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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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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8일 00시 02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1954 9 6일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출생했다. 결혼 전 이름은 Cara Carleton Sneed로 법학자인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세계 곳곳을 옮겨 다니며 학교를 다녔다. 1976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역사와 철학 전공) 1980년 메릴랜드대 MBA 1989 MIT MBA를 거쳤다. 1980 25세의 나이로 AT&T 장비부문인 네트워크 시스템 영업직으로 입사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도록 재기 발랄한 두뇌라는 평가와 함께 발군의 비즈니스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국, 대만, 일본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합작사업을 훌륭히 성사시키고 덩치만 비대했던 가전산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후 피오리나는 35세에 AT&T 네트워크 부문 최초의 여성임원에 오르고 40세엔 북미 영업 담당 이사로 승진하는 기록을 세워나갔다. 1996 AT&T는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통신장비 부문을 분할시키기로 했으며 피오리나를 새 회사 창립준비팀에 전격 발탁했다. 이 때 피오리나는 기업분사를 성공적으로 주도했으며 96 4월 루슨트테크놀로지를 AT&T로부터 분사시키면서 올린 30억 달러의 수입은 당시로서는 기업공개 분야에서 최고 액수였다. 이후 피오리나는 루슨트테크놀로지의 글로벌 서비스 부문 책임자로 일했고 루슨트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전체의 60%)을 올리는 이 부문의 대표를 맡으면서 그녀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때 루슨트 주가는 12배 정도 올랐다.

 

1999년 휴렛팩커드(HP)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되었으며, 2001년 컴팩을 인수합병하여 합병된 회사의 CEO를 맡게 되었다. 남편 프랭크 피오리나는 아내가 HP CEO가 되자 유능한 아내를 돕기 위해 회사를 사직하고 집안 일을 맡기도 하여 화자게 되었다. 피오리나는 1998년부터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인 50 1위에 뽑혀왔다. 그러나 2005 2월 회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사임했다. 피오리는 2002년 주주와 중역들의 거센 반발을 무릎쓰고 강행한 컴팩 인수와 이후 주가 하락, 미래 전략을 둘러싼 이사회와의 이견 때문에 사실상 축출되었다. 그녀는 실적부진으로 물러났는데도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100만 달러(246억원)의 퇴직수당과 2000만 달러( 235억원)의 스톡옵션)

 

그 후 그녀는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컴패니(TSMC) 사외이사로 재직하다가 유방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으며 유방암에서 회복된 후, 정계 진출을 결심하였다. 그는 공화당의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고 선출되어 2010 11월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였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사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2855

네이버 인물정보

http://people.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txc&where=people_profile&ie=utf8&query=%EC%B9%BC%EB%A6%AC%20%ED%94%BC%EC%98%A4%EB%A6%AC%EB%82%98&os=165274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C%B9%BC%EB%A6%AC_%ED%94%BC%EC%98%A4%EB%A6%AC%EB%82%98

 

[참고기사]

패한 뒤 더욱 빛나는 칼리 피오리나

| 기사입력 2008-08-25 13:35

 

지난 42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때 실리콘밸리의 여제(女帝)로 불렸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휼릿패커드(HP) 최고경영자가 ‘백악관 경영’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공화당 선거 캠프에서 경제참모 겸 후원금 모금 총책을 담당하는 피오리나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유력한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피오리나의 근황을 듣지 못했다. 그녀가 2005 2 HP에서 갑자기 쫓겨났을 때 공식적으로는 전격 사임이었지만 실제로는 해고였다. 그것은 도전과 변화, 성취의 아이콘이었던 칼리 피오리나의 철저한 패배였다. 세상 인심이란 게 성취에는 관대하지만 실패에는 인색한 법. 그녀는 점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혔고 그녀의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가 CEO로 재직했던 5년은 사람들 머릿속에 재앙의 기간으로 인식되었다. 그녀는 대대적인 합병과 대량해고,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체제개편 등을 통해 HP를 지옥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그러한 조치들은 모두 허사로 끝났다. HP의 주가와 실적은 여전히 바닥을 기는 듯했다. 그러나 요즘 구조조정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며 수익이 향상되고 있어 명예회복 분위기도 일어난다고 한다.

 

실패한 뒤 더 아름다워진 여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필자는 칼리 피오리나의 성공 스토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녀가 해고되고 난 후 펴낸 자서전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해냄)을 읽으면서 필자는 그녀의 성공이 아닌 실패 이야기에 매료됐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해고라는 치욕 이후 그녀가 자신의 비참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낼 생각을 하고, 그것을 해냈다는 사실이다. 인생에서 고비와 실패는 누구나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비와 실패 앞에서 얼마나 담대해질 수 있느냐다. 더구나 해고라는 극단적인 패배를 당할 경우, 많은 사람은 나락으로 빠지기 일쑤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내공’은 아무나 가지는 게 아니다. 칼리에게 배울 점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칼리는 삶이라는 여정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준다. 치열함과 성실함, 열정과 때로는 뻔뻔스러움까지. 그녀는 직장 생활에서 자신을 분노케 했던 수많은 남자의 실명을 자서전에 적고 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문화적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상대방한테 명예훼손으로 소송당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녀의 놀라운 차분함과 치밀함에 냉기가 느껴질 정도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한 준비

 

칼리의 삶은 미국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 특히 비즈니스 업계에서 여성으로 성공하는 과정의 지난함을 보여준다. 많은 대목에서 한국의 일하는 여성이 갖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칼리는 여성 이전에 미국 사회 리더가 양성되는 과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우선 자원봉사다. 그녀는 고등학교 자원봉사를 통해 만난 정신지체아 소년에게서 타인과 소통하는 기술을 배웠다고 말한다. 고교 시절 ‘케니스’라는 이름을 가진 다섯 살 정신지체아 소년을 가르쳤던 그녀는 케니스에게 ‘눈(eye)’과 ’귀(ear)’를 구분해 말하도록 가르치는 데 무려 6주가 걸렸다고 토로한다. 마침내 케니스가 비슷하게나마 두 단어를 말하게 된 순간, 칼리는 케니스를 껴안고 승리감에 도취했다. 그 후 케니스는 칼리를 볼 때마다 운동장에서 “눈! !”하고 소리 치곤 했다.

