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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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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1일 16시 10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 1900~1944)

정식 판매부수는 8000만부가 넘고, 해적판까지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어린 왕자>. 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에도 널리 사랑 받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통과의례와도 같다. 하늘을 사랑했고 하늘에서 사라져간 생텍쥐페리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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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바람.모래.별'의 영문판이 발간 된 직후 뉴욕 맨해튼을 방문한 생텍쥐페리

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어린 녀석

1942년 초 뉴욕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생텍쥐페리는 흰 냅킨에 장난 삼아 그림을 그렸다. 식당 종업원이 옆에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던 출판업자 커티스 히치콕이 생텍쥐페리에게 뭘 그리는 것인지 물었다. 생텍쥐페리가 답했다. “별거 아닙니다. 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어린 녀석이지요.”

히치콕이 그림을 살펴보며 말했다. “이 어린 녀석 말입니다. 이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시면 어떨까요. 어린이용 이야기로 말이지요. 올해 성탄절 전에 책을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입니다.” 며칠 뒤 생텍쥐페리는 친구 레옹 윈체슬라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날보고 어린이 책을 써보라는 데, 날 문방구에 좀 데려다 주시오. 색연필을 사야 하니 말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착상을 색연필로 그려보았지만 신통치 못하다고 생각했고, <전시 조종사>의 삽화를 그린 베르나르 라모트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라모트의 데생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생텍쥐페리는 점점 더 이 일에 몰두했다.

1942년 여름 생텍쥐페리 부부는 뉴욕에서 기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롱아일랜드 노스포트 근처 이튼 네크에서 식민지풍의 하얀 삼층집을 세내어 살았다. 이 집이 <어린 왕자>의 사실상의 산실이 되었다. 그리고 1943년 4월 6일 레이널앤히치콕(Reynal & Hitchcock) 출판사에서 영어와 불어로 출간되었다.

이듬 날인 7일부터 배포된 영어판 초판은 3만 부, 불어판 초판은 7천 부였다. 나중에 갈리마르 출판사가 레이널앤히치콕 출판사를 고소했고(생텍쥐페리는 자신의 모든 저작에 관한 출판권을 갈리마르와 계약해둔 터였다.), 프랑스에서는 1945년 11월에야 책이 나왔다. 그러나 전후 인쇄용지 품귀 탓에 실제로 본격적으로 서점에 배포된 것은 1946년 4월이었다. (1948년 레이널앤히치콕 출판사는 하코트 브레이스 앤 컴퍼니에 인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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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출간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어린 왕자'의 캐릭터.
생텍쥐페리의 원작 그림이 여러 버전으로 바뀌어 그려져 왔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공군 장교로 복귀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1939년 9월 3일, 예비역 공군 장교 생텍쥐페리는 툴루즈 기지로 오라는 명령을 받고 공군 대위로 복귀했지만, 신체검사에서 예전 비행에서 당한 사고로 좌반신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전투기 조종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생텍쥐페리는 비행하고 싶어 했다. 공군 장성과 장관 등에게 청을 넣어 결국 1939년 말부터 1940년 7월까지 2/33 전투비행 중대 소속으로 고공 정찰, 촬영 임무를 수행했다. 인기 작가였고 연령도 동료 비행사들보다 높았지만, 그는 스스럼없이 동료들과 어울리며 악조건을 견뎌냈다.

1940년 7월에 전역한 생텍쥐페리는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 진영에 가담하지 않고 프랑스의 승리를 위해 미국의 개입이 절대적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프랑스와 동일시하는 드골에 대한 불신감이 깊었던 데다가, 드골의 자유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대독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8월 5일에 아게의 누이 집으로 가서 <성채>의 집필에 전념했지만 자신보다 스물두 살이나 많은 유대인 친구 레옹 베르트를 찾아가 그로부터 미국행을 권유받았다. 마침 미국의 출판사와 번역자도 생텍쥐페리에게 <바람과 모래와 별>의 저자 강연과 인터뷰를 권유하고 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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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집필한 책상과 원고. 책상 위에 '어린 왕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모로코, 리스본을 거쳐 1940년 12월 31일 뉴욕에 도착한 생텍쥐페리는 사실상의 망명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 내에 귀국할 작정이었지만 프랑스로 돌아가도 뚜렷하게 설 자리가 없는데다가, 미국 내에서 그는 이미 인기 작가가 되어 있었다. 1941년 2월에는 뉴욕의 리츠칼튼 호텔을 떠나 센트럴파크 사우스 240번지 27층 아파트로 이사했고 11월에는 남프랑스 오페드에 머물고 있던 아내 콘수엘로를 미국으로 오게했다. 그는 미국에서 작업할 때 녹음이 가능한 딕타폰에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른 사람이 그 내용을 타자하는 방식으로 원고를 작성했다.

