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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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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일 12시 30분 등록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011년 7월 Review]   

1. 저자에 대하여. 

2008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를 만나러 갔었다. 무슨 팬 사인회 였었는지..강의 였었는지..기억나지 않지만, 청중의 대부분은 여자였었다. 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했고, 그녀는 나에게 답을 하면서 무척이나 화를 냈었다.  

깜짝 놀랬다. 아내와의 갈등상황 관련하여 남편의 괴로움(?)을 말하고 조언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예상외로 화를 내서, 질문을 했던 내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도 사인을 받을 때, 그녀는 나를 보면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뭐야? 병주고 약주나? 그때는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그녀를 이해할 것 같다. 그녀의 책에서 그녀를 만난 탓이겠지.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다. 자신의 정신분석 경험을 소설로 차용하여 풀어나갔다. 세련되지도, 우아한 문체도 아니다. 그러나 절실하다. 소설의 형식만 갖추었을 뿐, 젊은 시절 그녀의 방황과 고뇌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쉽게 읽히지만 쉬운 책은 아니다. 수많은 심리학 책들에서 나온 용어가 이리저리 들어 있고, 사람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디 쉬운 텍스트인가?  

이 책이후, 그녀는 [사람풍경], [천개의 공감], [꽃피는 고래], [좋은 이별] 등 사람의 마음, 즉 심리와 관련된 책을 계속 펴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좋은 이별] 까지 읽고 이 소설을 읽게 되면, 10년간에 걸친 그녀의 마음 탐구 여행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가 보여진다.   

소설가이기에, 섬세한 여인의 자아탐구가 정신분석 경험과 만나게 된 얘기를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문학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위에 서술한 4권의 책을 함께 읽어 본다면, 그 어떤 심리학 책보다 훌륭한 텍스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생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듯,
사랑의 뒷면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
- 사람풍경 65p -   

연구원 과정에 4권의 책을 한달 코스로 커리큘럼에 집어넣는다면,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주 소중한 사람들,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왜 이렇게 삶이 힘들고 잘 안풀릴까?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김형경 (1960~ )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강릉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추리 소설을 좋아했던 작가의 어렸을 적 꿈은 탐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탐정이 되기가 어려웠고, 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남은 것이 작가였다. 성장기 때 책을 좋아한 작가는 "나도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국문과에 진학했지만 습작하는 시기에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류시화나 이문재 같은 경희대 국문과 78학번 동기들은 모두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으로 스타였다. 이런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많이 죽었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작가로 하여금 책도 많이 읽고 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글을 쓰게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1983년 『문예중앙』에 시로, 1985년 『문학사상』에 중편 「죽음잔치」로 등단했다. 그녀는 국민일보 1억원 현상 공모 당선작인『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독자들의 뇌리에 `김형경'이라는 이름을 굵게 새겨 놓았다.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80년대를 지나온 젊은이들의 사랑과 고뇌, 그리고 그 시절의 상처를 보듬고 현실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80년대를 거쳐, 급격하게 변화한 환경과 자기 한계에 부딪힌 젊은이들이 삶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뇌와 좌절, 예술과 현실 등의 묵직한 주제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김형경은 대조적인 여주인공 두 명을 통해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인혜와 세진은 동전의 양면처럼 다르며,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도, 여성으로서 한 몸이다. 수술대 위에 오른 두 여자의 몸과 마음에 대한 작가의 해부는 정신과 치료까지 동원하며, 그럴 수 없이 찬찬하고 성의 있다. 그녀의 다섯번째 소설『성에』는 사랑과 성, 유토피아 등 우리의 삶에 깃들어 있는 환상에 대한 주의 깊고 세밀한 고찰이면서도 동시에 그 환상을 쉬이 놓지 못하는 이들에게 연희는 말하고 있다. 환상을 마음껏 빛나고 아름다운 것, 현실과 무관하며, 허황된 것, 가장 충만해서 서러운 것으로 영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비루하고 지리멸렬한 생을 지탱시켜 줄 각별한 에너지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꽃피는 고래』에서는 세상에서 다시 없을 만큼 가혹한 상실을 경험한 열일곱살 소녀가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상실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집 이외에도 심리에세이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내재한 감정의 실체와 근본에 대해 사색하는 책을 써 왔다. 40대 이후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 난 후 2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사는 풍경과 내면을 들여다 보는 에세이『사람 풍경』을 출간하였으며 『천 개의 공감』에서는 저자가 이십대부터 접해온 심리학적 지식과, 실제 정신분석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관계 맺기’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픔의 흐름이 막혀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슬픔의 강이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자 쓴 『좋은 이별』까지 그의 심리에세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시집 『모든 절망은 다르다』와 소설집 『단종은 키가 작다』,『푸른 나무의 기억』, 『외출』, 『담배피우는 여자』,『성에』 등의 작품을 출간하였다.

1986년~1991년 중앙일보 출판국 기자
1992년~1993년 마스터 라이프 편집장  

[김형경 인터뷰 내용]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나.   

얼마 전에 고3 조카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자기 소설을 이메일로 보내면서 ‘객관적으로 자기가 소설가가 될 수 있는지 평가해 달라’고 했다. 무척 망설이다가 ‘글 쓰는 역량을 가진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장을 썼다. 그러면서 최재천이나 한비야 같은 사람 예를 들었다. 자기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작가 못지않은 훌륭한 글을 쓰고 있는 분들 아닌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괜히 미래의 재능 있는 작가의 앞길을 막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보내온 소설을 읽었는데 꽤 잘 썼다. 원고지 100 매 되는 글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게 하는 것도 재능이고, 자기검열 없이 글을 쓰는 것도 재능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아는 것도 재능이다. 그런데 말리고 싶더라. 하지만 나도 국문과에 간다고 했을 때 엄마가 말렸지만 결국 갔다. (웃음) 글을 잘 쓴다고 꼭 소설가가 될 필요는 없다. 요즘 작가들을 보면 이십 대 때부터 죽어라 방에 틀어박혀 글만 쓴 작가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좋은 글을 써낸다.  

현재, 문학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소설로 생계를 유지하긴 힘든 상황이다. 소설가는 좋은 가장이 될 수 없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예술을 하는 사람은 좋은 사회인이 되긴 힘들 것 같다. 예술가는 생에서 뭔가를 항상 감수해야 하는 존재다. 행복하기는 힘들다.  

[김형경의 추천도서]
영혼의 자서전 (1.2) - 니코스 카잔차키스
결혼, 여름 - 알베르 까뮈
애도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 박완서
집으로 가는 길  
 

2. 내 마음에 들어오는 글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제 1권]  

11. 광고는 끊임없이 인간들의 결핍감을 자극하고, 욕망을 창출하고, 그 욕망으로 하여금 권력을 향해 달려가도록 부추겼다. 소비의 시대가 아니라 광고의 시대였다. 인간들이 사랑에 씌워 놓은 환상을 걷어 내고, 인간의 삶에 씌워 놓은 휴머니즘과 삼강오륜을 걷어내면, 모든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는 욕망이었다.   

16. 사랑의 감정은 삼 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성은 너무 흔하거나 너무 억압되어 고유한 떨림을 잃은 지 오래죠. 남성들은 보다 강하고 오래가는 성을 향유하기 위해 감각을 마비시키는 연고까지 사용한다죠? 그런 행위는 자발적으로 삶 전체를 무감각하게 만든다는 의미처럼 들려요. 성 불능과 사랑 불능이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불능으로까지 전이된 상태, 개인적으로 저는 그 영화를 그렇게 읽었어요.  

34. 인간이 불안정하고 가여운 존재라는 것, 삶이 유한하다는 것, 세상이 숨찰 만큼 넓다는 것, 그런 자각들이 관통해 지나간 이후였을 것이다.  

40. 인혜는 이제 사랑에 대해 어떤 환상도 품고 있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어쩐지 낯이 익고, 두 번째 만남에서 동질감을 발견하고, 세 번째 만남에서 운명이나 인연을 거론하는, 그런 사랑의 환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한때 인혜도 그런 식의 사랑의 환상을 믿은 적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 온몸이 감전되는 전율과 함께 찾아오는 천둥 번개같은 사랑, 온몸과 마음을 혼곤하게 취하게 하는 봄빛 같은 사랑...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것은 사랑의 다양성이 아니라 환상의 다양성일 뿐이었다.   

52.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가열되는 것 같았다. 바람같이 떠도는 어두움이, 어깨를 무겁게 하는 외로움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내부가...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마녀의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53. 인혜는 사랑의 환상을 믿는 대신 육체의 감각을 믿었다. 에로스의 불투명함을 믿는 대신 리비도의 정확함을 믿었다. 언제 손에 넣을지 모를 권력을 기대하는 대신 가까운 욕구를 들어주었다.  

59. 인혜는 되도록 기혼남은 피했다. 유난히 도덕적이거나 결혼의 순결성을 존중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인혜는 자신이 절대로 누군가와 연인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60. 통속적이군..인혜는 통속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인혜는 늘 세상의 중심을 온몸으로 지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나친 엄숙주의, 유교적 허위의식, 그런 것들을 벗고 싶었다. 비가 오면 속살까지 비에 젖고, 햇빛이 좋으면 뼛속까지 볕에 그을리고 싶었다.   

62.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삶이 은근히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삶이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면 사랑은 그보다 더 가볍고 사소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 그의 눈빛에는 아직도 사랑의 환상을 믿는 자의 순수함이 보였다.   

69. 한꺼번에 아주 많은 것이 이해되었다. 그의 구부정한 어깨와 고단하고 지쳐 보이던 모습, 아내와 별거 중이라는 사실, 모텔 앞에서의 망설임까지.  

71. 오래 울고 난 뒤의 서러운 평화 같은 것, 방학 마지막 날 저녁의 불안한 고요 같은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길한 예감 같은 것...그런 것들이 땀처럼 두 사람 사이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73.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폐쇄적인 자기 복제를 반복하는 있다는 느낌이었죠. 그러니까 의식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듯하다...  

79. 남의 얘기 하듯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방식이 아니고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객관화시키지 않고 말하려니 벌써부터 가슴 저 밑바닥에서 무겁고 질척한 것이 올라오려 했다.   

81. 개인사를 훑으면서 새삼스러운 고통과 슬픔과 자기연민에 지배당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 이미 극복해서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고 치부해 온 거슬이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슬픔의 감정으로 되살아나는 데 놀랐다.   

