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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7일 00시 14분 등록
나는 앞으로 휴식의 일환으로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서 걸을 것이고 쉬기 위해서 걸을 것이다. 버리기 위해서 떠날 것이고, 힘과 정열을 얻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위대한 정신들을 만날 것이다.
- 구본형 지음, <떠남과 만남> 중에서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저는 길치에다가 지명치입니다. 이런 제 자신을 잘 알기에 ‘나 홀로 하는 여행은 바보 여행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부님의 조언을 받아 여행지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떠남과 만남>을 다시 읽었습니다. 세 번째 완독입니다. 같은 책도 언제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참 다르게 들어옵니다. 여행을 앞에 두고 읽으니 이전과는 다른 부분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여행을 가면서 <떠남과 만남>을 가방에 챙겼습니다. 그리고 각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날 밤이나 가는 차 안에서 다시 읽었습니다. 이렇게 여행지에서 읽으니 이전과는 또 다른 내용이 가슴으로 날아오고, 색다른 감상에 빠졌습니다. ‘여행 중에 책을 읽으면 참 좋구나.’

여행을 하며 숨겨져 있는 나의 얼굴 몇 개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홀로 여행을 다닐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떠나 보니 제가 혼자 떠도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밥 먹고 술 마시시는 게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혼자 먹다 보니 매운탕이나 회 같은 것을 먹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혼자하는 여행을 즐기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에게 감탄했습니다. 저 자신, 한 번도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저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오래 걷고 싶었고 바다를 자주 보고 싶었으며 많은 별을 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바다는 부산에서 이틀 정도 봤고, 별은 흐린 날씨 때문에 구경도 못했습니다. 대신에 역사 속의 인물 몇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란 존재가 여행지에서 유물보다 사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에서는 다산 선생님과 혜장선사, 대흥사에서는 서산대사와 초의선사를 마음에 그렸고,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느꼈습니다. 첫 여행지로 부산을 잡은 이유도 첫 직장의 첫 상사님이 그곳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구나.’

이번 여행을 통해 사부님이 한 달 반의 남도 여행을 담은 책의 제목을 <떠남과 만남>으로 정한 이유를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여행은 ‘떠남과 만남’입니다. 어디서 언제 떠날지, 무엇을 만날지는 여행자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사람을 향해 떠날 것이고 그 사람을 만날 겁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오며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앞으로 혼자 여행을 떠날 것이다. 떠나기 전 그 사람에 대해 연구할 것이고, 떠나서는 온 몸으로 그 사람을 만날 것이다. 돌아온 후에는 그 사람과 나와 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여행이다. 떠나기 전의 나와 떠난 후의 나, 그리고 돌아온 나는 같지 않으리라.”
IP *.255.1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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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9.08.07 20:13:51 *.145.231.93
"떠나기 전의 나와 떠난 후의 나, 그리고 돌아온 나는 같지 않으리라."

그래, 이제 그대는 그런 그가 되지 않겠구나.
기대해도 되겠다.
언젠가 우리들 제일 앞에 서서 길을 이끌고 있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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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8.08 01:34:36 *.255.183.217
형, 두번째 책은 언제 나와요?
한두달 후면 나오겠죠?
형의 두번째 책 출판 기념회를 하고 싶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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