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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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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3일 19시 0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SSI_20110424181752_V.jpg카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스위스 북동부 케스빌에서 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스위스 개혁교회의 목사였고 그는 칼뱅과 루터와 같은 16세기 종교 개혁 지도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융은 아버지를 나약한 인간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역동적이고 강한 사람이지만 예측할 수 없으며 불가사의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융이 부모로부터 받은 각기 다른 영향은 그가 후에 발견한 자기 내부의 이중성을 형성하는데 일조하였다. 융은 자신이 제 1인격과 제 2인격이라고 부르는 두 가지 인격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융은 키가 크고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어 여성들의 호감을 사곤 했다. 21세에 당시 16세이던 엠마 라우센바흐를 만나 1903년에 결혼했고 다섯명의 자녀를 두었다. 안토니아 울프 또한 융과 함께 일했던 여성인데 1911년부터 융의 애인이 되었다. 융과 그의 아내, 애인 세 사람은 복잡한 삼각관계로 발전하여 어려운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융은 남자는 밥 해줄 여자와 지성을 자극할 여자. 이렇게 두 명의 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융은 두 여인보다 오래 살았고 말년에 두 여인을 위해 중국어로 비문을 새긴 기념비를 만들었는데 엠마의 것은 그녀는 나의 집의 기초였다라고 썼고 안토니아의 것은 그녀는 나의 집의 향기였다라고 새겨 넣었다.

 

융은 바젤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후 1900년 취리히대학 부속 부르크휠츨리 정신병원의 E. 블로일러 교수 밑에서 정신의학을 전공하였다. 1904년 정신분석의 유효성을 제일 먼저 인식하고 연상실험을 창시하여 프로이트가 말하는 억압된 것을 입증하고 콤플렉스라 이름 붙였다. 1906년 정신분열병의 증세를 이해하는 데에 정신분석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였고 이런 업적들에 의해 그는 프로이트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수제자로 인정되었다.

 

1908 4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개최된 최초의 정신분석학회 제창자가 되었으며, 이 회의에서 발행키로 결정한 기관지 <정신분석학 정신병리학 연구연보>의 편자로 뽑혔다. 그러나 이후 그는 리비도라고 하는 개념을 성적이 아닌 일반적인 에너지라고 하여 프로이트와 의견이 대립되었다. 1914년 정신분석학회를 탈퇴하고 프로이트와 결별한 후 융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강렬한 꿈과 환상 등 자신의 신비한 경험을 집중적으로 기록하고 연구하면서 신화와 역사, 연금술 등에 심리학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여기서 집단 무의식이론이 나왔는데 이 개념은 원형이론과 결합되어 종교심리학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융의 업적은 오늘날 심리학뿐 아니라 종교와 문학 등 인문 전분야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그의 심리학은 신비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는데다 난해하였기 때문에 심리학 일반에 대해서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으나 성격을 내향형외향형으로 나눈 것이 그의 큰 공적이다.

 

그가 창시한 분석심리학의 주요 측면은 다음과 같다.

 

1.     정신적인 장애나 신경 장애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도 보다 균형있게 자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치료의 목적으로 한다.

2.     사람의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신의 지도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한다. 

3.     종교적인 믿음, , 신화, 상징과 초과학 등의 연구를 통한 인간 심리의 내면 탐구

 

융은 자신의 견해, 특히 종교와 심리학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발전시키는데 여생을 바쳤다. 그의 견해에 다르면 과거 작가들이 쓴 모호하고 간과되어왔던 글들이 그 자신 뿐 아니라 환자들의 꿈과 공상에도 예기치 않았던 빛을 던져주었다. 그는 심리치료자가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옛 거장들의 작품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융은 그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심리치료법을 개발하고 이를 이론화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연금술의 전통에 새롭게 중요성을 부과했다. 그는 그리스도교를 의식의 발달에 필요한 역사적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영지주의파에서 시작해 연금술에 이르는 이교도 운동을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형태 속에서 적절히 표현되지 못한 무의식의 원형적 요소들이 표현된 것으로 보았다. 그는 특히 현대의 꿈이나 환상에도 연금술에서와 같은 상징들이 나타나는 사실을 발견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연금술사들이 집단무의식에 대한 일종의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역사의 연구는 중년과 노년, 특히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환자들을 도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삶의 위치를 평가하게 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믿음을 상실했는데 융은 그들이 꿈이나 상상을 통해 표현되는 자신의 신화를 발견한다면 더 완전한 인격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년에 융은 개인적 경험, 심리치료,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시사논평에서 독보적인 위치에올랐다. 1918년에 이미 그는 독일이 유럽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치 혁명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견해를 많이 피력했기 때문에 나치 지지자로 잘못 평가되기도 했다. 1961 85세의 일기로 퀴스나흐트에서 죽을 때까지 그는 단순한 것들, 즉 그가 자란 스위스의 시골, 농부, 전원생활을 사랑했다. 그와 아내 엠마는 취리히 호숫가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았다. 엠마는 저명한 방문객들의 안주인 노릇을 했고 남편의 연구를 도왔으며 성배연구를 하기도했다.

 

융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 <황금꽃의 비밀> <정신의 에너지에 대하여> <심리학과 종교> <심리학과 연금술> <아이온> <옵에의 회답> <인간과 상징> 등이 있다.

 

[참고자료]

네이버 백과사전 카를 융 http://100.naver.com/100.nhn?docid=124008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책 저자 소개

변경연 6기연구원 최우성 북리뷰 http://www.bhgoo.com/zbxe/?mid=r_review&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9C%B5&document_srl=331703

네이버 블로그 - 카를 융 http://blog.naver.com/braveattack?Redirect=Log&logNo=10043458019&topReferer=http://cafeblog.search.naver.com&imgsrc=data41/2009/5/12/109/%C0%B6%281910%29._braveattack.jpg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옮긴이 서문 자서전 문학의 백미

 

P8 이 책은 융의 제자요 여비서인 아니엘라 야페가 융의 나이 82세가 된 1957년부터 5년 가까이 그와 줄기차게 대담을 한 결과 엮어진 자서전이다. 융이 한 문장 한 문장 손을 보았으므로 거의 융 자신의 집필로 이루어진 저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특징은 야페가 쓴 서문의 한 구절로 요약할 수 있겠다.

 

나는 종종 융에게 외적 사건들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얻는 것이 없었다. 인생경험의 정신적인 정수만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으며, 그것만이 애써서 말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P9 융은 80세가 넘은 나이에 자기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일생을 한 마디로 규정했다. 나의 인생은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자기실현은 자아가 무의식 밑바닥 중심 부분에 있는 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 등 무수한 무의식 층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 자기의 소리가 자아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기자아에게 꿈의 상징과 종교의 상징들을 통하여 그 소리를 전하려고 한다.

 

이 책은 한 인간의 정신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깊고 넓을 수 있는가를 인상 깊게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의 존재를 심리학적으로 증명하려고 노력한 저서라고 할만하다.

 

P10 카를 융은 죽기 2년 전 BBC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그때 기자가 융에게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수백만의 시청자들이 융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긴장하며 기다렸다. 융이 천천히 대답했다. “나는 신을 압니다.”

 

프롤로그 신화는 과학보다 정확하다

 

P11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외부로 나타나 사건이 되려 하고, 인격 역시 무의식의 조건에 따라 발달하며 스스로를 전체로서 체험하려고 한다.

