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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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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1일 10시 0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김애란

1980년 인천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2003년 같은 작품으로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2005년 단편 「달려라, 아비」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달려라, 아비」는 작가 특유의 독자적 언어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가난한 자의 진정한 주체성과 자율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포함한 아홉 작품이 같은 해 소설집 『달려라, 아비』로 묶여 출간되었다. 2007년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를 출간하였으며, 이 책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억척스럽게 살아온 어머니를 그린 단편 「칼자국」으로 2008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했다.

『침이 고인다』는 2009년 신동엽창작상과 만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짧은 창작 기간 동안 중요 문학상을 수상한 기록이 보여주듯 김애란은 2000년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김애란은 기존의 여성 작가들의 작법에서 탈피하여 작중 인물들이 여자, 혹은 남자로서 겪게 되는 고난을 배제한다. 그로 인해 그들은 성적 차별로 인한 특별한 상황 때문에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징적인 성격화의 방법을 통해 김애란 특유의 명랑성을 이끌어 낸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많은 작품들에서 다루고 있는 ‘아버지’의 형상이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대부분 무능한 존재들인데, 이들의 무능은 기존의 소설들처럼 산업화의 거친 물살에 휩쓸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무능하다기보다 차라리 성격적으로 싱거운 존재들이다. 작중의 ‘다음 세대’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부채의식을 가지기보다는 자신들이 아버지를 버렸다고 자부한다. 이렇듯 김애란은 새롭지 않은 사소한 소재들에서 사소하지 않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감수성과 함께, 화려한 수식어니 관념적 묘사를 배제하고 짧은 호흡을 구사하는 문장으로 인해 평자와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사전>

신기한 일이다. 한참을 미뤄두다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아 책을 들었는데 바로 어제 그녀의 북콘서트가 있었다고 한다. 따근따근하게도 오늘 오전에 그 현장을 스케치한 기사가 올라와 있다.

[북데일리] 문학계에 불고 있는 '김애란 신드롬'은 뜨거웠다.

소설가 김애란이 9일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문학을 노래하는 '북밴'(Book-band)과 함께 북 콘서트 행사에 참여, 100여 명의 대학생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올해 서른한살의 김애란은 지난 6월 발표한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2011)이 문단의 호평과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출간 5개월 만에 판매부수 16만부 기록이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애란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행사장에는 여대생들이 과반수 이상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김애란은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동기생 고재귀씨와 10년 열애 끝에 결혼, 다시 한번 화제를 뿌렸다. 이와 관련 그녀는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연애와 결부시키면서 특유의 솔직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22살에 만난 오빠(남편)가 글 쓰는 애란이가 좋다, 글 안 쓰는 애란이는 매력없다, 글 잘 써서 사귀는 거'라고 했어요. 좋아하는 사내한테 잘 보이고 싶은 허영이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작가와의 대화 중, 한 남학생이 남편과의 공동작업(희곡)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애란은 대학생들에게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절묘한 비유를 곁들여 답을 내놨다.