82. [등산할 때 해발 오백 미터짜리 산도 오르려면 숨이 가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히말라야 산도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한발 물러나서 보면 그래요. 여기서 하는 작업은 그때로 돌아가 그 시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려 내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그 시절에 외면한 고통과 슬픔을 다시 체험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사건을 기억해 내고, 그 기억에 얽혀 있는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체험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억압이나 신경증은 해소된다는 것이다. 모든 신경증은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고통, 외면하고 회피한 예전의 고통이 뒤에서 다가와 뒤통수를 치는 현상이라고 책에서 읽은 적도 있었다.  

92. 여기는 인간의 버라이어티 쇼죠. 내가 외국을 나가도 몇 번을 나갈 역마살을 끼고 태어났는데, 여기서 그것을 때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걸아간 오솔길을 이리저리 따라가면서..요즈음은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인가 생각하죠. 결국은 어태치멘트, 애착 또는 집착이 아닐까 싶어요.   

99.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 고난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특성이 네 살 때도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엄마에게는 도움을 청해도 소용없다는, 엄마는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런 사실을 수용하려니 마음으로부터 저항감이 일었다.   

101. 그동안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대충 파악했다고 믿었다. 답답한 것은 문제를 안다는 것과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문제를 안다는 것조차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이 얼마나 검증 불가능한 것인지, 그런 자각으로 한동안 정신이 얼얼했다.  

108. 세상에는 혼자서 하는 일, 둘이서 하는 일, 타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 그런 것들이 다 다릅니다.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막상 도와주려 하면 거절하고, 도움을 청해 놓고 거절하는 그 심리는 뭐에요?   

109. 도움받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았어요. 제가 타인의 도움이나 호의, 친절 등을 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은 이십 대 후반부터였어요.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겠구나.....  

110. [둑까지 차서 찰랑거리는데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괜찮다고, 나는 괜찮다고, 평생을 두고 나를 속여 왔구나. 정직하게 슬픔을 마주 보지도, 솔직하게 고통을 표현하지도 못했구나. 손끝, 발끝이 싸늘하게 식는 감각이 전해졌다.   

[몸 안의 슬픔이 자기를 알아 달라고 몸을 아프게 하는 겁니다.]  

111. 무의식이 꿈, 언어, 신체적 증상 등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113. 내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안 들고, 상대의 입장만 먼저 떠오른다는 거죠? /

- 왜 자신의 불편보다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까요? 첫째 잘나서 [아니요]
- 둘째, 인격이 고귀해서 [아니요]
- 셋째, 멍청해서 [맞아요. 제게는 나를 먼저 챙기는 감각이 없는 것 같아요]
- 없는게 아니라 발달되지 않은 거죠. 씩부터 잘라 버렸으니까...
- 왜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해받고 배려받고 싶던 마음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싶지만...자기연민의 투사 같은 거요.] 
 

116. [혹시,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만 받아들이려는 태도,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의 전모나 총체적인 모습을 먼저 파악하려는 태도도 일종의 방어 의식인가요?]
- 그렇습니다.   

방어의식은 왜 생기죠? 피해 의식, 적대감, 원한...방어 기제도 다양하죠. 사이비 도사연, 망각, 말끔한 웃음, 이론으로 정리해서 밀어내기.......  

118. 제가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만 말씀해 보세요.

- 첫째, 아프지 않기 위해서
- 둘째, 사기치지 않기 위해서
- 셋째,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128. 법사는 세진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더라고 했다. 현재 독신인가, 성적 결벽증이 있는가, 어렸을 때 크게 충격받은 일이 있는가...  

162. 그러나 낙담하는 그를 안을 때 인혜는 벌써 자신을 안고 말았다. 떠나는 기차를 향해 달려가다가 눈물 바람으로 주저앉는 아이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것이 인혜의 함정이었다. 사랑과 연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 늘 연민이 앞서고 사랑이 뒤따라 온다는 것...  

167. 퀴즈..사람이 서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입으로 하는 일을 함께 하면 된대요. 함께 대화하기, 함께 식사하기..나머지 하나는? 오럴 섹스...푸... 

177. 인혜는 자신이 어떤 오류에 빠져 있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불행한 결혼 한가운데 있을 때, 홀로 외로운 시간들을 견딜 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 믿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와 전인적인 관계를 맺고, 정서가 고양되고, 영혼이 성장하고, 그리하여 다른 관문을 지나면 곧바로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그런 사랑의 환상을 꿈꾸었다.   

189. 사실 여성들도 성행위에서 원하는 것이 감각의 충일함만은 아니었다. 친밀감과 유대감의 확인, 보호받고 보살핌 받는다는 느낌, 사랑받을 만하다는 자기 가치에 대한 확인 등 정서적인 의미가 더 컸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을 나눌 때조차 얼마나 복잡한 자의식과 전략과 부수적인 감정들을 한 보따리씩이나 끌고 들어가는지...   

191. 어떤 문제든 혼자 판단하고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인생이 늘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 늘 혼자 판단했다.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192. 스콧 펙의 [거짓의 사람들] 사탄이라는 존재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우연히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오랫동안 외로웠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외로운 사람들에게 깃들인다는 거죠. 나는 그 외로움에 한가지 더 첨가하고 싶어요. 적개심. 적개심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죠. 공격성이나 방어 의식. / 말 너무 많이 하는 것, 말 별로 안 하는 것, 다 방어 의식이이에요. 다른 사람의 결함을 잘 집어내는 비판의식, 혹은 저 사람이 사기꾼인가 아닌가를 잘 알아맞히는 능력, 모두 방어의식이죠.... 

197. 사랑 따위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고, 열정을 소모하고, 감정을 탕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세상에는 연애보다 더 소중하고 고귀한 일이 얼마든지 있으며, 인간의 삶은 바로 ‘더 숭고한 일’을 위해 바쳐져야 한다고 믿었던 점, 융의 책을 읽다가 그런 내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은 구절을 만날 때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겼다. 융은 그것이 사랑에 대한 방어 심리가 극단적인 사람의 말투라고 했다.   

198. 왜 타인에게 무엇을 주고도 그것에 대한 반응이나 보답을 받으려 하지 않느냐는 거죠
- 네?
- 정면적인 관계를 피하려 하는 거잖아요  

201. 친근한 관계가 형성되고 가까워진 다음에는 퇴행이 일어나야 해요. 오륙 세와 같은, 아이들이 소꿉장난으로 엄마아빠놀이하는 수준까지 퇴행이 따라야 해요. 
- 해변을 슬로 모션으로 달리며, 나 잡아 봐라, 소리치는 유치함 같은 거요?
- 그 유치함을 건강한 퇴행이라 부르죠  

사랑의 감정이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도 퇴행불능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었다. 두 성인이 만나 퇴행 없이 친근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의 한계가 3개월쯤 되지 않을까? 음악회나 영화관에 가고, 문화와 예술에 관해 세미나나 하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 말이다. 그러니까 사랑 불능을 치료하는 일은 퇴행 불능을 치유하는 것과 같은 일일 수도 있었다.   

-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어요?
- 어떤 방식의 자기 사랑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 타인의 비난에 대해 자신을 옹호하고, 자신을 편들어 주고...
- 없는 것 같네요. 타인이 비난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비난하죠. 자책하고 후회하고..
▶ 스스로의 부족함만을 돌아보고,,,자책하고...쯧쯧.  

206. 내가 진정으로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순결한 꽃 모가지나 불친절한 쇼핑센터가 아니었다. 늘 가슴 한켠에 ‘대상을 찾지 못한 분노’의 감정이 있다고 느끼곤 했는데, 그 막연했던 느낌이 치밀하게 정확한 것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지금까지 아무도 그것을 일깨워 준 사람이 없었다. 성장기에 한 번도 친구와 언성을 높이며 싸운 적이 없었던 일, 부모에게 투정하거나 화를 낸 적이 없었던 일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 사람이 없었다. 그 성폭행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부터 내게는 제대로 된 대상을 향해 정당하게 분노하는 기능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거절하는 기능, 부탁하는 기능, 내 것에 애착하는 기능 등이 발달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의 성향일 것이다.
▶ 중학교 시절, 깡패들에게 돈을 뺏기고 도망칠 때의 그 막막함....  

208. 제가 일상에서 화나는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만날 때에요.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어정쩡하게 걸쳐서 주차해 둔 차량이라든가...
- 자기 중심적인 것이 왜 나쁘죠?
- 타인에게 피해를 주잖아요. 타인의 시간, 노력, 노동, 감정 그 모든 분야에 다 피해를 주는 행위지요.
-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왜 그렇게 싫어하죠?
-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혹시, 전화도 없이 불쑥 집 앞으로 찾아와 죄책감을 느끼게 했던 엄마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요?

▶ 형이 싫었던 이유, 그리고 지금도 화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집안의 어려움, 부모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놀랄만큼 모른체 하면서도 자신의 것만 먼저 챙기는 사람...인간의 본성인데도..나는 아주 싫었어. 유머로 해결하면 좋았을 것을...ㅎㅎ  

210. 이상해요. 저는 분명 엄마 인격의 반듯함, 엄마 삶에 대한 연민,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에 대한 존경 같은 게 마음에 있었어요. 그런데 제 무의식속에는 엄마의 자기중심성과 모성 부족에 대한 분노가 있었던 건가요?   

212. 그게 상처에요. 주례할 때, 주례사를 하는 사람마다 강조하는 내용이 다르죠. 행복하게 살아라. 즐겁게 살아라, 혹은 인내와 희생, 봉사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단어를 선택하는 게 그 당사자의 상처지요. 
▶ 우울해 보이던 장인어른은 늘 말했다. ‘재밌게 살자’..그것이 그분이 상처였지..재미없는 삶..나의 상처는 여러 가지였으나, ‘상처치유 음악가’라는 노래비전을 설정한 이유가 짐작된다..나의 상처를 노래로 감쌌던 기억...  

213. 그 사람이 선택하는 단어가 그 당사자의 상처였다. 몇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늘 ‘귀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무료하다’는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바로 그 단어가 상처이겠구나 싶었다. 
▶ 어렸을 때, 참 내가 지루해 했었나...안암동에서 놀이터에서 놀던 생각...  