하늘을 나는 작가로서 대륙간 비행에 연거푸 도전하다

생텍쥐페리가 처음으로 하늘을 난 것은 1912년 12살 때였다. 조종사 베드린이 모는 비행기를 타고 앙베리외 공항에서 처음 이륙했던 것. 1919년 생텍쥐페리는 해군사관학교 입시에 응시했지만 구두시험에서 불합격됐고 이듬해 파리 미술학교에서 청강생으로 6개월 간 공부했다. 그리고 1921년 공군에 소집되어 전투비행단 제2연대 소속으로 스트라스부르에서 근무했다. 처음에는 정비부대 소속이었지만 개인교습을 받은 후 조종사가 되었고 1922년 전투 중대 중위로 파리의 주 공항인 부르제에서 공군 2년차를 마쳤다. 이해 작가 루이즈 드 빌모랭과 약혼했지만 이듬해 파혼했고 6월에 제대했다. 제대 이후 사무원과 트럭 외판원 생활을 했고, 본격적으로 작가 수업을 한 것은 1923년부터였다. 그리고 1926년 ‘르 나비르 다르장’지에 단편 ‘비행사’를 발표했다.

1926년부터 항공사에 취업하여 프랑스의 툴루즈와 서아프리카 세네갈 다카르 항로 우편기를 조종하고, 다카르 항로상의 아프리카 기항지인 모로코 남부 캅 쥐비의 항공기지 착륙장 지점장으로 18개월 간 일하기도 했다. 사막 지역에서 보낸 이 시기가 <인간의 대지>, <어린 왕자>, <성채> 등 여러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29년에는 아에로포스탈 아르헨티나 영업부장이 되었고, 과테말라 출신 문인 엔리케 고메즈 카리요의 미망인 콘수엘로와 만나 1931년 4월 12일에 결혼했다. 이 해 <야간비행>이 출간됐고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1934년에는 에어프랑스사에 입사해 사이공에서 활약했고 이듬해에는 파리-사이공 비행기록을 세우기 위해 이집트로 출발했지만, 12월 30일 카이로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5일간 걸어가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1938년에도 뉴욕에서 이륙해 비행하다가 과테말라에서 추락하여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이듬해 1939년에는 <인간의 대지>가 출간됐고 같은 해 6월 미국에서 <바람과 모래와 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전쟁이 임박했음을 예감하고 미국 여행 중 8월 말에 귀국했다.

왜 내가 전투기에 몸을 싣고 순정한 삶을 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단 말인가

<어린 왕자> 출간 직후 생텍쥐페리는 지난날 동지들이 있는 2/33 비행중대에 합류하기 위해 뉴욕을 떠나 3주간의 여정 끝에 1943년 5월 4일 알제에 도착했다. 당시 알제의 드골 임시정부는 생텍쥐페리를 공공연히 비겁자로 비방하며 <전시 조종사>의 판매를 금지시키기까지 했다. “왜 내가 전투 비행기에 몸을 싣고 순정한 삶을 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단 말인가.”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생텍쥐페리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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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화페가 유로화로 통일되기 전까지 프랑스에서 유통되던 지폐로 생텍쥐페리의 얼굴이 담겨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1943년 7월 21일 생텍쥐페리는 튀니스에 주둔하고 있던 자신의 옛 비행중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조종사 연령제한이 30세 전후인 라이트닝 비행기를 타기에는 그의 나이가 많았다. 결국 관측과 기관총 보조사수 역할을 제외한 비행기 조종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1944년 4월 단 5회의 정찰비행만 한다는 조건으로 비행중대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6월 29일에는 출동 순번이 아님에도 자신이 잘 아는 사부아 정찰이라는 이유를 들어 출동을 자원했고, 안시 상공에서 엔진 고장이 일어나 실수로 이탈리아 제노아 상공까지 이르러 격추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리고 1944년 7월 31일. 지중해의 한 여름은 그날도 맑고 짙푸르고 뜨거웠다. 아침 8시 45분 생텍쥐페리는 그르노블-안시 정찰 임부를 띠고 이륙했다. 론 강 골짜기를 따라 정찰을 한 뒤 코르시카 기지로 돌아오는 고독한 정찰 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예정된 기지 귀환 시각은 오후 1시 30분 무렵. 그러나 생텍쥐페리가 모는 정찰기는 기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독일 전투기들의 관측과 공격에 완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맑은 날씨. 생텍쥐페리의 정찰기는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니스 서쪽 상공에서 저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다 쪽으로 선회하여 해안선 저 너머로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 그의 비행기는 안전 고도인 6천 미터보다 낮게 그리고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비행하고 있었다.

