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맑은
  • 조회 수 7295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9년 2월 20일 04시 27분 등록

10여년전 문화일보는 '다석 유영모의 사상'이라는 글을 연재했다. 다석의 유일한 제자, 박영호가 그 글을 썼다. 이 칼럼을 묶어서 역시 문화일보에서 책이 나왔다. 내 기억으로는 7권까지 나왔는데, 절판되었다.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영풍에서 구입을 했다. 마침 어느 스님이 이 책을 서서 읽고 있었는데, 갈급하게 생명수를 찾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나를 보고 신기해했다.

지금 생각해도 새삼스러운데, 왜 난 그에게 끌렸는 지 모르겠다. 다석多夕은 저녁 한끼만 먹기에 붙여진 유영모의 호다. '몸나를 버리고, 말씀을 통해 참나로 거듭난다'가 그의 사상의 핵심이다. 유교, 불교, 기독교 사상에 정통하고, 이를 승화시켜 한국적인 철학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대중적으로 알려져있지 않다. 아는 사람만 안다. 기껏해야 함석헌 선생의 스승이라는 정도다.

제자 박영호는 그를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유영모 관련 책을 꾸준히 출간했다. 여의도에 있는 성천문화재단에서는 매주 다석 유영모의 말씀을 중심으로 강연을 한다. 수년전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내 지력으로는 그의 강연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이 나올 때마다 구입했고, 얼마전에는 '다석 유영모 어록'을 샀다. 아마도 그의 말씀이 내 삶에 흐르기를 기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따라서 1일 1식을 실천한 적이 있다. 이틀 지나서, 못 먹었던 분까지 폭식해버렸다. 때 되면, 먹는 밥이지만, 먹는 낙이 없다고 한다면 삶에 절망한다. 배고픔 보다, 그 심심함을 견딜 수가 없다.  나뿐 아니라, 다석 유영모를 아는 사람은 1일 1식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다. 1일 2식까지는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왜 이런 노력을 하는가? 

나는 그랬다. 삶은 휘몰아치기에, 밥을 덜먹어서 좀 더 영적 존재가 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펼쳐본 그의 말씀은 여전히 순수하고 독창적이다. 다석 어록은 YMCA 연경반에서 다석이 강연할 때 필사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 순수하고 힘이 있기에 반세기가 지나서 나에게까지 왔다. 글을 읽다보면, 정신없이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 있는 것 같다.


'신은 나의 머리가 신과 함께 구름 위로 솟나기를 원하지만, 발은 굳건히 땅을 밟고 있기를 바란다'_어디선가 본 글.

'세속과 영성'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잡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상태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깨어있음'인가?

IP *.128.114.2

프로필 이미지
2009.02.20 07:19:35 *.212.21.111
마지막 질문은 인간이라면 가지는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답은 어떤 답이 정답이라 할수 없기에 자신이 끊임없이 배우고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토대로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지 않는가 생각을 해봅니다. 글을 통해 내 안에 또다른 물결이 생긴다는것은 행복입니다. 좋은 생각의 물결 주어서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90680
78 현실과 허구, 환타지를 잘 버무려준 김려령의 "너를 봤어" 한 명석 2013.08.04 4456
77 정유정의 < 28 >, 소름끼치는 리얼리티 [3] 한 명석 2013.08.14 6743
76 [그림책] 병사와 소녀 -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file 한정화 2013.08.15 4397
75 그리스 비극을 읽는 기본지식 연지원 2013.09.16 5670
74 그리스 고전 문학 '단숨에' 읽기 연지원 2013.09.16 5369
73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한 명석 2013.09.22 4477
72 세월이 젊음에게- 구본형과 이병헌 [1] 한 명석 2013.09.22 4663
71 '깊은 인생'을 읽으며 황홀경에 빠지다 한 명석 2013.09.24 4615
70 품격 있는 신화 경영서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1] 15기 김신웅 2013.10.25 4454
69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에게서 구하라” [3] 15기 김신웅 2014.01.26 5148
68 열하일기 - 김종호(10기 연구원 도전자) file [5] 구름에달가듯이 2014.02.07 4451
67 10기 레이스_1주차_열하일기_정수일 file [4] 피울 2014.02.08 4543
66 지적Race) 열하일기_10기 연구원 지원자_류동일 file [1] 류동일 2014.02.10 4601
65 <10기 레이스 1주차 북리뷰> 열하일기 - 이동희 file [1] 희동이 2014.02.10 4518
64 <10기 레이스 1주차 북리뷰> 열하일기_한창훈 file [1] jieumjf 2014.02.10 4544
63 10기 연구원 지적레이스 1차_박윤영 file [1] 녕이~ 2014.02.10 4859
62 [10기] 박지원 열하일기 책 리뷰 file [1] 찰나 2014.02.10 5075
61 <10기 레이스 북리뷰 1주차-조현연>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 file [1] 에움길~ 2014.02.10 5210
60 10기 열하일기 북리뷰_김정은 file [4] 앨리스 2014.02.10 4762
59 10기 레이스 - 북리뷰: 열하일기 - 강종희 file [1] 종종걸음 2014.02.10 4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