 

내적 견지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이며, 영원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어떤 존재로 보이는가는 오직 신화를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다. 신화는 훨씬 개인적이며, 과학보다 더욱 정확하게 삶을 말해준다.

è  조셉 캠벨은 <신화와 인생>에서 자신의 꿈이 자신의 신화라고 말했다. 꿈에는 자신의 무의식이 드러나게 마련이므로 인류의 원형이 들어있는 꿈이 신화라고 해석한 것이 아닐까?

 

P12 오직 신화적인 존재만이 인간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결정적인 견해를 가지 수 있겠는가?

 

P13 인간의 생애는 일종의 애매한 실험이다. 그것은 숫자상으로만 보면 거창한 현상이다. 인생은 허무하기 짝이 없고 너무나 불충분하여,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 그 자체라 할 만하다.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중략) 생명과 문화의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허무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변화 속에서도 살아서 존속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감각을 결코 잃어버린 적이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라져갈 꽃이다. 그러나 땅속 뿌리는 여전이 남아 있다.

 

나의 생애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뿐이다.

 

P14 젊었을 때나 그 이후에 밖에서부터 나에게로 다가와 의미를 가지게 된 것들도 내적 체험의 표지가 찍혀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관해 내부로부터 해답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그것들은 결국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일찍부터 깨달았다. 외적인 상황들은 내적 체험을 대신할 수 없다.

è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의 순간, 무엇보다 내면의 나에게 답을 물어야 한다. 주위사람들이나 심지어 점쟁이에게 물어봐도 답을 찾기 힘들다. 왜냐면 그 해답은 나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생을 사로잡은 꿈 유년시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P26 그후로 사랑이라는 말을 들을 적마다 나는 항상 미심쩍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말도 오랫동안 생래적인 불신감으로 다가왔다. ‘아버지라는 말은 신뢰감을 주면서도 무력함을 뜻하기도 했다. 이것이 내가 인생을 출발하면서 함께 가져가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P27 이런 소녀의 유형이 나중에 내 아니마의 한 측면이 되었다. 그녀에게서 받은 생소한 느낌과, 그런데도 그녀를 처음부터 알아온 것 같은 감정은 나에게 훗날 여성적인 것의 본질을 나타내는 여성상의 특징이 되었다.

 

불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P46 그 돌은 나의 돌이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종종 그 돌 위에 앉아 생각의 유희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대개 이런 것이었다. ‘나는 이 돌에 앉아 있다. 나는 위에 있고 돌은 밑에 있다. 그런데 돌도 나라고 말하며 내가 여기 이 비탈에 누워있고 어떤 자가 내 위에 앉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의문이 일었다. 돌 위에 안자 있는 것이 나인가, 아니면 내가 돌이고 어떤 자가 내 위에 앉아 있단 말인가?

è  이것이 일곱 살 남자 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이란 말인가? 서른 아홉 살인 나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 생애를 돌아보아도 이런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P50 이와 같이 비밀을 소유한다는 것은 당시 나의 성격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것을 내 이른 소년시절의 본질적인 요소, 즉 내게는 가장 뜻깊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유년시절의 남근상 꿈에 대해서도 누구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제수이트 역시 말해서는 안되는 신비로운 영역에 속했다. 돌과 함께 있었던 그 작은 나무인형은 아직 무의식적이며 유치하긴 하나 그 비밀을 형상화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P51 남자인형은 외투를 입은 고대의 작은 신으로, 많은 옛날 그림 속에서 아스클레피오스 옆에 서서 그에게 두루 마리 하나를 읽어주고 있는 텔레스포로스였다. 이러한 회상을 함으로써, 전통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의 마음 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영혼의 고태적 구성요소가 있다는 확신이 처음으로 나에게 생겼다.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학창시절

 

신경증 발작을 일으키다

 

P59 여든세 살의 나이에 지난날의 기억들을 적어나가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 기억들은 지하에서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뿌리에서 각각 뻗어나간 작은 가지들과 같으며, 무의식의 발달과정에 있는 정류장들과 같다.

 

P63 수학수업은 나에게는 정말 무섭고 괴로운 시간이 되고 말았다. (중략)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나를 둘러싼 광대한 세계 앞에서 느끼는 왜소감은 내 마음에 의욕상실뿐만 아니라 일종의 은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것들이 학교를 극도로 싫어하게 만들었다.

è  세계적인 석학 융도 수학을 싫어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약간 위안을 주었다. 사실 <열정과 기질>에서 프로이트도 수학에 재능이 없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나는 재능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미술시간을 면제받기도 했다. 이것은 시간을 얻게 되어 환영할 만한 일이긴 했지만, 나에게 미술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패배를 의미하기도 했다.

 

P65 나는 방랑, 독서, 수집, 놀이 등으로 시간을 빈둥빈둥 보냈다. 그러면서도 나는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음을 막연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P67 신경증은 나의 또 다른 비밀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부끄러운 비밀, 일종의 패배였다. 그럼에도 신경증은 나를 결국 아주 꼼꼼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특히 부지런한 사람이 되게 했다. 그럴 무렵 나는 성실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 덕을 보려고 하는 외관상의 성실성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성실성이었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아침 5시에 일어났다. 때로는 학교에 가기 전에 새벽 3시부터 아침 7시까지 공부한 적도 있었다.

è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 여기 또 있었네. 융이 자신의 패배를 자신의 승리를 위한 도구 전환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너는 누구냐?

 

P68 한순간 갑자기, 지금 여기에 가 있다는 의식과 함께, 내가 짙은 구름 속에서 막 빠져 나온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안개의 벽 같은 것이 나의 등뒤에 있었고, 그 벽 너머에는 아직 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나에게 내가생겨났다. 이전에도 내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모든 일이 단지 우연히 일어났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가 이제 여기 있고 내가 이제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è  형체도 없는 가 어떻게 생겨나고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을까 놀랍니다.

 

P73 그 무렵 내가 괴테와 친척간이라는 전설적인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략) 소위 조부가 괴테의 서자였다는 불쾌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è  이에 대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융의 조부는 독일 마인즈의 의사였던 프란츠 이그나츠 융(franz Ignaz Jung 1759-1831)이었고 부인은 소피 지글러(Sophie Ziegler)였다. 소피에게는 정신질환이 있었는데 이 문제와 남편의 성격문제로 어려운 결혼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피가 괴테의 사생아를 가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그 아이가 칼 융의 아버지인 폴 융(Paul Jung 1842-1896)이었다. 소문의 발단은 소피와 그녀의 여동생이 괴테와 매우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문의 진위여부는 밝히기 힘들지만 칼 융이 유명해 질 무렵 이런 소문은 더욱 힘을 얻고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P74 가장 무서운 죄는 성령을 거스르는 죄이며 그것은 용서를 받을 수 없다. 이 죄를 짓는 자는 저주를 받아 영원히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P77 하느님이 그들 안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그들이 죄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 사실은 뱀이라는 존재로 인해 분명해졌다. 아담과 이브를 말로 꾀도록 하기 위해 하느님이 그들보다 먼저 뱀을 창조했다. 전지한 하느님은 인류 최초의 부모가 죄를 범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모든 것을 마련해놓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죄를 지어야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의도였다.

