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박상현
  • 조회 수 1456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1년 2월 14일 03시 26분 등록

* 원제 : The Empathic Civilization

. 저자 소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3년 1월26일~ )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자랐다. 1967년 펜실바니아 대학교 워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터프츠 대학교 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로, 1989년 기계적 세계관에 근거한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인류의 재앙을 경고한 저서 《엔트로피 법칙》으로 세계적인 이름을 얻었다. 1995년에는 정보화사회로 인해 머지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경고한 《노동의 종말 The End of Work》을 출간하였다
.

2000
년에는 인터넷 접속으로 상징되는정보화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 2002년에는 화석연료 고갈과 함께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 연료 시대를 다룬 《수소경제 The Hydrogen Economy》를 발표하였다
.

그밖에도 《생명권 정치학Biosphere Politics(1991), 《바이오테크 시대 The Biotech Century(1998) 등 많은 저서를 출간하였는데, 출간하는 저서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 칼라', '뉴사이언스', '수소경제' 같은 신조어도 리프킨이 만들어낸 용어이다.


. 내 마음에 무찔러드는 글귀

서문

 

인류사의 한복판에는 공감-엔트로피의 역설적 관계가 있다. 역사를 통틀어 새로운 에너지 제도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통해 훨씬 복잡한 사회를 창조해 냈다. 그렇게 기술적으로 진보한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인간의 의식을 확장하고 공감적 감수성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에너지 사용은 많아지고 자원은 더욱 빨리 고갈된다. 공감의식이 커질수록 지구의 에너지와 그 밖의 자원의 소비가 급증하고 그래서 지구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다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6

 

. 인류사에 감추어진 역설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이 태어날 때는 원래 타불라 라사 tabula rasa 즉 백지 상태의 서판이었으나 나중에 사회에 의해 빈 공간을 채워 간다고 주장했다. 14

 

인간의 능력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것이면서도 소홀히 다루어졌던 공감 능력은 사실 모든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보편적 조건이다.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핑계이고 억지이고 거짓일 뿐이다. 공감적 고통empathic distress :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은 우리 인종만큼이나 역사가 깊어,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친척인 영장류, 그리고 포유류의 조상에게까지 연결된다. 16

 

자아의식의 개발은 공감 의식과 단단히 얽혀 있기 때문에, 공감이라는 용어가 하나의 어휘로 자리 잡게 된 시기도 1909, 즉 근대 심리학이 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역학 원리를 탐구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공감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토론할 적절한 은유를 발견하고 깊이 감추어진 복합적 의미를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이 정립될 만큼 자의식이 발달했을 때였다. 마음의 이론으로 인간은 가장 깊숙한 내면의 느낌과 생각의 성격을 다른 사람의 가장 깊숙한 감정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 것이다. 18

 

사실 불과 여섯 세대 이전인 1880년대 중후반을 살았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때에는 남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치유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과 생각에서 자신을 떼어 놓아야만 하는데 그런 거리감을 가질 능력이 그분들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18

 

공감이라는 용어는 1872년 로베르트 피셔가 미학에서 사용한 독일어 Einfuhlung감정이입에서 유래되었다. 감정이입은 관찰자가 흠모하거나 관조하는 물체에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용어로, 실제로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원리를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빌헬름 딜타이는 이 미학 용어를 빌려 와 정신 과정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다. 그에게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했다. 19

 

공감의 , pathy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것을 뜻한다. 19

 

공감하는 사람은 분별없이 자의식을 내던지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 빠져드는 법이 없으며 그렇다고 이기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려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뉴욕 대학교 심리학 교수 마틴 L. 호프먼이 주장하듯 공감은 더 깊은 곳을 흐르는 의식이다. 호프먼은 공감을 자신의 상황보다 다른 사람의 상황에 더 잘 맞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과정의 엮임이라고 정의한다. 21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곤경을 정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촉발되고, 현재 그들의 조건을 따져본 후,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또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감정적 반응실천적 반응이 뒤따르는 것을 공감이라고 본다. 즉 이들은 공감을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총체적 반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21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다른 동물이나 야생과 친해지려는 동료 의식을 유전적으로 타고났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은 자연에서 고립될수록 심리적 박탈감은 물론 신체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되며 그것이 인간에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한 자연은 19세기의 시인 앨프리드 로드 테니슨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운 포악함이라고 묘사한 자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3

 

프로이트에게 사회화는 그 자신이 궁극적으로는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했던 기본적 충동을 억누르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런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아이들이 현실 원칙을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며, 그 원칙은 애정, 유대감, 친밀감, 소속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속감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충동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것이라고 그들은 보았다. 30

 

실제로 인간은 지구에서 살아온 기간의 93퍼센트를 서른 명에서 150명 정도의 작은 부족 집단을 이루어 사냥하고 약탈하며 살았다. 구석기 조상들에게도 공격성과 폭력은 있었지만, 규모로 따지자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짝을 고르기 위한 갈등이나 침략에 맞서 영토를 지키려 할 때로 제한되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침팬지를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인간은 훨씬 더 오랜 기간을 서로 돌보고 함께 놀고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며 지냈다. 32

 

가축cattle 자본capital은 어원이 같다. 가축은 재산이었다. 가축은 최초의 움직이는 재산이었고, 서로 교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표준 매체였으며, 사람이나 영토를 지배하는 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였다. 33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70억에 가까운 인구가 지구상의 동물 총량의 1퍼센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복잡한 글로벌 경제 사회의 인프라로, 우리는 현재 지구의 순일차생산량net primary production 24퍼센트를 소모하고 있다. 이는 광합성으로 유기물질을 기르는 데 전환되는 태양에너지와 같은 양이다. 35

 

우리는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유색인종, 소수민족, 소수 종교 신봉자 등 종전에는 동료로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인간에게까지 공감의 범위를 확대했고 사회적 권리와 정책과 인권법, 심지어 이제는 동물보호법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감성을 성문화했다. 36

 

우주의 에너지는 늘 일정한 반면, 그 형태는 끊임없이 바뀐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일방적이어서 사용 가능한 것에서 사용 불가능한 쪽으로 움직인다. 열역학 제2법칙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38

 

이처럼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손실을 엔트로피라고 한다. 엔트로피라는 단어는 1868년 독일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가 만들어낸 말이다. 38

 

에너지는 고농도에서 저농도, 즉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를 때 일을 하게 된다. 39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모든 에너지는 일정하여 생겨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법칙이다. 오직 형태만 바뀔 뿐이다. 2법칙은 에너지는 한쪽 방향으로만 변한다는 법칙이다. 즉 사용할 수 있는 것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변한다. 2법칙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사용할 수 있는 농축된 에너지로 시작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흩어진 에너지로 변한다. 40

 

생존을 위해 환경에서 얻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된 에너지로 바꾸어 유지되는 조직이 바로 사회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프레드릭 소디는 열역학법칙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열역학법칙은 결국 정치 체제의 흥망, 국가의 자유나 예속, 상업과 산업 운동, 부와 빈곤의 기원, 인종의 일반적인 물리적 복지 등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41

 

생명은 비평형 열역학의 일례라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즉 생명은 보다 더 큰 환경에서 공짜 에너지나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처리함으로써 평형상태, 즉 즉음과 거리를 두고 질서를 유지한다. 42

 

20세기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일종의 제국주의자이다. 그들은 가능하면 많은 환경을 그 자신과 자신의 씨앗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의 분류 체계에서 진화가 잘된 종일수록, 자신의 비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도 많고 살아 있기 위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엔트로피도 많다. 42

 