그녀는 "희곡이 잘생기고 근사하지만 어려워서 사귀자고 말 못하고 동경하는 대학 선배라면, 소설은 말이 잘 통해서 친구로 지냈는데 어쩌다가 CC(캠퍼스 커플)가 된 대학 동기 같은 느낌"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애란의 재치에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살 소년 한아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애란은 "작년에 1년동안 계간지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보통 작가한테 상상력은 마감이라고 하는데 연재 기회가 있어서 완성할 수 있었다. 중간에 펑크내고 이민이나 갈까 생각한 적 있지만 마무리를 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애란은 이어 "감당할 수 없는 소재들이 많았다. 제가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 것도, 아이를 낳아본 것도 아니어서 막막했다. 그래서 열심히 상상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알지 못했거나 만지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소재를 정하고 나서도 조심스러워 많이 뒤척였다. 처음부터 이 아이를 사랑해야지 하고 다가간 게 아니라 주저하다가 만나게 된 인물이라 더 고맙다"고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애란은 대학생들에게 "너무 빤해서 시시하게 들리겠지만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저도 세상에 궁금한 게 너무나 많은데 왜 책을 봐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성공해야만 기분이 좋아지는 게임과 달리 문학은 거기 있는 인물들이 실패해도 독자는 도박에서 모두 잃었지만 뭔가 딴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또 불안하고 흔들릴 때 자책하지 말고 나의 두려움은 나의 진지함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북 콘서트에서 문학밴드 '북밴'이 김애란의 소설 <달려라, 아비>와 <두근두근 내 인생>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김애란은 북밴의 '달려라, 아비'를 듣고 "제가 쓴 소설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다. 특히 '시작을 묻지 않는 파도'라는 문장을 훔치고 싶다. 악보를 봤는데 코드가 수학기호처럼 아름답다. 내가 뭘 했다고 이런 지복을 누리나 싶다. 소설가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화답했다. 현재 김애란은 결혼식 후 신혼여행도 미룬 채 내년초 출간될 새 단편집을 집필 중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프롤로그

1부

1

나 자꾸 가슴이 떨려요......가슴이 아프도록 뛰어요......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이러다 죽을 것만 같은데......도무지 멈출 수가 없어요 33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져나오는’ 거란 걸 어머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어머니가 본 꽃은, 짐승은, 곤충은 대부분 제 몸보다 작은 껍질을 찢고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그동안 많이 참아 왔다는 듯,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웃음처럼, 야유처럼, 박수처럼. 펑!펑! 44 _ 그러니 누구라서 '터져나오는' 그것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2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50

당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언젠가 내게 제 발로 걸어와 ‘나야......’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넬 터였다. 마치 인생의 중요한 교훈들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나중에야 도착하듯 말이다 52

사람이 오랫동안 혼자 있게 됨, 뜻밖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무엇 무엇 해야지’라는 결심이 아니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그러고 있더라고 깨닫는 식으로 말이다 53

“언젠가 아빠가 너무너무 외로울 대, 이 세상이 무섭고 막막한 태평양처럼 느껴질 때 말이에요”

“응”

“그때 제가 아빠의 호랑이가 되어드릴께요.” 55

여러 사람의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나도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56

어른들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와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정보가 섞여 영화처럼 재생된 거였다 57

완전한 거짓말도 사실도 아닌 무엇이 57

3

“나도 궁금해. 궁금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 그러니까......”

“응.”

“잠 좀 자자.” 62

미숙한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경험할수록 성숙해지는 부모......어딘지 원인과 결과가 바뀐 것 같지만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가장 어리게 사고할수록 가장 지혜로워지는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났으니 말이다 63

남들한테 곧잘 미안해하는 놈치고 가족한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치를 본 적이 없어서였다 67

시골사람들의 관계에는 애정이란 말이 생기기 전의 애정, 관심이란 말이 생기기 전의 관심 같은 게 건강하게 스며 있었다 71

4

몇 달간 하루 한 장씩, 또 어느 때는 한두 줄씩 쉬엄쉬엄 글을 써왔다. 무얼 쓰고 있는지, 또 그걸 어찌할지는 아직 비밀이지만, 일단 내년 생일 때까지 원고를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75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고 궁리하는 건 나의 오랜 습관 중의 하나였다 75

이제 막 한 존재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 피로와 슬픔, 그리고 자부가 묘하게 엉겨 있었다 78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5

대수가 꿈이 없어 반했던 게 아니라 꿈이 없는 척하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던 거 같아. 그냥 걔 속에도 내게 있는 것과 비슷한 장롱이 하나 있는 것 같아서 87

아마 누군가한테 처음 하는 얘기였을걸? 88

6

이야기를 짓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사람과 장소와 시간을 고루 살피며 문장까지 신경써야 하는 게 만만치 않아서였다. 처음에는 그저 소박하게 ‘과거에 일어난 일을 그대로 기록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건데, 막상 쓰다보니 더 재밌게, 또 맛깔나게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글쓰기는 매순간 결정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걸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야기는 중간중간 자주 멈췃다. 그럴 때면 홀로 북극에 버려진 펭귄이 된 기분이 들었다. 참으로 막막하고 무시무시한 순간이었다 89_ 후~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다행이다...다행이다....

