 말하자. ..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러니까 나는 잠시 그들의 경로를 따라가면서 배우면 돼.” 얼마나 솔직하고 마음 편한 고백인가. p137

 

나는 학생들에게 서로에 대해서 알아 두고,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라고 조언한다. 작품을 자신만의 습작 노트에 사장시키지 말라. 바깥으로 꺼내 놓아라.

예술가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생각 같은 것은 떨쳐 버려라.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자신만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 p138

 

먹잇감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카타기리 선사는 말한다. “당신은 지금이라도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바쁘거나 두려움에 빠져 이 사실을 잊어버린다. 길을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항상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p142

 

어떤 글을 쓰겠다고 계획했을 때 동물처럼 행동해보자. 동물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동물처럼 당신이 쓰려는 이야기의 먹잇감들을 하나씩 비축해 두자. p142

 

무엇이 되었든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라. 논리적인 마음은 꺼버려라. 마음을 비워 놓고 생각이 들어가지 않게 하라. 언어가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껴라. 머리를 위 속으로 끌어내리고 소화시켜라. 당신 육체가 양분을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라.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균형을 유지하라. 생각의 지층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당신의 핏줄 속으로 글쓰기를 삼투시키라. p143

 

자기 마음을 믿어라

그 논문을 읽은 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가장 최근에 썼던 시를 꺼내 읽었다. 그러고나서 내가 쓴 모호하거나 분명치 않은 단어와 구절을 모두 골라냈다. 마치 샤워를 마친 후 알몸으로 서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무섭고 겁이 났지만, 기분은 좋았다. 분명치 않은 부분을 걸러 내는 작업이 시를 한결 좋게 만들어준 것이다. p146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질문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잘된 일이다. 하지만 즉시 더 깊은 단계로 내려가 바로 그 다음 줄에서 그 질문에 답을 해주어야 한다. “내가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건포도 빵 세 개를 먹고, 하늘색을 기억하고,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p147

 

종이 위에 안개를 옮겨 놓지 말라. 설사 확실하지 않을 때라도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라. 이런 훈련은, 문장을 훨씬 힘차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p147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하지만 왜 이렇게 성가신 일을 스스로 만드는 것일까? 그냥 집에 앉아서 글을 쓰면 훨씬 편할 텐데 말이다. 이것은 내가 쓰는 하나의 속임수, 이따금씩 풍경에 변화를 주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p150

 

마음은 항상 일과 집중력에 대해 저항하려 든다. 한동안 나는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마음이 하얗게 텅 비어서 창문 밖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모든 것과 하나가 되고 싶은 사랑을 느낀 적도 있었다. 글을 쓰는 대신 내내 이런 상태로 멍하닌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 카타기리 선생.. 그는 이렇게 대꾸했다.

“오, 그건 그냥 게으름일 뿐입니다. 어서 가서 일하세요.” 이유를 콕 꼬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은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p151

 

파리에서는 아침 여덟 시에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오후 세 시까지 느긋하게 커피를 홀짝여도 아무런 눈총을 받지 않았다. 헤밍웨이는 <움직이는 축제>에서, 자신이 앉은 테이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제임스 조이스가 있었다며 카페에서 글을 쓰는 광경이 파리에서는 얼마나 일반적인가에 대해 적고 있다. p152

 

작업실에 대하여

그야말로 방 하나만 구하도록 하라. 대단한 공사를 해서 뜯어 고칠 생각일랑 하지 말라. 비가 새지 않고, 창이 하나 있고, 난방만 된다면 그만이다. 책상과 선반, 푹신한 의자 하나만 들여놓으면 당장이라도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p154

 

글 쓰는 작업 자체가 우리의 불완전성을 자꾸 들추어 내는 일인데, 더 이상 손 볼 데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에 앉아서 이 사실을 애써 잊으려 하는 것은 아주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p155

 

우리가 일하는 작업실에 설령 책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찻잔에는 시꺼멓게 변색된 커피가 반쯤 남아 있고, 바닥에는 흐트러진 원고들과 답장을 쓰지 못한 편지더미와 비스킷 봉지와 초침이 박살난 시계가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라. 글쓰는 이의 방은 이런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다. p155

 

작가의 방은 그 작가의 마음 상태를 반영한다. .. 그것은 우리 마음이 공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유와 드라마를 만들어 내려는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p155

