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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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게시판에는 어떤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안에서 내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기에 오늘은 이렇게 글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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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주문되어 온 책들이 여기저기 굴러 다닌다. 가지고 있는 책장에 책이 넘쳐서 컴퓨터 옆 짜투리 공간에.그리고 내 가방에, 심지어 침대 옆 가장자리에도 책이 굴러 다닌다. 많은 걸 버리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아름다운가게 있을 때 소위 책을 많이 추려냈다. 기증이라는 명목으로 책을 갖다 주기도 하고 주변에 지인들에게 빌려 주고는 애써 안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심 내 안의 독서량 확보에 흐뭇 해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 책 읽기가 버겁다. 주변에 내 지인이나 책 읽기의 달인들이 책 읽기가 너무 힘들다 해서 그 말에 동조를 할 수가 없었는데 요즘 내가 책을 들고 있으면서 이렇게 책 읽기가 힘들구나를 내심 느낀다. 우선 산재되어 있는 일상의 일들 속에서 진득하게 앉아서 책 읽을 수 있는 내 안의 시간과 여유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고.그동안 많이 읽었던 자기계발서를 지양하고 제법 부피가 나가고 무게감이 있는 책들을 골라 읽다 보니 아스피린식의 책 읽기가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돌아다 본다. 이관우의 <책 읽기의 달인, 호머 부커스>에서는 책은 정말 비타민 섭취식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스며들게, 그리고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이다.
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만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라는 책을 요즘 쥐고 있다. 며칠 전까지 손에 쥐고 다녔던 물리학자 장회익의 <공부 도둑>도 쉽게 듬성듬성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노학자의 물리학 관련 이론도 어려웠고, 횡간횡간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역시 쉽게, 편하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독을 하리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읽어서인지 그 페이지 페이지마다 담겨있는 그 내용들이 재미있고, 새로왔다.당연 나를 돌아다 보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다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지독한 지적 호기심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그동안 책 읽기를 통해서 나름으로 풀어가는 자신의 정체성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적어도 월요일 오전까지는 다 읽어야 하는데, 내일 또 대구를 다녀 와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게 쉽게 읽혀질 지 의문이다. 이걸 월요일 오전 중에 마무리 해서 읽지 않으면 월요일 '한 권의 책 쓰기' 과정 수업에서 강사의 이야기가 잘 안 들어 올 수 있어서 당위성을 가지고 읽어야 함이다. 마감 시간을 정해 두고 책을 읽는다는 건 또 다른 긴장감을 주지만 스릴은 있다. 그 스릴을 나는 잘즐기려 한다.
또, 하나 10월 중순쯤에 있을 서울 시청 강의에 즈음하여 노후관련, 은퇴관련 책 몇 권을 더 정독해야 한다. 그 전에 회사에 있으면서 그 관련 책을 어지간히도 탐독을 했지만 그게 어디 지금까지 고스란히 잘 정리되어 있을까? 정리 되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새롭게 읽고 가지 않으면 나는 내 말에 자신감을 못 가질 터, 그래서 또 당위성을 갖고 읽어야 함에 내 시간의 안배를 한다.
평생 읽고 쓰는 일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며 살았었다. 내 나이 마흔이 넘으면 적어도 쓰는 작업이 조금은 쉬워질거라는 위안도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쓰는 것은 버겁고, 읽는 것 조차도 이렇게 허덕거리고 있으니 내 게으름의 소치에 경고장을 보낸다. 조용히 안으로, 안으로 내려앉는 법을 배워야 할 요즘이다. 책 읽는 시간을 좀 더 확보 하는 것과 그리고 그 책을 자신의 언어로 새롭게 정리하는 습관과 그리고 더 많이 쓰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요즘이다.
많이 읽었다고 자만하지 말지어다. 결국 많이 읽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꼼꼼하게 정독했느냐가 더 중요한 요즘이다.
2008.10.3
대전 갈마동 na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