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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0일 00시 32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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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독일의 시인이자 작가. 고전파의 대표자.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아버지의 방침에 따라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8세에 시를 짓고 13세에 첫 시집을 낼 정도로 조숙한 문한 신동이었다.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하여 법률을 공부하다가 병으로 일시 귀향. 다시 스르라스부르크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하여 법학사가 되었다.
1770년 독일 질풍노도 운동의 실질적 선도자인 고트프리트 헤르더를 만나 독일 민속과 정신에 대한 깨우침을 얻었으며, 제젠하임이란 마을에서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사랑에 빠지며 감미로운 서정시들을 많이 썼다. 1771년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업무보다는 창작에 몰두하여 그해 질풍노도 시기의 대표적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겐』의 초고를 쓰고, 말년에 완성된 그의 역작 『파우스트』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시작하였다. 1774년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슈투름 운트 드랑 (질풍노도시대, 문예외 혁명 운동)’의 대표작으로서 전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 알려졌다. 1775년 아우구스트 공의 초정으로 그의 교육 겸 사담역으로 바이마르에 갔으며, 그 후 재상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괴테는 80년 넘는 생애 동안 시와 소설, 희곡과 산문, 그리고 방대한 양의 서한을 남겼다. 문학뿐만 아니라 신학과 철학과 과학 등 여러 분야에도 손을 댔고, 유능한 관료이며 탁월한 인격자로도 존경을 받았다. 괴테가 오늘날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인 인물인 까닭은 이처럼 오랜 활동 기간과 다재다능함 때문이다.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에 이르는 그의 생애 동안에는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의 대두 같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런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괴테의 문학은 다른 여느 작가와는 다른 깊이와 넓이 모두를 성취했다.
괴테의 수많은 작품은 이후의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명시는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물레질하는 그레첸], [마왕], [들장미]처럼 독일 가곡의 대표작으로 거듭났다. 베토벤은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에 붙이는 서곡(1810)을 작곡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파우스트]를 오페라로 작곡해 주길 바랐던 괴테의 희망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지만, 훗날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1846)와 구노의 [파우스트](1859) 등의 작품이 좋은 평판을 얻었다.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1866)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각색한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괴테는 고전주의 작가로 분류되지만, 젊은 시절에는 [베르테르] 한 편으로 실러와 함께 질풍노도(슈투름 운트 드랑)의 대표 주자가 되었으며, 나중에는 낭만주의의 선구자로도 평가되었다. 하지만 고전주의적 예술관을 철두철미 견지한 괴테는 오히려 낭만주의에 대해서는 적잖은 거리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한다. 이는 만사에서 질서와 조화를 중시한 괴테 특유의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령 괴테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이는 뉴턴의 광학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진 색채 연구와 함께 괴테의 보수성을 드러내는 증거로 종종 언급된다.
괴테의 생애는 수많은 공국과 도시로 분열되었던 오늘날의 독일이 처음으로 민족적이고 문화적인 정체성에 눈뜨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렸다. [파우스트]를 비롯한 괴테의 대표작들은 다른 유럽 문학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평가되던 독일 문학의 수준을 일거에 드높였다. “독일 민족의 자의식은 바이마르에서 태어났다”는 문화사가 자크 바전의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일찍이 셰익스피어가 영국 문화와 영어에 끼친 영향 못지않게, 괴테는 독일 문화와 독일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1808년에 출간 된『시와 진실』은 기계론적 우주관과 계몽적 합리주의를 화해시키려는 가장 훌륭한 시도로서, 근대의 입구를 홀로 버티고 서서 지키는 걸작이다. 괴테의 사상은 대상관계이론가와 정신과 의사 애착이론가 뿐 아니라 인식적 심리학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는 실체적 경험철학자들의 이론과도 썩 잘 어울린다. 200여 년 전에 괴테가 가졌던 세계관과 자연과 인간 의식의 궤적에 대한 견해는 21세기의 매우 국제화된 세상을 사는 요즘의 밀레니엄 세대의 견해와 비교해도 스케일과 깊이에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가히 ‘초시대적 인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자서전은 중세 말에서 근대까지 인간 의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돋보기이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문학, 특히 소설에서도 근대정신을 일으킨 인간 의식의 깊은 변화와 공감적 표현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괴테는 어디에서도 자신의 사고체계를 형식화하지 않았다. 칸트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하였으나, 형이상학의 과도함과 논리학적 장광설의 무익함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또한 그는 획일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괴테는 진실은 타협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을 포용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했다. 괴테의 삶에는, 그의 모든 특별한 재능들에도 불구하고 비범한 평범성이 들어 있었다. 그 자신이 그 점을 '상징적'이라고 느끼고 일련의 자서전적 저서들을 통해 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만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보다도 범인(凡人)이며 따라서 자신에게서 범인들이 그들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괴테는 금욕주의자도 신비주의자도 아니고, 성인이나 은자도 아니며, 돈 후안과 같은 호색한도 아니고 시인 중의 시인도 아니다. 다만 그는 '절제된 감성적 인간'의 지고한 단계에 이르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분투했던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나폴레옹이 에르푸르트에서 그를 만난 뒤 "여기 인간다운 인간이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하며 느낀 감정일 것이다.

시간이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천천히 걸어도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안이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그 날의 보람이 없을 것이며,

최후의 목표에 도달할 수도 없다.