 

그녀는 나에게 타오스에 가면 30달러로 구식 수동 타이프라이터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구한 타이프라이터를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팔아 버린다. 다음 목적지로 떠날 때 쓸데없는 짐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모든 장소가 글을 쓰는 작업실인 셈이다. p156

 

성, 그 거창한 주제에 대하여

‘사랑과 성’ 같은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것이다. p157

 

하지만 이러한 초조함으로 작품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이 진짜 하려는 말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길을 잃거나, 과연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지 회의를 품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긴장을 풀어야 한다. p157

 

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이다. 당신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당신과 그 화제와의 관계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 카타기리 선사는 부부에 대해서 ‘그들은 마주보고 걷는 사이가 아니라 나란히 옆에 서서 걸어가는 사이다’라는 정의를 내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제를 향해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다. 즉 머리를 바싹 쳐든 공격적인 태도가 아니라 비스듬히 서서 춤을 추는 것이어야 한다. 성애의 감정을 간직한 채 지금 먹고 있는 멜론의 느낌을 표현한다면, 성애와 연관된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서도 독자에게 성적인 것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p159

 

‘에로티시즘’이라는 단어를 다루기가 벅차다면, 이렇게 질문해 보라.

- 무엇이 당신의 몸을 뜨겁게 만드는가.

- 섹스를 연상시키는 과일의 이름을 아는대로 적어 보라.

- 당신이 사랑에 빠졌을 때 먹는 음식은 무엇인가.

- 당신의 신체 중에서 가장 성적인 곳은 어디인가.

- 당신이 맨 처음 성애를 느꼈던 기억은.

.. 마치 지금 애인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글을 써 보라. 단 10분간이다. p160

 

자신이 사는 마을을 순례하라

작가의 임무는 평범한 사람들을 살아 있게 만들고, 우리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p161

 

그래, 아주아주 깊구나!

내가 당근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평범한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배우라. 오래된 커피잔, 참새, 도시버스, 얇은 햄 샌드위치에 존경을 표해 보라. 당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라. 계속 그 목록을 늘려가라.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글의 형태와 장르에 상관없이 이 목록에 들어 있는 것들을 단 한 번이라도 언급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라. p162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그래도 또 다른 노트를 꺼내, 다른 만년필을 잡고, 쓰라.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p164

 

우리가 글쓰기에 열중해 있다면 장소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쓰기에 빠져 있는 것 자체로 충분히 완벽한 것이다. ... 진정 글을 쓰고자 갈망한다면, 결국 당신은 환경이 문제가 되지 않는 길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p165

 

충분하다고 느낄 때 한번 더

글쓰기에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다 했다고 생각될 때, 조금만 더 자신을 밀고 나가 보라. 당신이 종점이라 생각하는 곳이 실은 초입에 들어선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끝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멈추었던 곳에서 조금 더 멀리 나갔을 때, 당신은 제어할 수 없는 아주 강한 감정과 만나게 될 것이다. p166

 

당신이 글을 밀고 나가 그저 적당한 종점에서 끝맺으려고 한다면, 그 글에는 당신의 진정한 숨결이 배어날 수 없다. 글쓰기는 자유를 향해 헤엄칠 수 있는 위대한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

심지어 당신이 자신을 충분히 밀고 나갔고 철저하게 자아가 깨졌다고 느낄 때조차도, 조금만 더 앞으로 밀고 나가라. 중간에서 멈추지 말라. 이 순간은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나중으로 미룬다면, 지금 작품을 끝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순전히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 멀리,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p167

 

삶을 사랑하라

여기는 그리스의 어느 섬이다. 새파란 에게 해와 해변의 싸구려 여관들. 나는 알몸으로 헤엄도 치고, 대나무 가구가 있는 작은 선술집에서 포도주를 홀짝거리며 문어 맛을 보고, 황홀한 석양을 바라본다. ... 우리는 모든 것을 느껴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사실은 절반밖에 느끼지 못하고 있다. p168

 

나는 결국 혼자 있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 나의 두려움은 고독이다. 우리에게 두려움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다. 작가는 많은 시간을 홀로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또한 사회라는 틀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모두가 아침이면 일터로 향하거나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분주하다. 예술가는 제도가 만들어 낸 사회의 바깥에서 살고 있다. p169