6월 29일의 비행에서도 생텍쥐페리는 지시받은 항로에서 벗어나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안시 호수 상공을 비행했다는 이유로 주의조치를 받은 적이 있었다. 7월 31일의 비행에서도 그는 어느 곳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방스 지방으로 들어서자 정상적인 귀환 항로에서 서쪽으로 벗어났던 것 같다. 바스티야 북쪽 100킬로미터 지점 코르시카 상공에서 적기에 피격되어 바다로 추락. 이것이 44살 생텍쥐페리의 마지막이었다.

독일 공군기에 격추당한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잔해에 남은 사랑의 증표

1998년 마르세유 동남쪽 바다에 넙치 잡이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 하나가 걸려 올라 왔다.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p38라이트닝’이 바다에 추락한 것이 분명해졌다. 팔찌 안쪽에는 ‘콘수엘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니, 생텍쥐페리가 마지막까지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짐작도 가능해졌다. 이후 몇 년 뒤에는, 그가 마지막 탔던 비행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같은 해역에서 수거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3월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 조종사였던 호르스트 리페르트(89세)가 프랑스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고백했다.

1944년 그날 리페르트는 프랑스 남부 해상을 비행 중에 미국산 ‘p38라이트닝’을 발견하고 수차례 근접 공격하여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제 안 찾아다녀도 된다. 내가 바로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시킨 사람이다. 나중에야 바다에 떨어진 그 비행기에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음을 알았다. 나는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그의 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글 표정훈 / 출판평론가

그에게 비행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을 고집했던 걸까? 아마도 그는 비행기를 타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안에 속해 있을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던 그 어떤 통찰, 혹은 영감을 얻곤 했던 것 같다. 비행은 그에게 소위 ‘접신’을 위한 의식이 아니었을까? 샤먼이 신과 만나기 위해 몸을 정갈히 하듯 비행은 그의 존재를 우주의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순정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고 믿었던 것 같다. 아니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관계’의 본질에 대해 그다지도 깊은 통찰을 하고 있던 그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아내 ‘콘수엘로’를 버려두고 번번히 위험한 ‘비행’에 나섰을 리 없다. 그는 콘수엘로를 버려둔 게 아니라 그녀에게 최상의 자기를 선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던 거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를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던 거다. 영감을 통해 그녀와 이어졌던 그가 영감을 찾아 그녀를 떠나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장미를 통해 여우와 비행사를 길들였던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들을 떠나야했던 것처럼.

그녀의 아내 ‘콘수엘로’는 그런 그를 너무나 이해했기에 일견 무책임해보이는 그를 그토록 헌신적으로 기다려주었던 게 아닐까. <어린 왕자> 집필당시 그와 함께하며 삽화의 모델이자 간접적 저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콘수엘로. 어쩌면 그녀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왕자를 사랑하고 난 후 황금빛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 마저도 사랑할 수 있게 된 여우의 마음을 그에게 보여준 사람이었는지도 모를 일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생각해볼 일이다. 나에게 장미는 무엇일까? 나의 비행은 무엇일까?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부러워하는 나는 과연 그만큼이나 결연히 ‘길들여질’ 준비가 되어있기는 한걸까?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거야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16

어쩌다 조금 총명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나는 늘 가지고 다니던 내 그림 1호를 꺼내 그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내 그림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 사람 역시 “이건 모자야.”라고 한결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보아뱀 이야기도, 원시림이나 별들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카드놀이나 골프 혹은 정치나 넥타이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오늘 괜찮은 사람 하나 알게 되었다.’며 매우 흡족해했다 19 _ 어쩌면 친구를 알아보기 위한 ‘보아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친구들에게 보아뱀 그림을 마음으로 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거나..

너무도 기막힌 일을 만나 어리둥절해지면 누구나 거기에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26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속에 있어! 29 _ 아냐!! 이 상자 그림을 그려주고 싶은 건지도 몰라. 하지만 그림을 그려주기 전에 나는 먼저 알아야 한다. 내 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이인지 아닌지를...