화학자 G. 타일러 밀러는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대략 80에서 90퍼센트의 에너지가 열로  소모되어 주변으로 사라진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43

 

유기체가 진화할수록, 평형을 피해 자신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더 많아진다. 43

 

미국의 인류학자 조지 매커디는 『인간의 기원 Human Origins』에서 인간의 경험을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실제 사용량이 늘어나는 진화 과정으로 본다. 어떤 시대, 어떤 민족이나 집단이 이룩한 문명의 정도는 에너지를 인간의 발전과 필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인류학자들도 대부분 이런 견해에 동조한다. 가령 레슬리 화이트는 에너지를 모든 인간 문화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사용한다. 그는 한 문화의 업적이 높은지 낮은지는 개인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의 기능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작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이용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화이트를 위시한 인류학자들은 거듭 강조한다. 45

 

역사적으로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중요한 강제력은 잉여 에너지의 사용 능력이었다고 오덤은 지적한다. 인간의 모든 창조력을 다 모아도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찾아내어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비축량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46

 

레슬리 화이트는 에너지 사용과 문화 진화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문화의 진보를 평가할 수 있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인이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고, 두 번째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을 하게 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의 능률이며, 세 번째는 생산된 재화와 용역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화이트는 결론짓는다. 개인이 1년에 이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증가하거나 에너지를 일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적 수단의 효용성이 증가할 때 문화는 진화한다. 46

 

새로운 에너지-커뮤니케이션-의식의 구조는 인간이 평형상태와 멀리 떨어진 상태에 있을 때 번창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복합체는 인구를 유지하고 세대간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의 흐름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그들의 연속성은 환경에서 전체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50

 

우리가 본성적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섭을 넓히고 심화시키려 하고, 또 실제로 규모로 보나 의미로 보나 더 큰 사회에 참여하여 우리 자신을 초월하려는 정서를 가진 종이라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구조는 그런 인간의 여정에 탈것을 제공해 주는 셈이다. 새로워지고 복잡해진 에너지-커뮤니케이션-의식 구조 덕분에 인간은 시간을 절약하고 공간을 좁힐 수 있다. 51

 

인간이 의식을 가지게 된 진화적 존재라면, 그것은 분명 시간적, 공간적 관계의 현실을 열정적으로 추구하여 우주에 가담하려 애를 쓰는 그 자신의 의식 때문일 것이다.(이디스 코브) 52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을 확대할 필요성, 즉 살고 숨쉬고 존재하기 위해 창조해야 할 필요성은 실제로 개인적인 생존 가능성으로서의 자기 증식의 필요성에 앞설 뿐 아니라 당연히 그런 필요성을 초월한다. .(이디스 코브) 52

 

골수 다윈주의자라면 그런 이단적인 주장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윈주의자들은 보다 복잡한 생활제도와 사회구조를 만들려는 인간의 충동은 우리 자신의 개인적 생존과 번식을 보장하기 위한 타고난 생물학적 필요의 구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53

 

다른 사람도 유한한 생명을 갖고 잘살아 보려고 발버둥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공감 인식은 비로소 엔트로피의 인식에 가 닿는다. 53

 

열역학 법칙, 특히 엔트로피 법칙은 살아 있는 매 순간이 유일한 것이며 반복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 갈 뿐 젊어질 수는 없다. 또한 그런 이유로 해서 우리는 우리의 물리적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지구의 사용가능한 에너지를 빌려 쓰고, 또 죽음과 분해의 평형상태와 거리를 두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53

 

우리 각자가 주변 환경에서 개인적인 엔트로피의 빚을 늘려 가는 덕에 우리의 복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53

 

내가 나 자신에 관해 일아낸 것이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너에게서 나의 일부를 확인하고 너는 내 안에서 너의 일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54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엔트로피의 보복과 정비례해서 공감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우리의 관심과 감성도 함께 커져 간다. 55

 

1부.           호모 엠파티쿠스

 

2.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견해

 

프로이트가 그린 인간의 본성은 너무 추하고 볼품없는 것이어서 오히려 그 점이 세간의 관심을 쉽게 자극할 수 있었다. 60~61

 

프로이트 유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물질적 이기심을 성적인 면으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61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황금률을 비웃으며, 프로이트는 그 어떤 것도 인간의 본래 성격을 그렇게 강력하게 거스를 수는 없다.고 말한다. 프로이트의 도식대로라면 문명은 인간이 마지못해 받아들인, 편의에 의한 타협일 뿐이며, 그 안에서 인간은 얼마간의 행복의 가능성을 얼마간의 안전과 맞바꾸었다. 63

 

프로이트의 세계에서 인간의 다른 모든 정서는 단지 성적 충동과 죽음 본능에 억눌린 잔재일 뿐이다. 사랑이나 다정함조차도 에로틱한 충동이 억압되고 약해진 상태로 표현된 것이라고 그는 본다. 문명에는 오직 한 가지 목적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 들고 물질적 이익을 증진시킴으로써 리비도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목적의 수단이 곧 문명이다. 65

 

이상하게도 프로이트의 분석에는 새끼를 키우는 동물들에서 볼 수 있는 강력하고도 부인할 수 없는 힘인 모성애에 대한 어떤 깊은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 65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가부장적 심리학이어서 여성의 본성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 자신이 그렇게 고백했으며, 이런 이유로 그는 엄마와 아기의 관계의 진정한 의미, 즉 사랑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애슐리 몬태규) 67

 

소설이 자아를 반성하는 도구였다면, 전화는 잡담을 나누며 여성의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도구였다. 68

 

한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싶고 그의 사랑을 상대방이 받아 주었으면 하는 하는 바람이 좌절되는 것, 그것이 아이가 겪게 되는 가장 큰 마음의 상처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이런 상처가 유아를 성적 관심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만든다. 즉 아이는 외부 대상과의 정서적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대체 만족을 찾아 보상받으려는 시도로 성적 관심에 의존하는 것이다.(윌리엄 페어베언) 73

 

      ;리비도의 목표는 중요성에 있어서 대상관계에 비해 이차적이다. 그리고 ②리비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충동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73

 

인간의 파괴성은 아이가 적절한 공감(강조하지만 최대의 공감이 아닌)에서 비롯되는 반응을 원하는데도 자기대상이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할 경우에 나타난다.(코후트) 75

 

코후트는 수년 동안 환자를 직접 관찰하면서 발달에 정말 중요한 것은 충동 그 자체가 아니라 자아를 구성하는 데 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부모의 공감적 반응이 미약하거나 아예 없으면, 아이의 발달은 억제된다. 이런 상태에서 충동은 당연히 강한 유형이 되고 파괴적 분노가 아이의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76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어서 아기에게 한몫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면 그 관계는 좌절되고 자아의식의 발달도 억제된다. 79

 

수티는 타고난 유대감에 대한 요구를 유아가 자기보존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보았고 그것이 인간 본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80

 

수티는 토머스 홉스와 후기 계몽사상가들의 이론에도 칼을 들이댔다. 이들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기본 동기를 물질적 이기심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수티는 요한 하위징가처럼 놀이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놀이를 통해 유대감을 만들고 신뢰를 쌓고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놀이는 우리의 실존적 외로움을 극복하는 수단이고, 최초의 놀이 친구였던 엄마와 함께 처음 이룩했던 유대감을 되찾는 곳이다. 81

 

다정함을 성적 각성이 미약한 형태로 승화된 것이라고 여겼던 프로이트와 달리 수티는 다정함을 날 때부터 스스로를 표현하는 근원적 힘이라고 보았다. 81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공생적 관계여서 애정이라는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 상호성이 사회성의 핵심이며 그런 상호성위에서 관계가 수립된다. 상호성이 막히면, 자아의식과 사회성의 발달은 방해받고 정신병리학적 증세가 나타난다. 82

