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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6일 11시 37분 등록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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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지음 / 김희정, 안세민 옮김 / 부키

  

1. 저자에 대해서_장하준

 

자유시장경제 반대론자, 제도 경제학자, 개발 경제학자로 분류 정의되는 저자 장하준은 꾸준히 <더 나은 자본주의>라는 모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번에 읽은 책 <...23가지>에서 저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러 제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의 중장기 투자Risk 감수를 장려하는 제도, 유치산업을 보호 육성하는 교역정책, 장기적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내 자본"을 제공하는 금융시스템, 자본가에게 기회를 주는 파산법과 함께 노동자에게도 동등한 의미를 갖는 복지제도, 연구 개발과 노동자 훈련에 관한 공공보조금 제도 및 규제정책 등이 그런 것이다.

 

그의 이런 다양한 사회경제적 제도의 모색에는 자유시장 경제제도를 가진 자의 비열한 정책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의 핵심적 사상을 추릴 수 있다. 하나는 '선진국들은 지금 자유화ㆍ민영화ㆍ탈규제가 경제 발전의 핵심 열쇠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경제 발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철저한 보호주의 정책에 기반을 둔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과 '자유시장경제는 역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잘못된 경제 이론이며, 애초에 자유시장경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두 가지의 것이다.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호불호가 명확이 갈린다. 그 호불호에 대한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 것이 진실 혹은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 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알지 못했던 사회적 진실을 알게 된 것에 대해서 환호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의 주장을 사회과학자로서의 합리적인 주장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혹은 이념적 선동가의 주장으로 폄하하면서 저자의 책의 영향력에 대해서 염려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그 호불호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고 스스로 판단해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해 본다.

 

그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23가지> 모두 재미 있고 문체도 경쾌하고, 내용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더불어 경제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쉬운 이야기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는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자유시장 만능주의의 폐해에 대한 지적과 불균형적으로 발달한 금융부문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최근에 이슈가 되는 복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더불어 세탁기 발명의 의의, 탈산업화 신화의 맹점, 과도한 대학교육열에 대한 비판 같은 것들도 흥미로운 대목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 그의 주장에 대해서 비판하고 걱정하는 다양한 글들에서 주요한 이론적인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자유 시장 경제는 과연 나쁜 것인가?

'개방화'에 대해서...중국을 현대 보호무역의 대표주자로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은 보호부역을 통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폐쇄경제에서 개방경제나 나아감으로써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반면 여전히 문을 닫아 건 쿠바, 미얀마, 북한 등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에 대해서...규제에 대한 논리 또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타당할지 모르나 '규제완화'를 부정할만한 충분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는 필요유무를 논할 논제가 아니라 그것의 정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2. 시장의 실패 = 국가 개입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정부의 개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부 개입에 대한 성공과 실패는 시장의 성공과 실패보다 더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은 '흰 말은 사슴처럼 눈과 코와 입과 귀가 있고 발굽도 있다. 따라서 흰말은 사슴이다.'라고 떠드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3. 진보를 주장하지만 개혁을 주장하지 못한다.

저자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 그 떡고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자유시장주의 트리클다운 전략에 대항하여 성장과 분배 및 복지가 선순환하는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점에서 진보다.

그러나 재벌개혁운동을 왜곡 비난해온 점에선 수구에 가깝다. 그는 국가와 재벌이 짝짜꿍이 되었던 박정희 시대가 정치적 독재 빼고는 너무나 좋은 시대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불어 재벌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재벌이 정계, 관계, 언론계, 학계, 법조계를 오염시키고 그리하여 기업 사이에 불공정경쟁이 지속되는 현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더 나은 사회는 대중의 민주적 참여, 경제민주주의와 동행하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비스마르크식의 위로부터 권위주의적 복지국가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는 비판이다.

