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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6일 22시 4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multipleimg_01.jpg하워드 가드너는 1943 7 11일 미국 펜실베니아 주 스크랜톤에서 태어났다. 1965년 하버드 대학원에서 발달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을 전공했고 1983년 그 유명한 다중지능이론을 발표했다. 1986년부터 하버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David Perkins과 함께 사범대학원의 하바드 프로젝트 제로 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는 동시에 보스턴 대학의 의과대학에서 뇌 조직에 관한 연구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젝트 제로는 인간의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의 발달 과정을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인간계발에 관한 야심찬 연구기관이다. 가드너는 30년 넘게 이 연구소를 이끌어 오면서 지능과 창조성, 교육방법론, 두뇌개발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을 통해 인간의 창조적 기질에 관한 기본 틀을 제시하고 있다.

 

가드너가 인간의 지능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하버드 대학의 의과대학에서 수학하던 중 두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인지기능을 연구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인간의 인지 발달에 대한 피아제의 이론을 고찰한 후, 보다 광범위한 잠재 능력을 설명하기 위하여 적어도 일곤 가지의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지능이 있음을 주장하게 되었고 1983 <Frames of Mind : The Theory of Multiple Intelligence>라는 저서를 통해 그 일곱 가지 지능 언어, 논리수학, 음악, 신체, 공간, 대인관계, 자아 지능-을 처음 세상에 소개하였다. 대부분의 인지 학자들이 인간의 지능을 언어 능력과 분석 능력만으로 평가해 온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의 가설은 가히 혁신적인 것이었다.

 

가드너는 인간의 정신능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지능과 창조성, 리더십, 교육방법론, 두뇌개발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18권의 책과 수백 편의 학술 보고서를 발표했고 존 듀이 이후 최고의 교육학 이론가로 손꼽히고 있다. 1981년에 맥아더 펠로우십을, 1990년에는 미국 교육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그라베마이어상을, 2000년에는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2011년에는 Prince of Asturias Award를 받았으며 1995년 이후 GoodWork 프로젝트의 co-director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열정과 기질> <체인징 마인드> <마음의 틀> <다중지능: 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비범성의 발견> 등이 있다.

 

가드너는 첫 번째 결혼에서 Kerith(1969), Jay(1971), Andrew(1976) 세 자녀를 두었으며 2005년에는 Oscar라는 손자를 보았다. 현재 Ellen Winner와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1985 Benjamin을 낳았다.

 

[참고 자료]

네이버 책 – <열정과 기질> 저자 소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3769

한국요성 홈페이지 http://www.justfinger.co.kr/multiple/multiple_01.htm

<열정과 기질> 내 저자 소개

Wipipedia – Howard Gardner http://en.wikipedia.org/wiki/Howard_Gardner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감역자의 글 창조성의 비밀을 풀다

 

P5 아놀드 토인비는 이미 20세기 초반에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창조적인 소수에 의해 주도된다며 창조성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P7 전통적으로 창조성에 대한 연구는 한 천재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고 특이한가를 밝히는 특이성 연구이거나, 여러 천재들이 공통적으로 지는 유사점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공통성 연구 중 어느 한 쪽으로 진행되었다. 가드너는 이 두 입장을 종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업적을 낸 창조자를 선택한 후, 이들 인물의 특이성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그 속에서 공통성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창조성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창조자의 배출을 가능하게 한 현대사회라는 시대적 특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먼저 그 첫 번째인 창조성이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에서, 가드너는 이 질문을 창조성이란 어디에 있는가?’로 전환시켜 대답하고자 한다. 그는 개인--타인이라는 창조성 소재 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개인은 내부에 어떤 분야의 대가가 될 만한 소질을 싹으로서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것만으로는 창조성이 발휘되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지 못하고, 우선 그러한 소질을 심화하고 강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일의 체험기회(교육, 훈련 등)를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며, 이러한 체험의 과정에서 타인(가족, 친구, 경쟁자, 후원자 등)으로부터 격려와 지원을 받는 의미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P8 가드너가 보기에 한 개인 속에 잠재한 창조성의 본질은 지능적 요소와 기질적 요소의 특이한 조합이었다.

 

P9 창조적 대가를 연구한 결과 그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대체로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창조성이 성숙하고, 10년간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음 10년간 그 창조성을 다시 다른 분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P10 창조성의 발휘와 관련해서 시대를 뛰어넘는 공통점은 무엇이고, 시대에 국한된 특수성은 무엇인가? 둘째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간의 심리와 족적 속에서 그가 살아간 시대의 특징과 의미를 연역해낼 수 있을까?

 

들어가는 글 창조적 거장들의 삶을 지배한 실험정신

 

P13 이 책은 내 연구의 정점이자 출발점이다. 창조성이라는 현상과 역사적 실례(개별 사례)에 대한 평생 동안의 관심을 모았다는 점에서는 정점이며, 인간의 창조적 기질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는 출발점이다.

 

P15 예술적 인신과 교육에 특별히 주목한 프로젝트 제로라는 새로운 연구 기획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P17 이 새로운 연구방식은 우선 개인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고, 그런 다음에 한 개인이 활동하는 특정한 분야, 혹은 특정한 상징체계와 그 분야에서 새로운 업적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기성 권위자 집단에 초점을 맞춘다.

 

P18 내가 궁금했던 것은 창조성이 어떻게 상이한 지능을 통해 발현되는가 하는 문제였다.

 

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1.     취리히에서의 우연한 만남

 

P35 좀더 중요한 점은,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엣, 그레이엄, 그리고 간디의 창조적인 도약을 이해할 수 있으면, 분명 인간의 창조 행위에 담긴 여러 가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또한 그들의 창조적 업적을 뒷받침하는 토대를 이해한다면, ‘현대를 해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P36 나는 대체로 1885년에서 1935년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이들 각자가 살았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를 통해 그들 나름의 특별하고 종종 기모하게도 보이는 지적 능력과 성품,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 그들이 제기한 창조적인 의제, 힘겨운 노력, 그리고 그들이 성취한 업적의 특성을 밝힐 생각이다.

 

창조거인 행위(기회)의 본질에 관해 대략적으로나마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심하게 선택한 인물들의 획기적인 업적을 좀더 잘 이해하면, 분야에 상관없이 인간의 창조적인 행위를 통어하는 법칙을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P37 심한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어도 활기에 넘쳤던 시대, 즉 내가 현대라고 부르는 시대에 관해서도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P38 창조적인 혁신에는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이 결합해 있다고 생각한다. 20세기의 고유한 천재들은 어린 아이의 감수성을 체화하고 있었다.

 

이 분석틀은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이루어진다. 창조적인 인물, 창조적인 행위의 대상이나 작업(), 그리고 창조적인 인물의 세계에 거주하는 다른 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P43 하나의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기꺼이 이주하는 것은 현대의 두드러진 현상이며, 이 책에서 다루는 창조적인 거장들 역시 다양한 문화에 흠뻑 젖는 것이 필요하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P46 사티아그라하는 소모적인 대결과 비열한 복종, 그리고 폭력에 대한 호소 없이 귀중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도를 찾는다.

