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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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 노진선 역 / 솟을북, 2007)
(EAT, PRAY, LOVE : One Woman's Search for Everything Across Italy, India and Indonesia by Elizabeth Gilbert, 2006)
* 저자에 대하여
지난번 북리뷰 <결혼해도 괜찮아>에 이어 크게 덧붙일 것은 없다.
물론 저자가 두 책 이후,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들어가며 - 108개의 인생을 건너기 위한 비상용 단추
진정한 영적 탐색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질서정연한 노력의 산물이다. 미쳐 돌아가는 무한 경쟁 시대인 현대 사회에서도 진실 탐구는 미쳐 돌아가는 무한 경쟁이 아니다. 진실 탐구자이자 작가로서 나는 가능한 한 손에서 염주를 내려놓지 않는 것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에 정신을 계속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7]
이탈리아 ‘섹시한 로마의 아름다움에 탐닉하다’
- 쾌락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
1. 지금은 고독을 통한 치유의 시간
나는 혼자다, 철저하게, 완벽하게 혼자다. [22]
2. 결혼 생활의 끝, 욕실 바닥에 엎드려 신을 찾다
이렇게 밤마다 울기 시작한 지 47일째쯤 되었을까. 사실 어찌나 심하게 울었는지 내 앞의 욕실 타일 바닥에는 눈물과 콧물의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을 정도였다. 내 모든 수치심과 두려움, 갈등과 비통함의 웅덩이. [22]
하지만 나는 아기를 낳고 싶어야 했다. 내 나이 벌써 서른하나. 만난 지 팔 년, 결혼한 지 육 년째 되는 우리 부부는 대충 꺾어지는 나이인 서른을 넘기고 나면 나도 슬슬 정착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할 거라는 공동의 기대를 바탕으로 우리의 모든 삶을 쌓아왔다. [23]
이십대가 끝나가고, 서른이라는 마감이 마치 사형 선고일처럼 어렴풋이 다가오고 있을 때 나는 임신을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23]
“아기를 갖는다는 건 네 얼굴에 문신을 하는 것과 같아. 일을 저지르기 전에 네가 정말 이걸 원한다는 확신이 필요해.” [23]
3. 우리의 심장을 통해 호흡하는 ‘신’을 갈구하다
마음의 중심으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는 사람들, 그리하여 이 세상에 다시 돌아와 나머지 사람들에게 신은 지극한 사랑의 경험이라고 전해주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감사함을 느꼈다. [29]
4. 침대로 돌아가, 리즈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세요” [31]
진정한 지혜란 바로 그 순간에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만을 주며 그날 밤,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은 침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32]
5. 데이비드에게 중독: 짧은 행복, 긴 외로움
필사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언제나 파트너의 성격을 창조하고, 상대에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어주기를 요구하고, 그들이 애당초 우리가 창조해놓은 역할을 수행하기를 거부하면 절망감에 빠지니까. [35]
서로를 똑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우리는 일심동체였다. 우리에게는 함께 할 목표, 맹세, 약속, 저녁식사가 있었다. [36]
6. 근심과 두통을 날려버리는 이탈리아어의 섹시함에 빠지다
내가 데이비드에게서 떨어져나와 에너지와 자신감을 되찾으면 나를 향한 그의 열정이 다시 불붙는다.
하지만 결국 데이비드는 다시 뒷걸음질치고, 나는 그에게 매달리고(아니면 내가 먼저 매달리고 그가 뒷걸움질쳤든지. 우리로서는 어느 게 먼저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다시 한 번 모든 게 무너진다. 그리고 그는 다시 떠나버린다. [41]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나 자신에게 파격적인 새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넌 뭘 하고 싶니, 리즈?” [41]
하지만 왜 모든 일에 꼭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42]
7. “나는 내 안에 있는 신을 존중합니다”
8.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
9. 신에게 청원서를 쓰다
위대한 수피교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미는 제자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 세가지를 종이에 적어보라고 충고했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다른 것과 상충한다면 인생이 불행해질 거라고 루미는 경고했다. 초점을 하나에만 맞추고 살아야 한다고 그는 가르쳤다.
