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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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 자신과 대면하여 자신을 알아 가는 과정
남자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간다고 치자. 대한민국에서 실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남자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떳떳히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이며, 그 말을 들은 당사자들은 대체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혼자 놀기’라는 말에서 사람들은 어떤 뉘앙스를 느낄까?
내 경우엔 ‘청승, 궁상맞음, 왕따’ 그런 말들이 떠올랐다. 물론 책 내용과는 상관 없이 떠올린 것들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함께 놀기’를 권장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그 취지야 어떻든 ‘혼자 놀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한 사회에 살면서 ‘난 혼자 놀아’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도 가끔은 혹은 자주 혼자 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혼자 놀기’라는 이름을 굳이 가져다 붙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말해보면 혼자 제대로 잘 놀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성적이었던 탓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항상 어려움이 많았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경을 곤두 세웠고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나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만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였다. 함께 놀기 위해서는 나를 잘 알아야 했다.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30대 중반에 카메라를 처음 구입하여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하나하나 너무도 어색했다. 아주 조그만 카메라였음에도 그것을 들고 무언가를 찍을라치면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나이에 혼자서 무슨 청승이래’
아무도 말하지 않은 얘기가 귓전에 들려왔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얘기를 아무에게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소수이지만 사진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예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풀려가기 시작했다. 사진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나의 모습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인정해 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려갔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었다.
연령대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다 보니 혼자 노는 방식에 온전히 공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그러나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글 속에서 지나온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재발견하는 시간을 책 읽는 내내 가질 수 있었다.
첫 책을 낸 저자에게 조촐하나마 리뷰 하나를 선물하고 싶었다.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혼자놀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시는 재동님의 사진을 잘 구경한 사람입니다.
그림 그리고 음악 그리고 사진...
밤늦은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나목에 걸린 가로등을 보았습니다.
나목의 가지들이 가로등을 향해 거미줄 처럼 둥그럽게 보이더군요.
사진을 찍고 싶더군요. 사진을 찍고 싶은데 사진기는 없고.
아직도 책처럼 소품으로 사진기를 들고 다니기에는 마음이 차지 못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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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하는 여행, 함께 하는 여행, 혼자 하는 놀이, 함께 하는 놀이...
다 나름대로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