 

케니스와의 인연은 대학에 입학해서도 내내 이어진다. 대학 시절 크리스마스를 맞아 고향에 갈 때마다 칼리는 케니스를 일부러 찾아가 만났다. 케니스 역시 그녀를 잊지 않고 반가워했다. 비록 제 이름은 정확하게 말하지 못해도 칼리를 향해 “눈! !”를 외쳤다고 하니 두 사람의 색다른 우정은 생각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칼리는 케니스와의 의사소통 경험을 통해 ‘타인이 못한다고 믿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서 삶의 환희와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회고한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마이너리티 집단이다. 필자가 피오리나와 케니스의 만남을 특별히 여기는 것은, 좋은 부모 밑에서 명문대학에 들어가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른바 주류적 삶을 살아온 그녀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소수자와 소통함으로써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구분을 넘어서는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리더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화합과 포용’의 덕목을 그녀는 이렇게 어릴 적 ‘특별한’ 소통을 통해 배운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리더란 자기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한마디로 ‘남을 돕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된 것이다.

 

칼리는 언뜻 보면 약점으로 작용했을 상황도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을 통해 장점으로 바꿨다. 어릴 적 이사를 많이 다닌 것도 나중에 리더로서 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대목이 그런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헌법학자였다. 그것도 미국 헌법이 아니라 다른 나라 헌법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주 옮겨 다녀야 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돌연 가나공화국 헌법을 공부해야겠다며 가족을 데리고 가나로 이사 가기도 했다. 그리고 가나 헌법의 세계적 권위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칼리를 비롯한 형제 3명은 자라는 동안 이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여행에 쫓아다니느라 무려 3개 대륙에서 5개의 학교를 전전해야 했다. 칼리는 이런 혹독한(?) 떠돌이 생활을 통해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나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였지만 어느 날 그것이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사람을 사귀어야 했던 경험은 타인의 심리를 재빨리 파악하는 법을 가르쳤을 것이다. 칼리의 무기는 ‘질문과 경청’이었다. “상대방을 알기 위해 질문하는 것 자체가 상대를 존경하는 것이 됨을 어릴 적부터 터득했다. 그리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음으로써 연대감과 결속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부모의 높은 기대가 자식을 채찍질한다는 것도 피오리나의 성장과정을 통해 배울 만한 대목이다. 어릴 적 그녀에게 모범생이 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해준 것은 부모님이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부모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인문학의 힘

 

칼리는 기업 CEO로서 큰 명성을 얻었지만 그것이 본래 꿈은 아니었다. 나중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자퇴할 때까지 그녀는 ‘비즈니스 우먼’을 한 번도 고려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 때 학부 전공은 뜻밖에 ‘철학’이다. 언뜻 보면 그녀의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목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그녀의 삶에서 대학 때 심취한 철학은 여러 고비마다 큰 힘을 주었다. 그녀가 철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고교 시절 읽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었다고 한다. 칼리는 “선택의 힘과 중요성, 정체된 것보다는 이뤄가는 움직임,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신에게 주는 선물이다”라는 뫼르소의 말에 밑줄을 치며 이렇게 속으로 외쳤다. “누구든지 자신의 처지를 선택하지는 못할지언정 그 처지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나 가정환경은 고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이상이 되겠다고 선택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선택을 그만두는 것이야말로 죽어가는 것이다.

 

필자는 이 대목을 읽으며 깊이 공감했다. 살아갈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해석해내는 능력’이다. 우리의 삶이란 제약과 한계 투성이다. 누구에게든 제약과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한다. 그 제약과 한계를 자기의 논리로 해석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인생의 묘미는 바로 그것에 있다고 본다.

 

칼리는 대학 시절 철학자 중에서도 특히 헤겔에 빠졌다. 헤겔이 주창한 정반합(正反合)의 철학, 다시 말해 어느 순간 맞섰던 것처럼 보이는 생각이나 사상이 나중에 화해한다는 상상력은 탁월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나중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마다 어떤 기준에 의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헤겔의 정반합 철학을 정신적 모델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경영서의 저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서슴지 않고 “헤겔” 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칼리는 대학에서 헤겔 공부뿐 아니라 윤리학도 공부하는데 이 역시 나중에 소비자 윤리를 생각하는 각종 의사결정과 행동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논리학 공부 덕분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과정을 학습하면서 “좋은 답 못지않게 좋은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운다.

 

언어마술사가 되기까지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공부 방법이다. 흔히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훈련이 ‘요약하기’라고 한다. 칼리는 토마스 아퀴나스, 베이컨, 아벨라르 같은 중세 철학자들의 걸작을 매주 한 편씩 읽으며 내용을 축약하는 훈련을 통해 핵심을 이해하고 추려내는 비법을 배웠다고 한다. 중세사를 전공할 당시 그녀가 가장 좋아한 수업은 종교 서적을 일주일에 몇백 장씩 읽고 A4 용지 두 장으로 요약하는 것이었다. 칼리는 그것을 “생각이라는 몸에서 지방을 정제하고 의미의 본질에 도달하는 작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퀴나스 베이컨 아벨라르에 대한 지식은 가끔은 쓸모가 있겠지만 요약작업은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재산이 되었다. 피오리나가 후에 유명한 말들을 만들어내며 미국 기업의 대표적인 슬로건 주창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고 한다.