 

[장하준의 기본 약력 및 저서에 대해서]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2003년도 뮈르달상 수상)에서 모든 선진국들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사용했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보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IMF들을 후진국들의 가난 극복을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 책에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 및 다른 장하준의 저서들로 인해 장하준은 국제개발환경연구원(G-DAE)으로부터 2005년 바실리 레온티에프상을 수상했다.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 장하준은 2007 12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Rich Nations, Poor Policies and the Threat to the Developing World)을 출간한다. 장하준은 통제되지 않는 국제 거래(자유 시장 경제)는 경제를 개발하는데 있어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보호주의 정책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GDP는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증거를 내세우며, 이를 확장해 사유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를 보여줬다. 이 책은 종종 규제되지 않은 자유 무역을 비판한 폴 발레리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 1세계 윤리와 제3세계 빚'(1990)과 혼동되기도 한다. 장하준의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의 찬사를 받았다.

 

2004 사다리 걷어차기

2004년 개혁의 덫

2004년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

2005 쾌도난마 한국경제

2007 나쁜 사마리아인들

2007년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2008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2010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참고 문헌]

1. 위키백과의 장하준 http://ko.wikipedia.org/wiki/%EC%9E%A5%ED%95%98%EC%A4%80

2. 장하준 논리의 비판적 해부 (창비주간논평 2011.1.26 /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3. 거짓말 경제학 / 오푸스 / 최용식 지음

4. 장하준에게 속은 23가지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의 글들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 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장하준.

 

서론

 

금융개혁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완화한 결과 금융계에 새로운 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반면에 실물 부문은 돌줄이 막혀 있다. 이 거품이 터지는 날에 세계 경제는 다시 불황으로 들어가는 더블딥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11)

 

이 재앙은 결국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다. (12)

1980년을 기점으로 이야기하는 시대적 배경이 궁금했다.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지난 30'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1980년의 어떤 이슈를 시작으로 해서 자유시장의 배경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궁금하였지만 찾지 못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대부분의 나라가 자유 시장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앴으며,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한편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 지출을 줄였다. 이 정책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이런 조처들 때문에 사회가 더 불평등해지는 것과 같은 단기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잇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더 역동적이고 부유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다 같이 떠오른다는 비유를 즐겨 썼다. (13)

 

자유 시장주의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온 이야기는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렸다는 말이 된다.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 (14)

저자는 자유시장이론가들의 주장을 <'진실'이라고 팔아온 사실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마지막에 <중요한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라고 기록했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오래 전부터 자유시장이론가들과 저자를 비롯한 반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 있는 공방이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고, 진실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책을 보는 시각도 한 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진실이 아닌)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그것 또한 정답과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단 한가지 전제 조건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씌워 놓은 장밋빛 색안경을 벗어 달라는 것이다. 이 색안경을 쓰고 보면 온 세상이 단순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이제 안경을 벗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 보자. (15)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종류의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 다른 모습의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런 후에야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17)

 

Thing 0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 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정치적 개임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20)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했던 것이 이 부분이다. 과연 저자는 <자유시장경제이론 혹은 정책>를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 적용되고 실현되고 있는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로 이해해야 할 대상이 이론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론의 적용에 있는 것인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Thing 1에서 저자의 주장은 애초에 '자유 시장의 존재'는 신화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상징적 의미로서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전개에 따라 앞에서 내가 궁금해 했던 두 가지 관점을 혼용하여 이야기 한다.

 

똑같은 시장을 놓고서도 각자 입장에 따라 느끼는 자유의 정도가 다른 마당에, 그 시장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자유 시장처럼 보이는 시장이 있다면 이는 단지 그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규제를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22)

 

공정무역을 둘러싼 논쟁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가치판단이나 정치적 결정에 관한 문제이지 통상적인 의미의 경제학적 논쟁은 아니다. '경제'에 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잣대로 재서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27)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규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될 권리들을 부정한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 (30)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31)

무수히 많은 주관적 입장의 경연장이 시장이 아닌가. 객관적인 시장이라는 정의가 와 닿지 않는다. 시장은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그것에 따라 불공평한 그런 무대 아닌가. 나는 이미 기존 기득권자들 혹은 자유시장 논리자들의 논리에 정복당해 있는 것인가 아닌가. 혼란스러움.

