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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0일 00시 09분 등록
라무뢰와의 연주가 끝나자 나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온갖 음악회에서 연주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져 들어와 꼼짝 못할 지경이었어요. 갑자기 모든 문이 내게 열린 것입니다. 그건 연주 경력이 쌓이기 시작하는 문턱에 서 있는 젊은이에게는 너무 독한 술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떤 여건들에 의해 이런 일이 가능해졌는지 알고 있었어요. 내가 열심히 공부한 것도 사실이지만 운이 매우 좋았던 겁니다. 어느 정도 재능을 타고난 것 말고도, 나는 특별한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축복을 받았고,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비와 같은 여성과 친교를 맺었으며, 데 모르피 백작, 모나스테리오, 브레톤, 가르시아와 같은 스승을 만났습니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되든 간에 그들은 모두 나의 일부분이며,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못한 사람밖에 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 말은 그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역시 그래요. 내가 항상 그들에게 지고 있는 빚에 대한 인식과 감사를 잊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파블로 카잘스(Pablo Carlos), 첼리스트
= 앨버트 칸 엮음,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에서 재인용

1899년 프랑스 파리, 파블로 카잘스는 우연한 계기로 유명한 지휘자인 샤를 라무뢰의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에서 독주자로 데뷔했습니다. 이 ‘우연한 계기’를 만들어준 사람은 카잘스의 삶의 스승이자 멘토였던 데 모르피 백작이었는데, 그가 카잘스를 라무뢰에게 추천한 겁니다. 연주회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카잘스는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카잘스에게 이 연주회는 도약의 계기가 되어 이때부터 모든 문이 열리면서 그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로 성장해갑니다.

돌아보면 카잘스의 성공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라무뢰와 연주할 때 카잘스의 나이는 23살이었고, 이때는 그가 본격적으로 첼로 연주를 시작한지 정확히 10년을 지나는 시점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카잘스는 호세프 가르시아와 토마스 브레톤, 그리고 그가 음악에 있어 ‘제 2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헤수스 데 모나스테리오와 같은 뛰어난 스승에게 음악 지도를 받았고, 데 모르피 백작은 카잘스에게 인생의 멘토로써 일반교양과 세계에 관해 2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카잘스의 성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카잘스의 첼로에 대한 열정과 재능과 10년간의 성실한 연습, 황홀한 음악세계를 어릴 적부터 보여준 음악가 아버지, 카잘스의 음악적 재능이 꽃 필 수 있도록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어머니, 그리고 성장기에 만난 훌륭한 스승들의 지도, 데 모르피 백작의 조언과 추천, 카잘스의 잠재력에 대한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비의 후원. 이런 요인들을 더 단순화하면 카잘스 자신의 개인적 요인(열정, 재능, 연습)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인 관계적 요인(스승, 멘토, 후원자)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인적 요인이 관계적 요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두 가지 다 중요하되 어떤 사람에게는 관계적 요인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잘스는 데 모르피 백작을 처음 만난 날을 “운명적인 그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백작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음악 스승들이 카잘스에게 음악적 테크닉과 바른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면 데 모르피 백작은 예술과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또한 백작은 카잘스를 스페인의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비 앞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 연주를 통해 카잘스는 매달 크리스티나 대비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매우 가난했던 십대 카잘스에게 매월 지급되는 장학금(연금)은 음악 공부를 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카잘스는 데 모르피 백작에 대해 “그는 내 선생님, 후원자, 안내자이며, 그보다 더한 존재이자 제일 좋은 친구였다”고 말합니다.

카잘스에게 ‘라무뢰와의 연주’는 하나의 기회였을 뿐입니다. 이 기회가 아니었다고 해도 카잘스에게 다른 기회들이 왔을 것이고 분명히 그는 그 기회들을 잡았을 겁니다. 얼마 전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기회는 생각보다 자주 온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 기회를 볼 수 있고, 준비된 사람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기회는 대부분 사람과 함께 온다. 그러므로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기회가 안 올까, 기회가 언제 올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매일 성실히 준비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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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윰
2009.08.20 09:41:45 *.196.56.187
마지막 말씀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네요..
생각보다 기회는 자주온다...
매일성실히 준비하면서 좋은사람들과 진심을 나누면 된다...
^^
오늘제다이어리 한쪽에 새겨놓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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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8.20 15:16:26 *.255.183.217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고 고마워요.
방향성 있는 성실함이 중요한 거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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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8.20 15:27:12 *.249.57.155
저도 맨 끝의 문구에 전적으로 동감이요.
한 개인으로서는 선배가 지난 번에 얘기한 <방향성 x 성실함>으로 자신을 준비하면
온 우주가 조용히 제 앞에 <관계의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흥미로운 건, 그 관계조차 스승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동료 그리고 후배로까지
인생이란 여정이 펼쳐지면서 조용히 다양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선배 글에 탄력받고 오늘도 열독에 열작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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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8.20 18:29:52 *.255.183.217
도약에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요.
근데 가만 보면 그 운이란 것도 사람과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진심을 나누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흥미로운 것은 이게 일부러 뭔가를 바라거나 계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뭐랄까요, 진심을 통한 자연스러운 공명이라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좀 더 연구해봐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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ヴィヴィアン
2011.04.21 09:57:02 *.84.2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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