 

칼리 피오리나 평전을 쓴 미국 기자 조지 앤더스는 “ATT에서 그녀가 실제로 판매한 것은 전화교환기가 아니라 진보와 희망이었다. 그것은 말()의 힘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는 언어의 마술사와 같았다. 힘 있고 열정적이며 간단하고 쉬운 언어로 그녀는 고객이나 동료들, 상사들과 열정을 나누며 매년 자신과 그들의 삶을 향상시켰다”고 평한다. 실제로 칼리는 사내 연설문 담당자들이 작성한 원고를 살펴보고 ‘소심함’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면 곧바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녀를 키운 팔할은 ‘교육의 힘’이다. 네 살 때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해 스물두 살에 대학과정을 마칠 때까지 그녀는 온갖 종류의 지식을 접했다. 학창 시절을 회고할 때 그녀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수학과 과학에서는 분석기술을, 음악과 미술에서는 영혼의 양식을, 문학과 철학에서는 정신의 풍요를 얻었다.

 

미래는 없다, 현재가 있을 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녀 인생이 탄탄대로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녀의 대학생활은 혼란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1년 동안 심한 만성피로 증후군에 걸려 시달렸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생의 목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목표는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었다. 희망하는 직업도 소방관에서부터 댄서까지 종횡무진이었다. 스탠퍼드라는 명문대학에 들어갔지만 졸업 이후 별다른 목표가 없었기에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것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법률가가 되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UCLA 법대에 진학한다. 문제는 그녀가 애당초 법학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와 전례’ 위주의 법 공부 때문에 그녀는 매일 심한 두통과 불면에 시달렸다. 주말 내내 잠으로 시간을 때우고 일어나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 느꼈다는 젊은 날의 고민은 이렇다.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그녀는 그 순간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카뮈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퇴를 결심한다. 그녀는 한 학기 만에 로스쿨을 그만두고 취직을 결심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생계가 급했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아무 계획도 없이 학교를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는 구인광고를 보고 첫 직장을 선택했다. 다름 아닌 부동산 중개회사였다. 야심만만한 피오리나로서는 의외의 선택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녀의 덕목은 이때부터 발휘된다. ‘내가 맡은 업무는 사무실 앞에 앉아서 손님들을 접대하고 전화를 받아 연결해주고 문건이 넘어오면 타자를 치는 일이었다. 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업무에 능숙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찮은 업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직장이 있는 게 고마웠고 내게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게 흥미로웠다. (나는) 또 상사에게 사람을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면서 중개사들이 물건을 팔면서 얼마나 흥분하는지, 사람들이 사업을 키우려고 얼마나 헌신하는지 관찰했다. 내가 어떤 태도로 전화를 받는가 하는 간단한 일이 고객들이 우리 회사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그녀는 이 작은 중개업소 경험을 통해 성공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기 위한 밑바닥 경험을 쌓은 셈이다. 남이 하찮게 생각하는 일에서도 재미를 구하고 관찰을 하면서 교훈을 찾았던 경험이 그녀를 결국 대기업 CEO에까지 오르도록 이끈 힘이었음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점이 많다.

‘학교공부는 혼자 하는 작업이었지만 처음으로 팀의 일원이 되어 일하는 기분이 마음에 들었다. 일은 학문적이지도 않고 추상적이지도 않았다. 어떤 일을 하면 다른 일이 벌어졌다. 그 속도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았다. 공동으로 일하고 그들과 담판을 벌이는 게 좋았다. 승리하든 실패하든 함께 하는 동지애가 좋았다. 비즈니스계 사람들을 몰아가는 것은 감정과 자존심보다 사실과 숫자라는 것을 배웠다.

 

훗날 그녀는 ‘성공 비결’을 묻는 후배 여성들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음 일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하나씩은 배울 것이 있답니다.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세요, 일을 맡게 되면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내게 기회를 줄 사람들을 호시탐탐 찾으세요.

실제로 그녀는 부동산 회사에서 그녀의 능력을 높이 산 상사의 권유에 따라 MBA과정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에 입사하는 발판이 된다. ‘상사의 신뢰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그들이 내게서 잠재력을 보았기에 나도 내 안에서 잠재력을 찾기 시작했다.

 

ATT 관리부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맡은 첫 업무도 원주민 부족들에게 장거리 전화 서비스 및 전화장비를 파는 일이었다. 그것은 힘들고 재미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해내겠다’는 일념으로 때로는 매일 부엌식탁에서 새벽 3시까지 주간 예산표를 짜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녀는 중개업소에서 일할 때 회사를 알려면 제품을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영업부가 일을 시작하기에 적합하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었고 그대로 실행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을 판매할 때는 회사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또 타인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아내를 응원하는 남편

 

그녀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할 때 결혼을 했다. 남편은 장차 교수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남편이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자 부동산 회사를 퇴사하고 이탈리아 생활을 시작하면서 살림을 하고 MBA공부도 시작한다. 그녀는 전 과목 A학점으로 졸업했고 ATT에 입사했다. 그런데 일에서 성공할수록 결혼생활은 불행으로 치달았다. 수입이 남편보다 많아지면서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이 생활을 이끌어갔을 때는 아무래도 경제권이 남편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칼리가 성공해 동등한 입장이 되면서 남편이 속을 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은 출장을 간다며 몇 주씩 집을 비우기 일쑤였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일하러 간다며 외출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결국 거짓말로 밝혀졌다. 칼리가 수입의 대부분을 남편에게 맡긴 게 화근이었다.

 

남편에게 실망한 뒤 칼리가 겪는 심적 갈등은 이혼을 고민하는 보통 여자들의 그것과 똑같다.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여겼던 사람이, 신뢰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들이 유능하고 성공한 여자에게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해봤지만 결혼생활에서까지 현실로 드러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나는 ‘지금의 나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라고 믿으며 성장한 사람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어떻게, 나를 그토록 사랑한다던 사람이 내 재능에 분개할 수 있을까?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 시기 칼리는 직장 상사이자 친구인 여성들과 속 깊은 대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고민을 나눴다고 한다. 동료애가 흔들리는 그녀를 다잡은 것이다.