 

P48 헤겔적 사고 방식의 핵심 - 역사에는 고유한 추동력이 있어 일정한 시대에는 특정한 시대정신과 주제가 전면에 나서고 시대가 바뀌면 다른 시대정신에게 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역사가 나선형적(변증법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특정한 시대정신을 예측할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과거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한 시대의 고유한 모습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시대정신, 즉 특정한 개인이 우연히 그것을 일깨우고 결과적으로(어쩌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시대정신이 존재한다는 견해를 신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역사를 우연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미리 앞서서 미래에 생길 일을 규정하는 정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극적인 역사적 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빗나간 총탄이라든가 화산 폭발과 같은 우연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최근 프랑스의 혁신적인 이론가 미셀 푸코는 역사적 시대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지식의 본성에 관한 가설들에 의해 특정지어진다고 주장했다.

 

P50 이들 창조적인 인물들이 창안한 특정한 관념들은 마치 공용화폐처럼 널리 퍼져 있어서 당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중략) 사실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P53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서유럽과 동유럽에 만연한 것은, 한편으로는 기존 사회제도의 퇴조와 공통 지식의 소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개는 불온하다 싶을 정도로 낯설고 때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모한 창조적 열정이었다.

 

P55 이 책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은 분야들에서 생겨난 도전들은 상당히 비슷하다. 각각의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단순한 형식을 추구한다는 점, 전통적으로 아이들이 매달리는 문제나 개념들과 씨름한다는 점, 낡은 문명이 죽고 새로운(그러나 아직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문명이 탄생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기록하려고 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한 시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1900년 무렵은 특별한 성격을 갖는 시기로서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중요한 창조자들은 공통의 역사적 힘과 사건에 노출되었을 뿐 아니라, 서로의 활동 내용을 잘 알고 있었고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 받았다. 이들 각자의 노력을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특히 현대라는 시대를 공동으로 창조한 이들의 삶에서 비슷한 사건들과 통찰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업적을 연구하면 더욱 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2.     창조성의 연구 방법

 

P59 표준적인 지능 검사에 의해 똑똑하다고 인정된 사람들은 주어진 자료나 문제에 대해 항상 올바른(어쨌튼 상투적인) 대응법을 생각해낸다. 반면,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떤 자극을 받거나 문제를 보면 아주 다양한 연상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매우 유별나고 엉뚱하기까지 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è  요즘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인데 나의 사고라는 것이 매우 상투적이고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이번에 나의 신화를 쓰면서도 느꼈지만 나는 상징이나 은유를 활용하는데 서툰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창조성은 몇 점 정도 되는 것일까?

 

창조성은 지능과 다르다는 점이다. 창조성과 지능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지능이 우수하지 않아도 창조성이 풍부한 사람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게다가 재능이 풍부한 사람들을 검사할 경우에는 일단 IQ 120이 넘으면 심리측정학적으로 창조성과 지능은 아무런 상관성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è  초등학교 때 받은 나의 IQ점수는 100점을 간신이 넘은 점수로 기억된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IQ 검사를 다시 해보니 106점이 나온다. 검사의 정확도를 신뢰하기는 어렵겠지만 120이 안되니 나의 창조성과 지능은 어떤 상관성이 있는 것일까?

 

P63 창조적인 사람은 바로 이 공간 안에서 당면 문제에 적합한 접근법과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며, 효율적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배분하여 단계적으로 탐구해 나가고, 더 철저한 연구가 필요할 때와 손을 뗄 때, 그리고 연구를 지속할 때를 결정한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창조 과정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다.

 

P65 버클리 성격 연구소가 수행한 이 방면의 대표적인 연구에 따르면, ‘창조적인 건축가들은 그들보다 창조성이 부족한 동료들에 비해 독립성과 자신감,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기민함, 기꺼이 무의식에 내맡기는 성향, 야망, 일에 대한 집중력 등의 훨씬 풍부했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창조적인 업적을 이루는 것인지, 아니면 창조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이와 같은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또한 창조적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와 유사한 성격적 특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P66 창조적인 행동의 원동력과 의미는 창조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속한 공동체 사람들에게도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P67 놀고 있는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거나, 혹은 자신이 즐거울 수 있도록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을 재배열한다는 점에서 모두 창조적인 작가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P68 정신분석학 전통과 미국의 행동과학 학파는 공유점이 거의 없지만, 두 학파는 모두 개인이 창조 활동을 하는 것이 주로 물질적인 보상 때문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중략) 스키너의 행동과학적 관점에서 말하면, 사람들이 창조 행위에 나서는 것은 이전에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긍정적인 강화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아마빌라는 고전적인 심리학의 설명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외적인 보상을 노릴 때보다 순수한 즐거움만으로 행동을 할 때 창조적인 해법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P69 사람들은 이와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경험에서 자신이 관심을 쏟는 대상에 완전히 몰입되고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P71 이러한 연구결과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보통 35살에서 39살 사이로 나타났지만, 정확한 시기는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다. 가령 시인과 수학자는 20대나 30대에 절정에 도달하는 반면, 역사가나 철학자는 이보다 수십 년 뒤에 정점에 이른다.

 

P75 어른이 지는 창조성의 중요한 차원이 유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내 믿음을 반영하는 주제이다.

 

P76 대체로 창조적인 인물은 어린 시절에 자신의 관심을 사로잡는 분야와 일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그 분야의 문화에 걸맞게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이를 완전히 터득하려고 하지만, 점차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이제 그는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선택한 문제나 주제를 다루기에 적합하고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징체계(의미체계)를 고안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P78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탐구하면서 주변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면,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창조성 자본을 많이 축적하게 된다.

 

P79 어느 분야의 전문 지식에 정통하려면 아무리 열광적으로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통용되는 지식에 통달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10년 정도의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도약을 이룰 수가 없다.

 

P82 이제 일곱 가지 사례 분석에서 반복해서 드러나는 발달상의 특징을 요약하겠다. (1) 세상의 일반적인 원리와 특별한 문제에 대한 유년 시절의 관심 (2) 처음 흥미를 느낀 문제를 탐구하다가 이 흥미를 이어 받아 특정 분야를 마스터하겠다고 결심 (3) 선택한 분야에 정통한 후에 모순적인 요소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창조 (4) 창조자가 신기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탐구하는 방식 (5) 고립의 시기에 주변 사람들이 행하는 격려와 지지 역할 혹은 방해 역할 (6) 서서히 새로운 상징체계와 언어 혹은 표현 방식을 만들어가는 모습 (7) 관련 비평가들의 첫 반응과 오랜 기간에 걸쳐 이 반응이 변화하는 모습 (8) 보통은 중년의 시기에 이뤄내는 좀 더 포괄적인 성격의 두 번째 혁신

 

P83 창조적인 인물이란 어떤 분야에서 처음에는 참신하게 여겨지지만 종국으로는 특정한 문화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작품을 창조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을 말한다.

 

P84 창조적인 인물은 끊임없이 창조성을 추구하며 지속적으로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정한다.

 

창조적인 행위는 특정한 문화에서 받아들여질 때에만 제대로 인식된다.

 

P87 창조적인 인물이나 작품 주위에는 언제나 갓 출현한 성과물의 타당성과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다른 사람들과 제도가 존재한다.

 

P92 합법적인 권위를 가진 장의 판단이 없으면, 어떤 사람이 창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이들 요소 각자에 혹은 요소들 사이에 모종의 비동시성이 존재하며, 이 비동시성이 창조성의 실현 전망을 높인다.