7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도 없다는 거였다 96

내게 피부가 있다는 걸, 심장과 간, 근육이 있다는 걸 매번 상기해야 하는 건 고단한 일이다. 육체와 정신이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해도, 가끔은 반드시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연인들처럼, 혹은 사이좋은 부부들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97

8

9

2부

1

한번에 한 사람이 된다는 건 충분히 좋은 일 129 _ 여러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괴로워하지 말자. 그냥 한번에 제대로 된 한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일이라지 않는가?

‘늙음’에 데인 것처럼 134

2

고통이 생각을 갉아먹고 있었다 142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143 _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더 고통스러운 거겠지...T.T

3

사람들이 직시할 수 있을 정도의 불행 150

인간만큼 자기 얘기 듣길 좋아하는 동물도 없다던데, 이런 이야기라면 정말 몇날 며칠이고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53

사실, 나를 낳은 이후, 누굴 제대로 이겨본 적 없는 아버지였다 156

예전엔 어린애들을 보면 그냥 애구나 했는데, 낳고 보니까, 저만큼 키우는 데 얼마나 씻기로 입히고 먹였을지, 얼마나 혼났을지가 다 보이더라고요 158

말을 걸고 싶었던 거지. 얼마나 부르고 싶었겠어, 자기 애 이름을 159 _T.T

중요한 건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오늘 너는 그걸 해냈어 162

무심한 척, 쿨한 척 대답하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괜찮은 아이란 걸 보여주려고 애썼다 163

4

내가 모르는 이들에게 나를 보여준다는 게 언짢기도 했다 167

고통은 사랑만큼 쉽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170 ★

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그건 정말 어려운 일 같거든요 170

5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요......사라질 것 같은 사람이래요 177

웃다 지친 사람은 더 약해집니다 181

부모가 되는 즉시, 제 삶이 평범해지고 말 것 같았으니까요. 이십대만 해도 제가 뭔가 더 특별한 사람이 될 거란 기대 속에서 살았는데, 이제 나는 그냥 ‘엄마’밖에 될 수 없겠구나, 그걸로 끝이겠구나 싶어 불안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시시하게 살 사람이 아닌데 하고요. 하지만 첫애를 보고 나서 제가 스스로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182 _ 아직 엄마가 아닌 작가의 한계가 느껴진다. 가보지 않은 영역이니 이정도로까지 상상을 해냈다는 것을 대견해야 해야 하는 거겠지?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는 걸까? 공짜가 없는 이 세상에, 가끔은 교환이 아니라 손해를 바라고, 그러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또 왜 존재하는 걸까 182 _ 내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은 다름아닌 내가 이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속한다는 거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누구보다 ‘영악한’ 인격체라고 알고 있던 내가 도대체 왜 빠지면 빠질수록 손해인 게임에 들어가지 못해서 이리 안달하는 걸까? 참....

그 산들은 너무 높아서, 고도별로 다른 꽃이 핀다고. 같은 시간, 한 공간 안에서 절대 살 수 없는 식물들이 공존한다고 말야 184 _ 나 역시 단순하기엔 너무 높은 산인걸까?