요즘 남자들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부인을 이구동성으로 원하지만, 그런 아내를 얻으려면 먼저 자신이 그런 사람을 아내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진정 자신은 아내를 북돋울 수 있는 남자인가 하는 것이다.

 

지혜롭게 사는 법

 

칼리의 두 번째 남편은 회사 동료였고 능력 있는 칼리를 사로잡은 것은 유머와 따뜻한 마음, 무엇보다 여자를 북돋우는 자세였다. 여자의 능력을 위협이 아니라 짜릿한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남자만이 새로운 시대에 능력 있는 여자를 얻을 자격이 있다. 두 번째 남편은 딸 둘을 둔 이혼남이었음에도 이런 멋진 덕목으로 칼리와 결혼했다. 칼리는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하느님의 계획에 없었다” (칼리의 말). 그러나 지금의 가족으로도 완전하며 서로를 부부로 발견한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일하는 여성이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성적(性的) 소수자로 겪는 비애나 애환은 그야말로 ‘글로벌’이라는 것을 칼리의 경험에서 추정할 수 있다. 칼리는 그와 관련한 많은 에피소드를 자서전에 소개하고 있다. ATT라는 새 회사에서 동분서주하며 일을 배우고 있던 칼리는 무엇보다 상사의 신뢰와 격려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요한 고객을 만나는 자리에 합석하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제야 내가 팀의 일원이 되는구나” 하는 기쁨도 잠시, 만나기로 예정된 전날 그녀는 상사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는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식당으로 정하다보니 데려갈 수 없다는 것. 그 식당이란 다름 아닌 스트립 바였다. 식사 중 속이 비치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식탁으로 올라가 춤을 추는 그런 식당이었다. 그녀는 상사의 말을 듣고 너무 낙심해 여자 화장실 변기에 앉아(필자도 이런 경험 많다!) 곰곰이 생각한다. ‘그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기회를 잃는 것이다. 상사가 안 된다고 한다 해서 그대로 따른다면 나는 그에게 가벼이 보일 수 있다.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일이든 부당한 일이든 문제를 풀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상사의 몫이 아니라 내 몫이다.

 

그녀는 퇴근 시간 무렵, 상사 책상으로 가서 이렇게 말한다. “불편하게 해드리고 싶진 않지만, 저도 내일 식사 자리에 가고 싶네요. 그럼 거기서 뵈어요.” 거의 호통 치다시피 말하고 나오긴 했지만 속마음은 겁이 나서 죽을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가장 보수적(?)인 옷을 골라 입고 서류가방을 방패처럼 들고 거울 앞에 서서 ‘난 커리어 우먼이야’ ‘난 커리어 우먼이야’라고 몇 번 씩 외치며 끊임없는 자기 암시를 하고 집을 나섰다. 클럽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른 이상하기 짝이 없는 표정과 옷차림으로 클럽에 들어서자 모두의 눈이 칼리에게 쏠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예약석을 찾아 앉은 칼리는 오로지 클라이언트만 상대했다. 상대방 회사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고 테이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시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상사는 ‘예상대로’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진토닉을 들이켜면서 아가씨들을 계속 불러대며 테이블에서 춤추게 했다. 마침내 한 아가씨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죄송해요. (칼리를 눈으로 가리키며) 이 숙녀분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는 춤을 못 추겠어요”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뜨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칼리는 댄서가 사라진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객에게 ATT 제품을 열심히 홍보한 후 상사를 남겨두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음날 사무실에선 칼리의 무용담이 삽시간에 퍼져 있었다. ‘칼리가 당차게 행동했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준 덕분에 상사는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칼리는 클럽에서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그녀의 지혜로운 모습이다. 장애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넘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듯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장애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넘었다. 자기도 피해를 보지 않고 더구나 상대방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중요한 거래처 임원과의 만남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남자가 계속 칼리의 사생활에 관해 질문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직업이 뭔지,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는지, 그 남자는 남자들에게는 전혀 묻지 않은 질문을 칼리에게 계속 해댔다.

 

상대방의 편견을 깨뜨리려면

 

처음에는 잘 참아내던 칼리도 결국 냉정을 잃었다.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 뒤 주차장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났다. 바로 집으로 갈까 생각했지만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 거래처 사람은 칼리에게 미적지근하게 사과했다. 그날 밤 칼리는 퉁퉁 부은 눈으로 잠자리에 누워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남이 한 생각이나 말 때문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짐으로 떠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특히 그렇다.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혼자 다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니다.” 그녀는 일 때문에 만난 클라이언트가 비즈니스에는 관심이 없고 여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거래를 포기했지만 다음날 그 클라이언트가 “칼리와 멋진 잠자리를 했다”는 소문을 퍼뜨린 질 나쁜 경험까지 있다.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하면서도 그녀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만이 복수”라는 생각으로 일에 몰두했다.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경쟁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것도 제법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내가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했다. 희롱당하고 유혹당한 적도 있다. 그들의 편견을 당사자인 내가 나서서 깨뜨리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에게 존중받지 못한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는 것만이 답이다.” 그녀는 나중에 ATT 사장이 되어서까지 “늙은 여자들은 너무 감정적이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승진하기 위해 상사와 잠자리를 했다”는 마타도어까지 감수해야 했다. 남성 CEO들이 직원을 해고하면 ‘단호하다’고 칭찬받았을 일을 여성이었기 때문에 ‘보복인사’라는 딱지가 붙는 억울함도 당했다고 한다.

 

칼리는 이런 산전수전(?)을 겪으며 나름대로 일하는 여성의 전형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건대 “여성의 최대 약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으려고 노력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특히 여성은 상대에게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날이 갈수록 ‘사랑받는 것보다 존중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깨닫게 된다.