 

부모가 안정적인 애착과 독립적인 탐구 분위기를 번갈아 가며 마련해 주어 둘 사이의 바람직한 균형을 잡아 주면, 아이는 자아의식을 건강하게 발전시키고 정서적으로 성숙하게 되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포근하고 안정된 늒밈을 주지 못하거나 세상을 탐구할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하면, 아이의 자아의식은 억눌리게 되어 커서도 다른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 91

 

특히 정서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아기가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은 부몬와 얼마나 잘 통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공감이 잘 이루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엄마와 아기가 정서적으로 잘 통하지 못하면, 아기의 두뇌는 생래적 결합을 지속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99

 

3.  생물학적 진화에 관한 감성적 해석

 

거울신경세포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이는 개념적 추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서이다. 생각이 아니라 느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리촐라티는 말했다. 102

 

자폐아의 거울신경세포 회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6

 

찰스 P. 스노 같은 학자들이 여러 해 동안 통섭지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것은 사실이지만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생물학과 문화가 서로 다른 궤도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거울신경세포의 발견은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깨뜨린 것처럼, 생물학과 문화의 이분법 역시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106

 

심지어 공정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동물도 있다. 111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폴 맥린은 인간 진화의 측면에서 어떤 행동적 발달도 놀이를 위한 두뇌의 잠재력보다 더 근본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116

 

놀이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일어나지만 시간과 공간 개념이 없는 것으로 경험되는 경우가 많다. 경험 그 자체는 가상presence이어서 놀이라는 경험에 초월적인 특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현실적이면서도 느낌으로는 다른 현실을 갖고 있다. 117

 

사회화 과정에서 놀이가 그렇게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놀이가 상상력의 고삐를 풀어 주기 때문이다. 놀이를 통해 우리는 대체 현실을 끝없이 만들어 내고 정해진 시간 동안 대체 현실을 탐구한다. 우리는 거대한 타자, 즉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존재의 무한한 영역을 헤치는 탐험가가 된다. 118

 

상상을 통해 우리는 실체적인 경험과 정서와 추상적 사고를 하나의 종합적인 앙상블, 즉 공감적 마음으로 모은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정서적일 뿐 아니라 인지적이다. 우리는 정서를 표현하고 동시에 추상적 사고를 창조한다. 119

 

놀이는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 가장 심오한 행위이다. 놀이는 집단적 신뢰가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놀이하는 사람은 경계심을 풀고 잠깐이나마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함께 있다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119

 

인간이 자신을 자유로 이해하고 그의 자유를 사용하고 싶을 때…….그 때 그는 놀이를 한다.(장 폴 사르트르) 119

 

감사의 표시는 더 긴밀한 유대감으로 구성원을 이어 준다. 124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반응하는 것이다. 130

 

4.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

 

그린스펀은 자의식을 갖춘 정체성의 발달은 전적으로 몇 년 동안 친밀감을 통해 양육된 아이와 부모 사이의 공감적 관계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부모가 아이의 정서 상태를 정확히 읽고 효과적으로 반응할 줄 알아야 아이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136

 

정신 건강은 인간성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필요로 하며 인간성은 잘 발달된 공감 인식을 필요로 한다고 그린스펀은 지적한다. 137

 

마틴 호프먼은 쌍방향적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생래적 요소가 생각보다 더 강력한 추진체라고 본다.윌리엄 제임스도 정서적 상태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생리적 자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울기 때문에 속상해지고, 두들기기 때문에 화가 나고, 떨기 때문에 무서워진다.고 보았다. 이것을 구심성 피드백이라고 한다.140

è     그러니 웃어라!!!

 

사회적인 규범을 어겼을 때 체벌을 가하는 방법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 원만한 공감 능력을 갖춘 아이로 성장하게 만들 수 없다. 아이에게 잠재되어 있는 공감 능력을 일깨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추리를 유도하는 것이다. 146

 

마지막으로 가장 성숙한 형태의 공감적 반응은 전체 집단이나 심지어 동물 전체의 고통을 자신의 고민으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일은 한 개인의 곤경에 공감하고 그 고통이 그가 속한 집단 전체의 경험을 나타날 때 흔히 일어난다. 예를 들어 학대받는 여성, 소수 종교집단, 동성애자처럼 지배 문화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159

 

호프먼은 기분 좋아지기 위해 사람을 돕는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164

 

기타야마는 《저널 오브 퍼스낼러티 앤드 소셜 사이콜로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동정을 강조하는 불교 문화와 역할 의무에 역점을 두는 유교문화에서 부모의 양육 방식은 두드러지는 것보다는 적합한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169

 

5.  인류 여정의 의미를 재고하며

 

13세기의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은 자신만의 생명력을 얻어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 운명을 개선하고 현세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꾸려 가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기 시작했다. 이런 세속적 합리성은 은총 및 구원의 세계관과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173

 

육체는 덧없는 특성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육체는 인간의 약점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끊임없이 알려 주는 대상이다. 육체는 젊은 시절에는 욕망의 대상으로 사용되고 늙어서는 기운이 다하고 땅에 묻혀 썩어 가는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전락한다. 177

 

무엇보다도 육체는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중에도 외부 세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반응할 때 나오는 감정은 특히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성서도 데카르트식 성찰도 인간의 감정에는 별다른 관심을 할애하지 않았다. 177

 

신앙적 인식과 합리적 인식은 둘 다 존재에 대해 비실체적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인간으로 하여금 공감이란 영역을 개발하여 성숙한 사회적 존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느낌과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감정과 느낌이 없다면, 공감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공감이 없는 세상에는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있을 수 없다. 178~179

 

그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 실체적 경험,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고 전제하면서, 그런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공감 능력, 즉 다른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그의 마음을 읽고 반응하는 능력은 인간이 세계에 참여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만들고, 언어를 발전시키고, 설득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적이 되고, 문화적 설화를 지어내고, 현실과 존재를 정의하는 방법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179

 

인식에 대한 접근법으로서 실체적 경험이라는 개념은 신앙과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구시대적 방법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179

 

그러나 실체적 경험은 그렇게 인간을 매료시켰던 종전 세계관의 중요한 특징은 버리지 않으면서도 우리를 신앙의 시대이성의 시대에서 빼내어 공감의 시대로 데려간다. 179

 

감정을 인간이라는 방정식에서 제거함으로써, 데카르트는 인간을 느낌없이 합리적으로 계측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182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긴요한 일은 일상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복잡성, 나약함, 유한성, 그리고 독특함을 상기시키는 일일 것이다. 182~183

(인토니오 다마지오, 『데카르트의 오류』)

 

우리 존재의 진정한 육체성을 억누르고 세계와 우리를 진정한 물리적 방법으로 묶어 주는 감정을 솎아낸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즉 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핵심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183

 

다마지오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감정과 느낌의 과정에서 어떤 면은 합리성에 필수적이다.183

 

생각 그 자체의 발달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우리 자신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다른 사람과 끊임없는 교제를 통해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각자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 대해 경험한 부분에 속한 실체적 존재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된다. 186

 

은유를 통해 우리는 현실을 상상하고 만들어간다고 레이코프는 강조한다. 은유는 몸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 준다. 은유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써먹을 수 있고 그래서 우리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준다. 왜냐하면 그들의 경험 역시 모든 인간에게 한결같이 공통적인 몸의 공간적, 시간적 방향감각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191

 

은유적 언어를 사용하면 내면의 세계를 공유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192

 