213. 그가 어떻게 해서 내 특성 중 울음을 보이지 않는 면을 끄집어냈을 때, 다음날에는 슬픈 얼굴의 생존전략에 대해 인식하게 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의 과도한 자주성이 드러났을 때는, 이튿날 너무나 도와주고 싶게 생긴 외모에 대해 지적했다. 최근에 정면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태도를 자각시킨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에 내가 불편을 겪게 되는 사례를 이야기한 다음의 일이었다.   

214. 나의 방어 의식이 ‘걸어다니는 방패’수준이라면 그 뒷면에는 분명히 ‘걸어다니는 창’수준의 분노와 공격성이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카페 마담 스타일이 되는 것. 겉으로는 능숙하고 세련되게 사람들을 대하고 세상에 달통한 듯 살아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기둥서방에게 당하죠. 몸도 마음도 돈도 바치고...  

215. 내가 자기를 야하고 뻔뻔스럽게 만들어 주겠어요. / 야하고 뻔뻔하게란 내가 가지고 있는 성적, 도덕적 억압의 뒷면에 관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었다. 
▶ 야하고 뻔뻔스럽게? ... 나의 욕망을 먼저 돌보라는 말, 내 무의식은 [거침없이, 유쾌하게]를 말했었다. 

221. 그 작업은 채굴 작업 같은 면이 있었다.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점점 새로운 것들이 나왔다. 내 속에 이런게 있었나 싶었던 것들, 그것은 내가 아니라고 외면하고 싶은 것들, 그러나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정확하게 내 의문을 해소해 주는 것들이었다.   

면담자가 지적한 카페 마담 같은 태도, 사람들을 대할 때 지나치게 능숙하고 세련되게 대하는 태도는 방어 기제였다. 내가 짓는 웃음 역시 갈등에 정면으로 맞설 힘이 없는 자의 방어 기제였다. 내가 피하고 싶어하는 유치함의 뒷면, 세상일에 처연한 듯한 사이비 도사연 하는 태도 역시 긴장된 현실을 정면으로 뚫고 나갈 힘이 없는 자의 방어 기제였다.   

223. 화가 난다는 감정은 느끼는 거에요?
이따금, 모든 것들을 참고 있을 때면, 저 액자를 향해 이 찻잔을 집어 던질 것 같은 충동을 느껴요. 그런데 왜 참고 있어요?

- 선생님이 한번 해 보세요.
- 나쁜자식! 그게 인간이야?  

224. 버릇처럼 통증을 참고 있으면 이내 온몸에서 맥이 빠지면서 탈진하는 느낌이 왔다. 그것이 내가 오래도록 슬픔이나 분노를 처리하는 방식이었음을 이즈음에야 알게 되었다. 그런 통증과 탈진감이 누적되어 몸의 병이 되는구나 하는, 심인성 질병의 메카니즘을 몸으로 이해할 것도 같았다.   

225. 나는 분노해야 하는 문제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었다. 적개심을 표출하고, 억압해 온 감정들을 폭발시키는 일, 그 일에 대해 그토록이나 거센 저항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건 연인인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엉뚱한 데 와서 투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226. 일상이 헝클어진다는 건 좋은 징조에요. 물이 끓고 있다는 뜻이지요. 다음에 다시 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다시 시작하면 처음부터 다시 끓여야 하거든요..
▶ 사랑이 그렇지..   

227.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 퍼센트에요. 그렇지만 오 퍼센트만 달라져도 살기가 훨씬 수월하죠.   

229. 자기 인생은 쩔쩔매잖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줍잖은 조언을 하고 돌아설 때면 속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온다니까요. 너나 잘 살아라.   

주변에 보면, 자기는 남의 말 안 들으면서 남에게 충고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있죠?
- 네
- 그런 사람들 볼 때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 위선적이다 싶어요.  

244.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정말 뜨거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늘 상대의 사랑을 받아내기만 했을 뿐,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가꾸어 나간 일이 있는가.
▶ 뜨겁게 사랑해 본 기억...  

253. 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예쁘게 화장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다는 거죠. 그것은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삶의 전략이에요.   

254. 야하고 뻔뻔하게, 당분간 그게 내 모토야.  

260.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거야. 심리적인 공백감. 애정에 대한 허기, 보호받고 보살핌받고 싶다는 소망 같은 거. 물건을 사면서 애정의 대용품을 구하고 있었던 거지..내가 사는 물건을 내 존재와 등가품으로 여기기도 했을 거야.   

261. 내가 지금 네게 음식을 덜어 주는 행위도, 좀 전에 네게 선물을 준 행위도 다 같은 의미야. 내가 이만한 애정을 너에게 주니, 너도 나를 좀 사랑해 줄래? 그런 뜻이더라. 더 냉정하게 말하면 나는 선물을 할 때마다 상대방의 애정을 구걸하고 있었던 거야.   

262.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적 장애와 상처...배우자와 애인이 있으면서도 또 다른 연인을 찾아 눈길을 두리번거리는 사람, 숨 돌릴 틈도 없이 약속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그들이 원하는 것이 돈이나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비어 있는 구멍, 그것을 채워 줄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이라고 했다.  

그런 이들은 대체로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야. 강한 의지로 목표를 향해 매진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성실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어. 그런 이들이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구멍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거야.. 이멜다의 구두나 재클린의 쇼핑벽도 그런 예야..목표 지향적으로 이성적으로 사느라고 억압해 둔 감정과 무의식 영역의 욕망들이 그런 식으로 이성에게 복수하는 거래..
▶ 내가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구멍...  

263. 결핍이 욕망을 낳고, 욕망이 행위를 낳는다잖아. 인간에게는 결핍이 곧 성취동기이고, 생존 욕구이며, 추진력 아니니? 네가 말한 무의식의 구멍,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삶에 추진력이 생기는 거 아닐까? / 그럴거야. 결핍감은 내연 기관쯤 되고, 욕망은 석탄쯤 되겠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힘도 콤플렉스나 결핍감이었던 게 틀림없어.   

264. 정신분석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니? 누구나 살면서 조금씩 결핍을 채우거나 천천히 욕망을 줄여 나가는 거잖아. / 그것도 그럴 거야. 그런데 본인이 고통을 느끼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 감정 영역은 자주 그네나 파도를 타고, 일상생활에서는 반복적인 불편을 겪고, 끝내는 삶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가니까 문제라는 거지. 결핍을 추진력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하지 못해. 그 결핍감이 무의식 영역에 있는 구멍이기 때문에 자각하지도, 충족시키지도 못하는 거지. 방법은 하나야. 그 구멍을 직면하고 넘어서는 거. 정신 분석은 그 일을 도와 줘.   

285. 직관과 통찰, 재능과 신경증, 신기와 예지력...나는 그 모든 것이 한 가지 현상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해. 억압된 무의식의 표출이거나 자아의 다양한 파편들 중 일부인 거지. 저 많은 무당들도 제대로 공부하고 훈련했다면 작가나 화가나 정신 분석의가 되었을 거고, 저 많은 예술가들도 제대로 교육받고 자신을 연마하지 못했다면 박수나 무당이 되었을 거라는 거야.   

292. 남성들에게 성적 능력이란 곧 생명력이며 자긍심의 원천이며 사회적 추진력이기도 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긴 해도 그토록 정확하게 인격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일 줄은 몰랐다.   

298. 이혼 이후 인혜에게는 세상이 거대한 거짓덩어리처럼 보이던 시기가 있었다. 유모차를 밀며 공원을 산책하는 부부, 남편은 쇼핑 카트를 밀고 아내는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는 장면, 집안 잔치라도 가는 듯 날아갈 듯 한복을 차려입고 걸어가는 부부..그들이 화사한 웃음으로, 화려한 한복으로 감추고 있는 내면의 황폐함이 손으로 만져지는 것 같았다. 그런 감정을 극복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도 또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화사함 뒤의 그늘, 화려함 뒤의 갈등, 평온함 뒤의 파괴까지, 그 모든 것이 삶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갈등이 있기에 그 다음의 화해가 더 아름답고, 적대감이 있기에 그 반대급부의 애정이 더 짙은 거라고...
▶ 26살의 기억..  

그런 인식에 도달하기까지 가장 큰 스승은 연애였다.   

299. 사랑은 날것인 자신과 직면하게 되는 가장 에누리 없는 방식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 번씩 자신의 추악함을 겪고 나면 그 증세가 많이 완화된다는 점이었다. 인혜가 더 많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인지도 몰랐다. 사랑은 분명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게 투쟁하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머물다 떠날 때마다 내면의 공간도 그만큼 넓어졌고 그 자리에 더 많은 빛과 바람이 드나들었다. 물론 다음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도 한결 쉬웠다.   

304.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동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정보이기 때문이죠.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산업 사회를 이룬 것은 백 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차 산업에 종사하면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을 했습니다. 백 년의 스무 배 가까운 시간을요. 모든 현대인이 전원생활을 꿈꾸고, 휴일이면 고속도로가 미어터지는 건 그러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7. 그럼에도 인혜는 자신의 내부에 사랑에 대한 환상이 존재함을 알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전 존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에로스와 리비도가 완벽하게 결합되고, 아이부터 노인의 영역에 이르는 정서를 마음대로 오가며, 그 위에서 정신적 성장, 정서적 고양, 영혼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315. 인혜가 느끼는 여성의 성욕이란 폭발과 해체의 욕망이었다. 몸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어떤 것이 터져 나가 파괴되려는 욕구였다.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단숨에 터져 버리는 저 불꽃들처럼...  

317. 인혜는 진웅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그의 땀 냄새를 마셨다. 오래 울고 난 뒤끝의 노곤함 같은 것,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의 서러움 같은 것, 낯선 미답지에 대한 설렘 같은 것...인혜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가끔, 휘몰아치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섹스를 상상해요. 깊은 바다 한가운데, 소나기 퍼붓는 진흙탕, 바람이 휘몰아치는 산기슭...]  

[제 2권]  

11. 그 모든 이야기들은 나와 무관한 타인의 성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나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가장 기초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13. 제 속에 덜 자란 구석이 있다는 걸 알아요. 터무니없이 천진난만하고, 이럴 수 있을까 싶게 세상물정에 어둡고, 이건 오히려 죄악이 아닌가 싶게 순진한 구석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가끔 황당한 일을 저지르기도 해요.   

14.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세 이전, 이른바 오이디푸스기 바로 전기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깊은 치유가 진행될 수 있으려면 환자는 일정 단계부터는 어느 정도 퇴행을 해야만 한다. / 심리적인 성숙과 독립에 익숙해 있던 성인이 다시 스스로를 의존적이고 유약한 어린아이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행 없이는 치료 또한 없다.   