나는 남들이 내 불행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편이다 33

그때 그 학자는 ‘국제천문학회’에서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 학자가 입었던 옷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학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른들이란 언제나 이런 식이다 42

하지만 어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47 ★★★

할 일을 미루어도 괜찮을 때도 있지만, 바오밥나무 뽑는 일을 미뤘다간 큰일 나 55

아저씨는 순 엉터리야. 꽃들은 연약하고 순진해. 꽃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를 가지고 있으면 자기들이 무서워 보일 거라고 믿고 있는 거라구 66

그만!! 제발 그만 좀 해 둬! 난 아무 것도 몰라. 되는 대로 대답한 거야. 나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단 말이야!! 66 _ 어라! 비행사 양반이 어린왕자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 아직 길들여지기 전이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이것도 ‘길들여지는’ 과정인걸까? ‘화 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병’에 걸려있는 나로선 신기하고도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누가 수천,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어떤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그 사람은 ‘저 별들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라고 생각할 거야. 그런데 만약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저 별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73

나는 손에 든 연장들을 내려놓았다. 망치도, 볼트도, 목마름도, 죽음마저도 모두 우스워 보였다. 어떤 별, 어느 행성에, 아니 내 행성에, 이 지구 위에, 위로해 주어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는 것이다! 74

자신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날 때 비로소 피어나고 싶어했다 79 _ 나도 그렇다!

어린 왕자는 꽃이 내뱉는 의미 없는 말조차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그 말들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83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했어. 내게 향기를 전해주고 즐거움을 주었는데... 그 꽃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 허영심 뒤에 가려진 따뜻한 마음을 보았어야 했는데 84

“나는 네가 좋아!” 꽃이 말했다. “그런데 너는 그 사실을 몰랐지. 그건 내 탓이야. 그렇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바보였어. 하지만 이제 그건 아무래도 좋아. 부디 행복해...그 유리덮개는 내려놔. 이젠 필요 없어.” 91

꽃은 자기가 우는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자존심이 강한 꽃이었다 93

왕은 무엇보다 자기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원했다. 왕은 자신이 내린 명령을 거역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97

사람에게는 각자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시켜야 하는 법이다 100

그래, 네게 해가 지는 것을 보여 주겠다. 짐이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그러나 조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101

허영심 많은 남자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자신을 칭찬하는 말만 들릴 뿐이었다 109

내가 내 꽃과 화산들을 소유함으로써 그것들에게 유익함을 주죠. 그런데 아저씨는 별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 것 같네요 122 ★★★★★★ _ 훌륭하다. 내 소유의 원칙으로 삼아야겠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이 가장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아. 그건 저 사람만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열중하기 때문이지 131

어린 왕자가 그 축복받은 별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 별에서는 하루 스물네 시간 동안 무려 1천4백40번이나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엇다. 그것은 어린 왕자가 스스로에게도 차마 고백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133

지리학자는 탐험가의 이야기를 연필로 적어 두었다가 그 증거를 가져오면 다시 잉크로 적었다 137

한번 물어 본 것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어린 왕자였다 190

어른들은 자신들이 바오밥나무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196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151

“내 친구가 되어줘. 나는 외로워.”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메아리가 대답했다 158

그럼 난 간호해주는 척 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내게 죄책감을 주려고 정말로 죽어 버릴지도 몰라... 162

“‘길들인다’는 게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 것들인데...,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166 _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그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을 마련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내게 소중하면 소중할 수록 대체재에 대한 욕망 또한 커져만가니..참..그래서 관계를 만들기가 어려운가 보다.

“난 좀 지루해. 그렇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그렇게 되면 난 네 발걸음 소리와 다른 발자국 소리를 구별하게 될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 밑으로 숨게 할 테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업는 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하지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이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될테니까....” 여우는 한참 동안 말없이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부탁이야...나를 길들여 줄래?” 171 ★★★★★_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길들여줄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무언가’는 정말 ‘무언가’가 되어도 좋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그 무언가로 하여금 나의 일상을 이루는 작은 바람소리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설프게 길들여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될수록 마음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일상이 ‘무언가’와 ‘無무언가’로 양분될 것만 같은 공포에 질식될 것만 같았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무언가’를 찾는게 아니었는데... ‘무언가’는 내게 비할 수 없는 기쁨이었지만 또 그만큼의 괴로움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왕자를 생각하며 황금빛이 물결치는 밀밭을 사랑하게 된 여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나의 삶은 무언가에게 완전히 길들여지게 된 것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한 안다. 길들여기는 것엔 한계가 없음을... 무언가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만큼 내 인생도 꼭 그만큼 깊어지리라는 것을.