그리스인들이 칼로스 카이 아가소스라고 부르는, 선함과 아름다움의 유일한 조화를 찾고 싶었다. [51]
우리 둘 다 이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종종 그를 향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픈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땐 완전히 반대되는 충동을 느꼈다. [54]
10. 나와 마주하는 첫 번째 시간: 이탈리아
11. 로마에서 ‘나’ 만을 위한 식사를 즐기다
12. 내 인생의 중심, 그곳에는 거대한 분수가 있다
13. 여행은 내 일생일대의 사랑
14. 랭귀지 스쿨에서 이탈리아어와 씨름하다
15. 세상에서 가장 유혹적이고 아름다움 이탈리아어
16. 우울과 외로움, 나를 위협하다
17. 내 안의 멜랑콜리한 기질과의 싸움
18. “네가 너 자신을 친구로 생각했던 걸 잊지 마”
19. 로마와 요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20. 제법 멋진 구색을 갖춘 로마의 내 친구들
“뭔가 새로운 걸 배울 때는 자기 자신에게 매우 공손해야만 해요.” [90]
21. 빈둥거림의 미덕
솔직히 말해, 순수 쾌락은 내가 속한 문화에서는 낯선 영역이다. ...
우리 가족은 언제나 웃음꽃이 피고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벽에는 늘 해야 할 일 목록이 부착되어 있었다. 난 지금까지 한 번도 빈둥거려 본 적이 없고, 우리 가족이 빈둥거리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97]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긴장을 완전히 풀고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는 일에는 소질이 없다. 미국은 오락을 추구하는 나라지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나라는 아니다. 포르노에서 테마파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계속 재미있게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지만 그것이 순수한 즐거움과 같은 맥락은 아니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지구상의 누구보다도 더 많이, 오래 일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걸 즐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견을 뒷받침하는 놀라운 통계 결과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이 집에서보다 사무실에서 더 큰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죽어라 일한 후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주말 내내 파자마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시리얼은 상자째 먹고, 가벼운 코마 상태에서 TV를 바라보는 것으로 소일한다.(물론 이것도 일하는 것과 반대이긴 하지만, 뭔가를 즐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휴가지에서도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스트레스 과잉의 중역 간부 이미지가 탄생된 원인이다.
내 경우 쾌락 추구의 최대 장벽은 내 안에 뿌리 깊이 박힌 청교도적 죄의식이다. 내가 정말 이 쾌락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내가 이런 행복을 누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 [98-99]
<컬쳐코드>에서 분석한 미국인과 통하는 이야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가 먹히는 우리나라.
내 안에 숨은 죄의식은? 학습과 교훈에 대한 강박관념?
내가 스스로를 위해 가지는 순수한 즐거움은 무엇인가? ‘언젠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가 아니라 그냥 배우고 싶어서 배우는 것이 있는가? 처음에는 복잡한 계산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종종 수영의 즐거움을 느낀다. 힘을 쭉 빼고 물에 몸을 맡긴 채 떠 있는 것, 수영을 끝내고 온수풀에서 즐기는 근육의 나른함...
계획하고 계산하지 않고 누리는 ‘즐거움’, 내 인생에는 어떤 것이 더 있을까?!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기분. [102]
22. 외로움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영역 문제가 있으려면 우선 내 영역이 있어야 맞겠지? 하지만 난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가 버린다. [104]
23. “난 이탈리아를 사랑한다”
24. 내 마음속에 반짝이는 새단어를 채워넣다
25. 당당하며 도도한 로마처럼 나이먹고 싶다
26. 책이 사라져서 더 행복한 건지도 모른다
27. 너무 맛있어서 감당하기 힘든 나폴리 피자
28. 데이비드,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지다
어릴 적 우리 집안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아빠는 가끔씩 마음이 내킬 때만 엄마에게 사랑과 애정을 주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암마는 남편이 사랑과 애정을 줄 때만 그것을 받았다. 아빠가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당신만의 세상으로 빠져 들어가면, 엄마는 한 발짝 물러서서 자기 자신을 보살필 줄 알았다. [129]
엄마는 우리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인생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고, 자신이 선택을 마음 편히 받아들였다. 난 엄마의 평온함을 볼 수 있다. 엄마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엄마가 얻게 된 혜택은 엄청나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남자와의 길고, 안정된 결혼 생활, 이제는 그녀가 끔찍이 아끼는 손녀로까지 세대가 늘어난 가족, 자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확신. 분명 어떤 부분은 희생해야 했지만,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살면서 희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제 내게 남겨진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인생에서 내가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들은 무엇인가?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 [131]
한 번의 실패 후 그녀가 바라보게 된 결혼의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상대는 아니야.’ 그럼에도 그는 언젠가 내가 진정한 사랑을 만날 것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끼리 만나는 법이니까’. [133]
29. 나와 다른 언니에게서 위안 받다
30. “사실만을, 사실만을, 사실만을 말해”
책임감은 능력(ability)과 반응(respond)의 조합이며, 다시 말해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146]
배우자와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것은 한 개인이 미국 사회에서 연속성과 의미를 찾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147]
인도 요가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에는 불완전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 완벽한 다른 누군가의 삶을 흉내내며 사는 것보다 더 낫다는 말이 있다. [149]
31. 너무도 달콤한 충동적인 여행
32. 플로렌스에서 베니스로, 건강하고 맛있는 여행
33. 로마의 단어는 섹스, 나의 단어는?