 

나는 외로움이라는 들판 속을 헤매며 그것을 즐기는 법을 배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외로움이 나를 물어뜯으려고 덤빈다 해도, 두려움에 갇혀 버리거나 존재론적 무의미로 회피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지도를 꺼내 내가 가야 할 길을 확인할 뿐이다. “왜 나는 작가가 되어야만 하는가?” 모든 것을 향해 이 질문을 던지며, 나는 나 자신을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다. p171

 

그는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살아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은 고통을 안고 산다’라는 사실에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라. 결국에는 너무나 보잘것없고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민의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발 아래 깔린 시멘트와 혹독한 폭풍에 짓이겨진 마른 풀들마저도 다정스레 바라보게 한다. 예전에는 추하게 생각했던 주변의 사물들을 이제는 손으로 만지게 되고, 사물의 세부를 있는 그대로 보아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 사물이 여기 있다는 사실, 우리 인생을 싸고 있는 일부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지금 이 순간의 인생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p172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지금 세상에 나온 책들 가운데 출판조차 못했을 뻔한 책이 아마 수천 권도 넘을 것이다. .. 작가가 되고 싶다면, 쓰라! 설령 그 글이 출판되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글을 계속해서 쓰라. 훈련은 당신의 글을 점점 더 훌륭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두 달에 한 번씩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부딪힌다. p174

 

의심과 의혹은 고문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전적으로 매달려 심혈을 기울였다면, 그 일은 그것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 준다. 의심은 굽히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것이다. p174

 

비평가가 지껄이는 말에는 신경 쓸 것 없다. 거기에는 당신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대신 자신의 글쓰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라.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있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p175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다

글쓰기는 당신의 친구다. 글쓰기는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당신이 셀 수 없이 많은 글을 버릴 수는 있어도 글쓰기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절대 없다. p176

 

고어 비달은 아주 멋진 말을 남겼다. “모든 작가와 독자들은 글을 잘 쓰는 것이 그들 모두에게 최고의 여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말라. 그냥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니까. p177

 

장대 위에서 발을 떼라

토니 로빈스(미국의 유명한 자기개발 교육자)의 이야기가 있다. 1200도의 석탄 위에서 걷는 법을 가르치는 그는 사업 파트너와 재계약을 맺을 시기를 맞이했다. .. 토니는 이번 계약에서는 반드시 주도권을 쥐리라고 결심했다. 그는 물총을 사서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수천 달러짜리 정장 코트 호주머니 안에 숨겨 두었다. .. 그리고 으리으리한 책상 맞은 편에 있는 계약자를 향해 물총을 쏘았다. p180

 

사업상의 자리에서 물총이 사용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해서 영원히 물총을 사용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쓰고 싶다면, 당신은 자신을 누르고 있는 것에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순간이니까. p180

 

왜 글을 쓰는가

분노를 붉은 튤립으로 변형시키고, 슬픔을 회색빛 낙엽으로 가득 찬 오래된 골목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p183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미쳤고, 정신분열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미친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며, 어리석은 일에 빠지기보다는 이 사실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려 한다. p184-185

 

당신은 얼간이이기 때문에, 당신은 종이 냄새에 미쳤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p186

 

관통하는 글쓰기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럴 경우 우리가 관계를 맺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같이 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수리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못했겠지요.” 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그 일에 접근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 일에서 어떤 가치를 얻는가 하는 점이다. p188-189

 

작가로 살아남기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 그리고 작가로서는 강하고 용감하지만 한 인간으로 돌아오면 한없이 무기력하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사실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세상에 대해 우리가 품은 위대한 사랑과, 생활인으로서 우리 등에 달라붙은 불명예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헤밍웨이를 생각하면 감탄스럽기 짝이 없다. 그는 아내와 실랑이 끝에 술이 떡이 되도록 만취했으면서도 자신의 주인공인 산티에고 노인이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항해를 계속하도록 했다. p192

 

20분씩 두 차례 글을 쓴 것과 케네스 렉스로스의 아름다운 시를 읽은 시간을 제하면, 우리는 하루종일 대화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웠다. 그것도 좋았다. 그 하루 자체가 좋은 시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네 개의 발.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쌓여갔다. p192