-괴테-

[참고]
네이버 캐스트
http://blog.daum.net/widenewsevent007/5735670
http://blog.daum.net/ys24202420/13388357

제러미 리프킨『공감의 시대』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해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명성이란 확실한 귀감이 아니라 귀감이 될 가능성을 지닌 것에 불과하다. 그런 명성은 한 인물에게 우연히 주어지는 것일 뿐 그 인물의 필연적인 속성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빛과 같아서 새로운 사물을 거의 또는 전혀 만들지 못하고 기껏해야 기존의 사물을 가시화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대개 무가치한 조약돌을 찬란하고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로 착각하게 만드는 변덕스럽고 피상적인 반짝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위대한 인간도 결국은 인간이기는 마찬가지다. [36]
➜ 누군가를 우러러 보는 것이 어쩌면 그 사람에게 한 겹 덧씌워진 무언가를 미처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옮긴이의 말

괴테는 이 책에서 때때로 지나치게 상대를 폄하하거나 자기과시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수식어나열 경쟁이라도 하듯 지나치게 외모에 대한 묘사를 늘어놓는가 하면, 핵심에서 벗어난 잡설들을 장황하게 떠벌이기도 한다. 또는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슬그머니 말머리를 돌려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독자들은 괴테의 글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작가만이 부릴 수 있는 오만이리라. 그는 우리에게 참을성을 갖고 자신의 글을 읽고 나서 남는 무언가를 기대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73]

1. 매질 없는 가르침은 없다.

머리말

작가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늙어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포기하면 안 되네. [77]

전에 창조해낸 것을 다시 소재로 다루어 마지막까지 다듬는 일은 인식력이 좀 더 완전하고 의식이 더욱 분명한 바로 이 시기에 하는 것이 퍽이나 재미있을 것이고 새로운 생기를 느끼는 일이기도 할 것이네. [78]
➜ 시대흐름에 따라 작품을 다듬게 된다면 늘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고 그로인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도...

나이가 들어서는 누군가의 관심이 우리를 자극하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새로운 활동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갈망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78]

제1장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직 아이들에게서 예감이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모든 공포심을 일찌감치 없애버리고 두려움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교육원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혼자서 잠을 자야 했다.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으면 슬그머니 침대에서 빠져나와 하인이나 하녀를 찾아 나섰는데, 그럴 때면 아버지는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게 잠옷을 뒤집어 입고 완전히 변장한 채 도중에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여 다시 침대로 쫓아버렸다. 이런 행위가 주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의 공포 안에 갇힌 자가 어떻게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85]

어머니는 보상을 통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복숭아가 한창인 계절이었는데, 어머니는 우리가 밤에 무서움을 이겨내면 아침마다 복숭아를 충분히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방법은 성공했고, 어머니도 우리도 모두 만족해했다. [86]

지금까지 집안에 따로 격리시켜 비록 엄격하기는 하지만 순수하고 고결하게 길러 온 아이들이 거친 소년들의 집단 속으로 떠밀려 들어가게 되면서 아이들은 천한 것, 추악한 것, 비열한 것들로 인해 전혀 예기치 않았던 고통을 당해야 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방어할 아무런 무기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90]

동시에 창백하게 질린 가련한 고아들을 담을 넘겨 들판으로 나가게 해주었다. 언젠가는 세상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그런 버려진 피조물들을 비참한 상태로 품는 대신 일찌감치 세상과 연결을 맺게 해주고, 곧장 일과 인내에 익숙해지게 하며, 어려서부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뒤늦게나마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04]

깊이 생각해서 세운 계획이 완수되었을 때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쾌한 점이 있었더라도 모든 것을 잊어먹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104]
➜ 과정이 늘 매끄러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과정의 힘듦이 있었기에 목적이 달성된 후에 가질 수 있는 성취감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들에게서 실현시켜 보려는 것은 모든 아버지들의 경건한 소망이다. 이것은 마치 세상을 다시 살아간다면 첫 번째 인생 경험을 정말로 다시 제대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110]

제2장

내 정서는 천성적으로 공격의 경향이 있었으며, 어떤 존경스런 것에 대한 내 믿음을 흔들어놓기 위해서는 커다란 충격이 있어야 했다. 우리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선량한 풍습과 예의바른 행동이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장려되었다. [133]

언제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세상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 사람들이 틀림없이 올바른 사람들일 것이며, 모든 것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반대의 것을 경험했다. 가장 위대하고 두드러진 업적들이 비난받고 적대시되었으며, 최고의 행위들이 부인은 되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왜곡당하고 과소평가되었다. 그리고 분명 다른 모든 동시대인들보다 더 고상하며, 날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실행하는 바로 그런 사람에게서 파렴치한 부정이 생겨났다. 이런 일은 서민층에서가 아니라 할아버지와 이모 같은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일어났다. 당파가 존재할 수 있고, 어느 한 당파에 속한다는 것은 소년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나와 함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마리아 테레지아의 아름다움과 훌륭한 성격을 높이 평가하고, 프란츠 황제에게서는 그의 보서고가 금전에 대한 소유욕을 나쁘게 여기지 않으므로 내 말이 좀 더 올바르며 내 생각이 더 훌륭하다고 말해도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지금 좀 더 엄밀하게 생각해 보니 나는 여기서 민중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성향이 싹텃음을 알게 된다. 그런 성향은 일생 동안 나를 따라다녔고, 훗날에 가서야 통찰과 교양으로 그것을 조절할 수 있었다. [134]
➜ 사람들은 다 각자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마련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사람이 존재할 수는 없지 않을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이지 특별히 행복한 사람 혹은 불행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은 재앙을 피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도 우리가 처한 상태를 파악하고, 그것을 견뎌내며, 극복하는 것을 배우는 데에는 매우 유익한 것이다. [161]
➜특별히 행복한 일만을 겪는 사람도, 특별히 나쁜 일만을 겪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는 상황도 안 좋은데 왜 이런 나쁜 일이 생겼을까 하며 하늘을 원망하는 것보단 상황을 파악하고 빨리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마음을 바로 그렇게 고쳐먹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제3장
제4장

