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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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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2일 13시 2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1877년 7월 2일 헤세는 슈바벤의 칼브시에서 태어났다.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한 바 있었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목사가 되기를 바랐다. 어려운 시험을 거쳐 헤세는 1891년 유명한 마울브론 수도원의 신학 세미나에 입학했다. 이제 그의 앞길은 환히 트인 것처럼 보였으나 그것은 잠시의 착각에 불과했다. 그는 그 다음해에 수도원 세미나에서 탈출함으로써 목사로서의 출세길을 완전히 단념한 것이다. 직공으로, 그리고 서점의 점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도해 보지마나 그것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그가 발표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마침내 ‘S. 피셔 서점’에서 청탁 작품인 <페터 카멘친트>(1904년, 27세)가 나와 그의 文明을 크게 올려주면서부터는 독일 서남부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보덴제 호반에서 새 가정을 꾸미고 창작 생활에 골몰할 수 있었다. 여기서 쓴 대표적인 작품에는 <수레바퀴 밑에서>(1906년, 29세), <게르트루트>(1910년, 33세) 등 장편소설과 그 밖에 시집, 단편소설집 등이 있다.

1911년(34세)은 인도 여행으로 보내고, 그 다음해에는 오랫동안 살던 보덴제를 떠나 스위스의 베른으로 옮긴다. 1차 세계대전 중에 포로 돕기 운동에 종사하나, 전쟁에 대한 그의 비애국주의적 태도 때문에 독일에서는 혹독하게 비판을 받는다. 1919년(42세)에는 베른에서 스위스 남부의 몽타니올라로 이사하여 그곳에 정착하고, 1923년에는 스위스 시민권을 얻는다. 나치스 독일에서 그는 친유대 작가로 낙인이 찍혀 배격을 받았다. 헤세는 수많은 문학상을 탔지만 1946년(69세) 그의 공상 장편 소설 <유리알 유희>에 수여된 노벨 문학상이 그 정점이 될 것이다.

베른 시절에 쓴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로스할데>(1914년, 37세)를 비롯하여 <크눌프>(1915년, 38세), <청춘은 아름다워>(1916년, 39세) 등의 단편집, <고독자의 노래>(1915년, 38세)라는 시집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중의 공백기를 거쳐 1919년(42세) 장편소설 <데미안>이 나오자 그것은 당시의 젊은이들 사이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이어 <시선집>(1921년 44세), <싯타르타>(1922년, 45세), <황야의 늑대>(1927년, 50세), <밤의 위안>(1929년, 52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년, 53세), <동양순례>(1932년, 55세), <시집>(1942년 65세), <유리알 유희>(1943년, 66세) 등 장편, 단편집, 시집과 아울러 수필, 평론 등 풍성한 작품의 수확을 거두었다.

몽타니올라에서 은둔 생활을 즐기다 그는 1962년 85세의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다. 헤세는 특히 동양적이고 내성적인 작품의 특성 때문에 동양의 여러 나라에 많은 독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공업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헤세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데미안>은 수료여행. 선형언니에게서 받은 키워드였다. 깜짝 놀랬다. 일기장 같은 책이었다. ‘100년전에 태어난 독일남자가 어떻게 내 마음속 풍경에 대해 이렇게나 잘 알고 있는걸까?’ 나의 얄팍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신비였다. 온전히 나 개인의 것이라 믿어왔던 마음도 결국 인류의 영혼이라는 거대한 물줄기에 녹아 흐르는 작은 물방울에 불과한 것이구나.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는 고전이란 그 강물의 성분을 밝혀놓은 이야기들이었던 거구나. 그러니까 내가 보았다고 느끼는 것들도 사실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그것에 대한 체감일 뿐이구나. 이 당연한 진실을 깨우치려고 <데미안>은 이 시점에 내게로 온 것이구나.

책속의 한문장 한문장이 내 마음속에 쓰여있는 문장과 짝을 이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지난 몇 개월 도저히 저항 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옭아대던 질긴 포승줄이 스스륵 스스로 매듭을 풀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그것은 알이었다. 내가 만들었던, 그러나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던 나의 세계는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헤세는 알을 뚫고 나가려는 필사적인 노력에 노련하게 반응해 줌으로써 알깨기를 이끌어준 나의 지도자였던 것이다.

물론 아직은 잘 모른다. 내가 만난 새로운 세상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내가 만나야할 세상일 것이 분명하므로. 그리고 헤세가 그랬듯 나를 또 다른 나의 세상으로 이끌어줄 누군가가 또 반드시 나타나 줄 것을 믿기에.

40대 헤세가 쓴 20대 싱클레어의 이야기가 30대인 나를 각성시켰다. 이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온 영혼을 담아 나의 이야기를 퍼올리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 가까이 가는 만큼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도 가까이 갈 수 있을 테니까. 헤세가 내게 한 일을 필요한 어느 한사람에게라도 할 수 있다면 이 순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었던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으니까.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차례

두 개의 세계
카인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발단

두 개의 세계

그곳에서는 두 개의 세계가 착잡히 교차했으며, 양국에서 낮이 오고 또 밤이 왔다 7

가장 기이한 일은 이 두 세계가 서로 인접해 있고, 아주 가까이에 공존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9

내가 밝고 올바른 세계에 속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내 부모님의 자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를 돌리면 어디에나 다른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간혹 그것이 내게는 낯설고 징그럽더라도, 또 그곳에서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을 얻게 되더라도 나는 그 다른 것 속에서도 살았던 것이었다. 나는 때로 아주 기꺼이 그 금지된 세계에 살기까지 했다. 그리고 때로 밝은 세계로의 귀환은 -설사 아무리 그것이 필요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덜 아름다운 것으로, 더 권태롭고 황막한 것으로의 귀환인 것 같았다 9

난폭한 아이들이었지만 용납되는 선한 세계의 식구였다 12

빈들빈들 돌아다니다 12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뜨려버리지 않을 수 없는 기둥에 새겨진 최초의 칼자국이었다 24

햇살은 방 안에 희롱하듯 비쳐드는데 27

우리 집의 정돈된 평화의 한복판에서 나는 두려워 떨고 가책을 받으면서 유령처럼 살아왔다 33

카인

나를 속일 필요는 없어, 이 친구야 37

이 카인의 이야기를 아주 딴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이야. 우리가 배우는 대개의 것은 물론 전적으로 진실이고 정당하지만 이 모든 걸 선생이 보는 것과 달리 볼 수도 있단 말야. 대개는 달리 볼 때 보다 나은 의미를 지니게 되는 법이지 38

용기와 개성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겐 언제나 몹시 무서운 법이니까. 두려움을 모르는 자와 무서운 일가족이 방황하고 다닌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일 거야. 그러므로 이제 사람들은 이 일가족에 대해 보복을 하고, 참아야 했던 온갖 무서움에 대해 앙갚음하기 위하여 하나의 별명과 전설을 만들어 붙였던 거란 말야 39

그때 나 자신은 카인이었고 또 표지까지도 달고 있었는데, 그 표지는 수치가 아니라 표창이며, 또 나는 악과 불행을 통해서 나의 아버지보다도, 그 어떤 선인이나 경건한 사람들보다도 우월하다고 상상했던 것이다.

물론 내가 그 당시 그 일을 체험했을 때에는 이런 생각이 이처럼 명확한 사고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나를 슬프게 하고, 그럼에도 나로 하여금 긍지로 충만케 했던 감정과 이상스러운 흥분이 일시에 타올랐던 것이다 42

꿈속에서 겪은 일과 현실 속에서 겪은 일을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명확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 45

자기 감정의 일부분을 사상으로 변화시킬 줄 아는 어른들은 아이에게 이러한 사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는 아이들에겐 경험조차 없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평생에 그때처럼 그렇게 심각한 체험을 하고, 그때처럼 그렇게 고민한 적이 거의 없다 47 _ 명심하자! 몸이 작다고 영혼까지 작은 건 아니라는 걸 늘 기억하고 있자!

만일 사람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지배하는 힘을 그 누군가에게 맡겨버렸기 때문일 거야 51 _ ^^

그 따위 두려움은 우리를 아주 엉망진창이 되게 하는 법이니까. 거기서 벗어나야 되는 거야 54

날 믿어, 싱클레어. 네 비밀을 언젠가는 내게 말하게 될 거야 54

나와 크로머와의 사이에는 미래와도 같은, 희망과도 같은, 그 무엇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이다! 56 _ ^^

구원의 예감이 마치 강렬한 芳香처럼 나에게 날아왔다 56 ♥_ 6기 연구원 모집 공지

감사와 두려움, 경탄과 불안, 호감과 내적인 반항 등이 기묘하게 뒤섞인 답답한 느낌을 품은 채 남아 있었다 57

그 당시에도 나는 이 해방을 내 소년 시기에 있어서의 최대의 체험으로 느끼긴 했다. 그러나 해방자 자신에 대해서는 그가 기적을 완수하기가 무섭게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58

그 일에 대해서는 거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어쩌랴 58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조력자와 구원자를 똑같이 빨리 잊어버리려고 애썼다는 사실도 지금은 이해할 수가 있다 59

내가 다시 찾은 자유에 대해서 마침내 충분한 확신을 얻고 그것이 다시 뒷걸음칠 염려가 없게 됐을 때, 나는 그렇듯 자주 열렬히 소원했던 그 일을 했다. 참회를 한 것이다 59

나 자신이 막 아벨이 된 지금에 와서 다시 아벨을 버리고 다시 카인을 찬미하는 일을 도와줄 수도 없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60

크로머에의 예속을 나는 새로운 예속으로 바꿔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서는 걸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61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이끄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61 ★