첫 음이 시작되기 전의 고요와는 또 다른,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의 정적이 주위에 내려 앉았다 186

‘혼자 오래 있어본 사람의 시간 187

겁이 났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어쩌면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에.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겐......자격이 없어 보였다 188

3부

1

하염없이 안정만 취하고 앉아 있다가는 정말이지 어느 순간 미치고 펄쩍 뛰는 ‘절대불안정’ 상태가 될 것 같아서였다 193

눈뜨면 다시 시작되는 고통에 잠을 자기 싫다고 떼쓰는 아기 194

만족이 임계점을 넘으면 만족이 아니라 감탄이 되니까 197

관념적이고 현학적인테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198

내 안에 여러 가지 욕망이 섞여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그걸 다 빼고, 어떻게 나를 설명한단 말인가? 그래도 정말 괜찮단 말인가? 198

2

자랑하는 거야, 벌벌 떨면서. 살아 있다고 재는 거지. 내가 좀 놀아봐서 알아 206

지금이 아니면 다신 물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더 성급해지고 경솔해져도 좋을 것 같았다 208

늙을 사람 210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까, 그게 다 여자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걸어온 것 뿐이더라...그러니까 쓸데없이 지도같은 거 그리느라 힘 빼지 마라. 그거 다 헛수고야 214 _ ‘여자’ 대신 ‘운명’을 끼워 넣어도 무리없는 문장..

3

명백한 구애, 명백한 노력처럼 보이는 표현은 안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떤 여지 같은 것은 남기고 싶었다. 들키기 위해 숨어 있는 ‘틀린 그림’처럼. 부정이 아닌 시치미가, 긍정이 아닌 너스레가, 들꽃처럼 곳곳에 심겨 있길 바랐다 217

정념은 민폐야. 어디서든 항상 문제를 일으키지 219 _ 그러나 정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서 왔단 말인가?

새삼 허락없이 다가와 마음을 흔들어놓은 그애가 원망스러웠다219

나는 네가 무언가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했어...난 알아. 네가 그것을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뛰어넘었는지 220

‘하느님께서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시는 이유는 내게서 뭔가 빼앗아가실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하지만 그게 선물인지 시험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221

네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거 같아 223

총명함을 숨기는 건 무지를 숨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 223

나는 예전에 ‘행복’이란 단어를 쓰면 멍청해지는 기분이었어. 그런데 요즘에는 그것도 용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그걸 가지려고 해. 하느님이 그걸 선뜻 내줄지는 모르겠지만 227

딱히 뭐라 이름부를 수 있는 사이는 아니라도, 그저 얘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다 233

그애가 가른 여백 233

4

5

건강을 낭비하고, 건강을 하대하며, 방탕하게 살아보고 싶어. 그리고 많은 사람 앞에서 아주 크게 웃으며 나의 행복을 자랑할거야 244

실제 입맞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내가 내 입술을 슬며시 빨아본 적도 있다 250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적어도 그렇게 둘 이상이 있어야 하고, 받는 사람이 최소한 자기가 무얼 받았는지 알아차려야만 가능한 일이 바로 ‘소통’이었다 251

6

사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7

문장의 리듬감을 이용해 반복과 차이를 주었더니 글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나는 내가 그 아이나 부모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59

우리 서로에게 궁금했던 걸 하나씩 물어보면 어떨까? 기회는 한 번, 그리고 누구도 화내지 않기 263

엄마는 아마 행복했던 모양이야. 겁이 많아진 걸 보면 265 _ 음...

네겐 너보다 더 아픈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닐까. 네 인사에 대꾸조차 안하려고 했었지. 핳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만일 네게 그게 필요하다면 나는 그걸 주고 싶다고. 왜냐하면 나는 네가 좋고, 가진 것이 별로 없으니까 267

마음을 속였더니 단박에 몸이 알아채더라 267

가져본 걸 그리워하는 사람과 갖지 못한 걸 상상하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불행한지 모르겠어 269

네가 기본나빠하지 않고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늘 네가 하는 말을, 내가 하는 말인 양 듣고 있거든 270