è  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 믿으라 했는데 융은 이 또한 분석해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P79 나는 안개 속에서 빠져나와 를 의식하게 된 대략 그 순간부터 하느님의 통일성과 위대함, 그리고 초인성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를 결정적으로 시험삼아 써보려고 하는 존재가 하나님이며,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바르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내 마음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P80 하지만 나는 결국 다시금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분명히 하느님도 내가 용기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실행한다면 하느님은 나에게 은총과 계시를 내려주실 것이다.

 

하느님은 세상 제 위 높은 곳에서 황금보좌에 앉아 있고 보좌 밑으로부터 거대한 똥덩어리 하나가 화려하게 채색된 새 지붕에 떨어져 지붕을 산산조각내고 대성당의 벽들을 모조리 부수고 있다.

è  자신을 거대한 똥덩이리와 동일시하는 것인가?

 

내가 하느님의 가차없는 준엄함에 쓰러져 복종하자 하느님의 지혜와 선이 나에게 드러났다. 그것은 마치 내가 계시를 체험한 것과도 같았다. 내가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것이 나에게 분명해졌다.

 

P84 오늘날에도 나는 외롭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 대부분 도통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들을 내가 알고 있고 그것을 암시해야 해기 때문이다.

è  천재성을 가진 인물들이 일생을 외롭게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연과 사원

 

P87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 이런! 너는 항상 생각하려고만 하는구나. 사람은 생각해서는 안 되고 믿어야 해.” 나는 생각했다. ‘아니다. 사람은 체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알아야 한다.’

è  철학자 김용규는 <서양코드를 읽는 코드, >에서 신은 신앙으로 받아들여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 칸트는 인간이 논증으로 신의 현존을 증명하려는 일체의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고 신은 사고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에 대한 경험은 심리적 환상이기 때문에 실재성이 부인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융의 신에 대한 경험은 무엇이었나?

 

나는 모든 경쟁을 싫어했다. 누가 놀이까지도 경쟁적으로 하게 되면 나는 그 놀이를 그만두었다. 그후 나는 학급에서 2등에 머물렀는데 그것이 훨씬 마음을 편하게 했다. 학교 과제는 몹시 성가셨다. 나는 그것 역시 경쟁심으로 부담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è  내가 에너지와 활기로 넘쳐날 때 경쟁은 나의 내면의 불을 당기는 방아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나를 더욱 위축시키고 왜소하게 만드는 쇠망치 같았다.

 

P88 사실상 나는 언제나 양심의 가책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적인 잘못과 잠재적인 잘못 그 둘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비난들에 대해 특별히 예민했다. 그 비난들이 모두 어느 정도는 급소를 찔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그 일을 실제로는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쩌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겠다. 심지어 내가 고소를 당할 경우를 대비하여 알리바이 비망록을 자주 작성하기까지 했다. 내가 실제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참 편했다. 그때는 적어도 무슨 이유로 양심의 가책을 받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P91 왜냐하면 나는 체험을 통해, 은총은 오직 하느님의 의지를 철저히 실현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93 하느님은 자신의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의지를 무력한 인간들에게서 철저히 실현되도록 할 수 있는 존재다.

 

두 인격의 어머니

 

P95 그 무렵 나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며 내 운명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가 나에게 제기되었다. 그런데 누가 그 문제를 제기했는가? 아무도 그 문제에 대해 나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 해답은 나 자신의 고유한 내면으로부터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하느님 앞에서 나는 단독자이며 하느님만이 이와 같은 무서운 일을 나에게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P96 나는 모든 결정적인 일에서 인간들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되었다.

 

P102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일을 갑자기 알게 되는 일이 내 인생에서 자주 일어났다. 그 인식은 마치 나 자신의 착상인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è  그에게는 神氣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그는 그의 무의식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 내는데 성공한 것인가?

 

P107 나는 교제라든가 연합이니 합일이니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누구와 일체를 이룬단 말인가? 예수와? 그러나 나는 1860년 전에 죽은 한 남자였다. 왜 인간은 그와 일체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는 하느님의 아들로 불렸으니, 그는 그리스의 영웅들처럼 반신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와 일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그런 것을 가리켜 기독교라고 불렀으나, 내가 하느님을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 모든 것은 하느님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è  , 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인가?

 

P109 내가 생각하기에 하느님은 인간적이 아니다. 그는 인간적인 것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위대한 존재다. 하느님은 자비로우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존재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위대한 위험이다.

 

악의 기원

 

P111 나는 그로부터 종교란 인간이 하느님과 자립적인 관계를 맺는 영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P112 하느님은 인간 자아와 유사하게 상상될 수 있는 인격으로서, 그리고 또한 세계를 포괄하면서 세계를 전적으로 초월하는 고유의 자아로서 스스로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è  김용규의 <>에서 언급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P114 그때 나는 하느님이 스스로 만족하여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세상을 창조했다는 구절과 자연세계는 그의 선함으로 채웠고, 도덕세계는 그의 사랑으로 채우기를 원한다는 구절을 읽었다.

 

P116 하느님이 지선이라면 그가 창조한 세계와 피조물이 왜 이토록 불완전하고 부패하고 비참하단 말인가? 분명히 악마에게 침투당해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악마 역시 하느님의 피조물이었었다. 나는 악마에 관해 읽어보아야만 했다. 악마는 아주 중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P117 ‘드디어 여기에 악마를 진지하게 다루고, 완전한 세계를 창조하려는 하느님의 의도를 방해하는 힘을 가진 적대자와 피로 계약을 맺기까지 한 자가 있구나.’

è  하반기에 <파우스트>를 읽게 된다. 독일문학을 전공한 내가 그 책을 단 한 번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아니, 의식에 남이 있지 않은 걸 보니 나에게 그리 의미있는 외부적 사건이 아니었던 것일까?

 

P118 나는 악과 그 세계장악력을 알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을 어둠과 고통으로부터 구원하는 데 악이 맡은 신비로운 역할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여태껏 있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럼 면에서 괴테는 나에게 예언자라 할 만했다.

 

P119 신은 이론의 여지 없이’ ‘선하다(gut)’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지존자나 완성자라고 불린다고 했다. 신의 존재는 증명될 수 없으며 신이라는 관념의 선재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후자는 행위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잠재적으로는 인간 안에 본래부터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엇다. 아무튼 우리는 정신적 능력은 그토록 숭고한 관념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어느 일정한 수준까지는 이미 발달되어 있음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P120 ‘주 예수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 언제나 의심스럽게 여겨졌고 그것을 진실로 믿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대개 배후에서만 암시되고 있는 하느님보다 더욱 나에게 강요했다.

 

어떻게 하느님이 나에게는 자명한 것이 되었을까? 하느님의 존재는 머리 위에 떨어지는 벽돌과도 같이 너무나 분명한데도, 이 철학자들은 어찌하여 하느님은 일종의 관념이며 자기들이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적인 가설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P121 악마가 본래부터 악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명백한 모순, 즉 이원론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악마도 원래는 선한 것으로 창조되었으나 그의 오만 때문에 타락하게 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주장은 그것이 설명하려고 하는 악이 이미 자만이라는 악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칸트와 쇼펜하우어를 읽다

 

P133 이들은 모두 자기들이 받아들이지도 않고 진정으로 알고 있지도 않은 것을 논리의 곡예로써 억지로 꾸미려 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체험이 문제인 것이다!’ 나에게는 그들이 코끼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소문으로 알고는 있지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의 탐구가 가져다 준 큰 소득은 쇼펜하우어였다. 그는 눈에 보이도록 여실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고통, 그리고 혼란과 고난과 악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한 사람이었다. (중략) 그런데 여기에 비로소 세계가 어쩐지 가장 좋은 것만을 기초로 세워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철학자가 나왔다. (중략) 그대신 인류역사의 고통스러운 과정과 자연의 잔인성에는 일종의 결함, 즉 세계창조의지의 맹목성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P134 그가 사용하는 의지라는 말은 사실은 신과 창조를 뜻한다는 것과, 그가 이를 맹목적이라고 일컫는다는 것을 나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P135 맹목적 의지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지성이 그 의지에게 자신의 관념을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의 의지는 맹목적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 의지가 지성의 관념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볼 수 있다고 할지라도 지성의 관념은 신의 의지가 바라는 바를 그대로 보여줄 텐데 무슨 이유로 이를 통해 그 의지가 역전되도록 움직여질 것인가?

