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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1일 20시 30분 등록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두 글자의 못된 말이 있다. ‘소일(消日)’이 그것이다. 아,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1년 360일, 1일 96각을 이어대기에도 부족할 것이다. 농부는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애쓴다. 만일 해를 달아 맬 수만 있다면 반드시 끈으로 묶어 당기려 들 것이다.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날을 없애버리지 못해 근심 걱정을 하며 장기 바둑과 공차기 놀이 등 하지 않는 일이 없단 말인가?
- 정약용,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중에서
= 정민 저, <다산어록청상>에서 재인용

다산이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있을 때의 일화 한 토막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초계문신’은 조선 후기에 규장각에 특별히 마련된 교육 및 연구과정을 밟던 문신을 뜻합니다. 정조는 초계문신들에게 ‘논어’를 매일 3~4편씩 읽게 하고는 자신 앞에서 강의하도록 했습니다. 

그 즈음의 어느 날, 상의원(尙衣院)에서 숙직하던 정약용에게 아전 하나가 찾아와 종이 하나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내일 강할 장(章)입니다.” 깜짝 놀란 다산이 말했습니다. “어찌 미리 얻어 볼 수 있단 말인가?” 아전은 임금께서 하교하신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약용은 “비록 그렇더라도 전편을 읽는 것이 마땅하다”며 거절했습니다.

다음날 경연에서 정조가 명을 내렸습니다. “정약용은 특별히 다른 장을 강하라.” 다산은 하나도 틀리지 않고 강을 끝냈습니다. 그러자 정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과연 전편을 읽었구나.”

다산은 이렇게 성실했습니다. 다산의 성실함을 닮고 싶습니다. 평범한 제가 모든 일을 다산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소명에는 다산과 같은 성실함으로 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 일에서 만큼은 비범한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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