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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5일 10시 56분 등록

지금 강을 건너고 있는 사람의 함성 -추천사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일까 ? 어째서 삶이라는 가장 다이나믹한 경기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실황 중계로 즐기는 대신 마치 5:2로 승리한 게임을 녹화하여 재방송 보듯 되돌려 보고 있는 것일까 ? 결말을 알고 있는 게임은 재미 없다. 인생은 늘 격랑이 이는 강물을 건너는 사람의 현재처럼 생생한 것이고 죽기 전까지 반전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이미 성공하여 박제가 된 인생에는 관심이 없다.

좋은 자기 계발서는 그 안에 저자 자신의 끝나지 않는 삶의 활력과 긴장이 팽팽해야 한다. 나는 소설가에게 소설 속의 주인공 같은 삶을 실제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꾸민 이야기로 이 세상을 흥분시키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한 사람이 '세상은 이렇게 사는 것이야' 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장영희 선생이 작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중증장애로 걷지 못했던 그녀는 나이가 들어 거기에 더해 암으로 투병해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를 그녀는 아파했고, 힘들어 했다. 병은 아픈 것이다. 너무도 아픈 것이어서 하이네의 시처럼 '고통없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죽음' 을 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악착같이 하루하루 살아 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조금씩 하루하루 선해졌다고 말한다. 우연히 내가 그녀와 교정에서 마주쳤을 때 그녀는 매우 맑고 큰 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서 그런 모양이다. 자기 계발서는 그런 것이다. 여기저기서 분칠한 유명인사들의 과장된 삶의 편린들을 뜯어 붙여 어설픈 성공의 법칙을 떠벌리는 가짜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책은 한 직장인의 서른 살 이야기다. 그가 아직 성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삶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영원히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가는 어린아이가 인생이라는 밥을 엄마가 먹여 줄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어머니의 인생이 아이의 인생이 아니듯이 성공한 유명 인사의 삶이 내 인생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온 길에서 만난 성난 계류를 건너고 있는 내 또래의 한 인생, 아직 안전한 지대에 이르지 못했고, 얻은 것이 없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한 삶이 힘찬 함성과 고함을 지르며 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 나를 깨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저자가 서른의 나이에 탐색하고 찾아 내려고 애쓴 여기까지의 노력에 자신의 진짜 고민과 통찰을 더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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