 

그는 순수한 본체, 사물 그 자체를 인격화하고 그 성질을 규정하여 형이상학적인 진술을 하는 심각한 과오를 범했던 것이다.

 

P137 내가 사람들이 알 리가 없는 것들에 관해 자주 발언하거나 넌지시 의견을 말하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138 실제로 모든 화급한 문제들은 일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어릴 적 비밀이 그러했듯이, 신의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신의 세계라는 표현이 어떤 사람에게는 감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모든 초인간적인 것들, 눈부신 빛, 심연의 어두움, 시공의 무한성이 지닌 차가운 무감정, 비합리적인 우연세계의 으스스한 괴기성 등이 신의 세계에 속했다. 은 나에게는 모든 것이었지, 단지 교화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자연과학 vs. 신의 세계

 

여행과 환상, 매력적인 모험의 세계로!

 

P156 그리하여 암묵적인 당혹이 지배했는데, 그것은 마치 괴테가 모성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당혹이다라고 말한 것과도 같다.

 

아름다운 시간들 대학시절

 

파우스트와 요한복음

 

P165 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무엇을 할지는 모르고 있어.

 

P167 2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을 까다롭고 배은망덕한 도덕적 과제, 종결되어야 할 일종의 숙제로 여겼다. 이런 과제는 일련의 결정으로 인하여 부담이 가중되었다. 그 결점이란 때때로 부리는 게으름, 의기소침, 침울, 아무도 가치를 두지 않는 이념이나 사물들에 대한 어리석은 열광, 혼자 착각하는 우정, 좁은 마음, 편견, 우둔함(수학!), 타인에 대한 이해부족, 세계관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 기독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인이 아닌 것도 아닌 이중성 등이었다.

 

P170 그것은 소용돌이치는 안개에 내가 들고 가는 불빛으로 비친 나 자신의 그림자였다. 나는 또한 그 작은 등불이 나의 의식이라는 것과 그것이 내가 지닌 유일한 빛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의 인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하고 유일한 보물이었다.

 

P171 진정한 문제는 왜 이러한 과정이 일어났으며 왜 그것이 의식을 뚫고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P175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정신의 고도로 수준 높은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세계라고 하는 극장 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더 크다.

 

P176 서양종교는 분명히 말해 이러한 내적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 2천 년 전부터 내적 인간을 의식의 표층으로 끌어올려 그 인격의 특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진지하게 노력해왔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

è  융은 앞에서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은 내부로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듯 싶다

 

아버지의 죽음과 궁핍한 시절

 

P178 내가 보기에 어떤 특별한 것이 아버지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했으며, 짐작컨대 그것은 아버지의 종교적 세계관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일련의 암시들을 통해 그것이 종교적인 회의라는 것을 확신했다.

 

P181 그리하여 내가 알고 있는 신학자들 중에서 어둠을 밝히는 빛을 자신의 눈으로 본 사람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만일 그들이 그 빛은 보았다면 신학적인 종교를 가르칠 리 만무했다. 그 신학적 종교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신에 대한 체험과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주지 않고 믿기만을 요구했다.

 

아버지는 이것을 온 힘을 다해 시도하다가 좌초하고 말았다. 또한 아버지는 정신과의사들의 터무니없는 유물론에 대해서도 자신을 방어하기가 힘들었다.

 

P182 내가 보기에 신앙의 가장 큰 죄는 경험을 앞지르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신학자들은 하느님이 어떤 사물들은 의도를 가지고 배치하고 어떤 사물들은 그냥 방임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정신의학자들은 물질에도 인강정신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P186 아버지가 꿈속에서 돌아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리고 아버지가 그토록 실재처럼 보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것은 잊을 수 없는 체험으로,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사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의 파우스트

 

P192 이 무렵 또한 나는 제대로 된 악마가 기독교와 더불어 비로소 생겨났다는 사실로 모르고 있었다.

 

P193 나는 철학 강의를 통해 마음이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의 기초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 없이는 지식도 통찰도 있을 수 없었다.

 

P194 하지만 왜 유령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그들의 불안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가?

 

P195 나는 세계의 가장자리로 밀려만 느낌이었다. 나에게 불같이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질없는 것이며, 심지어 불안을 자아내는 원인이 되기까지 했다.

 

P199 니체는 인생 후반, 그러니까 중년을 넘기고서야 제2인격을 비로소 발견했으나, 거기에 반해 나는 제2의 인격을 이미 소년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니체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되는 아르헤톤에 대해, 마치 만사가 순조로운 것처럼 순진하게 조심성없이 말했다. 나는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이 좋지 않는 경험을 한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P201 <파우스트>가 나에게 하나의 문을 열어주었다면 <차라투스트라>는 문을 세차게 닫아버렸다.

 

정신의학에서 길을 찾다

 

P207 그녀가 죽어가는 최후 몇 달 동안 그녀의 성격들이 하나하나 그녀로부터 분리되어 결국은 두 살짜리 어린아이 상태로 돌아가서 마지막 잠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커다란 책임이었으며, 나의 이전 철학들을 모두 지양하고 나로 하여금 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P210 나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나에게 정신의학 외에는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적으로 계시처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의학에서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흐름이 합류하여 그 합해진 물의 힘으로 스스로 물길을 내어 흘러갈 수 있을 것이었다. 여기에 내가 사방으로 찾아 헤매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생물학적 사실과 정신적 사실에 관한 공통경험의 장이 있었다. 정신의학은 자연과 정신의 충돌이 실제 사건이 되는 결정적인 분야인 셈이다.

 

P213 정신의학은 아주 넓은 의미에서 병든 정신과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의사의 정신 간의 대화이며 병든인격과 치료자 인격 간의 대결이다. (중략) 나는 망상관념이나 환각이 정신병의 특이한 증상일 뿐 아니라 일종의 인간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P217 결국 인간이란 스스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좋든 나쁘든 다른 사람들의 판결에 맡겨진 하나의 사건인 셈이다.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환자들

 

P221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의 중심주제로 삼은 것은 무엇이 정신병자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가?’하는 화급한 의문이었다.

 

정신의학강의가 목표로 하는 것은 병든 인격에 관해 소위 추상화를 하고 진단과 증상의 기록, 통계로 만족하는 정도였다.

 

P222 이런 상황에서 프로이트는 나에게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히스테리와 꿈의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이 탐구를 그가 했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의 견해는 나에게 개별적인 사례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연구와 이해의 길을 열어주었다. 프로이트 자신은 정신의학자가 아니고 신경학자였지만 심리적인 문제를 정신의학에 도입했다.