난 아직 대답을 찾지 못했고, 아마도 그게 이번 여행의 목적인 것 같다. 내 단어를 찾기 위해. [164]
내 단어는 무엇일까?
배우다? 읽다? 아니, 요즘 즐기는 중이긴 하지만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는다.
나도 내 단어를 찾아야겠다. 그 과정 또한 매우 즐거울 것이다.
34.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한 기적의 밤, 추수감사절 파티
35. 이탈리아에서 넉 달, 12킬로그램의 살이 붙다
36.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
즐거움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한 개인의 인간성에 닻이 되어 준다는 생각이다. ...
우리는 삶을 부여받았고, 이 생애에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뭔가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인간으로서의 권리)이다. [181]
한 개인의 팽창은 한 인생의 확대요, 이것은 실로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는 희망을 안은 채. [181]
인도 ‘명상 동굴 여전사로서 신을 찾다’
- 신앙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
37. 인도 아쉬람 속으로 들어가다
38. 구루가 내게로 왔다
요가의 방침은 인산이라는 존재가 갖는 태생적 결함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 태생적 결함이란 극도로 간단히 정의하자면 만족스런 상태를 유지할 줄 모르는 가슴 아픈 무능력이다.
요가 철학자들은 인간의 불만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오해한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그저 두려움과 결함, 분노,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보잘것없는 인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우리의 한정된 작은 자아가 우리 본질의 전부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보다 신성한 특질을 깨닫지 못한다. 모든 인간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영원히 평화로운 최상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그 최상의 자아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아울러 보편적이고 신성한 자아이다. [189]
요가는 인간이 자기 내면의 신을 경험하려는, 아울러 그 경험을 영원히 지속시키려는 노력이다. 요가는 자기 수련이며, 과거에 대한 끝없는 상념과 미래에 대한 쉼없는 걱정으로부터 우리의 정신을 끌어내 영원한 존재의 장소를 찾아내려는 헌신적인 노력이다. 오직 그곳에서만이 우리는 균형잡힌 태도로 우리 자신과 주위 환경을 주시할 수 있다. 오직 평온한 마음의 관점을 통해서만 세상의 (그리고 우리 자신의) 진정한 본질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190]
39. 아쉬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곳
40. 아쉬람에서의 첫날,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다
41. 명상은 요가의 닻이자 날개
우리는 언제나 과거를 들이파거나, 미래를 들쑤시기에 바빠 이 순간에 쉬지 못한다. ...
신은 바로 여기, 지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만이 그분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요, 지금이 유일한 시간이다. [204]
42. 나와 내 마음이 끊임없이 싸우다
구루는 자신에게 절대 무너질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번 무너져버리면 그것이 습성이 되어 자꾸, 자꾸 반복해서 무너지기 때문이다. 대신 씩씩한 마음을 유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310]
43. 텍사스에서 온 리차드 납시오
44. 명상을 방해하는 내 안의 ‘자아’
45. 내 안의 에너지가 응답하다
46. 나의 영적 스승 구루, 그리고 아쉬람
47. 명상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지다
48. 데이비드는 유통기한이 끝난 소울메이트?
사람들은 소울메이트가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그거고. 하지만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거울이야. 네가 억눌러온 모든 걸 보여주는 사람, 네 의식을 일깨워 인생을 바꿀 수 있에 해주는 사람.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아마도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 거야. 왜냐하면 그들은 네 벽을 허물어버리고, 네 따귀를 때려서 널 깨어나게 할 거거든. ...