도둑

나를 흥미롭게 해주는 것은 단지 나 자신에게로 도달하기 위하여 내 평생에 내가 떼놓았던 발걸음뿐이다 63

나에게 새롭게 일어난 일, 나를 앞으로 내몰고 나를 앗아간 그러한 일에 관해서만 언급해야겠다 63 ★ _ 내 책도 그렇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한 충격은 언제나 ‘다른 세계’에서 와서는 늘 불안과 강압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으며, 그 속에 내가 흔쾌히 살고 싶어 한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63 _ ‘어두운 밤’이었다는 거지? ^^

나의 의식은 가정과 허용받은 곳에서 살고,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새로운 세계를 부정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비현실적인 꿈과 본능과 욕망속에서 살았다 64 ♥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곤란을 속속들이 맛보는 법이다. 평범한 인간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자기 삶의 요구가 주위 세계와의 극심한 싸움에 빠지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혹독한 싸움을 통해 얻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인생에 있어서의 중요한 지점인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숙명인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다 65 _ 나의 지난 1년을 정확히 묘사한 표현!! ^^

친절함 속에 냉소와 어슴푸레하나 비난의 여운이 섞여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66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와 친하지 않았다 66

그는 좋은 학생이었지만 아무에게도 마음에 들도록 애쓰지는 않았다 66

여전히 깊고 고요하고 거의 열광적이면서도 냉담한 주의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67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진지하면서도 밝고 또 냉소하는 것도 같은 눈을 한 얼굴이었다. 단지 잠시 동안 그는 나를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70

그 순간 나와 데미안은 다시 결합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영혼에 있어서의 일정한 결합을 느끼기가 무섭게 나는 그것이 마치 마술처럼 공간에 전파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 70

아주 나직이, 속삭이는 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손짓이나 눈초리로 나를 자신의 일에 가담시키는 방법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때로는 기묘한 종류의 일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는 나에게 학생들 가운데 누가 자기의 흥미를 끄는가, 그리고 자기가 어떤 방법으로 그들을 연구하는가를 말해주었다. 그는 많은 학생들을 매우 정확히 알고 있었다 71

“정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네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단 말이야?” “아냐, 그건 불가능해...그러나 확실히 사람은 누군가를 잘 관찰할 수는 있지. 그러면 때때로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가 또는 느끼고 있는가를 제법 정확하게 알 수가 있는 거란 말야. 그렇게 되면 대개는 그 사람이 다음 순간에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도 예측할 수가 있거든. 아주 간단한 거야” 73

이 나비의 세계에 암놈이 수놈만큼 그렇게 많이 있다면 그것들은 결코 그렇게 예민한 코를 가지고 있진 않을 거라고!...어떤 사람을 아주 정확하게 관찰해봐. 그럼 그 사람 자신보다도 그에 대해 더 맣이 알게 될 테니까 74

사람은 언제나 묻고 의심해야 되는 거야. 그러나 문제는 극히 단순하지. 예를 들어 그러한 부나비가 자기의 의지를 별이나 또는 그 밖에 어디에든지 집중시키려고 한다 해도 되지 않거든. 단지 그것들은 애당초 그런 노력 따윈 하지 않는단 말야. 그것들은 단지 자기들을 위하여 의의와 가치가 있는 것, 필요로 하는 것, 절대로 가져야 하는 것만을 찾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로 그런 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 거야. 그것들은 자기들 말고는 다른 어떤 짐승도 갖고 있지 않은 불가사의한 육감을 발전시키는 거란 말야!...나는 틀림없이 이것저것을 상상할 수도 있고 무조건 북극에 가고 싶다든가하는 따위의 일을 공상해볼 수고 있지. 하지만 그 소원이 나 자신의 내부에 것들과 정말로 나의 존재가 완전히 그것에 의해 충만되어 있을 때에만 나는 그것을 실행할 수가 있고, 충분하고 강력하게 의욕할 수도 있는 거란 말야. 그러한 경우에 너의 내부에 의해서 명령받는 바를 시험해보려고 하기가 무섭게 그것은 잘될 것이고, 너의 의지를 좋은 말을 다루듯 구사할 수 있단 말이거든 76

그런 경우 나는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지. 상대의 눈을 아주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것 말야...만일 네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얻고자 할 때 무조건 아주 지그시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가 하나도 불안해하지 않거든 바로 단념해버리란 말야 77

단지 데미안만이 나로 하여금 이야기와 교의를 보다 더 자유롭고, 보다 더 개인적이며, 보다 더 유희적이고, 보다 더 공상적으로 보고 해석하는 데 길들게 해주었던 것이다 79

이야기를 다시 잃어봐. 그리고 혀로 음미해 봐. 무엇인가 껄끄러운 맛이 나 80 ★ _ 감각을 치환하는 연습 해보자!!

데미안의 이 새로운 생각은 나에겐 숙명적으로 들렸고, 계속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었던 나의 내부의 관념을 뒤집어엎으려고 위협했다. 안 된다. 그렇게 온갖 것을, 가장 신성한 것까지도 농락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81

그들은 신은 모든 생명의 아버지로 찬양하지만, 분명 생명의 근원인 모든 성적 생활은 단적으로 묵살하고 걸핏하면 악마의 짓으로, 죄 많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 건 어찌 된 영문이냔 말야! 81

우리는 전부를 존중하고 신성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인공적으로 분리된 공식적인 절반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계를 말야!...자기의 내부에 악마조차도 포함하고 있고 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세상일들이 일어날 때에도 그 앞에서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신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82

나의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이며, 모든 생명과 사색의 문제라는 인식이 마치 성스러운 그림자처럼 홀연히 나를 스쳐갔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생활과 위대한 이념의 영원한 강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고 또 느끼게 되자, 불안과 경건한 마음이 나를 엄습했다. 그 깨달음은...가혹하고 떫은 맛이 났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책임의 의미가, 이미 어린애일 수 없다는 사실과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82 ★

나는 그의 눈초리에서 다시금 그의 묘하고 짐승 같은 초시간적인 것, 그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나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83

넌 너의 ‘허용된 세계’가 단지 세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도 의식했단 말야. 그리고 넌 마치 신부님들과 선생들이 그렇듯이 그 두 번째의 절반은 은폐하려고 애썼던 거야. 그건 성공할 수 없을 걸! 한 번 생각을 시작한 사람은 누구나 성공할 수 없는 거야 83 ★ _ 활요하자!!

우리 각자는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을, 자기에게 금지된 것을 제 자신의 힘으로 찾아내야 하는 거야. 한 번도 금지된 일을 해보지 않고서도 대악당이 될 수가 있거든. 그리고 마찬가지로 반대의 경우도 있지...너무나도 안일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기의 판단자가 되지 못하는 그러한 사람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금령에 당장 복종하는 법이지. 그것이 쉽거든 85

그는 갑자기 너무 많이 이야기 한 것을 후회하는 듯이 보였다...다시 말하면 그는 매우 유쾌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의 생각을 닥치는 대로 표명하는 것이 예사였지만, ‘그저 지껄이기 위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그는 죽어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서 내가 진정한 흥미를 지니고 있음과 아울러 과도한 유희와 재치 있는 농담을 즐거워하는 기분, 간단히 말해서 완전히 진지성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을 느꼈던 것이다 85 _ 데미안, 나 너 완전 이해해! 완전 완전!!!

이제 나는 교회가 아니라 아주 다른 것에, 즉 사상과 개성의 교단에 입회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86

제법 조숙하고 멋을 부리려고 드는 것처럼 들리는 내 이야기에 대해서 별반 기뻐하지 않았다 86

“우리는 너무 많이 얘기한단 말야.”

그는 유난히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약삭빠른 이야기는 아무 가치가 없는 거야. 아무 가치가 없어.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 뿐이지.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죄악이야 87 _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적당히 맞추려고 하는 거 질색이다.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 의전적인 관계에 필요이상의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될 수 있기 위해 이렇듯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는 건지도..

나와 함께 걷고 이야기하던 이제까지의 그의 사태는 단지 데미안의 절반, 즉 때때로 배역을 연기하고 적응하고 호의로서 협조해주던 데미안의 절반에 불과 했던 것이다. 진짜 데미안은 이와 같이 굳어 있고, 고색창연하고, 짐승과 같고, 아름답고, 그리고 차갑고, 죽어 있으면서도 이면에는 전대미문의 생명에 넘쳐 있는 모습이었다 88

유년 시절이 산산이 부서져 내 주위에 떨어졌다 89

그러나 나무는 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90

베아트리체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놀랐다. 언제나 나는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고, 그리고 바탕은 제법 선량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달라졌다.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하여 매우 냉담한 태도를 취했으며, 온종일 나의 내부에만 귀를 기울이고 내부의 밑바닥에서 졸졸거리고 있는 금지된 어두운 냇물 소리를 듣는 데 골몰했던 것이다 92

학생 기숙사에서 나는 처음엔 귀여움을 받지도 존중을 받지도 못했다. 처음엔 놀림을 받고 그러고 나서 따돌림을 당했으며, 음산한 놈, 불쾌한 변태자로 여겨졌다. 나는 그 역할이 마음에 들었으므로 한층 더 과장해서 보여주었다 92