처음 보는 예쁜 단어 271

어쨌든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 272

4부

1

모든 것이 해결되고 분명해졌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기분 284

2

쉴 새 없이 방출됐다. 마당 위에 햇빛이 끓듯 바깥에서 말이 끓었다 289

나는 그애가 더 이상 그애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떨렸다 289

3

내가 언제 안 아픈 적 있어요? 293

편안하고 쓸데없는 대화였다 294

새삼 아무 얘기나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니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294

세상은 참......살아 있는 것 투성이구나. 그지?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297

앞으로는 뭔가 잃어버릴 일만 남았겠구나 하고 말이야 299

4

나는 늘 내가 가진 사전을 고쳐쓰고 싶었다. 그때그때 나이와 경험에 맞게 305

놀라움인지 노여움인지, 반가움인지 서러움인지 모를 떨림이었다 307

5

나는 어떤 내기에도 너를 걸지 않아 315

보고 싶을 거예요 322 _ T.T

에필로그

두근두근 그 여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건 따로 있는데, 왜 엉뚱한 데 힘을 기울여야 하나 알 수 없어서였다 330

자기가 되고 싶은 자기 330

‘어떻게 살 것인가.’

아버지는 고뇌했다. 그러곤 잡생각에 시달리는 자신이 못마땅해 혼잣말을 했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래. 시간이......” 333

아버지를 불안하게 하는 건, 아버지가 뭐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모든 게 그대로 끝나버릴 것 같아 아무것도 안하고만 싶었다 333

기도란 그렇게 입이 없는 것들 앞에서 해야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335

그즈음, 어머니는 뭔가 되려 하는 참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게 뭔지 몰랐다. 조금 더 노래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은 스스로 노래 그 자체가 되어도 좋을 것 같은데, 어머니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37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움직이라고. 너도 너의 삶을 살라고 337

몹시 늙어 사는 것의 황홀함을 아는 고목의 정력 338

단지 누군가 자신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단 사실만으로 자신이 귀한 사람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345

“이 고장 남자랑은 안해. 절대로 안해......”

그러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격렬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351

3. ‘내가 저자라면’

우성오빠에게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땐 ‘80년생이 인생을 알면 얼마나 알겠어?’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인생을 모르기는 75년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싶어 웃었다. 그리고 따라온 또 하나의 생각. ‘조로증’은 꼭 육체에만 생기는 병일까? 열일곱살짜리 영혼을 팔십 노인의 몸에 담아가지고 사는 아름이가 있다면 그 반대 경우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물론 아름이가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온 서른네살적 자기 모습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듯 그녀 역시 놓치고 지나간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식을 통해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새로 살면서 점점 더 지혜로워지듯 그녀 또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낼 세월에 버무려질 다양한 경험들과 함께 더더욱 충실해지리라 믿는다.

더불어 “기존의 여성 작가들의 작법에서 탈피하여 작중 인물들이 여자, 혹은 남자로서 겪게 되는 고난을 배제한다. 그로 인해 그들은 성적 차별로 인한 특별한 상황 때문에 좌절하지 않는다. ”라는 평가에 대한 나의 생각. 음..내가 만약 결혼 전 그 어느 시점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어떤 작가가 되었을까? 내가 미혼의 20대가 아닌 기혼의 30대에 작가로 부화한 이유는 뭘까? 좌절감에 물들지 않은 경쾌하고 명랑한 그녀의 문체가 몹시 탐나면서도 그 명랑함을 취하려고 나를 깨어나게 한 ‘좌절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글이라면 아직 좌절할 기회가 없었던 그녀가 나보다는 훨씬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을테니까.

