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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0일 02시 01분 등록
문을 잠그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밖에서 잠그는 방법, 안에서 잠그는 방법. 이 두 가지는 차이가 있다. 밖에서 문을 잠그는 것은 감금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에 의해 해제될 때까지 나는 이 문을 열고 나갈 수 없다.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반대로 안에서 잠그는 것은 자유를 의미한다. 넓고 넓은 세상에서 딱 이만큼의 공간은 내 허락 없이 아무도 들어 올 수 없는 내 영역이다. 우리가 사생활을 위해 방문을 잠그는 것은 후자의 의미이다. 문을 잠가놓고 내 영역을 지정해 놓는 것이다.
- 강미영 지음, <혼자놀기> 중에서


저는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에너지를 밖에서 받고 밖으로 표현하는 기질입니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취미가 독서와 글쓰기이니 혼자 있는 것을 즐길 만도 한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밖에서 받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도 집보다는 도서관이나 북까페를 선호합니다. 작년 11월 미영이의 책을 재밌게 읽으면서도, ‘난 혼자 노는 거 정말 못하는 데. 미영이는 잘 노는 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혼자 노는 것이 참 좋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관찰했습니다. ‘이거 뭐가 잘못 된 거 아닐까? 기본적인 기질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4개월 정도 이렇게 지내고 나니, 의심은 사라지고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사실 ‘혼자 있기’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때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에너지도 충전하고 이 상황이 주는 메시지를 성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미영이 표현을 빌리면 문을 ‘안에서 잠근’ 겁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의도는 ‘혼자 있기’였고, 기간도 한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혼자 있기’가 편해지면서 그것이 ‘혼자 놀기’로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밥 먹고 술 먹는 것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로웠습니다. 휴대폰을 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메신저를 켜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으며, 이메일을 보내는 횟수도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미영이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는 것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같이 있지만 따로 노는 것이다. 편지를 쓰는 것은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따로 있지만 같이 노는 것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이 말이 참 와 닿습니다. ‘같이 있지만 따로 노는 것’도 좋고, ‘따로 있지만 같이 노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계속 놀아볼 생각입니다. 집에만 있지 않고 밖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서 공원이나 미술관 같은 곳에 가서 ‘같이 따로 놀기’를 해보고, 혼자 여행을 가서 그 사람을 생각하거나 편지를 쓰면서 ‘따로 같이 놀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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