 

카타기리는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매순간 모든 존재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대하고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 말은 종이에는 멋진 시를 적으면서 자기의 삶에는 침을 뱉지는 말라는 뜻이다. ... 우리가 미국 경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허다한 잡지 편집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남에게 인정 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근사한 것이기 하지만,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p193

 

자신이 쓴 글에서 완전히 떠나라

나는 지난 3년간 미네소타의 한 명상센터에서 주관한 여름 축제와 바자회에서 바로 이런 ‘글쓰기 창구’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겁이 나서 시 하나를 써 주고 50센트씩 받았는데, 그 다음 해에는 1달러로 인상했다. p194

 

일본에는 뛰어난 하이쿠를 적은 종이를 병에 담아 강이나 개울에 띄워 보내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작가란 모름지기 자기 작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부는 아주 의미심장한 우화다. p195

 

두려움을 떨쳐내야 하며, 한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즉흥 글쓰기 창구는 바로 이러한 위대한 전사가 될 수 있는 기회다. 글을 쓰는 동안 모든 것을 집중시켜야 하며, 그 다음에는 아무 미련없이 자기가 쓴 글을 고객에게 넘겨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p196

 

솔직히 나는 내가 그에게 어떤 내용이 담긴 시를 써 주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날 오후 우리 머리 위에 있던 거대한 단풍나무와 호수에 떨어지는 햇빛과 롤러 스케이트의 음향, 멀리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이 모든 것이 그 해 미네소타의 여름을 얼마나 멋지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감상을 적은 괜찮은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뿐이다.

즉흥 글쓰기 창구는 글을 떠나 보내는 데 더없이 좋은 훈련이다. 자신이 쓴 글을 완전히 떠나 보내는 것. 그럴 수 있을 때 당신은 작가로서 완전하게 설 수 있다. p198

 

문학의 형식

무엇이 진정한 하이쿠를 만드는가?

많은 하이쿠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안에는 반드시 독자들의 마음을 도약시키는 순간이 들어 있음을 보게 된다. 독자들 마음속에 들어 있는 초월적인 세계를 일깨우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순간 우리는 신을 경험하며 저절로 ‘아!’ 하는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하이쿠가 가지는 미덕이다. p201

 

너무 울어

속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p202

 

형식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문학의 형식도 배워야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인생이라는 형식을 채워 나가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생의 형식에도 훈련이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p202

 

익숙한 초원을 떠나라

드디어 데이비드의 차례가 되었고, 그는 아주 큰 목소리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마스터베이션. 마스터베이션. 마아아아아스.... 마! 마! 마!

마! 마스터. 베 베 베 베이 션 션 션...... p205

 

데이비드는 시작부터 이미 글의 모든 규칙을 파기하고 오직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싶은 방식으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신뢰했다. 나는 그의 글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자신의 글에 적절한 재갈만 물릴 수 있다면, 주제가 바뀌더라도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205

 

이런 답답하고 안타까운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어요! 여러분 중에는 금지된 약물을 먹어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겁니다!” ... 내 말은, 우리 삶에는 반드시 미쳐 버려야 할 시기, 사물을 바라보는 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p206

 

당신이 말을 겁내는 사람이라면, 말 한 마리를 사서 말과 친구가 되어라. 자신을 규정하는 경계를 확장시켜라. 잠시 동안이라도 그 경계선 끄트머리에서 살아 보라. p207

 

숙명에 대한 깊은 고찰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생동하게 만들고, 현실에 충실하게 만들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p207

 

스즈키 선사는 <선심초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을 통제 조정하는 최상의 길은 그들에게 해로운 일을 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중은 스스로 통제력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소와 양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와 양을 탁 트인 황야에 풀어 놓는 것이다.”

글쓰기에서도 커다란 들판이 필요하다. 너무 고삐를 세계 잡아당기지 말라.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p208

 

규칙적인 연습은 창조력을 마비시킨다

마음은 다른 곳에 두고 단지 규칙을 맞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 것처럼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는 없다. 만약 당신의 기본 자세가 이렇다면 당장 글쓰기를 중단하라. ...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갈증을 느껴, 말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을 때까지 기다려라. 그런 다음 글쓰기로 돌아가라. p210

 

만약 하루도 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계속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잠시라도 완벽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해 보라. p210

 

“난 일요일마다 아이들에게 핫도그나 만들어 주면서 내 인생을 끝내진 않을 거야!”

