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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1일 17시 27분 등록

철학이야기

(윌 듀랜트 지음, 황문수 옮김, 문예출판사)

 

 

 

I. 저자에 대하여

 

◆ 윌 듀랜트 (William James Durant, 1885~1981)

    - 미국의 교육가이자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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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랜트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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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저자를 위대함으로 이끌었는가?

 

깨우침, 스피노자의 삶에서 나의 미래와 만나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성직자의 삶을 살길 희망하셨다. 그런 부모님들의 의향에 따라 나는 뉴저지주 가톨릭 교구 성베드로 부속학교에서 수녀님들께 배웠으며 나 또한 사제가 되리라는 생각에 그 어떤 의심도 품지 않았다. 열여덟이 되던 해 나는 도서관에서 다윈, 헉슬리, 스펜서 등의 무신론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종교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내가 사제가 되리라 굳게 바라던 부모님과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1905년 나는 사제의 길을 접고 사회주의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1909년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었다. 이제껏 믿어왔던 종교의 신념을 부정하고, 진리의 길을 선택하여 교계로부터 파문 당한 스피노자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모습 속에 내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그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나는 1911년 수중에 있던 단돈 40달러를 가지고 신학교의 문을 떠났다.

 

 

견딤, 11년을 준비하고 500권의 원전을 읽고 3년을 썼다

1917년 '철학과 사회문제(Philosophy and the Social Problem)’로 박사 학위를 받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네 나는 노동자 교회(Labor Temple)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철학, 문학, 과학, 음악, 예술의 역사에 대한 강좌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1921년, ‘Little Blue Books’ 시리즈의 발행인인 줄리어스(E. Haldeman-Julius)가 우연히 나의 강의를 듣고, 강의를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강의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정성과 집요함에 결국 11권의 소책자를 모아 1926년 <철학 이야기>가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이 책을 위해 11년간 준비를 하였으며, 500권의 철학서 원전을 읽고, 3년간 썼다. 그리고 출판되자 마자 이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단 기간 내에 세계의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넘어섬, <문명이야기> 40년의 혼이 깃들다

사랑하는 아내 에이리얼과 함께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문명 이야기’란 제목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1935년 1권 <동방의 유산>을 시작으로 1975년 11권 <나폴레옹의 시대>를 끝으로 40년간의 긴 집필을 끝마쳤다. 그 중 1968년에 출판된 10권 <루소와 혁명>은 내게 퓰리처 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으며, 1977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포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 훈장(Medal of Freedom)’을 수여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시절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회주의적인 시선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더 나은 작업 환경과 평등한 임금, 여성의 참정권 등을 위해 투쟁했다.  1945년 3월 22일의 ‘상호 의존 선언’은 이러한 나의 노력의 궁극적인 표출이었다.

 

나는 내 생애의 마지막까지, 또 다른 새 저서에 대한 구상을 했고, 이 책을 23개의 장으로 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죽음의 신이 우리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점점 흐려지는 기억력, 불안정한 걸음걸이 그리고 다리에 새로 생긴 경직 등의 형태로 그가 명함을 남기고 갔으니 말이다. 죽음에 대한 이런 예고가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오래 살았음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다. 21번째 장을 완성했을 때 아내 에이리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곧 나 또한 심장병으로 눕게 되었다. 꿈 속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아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내를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곧 그녀를 뒤따라갔다.

 

 

 

※ 동영상

Schopenhauer's 'The World As Will And Idea' Explained By Will Durant

 

 

 

※ 자료 출처

1) 서양의 지혜 (버트런드 러셀 저, 이명숙ㆍ곽강제 옮김, 서광사)

2)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51609)

3) 윌듀랜트 학회 홈페이지 (http://www.willdurant.com)

4)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Will_Durant)

5) 동영상 (http://www.youtube.com)

 

 

 

◆ 저자에 관한 나의 생각

또 다시 만나는 굵고 긴 지성의 별 (첫 번째 읽기)

스피노자에 관한 장이 유독 길었다. 다른 장에 있는 비판이 이 장에는 없었다. 단박에 그가 나처럼 스피노자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른 경로를 통해 그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고 철학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스피노자를 읽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윌듀랜트 자신도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다 험난한 진리의 길을 택하며 익숙한 것과 결별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피노자를 사랑했지만 스피노자처럼 단명하지 않고, 그의 스승의 두 배 하고도 8년을 더 살다 갔다.

 

그는 <서양철학사>의 열전 격인 <철학이야기>를 집필하였고, 40년간 11권의 <문명이야기>를 써냈다. 그리고 죽기 전엔 <역사 속의 영웅들>이란 책을 쓰다 영면하였다. 러셀과 함께 듀랜트를 만년의 시기까지 이끈 그 열정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쉬지 않고 걷게 만든 것일까? 그들은 넘어서고 싶었을 것이다. 지식의 강줄기를 따라 파도가 넘실대는 진리와 지혜에 바다에 이르고 싶었던 것이다. 감히 상상하건대 마지막 눈을 감은 그들은 모두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바로 간절히 원하던 그 바다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13살 차이의 아내와 13일 간격으로 세상에 작별인사를 했다. 살아 있는 동안 그 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영혼의 반려자가 지적 반려자가 되는 인연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녀와 함께 아주 오래 함께 했고, 또 함께 떠났다. <저자에 관하여>라는 과제가 없었다면 이런 사실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고, 단지 <철학이야기>를 쓴 오래된 미국 사람 정도만 알고 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연구원 활동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인물들조차 알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가.