나는 같은 또래들을 어린애라고 다소 얕보는 습관이 생겼다 92 _ 귀여운 불청객? ^^

어두운 쾌감을 느끼면서 발로 그 낙엽을 헤적거렸다 93

나는 술에 익숙하지 않았으므로 곧 몹시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나의 내부의 창문이 활짝 열린 것 같았다. 세계가 그 속에 비쳐들었다. 오랫동안, 무섭게도 오랫동안 나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은 한 마디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얻은 것이다! 그는 나를 근사한 놈, 재주꾼이라고 불렀다. 내 가슴은 이야기 하고 알리고 싶었던 욕구를 용솟음쳐 흐르게 하여 그것을 인정받고, 나이 먹은 사람에게서 제법이라는 평가를 받은 데 대한 기쁨에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그가 나를 재주꾼이라고 부르자, 그 말은 내 마음속에 감미롭고 독한 포도주처럼 스며들었다. 세계는 새로운 빛으로 타올랐고 사상은 수백 개의 세찬 샘에서 흘러나왔으며, 정신과 불이 나의 내부에서 훨훨 타올랐다 95 _ 상현오빠. 이거 거의 정확하게 오빠가 제게 한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

적어도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내가 한 번도 꿈꾸어본 일조차 없는 샘이 흐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96

난생 처음으로 취해 있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몹시 괴로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무엇인가 매력적이고 감미로운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반란과 방탕이었고 생명이자 정신이었다 97

맹목적이며 미련스럽게 기어 다니고 99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불안에 가득 찬 나의 영혼이 두려워 떨고 있었다 100

나는 남몰래 내가 조롱하는 모든 것에 대해 공경심을 품고 있었으며, 마음속으로는 나의 영혼 앞에, 나의 과거 앞에, 나의 어머니 앞에, 그리고 신 앞에 울면서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한 번도 나의 추종자들과 일체가 될 수 없었다는 사실과 내가 그들 사이에서 고독했고, 그럼으로 인해 괴로워했다는 사실에는 그럴듯한 근거가 있었다...내 이야기대로라면 나는 철면피한 탕아임에 틀림없어야 했건만 사실은 즉 외로웠고 사랑에 대한 이글이글타는 동경과 가망없는 그리움에 북받쳐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나만큼이나 상처를 잘 받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없었다 100

나는 오랫동안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했고, 늘상 마음이 기울어지는 온화하고 수줍은 내적인 발작이 두려웠으며, 빈번히 엄습하는 따뜻한 사랑에 대한 상념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에게 가장 결핍되어 있던 한 가지는 바로 친구였다 101

신이 우리를 고독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로 이끌어줄 수 있는 길은 많고도 많다. 이러한 길을 신은 그때 나와 함께 갔던 것이다 102

닫혀진 낙원의 문이 나와 유년 시절 사이를 막고 있도록 태어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 자신에 대한 향수의 시초였으며 그 각성이었다 102

그 여자는 나의 공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105

책임감과 자기 절제를 지닌, 순전히 나 자신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요구된 봉사였던 것이다 107

결국 나는 포기하고 단순히 공상에 따라서 그리고 시작된 부분이나 그림물감이나 붓에서 저절로 이끌려 나오는 대로 얼굴을 하나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109 _ 글도 결국은 이렇게 쓰여지지 않을까? 뭘 완벽하게 다 조사해놓고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쓰겠다는 강박을 버리면 글쓰기가 훨씬 더 즐거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점차로 그것은 베아트리체나 데미안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111

그 대부분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하나같이 말할 수 없이 마음을 끌어주고 나를 휘감아주었다 112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서 나온 이름이니라 112

우리는 함께 산책을 하며 순전히 다른 이야기들만 나누었다 113

성아우구스틴...그도 한때는 향락가에 탕아였거든 115

우리 내부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지극히 유익한 일이야 116 ★★★

새로운 생에 대한 충동과 더불어 아주 반대되는 것이, 청순한 것에 대한 욕구와 성스러운 것을 향한 동경이 나의 내부에서 싹트기까지 나 역시 주정과 더러움과 마비와 방탕속에서 살지 않았던가? 117

이 변화는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도록 하지 않았으며, 누구에게도 나를 접근시키지 않고 나를 한층 더 고독하게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것은 그 어느 곳인가를, 데미안을, 멀고 먼 운명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나는 사실상 스스로도 그것을 알지 못하면서도 그 한복판에 서 있었던 것이다 120

누구에게도 나는 나의 꿈에 관해서, 나의 기대와 나의 내적인 변화에 관해서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120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읽는 동안에 내 가슴은 혹독한 추위를 만난 것처럼 운명 앞에서 잔뜩 움츠러들었다 121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122 ★★★

사람이 아주 간절히 원하면 그것은 이루어진다 122

강렬한 시선과 생각으로 매우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종종 느꼈던 것이다 123 _ 해봐야지!! ^^

아프락사스...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하는 상징적 과업을 지닌 일종의 신...그렇다면 아프락사스가 바로 신인 동시에 악마인 바로 그 신이었던 것이다 125

생활에 대한 동경이, 아니 오히려 사랑을 향한 동경과 그리고 잠시 동안 베아트리체를 예배하는 가운데 녹아들어갈 수 있었던 성적 충동이 나의 내부에서 꽃을 피우고 새로운 영상과 목적을 갈구했다 125 _ @@ 어떤 느낌인걸까? xy유전자를 가진 존재들..참으로 미스테리어스한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그 부인이 나를 끌어당겨 깊고 소름끼치는 사랑의 포옹을 해주었다. 희열과 공포가 뒤섞였다. 왜냐하면 그녀의 포옹은 신에 대한 예배이면서 동시에 죄악이었기 때문이다...때로 나는 이 꿈에서 깊은 행복감을 느끼며 깨어났고 때로는 무서운 죄를 지었을 때처럼 죽음의 공포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깨어나기도 했다 126

희열과 공포, 남성과 여성의 혼합, 성스러운 것과 몸서리쳐지는 것과의 뒤엉킴. 다감한 천진성을 뚫고 경련하며 지나가는 깊은 죄악, 내 사랑의 꿈의 영상은 이러했다. 그리고 아프락사스도 역시 그러했다. 사랑은 더는 내가 처음에 불안스레 느꼈던 것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도한 내가 베아트리체의 초상에게 바쳤던 것처럼 경건하고 정신화된 숭배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양쪽 다였다. 양쪽 다였을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천사의 모습이 동시에 악마였고, 남성과 여성이 하나가 된 것이며, 인간과 동물, 최고의 선이자 극단의 악이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나에겐 정해진 일로 생각되었고,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나의 숙명인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동경을 품고, 그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꿈꾸고 그것에서 도망을 쳤다. 그런데 그것은 언제나 실재하고 있어서 항상 나의 머리위에 있었다 127

확실한 것은 단지 나의 내부의 소리, 즉 꿈의 영상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인도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사명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겐 어려운 일었다. 나는 날마다 반항을 했다. 내가 미친 게 틀림없다고 여겨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단 말인가?..단 한 가지,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이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나의 내부에 감추어져 있는 목표를 끄집어내어, 내 앞에다 그려내는 일이었다...나 역시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고약하고 위험스러우며 무서운 목표일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내부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것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왜 그다지도 어려웠던가? ★★★

그는 어디 있는 것일까?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단지 그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 그를 다시 만날 것인가? 128

어떤 상태가 내 마음에 들기가 무섭게, 어떤 꿈이 나를 즐겁게 해주기가 무섭게 그것은 벌써 퇴색하고 희미해지는 것이었다. 그것을 개탄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이제 나를 때로 완전히 야성적이고 미치광이처럼 만들어주는, 채워지지 않는 갈망과 긴장된 기대의 불꽃속에서 살고 있었다...그것은 나를 다정스럽기 이를 데 없는 사랑의 꿈으로 유인하고, 그리고 철면피한 행위로 유혹했다. 그것에게는 지나치게 선량한 것도 귀중한 것도 없었고 지나치게 나쁘고 비천한 것도 없었다. 그해 겨우내 나는 차마 입밖에 내기 어려운 내적 폭풍우 속에서 지냈다 129 ★ _ 고독, 내면의 목소리 듣기

고독은 습관이 된 지 이미 오래였으므로 그것은 더는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 129

나는 언제나 나의 일에, 언제나 나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침내 삶의 단편이나마 살아보고 나에게서 무엇인가를 끌어내어 그것을 세상에 주고, 세상과 관계하고, 싸움을 시작하길 열렬히 갈망했다 130 ★ _ 세상과 관계 맺기

우연 따윈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연이 그것을 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소망과 필연이 그것으로 자기를 인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130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서 나는 그 사람 자신만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그가 연주하는 모든 곡들을 서로 인연이 있고 남모르는 관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132

모든 곡들은 같은 것을 말했고 모든 것이 연주자 자신이 마음 가운데 지니고 있는 바를 표현해 주었다. 동경과 세계의 가장 내적인 파악, 그리고 세계로부터의 가장 난폭한 재분리와 자기 자신의 어두운 영혼에 대한 절실한 귀 기울임, 헌신의 도취와 불가사의한 것에 대한 깊은 호기심 132 ★

구속이 없는 음악, 천국과 지옥을 잡아 흔드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러한 것만을 말입니다. 저는 음악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그건 음악이 도덕적인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저는 언제나 도덕적인 것에 억눌려 단지 괴로움밖에는 받은 것이 없었습니다 134

아프락사스에 관해서 우연으로 아는 법은 없어 135 ★

拜火 138

불은 들여다보았던 일은 나에게 유익했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가지고 있었으나 한 번도 실제로 가꾼 적이 없는 나의 내면의 성향을 강력하게 해주고 확인시켜주었던 것이다 140

불을 응시한다는 것은 이상스러울 정도로 유익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일이었던 것이다 140