소울메이트는 네 안의 또 다른 모습을 일깨워주기 위해 네 인생에 나타난 사람이다. 그리고는 떠나버리지. [228]
소울메이트를 평생의 반려자로 찾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군.
시가 네루다에게 간 것처럼 사랑이 내게로 온 것일까?
내가 사랑을 나에게 끌어당긴 것을 점차 알게 된다. 내가 꿈꾼 사랑은 내가 찾는 시기에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내가 열심히 찾았으니까. 그리고 가지려 노력했으니까.
그는 나의 소울메이트인가? 내 영혼의 반쪽은 확실히 아니다. 내 영혼은 태어나면서부터 온전한 하나였다. 내 영혼을 키워주고 확장해 주는, 그리고 또 다른 온전한 영혼들을 함께 양육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영혼이다. 우리는 스스로 온전하며 함께 함으로써 더 큰 우리를 만든다. 그걸 점점 더 알게 된다. 그래서 난 ‘내 반쪽’이란 표현보다 ‘동반자’라는 표현이 더 좋다. 육체와 영혼과 현실과 꿈의 동반자.
나만을 위한 반쪽이란 확신, 나에게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노력들이 불필요했지 않았을까. 다른 두 존재가 만나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노력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어쩌면 그가 아니었어도 나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만큼만 함께 노력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렇게 섬세한 레고블록이 아니다. 수만, 수억 개의 섬세한 레고블록들 중에서 나와 딱 맞는 단 하나의 짝을 찾아야만 온전히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어쩌면 고무찰흙으로 겉을 둘러싼 블록일지도 모른다. 안에 숨겨진, 절대 변하지 않는 부분이 부딪치지 않는다면 겉에 둘러진 고무찰흙은 기꺼이 서로에게 맞추어 움직일 수 있는 두 가지 소재로 만들어진 블록. 그러니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얼마든지 움직이는 겉면의 고무찰흙이 아니라, 안쪽에 숨겨진 딱딱한 중심부이다. 중심부를 먼저 맞추어지면 표면의 어지간한 요철은 함께 누르고 세우며 맞추어가는 과정. 그 과정을 거쳐 서로에게 딱 맞추어진 기쁨, 두 사람은 서로만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완전 맞춤식 핸드메이드 짝꿍이 되어가는 것. 이게 바로 결혼이 아닐까. 우린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또한 의지에 따라 변화를 선택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나를 위해 준비된 완벽한 반쪽은 없다.
49. 머리에 불이 붙은 사람이 물을 찾듯 신을 찾아라
정말이지 내가 이 리즈 길버트를 여러 조각으로 쪼갤 수만 있다면, 인생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니지. 난 실제로 리즈 길버트를 여러 조각으로 쪼갰고, 그 조각들은 서른 즈음의 어느 밤, 뉴욕의 한 근교 주택가 욕실 바닥에서 동시에 탈진해 무너져버렸다. [234]
50. 마침내, 명상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다
“역사상 인간이 싸움을 벌이는 문제는 단 두 가지뿐이라오. 날 얼마나 사랑해? 그리고 누가 대장이야?”
침묵 속에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면 오로지 욕망과 통제의 문제들만 떠올라 날 동요시킨다. 이 동요가 내 발목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240]
51. 온 우주가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다
52. 어떻게 하면 구루기타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53. 도저히 친해지지 않는 구루기타
54. “구루기타, 당신이 이겼어요”
닉은 그 애를 돕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영혼들로 둘러싸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닉 본인에게도 내면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어떤 시련이든 이겨내도록 도와줄 그 애만의 지혜와 인내심이 있다. [257]
내가 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말.
“너희 주변에는 너희를 돕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있단다. 그뿐만이 아니란다. 바로 네 안 깊은 곳에도 어떤 일이든 이겨내도록 도와줄 너만의 지혜와 인내심과 힘이 묻혀있단다.”
