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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4일 10시 53분 등록

삼색 공감 [2011년 3-2 Review]   

1. 저자 : 정혜신 (1963.8.7 ~ )  

정신과 전문의이자, 남성 심리 전문가다. “예리한 심리분석과 함께 사회적 통찰이 깃든 정교한 글쓰기의 칼럼니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연세대와 아주대 의대 외래 교수를 거쳐 '마음과 마음'이라는 정신과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특별하게 '직장 남성을 위한 상담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해 오다가 구조 조정의 시대를 맞아 생존한 직장인들조차 극심한 정서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를 다수 만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대량해고의 국면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조사, 연구한 'AD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제기하여 화제가 되었다.  

중년남성들의 삶을 정신의학적으로 살펴본 '맨 콤플렉스' 연구 및 기업경영전략에 정신의학적 이론을 접목시킨 '심리경영' 등의 연구 활동과 아울러, 최근에는 '조직원의 잠재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업 차원의 정신건강관리 전략' 탐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인간을 바라볼 때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모든 인간은 개별적이며,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진보의 끝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녀는 2003년 (주)정혜신 심리분석연구소를 열어 대표로 있으면서 인간과 인간 삶의 '다면성'에 대한 관심을 보다 깊이 천착하는 일에 몰두했으며, 연구를 통해 고도의 정신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업의 CEO 및 핵심 임원들을 위한 심층 솔루션―ESEP, 기업의 팀장, 부서장을 위한 새로운 차원의 리더십 솔루션―PLS, '사람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정혜신 솔루션―人間(사.람.사.이) 등을 개발했다. 

「신동아」와 「시사저널」에 '정혜신의 인간탐구'와 '정혜신의 정신탐험'을, 한겨레신문에 '정혜신 칼럼'을 썼고, 현재 마인드프리즘(주) CCO (Chief Contents Officer)로 있다. 심리카페 홀가분을 오픈하였고, 저서로는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마음 미술관』 등이 있다.    

2. 내 마음에 들어오는 글  

머리말  

4. 삐아제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들에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이론을 추출해냈다. 나는 ‘개별성 안에 보편성이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개별적 경험이 세상의 진리인 양 호들갑을 떠는 행태와는 조금 다르다. ‘개별성’이라는 화두는 내 오래된 삶의 태도인 동시에 내가 타인이나 세상과 소통하는 삶의 최소 단위다.  

사람 공감  

13. 정신과에선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자에게는 자기 고백적인 심리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것이 정신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4. 정신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의 자기 고백은 독이 될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뼈아픈 상처나 감추어진 욕망을 드러내는 자기 고백이 감정의 정화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로보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 그게 바로 자기 고백의 가장 큰 미덕이다.   

17. 아들과 며느리가 직접 하소연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제 3자인 내가 얘기할 때는 그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남의 떡어 더 커보이는 현상’은 심리적 객관화가 작동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19. 나는 김우중식 저돌적 추진력에서 병적인 ‘자아팽창’의 흔적을 발견하곤 한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조증무드(manic mood) 의 일종이다. 조증무드에 있는 사람은 늘 자신감에 넘치고 매사를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본다.  

그들의 지나친 낙관성은 나중에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에 대한 대비를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조증의 끝이 예외 없이 남루하고 허망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20. 피해의식이나 자기 비하 같은 ‘자아위축’은 누구나 문제라고 쉽게 인식하지만, 조증 같은 ‘자아팽창’은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는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하지만, 조증인 경우에는 애초에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인생관이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22. 절제의 과잉 현상은 많은 경우 양비론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23. 정동영의 양수겸장 전략은 긴장과 각성이 상실된 기계적 중립처럼 보인다. 존재의 각성이 동반되지 않는 ‘절제의 과잉’은 자기 색깔만 잃게 할 뿐이다. 색깔의 원근효과이론에 의하면 색이 흐릴수록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 법칙은 마음의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25. 중독이란 어떤 물질의 독성에 의해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의학적으로 더 정확한 표현은 의존이다. 약물이든 행위든 그것이 중독을 일으키려면 일단 한번 그것을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게 만들 요소가 있어야 한다. 마약은 짜릿한 쾌감과 생생한 환각으로, 게임은 새로운 스테이지를 경험하게 하는 흥분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26. 약물중독이나 행위중독 (쇼핑중독, 인테넷 중독 등) 자들은 상황을 부정하면서 자기 합리화에만 안간힘을 쓴다.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마시기 위해 화를 내놓고 화가 나서 술을 마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의 첫 단계는 자신이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면 이미 반 이상 치료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어렵다.  