새로운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현실은 공유된 경험을 함께 만들어 나아가는 어떤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객관적이고 자율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공유하는 공통의 이해에 관한 설명이다.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거대한 도식 속에서 모든 관계가 썩 잘 들어맞는 방법을 통째로 알려고 한다는 말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보다 더 큰 그림에 우리가 속해 있는 방법과 속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195

 

진리는 자율적 사실이 아니라 만물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진리는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공통의 경험적 기반을 함께 만들기 위해 모이는 틈새 영역에 존재하는 이해이다. 196

 

그 때 모든 진리는 우리의 현존하는 관계와 공통으로 공유된 이해를 체계화하는 것이다. 존재는 관계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 그것이 존재의 진리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체적, 철학적 접근은 우리의 경험적 존재를 무시하는 신앙과 이성과의 근본적인 결별이다. 196

 

실체적 경험을 내세우는 철학자에게 인생의 의미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가능한 한 존재의 현실을 깊이 경험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는 가능한 한 폭넓게 그 경험을 구가하는 것이다. 196

 

자유가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능력이고,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그 사람이 맺는 관계의 친밀함, 범위, 다양성이라면, 취약한 점이 많을수록 사람들과 의미 있고 허물없는 관계를 맺는 데 더 개방적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취약하다는 것은 나약하거나 남의 제물이 되기 쉽다는 뜻이 아니라 깊은 교제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을 주고 받는다는 뜻이다. 198

 

진정한 용기는 자신을 숨김없이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실체론 옹호자들은 말한다. 용기는 자신의 삶의 가장 본질적인 세부 사항까지 상대방의 손에 맡길 의향이 있다는 말이다. 취약하다는 것은 같은 인간을 믿겠다는 것이다. 그 믿음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할 것이라는 믿음이며, 당신이 상대방의 편리를 위한 목적에 이용되거나 함부로 취급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누구도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198~199

 

한 사람의 존재가 다른 사람과 감정적으로 같은 지평 위에 있지 않으면 진정한 공감은 불가능하다. 201

 

평등의 느낌을 드러낼 때 그것은 법적 권리나 경제적 수준의 평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존재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유하며 유한한 존재이며 잘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202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공감을 확대하는 것이 평등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상대방에게서 나 자신을 인식하고 내 안에서 상대방을 인식하는 능력이야말로 깊이 있는 민주적 경험이다. 203

 

공감할 줄 몰라 경험을 제한받는 사람의 인생은 그만큼 충만하지 못하다. 인생을 구가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단단히 묶여 산다는 것이다. 뚝 떨어진 혼자만의 삶은 그만큼 부족한 삶일 수밖에 없다. 207

 

프리드리히 헤겔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근본적인 존재로서 죽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 탄생의 시간은 죽음의 시간이다.라고 상기시킨다. 210

 

칸트가 대부분의 종교적 경험을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한 행동에서 이기적 측면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느낌의 경험까지 제거해 버리고 말았다. 그 느낌이야말로 동적 행동에 힘과 강제성을 부여해 주는 경험인데도 말이다. 219

 

공감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도덕적 당위이고 보편적 책임이니까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감은 직접 느끼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의 비약적인 경험이다. 221

 

2부.            공감과 문명

 

6. 고대 신학적 사고와 가부장적 경제

 

의식이 바뀌면 무엇보다 지구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바뀐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수렵채집 문화에서 사는 사람과 관개농업 사회에서 사는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산업사회에서 사는 사람과 농경사회에서 사는 사람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 에너지 제도가 질적으로 달라지면 에너지의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도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사고도 현실을 달리 이해하고 구성하게 된다. 227

 

관개농업 문명은 세계를 治水의 은유로 바라본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관계된 은유를 사용하는 이데올로기적 의식과 얽혀 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용어를 통해 우주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229

 

의식의 각 단계들은 또한 우리타인의 경계선을 긋는다. 벽 저편은 인간이 사는 땅이 아니라 낯선 존재들의 거주지이다. 신화적 인간에게 낯선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나 괴물이다. 신학적 인간에게 그들은 이교도이며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이다. 이데올로기적 인간에게 그들은 야만인이다. 심리학적 인간에게 그들은 병자이다. 229

 

과거, 현재, 미래 같은 개념과 갈등의 해결은 모두 이야기라는 수단을 통해 아이에게 주입된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재능은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방법이다.라고 본다. 사건을 끄집어내어 이야기로 만들다 보면 한 발짝 물러나 경험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다. 232

 

이야기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을 연결하고 통합해 주는 수단이자, 우리와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인생사를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수단이다. 그것은 인생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발레리 하드캐슬) 233

 

위대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뤼시앙 레비브륄은 원시인의 마음을 희미한 결합체 a mist of unity라고 불렀다. 원시인은 깊은 무의식적 관계라는 불가사의하고 신화적인 세계에서 살았다. 그는 호랑이나 코끼리를 호랑이와 코끼리의 형상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36

 

구두로 규범이 전해지는 문화에서는 규범화된 정서적, 행동적 반응이 요구되지만, 문자를 가진 문화에서는 개인적 정서와 행동의 반응이 법에서 지정하는 추상적인 규범을 참고로 하여 각각의 고유한 상황에 따른 독특한 환경에 맞춰야 했다. 243

 

도시에서는 군중 속의 고독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한편으로 도시 생활은 공감의 확대를 통해 다른 고유한 자아들과 공감할 수 있는 고유한 자아를 창출해 낸다. 246

 

그는 모든 것을 보았고 모든 감정을 맛보았다. 「길가메시」는 오만했던 군주가 깊은 슬픔과 절망을 맛본 후에 자비롭고 인자한 왕으로 변모한다는 이야기이다. 248

è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의 중요한 모티프

 

역사에서 모든 사회와 문명은 자연계와의 관계뿐 아니라 미로 같은 사회적 관계를 비춰 주는 정교한 우주적 설화를 혼합했다. 우주론은 기존 질서를 정당화시켜 주고, 권력자는 그들의 행동을 만물의 자연 질서에 부응하는 것으로 합법화했다. 253

 

구두 의식은 청각에 의존하지만 기록 의식은 시각에 의존한다. 255

 

청각은 참여적 경험이다, 청각은 사람을 삼킨다. 우리는 소리에 빠진다. 이에 비해 시각은 친밀감이 가장 떨어지는 추상적인 감각이다. 시각은 고립시키고 분할한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명예교수 월터 옹에 따르면 전형적인 시각 관념은 판명과 분석이다. 반대로 청각적 관념은 조화와 종합이다. 255

 

소리는 둘러싸지만 시야는 펼쳐진다. 소리는 감싸는 인식 감각으로 이끌지만 시야는 탐구적 인식으로 통한다. 구두 문화의 생활은 대부분 공개적이기 때문에 혼자 생각하고 혼자 돌아다니면 다들 수상한 눈초리로 보았다. 256

 

상호적인 구두 문화에서는 모두가 언제나 함께 있다.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은 뒤엉켜 함께 잤기 때문에 성행위조차도 은밀히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256

 

히브리 사람들이 이룩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신화적 의식을 단숨에 신학적 의식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신화적 의식에서 신은 집단적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지만, 신학적 의식에서 신은 유일하고 보편적인 강력한 힘을 앞세워 각 개인과 대화를 시도한다. 265

 

동정은 다른 사람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이다. 자신의 만족이나 욕망만을 추구한다면, 에고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274

 

깨달음의 핵심은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유일한 우리가 수없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인식과 개인의 정체성의 본성과 관련하여 자신의 준거 기준을 바꾸고, 그것을 공감적 관계로 구성된 것으로서 본다면, 에고에 의해 움직이는 리비도의 욕망 따위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실 리비도 따위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충족한 삶을 사는 실체적 존재에 부적합한 욕망이다. 276