15. 연인들이 유치함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을 ‘건강한 퇴행’이라고 한다던 말도 떠올랐다.   

자기애가 강하다는 뜻이지요.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나르시시즘적인 자기와 화면에 비친 자기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니까요.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황당하다는 얘기를 듣고)  

19. 잊었던 기억을 찾는 것은 정신 분석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고통을 감당할 힘이 생기면 외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21. 내가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왔던 방어 기제들, 비디오보기, 청소하기, 잠자기 등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  

23. 여성 면담자를 찾아가 여성의 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두 가지 중 하나가 되죠. 서로 붙들고 울고불고 하거나, 어깨를 걷고 투사가 되거나.  

24. 왜 그렇게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에요? 
-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만한 일이 없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구요.
- 그럼 세진씨에게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 뭐에요?
- 그건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하는 거지요. 
▶ 나에 대한 이미지가 높지 않았던 이유가, 그토록 오래 전 아이의 생존법 탓이라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교회노래,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라는 문구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   

26. ‘누가 감히 나를’이 아니고 ‘누가 나 같은 걸’이에요’?
네..누가 나 같은 걸...살면서 제가 가장 힘들게 견뎌 온 감정이 그거였어요. 내가 초라하고 무가치하다는 느낌, 얼마나 자주 그런 감정들에 발이 걸리곤 했는지 몰라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일을 할 때 완전주의적인 기질도 생기고, 과도한 성실성과 자주성도 생겼던 것 같아요. / 자기비하의 뒷면이 나르시시즘일 것이다.   

37. 결혼하는 사람에게서 무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치관이 맞아야 하는 거요. 다른 건 다 참아도 가치관이 다르면 못 참을 거 같아요. 부도덕하거나 정당치 못한 사람들을 볼 때면, 저런 사람들 부인은 어떻게 저 사람을 견디면서 살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 과거의 나를 아무리 떠올려 본다, 결혼할 때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첫번째, 연민, 두 번째 정신적 건강함이었다.   

38. 면담자는 내가 유복하게 잘 보호받으며 자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데이트할 때 혹시 정경부인 같지 않았느냐고도 지적했다.   

40. 파괴의 타나토스는 창조의 에로스와 한 몸일 것이다. 파괴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곧 사랑을 두려워한다는 의미였다. 내 불능의 한 모서리가 또 드러나고 있었다. 

41. 적개심은 섹스로도 해소됩니다.
그래서 세상이 평화롭구나..그 많은 사람들의 적개심에도 불구하고
▶ 보살핌과 사랑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유년기, 따스한 어머니의 품이 기억나지 않는 서러움..  

억압된 분노는 억압된 성적 에너지이기도 할 것이다. 억압된 성적 에너지는 억압된 창조력이기도 할 것이다. 억압된 창조력은 곧 억압된 삶의 에너지일 것이다. 성 불능이 어떻게 삶에 대한 불능으로까지 전이되는지,그 메커니즘이 어렴풋이 이해되었다.   

45. 내 입장보다 타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점, 내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는 점, 갈등이 생기면 미리 양보하는 점, 작은 일에 쉽게 상처입는 점..그 모든 특성들의 토대가 되는 요인이 이미 기은이에게서 다 보였어요.. / 무조건 사랑해 줘야 합니다. 아이가 귀찮다고 느낄 만큼 사랑해줘야 해요. / 아이에게 상처 주는 젊은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그 여성의 상처구나 싶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르고, 부모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에게 분노를 투사하고 있는 게 읽혔다.   

48. 회의에 지각하는 사람은 그 회의를 피하고 싶은 심리이며, 동료의 집들이에 늦은 사람은 그 집들이에 가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이 걸음을 늦춘 것이라고 했다. 
* 지각은 정확하게 뒷걸음질이었다.   

51. 나는 한 번도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경호에게도 애매하게 얼버무리기만 했다.

58. 나는 지금까지 명료한 이성과 확고한 의지로 내 삶을 운용해 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내 삶을 좌우하고 결정해 온 더 큰 힘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무의식이, 저 깊은 곳에서, 내 삶의 나침반을 조절해 왔던 것이다. 
▶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사랑을 선택하고, 친구를 선택하고, 내 삶의 미래도 내 무의식이 결정하겠구나..  

59. 노출증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진정한 욕망은 관음증이고, 자살자의 내밀한 욕망은 누군가에 대한 살해 욕망이다. 방어 의식과 적개심..자존심과 열등감이..자기비하와 나르시시즘이, 사디즘과 마조히즘이..그 모든 짝들이 한 몸이었다.  

61. 그 모든 것이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안에 상처 입은 채 남아있는 유년의 아기를 보살피면서, 억압해 둔 무의식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살면 될 것이다.   

65. 왜 이 관계에서는 도취가 오지 않고 갈수록 정신이 반짝 차려지기만 하는지, 왜 열정이 피어 오르지 않고 마음이 민숭민숭하기만 한지 알 수 없었다. 저 사람과 ‘콩으로 만든 모든 것’에 가는 일이 즐거울까. 저 사람과 아우라지 강변에 간다면 목청껏 정선 아라리를 부르게 될까 마지막으로 자, 저 남자를 안아 줄 수 있을까.  

79. 내 인생에서 최대의 과오는 분노하고 싸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거였음을 요즈음에야 깨달았어.
▶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88. 인혜, 너는, 화를 잘 내니? 그렇다면 너...현재 섹스 파트너가 있니?
▶ 적개심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뜻..  

91. 정신 의학적으로는 독신이 병이 되는 이유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적개심의 문제로 봐. 섹스는 적개심을 해소하는 아주 요긴한 수단이라는 거지. 그러니 독신인 여성들은 대체로 성 불능의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보면 옳을 거야.  

108. 무의식에 억압된 감정들, 고통들, 분노들을 꺼내서 직면하게 한다는 거야. 그렇게 해서 신경증에 갇혀 있던 영혼을 해방시키고, 진정으로 자유롭고 자족적인 지점에 도달하게 하는 거래.   

114. 예전에는 시인들이 노래하는 의미가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폭발할 것 같고, 온몸의 피돌기기 빨라지고, 전신의 감각세포들이 미세하게 전율하고..그런 것들은 그저 문학적 표현이라 생각했고, 그런 어휘를 구사할 줄 아는 게 그들의 재능이라 믿었습니다.   

115. 그런 어휘를 구사하는 게 재능이 아니라 그런 감각을 몸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재능이라는 것을 요즘에야 알았습니다. 심장이 폭발할 것 같고, 마음속에 검고 큰 구멍이 있어, 그 구멍이 다시 마음을 갉아먹는...그런 식의 불안과 절망, 영화나 소설에서나 본 그것이 실제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16. 카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환상을 어루만져 주고 보살펴주기만 하면 되었다. 이를테면 소비 주체인 여성에게는 이렇게 속삭였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당신은 어머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내 아내입니다. 가정의 행복은 주부의 손에 달려 있고, 아이의 성장은 어머니의 어깨에 달렸다고 그들의 역할에 가치를 부여해 주었다. 그런데 인혜는 지금, 어디에도 환상이 없었던 점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124. 분노에 몇 가지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분노의 질량 불변의 법칙, 분노의 거울 법칙, 분노의 시루떡 법칙, 분노의 카멜레온 법칙. 나는 그것들을 분노의 사대법칙이라고 이름 지었다..  

125. 대체 본성으로서의 분노는 왜 생기는 건데?
- 정신의학에서는 그 모든 걸 사랑의 문제로 봐. 유년기 때 아기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왜곡되게 전달되었을 때, 아기에게 분노의 감정이 형성된다고 해.   

- 그렇다면 인간의 이성은 무슨 의미가 있니? 성장한다는 것은 이성의 힘, 사회화된 습관으로 그런 사사롭고 감정적인 영역을 극복한다는 뜻 아니니?   

- 잘은 모르지만 성장하고 사회화한다는 것은 그런 분노와 질투들을 무의식에 억압해 둔다는 의미 같아. 억압된 적개심은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식물 뿌리처럼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 내는 것 같아.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힘이 세고,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그쪽 학계의 정설이야.   

126. 분노의 시루떡 법칙.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분노들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시루떡 모양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는 뜻이야. 어떤 문제로 인해 화가 날 때 보면, 당면한 문제로 인해 나는 화와, 시루떡처럼 쌓인 저 무의식이 자극받아 나는 화가 서로 다른 것 같아. 네가 아까 말했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많이 화내는 거, 그때는 무의식의 분노가 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거야.   

- 화를 내는 순간에도 나는 이제 그것을 구분하곤 해. 아, 여기서부터는 무의식이 자극받아 올라오는 내 신경증이구나..그럼에도, 한번 터지면 잘 통제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야.   

127. 분노의 거울 법칙이란 일종의 투사 현상이야. 네가 만약 누군가의 어떤 점이 못마땅하거나 화가 난다면, 네 속에도 그것과 똑같은 요소가 있다고 보면 틀림없어. 꿈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죽어도 인정하기 싫을지 몰라도 그건 틀림없는 현상이야....  

-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니?
- 체험했거든, 나는 오래도록 모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불편해했어. 자아 성취를 앞세우며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소홀한 여성들에 대해 분노하기까지 했어. 그런데 그것은 내 엄마에 대한 분노가 그쪽으로 전이된 거였고, 또한 내 속에도 고스란히 들어 있는 요소였어.   

분노의 카멜레온 현상, 그것은 분노가 여러 가지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는 거야. 너 최근에 우울하다고 했지? 그게 바로 네가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야. 고속도로를 달릴 때 내가 흥분한 상태에서 말이 많았지? 그것 역시 분노의 표현 방식이었어. 다변이나 자폐증, 과식증이나 거식증, 자잘한 자기 파괴 행위부터 자살충동까지, 그 모든 것이 분노의 가면들이야.   

128. 분노가 왜 그런 가면을 쓰니?
우리 여성들은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야. 어려서부터 여성은 인종이 미덕이라고 배우면서 자라잖아. 그러니 분노하고 행패 부려도 이 세상으로부터 추방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해. 그렇기 때문에 분노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거지.  

우울증의 가장 강한 특징은 직접 화를 내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성을 화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화를 낼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고 표현할 능력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면, 태울 연료도 없고 진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수동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적개심을 특징적으로 갖게 된다.   