나는 어렸을 때 꽃잎들이 꽃받침 안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보려고 꽃을 모두 뜯어버리고, 깃털이 날개에 어떻게 붙어있는지를 살펴보려고 새털을 뽑았던 기억이 있다. 과학자들조차 흔히 합치고 연결하는 것보다 분리하고 구분하는 것을 통해, 그런 행동을 나쁘게 해석할 수만은 없다. [229]

젊은이들은 고무하고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비록 새로이 완전한 습득에 이르는 일이 매우 힘들기는 하지만 스스로가 학생이 되어 열정과 끈기로써 자연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젊은이들을 능가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이었다. [231]

나는 의문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으므로 점점 더 의욕적이고 대담해져 갔고, 그럴 때 그는 태도로 보아 나를 인정하는 듯했다. [242]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든, 무슨 일을 시도하든 자연이 그에게 미리 정해준 그 길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일도 그랬다. 언어를 배우고, 성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내 상상력 속에서 저 아름다고 찬미된 땅과 그 주변과 이웃, 수천 년에 걸쳐 지구의 곳곳을 영광스럽게 빛낸 민족과 사건들에 대한 활기찬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243]

증오가 정복된 적의 피와 죽음으로 인해 가라앉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터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사이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도살된 동물들에 의해 동맹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앞의 경우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신들은 언제나 자기편 아니면 적으로, 혹은 조력자로 여겼다. 그리하여 도살된 동물을 바쳐 신들을 자기편으로 이끌고, 신들과 화해하고, 신들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는데, 이런 생각도 마찬가지로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희생물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원시시대에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희생당했는지를 고찰해보면 아마도 전쟁에서 유래된 듯한 기이하고도 지극히 역겨운 관습을 알게 된다. 즉 희생에 바치는 동물은 어떤 종류든, 그 수가 얼마가 되는 두 쪽으로 갈라서 양쪽에 놓아야 했고, 그 중간의 통로에 신과 동맹을 맺고자 하는 자들이 섰던 것이다. [251]

내 창작이나 모방의 재능은 쉽게 파악하고 보존을 잘 하는 것과 함께 성장했다. [259]

우리가 수년 전부터 겪어온 전쟁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시민생활을 통해서도, 또한 역사나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에게 분명하게 밝혀진 사실은 법이 침묵하고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개인 스스로가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264]

완벽한 기술의 초보단계를 가르칠 때에는 이런 고통스럽고 끔찍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것이 얼마나 괴롭고 해로운 것인지를 확인하고 나서 사람들은 나중에서야 청소년에게는 쉽고, 즐겁고, 편안한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고육원리를 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또 다른 해악과 결함은 나타난다. [267]

어느 책을 불태우는 곳에 있었던 것도 회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 책은 국가는 아니지만 종교와 관습을 비방한 프랑스의 한 희극적 소설이었다. 생명 없는 물건에 징벌이 가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책의 등이 불속에서 터지고, 갈퀴질로 불길이 더 솟구쳐 올라 불꽃은 더 맹렬히 책을 태웠다. 곧 불탄 책장들이 공중에 휘날리고, 군중들은 앞 다퉈 그것을 붙잡으려고 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몰려가 한 권을 손에 넣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금지된 것을 얻는 데에서 기쁨을 맛보았다. 작가가 대중에 대한 선전을 노렸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생각해 낼 수강 없었을 것이다. [270]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일보다 받고 싶은 보수를 먼저 생각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내가 원하는 행복을 생각할 때면 가장 매력적으로 떠오른 것이 시인을 장식하려고 엮은 월계관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286]
➜ 내가 받을 것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에 늘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제5장

어떤 새에게도 유혹의 먹이는 있는 법이며, 인간도 모두가 나름대로의 방식에 따라 잘 인도되기도 하고 유혹당하기도 한다. [287]

다른 한편으로 나는 남모를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는데, 내가 집에서 아버지를 도와 내부관계를 다룬 자료들을 정서하면서 여러 세력들이 서로 대립하여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가 새 군주를 기존의 군주보다 더 제한하려고 할 때에만 동맹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고 확대하고, 자신의 독립성을 좀 더 많이 확보하고 싶어 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즐겼던 것이다. [312]

2. 젊은 시절에 원하는 것은 노년에 풍족하게 얻는다.

제6장

분명한 것은 젊은이나 깨이지 않은 민중이 가지는 막연하고 널리 펼쳐진 감정이야말로 숭고함을 느끼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만약 외적인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숭고함을 일으키고자 한다면 그것은 형태가 없거나 파악할 수 없는 형태를 이루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우리를 에워쌀 수밖에 없을 것이다. [362]

이제는 여러 시기에 그려서 내게 남아있는 그런 많은 그림들을 무가치하다고 내버리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애수를 느끼지만 기꺼이 회상하고 싶은 그 시절로 나를 직접 옮겨주기 때문이다. [365]
➜ 개인의 삶에 있어 하찮은 단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보다 자신이 훨씬 뒤쳐진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내면적인 우월함에서는 그들을 훨씬 능가한다고 생각하면 위안을 느꼈다. [371]