55. 아쉬람에 머물기 위해 다른 인도여행을 포기하다
참선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흐르는 물이 아닌 고요한 물에서만 우리를 비춰볼 수 있다고 말한다. [260]
56. 불편한 것이든 사랑스러운 것이든 결국은 지나간다
비파사나 명상은 살면서 슬픔과 성가심은 피할 수 없지만 스스로를 고요함 속에 오래 묻어둘 수 있다면, 시간이 흐른 뒤, 모든 것(불편한 것이든, 사랑스러운 것이든)이 결국은 지나간다는 진리를 경험하게 될 거라고 가르친다. [262]
57. 내 안에 신이 즐겁게 뛰놀기를 원한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좋은 신도가 되기 위한 공통의 규칙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즉 일찍 일어나서 신에게 기도하고, 덕을 쌓으며, 좋은 이웃이 되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욕망을 다스린다. 그냥 늦잠을 자는 게 더 쉽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만, 그와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늘 존재해왔다.
신앙은 확신 없는 근면함이다.
종교에 관련된 어떤 개념에라도 동의한다는 것은 이성의 영역에서 미지의 영역으로의 거대한 도약이다.
신념이란 보거나, 증명하거나, 만질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다. 신념이란 어둠을 향해 정면으로, 전속력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266]
58. 건강하지 못한 생각들의 항구가 되지 않을 거야
기도는 연인 관계와 같아서 절반은 내 책임이다. 변화를 원하는데 정확히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소리내어 말하는 것조차 귀찮다면, 어떻게 그 기도가 이뤄지겠는가? 기도가 주는 혜택의 절반은 요구하는 자체에, 분명하면서도 충분히 고려된 의도를 전달하는 데 있다. 그런 의도가 없다면 모든 간청과 바람은 뼈대가 없고, 느슨하며, 둔해진다. 차가운 안개처럼 우리의 발 근처를 맴돌 뿐 결코 위로 올라오지 못한다. [269]
운명 역시 연인 관계와 같다. 운명은 신의 은총과 의식적인 자기 노력 사이의 놀음이다. 운명의 절반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나머지 절반은 완전 우리 손아귀에 있기에 우리의 행동이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은 단순한 신의 꼭두각시도, 자기 운명의 완벽한 지휘관도 아니다. 양쪽 모두라고 해야 할 것이다. [269]
시간을 어떻게 쓸지, 누구와 만날 지, 내 인생과 몸, 돈, 에너지를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무엇을 먹고, 읽고, 공부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인생의 불행한 환경을 저주로 받아들일 것인지, 기회로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그리고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 낙천적인 견해를 취할 수 없을 때조차도 가치관을 계속 바꾸려고 노력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 [269]
59. 귀여운 책벌레, 인도 소녀 툴시
60. 자유로워지기 위한 설명서
인간으로서 우리는 기쁨이나 상처의 가장 복장한 감정들의 안전한 쉼터를 창조하기 위해 영적 의식을 치른다. 그 감정들을 영원히 끌고 다니면서 스스로를 무겁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보관의 의식이 필요하다. [284]
상담에서 말하는 Ritualizing
내게도 꼭 해야 할 의식이 있다. 생각중이다.
61. 시간과 인내심, 신의 은총
62. “다시는 사교계의 꽃이 되지 않으리라”
63. 아쉬람에서의 새로운 임무, ‘안주인’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 혹은 어떤 사람이 되겠다, 라고 거창한 결심을 하고 나면 갑자기 주위 환경이 바뀌면서 우리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290]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신에게 주어진 것과 화해해야 한다.
섹스투스 (피타고라스 학파의 고대 철학자)
“현명한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닮는다.” [291]
64. 신은 네 안에 머문다, 네 모습으로...
65. 아쉬람에서 내 몸에 꼭 맞는 일
66. 어느 목요일 오후, 신과 하나가 되다
비록 찰나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의 단 이 분이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에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행복을 경험한다.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상관없는 완전한 행복.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은총으로 가슴이 설레고, 경이로움으로 벅차오르고, 더할 수 없는 행복이 흘러넘친다. 아무 이유 없이 모든 게 완벽하다. [297]
67. 신을 만났던 그 순간
네가 언제나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303]
68. 마음 깊이, 몸서리쳐지는 행복
69. 내 단어 ‘안테바신’ : 경계에 사는 자
70. 결국 모든 길은 신에게로 통한다
우파니샤드 ‘사람들은 자신의 체질에 따라, 자신이 최고 혹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딸 곧거나, 구부러진 여러 형태의 길을 따라간다. 결국 이 모든 길은 신에게로 통한다. 각기 다른 강물이 하나의 바다로 통합되는 것처럼.’ [311]
난 몇몇 친구들에게서 그들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뭔가를 믿고 싶어하는 갈망을 볼 수 있었다. [313]
71. 명상으로 지새운 인도에서의 마지막 밤
72. 인도를 떠나며 두 편의 시를 남기다
인도네시아 ‘내 몸에 완벽한 사랑을 만나다’
- 균형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
73. 발리 여행, 내 대책 없는 여행 역사상 최고봉
74. 발리 문화의 중심지 우붓에 머물다
75. 인도 주술사, 끄뜻과 재회하다
76. 완벽한 균형의 섬에서 나는 과연 ...