그때까지 나의 본래의 인생의 목표를 향해 가는 도중에 발견했던 사소한 경험들에 이 새로운 경험이 덧붙여졌다. 그러한 형상의 관찰, 불합리하고 난잡하고 괴상한 자연 현상에 대한 몰두는 우리 마음속에서 이 형상을 만들게 해준 우리의 의지와 조화를 이루었다는 느낌을 일으켜준다-우리는 곧 그것들이 우리 자신의 기분이며, 우리 자신의 창조물이라과 생각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 우리는 우리와 자연 사이에 있는 경계가 흔들리고 녹아버리는 것을 보고, 우리의 망막 위에 비치는 형상이 외부적인 인상에 연유하는 것인지 알 수 업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대단한 창조자이며, 우리의 영혼이 얼마나 쉴 새 없이 이 세상의 끊임없는 창조에 관여하고 있는가를 이 연습에서처럼 그렇듯 단순하고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오히려 우리의 내부와 자연의 내부에서 활동하는 신은 똑 같은 불가분의 신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만일 외부의 세계가 무너진다면 우리 가운데의 한 사람이 그것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141 ★_ 2,3단계의 종합 체험. 이런 체험과 해석이 가능했던 것은 자신의 내부에 대한 관찰훈련을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단계에 머무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자기도 모르게 각 단계에서 필요한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세계의 온갖 재고품으로 구성되어 있지 142

만일 인류가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오직 한 가지의 평범한 재능을 타고난 아이만을 남기고 멸망해버린다면 이 아이가 사물의 전 과정을 다시 발견할거야. 諸神, 악마, 낙원, 계율과 금제, 구약 및 신약성서 등 이 모든 것을 그 아이는 다시 창조할 수 있을 거라고 142

자네가 내부에 단순히 세계를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의식하고 있느냐는 별개야!...물론 자네도 저기 거리 위에 내닫고 잇는 모든 두 발 달린 족속들을 단지 그것들이 똑바로 서서 걸어가고 자식을 아홉 달 동안 뱃속에 넣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들 중의 얼마나 많은 부류가 물고기이거나 양이며 벌레이거나 거머리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부류가 개미이거나 벌들인가를 자네도 알겠지! 물론 그들 각자에게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들이 그것을 예감하고 부분적일망정 그것을 의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거라네 143 ★

모든 대화는, 심지어는 가장 평범한 것까지도 나의 내부의 똑같은 지점을 살며시 그러나 끊임없이 망치로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은 나의 형성을 도와주고 내가 허물을 벗고 알의 껍데기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매번의 대화에서 머리를 조금씩 더 높이, 그리고 조금씩 더 자유롭게 쳐들어 마침내 나의 황금빛 새는 그 아름다운 맹금의 거리를 산산히 부수어진 껍데기 밖의 세계로 내밀었던 것이다 144 _ 커리의 강사진들과 동기들과의 상호작용이 내게 한 일이 바로 작업이었을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도약에 의해 공중에 내동댕이쳐졌다. 이 비상의 느낌은 정신을 높여주었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데도 걱정스러울 만큼 높이 솟아오르게 되자 곧 두려워졌다. 그러다가 나는 나의 상승과 낙하를 호흡을 통해서 조절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겨우 안도했다 144

자네를 날게 한 비약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인간의 특전이지. 그것은 모든 힘의 근원과 연관된 감정인데, 그럴 때에는 누구나 곧 불안하게 되는 법이라네! 대단히 위험하니까! 그러므로 대개의 사람들은 아주 흔쾌히 날기를 단념하고 법의 규정을 따라 보도를 걸어가는 편을 택하는 것이지. 그렇지만 자네는 그렇지 않아. 자네는 유능한 청년답게 계속 날고 있으니까. 그러니 보게나. 자네는 점차로 스스로 그것을 제어하게 되고 자신을 휩쓸어가는 보편적인 위대하나 힘에 대하여 하나의 섬세하고 가냘픈 자기 자신의 힘이, 즉 하나의 기관이, 하나의 키가 맞서게 된다는 신기한 일을 발견하게 된 거지(1). 기막힌 일 아닌가. 그런 것이 없다면, 미친 사람이 그러하듯이 의지 없이 공중을 나는 것밖에는 안 되지. 그들에게는 보도를 거니는 사람들보다 깊은 예감이 부여되어 있다네. 하지만 이들은 거기에 대한 아무런 열쇠도 방향키도 가지고 있지 않지. 그리하여 바닥도 없는 곳으로 굴러들어가는 거야.(2) 그러나 자네는 말이야. 싱클레어, 자네는 그것을 할 수 있어!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그걸 전혀 모르고 있지? 자네는 하나의 새로운 기관, 곧 호흡조절기를 가지고 그걸 하고 있는 거야. 이제는 자네의 영혼이 저 바닥에서는 얼마나 개인적이지 않은가를 알 수 있을 거야. 다시 말하면 자네의 영혼이 이 조절기를 고안해낸 것은 아니란 말일세! 그것은 새것이 아니야! 그것은 빌려온 물건이고, 수천 년 이래로 존재하고 있던 것이지. 그것은 물고기의 평형기관, 즉 부레야. 부레가 일종의 폐를 겸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실제로 호흡을 도와주는, 이상스럽고 보수적인 몇 종류의 어류가 오늘날까지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거든. 따라서 자네가 꿈속에서 날 때 쓴 건 바로 이러한 부레와 똑같은 것이야 145_ (1) 마녀 (2) 초보단계의 처녀, 순교자, 성직자. 제어도 안 되는 그 힘을 받아들이는 (2)의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1)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운이 좋아 (1)로 바로 점프할 수 있다고 해도 그는 머지 않아 바로 (2)로 굴러떨어지고 말 것이다.다른 사람들과 과정을 공유할 수 없다면 고독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예감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 따라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믿을만한 안전망을 위에서 충분히 (2)단계를 누린 후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1)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다음 세대를 이끄는데 사용 되어야 한다. 그렇게 세대를 이어 꾸준히 전승되고 발전되어야만 깨어나는데 가속도가 붙어 언젠가는 전 인류가 깰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게 될 것 아닌가? 우리 시대의 문제는 아마 그런 식으로 해결이 될 것 같다. 여기서 ‘깬다’는 것은 ‘공감의 확장’을 말하고 공감의 확장만이 이 시대의 당면과제인 ‘엔트로피’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얼마나 운 좋은 사람들인가? 사부님의 넓고 푹신한 품을 맘껏 누릴 수 있을니 말이다. 물론 그를 지치게 해선 안 된다. 손을 꽉 잡고 품을 맞대어 그를 위한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조만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니 어찌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엉킨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만들어주신 사부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사부님!! 감사합니다~!! ^^*

야곱의 싸움

종종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고는 때로 건방지고 자기가 잘난 것처럼 생각이 들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의기소침해져서는 비굴하게 굴기도 했다. 때때로 나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했고, 때로는 반미치광이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동년배들의 즐거움과 생활을 함께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때때로 나는 내가 그들과는 절망적으로 격리되어있고, 나에게는 생활이 닫혀져 있는 듯한 가책과 근심에 초췌해지기도 했다. 자기 스스로 성장한 기인인 피스토리우스는 나에게 스스로에 대한 용기와 존경을 간직하라고 일러주었다 146

자네는 다른 사람과 자기를 비교해서는 안 돼. 가령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야. 자네는 종종 스스로를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보통 다른 사람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자신을 책망하고. 그것을 잊어야 돼. 불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보라고. 그리하여 예감이 들고 자네의 영혼 속에서 목소리가 말을 하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그것들에게 몸을 맡기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이나 혹은 그 어떤 흠모하는 신의 뜻과 합치되는가 혹은 그들의 마음에 드는가의 여부를 맨 먼저 묻지 말게!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망하는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보도 위를 거닐게 되고 나아가서는 화석이 되는 거지. 우리의 신은 아프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인 동시에 악마지. 그는 자기의 내부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지니고 있어. 아프락사스는 자네의 사상이나 자네의 꿈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네. 그러나 일 자네가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날이면, 그는 자네를 버릴거야. 그러고는 자기의 사상을 담아 요리하기 좋은 새로운 냄비를 찾을 테지 147

그 꿈은 나의 은신처이며, 비밀이며, 피난처였다 148

그리스도는 개인이 아니라 神人이며, 신화이며, 인류가 자기 자신을 영원의 벽에다 그려놓았다고 생각하는 한 장의 굉장한 영상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거야 149

자네도 역시 비의를 갖고 있군. 내게 말하지 않은 꿈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아. 그러나 말해두는데, 그것을, 그 꿈을 실현하게. 그것을 갖고 놀게....우리가, 나와 몇몇 다른 사람들이 언젠가 이 세계를 개선할 것인지 여부는 장차 알게 되겠지. 그렇지만 우리의 내부에서 그것을 매일같이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안 돼...사랑과 꿈과 소망을 키우게. 아마도 자네는 그것들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고 있겠지. 그러나 두려워 말게! 그것은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으뜸가는 것이니까! 나를 믿어도 좋아. 나는 자네 같은 나이에 사랑의 꿈을 억눌렀기 때문에 많을 것을 잃어버렸지. 그래서는 안 돼. 아프락사스에 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되지.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영혼이 우리의 내부에서 소망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금지되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151★

자네의 뇌리에 떠오른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간단히 해치워버리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그렇지는 않지. 그러나 그 자체의 좋은 의미를 지니고 마음에 떠오른 일을 몰아내버리거나, 도덕을 들이대서 그것을 못 쓰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라네. 자기나 다른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는 대신 엄숙한 생각으로, 포도주를 마시며 희생의 비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거지.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고서도 자기의 충동과 유혹을 존경과 사랑으로 취급할 수도 있어. 그러면 그것들은 자기들의 뜻을 나타내주지. 그것들은 다 뜻을 지니고 있으니까 152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그 사람은 사실상 결코 아무개라고 정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假裝에 불과할 거야.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경우는 대게 그의 형상 속에서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의 내부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못하니까 152 ★

우리가 보는 사물이란...우리 내부에 들어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이지. 우리가 우리의 내부에 보듬고 있는 것 이외의 현실은 존재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듯 비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거지. 외부의 현상을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의 내부에 들어있는 독자적인 세계에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할 수 는 있겠지. 그러나 다른 면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대다수가 가는 길을 택하지 않게 된다네. 싱클레어, 대다수가 가는 길은 편하지만, 우리의 길은 힘이 들어. 그 길을 우리 같이 가보세 153

그는 자기의 내부에서 세계를 개선하고 있구나! 153

나 자신도 말야, 구도자거든.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로울 수밖에 없어 154

다른 사람들도 역시 꿈속에서 살고 있어. 그렇지만 그들 자신의 꿈속에 살고 있지는 않지. 그것이 차이점이야 155

善魔를 사용하는 마술 : 자기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는 것 155

자기 성을 억제하는 사람이 어째서 다른 사람보다 순결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157 _ 외부에서 만족을 구하는 사람은 결코 갈증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 아닐까? 만일 내가 누군가와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그렇게 했다고 치자!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원하는 게 정말 그런 것이었을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걸 갖고 있어도 그저 짐만 되는 것 아닐까?