28. 사실 규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오버’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나의 진실’을 과시하기 위한 경우와 ‘나의 허물’을 위장하기 위한 경우. 자신의 허물을 위장하기 위한 경우에도 ‘심리적 오버’가 일어난다. 일종의 ‘반동형성’이다. ‘반동형성’이란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등이 있을 때 그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자기 방어를 위한 심리기교다. 내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겉으로는 더없이 예의범절이 깍듯하게 행동하는 것들이 그런 경우다.  

29. 소설가 김훈의 말처럼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확인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으므로 결국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말하여지지 않는 것인가.  

31. 나는 상담실에서 ‘특별한’ 아버지를 둔 사람들의 마음고생을 적지 않게 목격한다. / 시계추같이 왕복하며 병존하는 양극단의 감정은 사람을 심하게 망가뜨린다.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분열시키기까지 하는 ‘양가감정(ambivalence)' 의 무서움이다.  

32. 인간에게 어느 정도의 ‘양가감정’이란 불가피한 것이지만 냉탕, 열탕처럼 낙폭이 큰 감정적 스윙은 정신적 균형을 잃게 한다.  

34. 극단의 평가가 혼재할 경우 제3자는 메시지 그 자체보다 메신저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의 정신세계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존재한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이들은 ‘우주의 중심은 나’라는 전제를 가진다. 주전자에 물이 끓으면 섭씨 100도가 되어서 물이 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커피를 마시고 싶기 때문에 끓는다고 생각한다.  

35. 피해망상은 과대망상을 기반으로 발생한다는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보면 그의 피해망상은 상황적이라기보다 그의 심리 내적인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정신과에서 치료가 가장 어려운 질환 중 하나가 ‘자기애적 성격장애’다.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은 ‘자아동조적’이어서 남들은 이상하다고 할 만한 언행에도 자신은 하등의 갈등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늘 자신만만하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치료법 중에 연극을 함께 하면서 환자로 하여금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에만 충실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자기 속에 남을 위한 공간이 생기면서 비로소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37. 보호자가 어떤 직업의 소유자일 때 환자의 상태가 가장 안 좋을 것 같은가? 정답은 군인, 교사, 목사 이다. 과도한 일반화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운 질문과 대답이지만 수많은 임상경험에서 비롯하는 경험칙이 말해주는 결과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직업상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거의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방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38. 절대로 군인,교사, 목사라는 직업 자체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직업들은 ‘직업적 페르소나’가 매우 강한 작업들의 상징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 집단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본래의 자기 얼굴 위에 쓰는 심리적 ‘가면’을 정신분석학에서는 ‘페르소나’라고 한다. 페르소나란 본래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말한다. 탈춤에서 어떤 사람이 각시탈을 쓰면 각시 역할을 하고 왕의 탈을 쓰면 왕이 되는 것처럼,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탈을 썼다 벗었다 하며 산다.  

연기자는 ‘페르소나와의 동일시’가 극점에 이를수록 우대받는 특이한 직업이다. 

41. 세상에 태어나 첫 번째의 심리적 과제인 ‘본질적 신뢰’ 형성에 어떤 이유로든 문제가 생길 때, 그 아기는 나중에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 고전 정신분석학이론이다.  

42. 내밀한 이유는 ‘내 자신이 보호받는다는’무의식적 느낌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43.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정말 잘할 수 있고, 잘해보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한숨짓는 사람들, 중년의 시기에 그런 욕망은 더 절실해진다. 그러나 물리적인 핵결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인 해결을 시도한다.  

44. [죽음과 중년의 위기] 라는 논문을 통해 예술가 수백 명의 생애를 분석한 정신분석가 라캉에 의하면 예술가 대부분이 중년에 심리적 위기를 맞았으며 그것을 극복한 뒤에 그들의 사생활과 작품의 방향이 달라졌고, 내용 면에서도 더욱 깊어지고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삶의 구원은 ‘자기 응시력’에서 시작된다. 자기 응시력이란 언덕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보는 것처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46. 인간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과 복잡의 극단을 오간다. 특히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관한 인식에 이르면 ‘복잡한’ 인간의 ‘단순함’을 극명하게 경험한다.  