 

관개 문명의 흥망성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몰락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해석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토양의 염분과 퇴적 작용의 변화에서 비롯된 엔트로피 수치의 증가를 가장 유력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276

 

7. 국제 도시 로마와 기독교의 발흥

 

로마제국은 고대 관개 문명이 최고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279

 

라티푼디움은 대지주가 노예를 투입하여 논밭을 경영하고 목축과 삼림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282

 

그의 권세는 야수 같은 힘을 휘둘러 나온 것이 아니라 나약함을 드러내는 가운데 나왔다. 예수 안에서 인간은 직계 혈족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 심지어 가장 비천한 존재들까지 같은 인간에게 의식적으로 공감하기로 작정한 개인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스도 이야기는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감정적인 평등의 스토리이다. 292

 

사탄을 활용한 것은 서유럽 기독교 전통에서 볼 때 새로운 특징이다. 사탄을 끌어들임으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고 그들은 하나님의 적이자 동시에 우리의 적이라는 특이한 도덕적, 종교적 해석이 생겨났다. 그런 갈등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적 해석은 기독교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서유럽 역사 전체를 통해 아주 특별한 효력을 드러냈다. 그 같은 역사는 또한 증오와 대량학살까지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296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서 자의식이 깨어 가는 과정을 스스로 깊이 있게 설명해 놓은 최초의 인물이었다. 309

 

로마 멸망의 원인을 말할 때면 흔히들 지배층의 부패와 타락, 노예 노동력의 착취, 야만족의 우월한 전술 등을 지적한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토양의 비옥도가 나빠지면서 농업 생산량이 줄어든 데서 찾아야 한다. 314

 

역사가들은 흔히 로마제국의 흥망을 거대한 정치적 현상으로 다뤄왔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로마제국의 흥망은 새로운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 체제가 만든 시너지 효과가 보다 복잡한 사회 제도를 조장하고 그 제도가 인간 의식의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역사에서 반복되는 테마의 고전적 사례일 뿐이다. 인간 의식의 변화는 공감의 물결을 증폭시키고 엔트로피 증가로 인한 피해를 증가시키면서 이 둘의 변증법을 전개해 나아간다. 319

 

8. 중세 말의 軟 산업 혁명과 휴머니즘의 탄생

 

9세기에 유럽의 문맹률은 최고조에 달했다. 321

 

16세기는 또한 중세 기독교 세계관이 교리와 결별하는 시기였다. 338

 

이 시대가 두드러진 점은 성자의 덕을 강조하면서 육체적 존재의 천박한 면을 타락한 것으로 혹평하는 경건한 인간의 뒷모습을 과감하게 응시했다는 사실이다. 340

 

의자는 신흥 부르주아의 감정과 느낌을 대변하는 도구로서, 각자가 자율적이고 자족적인 존재이며 스스로 하나의 섬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드러냈다. 349

 

1600년에는 결혼의 신성함이 중시되면서 가부장적 가족 관계에 커다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남자 여자 할 것이 부모가 정해 준 결혼 상대를 거부할 수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왕족이나 귀족들뿐이었다. 352

 

부유층 여자들은 몸매를 유지하고, 남편의 성욕을 만족시키고, 사교생활을 방해받지 않기 위하여 엄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아웃소싱했다.(18세기) 361

 

우리는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탈리아 사람을 만들 차례다.(마시모 다젤리오) 369

 

괴테는 자연에서든 사회에서든 한 사람의 개별성은 그를 둘러싼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우리 각자는 고유한 개인이지만, 그 고유성을 자율성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사회적 존재다. , 우리는 주변을 채워 주는 특정한 관계와 만남을 통해 삶을 꾸려 간다는 사실이 우리를 고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386

 

괴테는 모든 피조물이 고유하면서도 하나의 통일체 안에서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에 전율했다. 자연이 창조한 모든 것 하나하나가 자신의 개성을 갖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이다. 386

 

자연은 불변을 싫어하고 정체된 모든 것을 저주한다. …… 자연은 무로부터 모든 것을 만들지만 그것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흘러가게 할 뿐이다. 하지만 자연은 경로를 알고 있다. (괴테) 387

 

다른 사람들은 그네들의 입장에서 세상과 우리를 비교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섰을 때 우리를 가장 잘 대해 주고, 그래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상세하게 우리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심스레 관찰했다. 수많은 거울 속의 나를 보듯 다른 사람을 통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 자신과 나의 내면을 좀 더 분명하게 보고 싶어서 말이다. 387

 

괴테는 초월이 아닌 퇴행으로 귀결되는 자아도취적 명상을 혐오했다. 그는 온몸으로 세상에 뛰어들기로 작정하고 이렇게 썼다. 그러나 세상을 받아들일 줄 알고 그래서 세상에 말을 거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는 시인이다. 388

 

인간은 함께 할 경우에만 진정한 인간이며, 유일한 개인이라도 자신을 전체의 일부로 느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괴테) 388

 

『돈키호테』와 이후 몇 백 년동안 이어져 온 소설을 그토록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스토리 속의 등장인물은 허구이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사는 삶이 너무도 실감나는 정서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주인공은 스토리를 통해 현실을 창조해 낼 수 있고 독자들은 그들이 만든 현실의 낯익은 부분이 된다는 사실이다. 391

è     소설이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찾게 하는 이유

 

9. 근대 시장경제의 이데올로기적 사고

 

근대의 첫 공감의 물결은 새로운 에너지-커뮤니케이션 혁명의 부산물이었다. 409

 

중세 말의 목재 품귀 현상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화석 연료의 고갈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였다. 410

 

거울이 대량 생산되면서 자기반성에 관심이 모아졌다. 거울이 널리 퍼지기 전에는 불가능했던 생각이다. 412

 

마찬가지로 렌즈 역시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었다. 미술가들은 표면을 굴곡지게 만든 렌즈로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까이 볼 수 있었고, 덕분에 원근법을 더 잘 연마할 수 있었다. 412

 

낭만적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단서로 마리안Marianne이라는 이상적 시민에 대한 프랑스적 이미지만큼 적절한 예는 없을 것이다. 마리안은 혁명이 한창 고조되었을 떄 동정과 공감적 표현의 상징이 되었다. 그녀의 몸은 새로운 종류의 삶에 자양분을 주려는 혁명가들의 희망의 화신이었다. 422

 

그들은 여성을 자애롭고 이타적이고 심지어 친밀한 동료로 대할 의향은 있어도, 여성의 자유까지도 지지할 생각은 아직 없었다. 424

 

인간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상상할 수 있는 한해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본능적으로 배려하게 된다. 낭만주의 운동은 다름 사람을 자신처럼 상상하는 것을 중요시했다는 이유로 공감 의식의 진화라는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에 위치한다. 429

 

휘트먼은 욕망과 동경을 철저한 나약함의 표현으로 보고, 따라서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인생의 짧음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성 경험은 무엇보다 굴복하는 것이고 ,풀어 주는 것이고, 통제력을 잃는 것이고, 자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는 것이다. 섹스보다 더 육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없다. 섹스는 벌거벗은 모든 나약함 속에서 두 사람이 드러내는 생에 대한 덧없는 찬미이다. 434

à 섹시한 문장, 그 보다 더 섹시한 이미지!