 

P229 그리하여 영웅의 어머니가 되고 싶은 그녀의 야심적인 갈망이 나에게 고착된 것이었다. 그녀는 이를 테면 나를 양자를 삼아 자신의 기적적인 치유를 세상에 널리 선전했다.

 

P239 여러 차례 나는 그런 환자들에게도 그 배후에는 정상이라고 일컬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간주될 만한 인격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따금 이러한 인격 역시 주로 목소리나 꿈을 통해 아주 이치에 맞는 발언과 항변을 할 수도 있었다.

 

P241 나는 피해망상과 환각이 일종의 의미의 핵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인격, 하나의 인생사, 하나의 희망과 욕망이 그 배후에 있었다.

 

P246 소녀 시절에 당했던 근친상간으로 인해 그녀는, 세상의 관점에서는 굴욕을 느꼈지만 환상의 세계에서는 고양된 기분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소위 신화의 영역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근친상간은 전통적으로 신들의 특권이기 때문이었다.

 

꿈의 분석

 

P249 1909년에 나는 이미 잠재적인 정신병의 상징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신화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P250 마음은 정말 신체보다 더욱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렵다. 마음은 이를 테면 세계의 절반으로, 우리가 그것을 의식할 때에만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단순히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정신과의사는 전체 세계에 관여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예전과는 달리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위험이 자연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즉 각 개인과 다수의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환자의 치료는 말하자면 의사로부터 시작된다. 의사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문제를 다룰 줄 알고 있을 경우에만 환자에게도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교육분석에서 의사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의사가 그 일을 할 수 없다면 환자도 이를 배우지 못한다. 의사가 배워 알지 못한 마음의 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환자 역시 마음의 한 부분을 잃고 말 것이다.

è  정신과 의사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아울러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준다.

 

P251 치료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았을 때, 결정적인 것은 의사가 자기 자신을 드라마의 한 부분으로 보느냐 아니면 스스로를 자기 권위로 씌워버리느냐 하는 것이다.

 

P252 우리는 우리의 무의식이 이 상황을 어떻게 체험하고 있는가?”하고 항상 자문해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꿈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세심한 데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자기 자신을 환자와 마찬가지로 관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정에 따라서는 치료 전체가 빗나갈 수도 있다.

 

P253 꿈은 의식적인 태도에 대한 보상 그것이다.

 

의사는 그 자신이 고통을 당할 경우에만 효과를 얻는 법이다. ‘상처 입은 자만이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체면(persona)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으면 그는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하게 된다.

 

여성들은 대개 뛰어난 직관과 정확한 비판력을 지니고 있으며, 남자의 비밀스러운 의향을 간파할 줄 알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의 아니마가 꾸미는 음모까지 꿰뚫어볼 줄도 안다. 여자들은 남자가 보지 못하는 측면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남편이 초인이라고 확신하는 부인은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집단무의식의 원형에 대하여

 

P260 이러한 경험에서 중요한 점은 원형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종종 관찰되는 전형적인 동시성 현상이다. 무의식에서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함으로써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지각할 수 있었다. 집단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던 것의 기초다.

 

P264 나는 사람들이 인생문제들에 대해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해답으로 얼버무릴 때 신경증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사람들은 지위, 결혼, 명성, 외적인 성공, 재물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조차 사람들은 여전히 불행하고 신경증을 앓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너무나 좁은 정신적 한계에 갇혀 지낸다. 그들의 삶에는 흡족한 내용과 의미가 없다. 그들이 좀더 폭넓은 인격으로 발달할 수 있다면 신경증은 보통 사라진다. 그런 이유로 인격발달이라는 관념이 나에게는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è  나 역시 지위, 결혼, 명성, 재물,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다 신경증을 앓았다. 생각해보면 그때 나의 사고의 범위는 일천하기 짝이 없었던 것 같다. 만족할 줄 몰랐고 삶의 의미를 몰랐다. 이제 세계의 석학들과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나의 사고의 범위와 깊이가 깊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신경증은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P270 문제는, 신화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외적인 것에 불과한 세계, 즉 자연과학의 세계상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지혜와는 조금도 상관없는 언어의 지적인 즉흥연주로 만족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시대에 이와 같이 마음의 분열로 희생된 자들은 단지 스스로 택한 신경증 환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표면적인 증상은 자아와 무의식 사이에 벌어져 있는 틈이 메워지는 순간 사라진다.

 

프로이트와의 만남

 

이론적인 불화

 

P276 그는 억압의 원인을 성적 외상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의 치료과정에서는 신경증의 많은 사례에서 성욕의 문제는 다만 부차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다른 요인들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사회적응, 비극적인 삶의 정황으로 인한 억압, 체면 차리기 등이 문제들이었다.

 

P281 왜냐하면 교리, 즉 논의할 필요도 없는 신앙고백은 오직 의심을 단번에 눌러버리려고 할 때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과학적 판단과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개인적인 권력 충동과 관계가 있을 뿐이었다.

 

P282 심리적으로 더 강력한 공포의 대상에 신적이거나 악마적인 속성이 부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프로이트에게는 성적 리비도숨은 신의 역할을 맡게 된 셈이었다.

 

P284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한 가지 특징이 그에게 있었는데 그것은 실랄함이었다. (중략) 결국 그는 성욕 역시 내면에서 보면 영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고자 했다.

 

자기가 자신의 가장 나쁜 적이 되어 있을 경우, 그 사람의 신랄함보다 더 지독한 신랄함은 없을 것이다. 프로이트 자신의 말에 의하면, 그는 검은 진흙탕 홍수로 위협을 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프로이트 자신이 검은 심연을 퍼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P285 나는 이제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니체의 권력원리의 우상화를 보상하는 정신사의 교묘한 책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286 내가 추론한 바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에로스의 힘에 깊이 영향받고 있었기 때문에 에로스의 힘을 종교적인 누멘처럼 견고한 교리로까지 끌어올리기를 원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일종의 복음 선포자라는 것은 비밀스러운 사실도 아니다.

 

P287 신성한 힘의 체험으로 마음이 격렬히 동요하게 되면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실이 끊어질 위험이 항상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람은 절대적 긍정으로, 또 다른 사람은 그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부정으로 빠지게 된다.

 

마음의 진동추는 바른 것과 그른 것 사이가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P295 프로이트는 개인적인 권위를 진리보다 더 내세웠다.

 

P300 그 꿈은 개인정신의 밑바탕에 있는 선험적이고 집단적인 것에 대한 최초의 암시였다. 나는 이것을 우선 정신기능의 초기양식의 흔적이라고 보았다. 그후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그리고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기초로 해서 나는 그것을 본능의 형태, 즉 원형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P307 자연(본성)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 신경증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309 대개 근친상간은 고도의 종교적인 내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그것은 거의 모든 창조신화와 그외 수많은 신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P310 성은 내 심리학에서 정신 전체의 본질적인 표현으로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주요한 관심은 성의 개인적인 의미와 생물학적인 기능을 넘어서서 그것의 정신적인 측면과 신성체험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설명하는 데 있었다.

 

P311 프로이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마도 신경증 환자를 진지하게 다루고 그들의 독특한 개인적 심리를 파고들어간 데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여인 아니마

 

신화와 환상

 

P316 그러면 무엇이 너의 신화인가? 너는 어떤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가? 여기에 이르자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필레몬과의 대화

 

P334 신화에서 뱀은 영웅의 대역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P335 필레몬과 또 다른 형상들을 통해 나는 인간의 마음 속에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지닌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P338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을 구루로 삼지만 늘 영혼을 구루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P340 나는 내 안에 있는 여성성이 남성 무의식 속에 있는 전형적인 또는 원형적인 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아니마라고 불렀다.