친구 여러분, 우리는 젊으며, 젊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는 늙게 될 것이며, 그것은 침울한 일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나쁘게 여기지 않으며, 이것은 멋진 일이고 계절에 적합한 일입니다. 그러나 친구 여러분, 곧 우리가 스스로를 여러 면에서 나쁘게 여길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스스로와 화해를 이루어 잘 견뎌나갈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여러 면에서 나쁘게 여기고, 왜 그런지 알 수도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경우에 대비해야 하고, 이제부터라도 정말 그래야 합니다. [377]

유쾌한 집단 전체를 완벽하게 즐겁게 하려면 하찮은 많은 순간들을 활기차게 하기 위해서 기지의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좋아하는 배우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그가 단지 기사들이 창 연습을 할 때 이용하고 사라센인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싸움도 할 줄 알고, 놀리고, 도전하고, 약간 다쳐서 후퇴하기도 하며, 포기한 듯 보이다가 상대를 해치우기도 한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380]
➜ 어디서든 나를 드러내놓지 않고서는 몰입해서 즐기기는 어려운가보다.

더욱이 아이들이란 평소 무조건 존경해온 것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워지면 즉시 경악을 느끼고 끝없이 캐내고 싶은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어서 그것은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당파에 끌려들어 매수까지 당한 사람들과 싸우는 정의로운 사람들의 헛된 분노가 내게 도 분명하게 알려져 나는 모든 부정을 극도로 증오했다. 소년들이란 모두 도덕적 엄격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386]

학교에서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너무 폭넓게 가르침으로써 초래하는 피해가 나중에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 그것은 방법론적으로 완벽하게 가르쳐주지 않을 경우 가르치기보다는 혼란을 주는 이른바 실제적인 것에만 치중하기 위해 어학연습과 예비지식의 토대를 닦는 데에 시간과 주의를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397]

젊은 교수들은 본래 스스로 배우기 위해 가르치며, 훌륭한 두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시대를 앞서가기 때문에 수강생들을 이용하여 돈을 들이지 않고 자기 지식을 쌓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강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나이든 교수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정체상태에 있었다. 그들은 전반적으로 단지 고착된 견해들만 전달하고, 개별적인 것으로는 시대가 이미 쓸모없고 그릇된다고 판단내린 것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었다. [397]
➜ 나이든 교수들도 젊은 교수이던 때가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건 정말 슬픈일이다.

제7장

우리 앞에 놓인 자연은 그대로 모방할 수가 없다. 그것은 너무 많은 무의미한 것과 무가치한 것을 포함하고 있어 선택해야만 한다. 그러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스위스인들은 오랫동안 생각한 것 같다. 그들은 기이하고 재치 있으면서 재미있는 발상에 이르렀는데,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에 대해 한동안 숙고한 끝에 경탄할 만한 것은 언제나 다른 모든 것보다 더 새롭다는 것을 알아냈다.[417]

작품으로부터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생각들로부터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419]

본래 누구나 자신의 결점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재인식하는 법이고, 독자는 일반적인 취향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거나 수정된 것보다는 결점이 있는 개인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기 때문이다. [427]

➜ 결점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은 새로운 시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일이다. 독자들도 어쩌면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각자의 새로운 시선을 가지기를 원할 지도 모르겠다.

선의의 장난과 악한과도 같은 행위가 고귀한 목적으로 개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될 경우 거기서 나오는 상황은 미학적 도덕적으로 관찰할 때 연극에 있어 최대의 가치를 띠게 된다. [448]

인간은 도덕적이면서 종교적인 일에 있어서는 육체적이며 시민생활적인 일어서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갑자기 즉석에서 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계속 행하여 습관이 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또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행해야 할 일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으며, 어떤 일을 기꺼이 반복해서 행하려면 그 일이 낯설어서는 안 된다. [451]
➜ 낯선 일을, 거기다 좋아하지도 않은 일을 기꺼이 반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타인의 시선 때문에 아닌 척하며 보내고 있었던 것일까...

인간이 획득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자기 힘으로 얻거나 쟁취할 수 없고, 정신적인 상속에 의해 이 땅에 보존되고 영구화된다. [454]

제8장

정신은 두 가지 방식, 즉 직관과 개념에 의해 아주 즐겁게 된다. 그러나 직관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것만은 아닌 가치 있는 대상을 요하며, 우리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의 교양을 요한다. 반면에 개념은 감수성만을 요하며, 내용을 동반하고, 그 자체가 교양이 수단이다. [484]

친구관계를 완성하려면 더 깊은 것이 열려야 한다. 그것은 종교적 관념이자 불멸의 것과 관계를 맺고 있는 가슴속의 문제로 우정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동시에 우정의 정점을 장식한다. [507]

인간의 본성은 일종의 독특한 강인함과 다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에게 접근하거나 자신을 집어삼키려 하는 것을 물리치고, 그것을 동화시킬 수는 없어도 적어도 무해하게 만든다. [525]
➜ 기본적으로 인간은 강하게 태어난 것인가 보다.