47. 망상은 잘못된 신념(false belief) 으로, 평소의 인품이나 교육 정도와도 전혀 관계없이 나타나며 어떠한 논리적 설득에도 망상을 포기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흔히 의처증, 의부증으로 대변되는 망상질환자는 단순히 배우자의 옷에 단추가 떨어진 것만 가지고도 배우자의 외도를 상상한다.   

망상의 치료는 약물치료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망상질환자의 심리 내적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적, 물리적 개입에 의해서만 망상의 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50. 성공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지나친 자기 확신이다.  

53. ‘독립적 존재’를 향한 인간의 열망이 얼만큼 강렬한가를 말하고자 함이다.  

58. 사람 문제에 관한 한 나는 회색분자다. ‘세상에 별사람 없다.’는 노인들의 달관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으로 ‘한 개인의 품성이나 능력이 세상을 바꾼다.’는 주장에도 흔쾌하게 동의한다. 엉거주춤한 상태에서나마 굳이 한쪽 손을 들라면 ‘특별한 사람이 있다’는 쪽이다.  

59.‘특별한 어떤 사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이다. 히딩크처럼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주는 일부 ‘스타 CEO' 들을 보면서 환상은 현실성을 획득한다.  

60. 현실적 결핍감이 심할수록 환상이 커지게 되는 가치의 과대평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62. 외투를 벗기려는 바람에 맞서 단단히 옷깃을 여미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저항의 대상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혹은 나그네 스스로 외투를 벗게 하는 해님과 같아서 저항이 쉽지 않다. 적당한 명분과 결합하는 순간 유혹은 악마의 전략이 아니라 천사의 속삭임으로 변한다.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굴종이 타협으로 치환되고 용기는 무모함으로 매도된다.   

66. 게임 설계자는 게임에 빠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체 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환경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67. 철저하게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복합적이라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68. 감미롭고 거침없는 리더십이 더없이 신기하고 믿음이 가는 모양이다.  

69. 상대 수비수들이 그들을 막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진행방향이나 최종 목표를 몰라서가 아니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힘이 있는 동시에 놀랄 만큼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유지태의 부드럽고 섬세한 이미지와 허재 같은 야생마 기질이 뒤섞여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각각 튀어나오는 식이다.  

70. “어느 자리에 있든지 자기 그대로이면 된다. 자기가 살고자 하는 삶을 직업에 따라 바꿀 필요는 없다.”   

72. 유한성 자각에서 시작되는 중년의 위기가 남자들을 근원적으로 흔들리게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더 융통성 있고 여유가 생기며 훨씬 감성적인 남자로 변한다는 것이 정신분석의 정설이다. / 이때의 흔들림이 결국 남자들 삶의 축복이 된다는 것이다. / 중년의 위기는 직업적 성취나 경쟁의 결말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일찍 출세했거나 혹은 반대로 일찌감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에게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75. 각성은 그 자체로서 이미 빛나는 달성 

77. 개인적 경험에 객관과 통찰이 더해지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세상의 모든 진보는 ‘경험적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의 ‘밝은 눈’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  

79. 피해경험이 내면화되면 피해의식이 생기는 건 시간 문제다.   

82.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각성상태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자기 방어기제가 무너질 경우 인간과 짐승은 다르지 않다. 한 개인이면서 동시에 독립된 헌법기관의 지위를 부여받은 국회의원에겐 늘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84. 각성상태가 쉽사리 무너지는 그의 정신적 취약성에 의사로서 최소한의 연민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해해 줄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따로 있다.   

85.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는 것은 단순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그녀의 말은 화끈하고 단순명료하다. 하지만 단순화 능력에 지나친 용감성이 가미되면 단선적이 되기 십상이다.  

86. 정신의학에서 콤플렉스란 어떤 주제에 관해 매우 개별적인 심리 내적 이유가 발견되었을 때 붙일 수 있는 개념이다. ‘모든 재수생은 패배의식에 빠져 있을 것’이라는 식의 전체주의적, 표피적 진단은 위험하다.