 

P341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라. 그러면 받으리라.

 

P342 그는 자신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의 평가에 의해서 살았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로 인하여 그는 확신이 흔들렸고 아니마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어놓고 말았다. 아니마의 말은 대개 유혹하는 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교활함을 지니고 있다.

 

결정적인 것은 의식이다. 의식이 무의식의 표현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해 자기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P343 그런데 아니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무의식의 이미지를 의식에 전달하는 것이 바로 아니마다.

 

죽은 자를 향한 일곱 가지 설법

 

P344 나에게 현실이란 과학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무의식이 내게 가져다 준 통찰을 통해 나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인생과정의 요점이 되었다.

 

P345 삶을 대체할 만한 완전한 언어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언어가 삶을 대체하려고 시도한다면 언어뿐 아니라 삶도 망가지고 말 것이다. 무의식의 전제의 횡포에서 자유를 얻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적인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윤리적 의무를 갖는 것이다.

 

외람되게도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 주저하는 저 문을… <파우스트> 2부는 문학적 시도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철학적 연금술과 그노시스파 사상에서 시작하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까지 이어지는 황금사슬의 한 고리다.

 

P346 무의식 내용은 나를 정상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과 내가 알고 잇는 몇 가지 사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 사실들이란, 내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고 환자를 도와주어야 하며, 내게는 처와 다섯 아이가 있고 퀴스나흐트 제슈트라세 228번지에 살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것은 내가 실재로 존재하고 있고, 니체처럼 괴기한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가 아님을 날마다 증명해주었다. 니체는 내면의 사상세계 외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의 발판을 잃어버렸다. 사실 그가 자신의 내면 세계를 소유했다기보다 오히려 내면세계가 그를 소유한 셈이었다. 그는 뿌리가 뽑혀 땅 위를 떠돌아다녔다. 그리하여 그는 과장하는 습성이 생기고 비현실성에 빠졌다.

è  가끔은 가족이나 직장 같은 것들이 짐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융처럼 자신의 실존을 증명해주는 실재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의 발판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P347 나의 주변은 기이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치 대기에 유령 같은 실체가 가득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자 집 안에 유령이 나오기 시작했다.

è  융의 책은 밤늦게 읽으면 안될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있다.

 

P350 그 무렵, 그리고 그후로 내게는 죽은 자가, 응답이 없고 해결책이 없으며 구원되지 못한 자의 목소리로 더욱 뚜렷이 다가왔다.

 

P351 나의 학문은 나를 혼돈상태에서 건져낼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며 수단이었다. (중략) 나는 될 수 있는 한 이미지와 그 내용을 일일이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무엇보다 삶 속에서 그것을 인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è  사부님도 그러셨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 독서의 목적이자 진정한 의미라고. 융도 자신의 학문을 자신의 삶 속에서 인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P353 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것들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여러 면에서 후회했다.

 

P354 그러나 내가 심적 체험의 내용이 진실이며 그것은 나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집단적 체험으로서도 진실이라는 사실을 남에게 제시해줄 수만 있다면 바깥세계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처음부터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일이야말로 가장 철저한 노력을 요할 것이었다.

 

연금술을 발견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P365 분석심리학은 본질적으로 자연과학에 속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다른 학문보다도 훨씬 더 관찰자의 개인적인 가설에 영향을 받기 쉽다. 그러므로 적어도 심각한 판단착오만이라도 범하지 않으려면, 심리학자는 역사나 문헌에서 찾은 유례에 많이 힘입어야 한다.

 

P366 연금술을 하나의 중세 자연철학으로서 한편으로는 과거 즉 그노시스주의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즉 현대 무의식의 심리학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P367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상징의 하나는 물질의 변환이 완성되는 그릇이었다. 나의 심리학적 발견의 핵심도 이와 같은 내면의 변환과정, 즉 개성화였다.

 

P371 나는 그 문헌들이 상징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372 나는 곧 분석심리학이 연금술과 기묘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금술사들의 경험은 나의 경험이었고, 그들의 세계는 어떤 의미로는 나의 세계였다.

 

P373 원초적 이미지와 원형의 본체가 내 연구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고, 역사 없이는 심리학, 특히 무의식의 심리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생애는 하나의 과제, 하나의 목표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것으로 통합되어 있었다. , 인격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과제와 목표였다.

 

P375 왜냐하면 한 사람의 판단을 애초부터 결정하고 제약하는 것은 심리학적 유형이기 때문이었다.

 

유형에 관한 책은 한 인간의 모든 판단은 그의 유형에 의해 제약되며 모든 관점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P367 나는 리비도를 물리적 에너지의 정신적 유사물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나는 이제 더 이상 허기 본능, 공격본능, 성적 본능 따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에 이 모든 현상을 정신적 에너지의 다양한 표현으로 보고자 했다.

 

P377 환상탐구에 몰두하면서 나는 무의식이 변환하기도 하고 변환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금술을 배워서 알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무의식이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무의식 내용에 대한 자아의 관계에 의해 정신의 변환과 발달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378 나의 연구에서 본질적인 점은 일찍부터 세계관의 문제에 간여하고, 심리학과 종교적 문제의 대결을 다뤄왔다는 것이다.

 

성배전설과 동물상징

 

P383 중심문제, 즉 의학적 정신치료의 주된 문제는 전이다.

 

P386 나의 아내가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성배전설에 관한 엄청난 작업도 아직 완수하지 못했다.

 

P387 맹목적인 수용은 결코 해답을 주지 못한다. 기껏해야 답보상태로 있게 할 뿐이며, 그로 인해 다음 세대가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된다.

 

P397 나의 저술들은 내 생애의 정류장들이라 여겨질 만하다. 그것들은 나의 내적 발달의 표현이다. 무의식 내용을 탐구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변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는 내가 행한 것, 내 정신의 작업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 떼어놓을 수가 없다.

 

P398 오늘날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일찍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이토록 성공을 거든 것이 무척 놀라운 일입니다.”그런데 나에게 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가 말해야만 했던 것이 말해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능한 것이면 무엇이든 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더 많이 더 훌륭하게 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

 

,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곳

 

P403 1955년 아내가 죽은 후에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내적 의무를 느꼈다.

 

P409 사람들에게 무의식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다.

 

P413 우리가 내적 감각으로 지각하거나 예감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외부의 현실과 자주 상응하게 되는 것을 동시성 현상이라고 한다.

 

P414 나의 딸은 그 시체가 거기 있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이다. 그녀의 감지 능력은 내 외가쪽 할머니로부터 이어 받은 것이다.

 

카르마

 

P415 그는 열렬한 프리메이슨 회원이며 그 스위스 지부의 총책임자였다.

 

P417 부모로부터 아이들에게 넘겨진 비개인적인 카르마가 가족에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는 조상들에게 숙명적으로 던져졌으나 아직 해답을 얻지 못하는 물음에 내가 대답해야 하며, 지나간 세대가 완성하지 못한 채 남긴 것을 내가 완성하거나 계승해야만 할 것같이 늘 여겨진다.

