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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3일 15시 20분 등록
 

나는 베스트셀러를 굳이 찾아 읽지 않는다.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매직아이처럼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오거나 나도 모르게 슬며시 손길이 먼저 가는 책을 읽는 편이다.

일종의 치기어린 자존심 싸움과도 같은데, 남들이 앞 다퉈 보는 책은 뭐랄까 괜한 반항심이 생겨 들추어 보기가 싫다.  사실 나의 그런 유치한 심리 때문에 놓친 좋은 책들이 꽤나 많다.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아웃라이어>도 자칫 이런 이유로 놓칠 번한 꽤 괜찮은 책 중 하나였다.


말콤 글래드웰의 주특기인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만의 독특한 책 제목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엔 항상 제목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해야 한다.  그의 전작 <블링크>와 <티핑포인트>가 그러했고 이번 <아웃라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책장을 몇 장 넘기고 옮긴이의 저자 후기를 읽은 후에야 비로소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아웃라이어?  신조어인가?  무슨 뜻이지?  이런 말이 있기는 있었나?  이렇게만 되어도 저자는 50%는 이기고 들어간 셈이다.  독자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책 표지를 다시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힘은 실로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으니까.  이런 면에서 말콤 글래드웰의 마케터로서의 노련함은 칭찬받을 만하다.  더욱이 내놓는 책 마다 하나같이 전세계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선다는 것은 그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 또한 출중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역시나 제목에 관한 궁금증이 제일 먼저였다.  나는 재빨리 그 뜻을 알기 위해 책을 뒤졌다.

아웃라이어.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사전적 정의를 좀 더 일상화시킨다면 일반적인 규칙을 넘어서는 그 무엇, 행동과 사고방식이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자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술술술 귀에 흘러 들어올 것만 같았다.  목차를 훑어보니 대강의 얼개가 눈에 들어온다.  소설이 아닌 이상에야 어느 정도 책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나에게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 그리고 그 성공을 만들어 낸 수많은 스토리가 이 한 권의 책 안에 녹아들어 있었다.  이제 저자가 풀어 놓은 방대한 사례와 연구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거기엔 이미 눈 깜빡 할 사이의 찰나적 깨달음이(블링크), 아주 사소한 것이 가져오는 놀라운 반전(티핑 포인트)이 맛나게 버무려져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개인적인 특성만으로는 성공을 설명해 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라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줄창 외쳐대는 “자기 계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을 이야기하면서 성공의 주인공인 “나” 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이점과 뜻하지 않게 찾아온 특별한 기회, 그리고 문화적 유산의 혜택과 같은 외부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 없이는 성공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쉽게 그 행운의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맥이 탁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성공을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나”를 계발하고 훈련하고 투자하는 우리들인데,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니 말이다.  맥이 풀리고 마음이 헛헛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저자의 이야기에 야멸차게 고개를 돌릴 수 있을 만큼 우리는 강심장도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저자의 주장은 다양한 사례와 풍부한 연구결과에서 도출된 사실이니 만큼 그 서운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런지.


여기에 저자와 옮긴이의 변(辯)이 있다. 


(중략)언제 어디에서 성장했느냐의 문제는 큰 차이를 만든다.  우리가 속한 문화와 선조로부터 물려받는 것은 성취의 방향을 결정한다.  따라서 성공한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를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을 가르는 그 작은 차이는 무엇인가?  재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기 위해서는 기회와 노력과 행운이 모두 필요하다.  개인은 결국 ‘사회’라는 문화적 테두리 안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중략)


1월에 태어난 하키선수와 축구선수는 보다 유리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훌륭한 코치에게 선발되어 훈련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비틀즈에게는 함부르크가 기회였다.  빌 게이츠는 정확한 시기에 태어났고 그가 다니던 학교에는 컴퓨터 터미널이 설치되었다. 

조셉 플롬과 왁텔, 립톤, 로젠 & 카츠의 창업자들에게는 복합적인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올바른 시기에 올바른 부모 밑에서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따라서 그들은 나머지 법조계가 잠들어 있었던 20년 간 인수합병에 관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문화적 유산의 손아귀에서 벗어남으로써 조종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나는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자, 이만하면 충분한 변명이 되었을까.  기분 좋게 인정할 수 없는 이러한 사실은 몇몇의 사람에게는 성공에 이르는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될 것이고, 몇몇에게는 입을 삐죽이게 할 ‘딴지’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어떤 모습을 취할 건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웃라이어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씁쓸함을 삼키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성공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열정과 노력의 산물로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성공은 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기회를 얻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 기회를 움켜잡을 힘과 마음자세가 있었음을 잊지 말라.  성공은, 어떤 형태로든 주어지는 것이다.

IP *.5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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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친구
2009.08.14 13:05:02 *.120.80.253
이 글을 읽고 말콤글래드 웰은 도대체 이 책을 왜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고 이 책을 썼을리는 만무하잖아요? )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책에 대한 추천사나 서평을 읽었더니,
나리님이 서평하신 것과는 조금 늬앙스가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은 같지만 결론으로 내놓은 것은 당신도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1만 시간의 법칙을 몸소 실천할 것, 그리고 많은 기회를 제공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야.. 이 책을 읽은 다음에 망연자실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책도 읽지 않은 채, 헛소리를 하고 있는건지...^^;;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정말 이 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는 건 아닌가 괜히 걱정이 되어서 끄적여 봅니다.
혹시 제가 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진거라면..죄송합니당...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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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4 18:02:36 *.51.12.117

아!  잘 지적하셨네요^^
당연히 그렇지요.  말씀하신대로 저자의 결론은 동건친구님께서 써 주신 바로 그것이랍니다.
저는 저자가 제시한 관점을 결론과는 상관없이 조금 더 확대해 보았습니다.
안 읽어 보신 분들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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