 

 

Thing 0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마르크스는 공동 자본회사가 경영으로부터 소유를 분리해 낸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성취한 물질적 진보를 해지지 않고도 (이미 기업 경영에서 손을 뗀) 자본가들을 제거할 수 잇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전환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36)

 

캐나다 태생의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도 1950년대에 쓴 글에서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거대 기업의 등장은 대세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정부 규제의 확대와 노동조합의 강화만이 이런 거대 기업에 대항할 수 잇는 견제 세력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39)

 

한 기업의 이윤이 낮은 이유가 경영자가 수익 지표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불가항력적 요인 때문인지 주주들이 입증하기 쉽지 않고 따라서 경영자들은 언제나 계약서의 문구를 어기지 않으면서도 계약서의 정신은 위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9)

 

198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성배가 발견되었다. 바로 주주가치 극대화 원칙이다. (39)

 

...이렇듯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면 (그에 따른 상류층으로의 소득 재분재 문제를 무시한다고 해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1)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늘릴수록 사내 유보 이윤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투자도 감소된다. 투자 위축은 그 효과 단기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기술력을 후퇴시켜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43)

 

대부분의 주주들보다는 노동자나 납품 업체가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여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주 가치 극대화가 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해당 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4)

 

유한책임은 주주들이 손쉽게 빠져 나갈 수 잇는 출구를 제공하여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해 주었다. 인류의 생산력이 크게 진보할 수 있었던 것도 유한 책임을 통해 대규모 자본 축적이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를 책임질 만큼 믿음직한 후견인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44)

 

잭 웰치가 최근에 고백했듯이 주주 가치라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아이디어"이다. (46)

 

 

Thing 0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 다시 말해서 임금이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47)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부자 나라의 부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놓지 않기 때문이다. (48)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어떤 부분에서의 경쟁일까.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가치에 맞는 임들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깨뜨려야만 한다. (48)

 

자국 정부의 이민 통제 정책 덕에 스웨덴의 노동자들은 인도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51)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55)

약간의 비약은 느껴지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볼 문제임은 틀림없다. 부자들의 사회적 역할, 책임에 대한 사회적 철학이 생기고 실천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56)

 

 

Thing 0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옛것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새것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국가의 경제 정책이나 기업의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58)

 

조지 오웰은 이미 1944년에 '물리적 거리'가 파괴되고 국경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흥분하는 사람들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호들갑을 떨게 만든 기술은 다름 아닌 비행기와 리디오였다. (66)

 

 

Thing 0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 지속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 즉 사람들이 항상 최악의 행동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체해야 한다. (69)

이런 부분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밝혀주면 좀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경제학에 나오는 부분인가. 아니면 저가가 만나본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나만 모르는 상식인가. 궁금하다.

 

"미안하지만 여러 경제학자분들께서는 실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금속 공학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고베 철강에서 지난 30년간 일한 덕에 철강 제조에 대해 제법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저도 회사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회사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반 정도 이해하면 다행입니다. 회계나 마케팅 분야 출신의 다른 임원들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이사회에서는 직원들이 올린 사업 계획을 대부분 받아들입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가정하고 직원들의 동기를 사사건건 의심하기만 한다면 회사는 마비되고 말 겁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업계획을 검토하려고 애만 쓰다가 말 테니까요. 고베 철강이든 정부든 간에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고 전제하면 대규모 관료 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71~72)

 

고베 철강의 예에서도 불 수 있듯이 성공적인 기업들은 의심과 이기심보다는 신뢰와 충성심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75)

직원과 회사간의 신뢰는 좋은 회사, 떠나고 싶지 않은 회사의 제 1조건일 듯하다. 세상의 모든 관계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직원과 회사간의 신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직원들은 어떠할 때 회사에게 신뢰를 느끼는가? 그것에 대한 고민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기업이 해야 할 가장 최우선의 일이 아닐까.