 

P97 창조자들이 중요한 지원과 격려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 지원 체계에는 규정 가능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P98 나는 각각의 창조자들이 모종의 거래나 계약, 다시 말해서 파우스트적인 협정을 맺은 것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이 협정을 자신의 비범한 재능을 오랫동안 발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겼다. 대첼 창조자들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특히 원만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

 

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3.     지그문트 프로이트 세상에 홀로 맞선 사람

 

P105 수요 심리학회라는 모임은 프로이트의 생애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P106 어린 지기스문트(Sigismund 이것이 본명인데, 성년이 될 무렵까지 이 이름을 썼다)는 좁고 불편한 집에서 살았고, 후에 아버지의 형편이 다소 나아졌을 때 가족(이때는 아이들이 일곱명이나 되었다)은 좀더 큰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è  프로이트의 본명이 지기스문트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P108 프로이트는 법학을 전공할 생각이었다가, 괴테의 <자연론>에 관한 강의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자연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 묘사한 세상 만물에 대한 이 위대한 송가는 프로이트가 의학을 공부하고 자연과학도가 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

 

프로이트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의학 학위를 받을 때까지 8년 동안 지식의 세계에 흠뻑 젖었다. 그는 성경, 고대의 고전, 독일어나 영어로 출판된 셰익스피어 작품, 세르반테스, 몰리에르, 레싱, 괴테, 실러 등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익혔고, 세르반테스를 원어로 읽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웠다.

è  프로이트에게도 캠벨의 우드스톡에서의 5년 같은 시절이 있었구나. 역시 그런 탐구와 수련의 시기가 있어야 기본을 닦아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나 보다. 나에게는 올 1년이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다.

 

P110 편지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상을 주는 부분은 결점투성이인 인간 세계에 강한 매혹을 느끼고 이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이해했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자신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중요한 성취를 이루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그런 성취를 이룰 것인가 였다.

è  젊은 시절부터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P111 프로이트는 언어 지능과 인성 지능이 우수했다. , 언어와 인간을 다루는 분야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

è  그의 이러한 언어 및 인성 지능의 탁월성을 감안한다면 프로이트가 의학이 아닌 법학을 전공했더라도 그 분야에서 상당한 성취를 했을 것이다.

 

P113 브뤼케는 신경학자 장마르탱 샤르코 그리고 의사 조셉 브로이어와 함께 프로이트의 아버지 상이었다. 브뤼케의 성품은 젊은 프로이트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 최초의 학문적 스승은 엄격하고 양심적이었으며, 의지가 약한 제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문이나 성품 면에서 자신의 선례를 기꺼이 따르는 제자들에겐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P117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의 용어를 빌면, 프로이트의 20대는 일종의 심리사화적 유예기간이었다. 이 기간에 그는 자신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과 생활방식을 시도했다.

 

P119 그의 분석에 따르면, 환자가 히스테리 증상을 일으켰던 사건들을 최면 중에 다시 경험하면 그 증상이 사라지리라는 것이었다.

 

P120 <히스테리 연구>에서 서술된 이론은 브뤼케-헬름홀츠 전통에서 훈련 받은 두 의사들에게 기대할만한 그런 내용이었다. 강력한 정서를 마치 물의 흐름을 막아놓은 댐처럼 막아버리면 히스테리 증상이 생기는데, 이때 증상은 정서를 억누르지 않았을 경우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똑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치료는 카타르시스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억제된 에너지를 발산시켜 증상을 제거하려고 하였다.

 

P121 이 자리에서 프로이트는 자신이 발전시키고 있던 중심 생각을 자신 있게 표명했다. , 샤르코가 가르쳐준 신경증에 대한 유전적 관점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점, 히스테리 증상은 과잉 결정된 것이고 증상이 심각하게 보이는 이유는 관찰자가 그 증상을 낳은 동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 여자와 마찬가지로 남자도 히스테리에 걸릴 수 있다는 점, 히스테리 증상의 근저에는 조숙한 성적 체험이 한 가지 이상 존재한다는 점 등을 밝혔다. 대담하게도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어떤 원인이나 증상을 출발점으로 삼든, 종국으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성적 체험이다.”

 

P129 그 핵심 개념은 억압이다. 좀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면 방어 기제라고 하는데, 이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표상들을 의식 아래로 억누르는 심리 과정을 일컫는다. 프로이트 자신도 이 개념의 중요성을 확언한 바 있다. “억압이라는 교의는 정신분석학 이론 전체가 서 있는 주춧돌이다.”

 

억압 개념을 프로이트적 세계관의 핵심이다. 우선, 의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의식의 표면으로 튀어나오는 일군의 표상들이 있다고 가정할 필요가 있다. 검열 기제는 의식에 닿기에 부적절한 표상들을 걸러내고 그것을 무의식 영역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환 과정을 통해 그 불편한 표상들에 결부된 정서가 여러 종류의 증상으로 전환되는데, 이 중에는 말실수와 같은 무해한 증상도 있고 히스테리 발작과 같은 꽤 심각한 증상도 있다. 불편한 표상들이 전의식에 닿거나 의식의 층위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어야 한다.

 

P132 나 같은 사람은 무언가에 열정을 쏟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마침내 한 가지를 찾아냈다. 심리학이다. 항상 나를 유혹하는 목표였는데, 신경증이라는 주제를 만난 지금은 한층 더 마음이 끌린다.

 

P135 죽을 때까지 모든 심리 기제를 물질적인 기초 원리로 설명해야 한다고 믿었던 유능한 신경학자이자 신경해부학자로서, 프로이트는 그와 같은 총괄적인 논문을 써야 한다고 느꼈음에 틀림없다.

 

창조적인 인물들은 근본적인 비약을 이루기 직전에, 자신이 새로 만들어낸 언어를 믿을 만한 친구에게 시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략) 소통에 대한 이런 욕망은 인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창조적인 인물들은 학문적인 이해뿐 아니라 정서상으로 무조건적인 격려와 지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P137 내가 내린 결론에 망설임과 의심이 생길 때마다, 아무 뜻도 없고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꿈을 분석해서 꿈속에서도 논리적이고 뜻이 분명한 심리 과정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밝혀낸다는 것은,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프로이트는 모든 품에는 모종의 소원이나 환상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되었다. 꿈은 억압된 소원이 위장 실현되는 과정이며, 예전의 결심이나 근심 혹은 욕망을 마음속에서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이다.

 

P139 그는 공감적인 청자의 역할을 자기 내부에서 스스로 창조한 정신분석가에게 맡겼던 것이다.

 

P140 확실히 가장 많이 쓰여진 주제이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 함직한 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인간의 심리 발달에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다.

 

이제 프로이트는 꿈 분석을 통해 성적인 주제가 모든 인간의 무의식에 깔려 있으며, 방어 기제는 주로 불편하고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주제인 성적인 체험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P142 모든 아이들은 성 에너지가 특정한 신체 부위에 집중되는 일련의 리비도 단계(처음에는 입, 그 다음에는 항문, 그리고 배뇨 기관, 마지막으로 생식기)를 거쳐 성장한다는 것이다.

 

P143 “다른 어떤 나의 저서도 순전히 내 것은 아니며, 내가 직접 거름을 쌓고 묘목과 종자를 마련한 것은 아니다.”