 

P420 무엇보다 내 마음을 가장 깊이 움직인 것은 선과 악, 정신과 물질, 빛과 어둠의 대극문제였다.

 

나중에 나는 의식적으로 내 작업을 파우스트가 간과한 것들에 연결시켰다. , 영원한 인간권리에 대한 존경, 옛 것에 대한 인정, 그리고 문화와 지성사의 연속성 등이 그것이었다.

 

우리의 마음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조상 대대로 이미 존재해온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별적인 인간의 마음에서 새로운 것이란 아득한 옛날의 구성요소들이 끝없이 변화하여 재결합된 것이다.

 

P421 사람들은 모든 좋은 것이 나쁜 것들의 대가로 얻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다 큰 자유에 대한 희망은 국가에 대한 예속의 증대로 사그라들고 만다. 가장 눈부신 과학의 발견이 우리에게 끔직한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행

 

북아프리카, 순진한 인류의 청소년기로!

 

P434 나는 늘 동시에 두 개의 영역에서 사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하나는 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싶으나 할 수 없었고, 또 하나는 무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꿈의 형태 이외로는 잘 표현할 길이 없었다.

 

P437 발전에 대한 맹신은 그것이 우리의 의식을 과거로부터 멀리 떼어놓을수록 더 유치한 미래의 꿈에 매달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P439 ‘하지만 위험이 있는 곳에 또한 구원이 싹튼다는 횔더린의 말이 그런 상황에서 자주 떠올랐다.

 

푸에블로 인디언, 자기 자리에 있는 사람들

 

P443 “우리는 여기서 생각하오.” 그는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P451 지식은 우리를 성숙하게 해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이전에 살던 신화적인 세계에서 더욱 멀리 떨어지게 한다.

 

케냐와 우간다, 아프리카의 고독을 겪다

 

P457 연금술에서는 자연이 불완전하게 둔 것을 예술이 완전하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인간인 내가 보이지 않게 창조행위를 하고 있는 그 세계를 비로소 객관적인 실재로 완성되도록 해주었다.

 

P470 현대사회에서 동성애가 맡은 역할은 대단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모성콤플렉스의 결과이며 일부는 자연의 합목적적 현상(번식의 저지)이다.

 

인도, 이방의 문화에서 유럽의 뿌리로!

 

P488 내가 성자들로부터 배우고 그들의 진리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나에게 도둑질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들의 지혜는 그들에게 속하고,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만이 나에게 속할 뿐이다. 더군다나 유럽에서 나는 동양으로부터 아무것도 차용할 수 없다. 오직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하고, 나의 내면이 말하는 것이거나 본성이 내게 가져다 주는 것으로 살아야 한다.

 

P490 기독교인은 선을 추구하면서도 악에 빠진다. 이에 반하여 인도인은 선과 악의 바깥에서 자신을 느끼거나, 명상이나 요가로써 이러한 상태에 이르려고 한다.

 

P491 진정한 해방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했을 때,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을 헌신하여 철저히 참여했을 때 가능한 법이다.

 

자신의 열정의 지옥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러면 열정은 집 가까이 있게 되고 그가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불길을 일으켜 바로 그의 집을 덮칠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포기하고 내버려두고 겉으로 잊어버린 체하고 있을 경우, 그 포기한 것과 내버려둔 것이 두 배의 힘으로 되돌아올 가능성과 위험이 존재한다.

 

P492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카르마를 먼저 갚지 않고 어떻게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겠습니까? 저 덧붙여진 음란한 형상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다르마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거기 있는 것입니다.

 

P495 나는 부처의 삶을 개인의 인생 전체를 통해 스스로를 주장한 자기의 실현으로 이해했다. 부처에게 자기는 모든 신을 넘어서, 특히 인간실존과 세계의 정수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도 역시 부처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구현자다. 하지만 전혀 다른 뜻에서 그러하다. 둘 다 세상을 극복한 자들이다. 부처는 이를 테면 이성적 통찰로서, 그리스도는 숙명적인 희생으로써 그 일을 이루었다. 기독교에서는 더 많이 고통을 겪는 데 주안점을 두고, 불교에서는 더 많이 깨닫고 행하는 방법으로 나간다.

 

P502 이 꽃의 아름다움처럼 인생도 그렇게 지나가버리고 말도다. 신이시여, 나와 함께 이 제물의 은덕을 누리소서.

 

라벤나와 로마, 보이는 환상과 보이지 않는 실재

 

P509 나는 내적인 것이 외적인 것처럼, 외적인 것이 내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상들

 

생의 한계점에 이르러

 

P516 나에게 남아 있는 그것이 바로 라고 말이다. ‘는 이를 테면 남이 있는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는 다른 역사로 이루어져있으며, 그것이 참으로 나라는 절실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는 성취된 것과 지금까지 있었던 것의 그와 같은 묶음이다. 이런 체험은 나에게 극도의 결핍감을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커다란 만족을 주었다. 내가 요구하거나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융합의 신비

 

P524 나는 왜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는 신성한 영의 향기에 관해 말하는지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말할 수 없이 신성한 영이 그 방에 있었다. 그 현상을 설명한 것이 <융합의 신비>였다.

 

P525 사람들은 영원이라는 표현을 꺼려한다. 하지만 나는 그 체험을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하나인 무시간적 상태의 지복이라고밖에 달리 일컬을 말이 없다.

 

P527 나는 병을 통하여 또 다른 것을 얻었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긍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었다. 주관적인 반론 없이 말이다. 현존재의 조건을 내가 보는 그대로, 내가 이해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후의 삶에 관하여

 

꿈과 예감

 

P535 나의 가설은 무의식이 이를 테면 꿈을 통해 우리에게 보내는 암시의 도움으로 그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P536 비판적 이성이 우세할수록 인생은 그만큼 빈약해진다. 그러나 무의식과 신화를 의식할수록 우리의 인생은 그만큼 통합을 이루게 된다. 과대평가된 이성은, 그것이 지배하면 개인이 궁핍해진다는 면에서 독재국가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무의식은 우리에게 뭔가를 알려주거나 영상으로 암시하면서 하나의 기회를 준다. 무의식은 어떤 논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때때로 전해줄 수 있다. 동시성현상과 예언적인 꿈, 예감들을 생각해보라!

 

P541 이를테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자가 그에게 다가오고 그는 이에 답해야 한다. 그가 죽음에 관한 신화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성은 그가 들어갈 어두운 구덩이 외에는 아무것도 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신화는 그의 눈앞에 다른 이미지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것은 유익을 주며 정신을 풍성하게 하는 사후세계의 이미지들이다. 그가 이 이미지들을 믿거나 약간만 신뢰하더라도 그것들을 믿지 않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 어쨌든 부인하는 자는 를 향해 가는 반면에, 원형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두 사람 다 불확실성 속에 있다. 그런데 전자는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고 있고, 후자는 본능을 따르고 있다. 이것은 현저한 차이이며 후자에게 이로운 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화,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P546 죽은 자의 혼령들도 그들이 죽은 순간에 이르기까지 알고 있던 것만 알고 그 외에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람들의 앎에 참여하기 위해 인생 속으로 밀고 들어오려고 애쓴다.

 

P551 신화는 피할 수도 면할 수도 없는, 의식적 인식과 무의식 사이의 중간단계다. 무의식이 의식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그것은 특별한 종류의 앎으로 영원 속의 앎, 대개 지금 여기와 관계가 없고 우리의 지적 언어도 고려하지 않는 앎이다.