우리가 복잡한 시민적 사교적 삶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또한 기분 좋게 즐길지라도 나쁜 결과를 생각하여 단념할 수 있다면, 건강한 우리를 자주 질병 이상으로 괴롭히는 많은 불쾌한 것을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섭생에 있어서는 도덕에 있어서처럼 잘못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그것을 미리 통찰하지 못한다. 다음에 일어나는 잘못은 앞서의 잘못과는 유사하지 않으며 동일한 형태로는 인정될 수 없는 것이어서 잘못된 경험은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다. [526]

제9장

상상력이 최고의 좋은 상상만을 하는 것이 아닌 한 우리는 그것에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내보임으로써 미를 어디서나, 자연에서도 그것의 분명하고 참되고 좀 더 섬세한 특징 아래에서 인식하고 사랑하도록 정서를 길들이고 단련시켜야 한다. [532]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처음으로 활짝 피어나다시피 한 싱싱한 젊은 기분의 솔직함이 내게 많은 친구들과 지지자들을 만들어 주었다. [552]
➜ 나 스스로가 인정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다른 사람들이 내 기준을 벗어나는 것을 그렇게 어려워했었나 보다.

계속 내 마음속을 지배하고, 내게 강한 힘으로도 취약점으로도 여겨진 엄숙하고 막강한 것이 밀려들어 압박하는 데에서 벗어나려는 이런 노력을 자유롭고 사교적이며 동적인 생활방식이 전적으로 도왔다. 나는 이른 생활방식에 점점 더 마음이 끌렸고, 익숙해졌으며, 마침내 아주 자유롭게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결점을 끌어내어 그것을 마음껏 비난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결점에서 가장 자유롭고 완전하게 벗어나 있다고 느낀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을 부정하고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꽤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일이며, 그 때문에 상류 사교단체도 인원이 많건 적건 그런 것을 가장 즐기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자기만족은 우리가 상사와 우두머리, 군주, 정치가를 심판하는 위치에 올라서서 실제적인 장해요소들만 중시하고, 의도의 위대함도 모든 계획에 있어 시간과 상황에 따라 예상되는 기여도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얻을 수 있다. [560]

인간은 저항자, 아니 감시자가 사라지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가축들은 사냥개가 없어지면 늑대들에게 노출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563]

우리의 소망은 우리 내부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며,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의 전조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를 벗어난 미래 속에서 우리의 상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은연중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에 동경을 느낀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진실로 가능한 것을 꿈꿔온 현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방향이 확고하게 본성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 우리가 한걸음씩 성장하면서 우회로를 거쳐 언제나 곧은길로 되돌아감으로써 실현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세의 재물에 도달하여 부귀와 영화와 외적 명예로 자신을 장식하게 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좀 더 확고하게 정신적 이익을 위해 노력하여 사물에 대한 분명한 통찰, 정서의 안정, 현재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

하지만 세 번째 방향도 있는데, 이것은 앞의 두 가지 방향이 혼합된 것으로 가장 확실하게 성공을 이룰 수밖에 없다. 즉 젊은 시절이 생산이 파괴를 능가하는 탁월한 시대와 일치하고, 마음속에서 그 시대가 요구하고 약속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시대적 예감에 눈뜨게 되는 사람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활동적인 참여에 내몰리게 되고, 이것저것에 손을 내밀고,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소망이 마음속에서 생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한계가 있는데다가 많은 우연한 장해까지 곁들여져 착수한 일이 진척되지 않거나 붙잡은 것을 놓쳐버리거나 소망이 계속 흩어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소망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고 시대의 요구에 적합한 것이라면 어찌됐든 그대로 놔두고 태연히 기다려도 된다. 그런 것들을 다시 발견하고 손에 넣게 될 뿐만 아니라 전혀 접해보지도 생각지도 않은 많은 유사한 것들이 나타나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천직이라고 느꼈다가 다른 많은 일들과 함께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살아가면서 타인에 의해 성취되는 것을 보면 인간은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며, 개인은 자신을 전체 속에서 느끼고자 할 때 비로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느낌이 떠오른다. [575]

제10장

그는 자신이 늘린 재산에 대해 당당하게 기뻐하고, 자신이 확보한 이익을 즐길 줄 알았다. 나는 세상을 알게 되면 될수록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이름 외에 특히 각각의 지역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한층 더 기쁨을 느꼈다. [622]

3. 나무는 하늘을 뚫고 자라지는 않는다.

11장

연구란 진지하게 열심히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쾌활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660]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기쁨은 그녀가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을 보는 일이다. [665]

훌륭한 기질을 지닌 모든 사람들은 교양이 늘면서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이중의 역할, 즉 현실적인 역할과 이상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모든 숭고한 것의 바탕은 이런 느낌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현실적 역할이 주어져 있는지는 무척 분명하게 알지만 두 번째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명확히 깨달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숭고한 사명을 지상이나 하늘, 현재나 미래 어디에서 찾든 내적으로는 끝없이 동요하면서 밖으로는 끝없이 방해하는 영향에 노출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마침내 정당한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라는 단정을 내리기로 결심하게 된다. [675]

우리의 의욕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행하려고 하는 것의 예고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무엇’은 우리들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어떻게’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왜’에 대해서는 우리가 물으면 안 되므로 ‘왜’라고 묻는 것이 비난받는 것도 당연하다. [693]

사람들은 좋은 것, 새로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새로운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마비상태에 있던 극장에서 한 애국자가 마음을 고양시키는 국민적인 작품을 상연하고, [칼레의 포위]가 열광적 갈채를 받자마자 이런 작품들은 비슷한 종류의 조국애적인 작품들과 함께 공허하고 어떤 의미에서든 배척되어야 할 것이 되었다. 내가 소년시절에 자주 재미있게 읽었던 데투셰의 풍속묘사는 취약한 것으로 여겨졌고, 이 존경스러운 사람의 이름도 잊혀져갔다. [704]

모든 예술의 최고 과제는 가상을 통해서 좀 더 높은 현실의 착각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을 너무 오래 현실화함으로써 결국 평범한 현실만 남게 하는 것은 잘못된 노력이다. [706]
➜ 그 가상의 세계도 늘 새롭게 변화시켜 주어야만 새로운 예술을 만나게 될 수 있겠지.