 

P144 기억은 그 자체로는 무의식적이지만, 꿈은 무의식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P145 프로이트의 생생한 묘사는 공간적, 시각-공간적, 혹은 신체-운동적 이미지 역시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과학적 저서로서는 드문 특성이다. 생물학의 다윈이나 물리학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은 사위 과정에 있어서 이미지를 중시했다. 아인슈타인의 경우에는 그가 해명하고자 하는 것은 현상의 법칙이더라도 주로 이미지를 통해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저서는 거의 언어적 영역으로 이루어져있다.

 

P153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이론과 실천 양면을 대표했다. (중략) 프로이트는 자유 연상, 꿈 분석, 치료 개입 등 사람들을 돕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실천 기법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을 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P155 고요한 확신이 내 마음에 들어차기 위해선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내게 응답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자네라네.

 

P159 이는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우리의 첫 번째 사례이다.

 

하나는 오랫동안 홀로 자기 생각을 발전시켰다는 점인데, 이런 혹독한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는 다른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태도를 배웠을 것이다. 두 번째로 프로이트는 남들이야 어찌 생각했건 자신은 다른 사람과 유대를 맺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적인 관계는 아니고 보다 공적이고 지적인 관계였다. 마지막으로 프로이트는 스스로를 어려운 작전을 수행하는 군대 사령관으로 여겼다. 위험하고 무모한 작전도 당연히 필요하고, 결과가 불확실한 포위 공격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사상자를 열외시키고 전열을 재편한 후, 새로운 전력을 수립하여 전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P160 거의 매일 밤 11시에서 새벽 1시나 2시까지 글을 썼다. (중략) 프로이트는 확실히 지치지 않고 일을 하는 19세기 부르주아 계층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매 순간 무엇인가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면서, 자신에게 나태한 구석이 보이면 스스로를 매섭게 다그쳤다.

è  매일밤 2-3시간 정도 글을 쓴다면 정말 많은 저작을 발표할 수 있게 되나 보다.

 

P161 나는 창조적인 인물에 관해 연구하면서 ‘10년 규칙을 발견했다. , 창조적인 인물은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종사한 후에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어내며, 이후에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중략) 프로이트는 1910년 무렵에 사회적 문제로 관심사를 확대했고,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정치와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P162 나의 관심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과학과 의학, 심리 치료법 분야로 우회한 후에 아주 예전에 아직 사색 능력이 없던 어린 시절에 나를 매료시켰던 문화적인 주제로 되돌아갔다.

 

P165 그는 특정 지능을 활용하여 창조성의 절정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인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는 자성 지능을 통해, 그리고 아무도 공감과 이해를 보이지 않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통해 그런 성과를 보였던 것이다.

 

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영원한 아이

 

P170 아이의 마음과 창조적인 어른의 마음 사이에 깊은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P171 물리학자들이란 인간 피터팬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이 되지 않으며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호기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이,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된다.

 

P173 어린 아인슈타인에게 종교적 성향이 강했다는 점은, 그가 영혼의 진한 갈증을 느꼈으며, 궁극적인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고, 관습적인 지혜에 반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P176 여기서 에테르란 모든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로 여겨졌던 가상적인 물질이다.

 

P178 푀플은 역학이 물리학의 일부이며, 역학을 탐구하기 위해선 철학적, 인식론적 물음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에게 일깨워 주었다.

 

P191 프로이트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매료되었던 데 비해, 아인슈타인은 객관적 사물 간의 관계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성공을 위해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팔았으며, ‘우리의 세계에서 그것(사물)’의 세계로 날아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P193 아인슈타인은 고독한 처지를 일부러 구하진 않았으나, 프로이트와 달리 고독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의 결혼 생활이 두 번 모두 실패로 끝났고 두 아들과의 관계 역시 순탄치 않았던 이유는, 이처럼 다른 사람에 대한 갈망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P195 고등학교 시절에도 공책 정리를 간결하고 깔끔했다. 문제의 결과나 논문의 요점을 정확하고 간단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는 논리-수학 지능과 공간 지능이 뛰어났다. 다른 과학자들이 설명 모델로 고안한 심적 표상을 쉽게 익일 수 있었다.

 

P197 아인슈타인은 공간적 시각화와 상상력을 중요시했지만, 마음 속에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동시성의 상대성과 같은 개념과 고안해 냈다. 실제로 그의 혁신적인 업적은 공간적 이미지와 수학 공식, 경험 현상 그리고 기본적인 철학 주제를 통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에 관해 사고할 때 항상 이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식화해서 사고방식이나 교육 배경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P207 이 논문의 획기적인 결론을 소개하면, 에너지의 방사와 더불어 질량 덩어리가 형성되거나 붕괴되면, 질량의 총합이 변한다는 점이다. 이로부터 E=mc2이라는 그 유명한 방정식이 도출되었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이 이 논문에서 제시한 결론을 수식으로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P208 물리학의 표준 절차는 현상을 관찰하고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후에, 이로부터 원리와 이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와 정반대로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는 높은 추상 수준에서 기본적인 물리 법칙, 가령 광속 일정의 원리를 우선 제기한 후에 이에 근거하여 경험적 현상을 추측하고 그 기본 원리를 다른 법칙과 연결시켰다.

 

P218 1912년에 그는 벌써 프로이트를 비롯한 지도적인 과학자 그룹에 합류하여 형이상학을 반대하고, 철학은 과학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P221 아인슈타인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 가장 기여한 요인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수행된 중요한 실험 결과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응이었다.

 

P222 제 대답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고 그저 농담 한 마디로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제 이론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사라져도 시간과 공간은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 역시 물질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지요.

 

P228 그는 아주 복잡한 문제를 상상하고 그 대답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대담한 예측도 제기했는데 이 예측은 결과적으로 옳은 것으로 입증되었다.

 

P230 “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주 유명한 말을 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에게 있어 과학이란 가장 작은 세계에서도 질서를 가져야 했다.

 

P232 내가 보기에 과학 분야의 가장 혁명적인 업적을 이루려면 젊음과 원숙함을 절묘하게 결합할 줄 알아야 하고, 이런 결합은 비료적 젊은 나이에나 가능하다.

 

P233 젊음과 원숙함의 결합은 창조적인 과학 천재의 고유한 특징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P234 탁월한 젊은 과학자가 중년과 만년에도 계속해서 혁명적인 업적을 이루는 주된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체계가 느슨하고 발전 방향이 다양한 분야, 가려 사회과학처럼 아직 발전 도상에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우다. (중략) 또 하나의 방식은 매우 중요한 발견을 이룬 다음에 남은 생애 동안 그 발견에 따른 지적 자본으로 연구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다.

 

P236 이들 각각의 주제에서 아인슈타인은 꽤 인상적인 생각을 밝혔다. 이를테면 과학과 인식론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 과학적 사유란 단지 상식의 확장에 다름 아니라는 점, 과학자와 예술가는 모두 일상에서의 도피를 추구한다는 점, 과학자로서 그의 임무는 신이 마성적으로, 그러나 전혀 불가해하지는 않게 우주에 짜 넣은 구조의 주요 요소를 알아 내는데 있다는 점 등이었다. 그는 기탄없이 말했다. “나는 신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이런저런 현상이나 이런저런 요소에 대한 각양각색의 견해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신의 생각이다. 나머지는 지엽적인 것이다.”