아무리 그의 말이 타당하다고 느꼈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전해줄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의 체험을 통해 얻은 것도 아니고 또 그것을 나 스스로가 준수할 만큼 성숙했다고는 느낄 수도 없는 충고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157 _ 절대 동감!!

결국 이 싸움을 관철하지 못하거나 만일 굴복하여 자기를 더럽힌다면 그때엔 나는 애당초 한 번도 싸움을 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빠지게 될 거야. 물론 너도 그걸 알아주겠지? 158

자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 해. 그리고 나서 네 본질에서 실제로 우러나오는 바를 행해야 되는 거야. 다른 도리라곤 없지. 만일 네가 스스로 자신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떠한 신령도 발견할 수 없으리라고 나는 믿어 159

동정과 혐오가 뒤범벅이 되어 구역질이 났다 159

그대 나를 축복하지 않는다면 내 그대를 놓아주지 않으리로다 160

그것은 여자였고, 남자였고, 소녀였고, 조그만 아이였고, 짐승이었다. 몽롱해져서 반점이 되었다가는 다시 크고 분명하게 되곤 했다. 마지막에 나는 강력한 내부의 부름에 따라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이제는 그 그림이 나의 내부에서 한결 더 강하고 힘차게 되어감을 보았다.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깊이 나의 내부에 들어 있어서, 마치 그것이 순진한 나 자신이 되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이미 그것을 나에게서 분리할 수가 없었다 161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더 강렬했으므로 안으로 들어서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162

우리가 신을 만들고 그들과 더불어 싸우면 신은 우리를 축복해주는 거라고 164

나에게 유익했던 것은 나의 내부로의 탐험이 깊어간 것이었고, 나 자신의 꿈과 사상과 예감에 대한 신뢰가 커진 것이었으며, 나의 내부에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한 자각이 보다 확고해진 것이었다. 피스토리우스와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호흡이 맞았다. 단지 간절하게 그를 생각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반드시 그나 또는 그의 인사가 내게로 왔던 것이다. 나는 마치 데미안에게처럼 그가 여기에 없어도 무엇이든 그에게 물을 수 있었다. 오로지 그를 마음속으로 똑똑히 그리고 나의 질문을 집중해서 그에게 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모든 질문에 모아졌던 영혼의 힘이 대답이 되어 내 마음속에 되돌아왔다. 내가 마음속에 그렸던 사람은 피스토리우스라는 인물이나 막스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내가 꿈에서 보고 그렸던 초상이며 내가 부르지 않을 수 없었던 내 데몬 안의 반남반녀의 꿈의 영상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제 단지 내 꿈 속에서만 살고 있거나 종이 위에 그려져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 소망의 상으로서, 나 자신의 고양된 모습으로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165

크나우어...이상스러운 일은 내가 마음속에 엉켜있는 어떤 매듭을 풀지 않으면 안 될 때마다, 그가 나에게 기묘하고 어리석을 질문을 가지고 찾아와서는 자신의 변덕스런 생각이나 관심사로 종종 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나 계기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귀찮아져서 위압적으로 쫒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역시 내게 보내진 사람이고, 내가 그에게 준 것이 배가 되어 그로부터 내 마음속에 되돌아오며, 그 역시 나에게는 한 사람의 지도자이거나 하나의 길임을 나는 느꼈다. 그가 그 속에서 자신의 구원을 찾고 나에게 가져오는 놀라운 책이나 글은 당장에 깨달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166

그런 크나우어는 나중에 감회없이 나의 길에서 떨어져 나갔다 166

우리가 습관에서가 아니라 독자적인 충동에서 애정과 공경심을 바쳤을 때나 독자적인 마음으로 귀의자나 친구가 되었을 경우, 갑자기 우리 내부의 주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떠나려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 고통스럽고 무서운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때에는 친구와 선생에 반발하는 모든 생각이 독이 묻은 가시가 되어 우리 자신의 마음을 향하게 되고, 그것을 막으로년 온갖 타격은 오리혀 자기의 얼굴에 정통으로 명중하는 법이다 167 _ 대략 부모에게 느끼는 것도 이런 감정이 아닐까?

그를 통해서 신은 나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167

그런데 이제 나는 서서히 그에 대한 반항 의식이 성장해감을 느꼈다. 그의 말에는 너무나도 많은 교훈이 들어 있었으며, 그가 단지 나의 일부분만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음을 나는 느꼈던 것이다 167

나는 그에게 다만 악의없는 단 한 마디의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순간 우리 사이의 환상은 알록달록 한 파편으로 산산조각이 났던 것이다 167

나에게 다시 한 번 밤에 꾼 꿈 이야기를, 실제의 꿈 이야기를 해줘요 168

불꽃이 사그라지면서 다시 되돌아올 길 없는 아름다운 것과 친밀한 것이 식어가고, 그리고 사라져감을 나는 느꼈다 169 _ 프로이드와 융의 스토리를 듣는 것 같아

사람이 남에 대해서 정당할 수 있는 한에 있어서 말이야 169

갑자기 피스토리우스가 나에 대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그 자신에게는 존재할 수 없고, 나에게 주었던 것을 스스로에게는 줄 수 없음을 나는 마음 깊이 느꼈다. 그는 지도자인 자신마저 넘어서지 못하고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길로 나를 인도했던 것이다 170

그의 사명은 아마도 그가 나에게 그러했듯이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로 이끌도록 도움을 주는 데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새로운 신을 주는 일은 그의 사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서 불현듯 날카로운 불꽃같은 인식이 나를 불태웠다. 누구에게나 ‘사명’이 있지만, 누구에게도 스스로 선택하고 해석하고 그리고 임의로 관리할 수 있는 사명은 없다는 것 172

이 세계에 무엇인가를 주려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이었다! 각성된 인간에게 있어서는 단 한 가지- 자신을 찾고, 자기의 내부에서 확고부동하게 되고, 그것이 어디로 통하고 있든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이외에 다른 의무란 존재치 않는 것이다 172 ★

주어진 역할들은 단지 부차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진정한 사명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단 한 가지뿐이다 173

문제는 임의의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것을 자기의 내부에서 송두리째, 그리고 온전하게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다 173 ★

나는 자연의 투척이다...이 투척으로 하여금 본연의 깊이에서 작용케 하고 그 의지를 나의 내부에서 느끼고 그것을 송두리째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나의 사명이었던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173

고독감을 나는 이미 많이 맛보았다. 이제 나에게는 보다 더 깊은 고독이 있고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예감했다 173

내가 아주 간단하게 아무런 요구도 없이 운명에게 자신을 맡긴다면 오히려 그 편이 더 위대하고 더 정당하겠지...아마 자네라면 언젠가 한 번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그것은 어려워. 그것은, 이보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정말로 어려운 일이야. 나는 때때로 그것을 꿈꾸었지.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어. 나는 몸서리쳐져. 이렇듯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어 고독하게 서 있을 수 없어. 나도 별 수 없이 약간의 온기와 먹을 것을 필요로 하고, 이따금 동류의 체온을 가까이 느끼고 싶어하는 불쌍하고 연약한 한 마리의 개란 말이야. 정말 자기의 운명 이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자기의 동류라곤 없는 거지. 그는 아주 고독하고 자기 주변에 싸늘한 세계의 공간밖에는 없는 거야。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그리스도도 그랬지. 흔쾌히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교자들도 있긴 있었지만 그들도 역시 영웅은 아니었고 자유롭지도 못했어. 그들도 또한 자기들에게 친밀하고 다정스러운 무엇인가를 원했던 거지. 그들에겐 모범이 있었고, 또한 이상을 가졌더랬지. 그저 운명만을 원하는 사람은 모범도 이상도 없는 거니까. 아무런 사랑도 아무런 위안거리도 그들에겐 없는 법이거든! 그런데 사람이란 이러한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돼. 나나 자네 같은 사람들은 아직 서로 가진 게 있잖아. 남과 다르게 되고 반항하고 이상한 것을 원하는 데에 남모르는 만족을 느끼는 것. 만약 사람이 그 길을 온전하게 가려고 한다면 그것마저 그만둬야 해. 그 사람은 또한 혁명가도 모범도 순교자도 되려고 해서는 안 돼. 그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 175 ★_ 나의 현재의 고민거리...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건 그가 실제로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과장된 공포감이었을 거다. 실제로 당해보면, 실제로 해보면 두려워했던 것 만큼 끔찍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지레 겁먹고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진짜를 맛본 적이 없기 때문일거다. 거침없이 나아가자! 두려움 없이!! 나의 역할이 무엇이 될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충실히 나의 길을 가기 위해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무엇 하나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무엇 하나 원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단지 자기를 원하고 자기 운명만을 원할 수 있을 뿐이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도자로서 나로 하여금 이 길을 제법 멀리 걸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176

지도자가 나를 버렸다. 나는 완전한 어둠 속에 서 있다. 나 혼자선 한 발자국도 걸어 나갈 수가 없다. 오, 나를 도와다오! 176

에바부인

깊은 열정 177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모습을 나의 내부에서 소생시키려고 애썼다 178

기성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자유로웠다 179

니체...그와 더불어 살고, 그의 영혼을 고독을 느끼고, 그를 끊임없이 몰아댄 숙명을 알아채고, 그와 더불어 괴로워했다. 그렇듯 가차없이 자기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기뻤다 179 _ 연구해봐야겠다.