“나탈리, 이건 불법이잖아. 밭 주인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 고발하지 않을까?”

그렇다. 엄격하게 말하면 내가 하는 짓은 ‘사유지 침해’라는 엄연한 불법 행위였다. p213

 

법규란 남을 다치게 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사려 깊은 사람은 굳이 법규를 들먹이지 않아도 항상 경우에 맞는 일을 하는 법이다. 나는 옥수수 알을 뽑거나 뿌리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옥수수들 사이의 틈새로만 걸어다녔다. p214

 

글쓰기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리에게는 진실을 말할 신성한 임무가 있으며, 그 임무는 종이에서부터 걸어 나와 우리의 인생 전체로 들어가는 것이다. p215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글쓰기는 숨을 쉬는 것과 똑같다. 아무리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어도 숨쉬기를 잊어버릴 순 없다. 정원을 손질해야 하고, 지하철을 타야 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소중한 일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p218

음식에 대해 써 보라

정말 잘 읽히는 글이다. 여러분도 싫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써 보라. 뭉뚱그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음식 하나를 골라야 한다. 거기에 살을 붙여 나가자. 어디에서 누구와 같이 먹었는지, 어느 계절에 그 음식을 먹었는지 등의 세부사항을 가능한 한 자세하게 묘사해야 한다. p221

 

외로움을 이용하라

“제가 고독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아니요. 고독은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냉수 샤워를 합니다. 그때마다 물의 차가운 기운에 펄쩍 놀랍니다. 하지만 나는 물줄기를 피하지 않고 계속 서 있습니다. 고독은 언제나 우리를 물어뜯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서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독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p224

 

고독을 이용하라. 고독의 아픔은 당신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고독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 고독을, 당신의 더 깊은 곳을 탐사하는 내시경으로 이용하라. p225

 

스스로에게 넌덜머리가 났을 때

아니면 아주 커다란 도화지에 글을 써 보는 것도 좋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흰 옷을 입거나 목에 청진기를 걸고서 글을 써 보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만 된다면 얼마든지 파격적으로 변신을 해도 좋다. p227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라

선을 접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난 때였다. 나는 좌선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 “당연합니다. 당신이 내면 깊이 들어갈수록 당신은 점점 더 당신 자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에게 물려 준 유산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오만불손하게 나의 뿌리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p229

 

어린 시절 유태교의 축제날 사람들이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기도하는 것을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히브리 언어만이 가지고 있는 음률이 감수성 많은 소녀의 몸 속으로 그대로 파고 들어온 것이다. p230

 

나는 나의 뿌리를 찾고자 이스라엘에 갔을 때 내가 유태인이면서 또한 미국인이며, 페미니스트이고, 작가이며, 불교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현대 사회의 산물이며, 이 사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자 한계다. ... 우리는 자신의 뿌리가 묻힌 곳에서 발견되는 고통을 견디기 싫어서, 그것을 외면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도망’을 선택한다. 우리가 자신을 만들어 준 최초의 장소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p232

 

이야기 모임을 만들라

나는 눈을 감았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나뭇가지는 앞뒤로 흔들렸고, 내 몸도 따라 흔들렸습니다. 그 나무와 나눴던 사랑의 감정은 언제까지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p235

 

그런데 갑자기 혀 같은 것이 내 어깨를 핥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름이 오싹 끼쳤습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습니다. 사슴 한 마리가 내 등에 맺힌 땀을 핥고 있었습니다. 나는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사슴이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고, 우리는 함께 산딸기를 계속 따먹었습니다. p235

 

벌거벗은 자만이 진실을 쓸 수 있다

글을 발표하는 동안에는 어떤 평도 없기 때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번 글쓰는 시간에 그 사람에게 글로써 알려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 작품에 평을 하지 않는 이 방식은 글로써 모든 것을 표현하겠다는 건강한 욕구를 만들어 준다. 말하고 싶은 에너지를 다음 번 글쓰기에 쏟아 붓는 것이다. 쉬지 않고, 쓰고 읽고 쓰고 읽는 것을 반복하는 이 방법은 내부의 검열관을 잘라 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p239