 

회사 내의 권력투쟁

 

어떤 여자들은 섹시하고 연약한 여성적 매력으로 남성의 환심을 사려고도 한다. 물론 이것은 때로 약()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독()이다.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기 원칙을 지키는 여성이라면 사랑보다 존중을 받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회사의 정치는 실제 정치처럼 권력을 기반으로 한다. 누가 권력을 잃느냐, 누가 권력을 원하느냐, 누가 권력을 획득하느냐. 우리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직급과 직위가 그 사람의 인품과 비례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단코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자기만 아는 철저한 에고이스트, 권력을 갖기 위해 인품이나 자존심을 내팽개칠수록 성공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 더 맞다.

 

“어떤 직위에 앉아 있든 사람은 사람이다. 그런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나는 이 사실을 깨닫고 상당히 놀랐다. 상사가 언제나 가장 잘 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사실로 인해 권한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자라면서 배운 것, 즉 ‘사람의 가치는 직위나 직책이 아니라 됨됨이와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관리자들이 일 잘하는 부하보다 대하기 편한 부하들을 챙기는 데 더 열심인 것은 미국 사회라고 다르지 않다. 언젠가 칼리는, 성과 면에서는 자기가 앞섰는데 인사고과에서 연줄이 뛰어난(물론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동료에게 밀리는 불이익을 당할 뻔한 상황에 놓인다. 상사는 칼리를 있지도 않은 일로 모함해 다른 사람을 두둔한 것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그녀는 성큼성큼 상사 책상으로 다가가 버티고 서서 이렇게 묻는다.

 

“제가 매니저 님 밑에서 일할 때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당혹) 아니, 왜 그래?

“제가 다른 사람의 성과를 가로챘다고 생각하셨나요?

“아니야.

“확실합니까? 그런 생각을 하셨다면 진작 저한테 말해주셨어야죠.

“아니라고, 칼리. 정말이야. 자네는 우리 부서 최고의 고객 회계 주임이었는 걸. 자네도 잘 알 텐데.

“그럼 다시는 다른 말 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제 뒤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거든, 내 면전에 대고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 일은 그 상사의 윗선인 관리 책임자가 칼리를 찾아와 사과하는 일로 결말이 났다.

 

직장에서 칼리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란 부지기수다. 이럴 때 과연 공격적으로 투쟁할 것인지, 참을 것인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글쎄, 답은 없다. 어떤 땐 참아야 하고 어떤 땐 싸워야 한다. 다만 칼리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뒷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으름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면 협박이라도 해서 밀고 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말버릇이 험한 사람은 아주 많다. 비즈니스계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 모욕적인 행동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예의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당당하게 서라. 할 수만 있다면 혼자 서라”

 

21세기는 누구라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불의와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오늘날의 리더십은 지위나 돈, 권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리더십은 성별이나 피부색과 관계가 없다. 육체적인 재능이나 출신과도 관계가 없다. 적절한 지원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선도할 수 있다. 리더란 다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진 리더십을 알아보고 협동력과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칼리는 이렇게 말한다. “리더가 할 일은 부하 직원들의 가치를 더하는 것이지, 직원들을 지배하거나 공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잘 돌아갈 때 직원들은 리더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직접 가서 그들에게 도움 줄 부분을 찾아야 한다. 직원들은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지 못해 결국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리더의 일이란 바로 그 원인을 찾는 일이다. 의사가 증상만 진단하는 게 아니라 질병 자체를 치료하듯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성공한 ‘여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비즈니스계의 여성이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 내가 성공한 여성일 수 있었던 것은 남성들이 나를 묵살하도록 용납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필요하면 그들에게 도전했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했다. 그리고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서 나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여성의 능력에 회의적이던 남자들이 나로 인해 그 생각을 바꾸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나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여성들을 격려하고 기회를 줬다. 이런 게 진정한 페미니즘의 승리 아닌가?”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편견과 장애,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전진 전진하고 있을 수많은 일하는 여성이여, 힘든 순간이라면 칼리가 힘들 때마다 외쳤다는 좌우명을 되뇌어보자. “당당하게 서라. 할 수 있다면 혼자 서라. 자신이 옳다면 승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허문명 동아일보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262&aid=000000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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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과정에 참여하면서 두 번째로 만난 여성 기업가 칼리 피오리나. 자기 사업을 했던 아니타 로딕과는 달리 칼리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자신의 자리를 잡아 나갔다. 그녀의 자서전을 읽으며 예전에 내가 커다란 조직의 부속품이었던 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 역시 일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황당한 일도 많이 겪었다. 첫 직장에서 멋모르고 따라간 단란주점에서 늘씬하고 예쁜 언니들의 보살핌(?)을 받았던 일도 있었고 쓸데없이 나대지 말라는 어느 선배 동료의 말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했던 적도 있었다. 남자직원들과 힘겨운 기싸움에 기운이 빠질 때도 있었고 못 마시는 술을 먹고 변기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밤도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면서는 어떠했나? 그녀의 자서전에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고단한 삶이 묻어 나오지 않는 점은 너무나 아쉬웠다. 칼리는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겪지도 않았고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 점이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칼리 피오리나는 HP에서 물러난 이후 정계 진출을 노리고 있는 듯 하다. 최근 유방암도 극복했다고 한다.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길, 그래서 많은 여성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길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P22 부모님에게 성공은 명성과 재력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성공의 기준은 개인의 품성과 인격이었다. 우리가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성품은 모든 것이었고, 성품이란 솔직함과 고결함과 진정성으로 정의되었다. 솔직함은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었고, 고결함은 원칙을 지키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진정성은 믿는 것을 아는 것, 본래 모습대로 되는 것, 그 둘을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내 정신이나 성격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으리란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다.

