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승완
  • 조회 수 1246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9년 8월 31일 20시 30분 등록

천하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두 글자의 못된 말이 있다. ‘소일(消日)’이 그것이다. 아,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1년 360일, 1일 96각을 이어대기에도 부족할 것이다. 농부는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애쓴다. 만일 해를 달아 맬 수만 있다면 반드시 끈으로 묶어 당기려 들 것이다. 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날을 없애버리지 못해 근심 걱정을 하며 장기 바둑과 공차기 놀이 등 하지 않는 일이 없단 말인가?
- 정약용,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중에서
= 정민 저, <다산어록청상>에서 재인용

다산이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있을 때의 일화 한 토막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초계문신’은 조선 후기에 규장각에 특별히 마련된 교육 및 연구과정을 밟던 문신을 뜻합니다. 정조는 초계문신들에게 ‘논어’를 매일 3~4편씩 읽게 하고는 자신 앞에서 강의하도록 했습니다. 

그 즈음의 어느 날, 상의원(尙衣院)에서 숙직하던 정약용에게 아전 하나가 찾아와 종이 하나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내일 강할 장(章)입니다.” 깜짝 놀란 다산이 말했습니다. “어찌 미리 얻어 볼 수 있단 말인가?” 아전은 임금께서 하교하신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약용은 “비록 그렇더라도 전편을 읽는 것이 마땅하다”며 거절했습니다.

다음날 경연에서 정조가 명을 내렸습니다. “정약용은 특별히 다른 장을 강하라.” 다산은 하나도 틀리지 않고 강을 끝냈습니다. 그러자 정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과연 전편을 읽었구나.”

다산은 이렇게 성실했습니다. 다산의 성실함을 닮고 싶습니다. 평범한 제가 모든 일을 다산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소명에는 다산과 같은 성실함으로 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 일에서 만큼은 비범한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IP *.238.40.11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212208
818 북리뷰4주차-기억 꿈 사상 file 이은주 2010.03.08 8044
817 <북리뷰>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온다-『2020 부의전쟁 in ... 구름을벗어난달 2011.01.17 9585
816 <북리뷰>풍경 너머로 흔들리는 부성의 부재-『내 젊은 날의... 구름을벗어난달 2011.02.01 10056
815 16.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얻는 삶의 지혜 관리자 2011.12.01 10182
814 [먼별3-19]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예술 너... 수희향 2011.02.10 10199
813 다산이 걸어간 '사람의 길' -『뜬 세상의 아름다움』 현운 2009.10.30 10269
812 신화와 인생 북 리뷰 file narara 2010.02.15 10358
811 하프타임 - 밥 버포드 나리 2009.06.06 10496
810 10기 2차 레이스 4주차-괴테와의 대화(이은심) file 왕참치 2014.03.03 10535
809 8기 예비 연구원 (1) 헤로도토스의 역사 : 진성희 file 샐리올리브 2012.02.19 10720
808 [소개글] 4개의 통장 - 고경호 거암 2009.01.09 10806
807 젊음의 탄생 - 이어령 나리 2009.07.14 10810
806 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 관리자 2011.12.01 10818
805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김미성) 기대이상 2009.02.16 10851
804 [7기 연구원지원]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을 읽고서 file 박주선 2011.03.14 10855
803 책을 읽으며 나우리 2008.10.22 10889
802 조금 더 고집쟁이여도 괜찮아(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 칠월토끼 2012.02.07 10895
801 8-4리뷰: 미래의 물결, 자크 아탈리 지음 인희 2010.08.29 10936
800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승완 2009.08.03 10940
799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맑은 2009.01.29 1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