88. 범인을 보는 순간, 자리에서 튕겨 일어서는 것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의 직업적 본능이다.

90. 전쟁터의 의사는 피 흘리는 부상병을 보는 순간 적군이라 할지라도 자동적으로 응급처치에 들어가야 마땅하다. 그것이 의사의 직업적 본능일 것이다. 직업적 본능이란 최소한의 직업적 윤리와 같은 말이다. 본능이 인간을 구성하는 최소의 조건이듯이. 

91. 본능은 핵심을 놓치지 않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본능이란 정교하고 미세한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존재 이유’그 자체에 의해 움직이는 힘이다. 

96. 내 삶의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전성기를 따져보는 일은 자신이 삶의 어떤 가치와 태도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보는 성찰의 잣대다. 그래서 자신의 전성기에 대해 찬찬히 따져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97. 일단의 심리학자들이 과학자와 예술가의 일대기를 추적, 분석해보았더니 과학자는 35세에, 재즈뮤지션은 38세에, 화가는 35세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30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맞는 것은 사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30대 이후부터 발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101. ‘지적 권위주의’는 ‘앎’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경향성이다. 자신의 ‘앎’을 최종 결론으로 미리 단정하고 논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토론이 아닌 설득이 된다.   

102. 잘 알려진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향력의 90% 는 언어적 요소가 아닌 비언어적 요소에 의한 것이다. 말의 내용 그 자체보다도 말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 말의 억양, 손짓,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해서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순수하고 열정적인지, 또는 진실한지 등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게 되며 그것에 의해서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부분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103. 자신의 논리적 완결성에 집착하느라 정작 그 논리가 이바지해야 할 최종 목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적절한 느낌과 불편한 심정을 애써 외면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관계 공감  

109. 사람의 의식이 여러 갈래로 해리되어서 두 가지 이상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정신의학에서는 ‘다중인격장애’라고 한다. 낮과 밤, 각기 두 얼굴로 사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연상하면 된다. / 병적 범주가 아닌 경우의 다중인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균형’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위한 양념같은 것이며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그런 것이기도 하다.  

110. 삶의 큰 원칙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사사로운 감정과 생활상의 사소한 변화까지 ‘일관성’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강박관념은 사람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마음 속 곳곳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정변화와 일탈의 욕구조차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서 삶의 다양한 영역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면 도처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도 있다.   

116. 각 가정에서 가장들의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마련해 그들의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일은 그보다 열 배쯤은 더 중요한 일이다.  

117. 사람은 고독의 공간에서 ‘진짜 자기’를 본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사람은 공상적 욕구와 꿈도 맛보지만 좌절된 욕구가 켜켜이 쌓인 삶의 두터운 퇴적층을 만난다. 이것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로부터 자기만의 결론을 이끌어낸 사람만이 무의식적 불안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살다보면 지갑이 두둑하다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당당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리적인 사랑채가 불가능하다면 남자가 ‘마음의 사랑채’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 당신에게 있어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118. ‘말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침묵’의 상대적 의미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호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이런 ‘언로’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120. ‘다언’의 문제는 결국 의사소통의 문제로 귀결된다.  

122. 동조란 외부 압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영향을 받아 행동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125. 내과로 치면 감기만큼 많은 것이 정신과에서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심리적인 감기’인 것이다. 남자의 우울증은 대부분 ‘가면우울증 (masked depression)' 이라는 것이다. 우울증은 우울증인데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는 것. 남자들은 심각하게 우울할 만한 상황에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126 일이나 도박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남자들 중에는 우울증이 내면에 깔려있는 사람이 많다. 지나친 열정과 낙관은 우울증의 또 다른 얼굴일 수 있다.   

우울증이란 좌절을 겪었을 때 나타나는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생로병사라는 좌절을 피할 수 없으므로 모든 사람은 잠재적 우울증 환자라고도볼 수 있다. 남자도 인간인데 예외일 수 있겠는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가면우울증’은 남자들의 고독을 가중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깊게 만든다. 저 깊숙한 곳에서 용암이 들끓고 있는 휴화산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다.   