“저는 저 탑을 오랫동안 주의 깊게 관찰해왔고 그것에 많은 애정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랬더니 마침내 저 탑이 제게 이 공공연한 비밀을 고백할 결심을 했던 겁니다.” [722]

제12장

우리에게 전승되는, 특히 전승되는 모든 글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의 토대, 내용, 의미, 방향이다. 여기에 바로 근원적인 것, 신적인 것, 영향을 주는 것, 침해할 수 없는 것, 파괴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있으며, 시간도 외부의 영향이나 조건도 이 내적인 근본적 본질을 해칠 수 없는데, 이것은 적어도 육체의 질병이 훌륭하게 이루어진 정신을 침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언어, 방언, 독특성, 문제와 글씨까지도 모든 정신적 작품의 육체로 간주되며, 이것들은 내적인 것과 밀접하게 관련은 되어 있지만 악화와 파멸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어떤 전승도 본질적 성격상 완전히 순수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순수하게 전승이 된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시대에서나 완전하게 이해될 수는 없다. 순수하게 전승되지 않는 것은 전승을 시키는 감각기관들의 불충분 때문이며, 완전하게 이해되지 못하는 것은 시간과 장소의 차이, 특히 인간의 능력과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자들 또한 결코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것이다. [735]

인간은 날마다 행하는 일에 대한 재주만 있으면 거기에서 별다른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 해도 그 일에 만족하는 법이다. [759]

젊은이의 용기와 결합된 미학적 감각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며, 관리가 되기 위해 조금 전까지 공부했던 사람들이 관리들의 감독자가 되지 시작했다. [767]

방임과 태만, 부정과 수뢰에 관한 온갖 이야기들이 선을 추구하며 그런 정신 속에서 내면을 다듬어온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인상을 주었을 것인지는 성실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과 재판관에 대한 존경심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감찰제의 효과에 대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또한 감찰제가 그 높은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쾌활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한 젊은이에게는 그것이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소송의 형식에만 매달려 모두가 매끈한 칼을 갈았다.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중요하게 보이려면 언제나 부정한 자, 비난을 받는 자와 결탁하여, 몸을 돌려 피하며 내리치는 검술에 능해야 했다. [772]

그들은 고찰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찰의 대상이 우리 앞에 놓여 있어야 하며, 자신의 능력과 타인의 능력을 알려면 우선 스스로 무언가를 행해야 하고 실패를 해봐야 한다는 말로 나를 강렬하게 설득시켰다. [773]

유명한 웅변가들에게서는 그들이 살아가면서 철저히 스스로를 교육시켰다는 것과 그들의 개인적 감정의 특성을 동시에 고찰하지 않고는 그들의 예술의 특성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뚜렷하게 느꼈던 것이다. [774]

제13장

군인이 되어 전쟁에 나갈 결심을 하고, 위험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부상이나 고통이나 나아가 죽음까지도 견뎌낼 각오를 할 경우에는 이런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불행이 극단적으로 닥치게 되는 경우는 결코 상상하지 않는다. 용감하게 세상으로 나가는 모든 사람들, 특히 작가에게는 이와 마찬가지이며 나 역시 그랬다. [819]
➜ 뭐든지 결심을 했다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머릿속의 대화가 서신 왕래와 무척 비슷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서신 왕래는 오래 이어져 내려오는 믿음이 응답하는 것이고, 머릿속의 대화는 늘 새롭게 바뀌며 응답이 없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절박한 어려움에 몰리지도 않은 사람들이 삶에서 느끼는 혐오감을 묘사하려면 작가는 곧장 자신의 생각을 편지 속에서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모든 불만은 고독의 탄생이며 제자이기 때문이다. 불만에 사로잡힌 사람은 온갖 반대를 원한다. 온갖 유쾌한 사교보다 그에게 더 거슬리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타인의 향락은 그에게는 고통스런 비난거리이며, 그래서 그는 자신을 내면으로부터 유혹해 내는 것에 의해 가장 깊은 내면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가 그런 것에 대해 말하려 한다면 그것은 편지를 통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글로 마음을 털어놓는 데에는 그것이 즐거운 내용이든 불쾌한 내용이든 아무도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822]

우리가 존중하고 숭배하는 것을 가능한 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우리 자신에게서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어 표현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공상이며, 그것으로 인해 삶에서 많은 고통이 일어난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851]

제14장

탁월한 성격을 고수하는 것은 그것이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삶을 통해 유지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엄격하고 강압적으로 여겨지는 인습적인 것의 취급방식이 적절한 시기에 활용되어 가장 확실하게 목표로 이끈다면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863]

신앙은 현재와 미래에 커다란 안도의 감정이며, 이 안도감은 지극히 위대하고 막강하며 탐구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믿음의 확고부동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우리가 이 존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우리의 그 밖의 능력이나 상황에 달린 것으로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신앙은 성스러운 것이며, 누구나 그 속에 자신의 감정과 지성과 상상을 가능한 한 정성껏 제물로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식은 이와는 사정이 정반대다. 지식에서 중요한 것은 아는 것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알며, 얼마나 잘 알고, 얼마나 많이 아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식에 대해서는 논쟁을 벌일 수가 있다. 왜냐하면 지식은 수정되거나 확장되거나 국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껏해야 공상 속에서일 뿐 결코 종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지식은 신앙과는 완전히 대립되어 있다. [874]