(직원들은 어떨 때 회사에 신뢰를 느끼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칼럼으로 정리해볼 것)

 

노동자들의 행동 동기에 내재된 이런 복잡한 특성을 깨닫지 못한 대량 생산 시대 초기의 자본가들은 작업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여지를 노동자들에게 주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 일을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율성과 존엄성을 빼앗긴 노동자들은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일을 했고 심지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76)

 

일본 기업들은 고용인들에게서 최악의 행동을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에게서 최선의 행동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77)

 

사람들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보상과 제재 장치가 있고, 사람들이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끝까지 밀고가면 결국 무너지고 만다. 보이디 않는 미묘한 보상과 제재가 없을 때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정직하게 행동한다. (78)

 

다시 말해서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도덕적 행위가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보상과 제재 장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가 이기적이고 무도덕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79)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간의 행동 동기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늘 자기 이익만을 쫓는다면 상거래에 속임수가 만연하고, 생산 라인이 너무 느려지는 등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전제를 기반으로 경제 구조를 설계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80)

 

 

Thing 0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불안해졌다. 물가 안정이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들 주장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에 고삐를 매었음에도 성장률은 미미했다. 바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성장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82)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경험은 독일과 세계 역사 발전에 크고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일부에서는 이 하이퍼인플레션 때문에 바이마르 공화국의 자유주의 체제에 대해 불신이 생겼고 결국 그것이 나치 세력의 등장을 불러왔다고 주장하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이 해석을 받아들이면 1920년대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2차 세계 대전을 부른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다고 암묵적으로나마 인정하는 것이다. (83)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이 도가 지나칠 경우 투자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성장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극도로 적대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안정되면 저축과 투자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86)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물가가 오르는 것은 위 사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해 보자. 물가상승률이 2%일때와 4%일때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길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반인플레이션 투사들이 예고했던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91)

 

물가 안정(즉 낮은 인플레이션)과 잦은 금융 위기, 고용 불안 증대 등 물가로 표시되지 않는 경제 불안 요소들이 공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현상들은 모두 동일한 자유 시장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91)

 

신자유주의 정책 패키지로 알려진 자유 시장 정책 패키지의 일련의 정책들은 낮은 인플레이션, 자유로운 자본 이동, 그리고 (노동시장유연성이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높은 고용 불안정성 등을 중시한다. 기본적으로 금융 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책들이 입안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92)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제 잊어버리자. 인플레이션은 장기적 안정, 경제 성장,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희생해서 금융 자산 보유자들에게나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대중을 겁주기 위해 사용해 온 '무서운 망태 할어범' 같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93)

 

 

Thing 0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이라는 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현재 잘 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보호 무역주의,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들이야말로 요즘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면 안된다고 설파하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95)

 

'내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 (106)

 

자유무역, 자유 시장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그런 정책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했다.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107)

 

 

Thing 0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도덕적, 역사적 이유들도 중요하지만 초국적 기업들이 자국 편향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6)

 

이런 모든 이유에서 높은 수준의 인적, 조직적 역량과 적절한 제도적 여건이 필요한 고도의 기업 활동은 자국에 남게 된다. 자국 편향은 단순히 감정적인 애착이나 역사적 책임감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경제적 이유도 있다. (117)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외국인 투자가 많은 경우 새로운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가 아니라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브라운필드 투자라는 사실이다. .... 이 말은 외국인 직접 투자의 많은 부분이 생산이나 고용을 새로 창출해 낸 것이 아니라 기존 기업의 경영권 인수에 집중되었다는 의미다. (119)

 

 

Thing 0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잇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대폭 줄어들면서 사회의 성격도 변했다. 인간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일하며 겪는 경험'이다.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가 인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129)

 

우리는 오늘날 부자 나라 시민들이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일할 뿐 아니라 사람 자체도 다른 유형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은 이미 사회적 차원에서 '탈산업 사회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부자 나라들 역시 아직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 (129)

 

탈산업화가 되어 간다고 느끼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은 '착시현상' 때문이다. 실제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단지 통계 처리의 변화 때문에 탈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130)

 

이른바 탈산업화 현상의 원인 중 나머지 80퍼센트는 대체로 국민 경제가 부유해지면서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서비스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 때문이라고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 하락은 실제로 매우 미미하다. 우리가 소득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제조업 제품보다 서비스 구입에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소비하는 서비스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제조업 제품의 양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의 가격이 제조업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131)

 

부자 나라들의 국민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주원인은 많은 삶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 제조업 제품의 수입이 대거 늘어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른바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 무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재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부자 나라의 국민들은 고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탈산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직 '탈산업 사회'를 공언할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다. (134)

 

서비스 교역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어는 곳으로 운송 가능한 제조업 제품과는 달리 대부분의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소비자'가 같은 공간이 있어야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교역가능성이 낮다. (136)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이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해외에서 엄청난 규모로 돈을 빌려 적자를 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변화 추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외자를 끌어들이는 미국의 능력 역시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이 가장 발달했다고 하는 미국과 영국 두 나라마저 궁극적으로 서비스를 수출해서 국제수지 균형을 달성할 수 없다면 다른 나라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38)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가 갈수록 커져서 디폴트가 거론되고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이 요동치는 것이 반증일까.