어둡고 무거운 글이 싫다구? 그럼 일상에 더 많은 희망을 배치하고 발굴해내자. ‘밝고 명랑한 글’은 밝고 명랑한 사람만 쓸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밝음과 명랑함은 내 안의 그늘에서 도망치는 방식으로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답이 있게 마련이라는 진실을 기억하자. 주어진 답이 없다면 까짓거 내가 만들어내면 되는 거 아니겠니? 물론 내 생애에 다 풀고 가지 못하는 문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야? 어차피 우리는 역사라는 이어달리기의 중간 주자인 거잖아? 내 자신이 골라인에 들어서는 희열을 누리지 못할 게 뻔하다고 해서, 앞주자들 때문에 내가 아무리 잘해도 선두에 설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내 몫의 경주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겠니?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래서 삶은 더 짜릿한 것일테고. 내가 할 일은 앞선 주자들의 패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내가 뛰어야 할 트랙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내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선의 성과를 창출할 방법을 고안해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다. 아름이가 턱밑까지 차오른 죽음에 지지 않고 최선의 자기가 되기를 멈추지 않았듯이. 희망은 불씨이다. 불씨가 살아 있는 한은, 그것 비록 희미하다 할지라도 결코 어두운 게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글 또한 그럴 것이다. 걱정할 것 없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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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1.11 10:11:35 *.1.160.2
우성오빠! 드뎌 리뷰했어요.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셔서 고마워요.
다시한번 오빠 '센서'의 탁월함이 입증된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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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1.11.11 18:33:57 *.169.218.37
언니. 두근두근 내인생이 좋았다면. 김애란의 단편집 침이 고인다와 달려라 아비도 읽어봐요.
나도 두근두근 읽고 좋아서 단편집들을 읽었는데 나는 오히려 단편집들이 더 좋더라구요. ^^
또, 윤성희 소설들도 읽어봐요.
김애란이 우울하고 어두운 바닥의 이야기를 명랑하고 밝게 [표현]했다면.
윤성희는 우울하고 어두운 바닥의 이야기를 [내용] 자체를 밝고 명랑하게 만들어버려요.
뭐. 소설을 즑겨 읽지도 않는 내가 소설가를 논할 처지는 못됩니다만. ㅋㅋㅋㅋㅋ
최근에 윤성희 소설을 읽었거든요. (감기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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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11.12 12:31:37 *.30.254.21
뎀뵤..!
왜 전화도 안 받니?
출간까지는 잠수?
독하다..ㅎ

감기..나도...읽어볼께....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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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1.14 07:33:37 *.1.160.2
알쪄!! 읽어볼께!!  ^^
그나저나 김애란 인터뷰기사 읽음서 네 생각했다.
뎀뵤도 '글쓰는 뎀뵤가 젤 이쁘다'며 신혼여행쯤은 가뿐히 연기해줄 그런 남자 만나야 할텐데.
오지랍넓이가 기네스북감이라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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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11.12 12:27:52 *.34.224.87
묙아..
이태리 남자에게, 깊게 생각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격렬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
그 문장 참 맘에 든다.

최선을 다한 정직한 삶..
내일의 걱정을 오늘 땡겨하지 말기..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기...
멋지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굳이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격렬하게 살아가기...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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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1.14 07:58:32 *.1.160.2
'멋지고 행복한 삶' 이라..
뭐 별 거 있겠어요?
생명이 '터져나오는' 거람 삶 역시 그런 거 아닐까요?
세상에 보내진 다른 많은 생명들처럼
내 몸으로 '터져나온 이 녀석' 역시 귀하고 소중한 삶이라는 걸 잊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고, 또 멋진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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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아니양산
2011.11.13 20:39:00 *.76.174.125
미옥!
소설은 어때요?
소설을 써도 좋을것 같아요..
리뷰도 참 좋네요..깔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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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1.14 08:08:25 *.1.160.2
소설! 심히 땡기는 장르죠. ㅎㅎ
리뷰도 제가 참 좋아하는 놀이구요.
아마 언젠간 이 모든 요소가 한 그릇에 섞여 버무려지는 날이 오겠죠?
어쩌면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


우산아니양산님!!
이젠 그 '산'은 던져버리셔도 좋지 않을까요?
'비'든 '햇살'이든 맞아내실 준비가 충분히 되신듯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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