129. 여성들의 생존법. 착하고 온순하고 헌신하고, 그런 미덕들에 따르는 생존법 말이야.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생존법이 있었어. 우울증, 무지함, 나약함...그것들도 다 여성들의 생존법이었어. 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우울증인 여성은 보살핌받지만 분노하는 여성은 외면당하지. 나약한 여성은 보호받지만 강하게 대항하는 여성은 쫓겨나지. 무지한 여성은 귀여워해줄 수 있지만 잘난 여성은 배척당하지...  

133. 마음 밑바닥에 억눌러 두었던 신경증을 꺼내 언어로 표혆하면 햇빛에 노출된 세균이 죽듯이 그것과 관련된 장애가 사라진다고 면담자는 말했었다.   

135. 곧장 앞으로 나아가라. 내가 미쳤다는, 내가 추악하다는 그 인식을 안고 묵묵히 걸어가라.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137. 지금 내가 저 산처럼 허물어져 있구나. 인내하고 수용하면서 가꾸어 온 내 모습이라는 것이 저토록 얇은 한꺼풀에 불과했구나.  
- 먼저 나를 위해 불법을 닦고, 그 다음에 타인을 위해 그것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138. 눈앞에 터져 나온 분노가 괴물 같았어요. 그렇지만 분노 그 자체가 겁나서 도망쳤던 게 아니에요. 분노하면, 분노를 터뜨리면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을까 봐 겁났던 거에요. 
▶ 분노하는 나의 모습에 놀라고 의아해 했던, 불편했던 이유의 뒷면에 사랑받지 못할까 겁내는 아이의 얼굴이 있다는...

- 뭐가 그렇게 겁났어요?
- 여성들은 인종의 미덕을 생존법으로 배우기 때문에 분노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잖아요. 분노의 칼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해서 우울증이나 자궁암에 걸리죠. 저도 그 생존법으로 살아왔고요.
- 사랑 앞에서 도망친 거였어요.   

142. 왜 불을 켜놓고 자요? 오래 된 버릇이에요. ...  

148. 잘난 척하지 마.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사람인 것처럼 굴지 마!  

- 화를 내면서도 내가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시루떡처럼 여러 겹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제일 위쪽에 있는 가장 얇은 것이 경호를 향한 것이었고, 그 밑에 있는 것은 내 신경증이었다.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에게 폭력적인 남성들에 대해 표현하지 못한 채 쌓아 둔 분노였다. 그 밑에 있는 것은 성폭행 사건에서 비롯된 분노였고, 그보다 더 밑에는 더 본질적인 것이 있었다.   

149. 내가 그토록 쩔쩔맸던 감정의 불편들이 결국 돌아오지 않은 사랑에 대한 분노일 뿐이었다니. 내가 사랑 무용론자가 되고, 사랑을 믿지 못하고, 사랑이 내게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갖게 된 최초의 밑그림이 그것이었다니.어쩐지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162. 그러니까 모든 게 다 투사에요. 내가 질투하는 친구드을 그렇게 불편해했던 이유는 엄마의 질투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이미 그만한 질투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노이로제였던 거죠. 

165. 그동안 타인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비판했던 모든 일들이 우스워졌다. 결국 내 얘기를 했을 뿐이었구나...모성 부족, 자기중심성, 질투심,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내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앞으로는 누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172. 타인에 대해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점, 나는 도움받을 가치조차 없다는 판단,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  

- 타인에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 바로 그것이었구나 싶었다. 나는 인혜에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바로 그 욕망을 좌절당했기 때문에 그토록 분노했던 것이다.   

- 그게 자기 존중감이 약한 아이의 생존법이었겠구나 싶었다.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 아기가 사랑받기 위해 채택한 생존법이었구나....
▶ 친구들이 부르면 무조건 따라갔지...몸이 아파도...  

173. 언젠가 선생님이 지적하신 대로, 내가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이틀 동안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기꺼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퍼붓는 것도, 내 노동력을 투자해서 타인의 일을 돌봐 주는 것도 모두 셋째 딸 후남이의 생존법이었어요. 그 의식이 발전해서 이웃에게 도움 되는 인간이 되고자 하고, 사회에 유익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데까지 가겠죠. 그 모든 행동의 본질은 결국, 내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서였던 거에요.  

어느 정신 분석 책에서 ‘어린 시절의 생존법을 성인이 될 때까지 질질 끌고 왔고, 그때는 유익했던 그것이 이제는 삶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었다.   

177. 불평등한 세상과 가난한 이웃에 대해 과도한 책임 의식에 시달리는 여성이 정작 본인의 삶에 대해서는 방치하다시피 살고 있는 것도 보이구요. 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기 위해 엄마로부터 달아나면서도, 유년기의 거울이었던, 혹은 무의식까지 고스란히 투사되는 그 어머니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181. 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위로와 내 편인 지지였다.   

195. 우리는 화내고 분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화를 낼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에.... ▶ 그때, 응암동에서 나는 왜 화를 내지 못했을까?   

198. 그 후부터 모든 이별이 똑같아졌다. 고통에도 슬픔에도 내성이 생겼다. 처음에는 온몸을 난도질당하는 듯한 고통이더니, 그 다음에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약화되고 그 다음에는 회초리로 맞는 듯한 정도가 되었다. 슬픔도 마찬가지였다.   

200. 그 말을 할 뻔했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고...
많은 사랑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삶의 여러 행위 중 오직 사랑만이 드물게 빛나고 고양되는 순간을 제공해 주었다.   

201. 인혜는 강을 건너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물 속에 머리를 처박고 헤엄치는 방법과, 요트를 타고 가볍고 경쾌하게 건너는 법.  

203. 많은 사랑과 이별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또 하나의 진실은 사랑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진의 방식대로 말하면 질량 불변의 법칙에 해당할 것이다. 한 인간의 내면에 깃든 분노가 슬픔의 질량이 일정한 것이듯 사랑도 그랬다. 늘 가슴속에 깃들어 있으면서 적당한 때에 적당한 상대를 만나 찰랑거리기도 했고 끓어오르기도 했다. 이별이란 그 사랑의 역동성이 잠시 멎는, 사랑의 감정이 활동하지 않는 상태를 일컬을 뿐이었다.   

섹슈얼리티에는 늘 얼마간의 다른 감정이 섞여 있곤 했다.
때로 그것은 공격성 같았고 때로는 초조함, 희열, 비애감 등 다양했다. 인혜는 그런 감정들이 있기에 섹스의 오르가슴이 더욱 고양된다고 믿었다. 때로는 오르가슴이 신체적 감각이 아니라 그런 감정들의 포화 상태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애통해하는 진웅을 건너다보면서, 자신의 내부에서 찰랑이는 슬픔을 감지하면서 인혜는 성적 욕망이 목까지 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218. 나는 조금 더 분노하고 조금 더 애착을 기르고 조금 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기로 했어. 타인의 입장보다는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예전에 내가 옳다고 믿었던 가치들, 이타심, 양보심, 인내심,그 모든 것들을 당분간 선반 위에 올려놓기로 했어.  

219. 대체 사랑이 뭐에요? 누구, 아는 사람 얘기 좀 해줘요.   

220. 사랑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빛나게 가꾸어 주는 거라고도 하죠? 그런 거라면 향단이나 방자가 더 잘하는 일 아닌가요? 대체 사랑이 뭐에요?  
- 나는 사랑을 생존 본능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221. 인간은 사랑의 감정 없이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실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 누구나 사랑을 통해 생명 현상을 지속시킬 힘을 얻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 이해되더군요.   

- 그러니까 세 분 말씀은, 사랑은 삶을 지속시키는 힘이고, 사랑을 찾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노력이라는 뜻인가요?   

223. 사랑이 아름다워요? 고통스러운 자기와의 싸움이고 피나는 권력투쟁일 뿐이죠. 사랑이 영원해요? 때로는 하룻밤, 기껏해야 삼 개월이나 육 개월이면 최초의 도취가 식어 내리는데 사랑이 영원해요? 사랑이 일편단심이에요? 나부터도 애인과 길을 걸으면서도 다른 이성에게 눈이 돌아가는데 단심이라니요? 사랑이 정서적 고양감을 주고 삶의 의욕을 고취시켜요? 오히려 사랑은 정서적인 혼돈 상태이고 정신적인 착란 상태에 가깝죠.   

229. 이따금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전 존재가 내 의식 속에 가득 들어차는 순간이 있어요. 상대방의 얼굴, 손짓, 목소리, 이야기 내용에 온전히 몰입해서 다른 상황을 잊는 때가 있죠. 약속도 잊고 할 일도 잊는 거요. 바로 그 순간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일 거에요.   

- 그러니까 결론은 뭐에요? 사랑은 권력욕이고, 생존본능이고, 사회화된 경험이고...미적 체험이고..인간 사이의 소통이고...내가 소멸되는 일이고.그래서 대체 사랑이 뭐라는 거에요?   

- 그러니까 결국, 사랑은 노이로제나 광기라는 뜻이죠.   

225. 사랑에 대해 피력하는 서로 다른 얘기들을 들으니 저마다 고유한 정서적 센서로 사랑을 받아들인다고 생각되네요. 그런데 그 고유한 정서적 감응 장치란 대체로 저마다의 상처거나 콤플렉스임에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은 아버지나 어머니 같은 사람을 고르고, 가난을 상처로 가진 사람은 부자를 찾죠. 학력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그 부분을 충족시켜 줄 사람을,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권력 가진 자를 선망하죠.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여러분이 하는 말은 곧 여러분 각자의 상처나 콤플렉스일 거에요.   

226.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라는 것도 대체로 콤플렉스와 콤플렉스의 만남일 경우가 많아요. 거짓말쟁이 아내와 의처증 남편이, 모성 과잉인 여성과 유아적인 남성이, 아니무스가 강한 여성과 아니마가 강한 남성이, 자기중심적인 사람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이..가학증 아내와 피학증 남편이...그런 사람들이 서로 첫눈에 상대를 알아보죠. 아, 내가 비빌 언덕이 바로 저기구나...  

- 그런 식으로 만나는 커플을 많이 봐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잘 살잖아요.
- 그 노이로제를 버리지 않는 한 잘 살겠죠.
- 그렇다면 객관적인 조건들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선택하는 건 왜 그런 거에요? 그런 선택은 권력욕이나 보상 심리와는 배치되잖아요. 
- 그건 본인이 가진 자기 이미지가 낮거나, 누군가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사랑법일 거에요. 
▶ !   