 

개발도상국이 서비스 산업에 특화하는 경우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에 직면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경제를 고도화시킬 능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탈산업 사회라는 환상은 선진국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대단히 해롭다. (141)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인들처럼 여가 시간보다 물건을 많이 갖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유럽인들처럼 물건을 더 살 돈보다는 여가 시간을 확보하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이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단연 더 높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143)

 

국제달러로 표시된 소득은 시장 환율 소득보다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을 짐작하는데 더 나은 지표가 된다. (148)

 

구매력 평가지수 소득이 시장 환율 소득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나라의 높은 생활수준이 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방증이다. (149)

 

선진국일 수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지표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서비스 임금이 싸기 때문이다. .... 정리하자면 미국 평균 소득의 구매력이 높은 것은 많은 수의 미국 시민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뎌 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152)

 

개인마다, 그리고 나라마다 이런 요소들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런 것들과 소득 수준 사이의 균형을 어떤 식으로 맞추는 것이 좋을 지는 각자 정하기 나름이지만 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153)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자신들이 내놓은 그토록 '올바른' 정책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성장이 자취를 감춘 이후에야 아프리카의 미미한 경제 성적이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163)

 

아프리카의 저성장이 기후 탓이라고 하는 것은 저성장의 원인과 증상을 혼동하는 것이다. 나쁜 기후가 저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의 결과로 나쁜 기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165)

 

아프리카가 최근 들어 성장 실패를 경험한 주된 이유는 정책, 즉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에 있다. 특정 자연 조건이나 역사적 배경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가 겪는 문제가 정책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비극은 만성적 성장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69)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흰 코끼리 프로젝트_white elephant project : 불교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흰 코끼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왕권의 정당성과 위엄을 상징하기 때문에 일을 시킬 수 없는 짐승이다. 코기에는 번드레하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 데다 실질적인 이용가치는 전혀 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171)

 

포스코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업계획에서 어떻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을까?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의사 결정권자는 유망주를 골라낼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꼴찌 할 말을 고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란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의사결정권자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권력을 극대화하는데 더 신경 쓰고, 따라서 경제적 실효성보다는 가장 가시적이고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흰 코끼리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176)

 

민간 기업의 유망주 선택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묻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는, 혹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거대한 가능성을 모두 놓치고 말 것이다. (183)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하는데 실패했다. 따라서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결국에는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의 첫 번째 단계는 설득력이 없다. (185)

 

1970년대 중반부터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자유 시장론자들은 19세기 케케묵은 논리를 다시 들고 나와, 투자계급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몫이 줄어든 것이 성장 감소의 이유라고 세상을 설득했다. (191)

 

간단히 말해 1980년대 이래로 우리는 부자들에게 파이에서 더 큰 조각을 주면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서 장기적으로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더 큰 조각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들은 그렇게 받고 나서 실제로는 파이가 커지는 속도를 줄여버렸다. (194)

 

단순히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예를 들어 부자와 기업의 감세를 허용하는 대산 투자를 조건으로 제시)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며, 복지 국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197)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프랭크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100억 달러의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라면 유능한 CEO의 좋은 판단으로 3000만 달러 정도 더 남기는 건 쉬운 일이라고 설명을 했고, 이 칼럼은 CEO의 급여 문제의 논란이 있을 때 많이 인용되는 글이 되었다. (202)

 