127. 정신과에선 ‘정상’보다는 ‘정상범주(Within Normal Limit)' 라는 표현을 쓴다. 간기능 수치나 혈압이 일정한 범주 안에 포함되면 건강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131. 어떤 사람은 “예외 없는 법칙은 없으며 나는 언제나 그 예외에 속한다.”는 오만과 착각을 밥 먹듯 하니 말이다. 
 

132. 법이 만들어진 후 개정된 횟수가 많은 법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추상과 같은 법리에도 유연과 가변성이 보장되어야만 그 법이 완결된다는 뜻일 것이다.   

137. 사랑하는 이의 까닭 모를 죽음은 남은 자의 삶을 망가뜨린다. 심한 경우 한 개인뿐 아니라 한 가정을 완전히 붕괴시킨다.  

140. 충족된 욕구는 더 이상 욕구가 아니다. 제 3자에게는 절실한 결핍욕구지만 자신에게는 이미 충족욕구인,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전임교수들의 행동은 날선 이성적 자기 성찰의 결정체처럼 느껴진다.  

142. 정신의학에서도 인간은 지적인 깨달음이 아니라 정서적인 깨달음에 의해서 변화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143. 재벌회장은 빌 게이츠의 재력을 능가할 수 없는 자신의 초라함에 대해 하소연해야 한다.  

148. 정신과 의사의 가장 핵심적 능력을 ‘공감력’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149. 정신과에서는 공감력을 키우기 위한 한 방편으로 ‘상담시 정신과 의사는 말을 줄여야 한다’는 지침을 전수한다.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상대에 대한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52. 인간의 보수성은 나이가 들수록 거의 본능적인 양태를 보인다. 인간의 보수성에는 그만큼 저항하기 힘든 본능성이 내재돼 있다는 의미이다. 개혁은 오늘의 안락함과 이권의 포기를 전제로 한다.   

153. 나는 ‘한줌의 성찰도 없는 보수가 수구’라고 생각한다. / 수구적 태도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혁파의 대상이다. 개혁이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156. 건전지가 없어 방치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다. 그런 시계를 가리켜 그래도 시계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정확성은 있는 셈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부조리극이다.  

169. 기자처럼 특정 조직의 일원이면서도 개별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직업도 그리 흔치 않다. 기사실명제는 그러한 개별성의 극명한 사례다.  

171. “누가 나에게 전공을 묻는다면 나는 저널리스트입니다.라고 말해왔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나의 전공은 인간입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은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 

173. 나의 절실함이 다른 사람에겐 유치함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신파는 절실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열쇠를 쓰면 간단히 열릴 문을 부여잡고 긴장과 슬픔을 강요하는 과잉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신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내 문제는 축소하고 남의 문제는 확대’하는 유아적 가치관과 그 상황에 의해 불행해지는 주인공이 필요한데, 저마다 자신이 그 불합리한 상황의 주인공이라고 우기고 있는 형국이다.  

175. 자살은 매우 복잡한 인간 행동으로 생물,사회, 심리적 요인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두 개의 잣대만으로 어떤 이의 자살이유를 따져보는 것은 이 세상 사람을 조용필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두 종류로 나누는 일만큼 단순하고 어리석다.  

177. ‘더 많이 가진 자’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피해의식은 객관적 실체보다 더 크다. 그들은 누리는 것보다 감수해야 하는 게 많다고 생각하므로 고통도 많다. / 많은 경우의 자살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닷없고 어처구니없게 느껴지는 것의 근원에는 인간의 자아도취적 위기의식과 그로 인한 자기 파괴가 자리잡고 있다.  

178. 한 죽음의 개별성이라는 현미경적 시각과 시대적 현상이라는 망원경적 시각 사이의 어떤 지점에 실체적 진실이 있는 것일까.  

179.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타당한 삶의 원리처럼 밀어붙이는 단순성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서다.  

180.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장애인이나 노인의 유사체험을 하게 한다면 건축물의 형태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의대생들의 교과과정에 환자체험을 도입한다면 의료서비스의 근본정신이 좀 더 극명하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181.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을 갖춘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은 책상 위에서는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현장에서는 백과사전 두께만 한 차이를 보인다. 생활이 어려워 전기세를 체납했을 경우라도 7~8월 혹서기나 12~1월 혹한기에는 단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제도, 그런 여백이라 배려가 사회적 공감력의 한 표현이 아닐까.  