 

P558 신화적 상상에서 중간세계가 없다면 정신은 교조주의에 갇혀 경직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반대로 신화적인 내용을 고려하는 것이 피암시적인 약한 마음의 소유자들에게는 예감을 인식으로 여기고 환상을 실체화할 위험이 있다.

 

단일성과 무한성

 

P560 나는 양쪽 다 옳다고 생각한다. 서양인은 외향적인 경향이 강하고 동양인은 내향적인 경향이 강한 듯하다. 서양인은 의미를 투사하여 객체에 의미가 있는 듯이 추정한다. 동양인은 그 의미를 자신 속에서 느낀다. 그런데 의미는 밖에도 있고 안에도 있는 법이다.

 

P561 내가 죽으면 나의 한 일들이 따라올 것이다. 나는 내가 한 일을 함께 가지고 갈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중요한 문제는 내가 생의 마지막에 빈 손으로 서 있지 않는 것이다.

 

P562 나의 존재의미는 인생이 나에게 물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 자신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하나의 물음이며, 나는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단지 세계가 주는 대답에 의지할 뿐이다. 그것은 내가 오로지 고심 끝에 인식하게 된 초개인적인 인생과제다.

 

P[573 내가 극단적으로 제약을 당할 때 비로소 무한한 것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인간에게 가장 큰 제약은 자기 자신이다.

 

만년의 사상

 

대극의 통합을 위하여

 

P584 신화가 생동하지 않고 더 이상 발전하지 않으면 신화는 죽은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의 신화는 벙어리가 되었고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한다. 잘못은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은 신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런 방면의 온갖 시도를 억압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

 

P597 어떤 학문도 신화를 대체하지 못하고 어떤 학문으로도 신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왜냐면 이 아니라 신화가 인간 안에 있는 신적인 삶을 계시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고안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종의 신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원형, 그 역동적인 에너지

 

P604 동시에 두 가지를 다 하려는 사람, 즉 개인적인 목표를 따르면서도 집단성에 보조를 맞추려는 자는 누구나 신경증적인 사람이 된다.

è  그렇다. 개인적 목표에 천착하거나 집단성 안에 있다면 신경증이 일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 없으면

 

회고

 

비밀로 가득 찬 세계

 

P624 고독이란 주변에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전할 수 없거나 자기는 가치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황당무계한 것으로 간주될 때 생기는 법이다. 나의 고독은 어릴 적 꿈의 체험과 함께 시작되었고, 내가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할 시기에 최고조에 달했다.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이 흐리멍덩하구나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지나간 것에 만족한다. 내 인생은 풍성했으며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일어난 것들은 그야말로 기대 밖의 일들이었다. 나 자신이 달라졌더라면 많은 일이 다르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되어야 하는 대로 그렇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편집자의 말

 

P631 1956년 여름 아스코나에서 개최된 에라노스학회에서 출판인 쿠르트 볼프가 취리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카를 쿠스타프 융의 전기를 뉴욕의 판테온출판사에서 출간했으면 하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융의 동료 중 한 사람이었던 요란드 야코비 박사는 전기 집필 업무는 나에게 맡겨야 한다고 제했다.

 

일단 동의하고 나서는 매주 하루, 오후 시간을 나와의 공동작업에 할애해 주었다. 빠듯한 그의 작업 계획과 피로해지기 쉬운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무척 많은 시간인 셈이었다.

 

P632 쿠르트 볼프는 그 책이 전기가 아니라 융 자신이 진술하는 자서전의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자신의 구상을 나에게 제시했다.

 

P635 그 장들은 섬광처럼 융의 외적인 삶과 그의 작업이 단지 잠깐만 비추어줄 뿐이다. 그 대신 그 장들은 마음을 가장 진정한 현실로 여겼던 한 인간의 체험과 그의 정신세계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P636 나에게 생생하게 남아 있는 모든 기억은, 마음과 불안과 격정으로 몰아넣는 정서적인 경험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항상 그랬듯이 내 인생에서 모든 외적인 것은 우연한 것이고, 오직 내적인 것만이 실체성이 있으며 결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숙명적이다.

 

P637 이러한 긍정과 부정 사이의 갈등은 그가 죽는 날까지 결코 수그러든 적이 없었다. 항상 회의의 찌꺼기가 남아 있었고, 미래의 독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P639 그는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치료에 있어서 종교적인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것은 마음이 자율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관념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마음이 원래 종교적이라고 하는 그의 인식과 일치하는 셈이었다.

 

P641 그 무렵 나로서는 신이라는 존재야말로 적어도 가장 확실한 직접적인 체험의 하나임이 분명했다.

 

학문적인 저작에서는 융은 신에 관해 말하지 않고 인간 마음 속에 있는 신의 형상에 관해 말할 뿐이다.

 

P642 나의 생애는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글로 써온 내용의 정수이며 그 반대가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존재하느냐와 내가 어떻게 글을 쓰느냐 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나의 모든 생각과 나의 모든 노력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P643 사실 융의 회상록은 그의 학문적 사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가 어떻게 그의 사상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인식의 배후에 있는 주관적인 체험을 보고하는 것이 독자를 연구자의 정신세계로 인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도가 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융의 자서전은 난해하고 오묘하다. 그는 두 세 살 적에 겪었던 일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하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며 그의 자서전은 그를 닮아있다. 사람들이 전혀 관심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혼자 생각하면서 그는 항상 고독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사상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의 존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융은 어린 시절부터 신을 체험하고 그의 존재를 실증하려 애썼다. ‘에 대한 부분은 마치 김용규의 <서양 문화를 읽는 코드, >에서 본듯한 내용이 다수 언급되어 반가웠다. 융이 다른 세계적인 석학들과 마찬가지로 독서를 통한 지식의 확장을 도모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칸트, 쇼펜하우어, 헤겔, 니체 등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론과 사고를 확립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다소 아쉬웠던 점은 생소한 단어에 대한 주석이 부족한 점이었다. 옮긴이는 융 사상의 주요 개념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배치에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와 비제가 누구인지는 자료 검색을 통해 찾아보며 글을 읽었다. 또한 하시딤파, 누멘, 그노시스파, 교조주의 등의 개념은 독자를 이해를 위해 주석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간밤의 꿈을 적어 해석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융처럼 꿈을 세세히 기억하고 기록하기도 힘들었지만 내 꿈에 등장하는 상징들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또한 융이 했던 기이한 경험들(호도나무 탁자가 갑자기 갈라지고 칼이 부러지고 유령이 출몰하는 등)을 내 인생에서 찾아보려 했으나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융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神氣가 있는 듯 하다. 융이 외부적 사건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의식의 흐름이 집중해 자서전을 집필했다는 사실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저자라면 여자들이 자신의 꿈에 등장하는 상징들을 해석할 수 있는 꿈해석서를 만들고 싶다. 특히 여자들이 마주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 예를 들면 결혼, 출산, 이직, 육아 등등에서 꿈의 상징을 분석해 자신의 무의식을 알 수 있는 해석서이면 좋겠다. 또한 역사적 장면과 연결해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연구해보는 것도 좋겠다. 융은 역사와 심리, 종교를 연결해 환자들이 자신의 신화를 발견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융은 말한다. ‘나의 모든 생각과 나의 모든 노력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융 자서전을 읽으며 했던 모든 생각과 모든 노력이 나의 일부가 되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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