 

10. 포스트모던의 실존적 세계에 담긴 심리학적 의식

 

저녁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녀의 애정사보다는 가족 간의 교제가 많아졌다. 474

 

니체는 신학자와 합리주의자들의 뒷덜미를 잡고는 절대 영혼이나 순수이성이라는 환상을 버릴 때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원근법적 시각, 즉 하나의 원근법적 인식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사물에 관해 많은 감정을 말하도록 할수록, 한 가지 사물을 관찰하는데 더 많은 눈, 다양한 눈을 사용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우리의 개념, 즉 우리의 객관성은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481

 

제임스 조이스나 마사 누스바움은 불완전하고 곤궁해도 생활의 평범함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정서적 수단과 공통의 인간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낭만주의자들은

초월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불완전함을 용납하기 힘든 것으로, 심지어 역겨운

것으로 폄하했다. 조이스는 이를 비판했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을 만나도 마법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모습 그대로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486

 

청소년이라는 개념이 나타난 것은 19세기 마지막 10년부터 20세기 첫 30년 동안이었다. 490

 

자존심=성공/허세

 

분자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분모가 줄어들어 분수가 커지는 쪽이 좋다. 허세를 포기하는 것은 허세를 만족시키는 것만큼이나 다행스러운 축복이다. (윌리엄 제임스) 499

 

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무엇이든 가능했을 것이다.(도스토예프스키) 517

 

칼 로저스는 대면 집단을 가리켜 아마 금세기에 가장 의미 있는 사회적 발명품일 것이라고까지 평가했다. 519

 

3부.            공감의 시대

 

. 세계적 공감의 정상을 향한 등정

 

노동력의 이동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국경이 의미가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532

 

동시에 다른 사람의 곤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공감의 강도가 줄어들면서 지켜보는 재미만 남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딱한 처지도 너무 자주 보면 둔감해지고 심지어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보았을 뿐이라며 선을 긋기도 한다. 537

 

인간의 생활이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복잡하고 밀집된 도시 중심으로 바뀐 것은 불과 200년 전의 일이었다. 538

 

상업적 유대와 공감적 유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얼핏 역설로 들리겠지만, 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분명 공생적이다. 540

 

지리적 조건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아서인지 이들의 문화는 지역을 초월하고 유동적이 되어간다. 존재 의식은 일정한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 달린 문제가 되었다. 문화는 상업이나 정치 활동과 마찬가지로 국적을 초월한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548

 

한 사람을 깊이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와 그 사람의 인생을 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는 것이다. 즉 그 사람만의 스토리를 안다는 것이다. 557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득이 높은 나라에 사는 사람의 87퍼센트는 탈물질주의 문화로 옮겨 갔지만,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의 74퍼센트는 생존 가치가 우선적인 문화에 주저앉았다. 565

 

그렇다면 문제는 분명하다, 공감의 물결을 타고는 있지만 지구와 대다수 인류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는 선택받은 소수의 인류가 과연 그들의 탈물질주의 가치를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작전 계획에 투입시켜, 더 늦기 전에 위기를 벗어나 그들 자신과 그들 공동체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미래로 향하도록 미리 손을 쓸 수는 있는가 하는 점이다. 565

 

공감 의식의 확대는 인간에 대한 배려라는 마지막 전초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적 공감은 이제 인류를 넘어 다른 생물에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83

 

이들은 전 세계의 18000명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 MSN 메신저 300억 건을 조사하여, 지구사의 모르는 사람 둘 사이에는 겨우 6.6단계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 좁은 세상 이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2007년 컴퓨터과학자 유레 레스코베크와 MS연구원 에릭 호로비츠) 592

 

12. 지구촌 엔트로피의 심연

미 국립과학원NAS 연구에 따르면 기후 체계가 어쩔 수 없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후 체계 그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속도로, 그리고 원인보다 더 빠르게 새로운 상태로 옮겨 간다. 605

 

오래전부터 생태학자들은 생태계의 진화를 개척 단계와 근극상 단계 near-climax stage로 나누어 설명했다. 개척 단계에서, 동식물군의 천이는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외부로 증식하고 확장한다. 개척 행위는 서식지의 물리적 성격을 바꾸고 새로운 먹이와 영양분을 만들고, 새로운 먹이와 영양분은 이어지는 단계에서 나타나느 종의 종류와 수를 바꾼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런 동식물군의 순서는 서로 의존적이고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물질과 에너지의 소비는 평형 상태가 된다. 616~617

 

근극상 생태계는 국제정치 회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데 유용한 지침이자 은유가 된다. 617

 

사람들은 절대적 조건으로 자신의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측정한다. 623

 

생물권 인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과 관련지어 생각할 때 특히 흥미로운 것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을 줄 모르고 관용이 부족하고 주변 사람들의 복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공감할 줄 모른다. 627

 

낙관주의자들은 세계적인 피크오일이 2030년에서 2035년 사이에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관주의자는 2010년과 2020년 사이에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633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지구에 사는 인간의 네 명 중 한 명은 전기를 구경한 적도 없고, 3분의1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여전히 가난을 면하지 못한다. 635

 

13. 분산 자본주의 시대의 여명

 

모든 인간이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줄어들고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인구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를 2차 산업혁명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장벽에 부딪혔다. 다시 말해, 정해진 석유 매장량을 압박하는 수요의 증가는 여지없이 가격을 밀어 올렸고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를 치면서 인플레는 더욱 위력을 발휘하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지구촌 경제를 위축시켰다. 642

태양에너지, 바람, , 지열, 파도, 바이오매스 등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3차 산업혁명을 떠받치는 최초의 기둥이다. 645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고 새로운 기술로 싼 값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그것을 에너지로 바꾸려면 먼저 그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이제 빌딩 산업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 그런 인프라를 설치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3차 산업혁명을 떠받칠 두 번째 기둥이다. 645

 

빌딩은 인간이 생산하는 모든 에너지의 30에서 40퍼센트를 소비하는, 인간이 야기한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주범이다. 645

 

3차 산업혁명의 첫 두 기동인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발전소 건물을 도입하려면 3차 산업혁명의 세 번째 기둥까지 함께 도입해야 한다. 다름 아닌 재생 가능 에너지의 저장법이다. 646

 

2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50년은 세계화 과정을 극적으로 바꿀 것이다. 무엇보다 개발도상국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빈곤이 지속되는 핵심 요인이다. 반대로 에너지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적 기회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이 자기가 쓸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권력 구조에도 강대국의 영향을 그만큼 덜 받을 것이다. 어느 나라나 재화나 요역을 각 지역에서 생산하여 전 세계에 팔 수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 정치학의 핵심이고 아래로부터 다시 짜는 세계화이다. 653

 

엘리트 화석연료와 우라늄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에서 분산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옮겨 간다는 것은 20세기를 특징지었던 지정학적 세계에서 탈피하여 21세기형 생물권 정치학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세기의 지정학적 갈등의 대부분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매장을 둘러싼 군사적, 정치적 갈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654

 

3차 산업혁명의 길에 들어선다면 물량이 제한된 화석연료와 우라늄을 두고 고조되는 긴장도 분산될 것이고, 지구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집단적 책임가에 기초한 생물권 정치학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654

 

경제활동은 더 이상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전의를 다지고 벌이는 적대적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통하는 선수들끼리 힘을 합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험이다.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를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 경제 개념은 물러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나 자신의 행복을 증폭시킨다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은 빛을 잃고 윈윈 시나리오가 대세를 이룬다. 661

 

새로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선형적이 아니라 인공두뇌적이다. 이것들은 사용하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시장 교환의 시작과 정지 메커니즘은 당사자가 시간을 매개로 지속적인 상업적 관계를 수립한다는 개념으로 바뀐다. 668

à 통신고객의 경우 서비스 사용시간이나 사용빈도에 따라 요금을 청구하는 방법은 어떤가?

