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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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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8일 22시 22분 등록


"한가한 때란 존재하지 않는다네.

내 경우 일을 하지 않으면 많은 책을 읽지.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집중적으로 말이야."

- 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 p.16


마음이 급해진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오늘 둘러보아야 할 명소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역사와 번영의 자취가 남아 있는 '호프부르크'이다. 나는 3~4시간 동안 넉넉하게 둘러보고 싶었기에 오늘 하루를 아주 일찍 시작하려 했다. 호프부르크와 카푸치너 교회, 쇤부른 궁전까지 둘러보며 합스부르크 제국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허나, 이 계획은 변경되었다. 나는 어젯밤을 빈의 어느 '호이리게'에서 만난 Halek 부부의 집에서 묵었고, Kerin Halek과 이야기하느라 오전을 몽땅 보냈기 때문이다. (호이리게 : 자체 소유의 포도원에서 만든 새 술을 내는 술집을 말함)


오전 12시에 나는 Halek 부부의 집을 나섰다. 7시 30분에 집에서 셋이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왕복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고작 5시간 30분이 내게 주어진 게다. 호프부르크를 보고, 몇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으로 오늘의 계획을 수정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은 오트만 부부와 함께 하리라. 내일이면 이곳 빈을 떠나기에 그들을 향한 작은 배려다. 이틀을 Halek 부부의 집에서 묵기로 했는데, 케린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했다. 빈에서 하루를 더 묵으면 좋으련만, 수요일 저녁에는 프라하에서 종준을 만나기로 했으니 내일(수)엔 빈을 떠나야 한다.


오트만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호프부르크를 충분히 둘러보는 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 이 세 가지의 일을 하기에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적다.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내가 보아야 할 것들을 보고 읽을 만한 책을 읽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기에 신나는 일이다. 글을 쓰고 배움을 나누는 일은 나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중요한 일이다. 이 세 가지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내 인생의 핵심적인 일들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인생과 세상에 대해 공부하는 일, 나의 업(강연과 글쓰기)에 매진하는 일 말이다.


드러커는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가할 때는 무얼 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한가한 때란 존재하지 않는다네. 내 경우 일을 하지 않으면 많은 책을 읽지.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집중적으로 말이야." 오늘은 이 말의 의미를 절절히 이해하게 되는 날이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함께 삶을 누릴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삶은 지루할 리가 없다.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가족이나 몇몇의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신나는 곳이다. 오늘 하루가 반가울 만큼 시간을 사랑하고 아끼게 될 수밖에 없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번화가 케른트너 거리의 어느 커피숍에서 이 글을 쓰는 나는 한국에서의 일상이 오늘 같기를 꿈꾼다. 한국에서 보냈던 한가했던 순간들 중, 어떤 날들은 앞서 말한 세 가지를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먼 낯선 땅에서 이 3가지의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들인지를 깨닫는다. 유럽 여행이 끝나고, 한국 여행이 시작될 때 잊지 않도록 오늘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삶은 여행이다. 유럽에서 흥미진진하게 살아가듯, 한국에서도 신나게 여행하리라~!


『나의 이력서』는 일본경제신문에서 '나의 이력서'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기사와 인터뷰를 묶은 책입니다. 드러커의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삶에 대한 소개가 너무 축약적이지만, 드러커의 (저작이 아닌) 삶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이 책과 이재규 교수의 『피터 드러커 인생 경영』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허나, 드러커의 팬이 되어 그의 삶을 알고 싶은 분들께만 추천합니다. 드러커의 (삶이 아닌) 저작과 그의 생각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당연히(!)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나 『자기경영노트』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여행 중이라 가진 책이 별로 없음을 양해해 주세요~ ^^)

IP *.59.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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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8.19 07:20:49 *.251.224.83
음... 희석씨 유럽여행중인가 보군요.
길 위에서의 포스팅은 내 꿈 중의 하나인데, 부럽군요.
아무럼요.
여유만 있을 때는 이미 여유가 아니겠지요.
희석씨의 핵심적인 일 세 가지는 동시에
나의 핵심적인 일도 될 수 있으리라 봐요.
그 중에 무엇이 부족한지
가만히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있어
고마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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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8.19 14:10:39 *.206.74.162
일행과 떨어진 한동안은 외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역시 너답다 ^^**

너의 글은 언제 읽어도 깊다. 그래서 좋구..
한국에서도 신나게 여행하리라~... 정말 그렇네.
넌 네게 닿은 인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니까
하루하루 신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리라 믿어.
네 삶에는 진실이 스며있으니까 말이야.

아직 한달이나 남았으니까 건강 조심하고, 더 마음껏 즐기도록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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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08.19 18:21:42 *.248.91.49
희석이 현운이었구나.
이제부터 현운의 글도 읽어볼께 ㅎㅎㅎ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반가워요.
근데 친구들이 모두 노랑이나 갈색 머리칼과  큰코를 가진 사람들이겠네.

번개처럼 섬광처럼 꽂히는 사람있으면
데불고 돌아와요.
밥살때 같이 사줄게요. ㅋㅋ  

그런데  혹시 Munster는 들를 계획이 있는감?
그곳에 두고 온 나의 볼프강에게 안부 전하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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ヴィヴィアン
2011.04.21 09:57:38 *.84.2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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