227. 인간에게 섹스가 그렇게 중요해요?
- 중요하죠. 섹스를 하든 안 하든,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섹스는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그것이 아무리 흔하고 진부한 것이 되었다고 해도 섹스는 여전히 생식의 원동력이고, 가장 낮은 절망과 가장 높은 황홀경의 원천인 거에요.   

228. 누구든 공식적인 성 담론을 띄우는 사람은 잠재적으로 성 불능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자연스럽게 성을 향유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즐길 뿐이지 그것을 대상화시켜 고민하고 분석하고 객관화시키지 않거든요.  

230. 여성들 중에 위대한 예술가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여성들의 성적 억압 때문이라는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요. 에로스는 창조력의 원천이고 리비도는 생명력의 근원인데, 여성은 제도적으로 억압당하잖아요. 특히 리비도가 억압된다는 건 무의식의 덩어리 전체가 억압되어 있다는 뜻이죠. 창조력은 무의식 영역에서 올라오는 건데...  

233. 덩치 크고 체력 좋은 남자들은 팔굽혀 펴기하듯 섹스를 하고, 섬약하고 마른 남자들은 감각적으로 섹스를 해요. 내성적인 남자들의 섹스가 더 폭발적이고 외향적인 남자들은 의외로 싱겁기 짝이 없을 때가 많아요.   

235. 박세진 씨는 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 한 인간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저 깊은 무의식부터 저 높은 초월의지까지, 저 내밀한 인성에서부터 외연의 신체까지, 한 인간의 존재 전체가 그것의 지배를 받는 핵심이라고 생각하죠.   

238. 스님은 내 마음이 비 새는 집 같아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했어. 나는 그 말에 제일 분통이 터졌다고 했지..나는 잘 살아왔다고, 어떠한 경우에도 나 자신을 함부로 방기한 적이 없고, 내 인생을 내 손에 쥐고 있었다고....  

나는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 삶에 있어서 주체적이고, 일상에 있어서 성실하고, 자립적이고 강한 사람인 줄 알았어..그렇게 살아왔다고 믿었어. 그런데 아니었어.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나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의존성, 나약함, 분노, 질투, 외로움... 그런 것들이 질식할 만큼 그득 차 있었어.  

정신 분석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든 더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콤플렉스라고 해. 내가 유독 스님의 그 말에 대해 화가 났던 것도 그것이 콤플렉스여서 그랬던 거야. 잘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내면의 다른 자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내가 허술하고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그걸 가리기 위해 더 똑똑하고 야무진 체 했던 거고...  

240. 싸우지 않는 부부들은 문제가 많고 싸우는 부부들이 더 잘 산다는 말 있지? 그거 이해하게 되었어. 분노가 표현되어야만 사랑도 표현되는 거였어.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도 하지 않아.   

246. 그렇지만 자신의 추진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냅다 내달리는 때와, 자신의 창조물 하나하나가 어떤 결함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알고 난 후의 열정이 같겠는가 하는 거죠.  

248. 페르소나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청중에게 나타내기 위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다. 페르소나는 인간이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하고, 그 역할과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매우 해로울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 페르소나가 진정한 자기의 본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그 역할자 자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의 자아는 오직 페르소나와만 동일시되어 성격의 다른 국면들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 사람은 결국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되어 팽창한 페르소나와 축소된 다른 성격의 국면들 사이에서 긴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 현상은 심리적 건강을 방해한다. ▶ 나르시시즘  

나는 내 성격을 오로지 페르소나에만 일치시키려 노력하며 성격의 나머지 측면들을 억눌러 았다. 면담자는 내게 그것을 꺼내 보여 주는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초기에 면담자가 이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로 ‘사기 치지 않기 위하여’라는 조건을 제시했었다. 이제야 그 말뜻의 본질이 이해되는 기분이다.   

융은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는 것이 곧 자기라고 믿는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중년기 무렵에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거짓된 삶을 살았음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성격이 목표로 하는 것은 페르소나를 축소시키고 나머지 성격을 개발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역할이 다 속임수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건강한 사람은 타인을 속이는 데 반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속인다는 점이다.  

249. 융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35세에서 50세 사이에 한 번씩 위기를 맞으며, 그의 면담자 중 3분의 2가 바로 그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어느 정도 성취한 다음에 문득 삶의 무의미함, 무감각, 무기력의 상태에 처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40대쯤이면 인생에의 도전이 충족되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휘몰아치듯 갈구하던 젊음의 욕망은 이미 채워진 후이고, 젊은 시절의 가치관은 이제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열정이나 에너지가 남아 있는데 마땅히 소비할 곳은 없다는 것이다.   

융의 이런 견해는 매슬로, 슐츠 같은 이가 완전히 동의하고 있어요. 매슬로는 우리 대부분이 무언가 삶에 더 있어야 한다는 것, 기능할 수 있는 만큼 높은 수준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완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해요. 매슬로는 생에 더 있어야 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이라 정의하고 있고, 융은 보다 내면적이고 초월적인 관심이라고 해요. 제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는 막다른 곳에 도달했구나 느낄 때, 제가 원한 것도 성장이었어요.   

사람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게 다르죠. 어떤 이는 돈에, 명예에, 행복에..그런데 박세진 씨는 올바름, 정의, 그런 것을 위해 사는 것 같아요. 그때는 그 말을 내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억압에 대한 지적쯤으로 받아들였다. 

이제야 그 의도를 이해하겠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에 대한 지적이었죠? 제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페르소나를 내보이면서 성격의 다른 면은 깊이 억압한 채 그 페르소나가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었어요.   

254. 예전에 면담자가 한 말, 적개심은 섹스로도 해소됩니다 라던 말이 떠올랐다. 인혜의 그 많은 성도 결국은 분노의 문제였구나...그런 생각은 어쩐지 쓸쓸했다.   

내가 혹시 나의 무섹스성이나 성 불능을 성적 도덕성으로 대체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들었어요. 나는 혹시 그 도덕적 정당성을 견지하기 위해 성 불능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255. 난로를 쬐는 행동은 내가 춥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나아가 도움을 호소하고 유혹하는 행도이었다. 이제는 내 행동이, 내 행동의 심리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256. 내가 어떻게 바보같이 살고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고통에 처한 이웃에게 도움이 되려 하고,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위로가 되려 하고, 이틀 동안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면서 내 시간, 돈, 노동,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하는 동안 내 삶의 내면이 비어 있었던 거죠.   

이제야 몇몇 이타적인 사람들의 사생활 영역이 왜 비어 있는지 이해되었다. 두 가지 일을 병존시킬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 자신의 고통을 직면하기 두려워 끊임없이 타인의 문제, 세상의 문제를 보살피고 다닌 것이었다. 자기를 사랑하는 대신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그곳으로부터 돌아오는 사랑을 기대하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그 행동이 순수하게 이타적인 행위인가 하는 의혹도 일었다. 양보, 충고, 조언은 그런 방식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었다. 그들에게 힘을 행사하여 그들로 하여금 내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그러니까 그 행위는 결국 방어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방어 의식의 뒷면은 분노나 적개심일 것이고 분노는 또한 돌아오지 않은 사랑의 문제일 것이다.   

257. 요즈음 나는 예전과 다르게 행동하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의 옮고 그름을 따지지 않은 채 내가 반응하는 방식을 지켜볼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것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259. 나는 여전히 낮은 자기 이미지를 가지고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에게 더 마음을 쓰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내가 이타심이라 일컫는 것이 결국은 자기연민의 투사일 뿐이었다.   

261. 엄마는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고 타인의 기분을 맞추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남의 비위를 맞추는 일을 비굴하거나 거짓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그것이 늘 나를 삭연하게 했던 엄마의 자기중심성이었다.   

262. 엄마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거에요. 그런데 엄마는 그 기회조차 주지 않은 거죠...
▶ 건설회사에 사표를 내고, 병원에 입사를 하기로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에게는 병원에 들어가야 할 내적인 명분이 필요했다. 그때 언뜻 떠올랐던 생각이 지금이 잊히지 않는다. ‘병원에 가면 엄마, 아빠 아플 때, 도움을 드릴 수가 있겠구나..’ 나는 그렇게 착한 아이였다.  

263. 이런 일은 성장기에 조금씩 해치워야 했던 일이구나. 37년 동안 한 번도 표현해 본적 없이 가슴에 응축시켜 온 투정과 떼를, 슬픔과 분노를 이렇게 한꺼번에 터뜨리는 구나.   

분노하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분노하면 추방당하고 죽음과도 같은 상황에 처할까 봐 두려워했던 마음이 극복된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분노를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화해하고,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염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264. 엄마의 이타성 뒤에는 보살펴 줘야 하는 의존성이 있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마라고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불편에 대해서는 힘들어했을 것이다. 필요없다. 그렇게 말해 놓고 필요한 부분을 혼자 채우기 위해 애쓰는 고달픔을 서러워했을 것이다. 걱정 마라. 그렇게 말해 놓고 자식들의 무관심을 노여워했을 것이다. 바늘 하나 들이밀 틈 없이 철저하게 방어적이면서, 꼭 그만큼 돌아오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분노했을 것이다.   

265. 나는 평생 너희들을 사랑했다. 나는 늘 최선을 다해 살았다. 나는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다. 내 지식과 내 판단이 옳다. 내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엄마는 아직도 자신을 교양 있고 참을성 많고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기도 했다. 내면의 분노와 질투와 편견과 자기중심성을 보기 전까지 나 역시 내가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선량하고 이타적이며 반듯하게 살고 있다고 믿었다. 말하는 데 웃음이 나왔다. 

‘이 작업의 정점이 바로 여기구나 싶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던 나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벗는 거요. 선생님이 제게 거듭 훌륭하다고 말했던 진짜 이유는, 나르시시즘에 관한 거였음을 비로소 알았어요. 착한 아이의 생존법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생존법으로 발전된 것 뿐이었어요.   

267. 내가 말하는 구체적인 삶이란 자연의 생명 현상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것이었고, 그것을 통해 내 존재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 같았다.   

268. 그런데 왜 어렸을 때 동화를 읽을 무렵부터 인간은 스스로를 좋은 편이나 정의의 편에 투사하게 되는 거죠?   

생존법이죠.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무엇이 지배 이데올로기인가를 배우고 그것에 편승하는 거죠.   