 

필립스는 소비자와 소위 성과 계약 performance contract이란 것을 개시했다. 예를 들어 필리스는 보다 효율적인 소형 형광등과 대도시 지역의 LED 옥외 조명을 제공하기 위해 도시와 계약을 한다. 필립스는 조명과 설치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하여 이 계획에 들어가는 자금 일체를 부담한다. 그러면 도시는 필립스에게 협의한 일정 시간 동안 절약된 에너지에서 비롯된 수입을 필립스에 되돌려준다. 거래되는 형광등은 단 한 개도 없다. 형광등은 여전히 필립스의 소유이기 때문에 필립스는 공급자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이다. 671

à B2C 서비스를 B2B로 전환시키는 비즈니스 모델 아닌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수익을 늘리는 게 관건이겠다.

 

제품을 파는 방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효율과 보다 긴밀한 자원 관리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엔트로피의 흐름을 줄이는 문제는 모든 기업 운영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671

 

인터넷을 협업의 매개체로 활용하며 자란 N세대 Net Generation 젊은이들만 20억이 넘는다. 674

 

공감적인 사람은 고객과 하급자가 원하는 것을 간파하고 충족시키는 능력이 남다르다. …… 그들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을 찾아내고, 상대방의 의도에 정확히 반응한다. …… 결국 성장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공감은 다양한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과 사업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능력이다.(대니얼 골먼) 676

 

리더십 임무가 보다 복잡하고 협동적이기 되기 때문에, 관계 기술은 갈수록 중요해진다. ……여기서는 마케팅, 저기서는 전략, 또 여기는 보완, 이런 식으로 동분서주해 가며 기능성이 떨어지는 낡은 탑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깨닫게 되면, 리더는 교차 기능적인 팀의 일부로 평상시에도 그들의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된다. …… 그리고 그것은 모든 사람이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밀접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676

 

골먼은 이런 공감적 관리 유형을 친화적 affiliative이란 말로 표현하면서, 그것은 행동에 있어 협력적 경쟁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676

 

30년 뒤 에 사이먼 쿠즈네츠는 성장의 양과 질 사이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차이가 있다. 보다 더 성장하려는 목표는 무엇을 성장시키고 왜 성장시켜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어조를 높이면서 GDP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679

 

문화가 없다면 상행위나 통치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 두 부문이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지속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심어 주어야 한다. 681

 

경쟁보다 협동이 대세를 이루고 접속권이 재산권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삶의 질이 개인의 재정적 성공에 대한 갈망만큼이나 두드러지게 생각되는 분산 자본주의 경제가 자리를 잡으면, 공감적 감수성도 번영할 여지를 마련할 것이다. 685

 

14. 즉흥적 사회에서의 연극적 자아

 

인터넷 혁명은 준사회적 관계를 P2P관계로 바꾸어 놓았다. 중앙 집중식 상명하달, 1대 다자의 관계에서 오픈소스, 수평적, 다자 대 다자의 관계로 바뀌면서, 신세대들은 자신이 쓴 대본의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진 20억의 배우들과 글로벌 무대를 공유하며 모두가 함께 모두를 위한 연기를 펼친다. 이제 세계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의 무대이고 모든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배우이다. 691

 

오늘날 수 많은 사람들은 월드와이드웹에서 서로를 위한 역할연기를 하면서 평생을 보낸다. 수억의 젊은이들은 웹캠, 스카이프, 휴대폰 카메라, 비디오 녹화기 등을 갖추고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연기하고, 역사상 가장 크고 지속적인 연기 속에서 새로운 역할과 페르소나를 실험한다. 691

 

고프먼은 텔레비전의 전성 시대였던 1959년에 출간한 『일생생활에서의 자아 표현 The Presence of Self in Everyday Life』에서 모든 사람의 생활은 본인이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연극적으로 전개된다고 주장했다. 692

 

고프먼은 모든 의도적인 사회적 행동은 본질적으로 연극적이라고 생각했다. 694

 

복잡하고 상호 연결적이고 속도가 빠른 문명에서 연극적 의식은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인생의 무수한 역할과 집단적 사회 드라마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묻혀 있는 경제적, 사회적 네트워크가 복잡할수록, 각자가 연기해야 할 역할도 더욱 다양해진다. 694

 

인간의 행동을 연극적인 방법으로 바라볼 때, 자아는 더 이상 존 로크가 생각했던 것처럼 한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자아는 하나의 의식이며, 그 의식은 그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부여받은 것이다. 그 때 자아는 데니스 브리셋과 찰스 에질리가 『연극 같은 인생 Life as Theatre』에서 말한 대로,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로 나온 일종의 허구의, 짜 맞춘, 합의에 의해 유효성을 갖춘 자질이다. 695

 

로버트 퍼린버네이어검은 현실은 연극적이거나 드라마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현실로 여기거나 현실의 일부라고 여기는 것이 연극적으로 실현되고 구축된다고 역설한다.

 

세상은 소통할 가치가 있는 사회적 사실과 사회적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연극적으로 전개되어 하나의 주제를 드러낸다. …… 그때 연극은 사회와 떨어진 별개의 어떤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항상 사회에서 진행되는 것의 결정체이자 전형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사실상 연극이 사회적 관계의 본질이다. 695

 

연극적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인간 활동의 핵심에 놓고, 자아를 관계적 관점에서 다시 정의하며, 경험 그 자체를 연극적인 사건으로 만들고, 재산을 사람들이 자신의 많은 연극적 역할을 연기하도록 돕는 상징으로 변형시킨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스토리 가운데 어떤 한 면을 보여 주는 경험의 네트워크로 들어가고 나온다. 696

à 나폴레옹은 과거를 탈피하지 못하고 주어진 배역에 몰입하지 못해 좌충우돌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연극적 관점은 한 세대가 가상공간이든 현실 공간이든 사회적, 상업적 네트워크에서 움직일 때, 역할, 각본, 정체성, 무대 배경을 끊임없이 바꾸어 가며 그 세대에 부수되는 마음의 상태에 대한 생생한 묘사이다. 696

 

신화적 의식의 시대에 영웅은 한 인간의 척도였다. 그런가 하면 신학적의 의식의 시대에는 신앙심이 기준이었다. 이데올로기적 의식의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성실하고 선한 성격을 가져야 했다. 심리학적 시대에는 남의 눈에 잘 보이려고 집착했다. 그러나 연극적 의식 속에서 자란 세대에겐, 진정성이 그 사람의 시금석이 된다. 699

 

인간이 본질적으로 연극적이라면, 어떻게 진정성이 성립될 수 있는가? 모든 사람이 의식적이로든 무의식적이로든 다양한 무대에서 다양한 각본으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한다면, 그 많은 가면들 뒤에 있는 진정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아는가? 699

 

어떤 의미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 가면, 즉 페르소나를 취하는 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의 한 가지 면에 대한 진정한 표현일지 모른다. 즉 우리 각자가 사실상 다양한 인격의 혼합물이라면, 그때 문제는 우리가 그 순간에 맡는 특정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것이다. ★★★★★ 701

 

예측 가능한 1차원적 자아를 성립시켜 주는 내 것과 네 것이라는 낡은 개념은 물러나고 포괄성과 다차원적 자아라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선다. 케네스 거겐은 이렇게 말한다.

