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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0일 00시 10분 등록
 ‘잠(箴)’은 바늘, 곧, 침(鍼)에서 가져온 말이다. 침이란 병든 곳을 치유하거나 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인 만큼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예방하고 반성하며 결점을 보완하려고 짓는 글을 ‘잠’이라고 했다. 또 ‘명(銘)’이란 자신의 곁에 두고 있는 물건들을 면밀히 살펴 그 이름과 용처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 그 기물에 스스로를 반추하며 새기는 글을 말한다.

그렇기에 둘은 모두 거울과 같다. 글을 짓고 곁에 두어서 늘 스스로를 비추고, 자신을 살피며 허물을 짓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가 하면, 이미 지은 허물을 씻어 내어 몸과 마음을 정하게 닦아 흐트러짐 없이 공부를 이루어 도(道)의 경지에 다다르려는 경계의 글인 셈이다.
- 이지누 지음, <관독일기> 중에서


잠명(箴銘)은 자신과 삶을 위한 지침이자 경계의 글입니다. 보통 ‘잠’은 종이에 적고, ‘명’은 늘 곁에 두거나 자주 사용하는 물건에 새깁니다. <관독일기>를 보면 인격과 실력 모두 탁월했던 철인(哲人)들이 잠과 명으로 스스로를 부단히 갈고 닦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재(晦齋)·이언적 선생님은 평생  세 차례 잠명을 지어 성찰의 거울이자 삶의 신조로 삼았다고 합니다. 첫 번째 잠명은 27세가 되는 새해 아침에 지은 ‘원조오잠(元朝五箴)’이고, 두 번째는 30세의 마지막 달에 쓴 ‘입잠(立箴)’입니다. 세 번째 잠명은 ‘자신잠(自新箴)’으로 58세가 되는 새해 아침 유배지에서 지은 것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님은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들에게도 ‘잠’을 주었습니다. 아마 오랜 유배 생활로 자신이 가족을 건사하지 못함을 잠명으로나마 보충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물건에 새기는 ‘명’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님의 장검 두 자루에 새겨져 있는 친필 검명(劍銘)입니다. “석 자 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三尺誓天 山河動色)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一揮掃蕩 血染山河)” 이 검은 전쟁이 한창 중인 1594년 4월에 도검 명장으로 보이는 태귀련(太貴連)과 이무생(李茂生)이 제작한 것입니다. 이 검명을 보면 장군님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임했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두 자루의 칼과 8자의 검명을 보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장군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잠명은 남이 아닌 자신을 경계하고 성찰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도 바늘(箴)로 찌르듯 나를 다잡아주고, 돌에 새긴(銘) 글자처럼 확고한 잠명을 지어보면 어떨까요? 그것을 늘 곁에 두고 아침 밤으로 자신을 밝고 맑게 바로잡아 보면 어떨까요?

<관독일기>에서 제 마음으로 들어온 잠명 중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계곡(谿谷) 장유 선생님의 소잠(小箴)입니다.

거울에 때 끼어 밝지 않아도
원래가 밝지 않은 것이 아닌 만큼
때를 닦아 내면 다시금 밝아지고
물이 흐려서 맑지 않아도
원래 맑지 않은 것이 아닌 만큼
흐린 물 걸러 내면 다시금 맑아지네
그대의 때 벗겨 내고
그대의 흐림 걸러 내면
거울보다 밝고 물보다 맑은 그것
본래 상태 회복하여 참된 삶 지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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