 

P26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

 

P28 사람들과 문화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런 차이는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넓히는 것으로 메울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나는 높은 기대치의 힘을 경험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면 많이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두려움과 결핍감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것을 알았다. 살면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에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본보기가 되어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변화가 어렵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번 이탈이나 상실과 함께 큰 모험이 찾아왔다. 질문하고 대답을 드는 효과를 깨달았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가르쳐줄 것이 있으며 나눠주고 싶어하니까. 그러므로 나는 대단한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31 카뮈의 이방인은 철학이 행동하도록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기로 한 어느 남자의 이야기였다. 선택의 힘과 중요성, 정체된 것보다는 이루어가는 움직임, 이런 것들은 내게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 심오한 사상이었다.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자신의 처지를 선택하지는 못해도, 그 처지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 신분은 고를 수 없더라도, 그 이상이 되겠다고 선택할 수는 있다. 선택을 그만두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

è  이 대목에서 빅터 프랭클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P32 역사란 사람들에 대한 것이고, 변화를 이루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이 역사를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영감을 받아서 새 길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를 이끄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è  그렇다. 어쩌면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일 것이다. 또한 아무리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역사는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P35 요즘의 젊은 여성과 대화할 수 있다면, 마음을 가볍게 하라고 말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매사가 내게는 심각한 일로 보였다.

 

포기는 실패였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버텨야 했다.

è  나 역시 작년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 이런 생각을 했었다. 포기는 실패며 버티는 놈이 이긴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서 버텨야 하는가?

 

어느 주말 집에 다니러 갔다. 난 혼란에 빠졌다. 드라마틱하게 들리겠지만,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몸은 몇 달간의 두통을 통해 내게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훤히 그려진다.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법대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의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è  직장을 그만두기 1년 전부터 몸은 내게 신호를 보내왔다. 새로운 삶을 찾으라고. 이건 네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고. 나는 지금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는 나의 길을 찾을 것일까?

 

P36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P41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 마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을 찾으라.

è  많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하는 말이다.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상사의 신뢰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게서 잠재력을 보았기에, 나도 내 안에서 잠재력을 찾기 시작했다.

 

P45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

 

P46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손자병법)

 

P48 리더가 할 일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P58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것을 믿어야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의 도전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P60 신이 한쪽 문을 닫을 때는 다른 문을 열어주기 마련이다.

 

P75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

 

P78 나는 이번에도 일을 시작할 때마다 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내 밑에 일하게 된 팀원을 만나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P85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상사가 책임을 더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도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

 

난 그때까지 사랑을 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누구나 사랑 받고 싶어하지만 특히 여성은 상대방에게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그날 나는 가끔은 사랑 받는 것보다 존중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P86 뒷감당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으름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일은 협박이라도 해서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P89 캐럴, 영혼을 팔 수는 없어요. 압박감 때문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말아요. 당신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질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요. 당신이 영혼을 팔면 누구도 보답해 줄 수가 없어요.

 

P90 내가 직장에서 영혼이란 말을 입 밖에 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성공에 대한 압박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나 자신과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곤 했다. 그날 나는 자기가 삶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지위나 회사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è  나 역시 많이 고민했던 문제였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나는 패배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만 두었지만 전투에서 패배해 돌아오는 패잔병 같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람의 지위와 소속으로 많은 것을 평가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삶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에 집착하는 것 같다.

 

P106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많을 거야.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 역시 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P109 어떤 직업이든 상대의 말이 그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것을 놓쳤을 때 그 결과는 언제나 참혹했다.

 

P110 결국 여러 차례 나를 버티게 해준 것들에 의존해야 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나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팀원들, 우리가 당면한 현실, 모든 사건에 대비해서 부지런히 준비했다는 자신감, 누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끈기

 

P118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다. 또 멀리 앞을 내다보는 게 아니라 한발자국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때도 있다. 바로 이때가 당장 해야 되는 일에만 집중할 뿐, 다음에 일어날 일에는 마음 쓰지 말아야 할 경우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오직 한 사람만, 그리고 그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이미 터득했다. 또 때로는 한 번에 한발자국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P122 게임이론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예상하고 설명하려는 양에 관한 이론이다. 이론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그럴 거라고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P125 가장 심오한 경험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읽은 일이었다. 원칙을 버리라는 엄청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을 버리지 않은 결과 고립과 추방에 직면하게 된다.

 

P127 슬론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들은 전형적은 A형 타입(긴장하고 성급하며 경쟁적인 것이 특징인 사람들)의 성과를 중요시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목표와 성과에 몰두했다. 우리는 대단한 호사였던, 이를테면 인생에서 삶의 속도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바꿀 수 있는 갑작스런 휴식기 같은 1년을 방금 마무리한 사람들이었다.

è  나 역시 A형 타입이며 지금 1년의 휴식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휴식기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가? 앞으로 뭘할지 고민하느라 이 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휴식기에도 성과를 내기 위해 나 자신을 몰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임을. 그 길을 따라서 옮기는 걸음걸음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P135 비즈니스, 정치, 때로는 인생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그 일의 실제 본질이 아닌 권력이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런 양상이 훤히 들어나고, 어떤 때는 파악하기가 몹시 힘들 뿐이다.

 

P136 어디선가 분노는 자제할 때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분노를 사용하라, 터뜨리지 말고그래서 분노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잭이 말을 하는 중간에 나는 손으로 탁자를 꽝 쳤다. “그만 됐어요, ! 그만하면 충분하다고요!” 그는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입을 다물었다.

è  분노를 터뜨리지 말고 사용하라는 말을 분노에 휘둘리지 말고 그 감정을 파괴적이 아닌 생산적으로 사용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P138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말을 6번은 들어야 한다문외한은 변화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P141 기업은 크고 추상적인 실체이다. 사람들은 기업과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기업을 대표하고 자원을 투입해서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사람들은 신뢰하고 존경하는 이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미국에서는 신뢰가 세세한 법적 계약을 통해서 쌓일 것이다. 존경은 힘들고 오래 끄는 협상들을 통해서 생기며, 양측은 그 협상을 통해 상대가 자기 입장을 얼마나 강력하게 방어하는지 배운다. 이탈리아에서는 인생에서 좋은 일들을 함께 즐기면서 체면을 적절히 지키는 시간을 통해서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P147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P149 낙담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뭔가 포기할 마음을 먹으려면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날씬한 몸매를 얻을 수 있다면 초콜릿을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늘 해온 일(그것은 자유와 가능성을 의미했다)을 포기할 마음을 갖게 하려면, 보답을 줘야 했다. 뭔가는 더 흥분되는 미래와 그것을 성취하겠다는 자신감이었다. 흥분과 자신감은 감정적인 상태이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보충 설명을 해도, 그것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P160 비즈니스에서 정말 시너지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본사에 물어보면 안 된다.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물어서도 안 된다. 영업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안다. 고객들이 정말로 돈을 더 쓸 의향이 있거나 계약 건이 더 발생한다면, 그것은 시너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너지는 없는 것이다. 거래처와 매일 이야기하는 영업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진짜 답을 얻을 수 있다.