 

전통적 문화에서 태생적으로 비교적 끈끈하게 얽힌 통일된 자아의식은 다중적이고 경쟁적인 가능성에 자리를 양보한다. 끊임없이 변하고 연쇄적이고 논쟁적인 존재의 흐름에서 헤엄치는 복수적 사고의 조건이 나타난다. 708

 

완전 포화 상태의 자아는 전혀 자아가 아니다. 708

 

장 보드리야르는 우리의 사적 영역이 더 이상 객체와 상충하는 주체의 드라마가……펼쳐지는 무대가 아닌, 글로벌화되어 가는 사회를 본다. 우리는 더 이상 전혀 주체로 존재하지 않고, 다중적인 네트워크의 말초 부분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709

 

역할 연기는 그와 대립되는 실질적 자아가 보장되어야 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자아에 충실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식이 없다면, 역할 연기도 의미가 없다. 710

★★★★★

 

조사 결과, 일부의 우려와는 반대로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 사람일수록, 직접적인 대면이나 전화 통화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713

 

사람들과 친밀감과 공감의 유대감을 조성하려면 진정한 자아를 더 많이 드러내야 한다. 허물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내면의 참모습과 고통과 살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공유할 때만, 우리는 공감적 유대감을 수립한다. 715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처음 만나는 경우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낸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었다. 서로 가까워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 특히 말을 더듬거나 수줍어하거나 걱정이 많거나 그 밖에 외모나 사회적 결함 같은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716

 

사유재산 관계에 얽매인 배타적이고 자율적인 자아는 물러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글로벌 광장에 참여하는 포괄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자아가 들어선다. 731

 

15. 절정에 이른 경제의 생물권 의식

 

생물권은 지구라는 행성을 어떤 형태의 생명체도 자연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만큼 낮거나 높게 둘러싸고 있는 대기와 더불어 지구 주변의 덮개를 구성하는 종합적 생물계이자 생명 유지 장치이다.(생물권의 정의) 738

 

괴테는 그의 생각의 힘이 대상과 합일을 이루는 순간 활성화되고, 그 때 생각은 대상에서 분리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괴테는 진정한 통찰력은 초연한 관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현상에 깊이 참여할 때 얻어진다고 주장했다. ★★★★★751

 

대륙화는 이미 새로운 통치 형태를 가져오고 있다. 12차 산업혁명과 함께 성장하여 지표

차원의 에너지 제도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규제 메커니즘을 제공했던 민족국가는 생물권 전

체에 영향을 미치는 3차 산업혁명에 썩 잘 어울리지 않는다. 758

 

유럽연합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최초의 대륙적 통치 제도이다. 758

 

보편적인 공감적 유대 관계를 다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기후 변화와 대량살상무기의 증

식이라는 형태로 무섭게 속도를 올리고 있는 엔트로피라는 괴물과 충돌하고 있다. 761

 

. 내가 저자라면

문제의식을 전개해나가는 힘과 통찰력,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두루 살펴 주제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면에서 인문학을 빛낸 최고의 책이다. 800페이지 가까운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책의 구성은 촘촘한 짜임새를 보여 준다. 독자에 따라서는 공감을 이야기하면서 굳이 고대 역사부터 훑을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노라면 역사서인지 문화예술서인지 문명비판서인지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 든다. 내 결론은 숲과 나무를 함께 보라. 숲을 보기 위해서는 저자의 집필 의도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로서 브랜드를 쌓아온 저자에게 미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피크 오일이 내일이라도 닥칠 수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논한다는 것은 배부른 이야기가 되었다.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생존 위기에 봉착한 인류의 희망으로 공감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에너지 제도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인간의 공감적 감수성을 고조시키는 패턴을 보여왔다. 공감 의식이 커질수록 지구의 에너지 소비는 급증하고 지구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공감-엔트로피의 역설적 관계는 인류가 겪는 최초의 경험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남과 나의 구분이 본능이 되어 버린 인류에게 공감은 너무나 익숙하면서 이질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공감이 인류의 뿌리 깊은 자산이며 이 자산을 활용하지 않으면 미래란 없다라고 단언한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어지는 그의 장황한 역사 리뷰에는 사실 코 앞에 닥친 현실을 제대로 알려 세계를 구해야겠다는 선지자로서의 책임감이 짙게 배어 있다. 그는 결국 이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공감을 실천하라. 남과 당신은 관계로 연결된 하나unity이다.

 

자아와 관계의 상관성이며 역할 연기의 관점에서 관계의 원리를 풀어나가는 솜씨, 특히 3차 산업혁명에 대한 청사진에서 제러미 리프킨의 통찰력은 빛을 발한다. 리프킨은 자신이 그 동안 쓴 책들을 이 책 하나로 집대성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 짜집기가 아니라 맥락과 초점이 분명한 창조적 Rebuilding이었다. 일부에서는 오랜 공감의 전통을 지닌 동양의 역사를 배제했다거나 엔트로피에 대한 그의 해석이 자의적이라고 이 책을 비판한다. 그런 비판은 일면 타당한 것이지만 이 책이 지닌 탁월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 책은 또한 인문학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시중에 나도는 경영ㆍ경제 서적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동어 반복이다. 깊이 없이 개념 하나를 가지고 죽자 사자 유사한 정의와 잘 알려진 사례들을 쏟아 낸다. 요즘 컨설팅업계에서 진정성이란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을 참고한 것 같은데 내용은 별로 없다. 진정성 있는 서비스가 고객을 만족시킨다는데 How to가 빠져 있다.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맥락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공감이란 흔해빠진 단어가 제러미 리프킨의 혀를 통해 전해졌을 때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 것은 지난 1년간의 배움과 그 길을 함께 걸어온 동료 연구원들이 그의 글 곳곳에서 공명되었기 때문이다.

 

IP *.236.3.241

프로필 이미지
2011.02.14 08:26:51 *.10.44.47
해내셨군요.  ^^
얼렁 따라가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1.02.14 08:34:23 *.186.57.5
징그러... 상현이도 괴물이다.. ㅎㅎ
결국 해냈구나..ㅎㅎ
나도 책 신청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북리뷰 47. 공감의 시대_제러미 리프킨(민음사) [2] [1] 박상현 2011.02.14 14565
31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 [2] 효인 2009.12.22 14681
30 #11. 파우스트(괴테)Review file [3] [11] 샐리올리브 2012.06.18 14893
29 [고전읽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2] 미옥 2012.10.04 14934
28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왕참치 2014.06.30 15212
27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우종영 file [1] 이은미 2009.01.05 15231
26 그리스 비극 (GREEK TRAGEDY) file [4] 세린 2012.05.07 15461
25 도올 김용옥의 <주역 계사전 강의록> (1) 보따리아 2018.03.05 15631
24 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 [1] 백산 2009.10.11 15663
23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겁니다- 폴 호프만 지음/ 신현용 옮김 file [15] 세린 2013.02.16 15694
22 &quot;Jack Welch&quot;- Straight from the gut [53] 정재엽 2006.12.16 15842
21 소설쓰기의 모든 것 2. 묘사와 배경 레몬 2013.02.17 16271
20 #47 The Elements of Style_이수정 알로하 2018.03.26 16600
19 #8 그리스로마신화 2/2 (윤정욱) 윤정욱 2017.05.29 16614
18 황무지(THE WASTE LAND) - T.S. 엘리엇 [4] 보따리아 2018.02.27 17283
17 [14]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 청림출판사 범해 좌경숙 2009.07.06 17943
16 #33 그림자: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반려자_이수정 알로하 2017.11.27 18104
15 20대는 물음표로 40대는 느낌표로 살아라 우태환 2004.09.18 20510
14 Blue Ocean Strategy.. [2] 김미영 2005.09.21 22302
13 [62] 인간을 위한 디자인 - 빅터 파파넥 file [21] 한정화 2009.02.28 23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