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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5일 09시 18분 등록

"우리 독일 사람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추지 못하면 너무나도 쉽게 이런 현학적 망상에 사로잡힌다네. 그래서 나는 곧잘 다른 민족에 비추어 나를 돌아보려 하고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도록 권하고 있네. 오늘날에는 민족문학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세계문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네. 그러니 누구나 이 시대를 가속화시키도록 노력해야만 하네. 하지만 이렇게 외국문학을 존중하더라도 어떤 특수한 것에 사로잡혀 정체되어 있어서는 안 되네. 그리고 이것을 모범으로 삼으려 해서도 안 되지. 중국적이거나 세르비아적인 성격의 작품 또는 칼데론이나 <니벨룽겐>이 모범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세. 오히려 뭔가 전형적인 것이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야 하네. 고대 그리스의 작품에는 항상 아름다운 인간이 그려져 있네. 그 밖의 것은 모두 역사적인 성격으로만 파악해서 가능한 한 그 가운데 좋은 것만을 취해야 하네."

-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p.256


괴테의 주장이 어디까지 옳은 견해인지 분별할 만큼의 지성이 내게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흥분하게 된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피력하는 모습 자체가 통괘하고 놀랍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에커만은 괴테의 말을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전해 준다. 괴테 며느리가 이 책을 읽고 "시아버님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저자 덕분에 괴테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책은 괴테의 여러 가지 주장과 견해를 전해 주고, 나는 거듭 생각하게 된다. 좋은 책이 분명하다. 독자를 사색의 세계로 이끌어 주다니!


세계 문학에 대하여 일가견을 제시한 것은 만년의 괴테 문학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이다. 괴테는 당시 유럽 최고의 지성으로서 미국, 중국 등의 문학을 섭렵해 가며 자신의 생각을 완성해 나갔다. 앞서 인용한 글은 괴테가 에커만에게 세계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전하는 장면이다. 또한 그리스 문학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괴테의 말을 빌어 위대한 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괴테는 옛 것만이 우수하다고 생각했는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의문에 균형 있는 답변을 얻기 위한 괴테의 말을 하나 더 소개한다.


"로마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우리 시대와는 거리가 머네. 우리는 너무 인도적이 되어서 카이사르의 승리에도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지. 그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역사도 별로 유쾌하지 못하네. 그리스 민족이 외부의 적과 맞설 때는 위대하고 빛나 보이기는 하네. 하지만 국가의 분열과 그리스인들끼리 무기를 맞대는 끝없는 내란은 정말 참을 수가 없는 것이네.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현대사는 참으로 위대하고 탁월하다네. 라이프치히와 워털루 전투는 정말 두드러지네. 마라톤 전투나 그와 비슷한 다른 전투는 갖다 댈 수도 없을 정도네. 또한 우리 시대의 영웅 하나하나도 뒤지지 않네. 프랑스의 제독들이라든가 블뤼허나 웰링턴 같은 이도 고대의 영웅과 충분히 어깨를 겨눌 수 있지."

-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p.156


* 블뤼허(1742~1819) : 나폴레옹군을 격파한 프로이센의 명장.
* 웰링턴(1769~1852) : 나폴레옹군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낸 영국의 장군이자 정치가.
* 칼데론(1600~1681) : 에스파냐의 극작가. 괴테가 위대한 작가로 여러 번 찬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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