시장은 비효율적인 관행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는 아무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혹 오랜 세월에 걸친 그런 관행이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보수 체계가 있는 동안은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끼친다.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직을 대처하는 임시직의 증가, 그리고 지속적이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 반면에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서 창출한 추가 이윤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서 그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지 않도록 한다. 주주들의 입을 막기 위해 배당금을 극대화하려면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없어지고 만다. 2008년처럼 일이 잘못되는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납세자들의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지만 경영진들은 그야말로 거의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걸어나올 수 있다. (207)

완전한 효율적 시장을 가정할 때 시장은 이론에서처럼 효과를 드러낸다. 진실을 찾고 접근하는 것이 어렵듯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손익이 있는 곳에서 효율적 시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리석은 것이리라.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201)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지닌 기업가적 비전을 실행에 옮기며 평생을 보낸다. (212)

그렇다. 사회가 발전할 수록 그 우산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특별한 도전이라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어떤 우산으로부터 걸어 나올 때 도전하고 극복하는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그라민 은행은 초기에 적정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했지만 이것은 오로지 아무도 모르게 방글라데시 정부와 해외 원조 기관들에게서 보조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217)

 

마이크로크레디트 자금의 대부분은 원래 목표였던 가난한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데 사용된 것이 아니라 소비에 사용된 셈이다. (217)

 

기업가 정신이란 탁월한 비전과 굳은 결의를 지닌 영웅들에게만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기업가 정신을 개인적 차원에서 보는 견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점점 구식이 되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219)

 

개인 혼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실행에 옮기는 일이 애초부터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개인 차원을 훌쩍 넘어선 지는 한 세기도 족히 된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221)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가장 똑똑하다고 여겨지던 이들이 사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229)

 

이렇듯 금융 경제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은행장, 날고 긴다는 펀드매니저, 명문 대학과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유명 인사들까지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 위에서만 성립하는 경제학 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230)

 

사이먼에 따르면 우리는 합리적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합리적으로 되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는 심각한 제약이 있다.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여 우리의 제한된 지적 능력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사이먼은 주장한다. 우리가 올바로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중요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능력이 한계이다. (231)

 

불확실성의 개념, 혹은 세계의 복잡성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놀랍게도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의 첫 번재 임기 당시 국방 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였다. 그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언론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즉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들도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을 말한다.” (232)

 

사이먼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제한된 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규칙을 도입한다. (233)

 

일부러 제한적인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정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 (236)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이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우선 지식 경제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식은 언제나 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238)

 

개발도상국의 경우 더 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장해야 하는 것은 마지막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교육 너머로 눈길을 돌려 제대로 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250)

 

심지어 생산성 향상에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하는 일하고는 별 관계가 없다. (242)

과연 교육이 생산성 향상과의 목적부합과 관련하여 연관이 있는가. 우리가 공부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하는가. 저자의 비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교육과 국민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생산적인 기업과 그런 기업을 지원할 제도를 확립하는 데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250)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GM 사례는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유익한 교훈을 준다. 즉 기업에 좋은 것,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것일지라도 국가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이 사례는 회사를 구성하는 이해 당사자들도 서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경영진이나 단기 주주들과 같은 일부 이해 당사자들에게 좋은 것이 노동자나 납품 업체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단기적으로 기업에 좋은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결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즉 오늘의 GM에게 좋은 것이 내일의 GM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259)

 

마르크스는 정부가 자본가 계급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가리켜부르주아 계급의 집행 위원회노릇에 비유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 부문 전체의 집단적 이익, 나아가서는 나라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규제들 중에는 반기업적인 것보다 친기업적 성격을 띤 것들이 더 많다. 많은 수의 규제들이 기업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 자원을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부문 전체의 집단적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사실을 인식해야만, 문제는 규제의 절대량이 아니라 규제의 목적과 내용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62)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기업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입각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계획의 수립 여부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적절한 계획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264)

적절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마르크스와 그 추종자들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 과정의 사회적 성격과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라는 성격 사이의 모순이다. (266)

 

어떤 형태의 경제 계획은 자본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발전을 촉진할 수도 있음을 알게된다. (270)

 

그렇다면 문제는 계획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각각의 다른 경제 부문에 적절한 계획의 형태와 수준을 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공산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중앙 계획 시스템의 실패를 고려하면 경제 계획에 대한 편견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계획 경제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 정책과 기업의 사업 계획, 시장에서의 관계 등이 모두 필수 요소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경제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다. 시장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소련처럼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장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소금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소금만 먹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275)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277)