 

드넓은 철학의 바다를 보다 (두 번째 읽기)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주위엔 온통 뿌연 안개뿐이었다. 나에게 철학은 늘 그런 안개와 같았다. 러셀을 안개 속의 희미한 형상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김용규 선생님과 듀랜트에 의해서 겨우 몇몇의 철학자에 대해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연구원 레이스를 포함해 6주간 6번의 철학서를 탐독하고 나자 나를 가두고 있던 안개가 거두어졌다는 맑은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든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검푸른 바다였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작은 작은 조각배를 타고 동동 떠 있는 내 작은 모습. 되지 않는 깜냥으로 마치 인생을 통찰한 것마냥 거드름을 피우고 오만했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그렇다. 6주간의 철학공부가 내게 보여준 것은 수천 년에 걸쳐 인류의 위대한 지성의 물줄기가 한데 모인 드넓은 철학의 바다였다.

 

이내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이렇게 철학과 만나지 못한 채 읽기 쉬운 얄팍한 실용서적만 읽었더라면 훨씬 더 오랫동안 지적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터였다. 철학사를 통해 내가 배운 깨달은 몇 가지 교훈. 서양철학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아니 서양이 원류인 학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플라톤'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제대로 된 언어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논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에만 치우쳐서도, 경험적 사실에만 치우쳐서도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늘 삶을 향해 물음표를 던지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철학은 그야말로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풍성한 시각을 부여한다. 위대한 지성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세웠던 수 많은 가설들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삶을 보다 명료하게 통찰하는 데 필요한 나만의 렌즈를 다듬는데 필요한 도구로써 활용하면 된다.

 

한 개인이 얼마나 방대한 사유와 저술을 해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의 끝없음으로 보여준 버트런드 러셀, 철학도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윌 듀랜트, 신과 철학에 대한 나의 무지함의 눈곱을 떼어주신 김용규 선생님. 그리고 역사 속의 위대한 생각의 달인들, 특히 스피노자, 볼테르, 칸트, 쇼펜하우어에게 철학의 달을 마무리 하며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무엇을 공부하든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들처럼 크고 위대한 별은 아니더라도, 작지만 밝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

 

 

II.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내마음을무찌르는글귀_윌듀랜트(철학이야기).doc

 

 

 

III. 내가 저자라면

◆ 전체적 구성에 대하여

러셀은 어려웠지만 듀랜트는 편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편안했다. 이는 아마도 러셀로 인해 '서양철학'에 대한 면역력이 길러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듀랜트 특유의 편안한 이야기 전개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겐 러셀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철학자에 대한 듀랜트의 '인간적'인 접근방식이 더 와 닿은 것 같다.

 

듀랜트는 뛰어난 철학자들의 사상을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등 인간의 삶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친근하게 설명한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관점으로의 접근이 이 책의 구성적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틀로 지루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사람의 마음으로 흘러 들어가는 접근 방식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철학자의 사상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은 재미없다. 그래서 그는 철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먼저 설명한다. 스피노자에 대한 장에서는 짠한 감동으로 그의 사상을 이해해 나갈 수 있으며, 무섭기로 악명이 높은 칸트의 사상은 볼테르, 로크, 루소로 천천히 돌아들어간다. 무엇보다 칸트의 삶을 규칙동사로 비유하며 철학의 숲을 걷는 모습을 묘사할 때는 그만 두려움을 놓아버리게 된다. 듀랜트는 독자들이 철학의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내가 저자라면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니체에서 마음 속 신호가 울렸다. 특히, 스피노자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며, 쇼펜하우어를 통해 염세주의라 폄하하기엔 너무나 많은 긍정적 요소들을 보았다. 니체의 '초인' 사상으로부터는 '자기'를 '계발'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용광로처럼 뜨거울 정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러셀과 듀랜트를 보며 느낀 좋은 책을 쓰기 위한 공통점 하나, 원전을 많이 읽는 것이다. 철학자 김용규 선생님께서도 "세상에는 약간의 책들이 있고, 그 책들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쓰레기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권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짧으니 책을 읽어라'입니다. 제가 말하는 책은 대개 고전을 말합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원전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신 바 있다. 이 말은 "주석보다 본문이 중요하다. 해설자나 비평가의 글보다는 창작자의 글을 읽어라. 오직 원저자로부터만 우리는 철학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철학에 마음이 끌리는 자는 원저라는 고요한 성소에서 불멸의 스승을 찾아야 한다. 천재가 쓴 한 권의 책은 백 권의 주석서보다 낫다."라고 주장한 쇼펜하우어의 견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회사에서 방황하는 내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내가 저자라면 그의 대표저서인 <에티카>를 읽고, 나와 같이 사람들 속에서 시달리고 지쳐있는 직장인들을 위로해주는 글을 써보고 싶다. 그 동안 심리학이 사람들을 많이 위로해 주었으니, 철학이 나서서 그 역할을 해줄 때도 되지 않았나 라는 직관적인 생각도 작용했다. 문득 <인생의 갈림길 위에서 철학에게 길을 묻다> 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일상에 함몰되어 있는 직장인들에게 철학이 해줄 수 있는 말은 무궁무진하다. 철학이 들려주는 말이 내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고요의 울림을 만난다면 좋은 책이 탄생할 것 같다. 무엇보다 '진짜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스승이 계시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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