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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6일 00시 11분 등록
비교적 다른 행정관들에 비해 비공개, 비공식 석상에서 대통령님을 뵙고 말씀을 들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똑같았습니다. 공개석상에서 하는 말씀이나 비공개석상에서 하는 말씀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런 말씀은 여기서만 하시고 공개석상에서는 안 하셨으면 좋겠는데’ ‘괜한 시비만 불러올 텐데’ 싶은 말씀도 나중에 공개석상에서 그대로 하셨습니다.

발언에 대한 평가나 시비를 떠나, ‘무대 앞’과 ‘무대 뒤’의 말이 다르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아는, 당신이 접한 그 노무현이 그 노무현입니다.
- 김상철, 전 청와대 행정관
- 유시민, 진중권, 홍세화 외 지음,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에서 재인용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 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씩씩한 남자였다. 스스로에게 당당했고 같은 기준으로 세상을 상대했다. 난 그를 정치인이 아니라, 그렇게 한 사람의 남자로서, 진심으로 좋아했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써 좋아했습니다. 이 분의 삶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정면 승부하는 용기, 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소박함, 강자보다 약자의 편에 서는 마음. 제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분의 삶 자체가 메시지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자, 그의 세련되지 못한 말이나 행동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 삶 그 자체가 가장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에서 어떤 분들은 “정치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이 되어서 왜 권력을 분산시키고, 검찰과 경찰을 자기 권력의 무기로 삼지 않았느냐? 그랬으면 정치개혁이든 어떤 개혁이든 더 강하게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워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노 전 대통령의 신념에 맞지 않습니다. 신념에 철저한 사람은 목적을 위해 신념에 반하는 수단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왜 권력을 휘두르지 못했냐?”는 질문에 대해 “과거의 썩은 다리로 미래의 강을 건널 수 없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봉하마을에 갔을 때, 사진 한 장, 글 한 자 남기지 못했습니다. 인사도, 절도 못했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대통령의 어버이는 국민”이고 “국회의원의 어버이도 국민”이기 때문에 정치개혁은 “여러분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당신의 말씀에 동의하면서도, 우리나라 정치를 위해 욕과 투표 말고는 아무 것도 한 게 없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제 신념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살고 있을 때, 그때 다시 와서 인사를 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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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윤태희
2009.08.06 02:22:04 *.176.203.42
"과거의 썩은 다리로 미래의 강을 건널 수 없습니다”
늦은 밤, 잠 못이루는 나를 더욱 깨어나게 하는 말이구나.
남편의 휴가가 끝나기전에 봉화마을을 다녀오려 한다.
그곳에 가면 해맑게 우리를 맞아주던 그가 내게 손짓을 하겠지.

책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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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8.06 19:59:16 *.255.183.217
누나, 고마워요.
봉하마을에서 비석을 한참을 봤어요.
비석이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아마 누나에게도 그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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