생각한 것과 눈으로 본 모습들은 오성이나 상상력으로 다시 불러낼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의 아름다운 감정은 되풀이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열광적인 순간을 다시 그려본다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다. 그런 순간은 뜻하지 않게 엄습하는 것이며, 우리는 무의식중 그 순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순간에 처한 우리를 관찰한 타인들이 우리 자신들보다 더 분명하고 순수한 견해를 갖게 된다. [885]
➜ 그 감정을 그 순간 충분히 느끼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 감정에 푹 젖어들 수 있다면 시간이 흘러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릴 때 그때의 감정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글도 풍성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제15장

나는 이대로 내 것이다. 누구의 은혜도 받지 않으련다. [916]

은혜를 어찌 수치스럽게 여기려는가? 은혜를 베풀려면 받기도 해야 한다. [917]

웅변가가 민중에게 말할 때는 가렵지도 않은 곳을 긁어주는 것이다. [917]

말이 꽃을 피우며 여무는 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관례.

우박이 내려 곡식을 망쳐도 이듬해에 땅은 다시 결실을 맺는다. [918]

우리 독일인들은 허영심이란 말을 너무 자주 남용한다. 본래 이 말은 공허함의 개념을 띠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무가치에 대한 기쁨이나 공허한 존재에 대한 만족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을 나타낼 때만 정당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928]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마음껏 즐거워하지 못하고,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타인의 업적을 인정해주고 적절한 가치를 부여해주기를 기다리고 희망하는 자는 불행한 처지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갈채를 보내는 데 인색하고, 칭찬을 줄이고, 어느 정도 칭찬할 만한 것을 비난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각오하지 않고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은 불쾌감밖에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는 자기에게서 나오는 것을 과대평가하지는 않을지라도 무조건적으로 높이 평가하는데, 우리가 세상에서 받는 대접은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칭찬과 갈채에는 모든 즐거움에서와 같ㅌ이 감수성이 속해 있다. 이것을 치머만에게 적용해보면 자기가 가져오지 않은 것은 얻을 수 없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929]
➜ 나의 재능을 스스로 마음껏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지 않나 싶다. 나조차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재능을 어느 누가 진심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까?

4. 신 밖에는 신에 맞설 자가 없다.

제16장

흔히 불생은 홀로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하듯 행복의 경우에도 비슷한 식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화로운 방식으로 우리 주위에 몰려드는 다른 상황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운명이 우리에게 그런 것을 가져오는 것일지도 모르고, 인간이 한데 뭉쳐진 어떤 것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는 힘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945]
➜ 행복은 내개 변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일 때, 목표를 향해 혼신을 다해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 밀려오지 않을까...

자연은 인간에게 풍부한 힘과 활동력과 끈기를 주었다. 특히 인간에게는 깨뜨릴 수 없는 것으로 부여받은 경솔함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이것에 의해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착수할 때 매 순간 각각의 것을 단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생을 계속 새롭게 가꿔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열정을 계속 다른 곳에 옮겨 쏟는다. 즉 우리는 일, 기호, 취미, 도락 등 모든 것을 행해 보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허무하다고 외친다. 하지만 아무도 이 그릇되고 신을 모독하는 외침에 놀라지 않으며, 오히려 현명하고 반박할 수 없는 말을 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참을 수 없는 느낌을 예감하고 일부분씩 단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단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948]

조용히 떨어져 있는 젊은 시절에 무언가 훌륭하고 재치 있는 일을 해내면 갈채를 받기는 하지만 독자성을 잃는다. 사람들은 그의 인격에서 무언가를 뜯어내어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므로 그의 집약된 재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960]

스스로의 도덕적 교양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인간이 계획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하기 쉬운 일이다. 그런 충동은 인간에게 타고난 것이다. 그것은 시민적 삶에서 상식과 사랑에 의해 그렇게 되도록 이끌어지고 촉구된다. [964]

제17장

우리는 “나는 잠을 자지만 심장은 깨어있다.”는 말고 같은 상태였다. 밝을 때나 어두울 때나 똑같았고, 낮의 밝음이 사람의 빛을 덮을 수 없었으며, 밤은 애정의 광채로 가장 밝은 대낮이 되었다. [990]

활동적인 사람은 어디서나 발판을 굳힐 수 있다. 능력과 재능은 믿음을 일으킨다. 누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요한 젊은이는 총애를 받는다. 사람들은 천재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는 정해진 것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995]
➜ 누구나 자신에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해 집요함을 가지고 파고 들어간다면 내가 그린 목표점에 어느 새 도달해 있을 것이다.

제18장
제19장

나는 면전에 있는 사람의 요소들을 분석하여 그것을 통해 도덕적 특성을 탐색하는 것이 언제나 음모이며 스파이 행위라고 생각했다. [1057]

결정적인 천성적 기질에 바탕을 둔 모든 재능은 무엇인가 마술적인 것을 지니고 있는 듯이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재능 자체도 그것의 영향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62]

누구나 부정할 수만 있다면 타인의 우월함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천성적 우월함은 가장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1064]

애정은 내력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며, 번개처럼 순간적인 본능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과거도 미래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1073]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가지 느껴온 모든 것을 오로지 현재의 행복의 준비로서, 자신들의 삶을 세우는 토대로서만 본다. 과거의 애정은 날이 밝으면서 사라져버리는 밤의 유령과 같이 여겨지는 것이다. [1074]