269. 나르시시즘을 이해하고 나자 의문 한 가지가 풀렸다. 살면서, 인간성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허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 말에 합당한 사람은 참으로 드물었고, 그 말에 부합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조차 결정적인 순간에 실망할 만한 행동들을 보였다. 나중에는 인간성 좋은 사람이란 다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 남보다 인내심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는 사람이 어떻다고 평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껴요. 좋은 인상 바로 뒷면에 있는 반대 얼굴, 좋은 인간성 내면에 응축된 부정적 영역이 확연히 보이는데 그런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세상은 멋진 거짓말이죠.   

왜 보편적으로 교사나 목사의 자녀가 모범생과 반항아로 이분되는가 하는 거였어요. 그것에 대한 해답도 얻었어요.   

교사나 목사도 세상이 그들에게 원하는 모범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기 위해 성격의 어둡고 부정적인 부분들을 한없이 억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억압된 부분들이 대외적으로는 표출되지 않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아내나 자식에게는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숨을 쉴 수 없을 테니까. 아미도 응축된 만큼 더 강력하게 표출되었을 것이다.   

270. 무의식에 억압된 성격의 부정적 측면을 융은 ‘그림자’라 명명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고, 그 그림자가 그 인간의 의식적인 생활 속에서 표현되는 것이 적을수록 더욱 어둡고 농도 짙은 것이 된다고 했다. 억압된 그림자는 어느 순간 반란을 일으켜 갑자기 파열되어 나올 위험성도 있고, 가장 중요한 순간의 선의를 꺽어 버릴 수도 있고,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거였다. 그림자 역시 다른 장애처럼 그것을 의식의 표면으로 끄집어내면 교정될 수 있다고 했다. 성격의 다른 경향과 접촉하면서 수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자는 동물적인 본능의 근원일 뿐 아니라 자발성, 창의력, 통찰력, 감수성 등 완전한 인간성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림자가 완전히 억압당했을 때 성격은 극히 가치 있는 본능적 지혜로부터 완전히 차단당하여 무기력하고 생기가 없어지다. 서로 상반되는 것들이 조화롭게 섞이고 균형을 유지해야 건강한 정신이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 그러니까 무의식 영역이 억압되어 있었기 때문에 삶이 정체된 듯 느껴졌던 거에요. 생이 폐쇄적인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느껴진 것도 무의식 영역의 창의성이나 활기가 없어서 그랬던 거구요.  

- 정확해요. 
 

- 한참 분노가 표출되던 무렵의 어느 날 제가 그걸 느꼈어요. 뱃속에서 힘이 생기는구나 하는 거요. 내 안의 부정적인 면들을 인정하고 그것을 마주 보자 세상의 부정적인 면, 내 삶의 고통들을 마주 볼 힘이 생긴 것 같았어요. 삶에 추진력이 붙는구나 싶기도 했죠.

- 모든 문제의 핵심이 분노죠.   

-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성 좋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의 삶은 왠지 한갓진 곳으로 퇴보하는 것 같고,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되는 사람들의 삶이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늘 그 점이 의아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도 알겠다. 무의식의 부정적인 영역이 억압되면서 삶의 생기도 억압되었던 것이다. 

- 나쁜 여성들이 오히려 욕망에 솔직하고, 목표를 향해 성실하고, 건강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쁜 여자란 자신의 무의식 영역, 자신의 그림자를 억압하지 않는 여자인 것이다.   

- 융은 정신의 역동성을 표현하면서 열역학 제 1법칙에 비유했다. 에너지란 서로 대립되는 두 힘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신에서도 의식과 무의식이, 긍정성과 부정성이, 극과 극이 서로 섞이고 균형을 유지해야 운동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72. 내면의 부정성은 한없이 억압해 놓고 성격의 긍정적인 면만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으니 운동성이 생겼을 리 없었다. 그나마 조금 있는 에너지조차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데 소비했을 것이다.   

이제 자기애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자기애란 바로 무의식에 억압해 둔 부정적인 영역까지 꺼내서 사랑하고 보살필 줄 아는 것, 그것이 아닌가 싶어요.   

- 그걸 알았군요.   

-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명제도 이해했어요. 자기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고 용인하게 되니까 타인의 그런 점에 대해서 관대해질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제 모성이 부족한 사람도, 자기중심적인 사람도, 질투가 심한 사람도, 편견이나 선입견에 가득 찬 사람도, 나르시시스트인 사람도 모두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되었어요. 내가 그런 사람이고, 왜 성격의 그런 측면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았으니까요.  

- 이제 그만 하산하셔도 되겠어요.   

273. 양가감정과 그림자 영역에 대해 이해하면서 또 한 가지를 깨닫고 있었다. 나의 성 불능과 성욕 부재의 뒷면에 상당히 과도한 성적 욕망이 억눌려 있었을 거라는 점이었다.   

- 그래서 정신분석을 연금술에 비유합니다. 그 물질들을 어떻게 배합하고 운동하도록 하느냐에 따라 금이 되기도 하고 구리가 되기도 하니까요.   

274. 비로소 내가 무슨 힘으로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유년의 아이처럼 어머니와 어머니적인 것의 사랑과, 아버지와 아버지적인 것의 승인을 얻기 위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일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도, 훌륭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도 결국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275. 내 눈에는 그것이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생존법을 아직까지도 질질 끌고 온 것으로 보였다. 누군가 타인을 험담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자기 투사구나 싶었고, 좌중을 압도하는 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보면 저건 적개심이구나 싶었다.   

276. 사랑을 주려 해도 자식 수가 너무 많기도 했구요. 그나마 있는 사랑은 아들에게 먼저 가고..젖 주고 기저귀 갈아 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고 대화를 나누고 하는 정서적인 양육에 대해서는 개념조차 없었을 거에요. 결국 그 딸들은 제대로 사랑받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애착관계도 형성하지 못했을 거에요.   

277. 이제 그들 세대 (베이비 붐) 는 주부대상 문화센터가 성업하는 원인이 되고, 과열 과외와 높은 사교육비의 원인이 되고, 제비에게 걸려들어 몽땅 털리는 사모님이 되고, 주부 도박단의 단원이 되고, 높은 이혼율과 독신 가구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 버릴지도 모를 그녀들의 마음을, 만약 본인이 미치지 않는다면 남편을 미치게 하거나 자식을 미치게 했을 것이다.  

278. 우리끼리는 그렇게 말해요. 정신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건강한 사람이라고.  

- 생의 비밀은 자기를 아는 데 있습니다.   

- 요즈음 진심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내면에서는 진정한 평화가 고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향해 나를 맞추려 했던 거짓 이미지도 깨어지고, 그런 환상을 추구했던 생존법도 벗었고, 좋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하는 허영심도 버렸다. 나는 이제 내 안의 추악함을 보았고, 그 추악함이 내 것임을 인정했고, 그런 추악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이제 누구에게든 말할 수 있다.   

내 내면에는 오물과 같은 추악함이 가득 차 있어요. 절대 놓치지 않으려던 자신에 대한 거짓 이미지, 세상이 나를 버릴까봐 전전긍긍했던 피해 의식, 거듭 애착이 잘려 나갈 때마다 마음속에 자라났던 분노, 그럼에도 내가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믿었던 나르시시즘, 내 마음의 왜곡에서 비롯된 편견과 선입견...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나는 지금의 나 자신이 좋다. 추악한 나를 수용하게 된 만큼 타인에 대해서도 더 많이 관대해진 것이 느껴진다.   

278. 금연을 했다는 거에요. 
- 그랬어요? 그거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안 되는 건데...
- 담배를 피울 때도 저는 그 행위가 상당히 심리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어요. 무의식 속의 결핍이나 구순의 문제와 관련 있을 거라고요. 담배를 끊으려면 금연 보조제가아니라 아기용 고무 젖꼭지가 필요하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어요.   

281. 모든 게 마음의 문제예요. 감기 바이러스나 암의 발병 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죠.  

282. 내게서 나온 분노가 1.5세 아기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서너 살짜리 아이 수준의 애착이나 집착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이 상당히 유치하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그것들을 통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면담자는 내게 일관된 지지와 인정을 보여 주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는 자아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하지만 주변에서 난리가 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우습고 못봐줄 꼴을 하고 있죠. 예전과 달라진 제 모습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하나씩 들려오고 있어요...저 친구 오ㅙ 저렇게 거칠고 이기적으로 변해 가지? 그런 분노를 숨겨 놓고 있었다니, 위선자야. 저 친구 너무 예민해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겠어. 

- 그 친구들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의 나, 타인을 잘 배려하고, 양보 잘하고, 무언가를 베풀기 좋아하고, 서너 시간씩 붙들고 얘기해도 다 들어주고..그런 나를 알고 있다가 놀라는 중일 것이다. 실망하고 분노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묘한 것은 더 가까이 있던 친구들이 더 많이 분노한다는 점이었다.   

- 예전이라면 그런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분명 상처 입었을 거에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 말들에 반응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달라진 것을 확인했죠.   

- 이제 내 속에서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는 마음, 타인의 이해나 인정을 원하는 욕구가 엷어졌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내면으로부터 진심으로 나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나르시시즘이 확실하게 깨졌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이기적이고 분노하고 예민한 모습이 모두 나라는 사실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내가 좋았다. 예전에 그런 말들 앞에서 상처 입었던 이유가, 내가 만들어 둔 거짓된 자기 이미지에 흠집이 나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사실도 이해했다.   

- 그리고 또 가만히 생각해 봤죠. 그들이 그토록 화를 낼 만큼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따져 보니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물질적, 시간적, 노동적 피해를 준 건 없어요. 그저 그들의 감정 영역을 불편하게 했을 뿐이죠. 그러자 빙긋이 웃음이 나와요. 그들도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 내가 보이니 비로소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이니 세상이 보이는 것 같고, 내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는지도 보였다. 내게는 친구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84.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꼈을 때, 내가 가장 알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자아가 보이지 않으니 세상이 보이지 않았고, 세상이 보이지 않으니 미래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느꼈던 낭떠러지란 바로 자아가 보이지 않는 지점이었다.   

- 정신분석의들이 정신 분석의 끝에 대해 정의해 둔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프로이트에게서 치료받다가 의사가 된 융은 정신 분석의 끝을 ‘피면담자가 다른 사람을 정신분석할 수 있을 때’라고 정의했다.   