77. 간으로도 웃는 발리식 명상법
78. 주술사 끄뜻 리에르의 인생
가끔은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전구를 켜고, 그림을 그리지. 나를 위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야. [348]
79. 지극히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다
80. 발리: ‘빛나는 얼굴’ 뒤에 감추어진 고통
81. 우주의 건강한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끄뜻의 치료법
82. 오십 년 된 노트를 죽음에서 구해내다
83. 길고 복잡한 인생사를 거친 유데이
84. 나의 별명 ‘라고 프라노’ : 행복한 몸
모든 인간에게는 빛과 어둠의 요소가 공존하고, 어떤 것을 발현시킬지, 선인지 악인지를 결정하는 건 개인에게 달렸다.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은 인간들이 자기 내면에서 선한 균형을 이루는데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374]
85. 자전거를 타고가다 버스와 충돌하다
86. 전통에서 이탈한 치료사 와얀
87. 행복은 개인적 노력의 결과
그녀(작가의 구루)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행복을 일종의 행운, 운이 좋은 사람에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행복은 그런 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행복은 개인적 노력의 결과다. 행복을 얻기 위해 싸우고, 노력하고, 주장하고, 때로는 행복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기도 해야 한다. 자기 행복의 발현을 위해 무자비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 행복의 상태에 도달했으면, 그것을 유지하는 걸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행복을 향해 영원히 헤엄쳐가고, 행복 위에 떠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면의 만족감은 쉽게 새어나가 버릴 것이다. 고통에 처했을 때 기도하는 건 너무 쉽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기도하는 건 봉인 작업과 같다. 우리의 영혼이 그 좋은 성취물을 꼭 붙들고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387]
88. 내게 정말 남자가 필요할까?
89. 오랜만에 파티를 즐기다
90. “더 이상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91. 딱한 처지에 놓인 와얀
92. 스스로를 돕고자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을 돕게 된다
93. 펠리페에게 마음이 가다
철없는 바보들만이 섹스와 로맨스에 자신있는 법이야.
두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데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줄 알아?
사랑은 언제나 복잡한 거야. [412]
94. 내게 로맨스가 다시 찾아올까?
95. 세계의 여러 손길로 지어질 와얀의 집
96. 결혼하고 싶은 남성상이 있으면 본인이 그런 사람이 되어야 ...
어떤 남자가 당신의 인생에 등장해 다시 모든 걸 빼앗아갈까 두려운 거지. 난 그러지 않을 거야. ... 우리가 서로에게서 그 무엇도 빼앗지 않기를 바래. [424]
상대가 가진 최상의 모습만 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감정적으로 그 최상의 잠재력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경향까지 있었다. 남자 그 자체보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잠재력과 사랑에 빠진 적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후에는 남자가 스스로의 위대함을 꽃피우기를 기다리며 오랫동안(때로는 지나치게 오래) 그 관계에 매달렸다. 로맨스에 있어서 나는 수차례 내 낙관주의의 희생자였다.
나는 사랑과 희망에만 사로잡혀 결혼의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별로 의논도 하지 않은 채 어린 나이에 서둘러 결혼했다. 아무도 내 결혼에 대해 충고해주지 않았다. [425]
가부장제도가 해체될 때(마땅히 그래야 했지만) 그것을 대체할 만한 또 다른 형태의 보호책이 생겨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다른 시대였다면 우리 아버지가 물어봤음직한 그런 까다로운 질문들을 난 내 청혼자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난 여러 번 사랑에 날 던져버렸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그 과정에서 가끔은 농장도 줘버렸다. 내가 진정으로 자율적인 여성이었다면, 난 내 보호자의 역할을 맡았어야 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여성들에게 자신이 언제나 결혼하고 싶은 남성상이 있다면 본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유명한 충고를 남겼다. 내가 최근에 깨달은 바로는 난 내 남편뿐 아니라 내 아버지도 되어야 한다. [426]
97. 펠리페의 사랑을 받아들이다
98. 발리를 횡단하는 미국식 자동차 여행
99. 내 몸에 완벽하게 편안한 펠리페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내가 이토록 낱낱이 벗겨지고, 까발려지고, 펼쳐지고, 내던져진 적이 없다.