192. 자기 통제권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참모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사소한 일에도 리더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해야 한다. 최측근 참모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니 동일한 상황에서도 자기 통제권을 가진 리더에 비해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훨씬 많은 게 당연하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한 이들은 이른바 ‘낮은 수준의 생각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로 중요하게 할 일은 은근히 외면한 채 책상이나 서랍정리에 집중한다거나 고지서 납부를 꼼꼼하게 챙긴다거나 불필요한 서류정리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사소하고 단순한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결국 낮은 수준의 생각이란 자기 통제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그것을 처리하는 자동적인 방식이다.  

193. 직업과 평균수명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한 연구에 의하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가장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직업적 자기 통제권이 있기 때문이다.  

198. 정신의학에서는 외적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불안장애를 적응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나눈다. 생활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촉발된 불안장애라면 ‘적응장애’에 속하고, 인간이 감당하기 거의 불가능한 극단의 스트레스로 인해 촉발된 불안장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속한다.  

파국적 수준의 스트레스란 그런 상황에 놓이면 아무리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예외 없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재앙적 상황’을 일컫는 개념이다. 강간을 당한 여자는 아무리 평소에 낙천적인 기질의 소유자였다고 해도 돌이키기 힘든 정신적 내상을 입는다.  

200. 이양은 ‘신은 견디지 못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는 자기 암시로 삶을 지탱해 왔지만 세상에는 신도 견디지 못할 일이 있다.  

203.“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성찰하는 철학적 지혜를 길러야”한다.  

205. 자신의 개별적 욕구나 감정에만 몰입해 있다 보면 내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공개적 마스터베이션/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211. 합일화란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구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한 인물의 태도와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노예가 채찍으로 등을 맞는 것을 목격한 성자의 등에 시뻘건 채찍 자국이 새겨졌다는 고사는 인간의 공감력을 설명할 때 흔히 동원되는 비유다. 공감은 그 사람이 되지 않고서, 즉 자기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감정에 동참할 수 있는 건강한 형태의 동일시 능력이다. 하지만 ‘경호원 기자’ 현상은 건강한 공감이 아니라 병적 동일시의 한 형태인 합일화에 속한다.  

212. 기자는 사람에 대한 건강한 공감력은 유지하되 합일화되어서는 안 되는 직종의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215. “무엇이 우리에게 유리한가”라는 질문보다는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질문에서 우리는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 공감  

223.“권력이나 권력자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본질은 결국 ‘자신이 최후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231.‘인간의 인식체계는 불완전하다’는 인식은 인간의 인식을 보다 완전하게 하는 전제가 된다.  

242.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화를 낼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화라는 것은 타인의 심리적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최일선의 자기 방어책이며, 최소한의 으르렁거림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자기 중심이 명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심리적으로 나와 남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한 사람만이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43. 인간은 합일의 경지에 이르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오토바이 마니아가 바람을 가르며 최고 속도로 질주할 때 오토바이와 나 사이에는 그 어떤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 사람은 정신적 오르가슴을 느낀다.  

244. 그러나 대부분 결혼생활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은 지나친 사생활의 포기다.  

246. 토론의 최종 목표는 과정을 공유하기 위함이 아닌가.  

248.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순간 해결책이 나온다. 시간의 중요성에 관한 문제라면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11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시간이 왜 중요한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방점을 찍는 스타일이다. 본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면 허접한 방법론을 무색케 하는 해결책이 저절로 찾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249. ‘본질은 방법론보다 우선한다’는 명제가 늘 참인 건 아닐 것이다. 

251. 맹목적 혹은 습관적으로 윗사람의 마음읽기에 골몰하는 것, 그게 바로 권위주의의 시작이다.  

252. 사람들이 기를 쓰고 고위 공직에 오르려는 이유를 운전기사가 딸린 자동차와 비서, 판공비로 분석한 이도 있지만 나는 거기에 높은 자리에 오를 경우 자기 중심성의 극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심리적 요인을 추가하고 싶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속마음을 읽으려고, 혹시라도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하는데 신나지 않을 도리가 있는가 

255. 당근과 채찍이 인간의 정신을 흔들고 주눅 들게 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그것이 정신의 길들이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256. 정신을 꼿꼿하게 곧추세우고 있는 한 인간은 길들여지지 않는다.  