 

P237 아인슈타인은 만약 북극곰으로 태어났더라도 여전히 아인슈타인이 되었을 것이다.

 

5.     파블로 피카소 신동과 천재

 

P250 ‘신동이란 기적에 가까운 재능을 타고 난 아이를 가리킨다.

 

P251 신동이 재능을 보여주어야 하는 영역이란 이미 해당 문화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분야이고 최소한 그 아이의 행동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P262 파블로가 아버지의 성 루이스를 버리고 어머니의 이름인 피카소로 세상에 알려지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확실한 일이다.

 

P279 아폴리네르는 두 부류의 예술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자연에 의존하는 모든 걸 한데 모으는스타일의 명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에 의존하는 성찰적이고 지적인 조립가형의 예술가이다.

 

P286 다중 시점, 둥근 형태와 모난 형태의 충돌, 부드러운 색조와 거친 색조의 충동 등, 피카소는 마치 한 화폭에 얼마나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 했다.

 

P287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P290 같은 밧줄에 몸을 묶고 함께 산에 오르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얘기에 푹 빠져 있었다.

 

P302 아무리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은 사이라도, 서로 떨어져서 자기만의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낡은 주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법이다. 이 점은 특히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는 창조적인 인물들한테 꼭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P307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과거는 더 이상 내게 흥미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난 새로운 걸 발견하기를 좋아한다.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P317 그림이란 기본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 외양은 어떨지 몰라도 처음의 구상은 거의 온전하게 남는다.

 

P322 예술가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백치이다. 정치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심장을 뒤흔드는 정열적이거나 행복한 사건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림은 집 따위를 꾸미는 수단이 아니다. 그림은 적을 공격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전쟁의 수단이다.

 

P330 우리가 다루는 현대의 창조자들 누구도 성인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을 오만하게 무시하는 면에서는 피카소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피카소는 자신의 재능을 초월해서 생각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여러모로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테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성숙한 어른의 세계를 경멸했다.

 

6.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음악가이자 정치가

 

P334 음악은 그 본질상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는 무력하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추종자를 비롯해서 자신의 미학적 정적이라 생각되는 자들을 가차없이 비판했다. 불순한 음악가들은 언제나 민족적 단결이나 종교적 자유와 같은 음악 외부의 목적을 위해 음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P335 스트라빈스키는 작곡과 연주에 기울인 노력에 못지 않게 자신의 음악 인생을 관리하는 면에서도 상당한 정력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스트라빈스키는 아주 즐거운 듯이 과감하게 정치적 복마전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P342 무엇을 배우든 신참자가 걸어야 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처음에는 학습 과정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이것은 자신만의 표현 방법을 자유롭고 힘차게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삼아야 한다.

 

P346 스스로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지 못할 운명임을 잘 알았던 디아길레프는 재능을 키워주는 역할에 자족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P348 젊은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의 활동 모습에서 공동작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교훈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마감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술적 이상은 각기 다르면서 고집은 무척이나 센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며 타협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었다.

 

P355 공전의 성공을 거듭하는 가운데서 이례적인 실패를 맛보았다는 점은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아무리 창조성이 뛰어난 혁신가라 해도 길을 잘못 들어설 수가 있는 법이며, 이들은 본래부터 오류 따위는 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만 그 실패를 딛고 재기하는 방식이 보통 예술가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사실인 까닭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창조성 연구자 딘 키스 사이먼튼은 위대한 창조자들은 걸작이든 태작이든 작품 자체를 다량으로 창조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 자료를 모아놓았다.

 

P366 분명히 이 작품은 여러 이유로 처음 듣는 청중을 소외시킨 면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와 똑 같은 이유로 결국에는 수용되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물론 변한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장이었다.

 

P386 나의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다. 나는 매일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어린 시절에 이미 이 재능은 내가 잠시 보관하는 것에 불과함을 깨달았을 때,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P388 (프로이트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영감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맞으러 마중 나간다.”) 스트라빈스키는 작곡의 우연성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뜻밖의 참신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 메모를 해두고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활용한다.”

 

그에겐 다소 강박적인 면이 있었다. “더 많은 곡을 쓰느라고 바쁘지만 않으면 영원히 내 음악을 반복해서 검토했을 것이다.”

 

P390 나의 행동 반경을 좁힐수록, 그리고 내 주위에 장애물을 더 많이 쌓아둘수록, 나의 자유 역시 더욱 커지고 풍부해진다. 속박을 없애면 그만큼 내가 발휘할 힘도 줄어든다. 더 많은 제한을 부과할수록 우리는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에서 더 자유로워진다.

 

7.     T. S. 엘리엇 경계선에 위치한 거장

 

P409 신과 교감했다고도 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정신이 결정화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P429 <황무지>의 작시 과정은 창조적인 걸작품의 탄생에는 다른 사람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된다.

 

P431 <황무지>는 난해하기 이를 데 없어서 소수의 교양 있는 독자나 이해할 수 있는 시행과 아무리 장황한 주석을 달아도 완전한 해독이 불가능한 암시로 가득한 작품이다. 하지만 <황무지>의 난해성과 심오함은 독자를 속이거나 정떨어지게 하는 대신, 시의 효과를 높이고 독자가 겉으로만 심오한 작품을 읽는 데서 오는 속물적인 만족감을 뛰어넘도록 유도한다.

è  <황무지> 420행이 넘는 시라고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4월은 잔인한 달이란 문구가 들어있는 시의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4월이 왜 잔인한 달일까? 내가 본 4월은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달이었는데.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P433 초기 독자로서 매우 신중하게 <황무지>를 분석한 비평가 리처즈는 논리적인 통일성이 아니라 정서적인 통일성이 있으며 관념의 음악에 의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P434 <황무지>는 당대의 다른 어느 시작품보다 동시대 교양층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던 기분과 주제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P435 <황무지>에 담긴 주제로는 풍요로운 다산성과 초목 제의, 어부왕 전설, 타로 카드, 성배 이야기, 고대의 다리와 교회가 있는 런던의 더러운 풍광, 주점의 농지거리, 상류 사회의 대화, 사랑 없는 정사, 구원의 가능성 그리고 동양의 사상과 종교의 매혹적인 반향 등이 있다.

 

이 작품의 정조는 무모하고 헛된 전쟁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유럽인의 정서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P437 위대한 시인은 모두 요절했다. 소설은 중년의 예술이고, 에세이는 노년의 예술이다.

 

P440 창조적인 인물들이 자신의 창조력을 잃지 않는 수단으로서 (신이나 자기 자신과) 모종의 파우스트적 계약을 맺는 성향에 대해서 논의했다.

 

P442 단테가 셰익스피어 못지 않게 탁월한 인물인데다 셰익스피어에 비해 오히려 더 통합적인 감수성을 지녔다는 평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밀턴은 지나치게 지적이라는 평가 역시 주목을 받았고, 도시 지식인과 여성, 자유주의자, 유대인, 유색 인종에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태도는 그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었다.

 

P443 완벽한 예술가일수록, 번민하는 자아와 창조하는 자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중략) 그는 미숙한 시인은 선배의 작품을 그저 모방할 뿐이지만 성숙한 시인은 그 핵심을 훔쳐내서 더욱 개성적이고 훌륭한 작품으로 빚어낸다고 지적했다.