아름다운 안정감과 침착성 180

진정한 단합은 개개인이 서로서로를 알게 됨으로써 새로이 생길 거고 그것이 한동안 세계를 변화시킬 거야 183

왜 그들은 두려워할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야. 한 번도 자기 자신에게 귀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내부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품은 인간들만의 공동체라니! 183

그들은 한 사람의 인간을 죽이기 위해 몇 그램이 화약이 필요한가는 정확히 알고 있지만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법도 알지 못하고, 한 시간 동안이라도 만족해 이을 수 있는 방법도 전혀 모르거든 183

불안스레 모여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악의에 차서 아무도 신뢰하지 않지 183

자연이 인간에 대해서 원하는 바는 각 개인의 마음속에, 자네나 나의 마음속에 적혀 있는 거야. 그것은 그리스도의 마음속에도 적혀 있었고 니체의 마음 속에도 적혀 있었지. 이 중요한 조류를 위한 공간이 생길거야. 오늘날의 공동체가 무너져버리고 나면 말이야 184

자신들의 대학시절의 사라져버린 ‘자유’를 예찬했다. 그들은 어디서나 자기들의 책임을 상기케하고, 자신의 길을 가도록 주의를 받을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자기들의 과거 어딘가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는 것이었다 185

새로운 날이 나에게는 엄숙한 축제일로서 밝았다 186

외부의 세계가 나의 내부의 세계와 순수하게 어울려 화음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영혼의 축제일이 오고, 사는 보람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집도 어떤 진열장도 골목의 어떤 얼굴도 나를 방해하지 못했다. 만사는 마땅히 그렇게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익은 공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차 있는 자연 바로 그것이었으며 운명을 맞아들일 준비를 경건히 하고 서 있었다 186 ★ _ 3단계!!

이 세계가 아직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내뷔에 들어가 사는 것이나 그리고 저 외부의 것에 대한 의미는 나에게서 상실되었다. 눈부신 빛깔의 상실은 불가피하게 유년 시절의 상실과 관계가 있으며, 사람은 어느정도 가지는 영혼의 자유와 성인됨의 대가로서 이 사랑스러운 미광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체념하는 데 나는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이 모든 것이 단지 파묻혀 어둡게 되어 있었음에 불과하다는 것과 어린이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유롭게 된 사람도 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어린이다운 관찰의 내적인 전율을 맛볼 수 있음을 황홀하게 인식한 것이다 187

영혼이 제 스스로의 그물에 뒤얽혔던 청년으로서의 나 자신. 그리고 모든 것이, 이 순간까지에 이르는 모든 것이 나의 내부에서 되울리고 시인되고 대답되고 긍정되었다 188

시간과 나이도 없고, 활기차고 의지에 넘쳐 있는 얼굴을 지닌 아름답고 품위 있는 부인...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눈 188

아무도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러나 친밀한 두 길이 만날 때는 온 세계가 얼마 동안은 고향처럼 보이지요 189

모든 것이 한결 더 성숙해 있었고, 더 따스했고, 한층 더 자명했다 189

이마에 표지가 있는 아이가 있어요. 그애는 틀림없이 내 친구가 될 거예요 190

싱클레어는 최대의 곤란에 당면해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또다시 협동체 속으로 도망치려고 애쓰고 있으며 심지어는 술집의 단골 손님이 되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할 거라고 했지요. 그의 표지가 가려져 있긴 하지만 그것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불태우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했어요 191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새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 애쓰지요. 돌이켜 생각해보고 그리고 물어봐요. 대체 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저 어렵기만 했던가, 그것이 또한 아름답지는 않았던가 하고요. 당신은 보다 더 아름답고 보다 더 쉬운 길을 알고 있었던가요?

그래요. 사람이란 자기의 꿈을 발견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길은 쉬워져요. 하지만 영속적인 꿈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새로운 꿈이 모든 꿈과 바뀌는 거지요. 그리고 어떤 꿈에도 집착하려고 해서는 안 돼요 192

눈물이 억누를 길 없이 내 안에서 넘쳐흘러 나를 압도하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목소리는 포도주로 가득 채워진 잔처럼 사랑에 가득차 있었다.

“싱클레어, 당신은 어린애로군요! 물론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충실함을 잃지 않는다면 당신이 꿈꾸고 있듯이 그것은 언젠가는 완전히 당신의 것이 될 거에요 192 ★

널따란 가슴, 야무지고 남성적인 머리, 게다가 쳐든 두 팔은 긴장된 근육으로 강하고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허리와 어깨와 팔의 관절에서 흐르는 샘물처럼 근육이 꿈틀거렸다 193 _ 이 타이밍에 현빈이 생각나는 건 몹니까? ^^;;

다른 영역에 살았지만,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과 경계선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분리되어 있었다 194

나는,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나는 단지 완전한 고독을 맛본 인간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협동 사회를 알게 되었다 195

표지를 지니고 있는 우리는, 세상의 눈에 이상스럽다든가 미쳤다든가 위험스럽다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성한 자 혹은 각성하고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은 갈수록 완전해지는 각성으로 옮아가지만, 그 반면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행복의 탐구는 그들의 의견, 그들의 이상과 의무, 그들의 생활과 군중의 그것에 더 밀접하게 결부시키는 데로 옮아가는 것이다...우리 표지를 지닌 자들은 새로운 것, 고립된 것, 그리고 미래의 것으로 향하는 자연의 의지를 제시하는 데 반해서 다른 자들은 완고한 의지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인류란 유지되고 보호받아야 되는 완성된 그 무엇이었다. 그에 반해 우리에게 있어서 인류란 우리가 모두 그것을 향한 도중에 있고, 그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곤 없으며, 그 법칙이 적혀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는 아득히 먼 미래인 것이다 195

서로의 비밀스러운 꿈은 존중한다는 것 말고는 정신적으로 아무런 공통점도 갖고 있지 않았다 196

이제까지 인간이 소유했던 이상이란 모두가 무의식적인 영혼의 꿈과 인류가 손으로 더듬으면서 미래의 가능성의 예감을 추구한 꿈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196

미래에 대한 염려는 우리 표지를 지닌 자들의 책임이 아니었다...우리는 각자가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을 뒤따르며 불확실한 미래가 초래할지 모르는 온갖 일에 대하여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발견하면서 사는 것만을 의무와 운명으로 느꼈다 197

유럽의 영혼은 무한히 오랫동안 쇠사슬에 매어져 있는 짐승이란 말야. 그것이 해방되었을 때 그 최초의 행동은 칭찬할 만한 것이 못 될 거야 197

세상 사람들은 지도자나 새로운 입법자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의지자로 운명이 부르는 곳이라면 함께 가서 그곳에 서 있을 각오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으로서 우리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새로운 이상이, 새롭고 위험스러우며 무시무시하나 성장의 움직임이 노크할 때에 거기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때 거기 있다가 함께 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될 거야 198

인류의 여정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운명에 대해 준비하고 이었기 때문에 유능하고 활동적이었던 거야. 그것은 모세와 부처에게도 적용되고,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에게도 적용되지, 어떤 흐름에 봉사하는가, 어떤 극에 의하여 지배를 받는가 하는 것은 자기의 선택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거든...전대미문의 새로운 일을 수행하고 새롭게 적응하여 자기들의 종족을 구한 것에서 운명에 대한 준비의 표본들을 우리는 볼 수 있지 ...그러므로 우리는 준비를 하려는 거야 199

그녀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우리 각자에게 신뢰와 이해심으로 가득 찬 경청자이며 반향이었던 것이다 199

나의 내부에서 그 어떤 변화나 혼탁이나 또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을 때면, 그녀는 곧 그것을 인지했다. 내가 잠잘 때 꾸는 꿈들이 마치 그녀로부터 불어넣어진 것처럼 여겨졌다 199

때로는 나는 불만을 느끼고 욕구에 시달렸다. 그녀를 끌어안지도 못하면서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을 곧 그녀도 알아차렸다 200

당신이 믿지도 않는 소망에 정신을 잃어서는 안 돼요. 당신이 무엇을 소망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은 그 소망을 버리거나 아니면 완전하고 올바르게 바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신이 그것의 성취를 마음속에 완전히 확신해야 성취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소망하면서 그것을 후회도 하고 동시에 겁을 집어먹지요. 이 모든 것은 극복되어야 하는 거예요. 전설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200 ★

