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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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부터 1934년까지의 5년간이었다. 나는 뉴욕 주 우드스톡의 작은 오두막에 살면서 그저 책만 파고들었다. 그저 읽고, 또 읽고, 읽으면서 노트 필기를 했다. (……)
그 5년 동안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비록 잠시 동안이라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은 확신하고 있었다. 한 번은 작은 서랍장의 맨 위 서랍 안에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넣어 두고는, 그 돈이 거기 남아 있는 한 아직 빈털터리까지는 아니라고 자위한 적도 있었다. 정말이지 놀라웠다. 나는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았다. 전혀. 정말 재미있었다. 일기를 쓰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써 보았다.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완벽한 삶을 산 것 같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내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맞춰 나타나 주었다. 내가 그 당시에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5년 동안 직업도 없이 지낼 수 있는 삶이었다. 그게 가장 절실했다.
- 조지프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신화와 인생> 중에서
비교종교학자이자 신화 연구가인 조지프 캠벨이 20대 중반의 자기 삶에 대해 회고한 내용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의 20대 중반은 초라했습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직업을 구할 수 없었고, 다 잡은 박사학위를 포기해야 했으며, 가진 재산은 당시로써는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몇 천 달러가 전부였습니다. 책값을 지불하기 어려워 서적상에 부탁해 외상으로 책을 구입해야 했고, 우드스톡에서 임대한 집은 수도시설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는 이 시기에 자신의 소명을 위해 1만 시간을 채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훗날 캠밸 자신도 이 5년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으며, 이 시기에 “기본적인 독서와 공부는 거의 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자유로웠으며 그야말로 경이로웠다”고 덧붙입니다.
저는 두 달 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가난해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쫓을 것이고, 읽고 싶은 모든 것을 읽고, 쓰고 싶은 모든 것을 쓸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은 오직 소명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는 데 용기를 주고 모범으로 삼을 레퍼런스를 보여준 사람이 바로 캠벨입니다. 감히 저를 캠벨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캠벨 속에서 저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가 그랬듯이 저는 저답게 5년을 보낼 겁니다.
잘 안 될 때도 있고 위기도 올 겁니다. 그러면 캠벨의 해준 이야기를 기억할 겁니다. “어느 아메리카 인디언 소년이 입문제의를 행할 때 이런 조언을 얻었다. ‘삶의 길을 가다 보면 커다란 구렁을 보게 될 것이다. 뛰어 넘으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넓진 않으리라.” 뛰어 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러면 거기서 다시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