 

P163 리더가 할 일은 가치를 더하는 것이지, 직원들을 방해하거나 지배하거나 공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잘 돌아갈 때, 직원들은 리더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다. 그러므로 직접 가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부분을 찾아야 한다. 때로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직원들은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고 그 결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 원인을 찾아서 접근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의사의 할 일이 드러나는 증후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질병 자체를 치료하려는 것이듯이 말이다.

 

P164 사람들은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기 때문에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지해 버린다. 열망의 부족은 과신에서 나온다. 어떤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속단하고 노력을 멈춘다. 이런 열망의 부족은 패배주의에서 비롯된다.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때마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상황이 되고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P166 조직원 전원이 따라나서야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다수만 있으면 변화는 일어난다.

 

P167 목표에 못 미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끈기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너무 일찍 포기할 수 없어서 밀고 나가기도 한다. 재미난 일이 곁들여지고 누군가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 경우, 꾸준히 밀고 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P173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잘 아는 불만스러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우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변하며, 그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개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181 부하 직원들을 대신해 리더들이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리더는 부하 직원들이 결정하도록 허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모든 이가 결정을 내리고, 어디서 앞장서고 어디서 쫓아가야 될지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절차를 만드는 게 리더의 소임인 경우도 있다.

 

P190 전략을 선택과 관계가 있다. 실행은 선택한 것들이 작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전략과 실행은 동전의 양면이다. 전략을 튼튼했지만, 주도하는 팀은 실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합작 회사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했다.

 

P194 나는 돈으로 사는 것들을 즐기고, 그것들을 산다. 회사에서 고용자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 급여라는 것도 인정한다. 또 내가 경쟁력 있는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돈으로 내 마음을 살 수는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선택하는 일에 있다. 내게는 열정이 부단히 노력하게 만들어 준다.

 

P203 순위를 정한 명단은 비즈니스를 테니스나 골프, 축구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여성끼리의 승진 사다리나 팀, 그리고 남성팀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남성들과는 경쟁할 수 없으니 여성끼리 경쟁해야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남성 50’과 같은 명단 따위는 없다.

è  동의한다. 여자만 따로 뽑아 순위를 매기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칼리는 자신이 여자임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며 일을 했던 것 같다.

 

P204 내가 비즈니스계의 여성이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었다. 내 커리어 전체에서 내가 성공한 여성이었던 것은, 남성들이 나를 묵살하도록 용납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필요하면 그들에게 도전했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했다. 또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서 나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으로 내 자리를 만들어 왔다. 그 길을 오면서 나로 인해 몇몇 남성은 여성들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을 바꾸었다. 덕분에 그들은 다른 여성들을 격려하고 기회를 주었다.

 

P209 나는 생의 마지막에 어머니가 용기를 내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나 자신을 찾았다. 어머니가 무엇을 선택하고 감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내가 겁내던 것을 이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두려움들은 모두 하찮아 보였다.

 

P232 조직의 역량을 평가는 것도 리더의 임무 중 하나다. 리더가 조직을 과소평가하면, 조식의 업무 수행력은 떨어진다. 리더가 조직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면, 조직은 리더를 실망시킨다. 리더가 할 일은 정확히 평가하고, 기술과 팀과 자신감을 키워 조직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P238 내가 유리 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자, 그 말이 신문의 머리기사가 되었다. 화제를 바꾸려고 애쓰려던 것뿐이었다.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었다. 여성들에게 장애와 편견이 많아도, 꿈을 성취하지 못하게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없다고 말해 주려던 것이었다. 한계나 불평등에 갇히기보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때 더 큰 성취를 이룬다는 내 경험을 되새기려고 한 말이었다.

 

P240 사람들은 흔히 나를 성이 아닌 칼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내가 너무 야심이 많아서자녀를 갖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는 특히 마음 아팠다. 사람들은 전업주부라는 부정확한 묘사로 프랭크의 커리어를 비롯해 우리 가정과 지역사회에 쏟은 그의 기여를 무시했다.

è  그녀가 많은 루머에 마음을 다쳤다는 사실이 이 구절에서 보인다.

 

P241 난 늘 해야 될 일을 추진하는 용기를 직원들에게서 배웠다. 회사는 그들의 것이다. 이사회나 창업주들이나 그 가족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HP의 사람들이 HP이다. CEO로서 내가 할 일은 새로운 자신감과 포부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나 본인이 아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HP가 다른 사람들이 파악하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직원과 자산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한때 대단했으나 지금은 허우적대는 회사의 변혁을 이끄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P250 처음 몇 달간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루는 이것이 회사의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è  그녀는 직원들의 이런 태도를 일에 대한 열정 부족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 같다.

 

P255 마찬가지로 전략과 포부’ ‘구조와 과정’ ‘보상과 평가’ ‘문화와 행동이 서로 아울러 작용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더 약해지고 비효율적이 될 것이다.

 

P262 운영상의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잘못이다.

è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전략이 문제인가, 운영이 문제인가? 운영이 잘 안 된다면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전략이 완벽하다면 운영에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P264 전략은 자금과 사람과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 선택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나는 HP방식에 깔린 고유한 회사 목표와 가치는 멋진 균형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목표는 이윤과 과정을 모두 강조했다. 가치는 팀원크와 책임을 강조했다. 균형은 리더십의 기술이며, 리더들은 독주를 거부해야 한다. 리더는 여러 목표들의 평행 상태야말로 지속적으로 실적을 거두는 열쇠임을 깨달아야 한다.