그러더니 별에 반한 젊은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는 바닷가에서 서서 손을 뻗쳐 별을 예배했다. 그는 별의 꿈을 꾸고 자기의 생각을 별에게 보냈다. 그는 별의 꿈을 꾸고 자기의 생각을 별에게 보냈다. 그렇지만 사람이 별을 끌어안을 수 없음을 그도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충족될 희망도 없이 별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에서 체념과 자기 정화에 대한 무언의 충실한 고민을 읊은 완전한 생명의 시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모두 별을 찾아갔다. 그는 어느 날 밤 다시 바닷가 높은 낭떠러지 위에 서서 별을 쳐다보고 별에 대한 사랑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리움에 절정에 달한 순간 그는 몸을 던져 별을 향해서 허공으로 비상했다. 그러나 그 도약의 순간 그는 번개처럼 생각했다. 정말 되지도 않을 일이다! 라고. 그리고 그는 바닷가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그가 뛰어올랐던 그 찰나에 굳고 확실하게 그 일의 성취를 믿는 정신력만 가졌던들 그는 하늘로 날아올라가서 별과 하나가 되었을 터였다 201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또한 요구해도 안 되지요. 사랑은 자기의 내부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끌어당기게 되는 거지요.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만일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게 되면 나는 가겠어요. 나는 아무런 선물도 주고 싶지 않아요. 단지 획득당하고 싶은 거예요 201

하늘과 숲과 시내,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빛을 띠고 생생하고 화창하게 그를 향해 와서 그의 것이 되고 그의 말을 하는 거이었다. 이렇게 그는 단순히 한 사람의 여성을 얻는 대신 온 세계를 마음속에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하늘의 모든 별은 그의 내부에서 타오르고 그의 영혼을 뚫고 환희의 불꽃을 뿜어냈다. 그는 사랑을 했다. 자기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자기를 잃는다 202

나는 나의 본성이 도달하려고 애쓰는 것은 그녀 개인이 아니라 그녀는 다만 나의 내면의 상징에 불과하며, 나를 나의 내부로 더욱 깊이 이끌려 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같았다 202

점차 관능적인 사랑과 비관능적인 사랑이, 현실과 상징이 서로 겹쳐졌다. 그러고는 내가 우리 집 내 방에서 그녀를 조용히 마음으로 생각하면 그녀의 손을 나의 손 안에,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 위에 느끼고 있다고 생각되는 적도 있었다 203

어떤 책을 잃다가 나는 새로운 인식을 느꼈는데 그것은 에바 부인의 입맞춤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성숙하고 향기로운 따스함을 품고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자 나는 마치 나 자신의 내부에 무슨 진보라도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 중요하고 운명이었던 온갖 것들이 그 여자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그녀는 나의 모든 생각으로 변신할 수 있었고 나의 모든 생각은 그 여자로 변신할 수 있었다 203

우리는 서로 만났고 서로 끌리고 있음을 느꼈으며, 함께 있으면서 소리가 울리는 원을 그리며 서로의 주위를 영원토록 행복하게 돌았다 204

그 물방울은 나에겐 눈물 같은 맛이 났다 206

나는 아직 전부를 이야기할 수는 없어. 아직도 모든 것이 나에게 뚜렷하지는 않으니까 209

자기와 관계없는 꿈을 꾸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이거든 209

해석은 너무 애매하지. 다만 나에게만 관련된 것이 아닌 어떤 꿈을 내가 꾸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지 209

이 세계는 스스로 혁신하려 하고 있어. 죽음의 냄새가 나. 죽음 없이는 어떠한 새로운 것도 올 수 없으니까210

오려고 하는 것은 갑자기 오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알 필요가 있는 것을 듣게 되겠지요 210

종말의 발단

나는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새롭고 보다 더 높은 협동체의 전조임을 예감했다. 그러나 왕왕 이 행복에 깊은 비애가 엄습했다.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풍성함과 안락 속에서 호흡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고뇌와 광분을 필요로 했다 211 _ 내게는 불행을 느끼는 지나치리만큼 민감한 센서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렇게도 기쁜 느낌에 매달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 기쁨을 증폭해 쓰는 나만의 방법을 찾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불행에 매몰되고 말 것 같은 본능적인 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말이다.

꿀이 있는 꽃에 나비가 매달려 있듯 이 아름다운 날들에 집착했다. 그것은 나의 행복한 시절이었고, 내 인생의 최초의 충족이며 동맹체의 가입이었다 212

그녀를 얻는 대신에 그녀를 얻으려고 싸우고, 영원히 그녀를 나의 것으로 빼앗는 대신에 꿈을 꾸었고, 안락에 내 몸을 맡겼을 뿐이다! 이제까지 그녀가 나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 온갖 것과 헤아릴 수 없는 세련된 경고의 말들과 헤아릴 수 없는 가벼운 유혹, 혹은 약속 같은 것이 불현듯 뇌리에 되살아왔다. 그것들로 나는 무엇을 이룰 수 있었던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내 방 한가운데 서서 모든 의식을 집중하여 나는 에바를 생각했다. 그녀로 하여금 나의 사랑을 감득케 하고 그녀를 나에게로 끌어당기기 위해 내 영혼의 힘을 집중하려고 했다. 그녀는 내게로 와야 하며, 나의 포옹을 열망해야 한다. 나의 입맞춤이 그녀의 무르익은 사랑의 입술을 탐욕적으로 헤쳐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서서 손과 발이 차가워질 때까지 긴장해 있었다. 내게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동안 무엇인가 밝고 차가운 것이 나의 내부에 밀접하게 응결했다. 나는 잠깐 동안 가슴속에 수정 한덩이를 품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자아임을 알았다. 냉기가 가슴까지 올라왔다.

그 무서운 긴장에서 깨어나자 무엇인가가 오는 것 같았다. 나는 피로해 죽을 지경이었으나 그래도 에바가 황홀하게 불타오르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213

에바 부인은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속의 생각으로 그녀에게 도달했던 것이다 216

이상한 일은 이제 내가 그렇게도 고독했던 ‘운명’을 그렇듯 많은 사람들과 아니 온 세상과 더불어 함께 경험해야 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좋다! 217

당신은 이제 부르는 법을 압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표지를 지닌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는 다시 부르세요! 217 ★

그녀는 내 입에다 입을 맞추고, 잠시 동안 나를 자기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녀의 불타는 큰 눈이 나의 눈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217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라고는 없으면서도, 다른 어떤 거대한 것에 대한 완전한 헌신을 뜻하는 확고하고 아득하고 다소간 홀린 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218

모든 것은 마치 전쟁의 외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이 그렇듯이 단지 피상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 깊숙한 곳에서는 무엇인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인간성과 같은 무엇인가가. 219

그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소산은 내면의 발산이며, 새로이 태어날 수 있기 위해 미쳐 날뛰고 죽이고 파괴하고 죽어버리려고 하는 내부에서 분열된 영혼의 발산이었다.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것이었다. 그 알은 이 세계이고 따라서 이 세게는 산산조각이 나지 않으면 단 되었던 것이다 219

그곳까지 가야 하는 절박감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221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이 나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222

너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그럴 때에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돼. 그러면 내가 너의 내부에 있음을 알아차릴 거야. 알겠어? 222 ★

그녀가 나에게 보낸 입맞춤을 너에게 해주라고 말이지 223

나는 때때로 열쇠를 찾아 나 자신의 내부,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상이 졸고 있는 그곳으로 완전히 내려가기만 하면,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 223

작가와 작품 세계

유럽의 불행은 결국 물질주의와 이에 연유하는 개개인의 자기 상실증에서 초래되었다는 인식이었다 224

극단적인 물질주의를 추구하다가 빠져든 정신의 공허에서 탈출하려고, 다시 말해서 거기서 오는 무엇인지 모를 불안과 공포감 같은 것에서 헤어나려고 잘못된 해결책을 찾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 가운데 잠겨들어 고독한 가운데 우러나오는 진실된 운명의 소리를 듣는 대신 모임을 만들고 떼를 지어 다니며 끼리끼리 합세하여 기염을 토하는 가운데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이것은 불안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상실이며, 이러한 자기 상실은 이성을 상실한 전쟁 가운데서 궁극적인 탈출구를 찾았던 것이다 225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입으로 말해본 일이라곤 없었던 텅 빈 자신만이 달랑 남아서 속절없이 방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225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는 가공 인물의 수기 형식으로 출판 225

자기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명하는 발만을 행하라는 이 교훈은 매우 단순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나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것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을 오로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이해서만 산 사실에 비추어보아도 쉽게 집작이 갈 것이다 226

선과 악, 신과 악마를 겸한 복합체로서의 독특한 신인 아프락사스에 대한 신앙, 그것은 다름 아닌 주체성 있는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226 ★

자기 발견을 위한 진통, 진실로 태어나려는 자의 몸부림(알 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위해서 투쟁하는 새의 몸부림)의 과정에서 꾸준히 그를 이끌어준다 . 마지막에 싱클레어는 이제 지도자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한다 227

싱클레어는 그의 모든 동경과 사랑과 믿음의 상징인 데미안을 외계에서는 잃고 말았지만 내면을 발견하게 된 지금, 비단 데미안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불변인 모습으로 스스로의 내부에서 얻게 된 것이다 227

3. ‘내가 저자라면’

브리다에서와 마찬가지로 <데미안>에 나타난 자아발견의 이정표를 따라 나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았다. 신기한 일이다. 놀라울 만큼 비슷한 지형이었다. 거기로 가는 길은 모두 비슷한 모양을 가졌기 때문인걸까?

<데미안>과 함께 떠난 자아발견 여행

나의 의식은 가정과 허용받은 곳에서 살고,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새로운 세계를 부정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비현실적인 꿈과 본능과 욕망속에서 살았다 64 ♥ _ 연구원 지원이전의 나. 살아있다고 죽었다고도 할 수 없는 좀비같은 삶이었다.