 

P444 시인의 마음은 무수한 감정과 말씨와 이미지 등을 붙잡아 저장해둘 수 있는 용기와 같다.

 

엘리엇이 문학 이론에 기여한 내용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객관적 상관물이라는 개념일 터이다. 시인은 정서를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시인은 해당 정서를 훌륭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나 이미지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한 정서를 명확히 표현하는 일련의 객관 대상이나 상황, 사건인데, 해당 정서를 환기하려면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외부적인 상을 제시해야 한다.”

 

P446 재능 있는 젊은이들은 마치 희귀종 생물처럼 자신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동료들을 금방 찾아낸다는 점이다.

 

P447 재능이 뛰어난 젊은이들은 한 분야에서 드물게는 여러 분야에게 기존의 업적을 완전히 배워 익힌다.

 

P455 그는 어쩔 수 없이 경계인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경계인이라는 느낌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함의한다. (공동체에 편안히 자리잡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경계인으로 느끼지 않는다.)

 

P456 “예술은 인간이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기를 요구한다. 가족도 버리고 오직 예술만을 쫓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예술은 인간이 어느 가족이나 계급, 당 혹은 동인의 일원이 아니라 그저 그 자신일 뿐이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P457 엘리엇의 뛰어난 작품은 경계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출현했거니와, 그런 빛나는 업적을 계속 쌓기 위해서는 그가 원하지도 않았고 감당할 수도 없었더라도 경계인의 자리를 줄곧 지켰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P458 이들은 모두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나서 가족이 높이 평가한 예술 장르에서 활약했다. 젊은 나이에 예술 중심지로 이주했다. 이들의 가장 근본적인 예술적 업적은 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그들과 가까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그들은 창조력의 원천을 잃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 일종의 협약, 아주 인상적인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P462 파편적인 요소와 형태 자체에 대한 관심, 일상의 세속적인 삶에서 겪는 긴장, 원시에의 동경, 과거의 무거운 주제, 세속의 사소한 일들과 고상한 전체 주제 사이를 왕복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8.     마사 그레이엄 무용계에 혁명을 몰고 온 여자

 

P468 “이사도라는 무대에 널린 쓰레기를 모두 청소했다. 그녀는 거대한 빗자루였다. 그녀로 인해 비로소 무대가 깨끗하게 청소된 것이었다.”

 

P470 어린 그레이엄은 거짓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어머니는 할 수 없이 집에 작은 무대를 마련해 놓고 그레이엄에게 흉내내기 놀이를 시켰다.

 

P474 나는 정상에 오를 것이다. 누구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P475 그레이엄은 푸른 색의 바탕에 붉은 물감을 튀기듯 칠한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하나의 해답을 얻었다. “나는 이 그림처럼 춤을 추겠다.”

 

P484 그녀는 무용가로서 용서받지 못할 일을 하는 셈이다. 관객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P508 그레이엄은 여성 혹은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을 옹호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 비치는 자기 모습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비판을 견뎌내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조 활동에 전념했다.

 

P510 엘리엇이나 피카소와 같은 다른 혁신적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위기 체험은 그레이엄 예술을 손상시키기는커녕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었다.

 

P517 그레이엄은 그녀의 몸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강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단련시킨 덕분에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된 것이다. 몸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따라 그녀가 고안할 수 있는 무용의 한계가 더욱 더 무용 테크닉의 기초를 닦은 것이다.

 

P521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갖추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니진스키는 단 한번의 탁월한 도약을 위해 수천 번이나 도약 연습을 했다.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차이점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에 있지 않다. 비밀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객관화하고 명백하게 드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P522 나는 이해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느끼기를 원한다.

 

P523 나는 도둑이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플라톤, 피카소, 베르트람로스 등 누구라도 최고의 인물들에게서 생각을 훔친다. 나는 도둑이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는 내가 훔친 것의 진가를 잘 알고 있고, 늘 소중하게 간직한다. 물론 나만의 재산이 아니라 내가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유산으로 여긴다.

 

P524 내가 인생을 이해한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 방식에서 많은 걸 얻지요. 우리가 읽고 마음 깊이 흡수한 것이 보석처럼 우리의 존재를 이루는 겁니다. (중략) 모든 사람이 재능을 타고 나지만, 대부분은 겨우 몇 분 동안만 그 재능을 간직한다.

 

나는 무용가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무용가로 선택된 것이다.

 

그레이엄의 무용 대부분은 영웅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힘과 열정을 겸비한 저명한 여성, 한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P526 누구나 실패할 권리는 있다. 실패했더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단계로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대죄가 있다면 그건 범용이다. 이게 내 믿음이다.

 

P537 마사 그레이엄은 이런 단점들(내 용어로 말하면 비동시성)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국적인 용모를 오히려 매력의 중심으로 삼아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리고 엄격한 청교도 유산을 때로는 모방하고 때로는 그 토대를 무너뜨리면서 무용의 민감한 주제로 활용했다. 과거의 고전 무용과 유럽의 최근 경향을 충분히 의식한 상태에서 미국적 풍광과 민주주의 이념, 현대적 생활 리듬이 자아나는 특별한 정취에 주목했다. 강인하고 재능이 뛰어난 여자들을 중심으로 무용단을 결성했고, 그 후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남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P539 비평가 조셉 캠벨이 자아의 전부를 인생에 바치는 것에 대해 말했을 때 그레이엄은 이렇게 반박했다. “내가 만약 그런 길을 택했다면 나는 예술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9.     마하트마 간디 신념을 실천한 정치 지도자

 

P543 그의 가족은 상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인도 사회의 중간 계층인 바이샤 계급에 속해있었다.

 

P544 나는 보통 이하의 능력밖에 갖기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괘념치 않는다. 지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음의 성장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P545 종교와 사회 및 정치 지도자가 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검열이 무척 심한 편이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초자아가 강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잊어버리거나 사소하게 여기는 문제가 이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P550 우리는 간디 성격의 중요한 일면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기회가 문을 두드리면 아무리 먼 곳으로 떠나야 하고 또 자신과 가족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해도 그 기회를 붙잡는다는 점이다.

 

P554 이 과정에서 간디는 필요할 때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는 훌륭한 능력을 찾아 냈다. 간디는 언제나 사랑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표를 추구하는 끈질기고도 침착한 태도는 널리 존경 받았다.

 

P556 그러나 간디는 전혀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좌절감을 느꼈고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낭패감을 느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몸소 실천한 선례를 따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탄했고, 이것은 자신이 견지하는 삶의 원칙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책망했다.

 

P559 간디는 사티아그라하가 단지 수동적인 저항에 그쳐서는 안 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명의 힘이 되어야 한다고 깨닫기 시작했다.

 

P562 당시 영국은 주축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간디는 원칙적으로 인도인이 기록상의 정부에 충성해야 한다고 느꼈다.

 

간디와 같은 정치와 사상의 혁신자들, 특히 자신이 몸소 모범을 보이는 혁신자들의 경우는, 각자의 신조가 명확히 드러나고 그 원칙적인 실행 방침이 결정화되는 지점을 많이 지적할 수 있다.

