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승완
  • 조회 수 5921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7월 6일 02시 13분 등록
일체의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게으름을 피워 가며 책을 뒤적이는 자들을 미워한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 이수영 지음, <미래를 창조하는 나>에서 재인용

이 말을 읽고 찌릿했습니다. 며칠 전, 동료 연구원인 승오와 함께 쓴 책의 원고 작업을 끝냈습니다. 이제 1주일 정도 후면 책이 나옵니다. 제게 이 책은 네 번째 책입니다. 저자에게 책은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첫 책은 책쓰기가 뭔지 모르고 썼습니다. 스승님이 곁에서 지도해주시고 동료 연구원인 세나가 제 약점을 보완해주었기에 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여러 연구원들과 서로 즐거움을 전염하고 자극을 촉발하며 썼습니다. 세 번째 책은 마음이 잘 통하는 선배와 몰입하며 거침없이 썼습니다.

세 번째 책의 제목은 <내 인생의 첫 책쓰기>입니다. 이 책을 쓰고 나서야 책쓰기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나니 더 이상 책을 거침없이 쓰기 어려워졌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졌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책을 점점 더 많이 쓰면 조금씩 쉬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정반대였습니다. ‘왜일까?’

이제 알겠습니다. 마음이 묻고 있는 겁니다. ‘나는 피로써 글을 썼는가? 그 글이 바로 나인가? 나도 못하는 것을 쉽게 쓰는 건 아닌가? 글 속에 나의 넋이 있는가?’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마음은 스스로에게 묻고 물었던 겁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졌던 것입니다. <미래를 창조하는 나>에서 이수영 선생님은 니체의 말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글은 안전한 사색의 공간에서 쓰는 게 아니라 처절한 삶의 경험 속에서 써야 한다. 피로 쓴 글, 영혼과 넋의 글은 단순히 고생해서 쓴 글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고유한 자로서의 자신, 그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라는 말이다.”

글을 쓸수록 이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부님은 연구원들에게 종종 “자신의 문제를 풀어내고 해결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런 책에는 저자 자신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 인생의 첫 책쓰기>에서 “자신이 쓴 책의 첫 번째 독자는 늘 자기자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마음은 제게 묻고 있었던 겁니다.

“이 책이 바로 나인가? 나로써 책을 쓰고 있는가?”
IP *.254.238.130

프로필 이미지
수희향
2009.07.07 01:27:06 *.233.20.240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
와... 정말 참 할 말이 없게 하는 문장인데요...

벌써 4번째 책이라뇨, 참으로 추카드려요~ *^^*
아직 한 권의 책도 쓰지 못한 저이지만 "아하~ 그렇겠구나. 그렇게 발전해가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전해집니다.
어쩐지 선배의 글을 점점 더 깊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글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승완
2009.07.07 20:18:34 *.254.238.130
어떤 글이든 한 번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글은 쓴지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한 달에 한편 쓴 적도 있고 태만하게 보낸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온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나다운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건, 그건 참 좋은 것 같아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92073
158 그대가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승완 2009.12.24 5590
157 [7기지원] 1주.신화의 힘 / 조셉캠벨, 빌 모이어스 file [3] [4] 강훈 2011.02.20 5595
156 10기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_김선형 file [2] 찰나 2014.02.24 5640
155 몰입의 즐거움 [2] 나리 2009.06.11 5648
154 <리뷰> 『먼나라 이웃나라13-중국1』-먼나라 거쳐 이웃나라로 ... 구름을벗어난달 2011.04.02 5651
153 나는 걷는 법, 달리는 법, 도약하는 법과 춤추는 법을 배... [10] 승완 2009.07.09 5665
152 [7기도전] <신화의 힘> 저자에 대하여 file [5] 양경수(양갱) 2011.02.19 5669
151 독립성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 에머슨의 『Self-Relian... [1] 현운 2009.11.24 5676
150 <9기 레이스 5주차 프로젝트-조현연> 전투적 책읽기 [3] 에움길~ 2013.03.04 5688
149 <생각의 탄생>을 읽고 [2] [2] 수희향 (박정현) 2009.02.22 5689
148 10기 4주차_괴테와의 대화_김선형 file 찰나 2014.03.03 5707
147 책을 읽으며 나우리 2008.10.22 5709
146 두려움 넘어서기 『도전하라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현운 2009.06.16 5722
145 그리스 비극을 읽는 기본지식 연지원 2013.09.16 5728
144 [그림책] 보이지 않는 소장품 - 등장인물의 소장품에 대한... file 한정화 2011.10.06 5732
143 [9기 레이스 북리뷰 1차 _ 그리스인 이야기(김대수)] file [1] 땠쑤 2013.02.03 5741
142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 [1] 푸른바람 2009.01.28 5750
141 10기 북리뷰 <죽음의 수용소에서> 김정은 file [4] 앨리스 2014.02.17 5753
140 [제8기레이스-3주차 한시미학산책]이길수 [1] [3] 길수 2012.03.05 5760
139 10기 레이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김정은 file [2] 앨리스 2014.02.24 5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