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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30일 16시 54분 등록


얼마 전, M본부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가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약간 머뭇거린다.  컴퓨터 백신 개발자이자 안철수 연구소의 CEO, 학생이자 또 교수.  그는 참 많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그를 지칭할 적당한 이름 찾는 것을 잠시 포기하고, 그냥 “인간” 안철수로 부르리라 마음먹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첫 출연한 안철수의 선택에 사실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더구나 일반 토크쇼나 아침방송이 아닌, 진짜 리얼한 예능 프로에 얼굴을 드민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강호동과 안철수의 얼굴이 동시에 클로즈업 되자 나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엑셀을 밟고 날아갔다. 


 

한 시간 남짓한 방송 시간 동안 나는 그만 안철수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져 들고 말았다.  선한 인상에 한 템포 느린 듯 한 반응, 너무 순수해 이 모진 세상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걱정되기까지 한 안철수의 모습은 시청자인 나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패널들에게도 적지 않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방송 직후 엄청난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인터넷 뉴스에는 온통 “안철수”라는 키워드가 넘쳐 나고, 서점에는 갑자기 철지난 그의 전작들이 가판 위 가장 높은 곳에 전시되었다.  곳곳에서 다시 안철수와 그의 지난 업적들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다.  방송의 힘이 참 막강하다고는 하지만 그저 예능 방송의 순간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가 돌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지난날의 내공과 공력이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늘 높이 안철수라는 인물을 솟아오르게 만든 것이었다. 


조금 더 깊은 얘기를,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낮고 조용한, 약간은 어눌한 어투로 전하는 안철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여기에 시끌벅적한 무릎팍 도사가 아닌, 한 권의 겸손한 책이 우리를 그의 삶 속으로 안내한다.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속에서의 안철수는, 이 시대의 젊은이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지혜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있었다.  담담하고 겸손한 그의 필체는 어떤 과장이나 포장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었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는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도 발전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누구나 쉽게 말 할 수 있지만 자기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그래서 어떤 글을 읽을 때면,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과연 이이는 그의 말대로, 글대로 살고 있나?  얼마 전, 세간을 실망케 했던 어느 유명 건축가의 구속 기사는 그 시기가 안철수의 방송과 겹쳐져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철수는 젊은이들에게 남들이 넘보지 못할 엄청난 천재성이나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결과물에 따른 칭찬과 상(賞)에 대한 기대보다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온전히 성실할 것을 주문한다.  절반의 권리 이전에 절반의 책임에 대해 먼저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 “결정을 내릴 때의 판단기준” 이러한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정해 놓고 나면, 어떤 유혹이나 달콤한 거래가 있어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약간은 어리숙하고, 조금은 답답한 듯 보였지만 결국 안철수의 선택은 그 자신의 고집과 원칙 속에서 영롱한 빛을 발했다.  물론 고집과 원칙만으로 이루어낸 결과는 아니다.

바탕이 된 정확한 지식들, 집요한 연구가 없었다면 태도와 가치관만으로는 이렇듯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없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를 바라보는 오늘날의 우리는 더욱 감동하게 된다.  지식이 한낱 지식(智識) 쪼가리로 머물지 않고, 모두를 살리는 참 지혜(智慧)로 변화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결국 자기 인생의 CEO, 즉 최고경영자라는 문장으로 안철수의 책은 마무리된다.


학생과 교수, 기업가와 발명가라는 이름 모두가 이 말 한 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우리 인생의 최고경영자인 우리 자신은 그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CEO인가.  예능이라는 가벼운 웃음 속에서도 그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고, 다른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 CEO 안철수.  우리의 삶에도 그를 닮은 멋진 CEO가 살고 있기를 바란다.  

IP *.5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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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0 16:58:22 *.51.12.117

한참 전에 올렸어야 할 글인데, 늑장을 부리다 오늘에야 등록합니다.
날은 무척 덥고 텁텁하지만 마음만은 상큼하고 상쾌한 오늘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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