è  이것이 바로 인생이 깊어지는 시점이 아닐까?

 

P565 그는 신념의 세기를 강조하기 위해 자기의 존재, 자기의 생명을 걸었던 것이다.

 

P566 단식 결심은 아무런 예고 없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간디는 말이 입으로 왔다고 말했다. (중략) 이것은 사적인 목적이 아니라 공적인 대의를 위한 간디의 첫 번째 단식이었다. 간디는 이 새로운 무기의 극적인 성격과 잠재력 그리고 그 단순함을 새삼 깨달았다.

 

P567 우리는 창조적 도약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나 작은 집단이 인지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창조자는 새로운 언어로 작업하는 만큼, 이를 이해하고 창조자가 표현하려는 내용이 그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음을 알아주는 지지자가 꼭 필요한 법이다.

 

P573 위대한 공상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간디 역시 명상적인 천품과 활동성 그러니까 열정적으로 활동적인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와 능력을 결합했다. 간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편에 독서와 저작과 성찰이 있고 다른 한편에 몸소 용기 있는 모범을 보이는 지도력이 있는 구 가지 활동의 항구적이고 생산적인 변증법적 관계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P574 톨스토이를 읽은 경험으로 말미암아 그는 영원히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서 폭력에 호소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인간의 권리보다는 의무, 그리고 모든 인간 문제에서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P575 여러 차례 신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간디는 몇 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강조되는 진리와 도덕성, 그리고 영적인 갱생에 대한 추구가 자기 존재의 근본이라는 것이었다. 간디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삶을 추구하는 것과 공동체에 봉사하면서 모범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을 별개로 취급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자유는 사회에 봉사하는 자유가 되어야 했고, 개인적인 비폭력은 보다 넓은 갈등의 무대에서도 실현되는 비폭력이 되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진리와 지식과 지혜는 공동체 안에서 추구하는 것이 마땅했다.

 

P576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지난 30년 동안이나 내가 애타게 갈망했던 것은 자기 실현, 신과 대면하는 것, 다시 말해 모크샤(대체로 신과의 하나됨을 뜻함)를 이루는 것이다.

 

사티아그라하는 두 세력이 그 내부에서 불화와 반목 상태에 놓여 있는 공동체의 존재를 전재한다. 사티아그라하의 신봉자는 폭력과 고통 혹은 위협을 통해 서로 대결하는 대신, 몸소 고통을 짊어짐으로써 상대방의 양식과 양심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진리파지자는 상대방을 개심시키고 그들이 자진해서 동반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P581 사티아그라하의 유별난 점, 그리고 사티아그라하를 인간의 위대한 성취로 만든 요소는 그것이 실천적인 철학을 대표한다는 점에 있다.

 

P584 나는 아무런 재산도 없지만 세상에서 제일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참으로 여유 있고 편안한 삶이다. 나는 가난한 탁발 수도승이다. 기도가 내 삶을 구원했다.

 

간디가 가난하게 사는 데는 아주 많은 돈이 필요했다.

 

P589 바푸지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우리 대부분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 다르다. 바푸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믿는 것을 말했고 말한 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의 정신과 영혼과 몸은 일치했다.

 

P593 그는 유럽의 유대인들에게 학살의 현장으로 조용히 걸어가라고 독려했을 정도였다. 이런 행동이 학살자들의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P604 탁월한 전술을 구사하고 자신의 입장을 단호하게 지킨 진나는 결국 인도를 두 나라로 가르는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인도 이슬람교도의 다수파는 파키스탄을 조국으로 갖게 되었다.

 

P605 광신적인 힌두교 신자인 나투람 바나약 고드세가 일흔아홉 살의 위대한 지도자에게 권총을 쏘았다.

 

P606 만년의 간디가 나체의 젊은 여자를 곁에 두고 잠을 자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è  이것이 사실일까? 만년의 간디는 왜 그랬을까?

 

P607 인도는 호전적인 점에서는 파키스탄이나 다른 이웃 나라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고, 다양한 인종 및 종교 세력 간의 알력은 20세기 초반이나 다름없이 그치질 않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었다.

 

P608 결론 장에서 검토하는 여러 차원에서 보더라도 간디는 창조의 거장이라 말해도 손색이 없다. 그는 여느 창조자와 마찬가지로 그가 선택한 분야에서 조숙함을 보였고 그 분야의 거장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할 줄 알았다. 신중하게 경계인의 위치를 견지한다거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데도 소홀함이 없었다는 점, 근본적으로 자기본위의 사고 방식을 지녔다는 점, 정치적 효과를 위해 사적인 친밀성을 희생했다는 점, 사상이나 인품에 아이 같은 요소가 남아 있다는 점도 모두 창조다운 거장의 표지였다. 여러모로 아이다운 천진성을 지닌 그는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인 사상을 지녔다.

 

P610 “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 – 마하트마 간디

è  나의 전문 분야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나도 전문 분야는 기획과 실행이라고 해도 될까?

 

P613 그레이엄과 간디는 둘 다 그들의 사상과 신체로 형성된 공간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이 공간은 그들의 사상과 이 관념을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신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 간의 변증법적 공간이라고 할 만하다.

 

3부 창조성의 조건

 

10.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

 

P620 나는 모든 창조적인 활동에는 역동적인 면이 있다고 가정했다. 재능 있는 개인과 전문 분야, 그리고 창조물의 질을 판단하는 장 사이에 이루어지는 변증법적 관계가 그것이다.

 

P621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이성 중심적 방법과 공통성 중심적 방법으로 불리는 이러한 두 입장을 종합하고자 했다.

 

P622 전형적인 창조자의 초상 : 전형적인 창조자 EC(Exemplary Creator)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비록 부모와 친밀한 사이일 수는 있어도 감정에는 애증이 섞여 있다. 오히려 유모나 보모 혹은 다소 먼 친척과 더 가깝게 지내는 경향이 있다. 포부와 사회적 위신을 소중히 여기고 고된 일을 높이 평가하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는 종교를 거부했다가도 훗날 다시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자라서 청년기에 이르면 집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EC는 이미 10년 이상 어느 분야를 완전히 통달하기 위해 노력한 상태이고 그 분야에서 거의 최전선에 와 있다. 놀랍게도 이 중대한 순간에 EC는 인지적, 정서적 도움을 받아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 EC는 혁신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흐름(몰입의 경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특별한 계약, 즉 파우스트적 계약을 맺으려 한다. 그는 인생의 완성보다 작품의 완성을 앞세운다. 엄청난 에너지와 헌신적인 노력이 있다면, 그는 첫 번째 혁신을 이룬 지 10년쯤 후에 두 번째 혁신을 이룰 기회를 맞게 된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EC의 창조력도 한계에 부딪친다.

 

P628 EC 유형의 인물들은 실제로 자신감과 기민함,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근면함, 일에 대한 집중력 등을 지니고 있다. 이들에게 사교 생활이나 취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껏해야 일에 몰두하다가 한숨 돌리는 정도의 주변적인 의미밖에 없다.

 

자신감은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 나르시즘과 합쳐질 수 있으며, 모두가 자기도취라 할 만큼 지나치게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편이어서 남을 희생하고라도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P629 창조성의 현저한 특징은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의 결합에 있다.