 

P266 변화를 이루려면 인내심과 긴박감 사이의 적정한 균형이 필요하다.

 

P275 그래요, 우리는 실수를 할 겁니다. 나도 실수를 할 거고 여러분도 실수하겠지요.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의적절하게 불완전한 결정을 내려서 시행하는 것이 너무 늦게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실수는 저지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실수에서 배워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

 

P291 휴렛팩커드의 원래 회사 목표 중에는 사회의 향상은 몇몇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공유할 책임이다라는 항목이 있다. 데이브 팩커드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목적이 이윤이라고 오해한다. 이윤은 다른 목적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è  데이브 팩커드는 아니타 로딕의 기업 설립 이념과 일맥상통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P301 ‘명령과 통제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틀을 만들고 사람들을 풀어놓으라라는 명제를 채택했다. 리더가 할 일은 그를 따르는 직원들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고, 그들이 일하는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P302 내 경험으로 볼 때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리더십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배우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모든 관리자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P304 나는 CEO가 분기별 수익을 관리하거나 주가를 관리해야 된다고 믿지 않는다. CEO의 임무는 회사를 관리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 필요한 능력을 키우며,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뛰어나고 책임감 있으며 윤리적인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회사를 잘 경영해 나가야 한다. 주가는 저절로 조정되어야 하며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된다.

 

P333 이틀 후, 우리는 모두 휴식이 필요했다. 우리는 몇 달간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압박감에 시달렸고, 마지막 며칠은 정말이지 힘겨웠다. 감정을 발산할 필요가 있었다. (중략)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웃을 거리는 있는 법이다. 웃음을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므로, 힘든 시기에는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또 사람들은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면, 결속하기 시작한다.

 

P346 증인성에 선 첫날, 나는 참을성 있고 공손했다. 거기 앉아 있자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깨달음이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인 동기가 되기도 했다. 운영 계획을 되풀이해서 개선하는 것은, 사업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목표를 세운 날부터 성과가 나오는 날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처리 방식과 결국 이해한 일처리 방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è  서문에 이 책을 쓴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칼리는 여기에 동기를 밝혀놓았다.

 

P356 핵심을 이해하고 뽑아낼 수 있지만, 그것은 먼저 모든 세부 사항을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훌륭한 선생님은 특별한 부분까지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직원들이 실제로 운용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이해해야만,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직원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P358 가치관은 규칙이 명확치 않고 안내자가 없을 때 사람들의 행동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다. 목적과 수치는 달성해야 하는 일이고, 가치관은 그런 일들을 해내는 방법이다.

 

 

P406 나는 아주 오랫동안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 줄곧 회사 생각만 했다.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그 생활이 끝나버렸다.

 

P407 나는 당장 다른 일자리를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받았다. 멋지고 마음이 가는 기회도 많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일부에서는 내게 난투극에 당장 뛰어들라고 조언했다. 더 현명한 조언은, 시간을 갖고 삶을 재발견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멈추고 되돌아보는 쪽을 선택했다.

è  현명한 조언에 동의한다. 아주 열심히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라면 특히 삶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P410 인생은 항상 공정하지 않다. 나는 말 그대로 빅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완수했다. 실수도 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와 내가 믿는 것에 내주었다. 나는 힘든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수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 영혼을 잃었다는 슬픔을 없었다.

 

3. 내가 저자라면

 

칼리 피오리나의 사진이 전면에 박힌 그녀의 자서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아니타 로딕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궁금했다. 그런데 철의 여인처럼 보이는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들은 의외였다. 그녀는 겁이 났다’ ‘무서웠다’ ‘울고 싶었다라는 표현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남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부당하게 대우받았던 사례들을 세세히 묘사해 두었다. 그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도 똑같이 힘들었지만 그것들을 이겨내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간 것이다.

 

내가 나의 직장생활에 대한 자서전을 쓰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녀처럼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기술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 있었던 일들, 그리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마 쓰게 되면 글쓰기가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머릿속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사람들과 상황들이 글을 통해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조직에서 일했던 때가 생생히 떠올랐다. 그녀가 스트립 바에서 고객을 만나고 바지 춤에 양말을 넣은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힘겨움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마 그 짓(?)을 하고 나서 기진맥진 했을 것이다. 기싸움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출산과 육아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한 것이 유감스럽다. 또한 전업주부나 다름없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조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 또한 칼리에게는 축복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녀가 자서전을 쓴 이유가 서문에 명확이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입으로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수많은 언론의 추측 보도와 왜곡 기사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자세히 자기 입으로 말해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녀는 여성기업인이 아닌 기업인으로 평가 받길 원했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에 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하드웨어적인 면의 오류였다. 10페이지 가량이 중복 인쇄, 제본되어 있었고 오타는 적었으나 활자의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는 서른 개의 장이 시간대별로 병렬식으로 정렬되어 있다. 자서전이란 형식이라서 그렇게 했겠지만 그 틀을 깨고 주제별로 제목을 달고 글을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자서전을 쓰고 싶어졌다. 나도 그녀처럼 부모님 이야기부터 시작해 어린시절, 학창시절, 사랑과 결혼, 출산과 육아, 직장 생활 순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안식년 기간을 나는 어떻게 기술할까? 그리고 그 이후의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인생이 흥미진진한 한 권의 책같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내 인생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나 또한 칼리 피오리나처럼 실수를 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힘든 선택을 하겠지만 결과에 책임을 지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내 영혼을 누군가를 위해 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남을 위한 삶이 될 테니까, 기쁜 삶이 아닌 슬픈 삶이 될 테니까.

IP *.143.15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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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1.28 15:01:29 *.111.51.110
저자에 대한 조사를 깊게 하셨네요! 멋집니다~!
아마 누님과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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