 

마라톤 수업은 자신을 열어보는 대단한 경험이다. 이 수업을 한 직후에는 벌거벗은 느낌, 제어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내 경우에는 이유도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자기 방어라는 외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기분. 벌거벗은 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기분과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p241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당신은 다시 고집쟁이로 돌아가고 외투를 입게 될 것이다. 마라톤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30분만이라도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가지라. 이때는 가능한 육체적인 노동이나 목적이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p242

 

나 혼자서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할 때도 이와 비슷한 감정이 찾아온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열어 보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자신을 벌거벗기고 해체시키는 기분. 하지만 이것도 괜찮으니 받아들이라. 벌거벗은 자만이 어느 것에도 왜곡되지 않는 진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p243

 

사무라이가 되어 써라

“잠깐만요. 사무라이가 뭐죠?”

톰은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고 쌀쌀맞게 대답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라는 뜻입니다!” p253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는 후배 시인인 앨런 긴즈버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약 그 시에 한 줄이라도 에너지가 있다면, 그 한 줄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 버려도 좋다.” 그 한줄이 바로 시라는 뜻이다. 시는 생명력의 그릇이다. 한 줄 한 줄이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 작품을 쓸 때 이런 부분은 간직하고 나머지는 잘라내 버려라. p253

 

자신이 쓴 글에서 어느 부분이 살아 있고 깨어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글이 계속 타 들어가 환한 빛을 내는 그 지점이 결국 하나의 시와 산문이 된다.... 완전히 태워버리는 것, 첫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것만이 모든 사람을 깨우고 모든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다. 누군가 정말 뜨거운 작품을 읽을 때, 그것이 듣는 모든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수업을 하면서 많이 보아왔다.

자신의 작품을 솔직하게 쳐다보라.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된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죽은 말에 채찍질하는 짓은 멈추라. 다른 글을 쓰라.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다. p255

 

고쳐 쓰기

자기가 쓴 글을 쓰자마자 다시 읽어 보지는 말라.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기 전에는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리라. 작품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p256

 

산만한 정신을 뚫고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훈련이다. 한 달 후 당신은 그 시절 당신이 썼던 노트를 읽으며 그 글의 훌륭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의 무의식과 의식이 만나 서로를 깨닫고 하나가 되는 시점이다. 이것이 작품이다. p259

 

좋은 부분들을 타이핑해 놓으라. 흰 종이에 검은 활자로 만들어 놓으면 그 작품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알아보기가 한결 쉬어진다. 오점이 있는 곳, 다시 말해 당신 마음이 들어가 있지 않은 부분은 떼어내라. 하지만 단어를 수정하지는 말라. 왜냐하면 이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믿는 능력을 심원화하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p259

 

고급 순모 정장을 차려입은 문학박사 출신의 비평가들을 스스로 불러 모아 모든 걸 트집 잡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짓은 하지 말라. p260

 

그 대신 작품을 다시 돌아볼 때는, 지금 이 순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라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전사, 즉 사무라이가 되어야 한다. 미련 없이 적을 잘라 내는 사무라이처럼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는 기꺼이 감상을 버려야 한다. 깨끗하게 본질을 꿰뚫는 마음으로 자신의 글을 쳐다보라. p260

 

자신이 쓴 글 중에서 좋은 부분은 표시를 해두라. 이것들을 글감 목록에 적어 놓으면 다음 번 다시 글을 쓸 때 그 중 하나를 잡아서 새롭게 시도해볼 수가 있다. 또 표시를 해둔 글은 그 문장에 대한 기억을 강화해 훗날 필요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그 문장이 떠오르도록 만든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 있던 별개의 부분들이 뭉쳐져서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p262

 

에필로그

이 책이 나에게 애인을 찾아 주지도 못할 것이며 아침에 칫솔질을 시켜 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중에 내 친구 미리암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이용당한 것은 사실이야. 바로 뮤즈에게 이용당한 것이지.” 나는 목욕을 했고, 비실거리며 욕조에서 기어 나온 다음 옷을 입었다. 그리고 깜깜한 밤길을 걸어 산타페 시내에 있는 카페 ‘외로운 늑대’까지 갔다. 나는 백포도주 한 잔과 토페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 “난 방금 책을 끝냈어요. 이젠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거예요”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 그러고 난 다음날 아침 나는 울고 있었고, 오후에는 최고로 신이 났다. ... 가장 힘든 싸움은 글 쓰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내가 과연 괜찮은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죠. p267

 

이틀 전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뛰어내리러 가요.”