 

P632 각각의 인물이 감정을 얼마나 공공연하게 드러내는가 하는 문제, 특히 열정과 분노라는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가 하는 문제 역시 복잡하다.

 

창조의 긴장이 높은 시기에는 만만찮은 괴로움을 겪었다. 내가 아는 한, 이들 모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낙담하고 의기소침했으며 거의 모두가 일종의 신경쇠약에 걸린 적도 있다.

 

P634 하나는 조상과는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재능과 솜씨가 뛰어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년기에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모델을 만났다는 점이다.

 

P635 우리의 창조적 인물들은 모두 인구통계상 경계인이었음은 물론 이려니와 그러한 경계인이라는 위치를 창조 활동의 지렛대로 삼았다.

 

P637 다소 위험을 무릅쓰고 또 하나의 일반화를 한다면, 이들 중에는 누구도 동료로 인정할 만한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지 심리학 계통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한 사람이 어느 분야를 기본적으로 통달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대략 10년 정도이다.

 

P638 창조자는 자신의 혁신적인 도약과 타협을 한다. 혁신에의 열정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후속적인 혁신은 보다 폭이 넓고 종합적인 성격을 갖기 마련이다.

 

P639 두 번째 10년이 지난 후에는 다른 종류의 기회가 생긴다. 관련 분야를 역사적으로 혹은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기 시작할 수도 있다.

 

P654 창조적인 인물의 특징적인 모습은 창조성의 삼각형에서 어떤 부조화, 혹은 부드러운 연결의 결여를 장점으로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분석적으로 보면, 여섯 가지의 비동시성 영역이 존재한다. 개인 내부, 분야 내부, 장 내부, 그리고 개인과 분야 사이, 개인과 장 사이, 분야와 장 사이에 비동시성 영역이 존재한다.

 

P655 나는 몇몇 지점에서 비동시성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거기에 따르는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창조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P656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모두 경계에 존재하는 전율 혹은 몰입 체험을 하기 위해 비동시성의 조건을 의도적으로 추구했으며,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은 왜 비동시성의 과실을 경험하고 싶어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P659 우리가 다룬 일곱 명의 인물들은 분명 다른 점이 있으며, 이들이 대변하는 비동시성의 정도나 유형이 다소나마 더욱 생산적이었다는 게 나의 직감이다.

 

P661 이런 친밀한 관계에 대해 좀더 말해 둘 내용이 있다. 첫째,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두 가지 차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무조건적인 지지로 격려하는 정서적인 차원이 있어야 하고, 혁신적인 도약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본질에 관해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인지적인 차원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유년기의 유대 관계와 관련이 깊다. 한 가지 모델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언어와 소속 문화의 규칙을 가르쳐주면서 나누는 대화이다.

 

P662 엄마와 아이 혹은 보모와 유아 간의 대화, 혹은 친한 친구들 간의 대화와 같은 어린 시절의 효과적인 소통을 경험하지 못한 창조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근본적인 소통을 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성년기에 있어서 이런 종류의 지지와 격려는 새로운 업적을 창조한 일과 관련이 있으며, 이런 시절 무엇인가 성취한 일에 보상을 받던 상황이 재연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P663 파우스트 전설이란 창조적인 인물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점에서 특별나지만 그런 재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거나 모종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통념의 가장 유명한 판본일 뿐이다.

 

에필로그 현대와 현대 이후

 

P671 여러 사상사가들에 따르면 현대는 1500년경에 시작했다. 이 무렵 서양에서는 종교 사회와 세속 사회 사이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저항 운동이 일어났으며 과학적 탐구와 철학적 비판의 정신, 그리고 좀더 개방적이고 다원적이며 관용적인 풍조가 움텄다.

 

P673 일곱 명의 현대의 거장들이 19세기 후반에 태어난 세상은 점점 더 불확실성과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 세상이었다.

 

P678 순간적인 인상과 파편화, 강렬한 리듬, 날카로운 어조 등을 통해 일상적 경험의 느낌을 포학하고자 한다.

 

현대 예술은 끊임없는 변화라는 맥락에서 탄생한다.

 

P679 정치 분야의 현대적인 특징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을 빌자면 소위 정치의 극장에서 아주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체주의 사회의 선전 집회나 선전 영화에는 현대적인 표현 방법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P682 내 생각에 모든 창조적인 도약에는 겉보기엔 전혀 이질적인 두 영역의 결합이 있다. 하나는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하고 조숙한 통달이고, 다른 하나는 유년기의 의식과 관련된 이해 방식과 직관이다. 창조적인 도약은 이런 두 영역의 성공적인 결합에 있으며 이런 결합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그 도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옮긴이의 글

 

P693 창조성이란 바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P693 창조성은 단지 한 개인의 탁월한 재능만으로 실현되거나 발휘될 수는 없고, “오직 재능이 갖춰진 아이와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 그리고 풍부한 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P695 프루스트는 꿈을 잃어버린 사람은 소처럼 그때그때의 먹을 풀을 위하여 살아간다고 말했다.

 

3.    내가 저자라면

 

역사의 달에 왜 이 책이 들어 있을까? 9명 거장의 인생을 살펴보면 그들의 삶의 역사뿐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문화 사조까지 통찰할 수 있다. 가드너의 말대로 개인의 창조성이 발휘되려면 창조성을 가진 개인과 그 분야, 그리고 비평가와 제도 등의 이 필요하다. 이 세가지 요소에 역사 또한 고스란히 녹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학, 교육학, 역사를 아우르며 마치 전기서 같기도 한다.

이 책은 마치 방대한 논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연구 방법, 구성적 틀, 관점에 대해서 논하고 후반부에서는 분석 결과 함께 한계점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논조나 어휘, 기술 방식은 논문에 비해 훨씬 평이하고 친절하다. 저자는 중간중간 서술 내용을 요약해주기도 하고 해설을 삽입하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체스와프 미워시가 누구인지 찾아보았고, 피카소가 그의 부인 자클린과 함께 했던 사진들을 찾아 보았고,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음악을 찾아 들어보았다. 그레이엄의 춤추는 사진을 찾아 보았고 엘리엇의 <황무지> 전문을 찾아 읽어보려 애썼다. 거장들의 삶을 엿보는 일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불행해졌고 당사자들도 파우스트적 거래를 통해 재능을 위해 일상적인 삶의 행복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간디의 만년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또한 피카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장들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창조성을 배양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8년 동안 독서만 한 적이 있었고 그레이엄은 역사, 철학, 문학서를 읽으며 안무의 영감을 얻었으며 간디 역시 감옥에 갇히거나 은거할 때 많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동시대를 살아간 여성 위인을 주의 깊게 선택해 그들이 어떻게 여성으로서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했는지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관계/건강/직업 면에서 그들의 궤적을 살펴보면 공통점과 특이성을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쪽에 있는 다소 지루한 연구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줄이고 각 인물의 업적보다는 창조성과 관련된 인생 쪽에 더 비중을 두어 기술하고 싶다.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한 피카소의 그림과 그레이엄의 무용 사진 이외에도 사진 자료를 더 많이 배치해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읽은 사부님의 <깊은 인생>에서 만난 간디와 그레이엄의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자신이 읽은 책을 소화해 자신만의 주제를 이끌어내 책을 낸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인 일로 다가온다. 나도 그런 매력적인 작업을 해볼 날이 꼭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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