 

라틴 아메리카에서는교황보다 더 독실하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주변부 국가가 종교적, 경제적, 사회적 원칙을 적용하면서 그 사상이 나온 본고장보다 원칙을 더 엄격하게 지키려 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277)

 

어떤 사람들은 평등이 기회의 균등에서 끝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은 형식적인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282)

 

문제는 균등하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그 기회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83)

 

지나치게 결과를 균등하게 하려는 것은 해롭지만, 지나치다는 것의 한계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야 한다면 공정한 경기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88)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공 계열 학생의 80퍼센트가 의사 체질이라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결국 선진국 중 가장 유연하다는 한국 시장에서 인적 자원을 재능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극적인 실패를 하고 만 것이다. 이유는 바로 높아진 고용 불안이다. (293)

 

미국 노동자들은 조직적 저항을 하기 어렵지만, 조직적 저항이 가능한 노동조합 소속의 노동자들이라면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업 안정성이 높고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으면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과연 진실인가? (295)

우리 노동 사회를 해석하는 관점으로 생각해볼 것

실직=생존위협이라는 공식은 우리나라도 전형적인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노동자들의 저항을 그저 그들의 이기적 욕심이라고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직업 안정성이 낮으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할지는 몰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문제가 있다. (296)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300)

 

 

Thing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점점 더 많은 나라가금융 탈규제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채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를 완화, 폐기해 놓기만 하면 귬융업이 다른 산업보다 돈벌기가 훨씬 쉬운 업종이었기 때문이다. (307)

 

결국 이른바 금융 혁신의 결과는 실물 자산이라는 기초 위에 금융 자산이라는 빌딩을 끝없이 높게 쌓아 올린 끝에 천제 건물이 흔들거리는 꼴이다. (311)

 

금융 상품의 경우파생이 되면 될수록 금융 상품을 궁극적으로 떠받치는 실물 자산과도 거리도 멀어지며, 이에 따라 점점 더 그 파생 금융 상품의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가 힘들게 된다. (311)

 

그렇다고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의 속도 차이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실물 경제와 완전히 함께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금융의 존재 가치는 실물 경제보다 빨리 움직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금융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여 실물 경제에서 탈선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원천인 (기계 설비 등)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 조직 혁신 등에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으로 금융시스템이라는 회로의 배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314)

 

Thing 23. 좋은 경제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자유 시장 경제학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실적이 저조해졌다. 급기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몰아온 주법이 바로 이 자유 시장 경제학인 것이다. (317)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고, 저자는 주장의 핵심을 한번 더 드러낸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여전히 인과관계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저 놈이 범인이야'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 잘 모르겠다.

 

역사상 가장 재기 넘치는 경제학자인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을 먹여 살리는 수단으로는 무척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과장된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경제학은 실제 경제 운용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319)

붕어빵을 만드는데 붕어는 필요 없다라는 논리인데 과연 그럴까. 실물경제를 이끌어 가는데 과연 경제학적 접근이나 적용은 진정 과소하게 평가해도 되는 것인가.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다른경제학자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심지어 가짜 예언자 취급을 했다. 요즘 널리 쓰이는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경제학자들 중시장 실패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제외한 경제학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론이 제대로 설명되어 있기는커녕 언급 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보다 이들 다른 경제학자들에게 배울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기업, 정부, 정책들 중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을 실패하는지를 보면 이제는 무시당하고, 심지어 잊힌 이런 경제학자들에게서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제학은 쓸모 없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326)

 

 

결론.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자본주의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자본주의는 나쁜 경제 시스템이다. 문제는 다른 모든 시스템이 더 나쁘다는 것이지만. 내가 이 책에서 문제 삼는 것은 자유 시장 자본주의이지 모든 종류의 자본주의가 아니다. (328)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는 인간이착한일을 하게 하려면 금전적인 보상을 하거나 벌칙으로 위협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비대칭적으로 적용되어 부자는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이 약속되어야 더 열심히 일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야 더 열심히 일한다는 이상한 주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331)