무언가를 길들이지 않고서는 그것을 잘 알 수 없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조차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거야.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172

인내심이 있어야 해. 처음에는 내게서 조금 떨어진 이 풀밭에 앉아 있어. 그러면 나는 너를 곁눈질로 가끔씩 쳐다볼 거야. 너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그리고 넌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 172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아.” 여우가 말했다.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거야. 네 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의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174

“아아...눈물이 날 것만 같아.”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넌 내가 널 길들여 주길 원했잖아...그것봐, 길들인다는 게 뭐가 좋니!”

“좋은 게 하나 있지. 밀밭의 색깔을 보면...” 여우가 말했다 177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의미가 없어. 아무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예전엔 내 여우도 너희처럼 평범했어.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 중 하나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그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178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179 ★★★★★★★

사람들은 그들이 잇는 곳에서는 언제나 만족하지 못한단다 184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아는 건 아이들밖에 없어요 184

비록 곧 죽음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친구를 가졌다는 건 좋은 일이야. 난 여우를 친구로 사귀었다는 게 정말 기뻐 188

어린 왕자의 말이 아련히 춤을 추고 있었다 190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에 193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194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 195

어린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안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깨지기 쉬운 어떤 보물을 안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197

여기 보이는 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197

우리가 이 우물을 잠에서 깨운 거야 202

축제처럼 감미로운 순간이었다. 그 물은 물 이상의 다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별빛 아래밤새 걸어서 찾아내, 도르래의 노랫소리에 맞춰 내 두 팔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203

모래는 햇빛을 받으면 꿀 빛깔을 띤다. 나는 그 모습에 행복감을 느꼈다 205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211 ★★★

어린 왕자의 웃음소리를 영영 다시 들을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자 견디기 힘들었다. 그 웃음은 내게 있어 사막의 샘과 같은 것이었다 220

아저씨가 내게 준 그 물은 마치 음악 같았어 221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중 한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겐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224 ★★

난 별들을 보면 언제나 웃음이 나와 224

내 몸은 버려야 할 낡은 껍데기 같은 거야. 낡은 껍데기를 버린다고 슬퍼할 건 없어 228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야. 모든 별들이 다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게 될 테니까. 별들이 모두 내게 마실 물을 부어 주겠지 228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아저씨는 5억 개의 작은 방울들을 가지게 되고, 난 5억 개의 샘을 가지게 될 테니 228

이건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다. 내게는, 또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는,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양 한 마리가 저 하늘 어디에선가 장미꽃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엇느냐에 따라 우주의 모습이 온통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235

3. ‘내가 저자라면’

어린왕자를 꺼내 든 건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무거운 개념의 벽돌을 쌓고 허무느라 소진되었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좋았다. 아~!! 바로 이거구나. 독자의 마음에 쏙 드는 양을 그리려고 애쓰지 말고 독자의 마음속에 있는 양이 쉴 수 있는 상자를 그려줘야 하는 거구나. <어린 왕자>가 딱 그런 상자같은 책이잖아. 생텍쥐베리 아저씨. 고맙습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참 좋았을 것을. 자꾸만 궁금해졌다. 세계인의 마음속에 저마다의 사랑스런 어린 녀석을 품게 해준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생긴 삽화속의 비행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었을거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겠지? 상상의 날개는 지칠 줄을 모른다.

결국 ‘생텍쥐페리’를 검색창에 찍고야 만 나, 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이야기..잠깐 쉬었다가 내 이야기로 복귀할 셈이었는데..이래서야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어지잖아. 대체 어떤 모습이 진짜 생텍쥐페리의 얼굴인거야? 단편적인 정보를 모아 자체적 종합을 시도하기엔 나는 너무 지쳐있단 말야. 제발 살려줘~!! 이리 메치고 저리 나뒹굴다 내린 타협안이 '저자에 대하여'다. 읽은 글 중 가장 깊어보이는 글을 택해 기둥을 삼고 이를 축으로 간단히 생각을 정리하는 선에서 매듭짓기로 한 거다.

P.S.
그러나...역시 생텍쥐페리, 간단히 정리될 인물은 아닌가 보다. 그가 삶을 통해 내게 던진 화두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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