257. 대통령 직업병의 특성. 첫째는 ‘절대적 고독감’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개인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가져오는 자기 소외는 절대적 고독감으로 이어진다. / 말이 많다는 것은 고독감의 또 다른 표현이며 이런 고독감은 곧잘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취임 초 대통령 경호실 무술시범을 본 노대통령은 자신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그순간 노대통령의 자존감과 전지전능감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과시적인 개인적 성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자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대통령직이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대단히 비현실적인 직업인 셈이다.   

259 직업병은 서서히 진행되어 자각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나는 대통령의 신체적 질병의 유무만 점검할 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정신건강 모니터링제를 도입하면 어떨까를 상상해본다. / 세계적 축구스타의 발에 천문학적인 보험을 드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처럼 고도의 정신적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챙기자는 제안 또한 정신과 의사의 직업병은 아닐 것이다.  

261. 발달기의 아이에게는 ‘무책임’의 순기능이 있다. 끝없는 호기심과 천진난만함, 뒷일 걱정 없이 현재를 즐기는 태도 등으로 그것은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런 것들은 무작정한 떼쓰기와 대책 없음 등과 동의어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어른다움의 기본적 긴장에서 해방된 상태라서 그렇다  

265. 마술적 사고란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이러한 알 수 없는 힘을 달래기 위해 동원하는 원시젂 사고를 일컫는 정신과 용어다.   

268. 같은 이유로 나는 노대통령이 토론과 설득을 선호하는 개인적 성향에 우선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말을 줄였으면 좋겠다.  

271. 아무 제동장치 없이 ‘한 줌 실행의 법칙’이 강력하게 작동할 때 우리에게는 물갈이나 판갈이라는 말이 더없이 가슴에 와 닿는다.   

273. 살다 보면 멀쩡하던 사람이 정신착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정신병은 현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인 ‘현실검증력’에 손상이 온 경우를 말하는데 이것이 정상인과 정신질환자의 변별 포인트다. 그런 상태가 되면 용납할 수 없는 자기 내부의 문제를 외부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 ‘투사’라는 병적 심리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하며 그것은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등의 형태로 발현된다.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는 구체적 계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모든 경우를 관통하는 근본 축은 ‘자아소멸의 심각한 내적 위협을 느낄 때’이다. 내가 부서져버릴 것 같은 느낌,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극단적인 존재감의 위협이 현실검증력을 교란시켜 정신병적 상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277 어떤 경우에도 한 인간의 영혼이 다른 한 인간의 정신적 허영이나 이익에 복속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결혼식 들러리 같은 축제 성격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한 ‘들러리’가 되어도 마땅한 사람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278 인간에게는 결핍을 채우려는 본능적 욕망이 있어서 결핍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 관계에 더욱 집착하기 때문이다.  

280. 오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결핍감을 증폭시켜 병적인 애국심을 얻어왔던 나라였다.  

283. ‘오빠 믿지 신파극’의 1차적 책임은 물론 후진 오빠에게 있다. 애초에 신뢰를 주지 못했거나 상대방을 설득할 논리나 방법이 없을 때 동원되는 대사가 바로 ‘오빠 믿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은 너무 본질적인 질문이라서 아마도 일생에 한두 번 할 기회가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코미디 대사가 되고 만다. / 자기 문제에 주도적이지 않았던 사람은 달라진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기가 어렵다.  

285. 나는 그들이 고형적 사고(concrete thinking) 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자식 앞에서 자신의 종아리를 치며 “내가 너를 잘못 키운 탓이다”라고 말하는 어미를 향해 철부지 아들이 “맞아, 엄마가 잘못했네. 잘 좀 키우지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즉물적인 사고 패턴, 그게 바로 고형적 사고다. 지극히 미성숙하거나 사고장애로 인해 추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나는 참여정부가 혹독하게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어떤 이의 애정어린 질타나 합리적 비판을 애정과 합리성은 뚝 잘라버린 채 분노만 가득찬 비방으로 변신시키는 보수언론의 고형적 사고방식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전한 비판도 그로 인한 자기 고백이나 자기 성찰도 기대하기 어렵다.  