 

물질적 자기 이익 추구가 인간 행동의 강력한 동기임은 확실하다. 공산주의 체제가 실패한 것도 이런 강력한 동기를 무시하거나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물질적 자기 이익이 유일한 행동 동기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인간은 자유 시장 경제학 교과서가 주장하는 만큼 물질적 자기 이익만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다. (331)

 

지금이라도 세계를 퇴보시키고 재앙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원칙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예전과 비슷한 대참사들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 빈곤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수십억 인구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 (340)

 

 

 

3. 내가 저자라면

 

책을 읽고 나서

 

춘추전국 시대가 비록 밀고 밀리는 전쟁과 찬탈의 시대이긴 하였으나 또한 사상과 학문의 황금기이기도 하였다. 춘추전국 시대에는 나라를 부강케 만드는 것이 모든 제후들의 소망이었다. 제후들은 하나같이 부국강병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비를 양성하는 풍토가 성행함에 따라 여러 선비들의 대열은 끊임없이 확대 되었고, 그들은 책을 써서 학설을 세우고 이 학설을 각 임금에게 유세하고 제자에게 가르쳐 문화학술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러 학파의 이론가들이 춘추전국 시대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후세의 우리는 이 사람들을 일컬어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한다. 이러한 제자백가들의 자유로운 논쟁과 토론을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한다. 이로써 학문과 사상은 더욱 발전되었으며,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창조되었고 시대는 이런 사유(思惟)의 자유로움을 따라 발전하였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와 경영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하나의 주축이자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의 자리를 이제는 경제학자, 경영학자가 생활의 철학자로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 옛날 춘추전국시대의 유가, 도가, 법가가 세상의 이치를 이야기했듯이 경제학자, 경영학자들은 각자가 주장하는 바가 이 고단한 삶을 구원하는 진실이라고 제각각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사는 현대는 실로 경영, 경제의 백가쟁명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현대의 경제, 경영 이론들은 작게는 기업체의 운명에서 나아가서는 한 사회 전체를 혼돈스럽게 할 만큼 그것의 파급력은 엄청나게 되었다. 2008년 파생금융상품의 부실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크게 위협하기도 하였다. 개인의 금융자산이 순식간에 반 토막 나고 노후를 위한 평생의 노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위기를 각 개인이 떠안아야 했다.

 

나는 <23가지>를 읽고 두 가지를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저자가 주장하는 <제도 경제학 혹은 개발 경제학>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세상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현상 혹은 이론의 배면을 들여다 보는 지혜를 배웠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현대는 경제, 경영의 백가쟁명의 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주장과 이론들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사이에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있는 혜안을 갖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난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었다는 느낌보다는 상충되고 상반되는 여러 가지 주장들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을 취사선택하여 생활에 적용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난감하다.

 

내가 저자라면 (내가 경제라는 주제를 다룬다면)

 

만일 내가 '경제'라는 주제를 다룬다면 직장인의 생활과 경제와의 연결고리들을 정리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특히 직장인의 '일반생활' 보다는 '직장생활'에 더욱 집중하여 살펴보고 '경제'가 직장인 생활과 관련되어 어떤 연관 고리들을 가지고 있는지 전개하면 좋을 듯하다.

내가 과거에 했던 인사업무들을 경제적 현상 혹은 이론들과 관련하여 분해 혹은 결합하여 보면 새로운 각도에서 인사업무 해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령 직장인들의 월급과 관련한 몇 가지 경제 현상들을 연관시켜 보면 몇 가지의 것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l  1인당 국민소득과 나의 소득

l  국가 재정과 내 월급과의 관계

l  100대 기업 평균임금과 내 월급의 차이

l  대졸초임의 허와 실로 보는 나의 월급

l  경제지표와 월급쟁이의 관계(경제성장률, 물가지수, 경상수지 등등)

l  최저임금과 내 급여와의 관계

l  실업률이 월급쟁이 나에게 주는 영향

l  경제와 퇴직연금에 대한 몇 가지

 

이런 것들을 확장하여 사고하여 보면 단지 재테크의 개념에서 벗어나 경제현상이 우리 직장인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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