제20장

혼자서도 쉽게 그릇된 곳으로 이끌리는 젊은이가 나이 든 사람의 열정에 찬 오판에 의해 잘못된 길을 가게 되는 경우 기묘한 일이 일어날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젊은이에게나 전반적인 인생에게는 전쟁이 끝난 후 비로소 전략을 배우게 되는 격이 되는 것이다. [1095]

보이지 않는 정령에게 채찍질을 당하듯 시간이라는 태양의 말은 우리 운명의 가벼운 마차를 끌고 달려가는 것이오. 우리는 용감하게 고삐를 움켜쥐고 좌우로 방향을 바꾸고 바위도 피하고 절벽도 피하면서 수레바퀴를 조종해나가는 수밖에 없소. 어디로 가는지 누가 알겠소? 어디서 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거늘. [1101]

3. ‘내가 저자라면’

『시와 진실』은 괴테 생애 후반기 위기의 산물이다. 중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시기를 겪은 뒤 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해보겠다는 결심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자서전이다. 청년 괴테의 사랑과 문학, 그리고 배움에 대한 치밀한 기록이며, 절반은 역사적으로, 전반은 문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기록과 픽션의 혼합은 전리를 독특한 ‘문학작품’으로 남기고 고도의 문학성은 오히려 괴테를 그의 삶과 작품에 기반하여 진실 되게 증언해내는 역학을 한다. 괴테는 엄밀한 사실과 허구적 요소를 버무려 이 자서전을 서술했다. 그 결과로 일종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 이 작품 안에서 괴테는 당대의 정신사·문화사·사회사를 꼼꼼히 기술하면서 그런 외적 힘들이 주인공의 내적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묘사한다.

이 자서전은 실존의 위기가 주인공의 창조성을 자극했음을 알려준다. 청년 괴테의 위기는 연애 사건으로 다가오는데, 샤를로테 부프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앓은 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태어나고, 릴리 쇠네만과의 약혼과 파혼이 희곡 <에그몬트>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삶의 위기를 더 큰 창조력으로 돌파하는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질풍노도 문학’의 대표작이 터져 나온다. 그리하여 이 자서전은 “우정과 사랑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시절”의 폭풍과도 같은 열정이 독일 문학사의 청춘 시기를 창출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때론 지나친 인물묘사로 인해 지루함을 주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겪게 된 7년전쟁, 화려하기 그지 없는 요제프 2세의 대관식, 경건파를 통한 열렬한 종교적 체험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괴테를 통해 자연, 감정, 개인을 중시했던 질풍노도운동의 태동과 전개를 마치 그림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 당시의 젊은이들이 어떤 것에 환멸을 느꼈으며, 어떻게 합리주의 계몽 숭배를 뒤엎고 탈출하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자서전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시작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괴테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엄격하고 지적인 아버지와 자유분방하고 예술적 감정을 지니고 있는 어머니에게 동시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당시 자유도시 프랑크푸르트의 귀족계급과도 친분을 나누었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하층민들과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첫사랑부터 사랑했던 많은 여인들이 등장해 그것이 그의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츠 폰 베를리힝겐』,『파우스트』를 쓰게 된 시대적, 정신적, 개인적, 배경적 상황을 상세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보안점을 보자면 큰 타이틀과 내용의 매치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데 다음과 같이 제목을 달아보면 어떨까 한다.

1. 사람들
가족들 / 연애시절 / 식탁 친구들 /

2. 경험
여행 / 저서에 모티브를 주었던 경험들 / 깊은 영감을 준 사람들과의 경험

3. 사건
역사적 사건 / 문화의 흐름

 내가 괴테라면 인물과 여행에 좀 더 집중해서 써보고 싶다. 인물에 있어서는 단지 외면묘사에 많은 면을 할애하기 보다는 그의 가족들, 연인들, 식탁 친구들, 그가 따르던 사람들과 의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들 그 사건을 통한 감정의 흐름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여행 또한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이 어떻게 작품구상에 드러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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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2 48. 노동의 미래 / 토머스 말론 [1] 열정조직연구가 2012.04.10 3206
1311 오리엔탈리즘.. [2] 김미영 2005.06.12 3207
1310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書元 2010.02.22 3207
1309 [리뷰015] 다산문선, 정약용 [3] 香山 신종윤 2007.06.25 3208
1308 7. 낭만적인 고고학산책_저자,구성 [8] 맑은 김인건 2010.04.19 3208
1307 17. 카를 융_저자, 구성 맑은 김인건 2010.06.28 3210
1306 열하일기 (중, 하) - 박지원 콩두 2012.11.19 3210
1305 #35_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서연 2012.12.31 3210
1304 역사속의 영웅들 문요한 2005.04.04 3211
1303 나의 생명 이야기.. [2] 김미영 2005.05.20 3211
1302 [15]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2008.07.15 3211
1301 44.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_헤르메스 김 미선 2012.02.26 3212
1300 [2-14] (소설) 허삼관 매혈기- 위화 한정화 2013.08.07 3212
1299 [44] <의식혁명> - 저자 & 내가 저자라면 수희향 2010.02.22 3213
1298 21. 동방견문론_저자, 구성 맑은 김인건 2010.08.02 3213
1297 북리뷰 59 :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범해 좌경숙 2010.11.18 3213
1296 칭기스 칸과 주식회사 몽골 박노진 2005.09.28 3214
1295 '니체, 천 개의 눈, 천개의 길' - 고병권 file 희산 2009.11.09 3214
1294 39.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조셉 캠벨 file 미나 2012.01.23 3214
1293 [혁신하는 경영, 신뢰받는 기업, 서울대 경영대학 연구소 편] 통찰맨 2005.09.26 3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