남녀간의 육체 행위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가지 사실은 두 사람 사이의 성적 경험을 관장하는 특정한 자연의 법칙들이 있다는 것이다. 중력이 타협의 대상이 아니듯이 이 법칙들 또한 조금치의 양보가 없다. 누군가의 몸에 육체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39]
100. 사랑에 빠져 가끔씩 균형을 잃는 게 균형 잡힌 인생의 과정
“사랑에 빠져 가끔씩 균형을 잃는 게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인걸.” [445]
101. 와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102.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발리식 생일 파티
103. 발리인들에게 있어 땅은 경제적 관념 그 이상이다
104. 사랑은 언제나 세상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
그들이 철저히, 영원히 포기해버린 그것은 바로 야망이다. [466]
105. 신에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기를 위한 예식
106. 와얀의 집을 구하기 위한 거짓말
107. 길리메노 섬에서의 완벽한 열흘간의 휴식
요가의 현자들은 인간사의 모든 고통은 기쁨과 마찬가지로 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정의하는 말을 만들고, 이 말들은 거기에 수반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감정은 끈에 묶인 개처럼 우리 주위를 맴돈다. 우리는 스스로의 만트라에 빠져들고(나는 실패자다... 나는 외롭다.... 나는 실패자다.... 나는 외롭다.... ), 그 만트라의 기념비가 된다. 따라서 한동안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며, 말에 의해 숨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질식할 듯한 만트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485]
108. 행복하고, 건강하며, 균형잡힌 삶
감사의 글
* 내가 저자라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우리나라에서 2007년 11월 발간된 이래, 2011년까지 17쇄를 찍은 베스트셀러였는데 그동안 이 주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지라-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해 ‘사랑’을 읽기에는 매일의 삶이 너무 바빴다는 약간은 어설픈 변명- 미처 알지 못했다. 결혼과 관계에 대한 주제를 정하고 책을 추천받아보니, 한 분이 당연한 듯 ‘이 책은 이미 읽어보셨죠?’ 묻는다.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책인 <결혼해도 괜찮아>도 괜찮다 한다. 두 책을 연달아 읽어보니 우선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동시에 폭과 깊이에서 한계가 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재미있게 끌어나가는 솜씨는 대단하다. 특히 첫 번째 책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선호되는 플랫인 여행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여행에세이 안에 자신의 특이한 경험을 녹여내고 있다. 여행한 세 나라가 적당한 정도로 신선하며, 또 너무 낯설지도 않아서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세 나라를 ‘쾌락’, ‘신앙추구’, ‘균형’이라는 세 주제를 묶고 각각 36개씩의 짧은 이야기를 배치한 구성도 참신하다. 특히 ‘쾌락, 영성, 균형’ 세 가지 주제는 많은 현대인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통된 관심사였다. 이런 형식, 소재, 주제 등 탄탄한 흡입요소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또 영화로도 흥행하게 하는 주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잡지 기자와 작가로 쌓은 저자의 실력이 느껴졌다. 반면에 두 번째 책인 <결혼해도 괜찮아>는 첫 책에 비해 심플한 구조-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결혼-를 보완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눈물겹다. 스테파니 쿤츠와 낸시 코트 등 ‘결혼’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책들을 인용하고, 여행지의 소수민족이나 비서구적 민족을 찾아다니고, 자기 주변 사람들의 결혼이야기를 수집하고... ‘결혼’에 대해 인문학적 접근과 함께 자신과 가계 분석을 통해 결혼에 대한 자신의 무의식을 분석하는 등 심리적 통찰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의 노력은 일정부분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으로 보이지만 책 자체의 흡인력은 전작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처음 가볍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독자로서 재미있었지만 ‘내가 작가라면’이란 시각으로 책을 두 책을 비교해 보면서 얻은 생각들이 더 큰 수확이었다. 물론 그 후에 저자가 본문 중 언급한 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덧붙여 신앙에 대해 막연히 맴돌던 생각이 아주 약간 더 구체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