아버지가 말했다.

“뛰어 내리는 건 상관하지 않겠다만, 꼭 그렇게 높은 건물을 골라야 하는 이유가 있냐?”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탈리, 이 책은 끝났어. 넌 또 다른 책을 쓰게 될 거야.” p268

 

3. 내가 저자라면

 

나도 그녀같은 책을 쓰고 싶다. 그녀처럼 세상에 아파하고, 글을 쓰면서 치유하고 싶다. 세상에 그럴싸한 책 한권 내어놓고 싶다. 그녀처럼 글을 쓰면서 자유롭고 싶다. 용기내어 사랑하고 싶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삶은 살고, 단 한 점 후회와 미련도 남기지 않고 살다 가고 싶다.

 

이 책은 마약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글을 쓰지 않고 침대로 향하는 사람에게는 깊은 죄의식을 꿈꾸게 하는 잔인함과 기어이는 다시 책상 위의 노트북의 전원을 켜게 만들고야 마는 악마 같은 힘이 있다.

 

글은 매우 짧으면서도 선동적이다. 짧은 글 하나하나의 제목이 글을 통해 말하려는 내용을 아주 쉽게 보여주고 있다. 소제목만으로 글 꼭지들의 내용들이 고구마 줄기마냥 줄줄이 당겨 들어온다.

 

나는 왜 강에 대한 글을 쓰려 하는가 물었다.

나는 자연과학자도 아니고, 투사도 아니다. 다만 한편의 시가 사람의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소통시킬 수 있고, 작은 기적하나를 부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일 뿐이다.

 

이틀 전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뛰어내리러 가요.”

아버지가 말했다.

“뛰어 내리는 건 상관하지 않겠다만, 꼭 그렇게 높은 건물을 골라야 하는 이유가 있냐?”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탈리, 이 책은 끝났어. 넌 또 다른 책을 쓰게 될 거야.” p268

새해다. 더 이상 나에게 2010년은 없다. 마흔 세 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주 세상에 나의 지난 10년 풍광이 담긴 책 한권의 초고를 넘겼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지인들 몇을 불러 와인 한 잔씩을 나누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나에게 말한다.

“진철아, 너는 이제 강으로 가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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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2 41. <내 인생의 첫책쓰기> 오병곤, 홍승완 박미옥 2011.01.03 2971
2671 북리뷰41-<뼛속까지내려가서 쓰라> 박경숙 2011.01.03 2471
2670 [리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최우성 2011.01.03 2484
2669 북리뷰 41.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_나탈리 골드버그(한문화) 박상현 2011.01.03 2477
2668 [북리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이선형 2011.01.03 2468
2667 내 인생의 첫책쓰기_발췌 맑은 김인건 2011.01.03 2857
2666 내 인생의 첫책쓰기_저자, 구성 맑은 김인건 2011.01.03 2872
2665 북리뷰 64 : 모리의 마지막 수업 - 모리 슈워츠 범해 좌경숙 2011.01.02 3254
2664 북리뷰- 뼈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이은주 2011.01.02 2847
» [북리뷰 41]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Writing down the Bones 신진철 2011.01.02 2610
2662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김연주 2011.01.02 2398
2661 코리아니티_발췌 김인건 2010.12.30 2450
2660 코리아니티_저자,구성 김인건 2010.12.30 2876
2659 [리뷰] 코리아니티, 구본형 최우성 2010.12.29 2497
2658 [북리뷰 40] 코리아니티 경영 신진철 2010.12.29 2498
2657 북리뷰40-<코리아니티> [1] 박경숙 2010.12.28 2582
2656 < 코리아니티 > / 구본형 / 휴머니스트 김연주 2010.12.28 2218
2655 북리뷰 40. 코리아니티 경영_구본형(휴머니스트) 박상현 2010.12.28 2466
2654 [북리뷰] 코리아니티, 구본형, 이선형 2010.12.28 2381
2653 [남편탐구]주제가 있는 독서 일기+코리아니티 박미옥 2010.12.28 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