286. 정신과에서는 환자들의 개인력을 기술하는 난의 첫 줄에 ‘출생시 환영받지 못한 아기(unwanted baby)’였는지 ‘환영받은 아기(wanted baby)’였는지의 여부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 한 인간이 받은 심리적 상처의 근원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288. ‘나름대로’의 잣대를 들이대서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문제는 나름대로의 잣대가 얼마만큼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있느냐 하는 것이다.  

290. 그는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을 읽는 것과 국민들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작된 민심, 위험한 민심도 있는 법이니 단면적으로 봤을 때 민중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요지다. 

정신분석학은 ‘환자는 항상 옳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의식 수준에서는 엉뚱하고 비논리적인 환자의 말이나 행동들도 무의식 수준에서는 그 사람의 핵심 동기를 드러내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로 나타난 말만으로 헛소리라고 무가치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시장에서 말하는 고객만족은 지극히 의식적 수준의 개념인데 반해 정신분석학은 철저하게 대상의 무의식 차원에 주목한다. 

292.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이란 비판에 대해 ‘역사적 책무’같은 비장한 멘트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혹시 내 인식이나 사실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주길 청한다. 노대통령의 자기 인식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 노무현의 ‘선구자적 모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지금 국민들의 눈에 비친 노대통령은 선구자가 아닌 계몽군주에 가깝다. 특정 사안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더 많은 고민을 한 대통령의 눈에는 자신과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는 국민들의 반응이 어리석은 감정적 대응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무의식은 언제나 옳다.  

294.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이중구속(double bind)' 이란 상대방에게 서로 상이한 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동시에 부과되는 상황, 즉 서로 모순된 말과 행동이 동시에 전달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엄마가 평소에‘말’로는 아이에게 학교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면서도 결과가 좋지 않은 성적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다. ‘이중구속’의 메시지를 받은 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을 느낀다. 심하면 병적인 상태로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것이 자신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다. 평소 자신은 성적 따위가 제일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해왔던 사람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욕망이 아이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개 때문에 골치 아퍼’라는 보스의 짜증 섞인 혼잣말에 행동대원은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보스는 ‘죽이라고 한 적 없다’고 항변하겠지만 이중구속의 메시지에 이미 포함된 말이다. 리더가 이중구속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차단해주지 않으면 주변인들은 인정욕과 질책의 불안감에 휩싸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권력자는 늘 자신의 말에 깃들 수 있는 이중구속 메시지를 경계하고 통제해야 한다.  

298. 사이코패스 (psychopath) 란 정신병질자란 의미로 반 사회적 성격의 소유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겉으로는 일상생활도 잘 하고 멀쩡해 보여 심지어 가족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제심, 양심, 도덕성 등 통제기제가 미약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반도덕,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다.  

300. 국가보안법은 야만과 폭력이 동원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법이었다. 법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법이 아닌 것이다. 폐기해야 마땅하다.  


3. 내가 저자라면  
 

책 제목이 ‘삼색 공감’이다. 책은 사람 공감ㆍ관계 공감ㆍ세상 공감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목이 가진 힘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저자가 이곳, 저곳에 기고한 글을 모아서, 편집자가 3부분으로 배열하고, [삼색 공감]이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첫 번째 사람 공감에서는 심리평전이라는 독특한 장을 열어낸 저자의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며, 두 번째 관계 공감에서는 때론 따뜻하게 때론 매섭게 사회 현안을 분석, 세 번째 세상 공감에서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를 다루면서 정치를 대하는 바른 태도와 정책을 비판하는 올바른 시선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준다.  

그녀의 글에는 기자의 명민함과 정신과 전문의의 통찰력이 섞여 있다.

글에서는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먼저 사회 현안에 대한 사실(fact) 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도출된 근본원인을 명료하게 정의내린다. 그리고 그 원인에 숨어있는 정신의학적 관점을 균형있게 제시하며,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주장은 예리하지만 따스하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의 소신과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견 또한 분명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대중적 영역과 만날 때,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부분에서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이런 글쓰기, 배우고 싶다. 좋은 책이다.  원래 기존 커리큘럼의 책들 중, 심층 읽기를 하려 했지만, 내가 써야 할 책과 연관이 있고, 꼭 리뷰를 해보고 싶은 책들을 해보기로 했다.
다음번에는 김형경의 '사람 풍경'을 읽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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