구원의 예감이 마치 강렬한 芳香처럼 나에게 날아왔다 56 ♥_ 6기 연구원 모집 공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122

1 단계 : 보이지 않는 세상의 소리 듣기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하여 매우 냉담한 태도를 취했으며, 온종일 나의 내부에만 귀를 기울이고 내부의 밑바닥에서 졸졸거리고 있는 금지된 어두운 냇물 소리를 듣는 데 골몰했던 것이다 92

나는 차마 입밖에 내기 어려운 내적 폭풍우 속에서 지냈다 129 ★

확실한 것은 단지 나의 내부의 소리, 즉 꿈의 영상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인도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사명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겐 어려운 일었다. 나는 날마다 반항을 했다. 내가 미친 게 틀림없다고 여겨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단 말인가?..단 한 가지,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이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나의 내부에 감추어져 있는 목표를 끄집어내어, 내 앞에다 그려내는 일이었다...나 역시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고약하고 위험스러우며 무서운 목표일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내부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것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왜 그다지도 어려웠던가? ★★★

고독은 습관이 된 지 이미 오래였으므로 그것은 더는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 129

2 단계 : 보이는 세상과 교감하기

나는 언제나 나의 일에, 언제나 나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침내 삶의 단편이나마 살아보고 나에게서 무엇인가를 끌어내어 그것을 세상에 주고, 세상과 관계하고, 싸움을 시작하길 열렬히 갈망했다 130 ★ _ 세상과 관계 맺기

사실은 즉 외로웠고 사랑에 대한 이글이글타는 동경과 가망없는 그리움에 북받쳐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무섭게도 오랫동안 나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은 한 마디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얻은 것이다!_ 글쓰기, 사부님과 연구원 동료들

3단계 : 보이지 않는 세상과 보이는 세상과의 조응

모든 대화는, 심지어는 가장 평범한 것까지도 나의 내부의 똑같은 지점을 살며시 그러나 끊임없이 망치로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은 나의 형성을 도와주고 내가 허물을 벗고 알의 껍데기를 깨뜨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매번의 대화에서 머리를 조금씩 더 높이, 그리고 조금씩 더 자유롭게 쳐들어 마침내 나의 황금빛 새는 그 아름다운 맹금의 거리를 산산히 부수어진 껍데기 밖의 세계로 내밀었던 것이다 144 _ 커리의 강사진들과 동기들과의 상호작용이 내게 한 일이 바로 작업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경우는 대게 그의 형상 속에서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의 내부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못하니까 152 ★

외부의 세계가 나의 내부의 세계와 순수하게 어울려 화음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영혼의 축제일이 오고, 사는 보람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집도 어떤 진열장도 골목의 어떤 얼굴도 나를 방해하지 못했다. 만사는 마땅히 그렇게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익은 공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차 있는 자연 바로 그것이었으며 운명을 맞아들일 준비를 경건히 하고 서 있었다 186 ★

입문식 : 자신의 재능과 만나기

우리 각자는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을, 자기에게 금지된 것을 제 자신의 힘으로 찾아내야 하는 거야 85

자네를 날게 한 飛躍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인간의 특전이지. 그것은 모든 힘의 근원과 연관된 감정인데, 그럴 때에는 누구나 곧 불안하게 되는 법이라네! 대단히 위험하니까! 그러므로 대개의 사람들은 아주 흔쾌히 날기를 단념하고 법의 규정을 따라 보도를 걸어가는 편을 택하는 것이지. 그렇지만 자네는 그렇지 않아. 자네는 유능한 청년답게 계속 날고 있으니까. 그러니 보게나. 자네는 점차로 스스로 그것을 제어하게 되고 자신을 휩쓸어가는 보편적인 위대한 힘에 대하여 하나의 섬세하고 가냘픈 자기 자신의 힘이, 즉 하나의 기관이, 하나의 키가 맞서게 된다는 신기한 일을 발견하게 된 거지(1). 기막힌 일 아닌가. 그런 것이 없다면, 미친 사람이 그러하듯이 의지 없이 공중을 나는 것밖에는 안 되지. 그들에게는 보도를 거니는 사람들보다 깊은 예감이 부여되어 있다네. 하지만 이들은 거기에 대한 아무런 열쇠도 방향키도 가지고 있지 않지. 그리하여 바닥도 없는 곳으로 굴러들어가는 거야.(2) 그러나 자네는 말이야. 싱클레어, 자네는 그것을 할 수 있어!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그걸 전혀 모르고 있지? 자네는 하나의 새로운 기관, 곧 호흡조절기를 가지고 그걸 하고 있는 거야. 이제는 자네의 영혼이 저 바닥에서는 얼마나 개인적이지 않은가를 알 수 있을 거야. 다시 말하면 자네의 영혼이 이 조절기를 고안해 낸 것은 아니란 말일세! 그것은 새것이 아니야! 그것은 빌려온 물건이고, 수천 년 이래로 존재하고 있던 것이지. 145_ (1) 마녀 (2) 초보단계의 처녀, 순교자, 성직자. 제어도 안 되는 그 힘을 받아들이는 (2)의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1)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운이 좋아 (1)로 바로 점프할 수 있다고 해도 그는 머지 않아 바로 (2)로 굴러떨어지고 말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과정을 공유할 수 없다면 고독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예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 따라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믿을만한 안전망을 위에서 충분히 (2)단계를 누린 후 자신만의 노하우(재능)를 갖고 (1)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다음 세대를 이끄는데 사용 되어야 한다. 그렇게 세대를 이어 꾸준히 전승되고 발전되어야만 깨어나는데 가속도가 붙어 언젠가는 전 인류가 깰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게 될 것 아닌가? 우리 시대의 문제는 아마 그런 식으로 해결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운 좋은 사람들인가? 사부님의 넓고 푹신한 품을 맘껏 누릴 수 있을니 말이다. 물론 그를 지치게 해선 안 된다. 손을 꽉 잡고 품을 맞대어 그를 위한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조만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니 어찌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엉킨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만들어주신 사부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사부님!! 감사합니다~!! ^^*

♠ 위기에서 나를 구해줄 지혜 주머니

o 우리 내부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지극히 유익한 일이야 116 ★★★

o 자네가 내부에 단순히 세계를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의식하고 있느냐는 별개야!...각자에게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들이 그것을 예감하고 부분적일망정 그것을 의식(깨달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거라네 143 ★

o 당신이 그것의 성취를 마음속에 완전히 확신해야 성취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소망하면서 그것을 후회도 하고 동시에 겁을 집어먹지요. 이 모든 것은 극복되어야 하는 거예요. 200 ★

o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새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 애쓰지요. 돌이켜 생각해보고 그리고 물어봐요. 대체 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저 어렵기만 했던가, 그것이 또한 아름답지는 않았던가 하고요. 당신은 보다 더 아름답고 보다 더 쉬운 길을 알고 있었던가요?

o 사람이란 자기의 꿈을 발견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길은 쉬워져요. 하지만 영속적인 꿈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새로운 꿈이 모든 꿈과 바뀌는 거지요. 그리고 어떤 꿈에도 집착하려고 해서는 안 돼요 192

o 당신은 이제 부르는 법을 압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표지를 지닌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는 다시 부르세요! 217 ★

o 너는 아마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겠지...그럴 때에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야 돼. 그러면 내가 너의 내부에 있음을 알아차릴 거야. 알겠어? 222 ★

헤세의 등장인물 출산법

이제 문제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다. 데미안에는 7명의 의미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7명의 인물은 주인공인 싱클레어를 중심으로 자기를 향한 여정을 앞서 치루고 있는 지도자격 인물인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부인과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싱클레어를 이끄는 인물인 크로머, 베크, 크나우어다.
싱클레어가 이들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데미안>의 전체적인 골격을 이룬다.
 
<데미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도자급 인물들이 단연 우세하지만, 나머지 인물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상스러운 일은 내가 마음속에 엉켜있는 어떤 매듭을 풀지 않으면 안 될 때마다, 그가 나에게 기묘하고 어리석은 질문을 가지고 찾아와서는 자신의 변덕스런 생각이나 관심사로 종종 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나 계기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귀찮아져서 위압적으로 쫒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역시 내게 보내진 사람이고, 내가 그에게 준 것이 배가 되어 그로부터 내 마음속에 되돌아오며, 그 역시 나에게는 한 사람의 지도자이거나 하나의 길임을 나는 느꼈다. 그가 그 속에서 자신의 구원을 찾고 나에게 가져오는 놀라운 책이나 글은 당장에 깨달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작중 인물인 싱클레어가 크나우어와의 관계를 묘사한 부분이다. 만일 싱클레어가 영적 성장이라는 목표에 부합되는 인물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면 그는 오히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인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20대인 싱클레어가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얄팍한 감정의 잣대로 인연을 추리려고 했던 나와는 달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에 충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헤세는 각 단계에 맞게 적절한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싱클레어의 영적 성장의 과정을 매우 세심하고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해내고 있다. 이쯤에서 피할 수 없는 결론. 작중 인물은 헤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의 顯現이었던 거구나. 내면의 캐릭터들이 적절한 관계로 서로 도우며 자아발견이라는 존재의 목표를 추구해가나는 이야기였던 거구나.

연구원 수련을 통해 내 안에 어떤 목소리들이 숨어있는지는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내면의 목소리에 캐릭터를 입히는 연습이다. 어떤 텍스트가 좋을까? 설레는 맘으로 다음 글을 기다려봐야겠다. ^^

IP *.10.44.47

프로필 이미지
2011.03.23 18:10:20 *.30.254.21
너의 리뷰는
또 한권의 책이구나.
널,진정한 마녀로 선포하노라..땅땅땅...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1.03.23 21:53:38 *.10.44.47
오빠!!
오프라인에서도 왕창 칭찬해주셔야해요~!!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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