에릭프롬은 ‘노자,부처,소크라테스, 예수, 계몽주의 철학자 들의 모든 교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규범을 따를 수 있는 종교적 태도를 지닐 수 있는 단계’라고 했다. 그 종교들이 제시하는 공통 규범이란 인류애, 독립심, 책임감, 고통의 감소, 이성과 진리 추구 등이었다. 프로이트도 인간 발달의 목적을 그 공통 규범의 실현에 두었다.   

라캉은 정신 분석의 끝을 ‘이 작업이 영원히 지속되어도 좋겠구나 생각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나는 스콧 펙의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마음이다.   

- 선생님은 정신 분석의 끝을 어디로 잡고 계세요?
- 진정으로 해방되고 자유로워진 영혼으로 하여금 어디를 지향하게 할 것인가, 그 지향점을 찾아 나아갈 수 있는 단계, 거기라고 생각해요.   

286. 제 종교적 삶에서 늘 부딪쳤던 벽 하나를 이해했어요. 예전에 절에 들어가 불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면 마음이 넓고 밝아지는 듯 했어요. 하지만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곧바로 공염불이 되곤 했어요. 이제는 그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   

- 어떻게요? 
- 마음 저 밑바닥이 비어 있어서 그랬다는 것을 알았어요. 안정감, 존중, 사랑의 기본적 정서 단계가 충족되지 않아 자아실현의 발판이 마련되지 않았던 거죠. 마음이 비 새는 집 같았던 거죠.   

287. 이제 내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 인생이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이고, 일상이란 성실하고 빈틈없이 운용되어야 하며, 나라는 존재가 살아 있다는 것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내 삶의 가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무의식에 깃든 결핍감, 생존에 대한 불안,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그런 것들의 결과물임을 알았다. 무의식에 있던 덩어리들이 휘발하면서 동시에 예전의 욕망들이 무의미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인생의 후반전을 채울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 또 한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 같았다. 1.5세까지 내려가서 그 시기의 고통을 보고, 서너 살짜리처럼 애착이나 집착도 생겼고, 여섯 살짜리처럼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동안은 이 모든 것을 체험하는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궁금한 것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데 앞으로도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리는가 하는 점이었다.   

290. 머리 속에 휑한 어지럼증이 지나가기도 했다. 그 황망함을 잘 따져 보면 그 속에는 막연한 그리움, 입안이 마르는 안타까움, 맥이 빠지는 절망, 꼼짝도 할 수 없는 막막함..그런 감정들이 들어 있곤 했다. 그 감정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느닷없이, 강렬하게 솟구쳐 오르곤 했다. 그럴 때면 아, 사람들이 이런 감정 때문에 알코홀릭, 워커홀릭, 혼외정사에 빠지는 구나 싶기도 했다. 자신들이 찾는 게 거기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에라도 몰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리를 이해할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나는 분명 워커홀릭이었다.   

- 내가 사람들의 쓸쓸한 뒷모습에 강렬하게 매혹되곤 했던 감정의 뿌리 역시 거듭 ㅐ게서 떠났던 아버지의 뒷모습에 닿아 있을 거라는 점이었다. 뒷모습의 인간학, 뒷모습의 매혹에 대해서 정리해 둔 것들이 갑자기 우스워졌다. 우스워지면서 가벼워졌다.   

- 이제 다시는 그런 감각들이 주는 진한 정서적 체험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본질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내달리지 않게 될 뿐이죠. 인간은 아무리 변해도 오 퍼센트라고 했죠?  

- 이 여행을 내 삶의 안식년, 나에게 주는 선물, 새 출발을 위한 충전기쯤으로 이해하려고 해요. 이 모든 계획과 결정 과정에 아직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의 독선이 있다는 걸 알아요. 예전에는 주체성이라 믿었던 거요. 그렇지만 지금은 또 그 일이 필요해요.   

- 그동안 정말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그는 여전히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 행위는 마치 성인이 된 아이가 집 떠나는 장면을 지켜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어버이 같은 태도였다. 마음껏,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라. 그러나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돌아오너라. 아니다. 면담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그런 말을 듣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겐 든든하고 안정된 가정에서 변함없이 확고한 애정으로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가 필요했던 게 틀림없었다. 성장기에 결핍되어 있었던 안정감, 존중, 사랑, 그것을 이제야 받은 듯 했다.   

294. 인간을 읽는 가장 밑바닥의 코드는 욕망이고, 인간 관계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이 되는 힘은 권력임을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였다.   

296. 세진의 노트를 보면서 인혜가 가장 놀란 점은 자신이 얼마나 세진과 치밀하게 같은 사람인가 하는 점이었다. 희박한 자아 존중감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조차 애착이 없다는 점에서,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는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느낌이라는 점까지 빈틈없이 일치했다.   

세진이 부를 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는 점, 세진에 대한 분노를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 결핍과 콤플렉스가 삶의 추진력이었다는 점, 그 중에서도 어머니와 어머니적인 것의 사랑과 아버지와 아버지적인 것에 의한 승인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297. 인혜는 처음으로 자신의 성이 끌고 다닌 더 내밀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세진이 말했던 심리적 구멍일지도 몰랐다. 세진의 쇼핑 습관이나 이멜다의 구두 같은 통제되지 않는 무의식 영역의 결핍감에서였을지도 몰랐다. 또한 그것은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었을지도 몰랐다. 너희 남자들로 하여금 나를 행복하게, 나를 만족시키도록 만들고야 말겠어. 그런 분노에 찬 무의식이었을지도 몰랐다. 그토록 자주 남자들이 가엽다고 생각되던 느낌은 곧 자기연민의 투사였을지도 몰랐다.   

- 세진의 노트를 보면서 인혜는 자신의 삶이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도 알았다. 35세에서 50세 사이에 찾아온다는 중년의 위기,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삶의 후반부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삶을 배우지 않으면 답보 상태에서 폐쇄적인 자기 복제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해야 했다. 새로운 삶은 그 일과 함께 영혼이 성장하고, 그 일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고, 그 일이 또한 세상에도 유익한 것이어야 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환갑이 되어도 유효한 방법과 목표여야 했다.   

- 돌아오면 그때 다시 시작할거야. 태어났을 때도 빈손이었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도 빈손이었어. 그래도 그때보다는 조건이 나아. 경험과 지혜가 생겼잖아. 인혜는 결국, 자신에게 용기가 없었다는 것도 인정했다.   

298. 혼자 살면서도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기조를 유지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인격면에서 어느 한 귀퉁이가 찌그러진 사람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혼자 살아도 된다.   

299. 인혜는 우선 1년을 안식년으로 잡았다. 오랜만에 긴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고, 그 기간 동안 삶의 먼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다. 인생의 후반전을 투자하고 자기를 실현할 일거리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준거 집단을 하나 만들었다. 등산 모임이었다.   

302. 여성상담 자원봉사..그 일을 통해 삶의 후반전을 투자할 분야를 찾아냈다. 그 일 이전에 세진의 노트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 일과 함께 성장하고, 그 일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고, 그 일이 또한 세상에 유익한 것, 그런 일을 찾아냈다. 심리 상담가가 되는 일이었다. 인혜는 우선 대학원 심리학 과정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306. 인혜는 등산하는 날과 여성 단체에 나가는 날을 제외한 날은 매일 두 시간씩 걷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 두고 가장 좋은 일은 느리게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밥 먹고, 느리게 책을 읽었다.   

- 노래가 욕실을 울리는 관능, 느린 동작으로 비누질하는 관능 같은 것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예전 같으면 그런 때 벌써 남자를 만나러 나갔겠지만 인혜는 이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랑,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일도 모색기가 끝날 때까지 유보해 두기로 했다. 자신이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310. 나는 아직도 참으로 성실하구나. 여행조차 최선을 다해 의지적으로 하는구나...  

- 내 생에 이런 날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잡다한 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기쁨이라는 사실이 반가워. 허공으로 손을 내밀면 농익은 햇살의 입자들이 가득하고, 잠시만 귀 기울이면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간단없이 지절대고, 나른한 바람은 연방 살갗을 간질이고 지나가고 있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사방에 가득 찬 그 모든 것은 틀림없이 관능이야.   

311. 사랑에 대한 인식이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어. 권력은 앞에서 끌고 욕망은 뒤에서 민다.   

314. 완전한 소멸, 혹은 망아의 경지, 그 순간 네가 말한 대로 자아의 울타리가 사라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내가 없어지는 어떤 순간이 찾아왔어.   

- 길게 숨을 토하면서 팔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펴는 데 문득 이것이었던가 하는 마음이 들었어. 삶의 소중한 비밀을 잃은 것 같았던 느낌, 미장이나 도배 일을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 인간적 삶의 보다 깊은 뿌리가 박탈당했다는 느낌, 그 다양한 표현들을 동원하여 갈망했던 것의 본질이 이것이었던가. 원시적이고 강렬한 생물학적 환경에 뛰어들고, 자연의 호흡과 직접 교감하고, 배꼽을 맞대고 우주의 맥박을 느껴보고 싶다는 갈망...화려한 수사를 동원하여 표현했던 욕망의 정체가 이것이었던가..물론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아. 그렇지만 그것이 중요한 핵심인 건 분명해. 내가 알수 있는 것은 그 정도야... 
 

3. 내가 저자라면   

그녀는 소설가 였기에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만들었다.
내가 그녀였다면,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서 불렀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한결 이해하게 된 느낌이다. 나의 결핍, 내가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 그리고 분노...화를 내지 않게 된 것은 아니지만, 왜 화가 나는지? 어떨 때 화가 나는지?를 알게 해준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 소설에 나온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 생의 비밀은 자기를 아는 데 있습니다.   

이 책 만큼은 [내가 저자라면] 코너가 별로 의미가 없다. 
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것!
이 책의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IP *.34.2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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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07.04 09:20:22 *.236.3.241
꼭 저를 위한 리뷰 처럼 느껴지네요. ^^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충고도 그렇고,
발췌한 본문도 그렇고...

요새 침묵과 대화하느라 답답했는데 친구들끼리 한참
수다 떤 기분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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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7.05 13:17:59 *.30.254.21
우리 모두의 이야기
라는게 읽고 난 느낌.
금요일의 수다를 기대하는 중...ㅎㅎ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1.07.06 12:09:43 *.237.209.28
리뷰 읽고나니 더 읽고 싶어져요.
얼른 구해서 읽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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